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나에게 2017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책을 아무리 읽어도 ‘사색과 정리’가 부족할 때, 

‘자기화’ 시키지 못할 때, '나만의 의견'을 만들지 않을 때,  

결국 책을 읽었다는 기억 정도만 남게 된다. 


블로그를 돌아 봤다. 포스팅이 좋은 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5년 8월까지 그래도 리뷰를 썼더라. 그 이후론 가끔 글만 썼던 기록이 있다. 

영 아쉽다. 신년 미션을 가동하자. ‘1년 동안 읽은 책 돌아보기’ 


그래야, 새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비워야 채워진다.

밀린 숙제를 한번에 하는 건 정말 싫지만, 이것도 업보다. 
올 한해 읽은 책(68권)을 정리 해보자.  

첫 번째 미션 :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 

1. 베스트 책 선정

2. 한줄 리뷰

3. 간혹, 글귀 남기기 





2016년 1월 

1. 학문의 즐거움_히로나카 헤이스케 

끊임없이 배우고 자신만의 이론을 세우고자 노력하는 이들에게 추천. 


“좋은 조건이 한없이 계속되면 뿌리만 발달하게 되어 버섯을 만들지 못하고 결국 노화해서 죽어 버린다. 놀랍게도 5백년에 걸쳐서 뿌리만 발달하고 고사한 송이버섯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버섯은 어떻게 해야 생기는가? 어떤 시점부터 뿌리의 성장을 방해하는 조건이 주어지면 된다.”

 

2.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_에릭 부스

일상을 예술처럼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 


"이 책의 목적은 매혹적인 것들과 끝없이 교감하는 우리의 타고난 예술적 권리를 되찾는 데 있다. 예술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일상적인 삶의 연속이다. 우리 모두는 예술의 일부분으로서 예술적인 역량을 발휘하며 매일 예술가처럼 살고 있다. …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지 그 결과물이 아름다우면 그것이 곧 예술이다.”

 

3. 이방인_알베르 카뮈 

이방인은 리뷰를 남겼지. 링크는 여기로 :) 


4. 나의 한국현대사_유시민

한국의 근현대사만큼 드라마틱한 역사도 드물다. 요즘 핫 한 유시민이 바라보는 대한민국 

 

5-8. 은하영웅전설 1-4_다나카 요시키

중학교 때 보고, 오랜만에 다시 본 은하영웅전설 시리즈. 오랜만에 양웬리를 만나서 즐거웠던 기억. 





2016년 2월 

9. 일과 창조의 영성_파커 J.파머

2016년 베스트 책 중 1권. 행동과 관조, 자아와 커뮤니티. 지혜를 찾는 이들은 모두 필독. 




"건강한 공동체는 각 개인의 고독과 정체성을 그대로 두는 공동체다. 만일 그 구성원들이 그들 자신의 고독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계속 남의 고독을 침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동체에 가져가는 것은 우리 자신밖에 없으므로 고독 속에서 우리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회복하는 관조의 과정은 결코 이기적이지 않다. 궁극적으로 그것은 우리가 남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10. 친밀함_매튜 켈리

베스트 책 2권. 커뮤니케이션과 관계에 관한 최고의 책. 절판이 최고의 단점.  

링크는 여기로 :)



"당신의 주요한 인간관계는 당신이 가장 나은 자신이 되는 데 도움이 되는가? 

당신은 가장 나은 자신이 될 수 있도록 누군가를 돕고 있는가?"


11. 철학과 굴뚝청소부_이진경

책을 2번 이상 읽는 경우는 드문데, 이건 2번 읽었다. 앞으로도 더 읽을 책. 


12. 행복의 중심, 휴식_울리히 슈나벨

휴식이 필요한 시절에 읽은 소중한 책 :)


"결국 휴식의 기술은 자유 시간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가에 달린 게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휴식이란 밀도 있는 순간을 말한다. 이런 순간은 시간적으로 몇 시간 혹은 며칠까지 확장될 수 있다. 곧 단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을 누리는 것이다.”


13-18. 은하영웅전설 5-10_다나카 요시키

이 책은 마치 전쟁 소설같지만, 사실 정치 소설이다. 민주주의와 전체 군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 





2016년 3월 

19. 일상 예술화 전략_에릭 메이젤

일상을 예술적으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는 두번째 책. 


"눕자마자 지금 하고 있는 창조적 작업에 대해 생각하세요. 가령 희곡이라면 혼잣말을 합니다. “자, 앨리스와 한니발이 재2막에서 뭘 놓고 싸우지?” 머리가 정말 생각을 할 수 있게 두세요. 그러면 머리는 잠자는 시간을 이용해서 필요한 연결 작업을 할 겁니다. 이제 아기처럼 잠드세요. … 일상이 창의적인 사람의 목표 중 하나는 매일 아침 이렇게 생각을 하며 깨어나는 겁니다."


20. 세기의 철학자들은 무엇을 묻고 어떻게 답했는가_박남희

‘철학 아카데이’에서 입문 수업을 들으면서 함께 공부 했던 책. 철학 역사서에 가깝다. 


21. 자기경영노트_피터 드러커

직장 생활을 새롭게 시작하면서, 초심을 간직하고자 읽은 책.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읽어봐야 한다. 


22. 지식경영_하버드 비즈니스 클래식 시리즈

“자연스럽게 지식을 공유하는 조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품고 만난 책


23. 기브앤테이크_애덤 그랜트 

2016년 베스트 책 세번째. 올해는 정말 애덤 그랜트에 흠뻑 빠졌던 해이다. "주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파고든 놀라운 책




“통념에 따르면 커다란 성공을 이룬 사람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능력, 성취동기, 기회다. 성공을 거두려면 재능을 타고나는 것은 물론 열심히 노력해야 하고 기회도 따라 주어야 한다. 그런데 대단히 중요하지만 흔히 간과하는 네 번째 요소가 등장한다. 그것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24. 문명, 그 길을 묻다(세계 지성과의 대화)_안희경

세계 석학들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관점이 개인에서 세계로 확대된다. 


25.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_라즐로 복

입사 초기에, 구글의 HR 시스템을 이해하고자 본 책. 아주 훌륭했다. 지금 다시 한번 읽고 싶다. 

“구글의 인사는 관리가 아니다. 과학이다.” 이 한줄로 요약되는 책. 





2016년 4월 

26. 오리지널스_애덤 그랜트 

2016년 베스트 책. 다행히 리뷰를 남겼다. 

여기에 링크 :) 




27. 청춘의 독서_유시민

좀 가볍게 읽고 싶어서, 선택한 책. 유시민의 다른 책에 비해선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28.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마!_스티브 크룩 

UX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자 읽은 책. 책은 쉽게 설명되어 있지만, 나에겐 아직 어렵다. ㅠㅜ 


29. 유니타스 브랜드 A 휴먼브랜딩

회사에서 발간 된 책이라, 바로 읽었다. 


30. 유쾌한 이노베이션_톰 켈리

이 책은 디자인씽킹과 관련한 책으로, 그 방면에서 유명한 고전이다. 디티를 알고 싶은 분들께 강추!


"우리는 여론 조사를 위해 시장에서 추출한 소비자 집단인 포커스 그룹에 열광하지 않는다. 게다가 전통적인 시장 조사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람들과 직접 만난다. 회사 내의 ‘전문가들’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우리가 만들고 싶어하는 제품 혹은 그 비슷한 것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2016년 5월 

31. 창의성을 지휘하라_에드 캣멀

아주 좋은 책인데, 다른 베스트 책에 아쉽게 밀렸다. 픽사의 조직문화를 쉽게 풀어낸 책. 강추! 

