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6월 리뷰에 이어서 이번에는 올해 7-8월에 읽은 책 리뷰다. 리뷰를 쓰면서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책 뿐만 아니라 책을 읽을 때의 기억이 함께 떠오른다는 점이다. 올해 여름은 참 힘들었고, 뜨거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추운 한 겨울에 리뷰를 쓰고 있다. 프루스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신이 읽은 책에는 그 책을 읽은 밤의 달빛이 섞여 있다." 그래, 책을 읽는다는 건 그런거다.  

7월 
철학을 권하다_줄스 에반스
깊은 인생_구본형
메논_플라톤
성격의 재발견_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퀴즈쇼_김영하

8월 
철학의 위안_알랭 드 보통
함석헌 평전_김성수 
옥수수와 나_김영하
친밀함_매튜 켈리
생산적 책읽기 50_안상헌
세계와 역사의 몽타주,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_권용선




2015년 7월 
38. 철학을 권하다_줄스 에반스
올해 7월의 책은 바로, <철학을 권하다>이다.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책과 느낌이 비슷하다. 실제로 줄스 에반스도 함께 인생학교를 만든 사람이다. 내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철학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삶을 사랑하는 기술’ 이기에 굉장히 몰입해서 읽었다. 사실, 나도 조금만 더 내공이 쌓이면 로컬 ‘인생학교’ 버전의 심마니스쿨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하겠지만. 이 책에는 참고로 내가 재미있게 들었던 프로그램인 ‘랜드마크 포럼’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서 더 흥미로웠는데, 저자의 생각에 아주 동의하진 않지만,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순 있을거라 본다. 8월에 읽은 <철학의 위안>과 그 궤를 함께하는 책으로, 두 권 모두 한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비슷하면서 다른, 그런 책이다. 



참고로, 누군가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왜 철학을 공부해야 하나요?'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이렇게 말했다. "땅, 부, 명성, 철학은 이 셋 중 그 어떤 것도 약속하지 않는다." 이를 뒤집어보자. 철학은 이 셋을 제외한 모든 것을 약속한다. 다시 말하면, 철학은 삶의 소유물이 아닌, 삶 그 자체를 자각하게 한다. 철학자들은 '진짜 문제'와 '가짜 문제'를 구별하는 사람들이며, 진짜 철학자들일 수록 그 분별력의 수준이 높다. 그 힘을 갖고 싶다면, 삶의 본질에 닿아 살아가고 싶다면 당신도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 그렇기에 나도, 줄스 에반스처럼, 당신께 '철학을 권한다'. 


39. 깊은 인생_구본형
내가 존경하는 구본형 선생님의 책이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나는 선생님께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간접적으론 이렇게 책이나 글로.. 직접적으론 선생님의 제자분들을 만나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그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분, 그리고 그 삶의 향기에 많은 이들을 도취시키신 분으로 나는 이해하고 있다. 이 책은 아주 얇다. 하지만 이야기의 깊이는 그리 얇지 않다.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를 원하는, 탁월함을 꿈꾸는 모든 분들께 권하고 싶은 한 권의 동화책이다. 아랫 부분은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들이다. 한번 읽어보라. 
 
"내가 사하라 사막을 여행할 때였다. 천지가 모래였다. 그때 거대한 케러벤들이 수백 마리의 낙타 떼 위에 짐을 실고 가는 것을 보았다. 참으로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일시에 내 여행의 모든 목적이 충족되는 듯했다. 그러나 30분이 지나자 수십 마리 혹은 수백 마리가 10여 킬로나 길게 이어져 나타나는 낙타 떼와 캐러밴은 더 이상 볼거리가 되지 못했다. 경이로움은 평범함으로 바뀌었다. 시시해졌다. 그때 사막의 아름다운 모래 굴곡 사이로 황금빛 사자 한 마리가 보였다. 사자는 조용히 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한 마리로 족했다. 나는 지칠 줄 모르고 그 사자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아름다운 석양이 찾아왔고, 그 사자는 꼬리를 가볍게 칠렁이며 지는 해 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우린 언제 황금빛 사자가 되는가? 우리의 평범함 속에 감추어진 위대함의 씨앗은 어느 때 발아하게 되는가? 언제 우리는 그 시점을 계기로 과거의 그 사람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가?"

