2014년 10월 5일 오후 10시 55분

제목 : 치통과 함께 한 3일


약 3주 전에 썼던 글이다. 그때 급하게 쓰고나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혼자 갖고 있음 뭐하나 해서 다시 올린다. 3주 전 시점에서 다시 시작이다.  


며칠 전부터 심한 치통이 왔다. 처음엔 시큰시큰한 느낌이 걍 견딜만해서, 치과 가야지 하면서 버티고 있었다. 그러다가 운명의 목요일 밤, 내가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짜릿한 고통이 찾아왔다. 


이건 마치 생니를 마취없이 뽑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1시간에 걸쳐서 천천히 돌려가며 뽑는 그런 느낌. 당신은 상상할 수 있겠는가? 고통이 척추를 타고 뇌까지 전해지고.. 결국 다음날 6시간 강의가 있었음에도 잠을 1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사람이 고통으로 미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개소리.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 치통이 오면. 


토요일 강의를 하면서 연신 아이들에게 '나의 어금니'를 위해 다 함께 1초만 기도해 달라고 졸랐다. ㅋㅋㅋ 아이들은 순순히 기도해주었다. 그리고 토욜 오후에 강의를 마치고 나왔을 때는 이미 모든 치과가 문을 닫았고, 나는 다시 한번 고통의 하루를 보냈다. 기존에 내가 가진 신념, 고집은 다 필요없는 말이었다. 태어나서 진통제를 한번도 먹지 않았던 내가 약국가서 한 첫 번째 말은 이거다. "선생님, 이 약국에서 가장 강력한 진통제 2통 주세요. 제가 지금 죽을 것 같아요." 


붓다는 말했다. "하나의 관점에 집착하여 다른 것들을 열등하다고 멸시하는 것, 현명한 사람은 이거을 족쇄라고 부른다." 나는 하나의 족쇄에서 풀려났다. 지금까지 진통제 먹는 사람들을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던 미천한 저를 용서해 주시길.


일요일 아침에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119에 전화했다. 주말에 문 여는 치과를 찾았고, 달려갔다. 그쯤 되니 돈이 중요한게 아니더라.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면 누구든 얼마든 상관없었다. 그것이 설사 악마라도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딴게 별거임? 그렇게 신경치료를 받고 나왔다. 


이후 3일이 지났다. 고통은 거의 사라졌고 감사함도 거의 사라졌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마치 군대 다녀왔을 때와 비슷한 그런 간사함을 느낀다. 그땐 나가기만 하면 정말 멋지게 살거라 다짐 또 다짐했는데 막상 그렇게 되던가? 아니었다. 나 역시 치통이 사라지면 정말 감사하면서 살리라 다짐했건만. 별로 그렇게 되진 않더라. 그냥 인생은 마치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흘러갈 뿐이었다. 


육체는 정신을 지배한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가끔 육체에 고통을 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깨어날 수 있게 말이다. 치통만 빼고. 


'성찰 노트 > 일상 성찰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기] 요즘 꿈을 많이 꾼다  (0) 2014.11.25
[단상] 바쁘다 혹은 느리다.  (0) 2014.10.24
[일기] 치통과 함께 한 3일  (2) 2014.10.05
[단상] 패턴  (0) 2014.09.04
[단상] 예측불가  (0) 2014.09.01
[일기] 앵무새  (0) 2014.08.27
  1. 김미정 2014.10.07 21:41

    오른쪽에 선생님 프로필 사진이 웃고 있고...
    개소리라는 단어를 읽을 때!!!


    대략.......난감함?!!!

  2. ㅋㅋㅋㅋㅋ 절박한 제 감정을 담은 단어입니다. ㅋㅋ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