다행히 리뷰가 존재한다. 링크는 여기로 :) 


"픽사에선 세 가지 위협 요소가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첫째는 제작비 상승, 둘째는 픽사에 압박을 가하는 외부 경제 상황, 셋째는 ‘누구든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으므로 모든 직원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는 픽사 조직문화의 핵심 원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너무나 많은 직원이 자체 검열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를 바꿔야 했다." 


32. 지금까지 알고있던 내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_브루스 후드 

뇌를 기반으로 한 심리학 책이다. 읽으면서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는데, 정리를 안 했더니 기억이 없다. 다시 정리하고 싶은 책. 


“위력은 뉴런의 수가 아니라 연결의 양에서 나온다. 삶을 성취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얼마나 많이 갖고 있으냐가 아니라 

그것으로 무엇을 하느냐, 누구를 아느냐에 있다.” 


33. 대통령의 글쓰기_강원국

당시에 그렇게 유명한 책은 아니었는데, 최근 비선 실세 논란으로 엄청나게 많이 팔린 책. 기본적으로 탄탄한 책이다. :) 


"대통령 스피치라이터의 조건은 무엇일까? 거두절미하고 얘기하면, 고스트라이터(Ghost Writer)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수위원회를 거쳐 참여정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노무현 대통령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건 내 연설문이 아니야.” 너무나 치명적인 지적이었다. 스피치라이터에게는 ‘내’가 없다." 


34. 기획이란 무엇인가_길영로  

읽을 당시, 스콜레를 준비하며 알게 된 길영로 대표님의 책. 기획에 대한 책으로 아주 훌륭하다, 아직도 가끔 참고한다.  




일단, 여기까지 정리하자. 

남은 6월부터 12월은 다음 주 포스팅을 통해서 :) 





저자에 대하여

1. 주관적 저자조사
오랜만의 저자조사다. 일단, 개인적으로 느끼는 파울로 코엘료를 적어보기로 한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건 역시나 <연금술사>를 통해서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던 시기 (아마, 내가 군대에 있을 2004년쯤 일 것이다.)에 나도 읽었다. 당시 내가 책을 읽을 때 무슨 생각으로 읽었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저 마구잡이로 읽어 내려가던 시기라 읽은 후 적어놓은 흔한 감상문도 하나 없다. 다만 예의 그 신비로운 분위기는 그때도 꽤 마음에 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름 책이 마음에 들어서였을까. 뒤 이어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그리고 <11분>도 읽었다. 거기까지 였다. 내가 파울로 코엘료 책을 읽은 건. 연금술사보다 공감하기 어려운 그의 나머지 전작들 때문에 나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전역 이후로 그를 다시 찾지 않았다. 그 후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다곤 알고 있었지만 (흐르는 강물처럼, 브리다 등등) 잃어버린 흥미가 다시 동하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내가 그를 다시 만난 건 다름 아닌 작년 이맘때다. 어느 날, 집을 나가려고 하는 순간 서재에서 ‘연금술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약간의 쉼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나는, 근 10년만에 그 책을 다시 펼쳐들었다. 그리고 2-3일 정도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와.. 이런 내용이었구나. 그랬구나. 나는 이 책을 읽은 것이 아니었다. 10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연금술사가 나에게 들어왔던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최근 몇년 동안 조셉 캠벨의 책을 읽어서, 더 재미있에 읽혔을 수도 있고, 내 삶의 변화가 원인일 수도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자연스럽게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내가 진행하던 심톡에서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라는 주제의 워크샵을 만들기도 했다. 산티아고가 걸었던 길을 다시금 다 함께 걸어가 보고 싶었으니까.  

이번 책 <순례자>의 경우, 사실 작년에 연금술사를 읽고 나서 바로 구입했었다. 초기작이라 왠지 더 많은 상징과 은유가 있을 것 같은 기대로 책을 펼쳤다. 그렇게 읽던 것이 작년 11월쯤이었나, 처음에는 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연금술사>처럼 쉽게 빨려 들어가진 않더라. 1/3정도를 읽고 나선, 일단 덮어두었다. 재미있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몰입되었던 것도 아니라서. 올해 초 와우를 시작하면서 순례자를 도서 목록에서 봤다. 내심 좋았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읽어보자고 때를 기다렸다. 그렇게 다시 읽은 순례자는 나에게 여전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리 낯설지도 않았다. 사람마다 공감되는 지점은 다 다르겠지만, 나는 특히 주인공의 마스터, 페트루스가 전하는 내용이 참 좋았다. 마치 고대의 전언 혹은 비전을 전수받는 듯한, 그런 느낌. 20대의 내가 읽었다면 어떻게 읽었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나는 파울로 코엘료를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사유했을지 여기서 발견할 수 있었다.  실제 그의 삶을 보면, 1970년대 히피 운동도 열심히 하고, 연금술을 비롯한 신비주의적인 행보도 많이 걸었는데, 그런 경험이 모두 이 책의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순례자를 읽으며, 그리고 파울로 코엘료를 조사하며 한 가지 느낀 점은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국 그의 시행착오적 삶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특히 순례자 첫 부분에 이런 글귀가 나온다. "오만으로 인해, 그대는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서 검을 찾아야 하네. 버범한 것에 대한 미혹으로 인해, 그대에게 이미 풍성히 주어졌던 것을 되찾기 위해 부단히 투쟁해야 할 것이야.” 어쩌면 20대 중반에서 후반까지, 나도 영적인 것에 심취해서 살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당시 나는 더 특별한 내가 되고자 애썼고, 영적으로 깨어나고 깨달음을 얻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으니. 그 당시 내가 갖고자 했던 검이 바로 ‘깨달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 이후 ‘삶의 지혜로운 조율’ 덕분에 오만했고, 미혹에 빠졌던 나는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서 검을 찾기 위해 부단히 투쟁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그의 삶에 더 많은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긴다. 내 삶의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하듯. 아, 그나마 <흐르는 강물처럼>이란 책에 작가 자신의 일상적 체험과 만남이 기록되어 있다고 하니, 한번 사서 들여다 보고 싶다. 현재 그는 프랑스령 피레네 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살면서, 활쏘기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소설을 구상하기 위한 여행을 끊임없이 다닌다고 하는데, 참 부럽다. 그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부러운 것이 아니다. 그가 자신의 삶을 살고 있음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이 부럽다. 

2. 객관적 저자조사
저자조사는 주로 위키 백과를 많이 참고 했다. 파울로 코엘료는 1947년 8월 24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중산층 기독교 집안 출신으로, 1954년에는 예수회 학교에 입학했다. 어린시절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고등학교때는 시, 연극 경연대회에 참가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가 기술자가 되기를 원했고, 어머니는 그가 작가의 길을 걷는것을 보고 낙담하였다. 부모님과의 마찰은 계속되었고 그의 청소년기는 우울증과 분노의 연속이었다고 하는데, 정신과 치료를 받기위해 세번이나 병원에 입원했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실험적인 연극의 감독과 배우로서 연극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1970년부터 그는 히피 운동에 뛰어들어 활동했으며, 1972년에 음악가 하울 세이샤스를 만나게 되는데 이들은 브라질 록음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파트가 된다고 전해진다. (록 음악 특유의 저항정신에 공감했으리라고 예측된다.) 이후 작고가로 활동하기도 하고, 1974년 군부독재 시절, 체제전복 혐의로 수감되는 고초를 겪는다. 이후 극단에서 극작가 및 연극연출가로 일했고 기자로 전업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소설가에 대한 꿈은 버리지 못했다. 