"나는 간디나 체 게바라처럼 크고 빛나는 별은 아니다. 나는 작은 별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빛나야 할 운명을 가진 별’이다. 사람은 모두 별이다. 자신의 내면에 커다란 빛을 품고 있으면서도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아 장막으로 빛이 가려진 별들. 이 평범한 별들을 찾아 자신의 이야기를 창조해냄으로써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움별, 그 별이 바로 나임에 틀림없다."

"방황을 할 때는 당장 그날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되, 내일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묻지 말아야 한다. 미리 생각해둔 것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특히 다음 세 가지는 결코 생각해서는 안 된다. 먼저 하나는 굶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이며, 마지막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염려하는 것이다."


40. 메논_플라톤
사실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기 보단, 손에 잡혀서 읽은 것이 맞다. 대부분의 고전이 그렇듯, 지금 쓰는 언어가 아닌지라 이해 하긴 어려웠지만, 소크라테스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진실인가?” 소크라테스는 끊임없이 되묻는다. 이 질문에서 빠져나오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도, 당신도, 모두 그렇다. 


41. 성격의 재발견_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이 책의 미덕은 ‘방대한 조사’와 ‘원리에 대한 설명’이다. 지난 달,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이 다소 ‘읽기 쉽게’ 쓰기 위해서 몇몇 소중한 맥락을 생략한 책이라면 이 책은 ‘읽기는 다소 어렵지만’ 앞서 빼먹은 맥락을 지혜롭게 잘 배치하고 있다. 게다가 엄청난 조사에 근거했기 때문에 직업과의 연관성이나, 전공과의 관계도 흥미로웠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나의 성격유형과 지금 내가 일하는 방식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도 신기했다. 만약, 내가 원래 전공대로 엔지니어링으로 갔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펼쳐졌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나의 강점이나 성격유형은 전혀 살릴 기회가 없었을까? 아님 그 안에서 나름의 살 길을 찾아서 지금처럼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인생은 참 모를 일이다. 이 책은 리뷰가 있다. 링크는 여기 


42. 퀴즈쇼_김영하
이 책을 읽었을 때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 때는 한 여름, 나에게 휴식을 선물하고자 고른 책이 바로 김영하의 <퀴즈쇼>다. 나는 평소에는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다른 읽을 책들이 많은 편이기에. 하지만 여름이나 겨울에는 한 두권 꼭 챙겨 읽는다. 학교 다닐 때도 그랬다. 여름 방학이나 겨울 방학에는 왠지 소설에 손이 갔었다. 나름 고생한 나에게 주는 쉼이라고 볼 수 있겠다. 김영하 작가의 책은 오랫동안 읽고 싶었지만, 막상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천상 소설가다. 란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탁월한 작가의 말솜씨였다. 특히 이 부분! 대단히 공감되었던 구절이다. 리뷰를 쓰다가 중단했는데, 어서 마무리 해야겠다. 

그 순간 나는 길거리에 그대로 멈춰 서고 말았다. 아니다. 바로 그 정신, ‘그깟 사만원 때문에’라고 말하는 바로 그 정신 때문에 나는 세상에 속아넘어가는 것이다. 다른 자들의 밥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사만원 때문에 이 새벽부터 부지런히 사기를 치고 또 누군가는 그 사만원 때문에 해도 뜨기 전에 가게에 나와 알바를 족치는데, 오직 나만이, 이 한심한 이민수만이 ‘그깟 사만원 때문에’ 라고 태연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 방값 이십구만원짜리 고시원에 살면서, 천원짜리 컵라면에 유통기한 지난 삼각김밥이나 먹는 주제에 말이다. (p.112)