그 이후 코엘료는 영국의 밀교 신봉자와 교류를 하고 소시에다지 아우테르나치바라고 불리는 철학의 추종자가 되기도 한다. 다양한 영적탐구의 매력에 빠진 그는 동양 종교에 빠져들고 세계여행도 한다. 1982년 그의 첫 번째 책 <지옥의 기록>이 출간되었지만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그리고 1985년에 두 번째 책인 The Practical Manual of Vampirism (직역:흡혈귀의 실용 매뉴얼)이 발간되었다. 문단의 주목과 대중의 흥행 모두 실패했다. 이 책은 낮은 퀄리티로 발간되어 나중에 파울로 코엘료의 말을 빌리자면 " 신화는 재미있지만 책 자체는 형편없다 " 라고 하였다고 한다. 당시 코엘료는 영적 체험이나 신비주의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삶의 전환점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의 조언에 따라 1986년 38세로 음반회사 중역을 그만두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스페인의 성지순례로 유명한 산티아고의 길을 걷는 순례자의 여행을 하게 된다.

그 700마일에 달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기록한 작품이 1987년에 발표된 <순례자>이다. 이듬해인 1988년에는 연금술에 빠져 현자의 돌을 찾아 나섰던 경험을 토대로 집필한 <연금술사>가 출간되면서 18개국에서 40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다. (사실 이 책은 초기엔 아주 천천히 팔렸다고한다.) 많은 비평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중 최고의 작가로 불린다. 특히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삶의 본질적 접근을 신비로운 필체로 담아내는데, 작품으로는 다음과 같다. <브리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악마와 미스프랭>, <11분>, <오 자히르>, <포르토벨로의 마녀>,<승자는 혼자다>, <흐르는 강물처럼>, <알레프> 등이 있다. 그의 저서들은 73개의 언어로 168개국에서 1억 3500만부 이상이 팔렸다. 이로써 파울로 코엘료는 2009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작가’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한편, 1996년 브라질에 비영리단체 '코엘료 인스티튜트'를 설립한 그는 빈민층 어린이 및 노인을 위한 자선사업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 밖에도 유네스코 산하 '영적 집중과 상호문화 교류' (주제도 참 코엘료 답지 않은가) 프로그램의 특별 자문위원을 비롯해, 2007년 국제 연합 평화대사, 2008년 유럽 연합 문화 간 대화의 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코엘료는 현재 프랑스령 피레네의 마을 (대안학교로 유명한 피레네 학교 그 근방인가?)에서 화가인 아내와 함께 살고 있으며, 작품을 집필하지 않을 때는 활쏘기에 매진하며 지내고 있다. 그리고 소설을 구상하기 위한 여행을 끊임없이 다닌다고 전해진다. 주관적으로도 그렇지만 객관적으로도 참 부럽구만. 



가슴에 남는 글

16
"자신을 속이는 그대의 손을 거두게! 성전의 길은 몇몇 선택된 자들의 길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길이네! 그대가 지니고 있다고 믿는 힘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야.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없는 힘이기 때문이지! 그대는 검을 물리쳤어야 했네. 그랬다면 검은 그대에게 전해졌을 것이야. 그대의 순결한 마음에 말일세. 하지만 내가 염려했던 대로. 지고의 순간에 그대는 미끄러져 추락하고 말았네. 탐욕으로 인해. 그대는 또다시 자신의 검을 찾아 길을 떠나야 할 것이야. 오만으로 인해, 그대는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서 검을 찾아야 하네. 버범한 것에 대한 미혹으로 인해, 그대에게 이미 풍성히 주어졌던 것을 되찾기 위해 부단히 투쟁해야 할 것이야.” 
+ 지고의 순간에 미끄러져 내려오는 건, 인간의 보편적 특성 중의 하나가 아닐까. 그 탐욕과 미혹은 인간이 가진 어쩔 수 없는 본성에 가깝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삶이 가르쳐주는 교훈’을 세겨 들으려는 자에겐 몇 번의 기회가 더 찾아온다. 자신의 욕심에 눈이 먼 자들도, 몇 번이고 부딪치면서 깨지면, 시야를 넓힐 수 있게 된다. 나 역시 욕심을 부렸던 적이 있고, 그때 마다 삶은 나를 가르쳤다. 그래. 진짜 변화는 삶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눈이 바뀌는 것이다. 이미 풍성히 주어졌던 것을 되찾는 방법은 바로,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탐욕과 미혹에 가려진 눈을 순수한 열정과 세상을 향한 겸허함으로 뜨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세상 모든 순례자가 배워야 할 경험이 아닐까. 

26
난 좀더 차분해져 있었다. 설사 검을 되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산티아고 순례는 궁극적으로 나 자신을 찾도록 도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설사 인생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삶은 궁극적으로 나 자신을 찾도록 도울 것이라는 것. 나는 그것을 확신한다. 그리고 인생의 목표는 사실 나 자신을 찾는 것, 다른 사람의 자신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 말고는 없지 않을까. 글이 상당히 관념적이라 그런지 나도 계속 이렇게 관념적인 글이 나온다. ㅋㅋ

37
성전에서는, 악마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하나의 영일 뿐이다. 그는 .. 물질적인 것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난 그와 나눈 단 두 마디 말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날 위해 검을 대신 찾으러 가겠다고 말했다. 
+ 악마의 2가지 특징이 참 와닿았다. 첫 번째, 악마는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나는 매 순간 깨어 있어야 한다. 방심하는 내 옆엔 언제나 악마가 서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두 번째, 악마는 나와 거래하고자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이러한 악마의 속성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광고는 간편하고, 신속하고, 나와 거래를 원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채워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사랑은 다이아몬드로, 행복은 아파트로, 자녀 교육은 과외로 대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본질적 가치들은 보이지 않는 영역에 놓여있지만, 악마들이 사는 곳은 바로 ‘눈에 보이는 영역’과 ‘보이지 않는 영역’ 그 사이다. 언제 어디서든 우리를 현혹시키는 것은 악마들의 일이며, 그에 반응하는 것은 우리의 탐욕과 미혹이다. 결국 공동창조다. 얻기 쉬운 것에 넘어가지 말자. 눈에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말자. 빠른 것에 시선을 뺐기지 말자.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 

40-41
인내와 통찰력을 가지고 탐색하는 사람이라면, 삶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 속에서 예외 없이 그 의례들 모두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 페트루스의 말은 옳았다. 진정한 앎이 돈과 시간에 여유가 있어 값비싼 책을 사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허락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신의 부당한 처사일 것이다. 
“지혜로 향하는 진정한 길은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해야 합니다. 첫째, 그 길은 아가페를 포함해야 합니다. 그다음으로는, 살아가면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혜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것이죠. 써보지 못한 검이 녹슬어버리고 마는 것과도 같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누구라도 갈 수 있는 길이어야 합니다. 바로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말이죠.”
+ 지혜로 향하는 길은 3가지 가치를 품고 있다. 사랑, 실용성 그리고 보편성. 참으로 잘 정리된 개념이다. 누구나 갈 수 있어야 하고, 그렇기에 그것은 삶과 붙어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랑. 이것은 좀 더 이야기하고 싶다. 예전 강신주의 강의였나. 이렇게 말했었는데, 꽤 공감되었다.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 철학이 아니라고. 실은, 사랑하면 알게되는 것. 그것이 철학이라고 말했다. 사랑이 먼저다. 지혜는 사랑 뒤에 따라오는 부속품에 가깝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저절로 그것에 대해서 탐구하고, 파헤치고, 서서히 닮아간다. 그러고 보니, 지혜로 도달하는 길은 참으로 열린 길이구나.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누구든, 도달할 수 있는 길이구나. 사랑은 어디에서 있으니. 

51
자신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가고, 구하는 자에게 삶이 관대하게 베풀어주는 수많은 축복을 답례로 받아들이면서 말이죠. ... 주위의 모든 것은, 불안하지만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평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평화는 여전히 계속 자라나고 생성되는 과정 속에 있었다. 세상은 알고 있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나아가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 정체는 없다. 우주는 생명은 언제나 진보하거나 퇴보한다. 내가 멈추면 나는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뒤로 가는 것이다. 언제나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회에 나온게 2009년이다. 이제 7년이 되었다. 사회에 나와서 하나 배운 것이 있다면, ‘버티기’다. 주위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상관없다. 그저 일단 내가 가야할 길에 서서, 버티면 된다. 흔들릴 때면 내 자리로 돌아오면 된다. 그리곤 그저 걸어가면 된다. 친구들이 있으면 함께, 없으면 혼자 걸어가면 된다. 그렇게 버티면 된다. 된다라고 말하긴 아직 짧은 시간이지만, 아직까진 되더라. 앞으로도 지금처럼 버티자. 

54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죠. 특히 부분에 도취되어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망각하는 당신 같은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 이 부분을 읽는데 참 걸리더라. 지금 내가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아서 말이다. 물론, 전체적인 궤도에서 그리 많이 벗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 그것을 지금 하나씩 이뤄가는가? 그 부분에선 잘 모르겠다. 그깟 욕 좀 먹으면 어떤가. 내 목소리를 더 내고, 더 활발하게 활동을 해야 하나. 아니면 일단 조금씩 실력을 기르고 나에게 주어지는 기회들을 충실하게 해 나가야 하나. 세밀한 경로에서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수업을 한지 이제 3년 정도가 되니까, 수업을 준비하고 실천에 옮기는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내 모습에 실망하기도 하고 말이다. 

57
“어떤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 길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목표에 도달하는 최선의 방법을 가르쳐주는 건 언제나 길이기 때문이죠. 길은 언제나 우리가 걸은 만큼 우리를 풍성하게 해줍니다. ... 삶의 목표를 가질 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와 그 길을 어떻게 나아가느냐에 따라, 그 목표는 더 나은 것이 될 수도 있고 더 나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람의 두번째 의례가 매우 중요한 건 그래서입니다. 우리가 매일같이 습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들 속에서, 너무 익숙한 것이라 무관심해진 우리가 알아보지 못했던 신비를 발견하는 훈련이죠."
+ 이 두 번째 훈련은 참 좋더라. 일상에서 잠시 흐름을 멈추고 가만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때가 있는데, 그러면 새로운 정보들을 접하게 된다. 어젠 집에 들어오는 길이었다. 순례자를 읽어서인지, 가끔 여기에 나오는 ‘람’의 훈련을 할 때가 있는데 어제가 그랬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주위를 낯설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들려오는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저 천천히 존재했다. 버스가 올 때까지 잠시 그러고 있었는데, 정말 여행객이 된 느낌을 받았다. 잠시 동안이지만 급속 충전이 된, 그런 기분 좋은 충만감이 내 몸을 감싸고 돌았다. 익숙한 광경를 새롭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전이 되더라. 짧은 여행을 다녀 온 느낌. 

60
점차 차분해져가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또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긴장했을 때는 저항하던 상상력이 호의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있는 작은 마을을 바라보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 상상력은 긴장하거나 바쁠 때 작동하지 않는다. 앞서의 경험도 그렇다.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일상의 흐름을 급히 붙잡지 않을 때 우린 하나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창조해낸다. 그것이 인간이 가진 힘이다. 그 힘이 사라진 이유는, 너무나도 빨라진 바쁜 일상 때문이 아닐까. 신화와 이야기가 사라진 도시. 너무나 안타깝다. 

61
당신이 신의 모습을 보기를 원하는 곳에서, 당신은 신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신을 보기를 원치 않는다 해도 달라질 건 하나도 없습니다. 당신의 뜻이 선한 것이기만 하다면 말이죠.  
+ 나의 뜻은 선한가. 내면의 양심에게 물어보는 것. 내가 생각하는 신은 결국 거기에 있다. 누구라도, 보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보게 되는 것이 신의 얼굴이다. 

77-79
"인간은 결코 꿈꾸기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육체가 음식을 먹어야 사는 것처럼 영혼을 꿈을 먹어야 살 수 있으니까요. 살아가는 동안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실망하고, 충족되지 못한 욕망 때문에 좌절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지요. 하지만 그래도 꿈꾸기를 멈춰서는 안 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의 영혼이 죽어버리고, 아가페가 들어갈 자리가 없게 되니까요. ... 어느 편이 옳고 누가 진실을 쥐고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양편 모두 ‘선한 싸움’을 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꿈들을 죽일 때 나타나는 첫번째 징후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내가 살면서 알게 된 사람들 중 가장 바빠 보였던 사람조차 무엇이든 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 피곤하다고 말하고, .. 하루가 너무 짧다고 끊임없이 불평을 하지요. 그들은 사실 ‘선한 싸움’을 벌일 자신이 없는 겁니다. 꿈들이 죽어가는 두번째 징후는,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확신입니다. 삶이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모험이라는 것을 보려 하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스스로 현명하고 올바르고 정확하다고 여깁니다. 아주 적은 것만 기대하는 삶 속에 안주하면서 말이죠. ... 마지막으로, 그 세번째 징후는 평화입니다. 삶이 안온한 일요일 한낮이 되는 것이지요. ... 젊은 날의 환상은 내려놓고 개인적이고 직업적인 성취를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실상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고 있지요. 우리 자신의 꿈을 위해 싸우기를 포기한 겁니다.” 
+ 꿈을 죽일 때 나타나는 징후들. 내가 그렇게 하고 있진 않은지 반성이 된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떠들고 다니는 건 아니지만, 매번 시간에 조금씩 쫓기는 것도 사실이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들로 내 일상을 채워나가는 것, 그리고 그것에 익숙해지는 것을 경계해야겠다. 두 번째 자기 자신에 대한 지나친 확신, 이것도 중요한 신호다. 요즘 내가 조금 그런 느낌이다. 강의를 한지 3년이 되니, 이제 더 이상 앞에 나가서 떨지는 않는다. 떨지 않는 것은 양면성을 가진다. 새로운 것을 전할 때의 미묘한 흥분과 떨림도 강의 초반보단 확실히 떨어진다걸 의미한다. 이젠 내가 전할 메시지도 어느 정도 비슷하고, 프로그램도 유사한 경우가 더 많다. 나름대로 매번 조금씩 바꿔보려고 노력하지만, 큰 틀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어쩌면 이제 나 스스로 나의 틀을 깨고 나와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지막 징후, 평화. 아직 개인적 성취도 이루지 못한 나이기에 이 징후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평화라는 적은 강력해 보인다. 그렇기에, 나는 그저 걸어가야 한다. 내 꿈을 살아 숨쉬게 하는 것도, 죽이는 것도 결국 나의 양발에 달려있다. 