2015년 8월
43. 철학의 위안_알랭 드 보통
8월에는 정말 좋은 책을 많이 읽었다. 그래서 유난히 행복했던 달이다. 이 책도 그 책들에 포함된다. 앞서 철학을 권하다와 비슷한 맥락이라, 올해 8월의 책에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최고의 책으로 선정하기엔 모자람이 없다. 그리고 난 이 책들을 통해 나의 관심사를 알 수 있었다. 나는 ‘학문으로서의 철학’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진정으로 일상을 잘 살아가기 위한 ‘삶의 기술로서의 철학’을 다루고 싶고, 정말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그게 나의 관심사다.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은 누구든 함께해요. ㅋㅋ :) 


44. 함석헌 평전_김성수 
함석헌 선생님은 내 마음의 스승들 가운데 한 분이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 시대가 가진 단 하나의 문제가 있다면, 바로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는 것이다. '어른다운 어른'이라고 불릴 만한 함석헌 선생님의 삶을 따라가면서, 나 역시 그러한 뜻과 의지를 닮고 싶었고, 퀘이커 교에 대한 이해도 좀 더 깊어질 수 있었다. 그 분의 삶을 따라 자신의 삶도 바친 저자 ‘김성수’ 선생님의 삶도 대단히 존경스러웠다. 나는 과연 무엇에 나 자신을 온전히 바칠 수 있을까?  


45. 옥수수와 나_김영하
지난 번 퀴즈쇼에 이어서, 소설 책이 끌리기에 이어서 본 책이다. 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이었는데, 모두 읽은 건 아니고 김영하 작가를 비롯한 몇몇 단편만 읽었다. 그리 인상 깊진 않았다. 기억에 남는 건 슬라보예 지젝 뿐이다. 


46. 친밀함_매튜 켈리
올해 8월의 책을 선정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바로 이 책과 뒤에 나올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책 때문이다. 두 권 모두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도저히 결론이 나지 않기에, 결국 모두 선정하기로 했다. 어차피 아무도 안 보는 나만의 기준인데 뭐 어떠랴. 이 책은 지금 절판이라 구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주위에 워낙 많이 썰을 풀고 다녀서, 중고 서적으로 구한 분들이 꽤 있다. 읽고 나선 모두 하나 같이 말한다. ‘진짜 좋은 책이다’라고! 당신에게도 추천합니다. :)


하지만 정 구할 수 없다면, 참고하시길. 


47. 생산적 책읽기 50_안상헌
그야 말로 가볍게 읽은 책이다. 독서에 입문하는 사람들 대상으론 괜찮을지 모르나 나에겐 잘 맞지는 않았다. 중간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책읽기는 완전한 책읽기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상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무작정 책만 많이 읽는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독서에 실패를 했다고 생각한다면, 아무리 책을 읽어도 구체적인 결과물이 없다는 생각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 책을 읽어도 효과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책읽기가 싫어진다. 그래서 책을 읽은 후 결과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런 문장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움도 있다. 왜냐, 나는 그 생각과 반대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작가 주세페 폰티지아는 이렇게 말했다. “배우기 위해, 즐거워지고 싶어서, 글을 쓰기 위해, 또는 연설을 하기 위해, 회상하기 위해 책을 읽지 말라. 아무런 목적 없이 독서를 해야 한다. 현재를 읽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 독서하라.” 나는 생산적 책읽기 그 자체가 필요하다곤 인정하지만, 그것이 책읽기의 모든 것은 아니라고 본다. 되려 요즘 같이 바쁜 세상일수록, 아주 비생산적, 비효율적 책읽기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깟 책 좀 결과 없이 보면 어떠랴! 그것으로 나의 지친 마음을 달랠 수만 있다면, 친구들과의 대화 꺼리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다고 난 생각한다. 
 

48. 세계와 역사의 몽타주,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_권용선
친밀함과 더불어 올해 8월의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그린비의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를 알게 되었고, 그 다음 책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이어서 읽게 되었다. 굳이 벤야민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누구나 쉽게 접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 아주 높게 평가하는 책이다. 인간 벤야민에 대한 호기심을 엄청나게 증폭시켰던 책이자, 엄청나게 많은 문장을 초서했던 기억이 생생한 책이다. 어서 블로그에 옮겨 놓아야 하는데 말이지. ㅠ 



"그가 특별한 존재인 이유는 그가 그 무엇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들에 대한 빛나는 흔적을 남겼다는 것이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도 되지 않았던 그의 선택, 혹은 탁월한 위치 감각에 있다. 그는 어느 하나의 장소 혹은 위치를 점유함으로써 영향력 있는 지식의 권력자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끊임없이 위치 이동하고 시선의 위치를 바꾸며 글쓰기의 패턴을 교정하면서 매번 다른 것들을 만들어 냈다. 그가 원했던 것은 분류 불가능한 것들의 존재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었다.”

이 문장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들뢰즈가 말했던 ‘노마즈’의 삶. 그것을 온 몸으로 살아낸 사람이 발터 벤야민이 아닐까. 나 또한 끊임없이 이동하고, 시선을 바꾸고, 매번 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을 많이 하게했던 책이다. 읽는 내내 정말 행복했다.  


7월 13일
용마중 마지막 수업

성찰이 늦었다. 며칠 밀렸던 것이다. 사실 지난 시흥 캠프부터 정신이 없었는데, 왜냐하면 강의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속도가 너무나 밀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어려워하는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을 비롯한 몇 가지 잡무들이 있었다. 다른 것도 대부분 약하지만 내가 그런 회계나 숫자엔 더더욱 약하다. 월요일은 용마중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이번 주에 대부분의 수업들이 마무리 된다. 여름 방학때는 조금 다른 스케쥴이 기다리고 말이다.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론 섭섭도 하다. 매번 학기 말에 느끼는 감정은 비슷한 것 같다. 그래도 잘 따라와준 학생들에 대한 고마움이 크고, 또 이렇게 인연이 일단락 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크다. 그나마 요즘은 페북을 통해서 교류를 하는 편이긴 하지만. 수업을 마치고 종각에서 심톡 관련 미팅을 했다. 이번 주 호스트는 이미영 코치님이다. 미팅은 잘 끝났다. 기존 심톡 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날이 될 것 같은 기대가 들었다. ㅋㅋㅋ 


7월 14일
이동 또 이동

사람은 참 이상하다. 낯선 곳에 갈 때, 익숙한 곳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것 같다. 절대 이성적으로 판단이 되지 않는 것이 인간이란 생각도 든다. 오늘 간 곳은 4호선 끝자락, 정왕역 근처 한국산업기술대학교이다. 평소 잘 가지 않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오이도를 가 본적도 없다. 아, 그 근처 월곶포구와 소래포구는 최근에 한번 가 봤다. 그것도 자동차를 갔기 때문에 느낌은 다르다. 이번엔 수업을 하러 갔다. 지난 주 부터 이어진 세계를 담은 스쿨 수업 때문에. 나는 사실 매주 정읍을 간다. 하지만 정읍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2012년부터 꾸준히 다녔던 곳이라 그런지, 익숙하다. 왔다 갔다 8시간이 걸리지만. ㅋㅋ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잘 가지 않는 지역이라 더 멀게 느껴졌다. 왔다 갔다 대략 4시간 정도 소요되더라. 그래도 지난 번엔 정말 멀리 갔다온 느낌이었는데. 한 2번 왔다 가니깐 조금 편해졌다. 수업도 즐거웠고, 학생들도 반가이 맞아주었고. 암튼 나는 역마살이 끼었나보다 일주일 내내 전국을 돌아다닌다. ㅋㅋ