96
"한 시인이 말했지요. 어떤 사람도 섬이 될 수 없다고. 선한 싸움을 이끌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겐 친구가 필요하지만, 친구가 멀리 있을 때는 고독을 자신의 중요한 무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단호하게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주위의 모든 것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모든 것 속에서 당신이 ‘선한 싸움’을 이끌어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나타나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과 모든 것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는 오만한 전사가 될 것이고, 그 오만함은 결국 우리 자신을 파괴하고 말 것입니다. 너무나 자신만만한 나머지 전쟁터의 합정들을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 친구는 필요하다. 하지만 친구가 멀리 있을 때는 고독을 자신의 무기로 만들면 된다. 그럼 된다. 걱정할 것 없다. 그리고 진리에 도달하는 길은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그 길엔 분명 나를 기다리는 (아직 만나지 못한) 친구와 스승, 그리고 제자들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104
“그리스도는 부정한 여인은 용서했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는 저주했어요. 나 역시 그저 좋은 사람이나 되려고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 지금의 나는 열매를 맺는 것에 별 관심이 없는 무화과나무가 아닐까. 나 역시 그저 좋은 사람이나 되려고 이러고 있는 것은 아닌데 말이지. 때가 되면 열매는 자연스럽게 열리는 것이지만, 그 때를 촉진시키는 것, 튼튼한 뿌리를 갖고 물과 양분을 최대한 빨아 올리는 것은 나의 몫이다. 스스로를 재촉하진 않되, 게으르지도 말자. 일단은 뿌리와 줄기를 튼튼히 만들자. 

122
"종종 우린 선을 보여주려고 하고 삶이 관대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생각이 악마의 것인 양 거부합니다. 아무도 삶에게 많은 걸 바라려고 하지 않아요.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선한 싸움’을 이끌고 싶어하는 사람은 세상을 무궁무진한 보물로 바라봅니다. 누군가 발견해서 차지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보물을 대하듯 하는 거죠.” 
+ ㅎㅎㅎ 삶은 관대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선 한번 정도는 나락으로 떨어져야 하지 않을까. 내가 그렇다고 엄청난 고난과 고통에 빠진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요즘 젊은 사람치고 아주 조금은 고생을 해 본 바에 의하면 그렇더라. 삶이 안전하다는 사실, 그 사실 하나만 확신하는 데에 3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내가 아직 굶어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사실, (심지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는 사실)이 세삼 놀라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나는 삶이 우리에게 관대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사실 오늘 갑작스런 소식을 들었다. 원래 예정되었던 11월 12월 강의가 예산 문제 때문에 취소되었다는 사실 말이다. 예전 같았음 당황하기도 하고, 갑작스런 일정 변경에 속상하기도 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되려 기대된다. 한 쪽 문이 닫혔으니, 이제 다른 쪽 문은 어떻게 열릴까? 하고 말이다. 모든 위기는 곧 기회임을 이젠 진정으로 믿는다. 

123
“당신은 보상을 찾아서 지금 여기 있습니다. 감히 꿈을 꾸며, 그 꿈을 현실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당신의 검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검에 도달하기 전까지 확실하게 알아야 해요.” 
+ 검은 가진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어떠한가. 나는 내가 원하는 수준 혹은 경지에 도달하고 나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진정 관심있는 것은 딱 하나다. 함께 성찰하고, 공부하는 것 그렇게 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거 이제 슬슬 시작해야 겠다.

136
“우리는 자신의 세계관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끊임없이 애쓰지요.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세계관이 진실이라고 확신하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 “하지만 당신 역시 나를 설득하려고 애쓰지 않습니까. 페트루스. 나를 산티아고 순례길로 안내하면서요.” 그는 나를 차갑게 응시했다. “나는 단지 당신에게 람의 의례들을 가르쳐주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삶의 진실이 길 위에 있음을 마음속 깊이 깨닫지 않고는 결코 검에 도달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는 손가락으로 별들이 또렷하게 보이는 하늘을 가리켰다. “은하수는 콤포스텔라까지 이르는 길을 안내해주죠. 어떤 종교도 모든 별을 한데 모을 수는 없습니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우주는 거대한 빈 공간으로 변해버려 그 존재 이유를 잃고 말 겁니다. 각각의 별, 그리고 각각의 인간은 자신만의 공간과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요. 초록색, 노란색, 파란색, 하얀색, 혜성, 유성, 운석, 성운, 고리 모양의 각기 다른 별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위의 문구를 읽는 순간, 요즘 한창 논의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이 떠올랐다. 그래서 위의 문장을 조금 바꿔 보기로 했다. 의미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시대, 다양한 해석을 공존시키는 것이 중요한 이 시대에 어찌 ‘교과서 국정화’라는 주제가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는건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지만, 일단 그래도 내 생각을 쓴다. “역사는 미래까지 이르는 길을 안내해주죠. 어떤 역사가, 역사관, 혹은 어느 국가도 모든 역사를 한데 모을 수는 없습니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과거는 거대한 빈 공간으로 변해버려 그 존재 이유를 잃고 말 겁니다. 각각의 역사가와 역사관, 그리고 해석은 자신만의 시각과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요. 순환적 역사관, 진보적 역사관, 맑스의 유물론적 역사관, 랑케의 실증주의 사관, 콜링우드의 상대주의 역사관, E.H.카의 통합적 역사관 등 각기 다른 사상과 사상가들이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처럼.” 나라가 개판이 되기 전에, 뭐라도 해야겠다.

148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를 말하고 천사의 말까지 한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온갖 신비를 환히 꿰뚫어보고 모든 지식을 가졌더라도, 산을 옮길 만한 완전한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 그에 의하면, 낚시는 인간과 세상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속 노력한다면, 그것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목표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신이 우리를 얼마나 도와 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시간이 걸리는 행위를 해보는게 좋습니다. 선승들은 바위가 자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하지요. 내 경우는 낚시하는 걸 좋아하는 거고요.” 
+ 강태공이 떠오른다! 낚시로 세월을 낚았다는 그도 이런 마음이었겠지. 주역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더라. 주역은 결국 ‘때’에 관한 학문이라고. 나에게 알맞은 때를 미리 알고, 그것에 대비하는 지혜를 기르기 위함이 주역의 진짜 목적이라고. 자신의 때를 알기 위해 세상을 바라보고, 바위가 자라는 소리를 듣고, 낚시대를 던지는 것. 얼마나 충만한 느낌인가? 그에 비해 눈에 핏발이 서도록 자신과 타인을 끊임없이 밀어붙이고 자극하는 지금의 현대 사회는 얼마나 소모적이고 슬픈가. 

154
"아가페는 전적인 사랑입니다. 그 사랑을 경험하는 이를 소멸시키지요. 아가페를 경험했거나 느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사랑 말고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가페는 예수께서 인류를 위해 품었던 사랑이기도 하죠. 그 사랑은 너무 커서 천체를 뒤흔들었고,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았습니다. ...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사랑 앞에서 다른 것들은 그 중요성을 잃습니다. 아가페를 경험한 이들은 오직 사랑에 소멸되기 위해서만 살았습니다."
+ 사랑은 경계를 허문다. 경계가 없어진 자들만이 세계를 뒤흔든다. 그 힘은 결코 두려움으론 도달 할 수 없다. 사랑 앞에선 다른 것들은 그 중요성을 잃어버린다는 말이 오늘따라 참으로 와 닿는다.    

156-158
당신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취할 수 있는 모든 유익한 것은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사랑을 체험했을 때만 그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 당신과 나처럼 람의 의식을 행하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다른 형태로 나타난 아가페를 경험합니다. 열정이 그것이지요. 고대인들에게 열정은 접신했을 때의 무아지경이나 황홀경을 의미했지요. 열정은 하나의 생각이나 대상을 향한 아가페입니다. ... 이런 특별한 힘은 적절한 순간에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주죠. 목표를 이룬 우리는 스스로의 능력에 놀라게 됩니다. ‘선한 싸움’을 이끄는 중에 다른 어떤 것에도 미혹되지 않고 열정에 이끌려 목표에 도달하게 된 덕분이죠. 열정은 대개 우리 삶 초반부에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 시기에 인간은 아직 신적인 것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요. ... 천국이 어린아이들의 것이라고 한 예수의 말씀은, 열정의 형태로 나타나는 아가페를 두고 한 말입니다."

“우리는 존재의 위대함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세속의 일들로 내면의 열정이 빠져나가버리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입니다. ... 열정이 궁극의 승리로 가능케 하는 중요한 힘이라는 걸 알지 못하기에, 그것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리는 걸 그냥 보고만 있는 겁니다. 그렇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놓친다는 것은 깨닫지 못하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자신이 느끼는 권태와 패배를 세상의 탓으로 돌려버리죠."
+ 아가페와 열정.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부분 중에 하나다. 무언가에 순수하게 미친 상태, 그 몰입 경험이 나에게 주는 엄청난 행복이 이런 이유 때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서 말한 바대로, 그렇게 나 자신에게 몰입할 때는 어떤 가치도 그 순간 만큼은 중요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 순수한 열정의 힘이 참으로 값지구나. 란 생각을 한다. 최근에 나는 언제 이러한 경험을 해보았나? 돌이켜 보니, 강의할 때 매번 그런 것은 아니나, 종종 아이들과 깊이 닿아있단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도 아주 몰입도가 높고. 또 정신없이 책을 보면서 ‘아하’하는 순간들, 좋았던 문구를 옮겨적으면서 다시 ‘아하’하는 순간들도 떠오른다. 대화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서 갑자기 글감이 떠오르고, 정신없이 아이폰에 글을 쓸 때의 경험도 좋았다. 지금 돌아보니 그때가 나에겐 ‘열정과 몰입’의 순간이었다.  

178
오늘 당신이 대면해야 될 적은 다른 종류입니다. 당신을 망가뜨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가장 좋은 동반자가 될 수도 있는 가상의 적이죠. 죽음이 바로 그것입니다. 인간은 살아 있는 것들 가운데 다가올 죽음을 자각하는 유일한 종입니다. 그런 이유로, 그리고 오직 그 이유만으로, 나는 인간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느낍니다. ... 그럼에도 나약한 존재인 인간은 가장 확실한 사실인 자신의 죽음을 부인하려고 하죠. 바로 그 죽음이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을 실현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준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말입니다. 
+ 죽음은 삶에서 가장 가치있는 것들은 실현시키도록 돕는다. 나의 ‘진짜 문제’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죽음 앞에서 나는 더 깊어지고, 또한 더 가벼워진다. 2월에 죽음에 대한 와우 숙제를 하면서 참 좋았는데, 벌써 10월이 되니 가물가물하기도 하다. 죽음에 대한 인식은 중간중간 업데이트를 해줘야 할 것 같다. 

185
오늘 아침 내가 심장마비로 죽었더라면 다시 보지 못했을 이 작은 것들이 갑자기 커다란 의미가 되어 내게 다가왔다.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들은 저 하늘의 별들이나 지혜가 아닌, 바로 그들이었다. 
+ 내가 살이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들은 그 동안 책으로 본 수 많은 지식과 정보가 아니다. 친밀함에서도 나왔듯, 나와 눈을 보며 애정을 나눈 가까운 사람들이다. 더 친밀해지는 것이 곧 더 생생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187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두세 명의 여자들에게 구애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 나중에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여러 번 포기한 것도 기억났다. 깊은 회한이 몰려왔다. 산채로 매장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사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던 나 자신에 대한 깊은 후회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충만한 삶을 즐기는 것일진대, 나는 무엇 때문에 거절당할까 두려워하고 하고 싶은 일을 훗날로 미루었던 것일까? 
+ 세상에는 확실한 것이 없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내가 그리고 당신이 죽는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 만큼은 결코 변하지 않을 만고의 진리다. 두려워말자. 지금 아무리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해도, 죽음은 올 것이고, 지금 아무리 삶을 두려워한다고 해도, 나는 삶을 살 것이다. 어차피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이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그저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 양심이 가리키는 일을 차근차근 해 나가자. 

190
몇 분 전 내가 경험한 그 죽음은 나의 친구이자 조언자였다. 나로 하여금 남은 삶의 단 하루라도 비겁하게 살지 않을 것을 결심하게 한. 이제부터 그는 페트루스의 안내와 충고보다 내게 더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훗날로 미루는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 그가 내 손을 잡고 분명히 말해주었다. 다른 세계로 떠나야 할 순간이 왔을 때, 가장 큰 죄악과 함께 가서는 안 된다고. 그것은 후회라는 죄악이었다. 
+ 삶에서 저지를 수 있는 유일한 죄악은 지나온 자신의 삶을 후회하는 것이 아닐까. 

194
세상을 정복했으나 자신 안의 ‘선한 싸움’을 이끌어본 적이 없는 이들을 불쌍하게 여기소서. 또한 ‘선한 싸움’에서 승리했지만 세상을 이기지 못했기에 삶의 갈림길에 머무르는 이들도 생각하소서. ... 펜과 붓과 악기와 도구를 들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 그러나 하찮은 것들 안에 영감을 쏟아넣기 위해 펜과 붓과 악기와 도구를 손에 들고 자신이 다른 이들보다 더 낫다고 믿는 이들을 더욱 불쌍히 여겨주소서. 

신은 신비한 물약 정도로, 인간은 충족되어야 하는 원초적 욕망만을 지닌 존재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을 측은히 여기소서... 하지만 맹신하는 자들, 실험실에서 수은을 금으로 변화시키려 하거나 타로카드의 비밀이나 피라미드의 능력을 이야기하는 책들에 둘러싸여 지내는 이들을 더욱 더 불쌍히 여기소서.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사람 ... 사무실에 자신을 가둬놓고 고독한 권력으로 조용히 고통받는 이들을 불쌍히 굽어보소서. 하지만 언제나 손을 벌린 채 자비를 베푸는 사람, 오직 사랑으로만 악을 이기려고 하는 사람들도 측은히 여기소서. 
+ 이 대목은 정말 그냥 넘어갈 것이 하나도 없었다. 비록 다 옮겨적진 못했지만,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읽었다. 지금까지 와우 수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교훈이라고 할 만한 ‘변증법’을 이렇게 잘 설명한 대목이 없는 것 같다. 참 지혜로운 말이다. 맞다. 자신의 선한 싸움을 이끌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선한 싸움을, 선한 싸움에선 이겼지만 세상을 이기지 못한 사람은 세상을 이겨야 한다. 미리 두려워하는 것, 과소평가하는 것도 죄지만, 오만한 것, 과대평가하는 것도 죄다. 오로지 이기적인 것도 죄지만, 오로지 이타적인 것도 죄다. 무엇이든 치우치면 전체를 보지 못하고, 그건 지혜로운 행동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것이 내포한 ‘양극성’을 두루 판단하고 ‘변증법’의 지혜를 실천하는 것이 삶이란 순례길에 머무는 우리들의 중요한 숙제가 아닐까.  

207
"당신이 지금까지 배운 것 그것을 실제로 적용했을 때만 의미가 있는 겁니다. 잊지 마십시오. 내가 이미 수없이 말했듯, 산티아고 순례길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이라는 것을. 삶을 살아가면서도, 순례를 하는 중에도, 지혜란 우리가 장애를 극복하도록 도와줄 때만 그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두드릴 못이 없다면 망치는 그 존재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못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지요. 망치는 목수의 손에 쥐어져 그 기능을 발휘하도록 사용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 배운 것을 적용했을 때만 의미를 가진다. 백번 넘게 듣는 말이면서도 들을 때마다 끄덕이는 말이다. 고대 원주민들 사회에선 누가 가장 영웅으로 인정되었을까? 어디선가 본 글이었다. 정답은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건 즉, 지혜로운 사람을 뜻하는 것이리라.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다양한 삶의 지혜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노인들이 자연스래 존경되었던 시대이기도 하고. 암튼 배운 것을 적용하는 것에 게으른 나에게 경고한다. 나가서 직접 해봐라. 말만 하지 말고. 