7월 15일
당산서중 마지막 수업 

당산서중 마지막 수업. 발표를 다들 잘 해줬다. 용마중과 당산서중을 하면서 느끼는 점. 중학생들이기 때문에 경험하는 한계와 가능성이 동시에 보인다. 그 친구들의 한계라기 보단 사실상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한계’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활동을 하기에 그 아이들에게 충분한 여유가 없더라는 것이다. 시간적 여유가 아니다. 정신적 여유를 말하는 것이다. 마음이 조급하지 않아야 세상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고, 누군가를 공감할 수 있다. 그래야 문제도 발견되는 법이고, 해결책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중학교는 그런 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그저 즉각즉각 수업 시간에만 문제를 한번씩 생각해보는.. 그런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있었다. 가능성도 있다. 그건 바로 어쨌든 이러한 시도가 공교육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운이 좋게 빨리 시작하게 되었지만, 이런 식으로 공교육 혁신이 일어나는 것에 약간은 기여하고 있단 느낌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이 아이들도 느낀 점을 봐도 그렇고. 암튼 이제 1학기가 마무리 된다. 


7월 16일
꿈을 꼭 찾아야 하나?

칠보 초등학교에서 어떤 아이가 쓴 시를 봤다. 전체적으로 ‘꿈’에 대한 내용이었다.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마지막 문장이 나에게 들어왔다. ‘빨리 꿈을 찾아야 겠다.’라는 문장과 함께 마무리 되었다. 그 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우리 사회는 꿈을 찾으라고 권하는 사회다. 원대한 꿈을 꾸라느니, 비전을 세워보라느니, 심지어는 꿈 너머 꿈을 꾸라는 말도 들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꿈을 꾼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 꿈을 찾는 것이 중요할까?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나는 꿈이 아닌 ‘자신’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꿈을 찾으러 멀리 떠날 것이 아니라, 자신을 찾으러 떠나야 한다. 자신을 찾아야 ‘나의 꿈’을 찾을 수 있기에. 자신을 찾지 못한 사람이 꿈을 꾸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타인의 꿈’을 쫓게 된다. 현대 사회의 각종 욕망과 욕구가 점철된 ‘다른 사람의 꿈’이 진정 나의 꿈이라고 믿은 채로 산다. 백번 양보해서, 그런 삶도 뭐.. 좋다. 본인만 만족한다면. 하지만 진짜 문제는 ‘만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계속 허무하고, 의미를 발견할 수 없다. 그리고 또 다른 꿈으로 그 허망함을 달랜다. 혹은 쾌락의 중독으로. 


7월 17일
집에서 일하기 

오늘 잡일들을 처리한 날이다. 나는 정말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큰 흐름만 보려고 하지 디테일한 쪽으로 가면 영 귀찮다. 그렇게 일이 쌓인게 2주다. 오늘을 그렇게 회피하고 살았는데 드디어 온 것이다. 내가 귀찮아 하는 일들은 주로 이런 것들이다. 견적서 보내기, 부가가치세 신고하기, 세금계산서 보내기, 기획서 쓰기, 공지 올리기 등등. 일 하나 하나는 1시간 정도 걸리는 일이지만, 막상 닥쳤을 때 처리하기 보단 이렇게 몰아서 한번에 처리하는 편이다. 요즘 사실 좀 바빠서 시간도 없었지만, 진짜 이유는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오후 4-5시가 되어서 일이 마무리 되었다. 마치 미룬 방청소를 끝내는 느낌이랄까. 시원했다. 사실 중간 중간 재원이랑 놀기도 했고, 밥도 먹었다. 하루 종일 이렇게 집에서 일하는 것도 좋았다. 나중에 좀 더 글을 잘 쓰게 될 때 집에서 작업하는 시간을 더 늘리고 싶단 생각도 했으니 말이다. 