207
“검을 가진 자는 검이 칼집에서 녹슬지 않도록 끊임없이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 
+ 참 아이러니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검을 가진 자는 계속해서 검을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검은 언제나 적을 요구한다. 검에게 있어서 적은 그저 단순한 대상이 아니다. 어쩌면 검의 본질은 바로 ‘적’이 아닐까. 적이 있기 때문에 검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검이 있기 때문에 적이 있는 것이 아닐까. 삶은 대부분 역설로 가득차 있는데, 이 경우도 그렇다. 

211
“알았소? 일단 결심을 하고 나면, 문제는 놀랄 정도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겁니다.” 
+ 2013년 2월, 당시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내린 결정은 결혼이었다. 직장도 없는 상태에서, 일단 올해 말에 결혼은 하기로 했다. 그 결심을 내리고 나서 문제가 놀랄 정도로 해결되었을까? 그건 아니다. 물론 그 정도로 쉽게 결혼하게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나는 결혼했고, 지금까지도 살아가고 있다. 결단에는 놀라운 힘이 있다는 것. 나는 그것에 엄청나게 동의한다. 2011년에도 한번 느낀 적이 있다. ‘비합리적인 선택’이 얼마나 나에게 힘을 주는 지. 논리적으로나 합리적으론 승락해선 안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내가 하겠다고 하면, 내가 온 존재로 결정하고 나면 세상은 그에 맞춰서 새롭게 재배열된다. 그래서 앞선 결론에 우린 다시 도달하게 된다. 세상은 안전하다. 하지만 안전을 갈구하는 자에게 세상은 결코 안전하게 머물러주진 않으리라.

227
그렇다고 해서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고자 하거나,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처럼 새들과 대화하려고 할 필요는 없어요.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한다면, 시장의 야채 장수도 신성한 광휘의 불꽃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 우리 엄마가 가끔 나에게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았어.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어.’ 나는 안다. 우리 집안을 지탱하기 위해 엄마가 품고, 삭혔을 수 많은 인내를. 평생을 우리 집와 나, 그리고 누나를 위해 온 몸을 바치신게 우리 엄마다. 어릴 때는 물론 이런 생각도 못 했지만, 아이를 낳고 세상을 살아나가면서 엄마와 아버지의 대단함을 세삼 다시 느낀다. 지혜로 향하는 길, 그 길은 자신의 삶을 후회없이, 온전하게 살아온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을 기억하자. 

230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먼저 나쁜 결정이 어떤 것인가를 인식하는 겁니다.” 
“당신이 세울 수 있는 최악의 가정은 무엇이겠습니까?"

251 - 253
“적은 우리의 약한 면에 대한 상징입니다."

“그것은 신체적 고통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지만, 승리에 대한 성급한 확신이거나, 전투가 필요 없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포기해버리려는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적은 우리에 대한 승리를 점칠 수 있을 때 비로소 싸움을 시작합니다. 자만심으로 인해 우리 스스로가 무적이라고 확신하게 되는 순간이 바로 그때지요. 싸움을 할 때 우리는 항상 자신의 약한 면만을 방어하려고 하지만, 막상 적이 공격하는 곳은 우리가 방심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가장 믿고 있는 곳 말이죠."

“적은 아가페를 이루는 한 부분입니다. 그는 검을 사용하는 우리의 손과 의지, 그리고 용도를 시험하기 위해 존재하죠. ... 그 의도는 실현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싸움을 피해 도망간다는 것은 최악의 사태인 것이죠. 싸움에서 지는 것보다 더 나쁜 겁니다. 패배를 통해서는 무엇이든지 배울 게 있지만, 도망을 간다면 적의 승리를 선언하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얻을 게 없으니까요.” 

“적이 ‘악’을 의미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적은 늘 존재하는 것입니다. 검이 칼집 속에서 녹슬지 않게 말이죠.” 
+ 적의 공격은 나의 약한 면을 파고들지 않는다. 나의 가장 강한 면을 찌른다. 이 표현이 왜 이렇게 와닿았을까.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다. 내가 강하다고 느끼는 강점일수록, 우린 스스로를 경계하지 않게 된다. 운전을 배운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연수를 담당하던 선생님이 그랬다. 나처럼 차를 처음 모는 초보는 오히려 사고를 잘 내지 않는다고. 오히려 운전에 자신감이 좀 생긴, 경력이 좀 되는 사람일수록 사고 낼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고. 당연하다. 적은 그 부분을 파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내가 완전히 정점에 이르렀을 때, 자만했을 때, 주위가 보이지 않을때, 그때서야 적은 비로소 싸움을 시작할 것이고 나는 패배할 것이다. 잊지 말자. 

254
“삶은 신비로운 산티아고 순례길보다 언제나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지요.” 
“하지만 삶이 가르쳐주는 것을 우리가 그다지 신뢰하지 않을 뿐이죠.” 
+ 삶은 최고의 스승이지만, 그의 제자는 드물다. 눈 밝고 귀 열린 자들만이 그를 오로지 참된 스승으로 삼고 정진한다. 

256
“우리가 침묵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깨어 있을 수 있다면! 하지만 우리는 아직 인간에 불과하고, 자신의 말소리조차 들을 줄 모르는 존재들이지요. ... 소리에는 모든 것이 씌어 있죠. 인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귀 기울여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은 삶이 우리에게 매 순간 아낌없이 주는 조언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현재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만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겁니다.” 
+ 침묵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 현재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 현재에 존재할 수 있는 사람. 순간에 깨어있는 사람. 일상을 금처럼 여기는 사람. 평범한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 자신을 성찰할 줄 알며, 타인을 공감할 줄 아는 사람. 

274
다만 한 가지만 말해주겠습니다. 스스로를 지혜롭다고 믿는 이들은 명령을 해야 할 순간에는 우유부단해지고, 복종해야 할 순간에는 반항적이 되지요. 명령을 내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명령을 따르는 것은 불명예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결코 그렇게 행동하지 마십시오. 
+ 앗, 나도 이 부분에서 걸렸는데 딱 짚어준다. 명령을 해야 할 순간은 분명히 옴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저주저한다. 그리고 복종도 마찬가지. 그건 빼도 박지 못할 나의 어리석음의 단면을 보여준다. 명령을 내리는 것도, 따르는 것도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받아들이자. 