7월 18일
퀴즈쇼

최근 내가 읽고 있는 소설이 있다. 바로 김영하 작가의 ‘퀴즈쇼’ 김영하 작가는 익히 들어왔던 소설가다. 팟케스트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으로도 만나고 있고, TED를 비롯한 강연도 재미있게 들었다. 언젠가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막상 잘 읽지 못했던 작가. 그렇담 나는 왜 소설을 잘 읽는 편이 아닐까? 나는 소설을 싫어할까? 아니다. 그건 아니다. 나도 소설을 좋아한다. 재작년과 작년에 읽은 소설들도 좀 있다. 신, 빅픽처, 천개의 빛나는 태양, 또.. 또.. 음 뭐가 있더라. 정말 안 읽는구나. ㅋㅋㅋ 내가 소설을 읽을 때 마인드는 사실상 ‘휴가’다. 나는 좀 쉬고 싶을 때, 뭔가 빠지고 싶을 때 소설을 읽는다. 그리고 그 자체가 힐링이 된다. 예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을 아내님(당시 여친님)께 선물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걸 1년 가까이 보지 않았다. 이유는 이것이다. ‘몰아서 볼 수 있는 때’를 기다리고 싶다는 것. 그런 때가 올까? 사실 그런건 없다. 하지만 바쁜 일정이 끝나고 한 달에 걸쳐서 전권을 몰아서 보는 그 쾌감은 이루말할 수 없이 크다. 나는 그래서 소설 만큼은 신중하게 보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번 ‘퀴즈쇼’는 좀 다르다. ‘그냥’보고 싶었다. 분명 요즘 너무 바쁘긴 한데, 그래도 그냥 아무 이유없이 읽고 싶었다. 그래서 읽었다. 주말 동안 틈틈히, 아내 눈치, 재원이 눈치 보면서 읽어 나갔다. 현실에 반틈, 소설에 반틈 걸쳐져 산 느낌이었다. 좋았다. 


7월 19일
퀴즈쇼 2

"나는 말이야, 아무래도 너랑 가는 길이 다른 것 같아."
“달라? 뭐가 달라?"
“나는 말이야, 아직 철이 덜 들었나봐. 나는 좀, 그러니까 뭐라고 말 해야 하나. 그냥 좀 무의미한 일을 하고 싶어.” 
“무의미한 일?"
“사람들은 대부분 의미 있는 일들을 하잖아. 돈을 벌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근데? 그게 당연한 거 아니야?"
“뭐랄까, 인생에는 그런 것보다 더 높은 차원의 뭔가가 있는 것 같아. 잘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런 세계가 전부는 아니라는 거지. ... 이간이 그런 일간지 경제면 같은 세계에만 매물돼서 산다는 건, 그렇게 살다가 죽는다는 건, 너무 허망한 거 같아."

나는 퀴즈쇼에 나오는 주인공 ‘이민수’를 보면서 나를 떠올렸다. 나도 그랬거든. 나도 20대 중후반은 거의 무의미한 일에 매달린 편이다. 여기서 ‘편’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렇다고 해서 전적으로 몰입했던 것도 아니라. 어쨌든 일반사람들이 보기에 이해가 안 되는 짓을 많이 했던 건 사실이다. 희안한 사람도 많이 만나고, 허송세월을 많이 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그랬던 나 자신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그 당시 나는 분명 ‘타자화’가 잘 되지 않는, 굉장히 주관적인 사람이었다. 이 책에서 그런 성향을 만나니 반가웠다. 20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들고, 지금 내 모습은 무엇이 바뀌었는지,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소설책을 봤다고 해서, 그저 논 것은 아니다. 나름 가장의 역할은 충실히 하려고 애썼다. 토요일엔 타임스퀘어가서 놀고, 코스트코도 다녀왔고, 일요일엔 두레생협 가서 장도 보고, 홈플러스도 갔다. 아내가 대형 마트를 좋아하는 편이라 자주 돌아다녔다. 대청소도 했고, 재원이랑도 신나게 놀았다. 한 권의 소설책과 가족과 함께 한 소소한 일상. 음. 좋은 주말이었다고 자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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