278
당신이 앞으로 마스터가 된다고 해도, 당신이 걷는 길은 신에게로 이끄는 수많은 길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내 아버지 집에는 있을 곳이 많다.’ ... “언젠가는 내게서 메시지를 받게 될 것입니다. 내가 당신을 안내한 것처럼 산티아고 순례길로 누군가를 안내하라는, 그때 비로소 당신은 이 여행의 위대한 비밀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지금 당신에게 말로만 알려주고자 하는 비밀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몸으로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비밀은 바로 이것입니다.” 한참 만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누군가를 가르칠 때 비로소 배울 수 있다는 것. ... 당신을 가르치면서 나는 진정으로 배울 수 있었던 것이지요. 안내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비로소 나 자신의 길을 찾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 따라서 비밀은 단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매일의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도 솔로몬 왕처럼 지혜롭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처럼 강인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이번처럼 특별한 모험에 참여하게 될 경우에만 그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죠.” 
+ 이번 대목도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 중의 하나다. 정말 완벽한 안내자처럼 보였던 그가 이번이 처음이었다는 사실에 나도 놀랐다. 그리고 공감했다 누군가를 가르칠 때 비로소 배울 수 있다는 것. 어쩌면 누군가를 진정으로 가르치고 싶다는 그 순수한 마음이 그를 지혜롭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나역시 그러한 순수한 열정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까지 나는 이 말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내 인생을 걸어서 누군가를 진정으로 가르치고, 그의 길의 안내자가 되어야 겠단 생각을 한 적은 없으니 말이다. 그저 아이들과 수업하는 것은 좋지만, 이 정도 수준은 아니니까. 조건 없이 나의 배움을 나누는 것. 시간이 없다는 핑계, 경제적 여력이 안 되서 어렵다는 핑계는 이제 내려놓고, 조만간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겠다. 마침 시간도 나의 편이 되어 주었으니. 

307
내가 얻어야만 하는 것에 골몰하고 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이 내게 줄 수 있는 최선을 베풀었다. … 내가 세상사를 잊은 채 온 신경을 내 검에 집중할 때마다, 그는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나를 현실로 다시 데려왔다. 그런 일은 순례길을 걷는 내내 되풀이되었다. 
+ 삶은 편법을 허용하지 않으니까. 삶은 선행학습도 용서치 않는다. 경험해야 할 것은 오롯히 경험할 뿐이다. 

310
설령 검을 찾지 못한다한들 내 인생에서 실제로 달라질 게 뭐가 있단 말인가? ... 검은 하나의 결과일 뿐이었다. 그것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보다는 그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했다. 나는 그 검을 실제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야 했다. ... 내 검의 비밀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얻는 모든 성취의 비밀과 마찬가지로,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것이었다. 검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 인가가 바로 그것이었다. 
+ 만약, 나에게 완벽한 지혜와, 충분한 시간, 그리고 넉넉한 돈이 주어진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것을 생각해 보았는가? 얼마 간은 순수하게 공부할 것 같다. 돈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하지만 그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나는 결국 돌아올 것이고, 몇몇 사람들과 함께 배움을 나누고 인생을 나누는 모임을 만들어서 놀 것이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더 모인다면 돈도 충분하겠다, 학교를 만들어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운영은 나의 몫이 아니다. 그건 더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고 나는 여전히 자유롭게 살아갈 것이다. 하루 중 얼마의 시간은 수업을 하고, 얼마의 시간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삶. 그 삶이 내가 살아가고 싶은, 나의 검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그런 목표다.

321
당신께서는 우리 중에 내려와 우리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가르쳐주셨지만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당신께서 권능과 영광이 모든 사람의 것임을 보여주셨지만,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큰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신의 아들인 당신께 등을 돌리고자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능력을 받아들이기가 너무나도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이 신이 될까 두려워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328
나는 검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그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스터는 내게 검을 내밀었고, 나는 그것을 받았다. 
+ 받을 자격이 된 사람은 받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더 받았다고 미안해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덜 받았다고 아쉬워 하지도 않는다. 자격을 갖추는 것만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내가 참 좋아하는 명언 중에서 짐론이 말했던 것이 있다. “사람은 추구할 때 가장 성숙한 모습을 보입니다. 추수 때야말로 수확량이 적어도 투덜거리지 않고 수확량이 많아도 미안해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죠.” 나는 수확을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이 페트루스가 건내는 검을 순순히 받는 그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저 남은 것이라곤 농사를 후회없이 짓는 것일 뿐이다. 그러고 보면, 농부란 직업은 참으로 성스러운, 명예로운 직업이다. 순례자의 삶과 가장 비슷한 삶이 아닐까. 

338
그는 말했다. 우리를 신께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닿게 해주는 것은 열정이지, 수백 수천의 고전을 읽는 것이 아니라고. ‘비밀 의식’이나 ‘심오한 교리를 따르는 입문식’이 아닌, 삶이 기적임을 믿으려는 의지가 기적을 낳는 것이라고. 
+ 지금보다 더 젊은 시절, ‘비밀 의식’이나 ‘심오한 교리를 따르는 입문식’과 같은 것들을 참으로 좋아했었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보려곤 하지 않았고, 나의 시선이 향한 곳은 오로지 저 위였다. 삶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고통이었으므로, 나는 그곳을 피해 영적인 경험과 책으로 도망갔다. 그곳에선 그나마 좀 더 나은 척하는 나의 자아를 맞이할 수 있었기에. 만약, 내가 이 책을 20대 그때 읽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었을까? 아마 예측컨데 그렇진 않았으리라. 그 당시의 나는 아마 이 책에서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장면만 편집해서 읽었을 것이리라. 어쩌면 내가 가진 생각을 더 강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 그래서 인생은 참으로 살아봐야 아는 것 같다. 지금의 나의 인식 또한 미래의 내가 보면 ‘한숨을 푹푹 쉬는.. 떠올리는 게 창피한.. 그 정도의 수준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 삶이 가르치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나 자신을 깨뜨리며 나아간다면 참 좋겠다.



독서 후 성찰 


책을 다 읽었다. 리뷰를 적고 소감을 말하려는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은 것이 맞는가? 앞서 저자조사에서 말한 것과 같이, 나는 분명 연금술사를 10년 전에 읽었지만 사실 읽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눈으로 책에 있는 글자를 읽은 것일 뿐. 내가 그 책을 읽게 된 것은 작년이다. 내 삶이 산티아고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이제 그의 글과 문자들이 나에게 스며 들어오기 시작한것이다. 이 책도 그저 읽는 책이 아니다. 아마 파울로 코엘료의 가장 큰 힘은 ‘새로운 시각’를 구성하는 힘이며, 이 새로운 시각을 사람들에게 장착하는 것이 예술과 문학의 힘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이 책 <순례자> 역시 그 목적에 충실하다. 나는 분명 이 책을 읽었지만, 아직 내 눈이 바뀐 것은 아니다. 나에겐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선 책에서 제시한 몇몇 '람의 의례'를 습관해 해야 할 것이다. 마스터가 되는 길은 오로지 고도의 ‘체계적 숙련’ 이니까. 

이 책의 내용은 영웅의 여정과 비슷한 행보를 따른다. 안전지대를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스승을 만나고, 자신의 적을 만나게 된다. 적과의 대결에서 패배한 주인공은 결국 시련에 빠지고, 훈련을 거듭한다. 결국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손에 있었다는 아주 고전적인 지혜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지혜는 세상에 또 없다.)를 얻고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이 이야기는 아주 보편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좋은 이야기의 특징은 보편적인 이야기를 통해 저마다 각자의 특수한 상황을 대입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은 신비와 기적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에게 이 이야기는 그저 순례길을 걸은 누군가의 것으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삶에 비춰볼 때, 이 책은 가치있다.  

그래서 중요한 대목은 이것이다. 이 평범한 이야기는 나에게 와서 어떻게 특별해졌는가? 한번 살펴보자. 내가 얻은 질문이 3가지가 있다. 첫 번째. "가장 먼저 옳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최악의 결정을 먼저 생각해 보라는 것.” 이 질문은 나에게 지금 상황을 잠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에게 있어 최악의 결정은 무엇일까? 반복되는 것이다. 나는 매해 다르게 살고 싶다. 나에게 있어 최악은 내년이 올해와 같은 것이다. 사실 올해는 나에게 나쁘지 않았다. 재원이를 만났고, 와우를 통해서 성찰도 더 풍부해졌고, 일에서도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넉넉하진 않지만 어렵지도 않게 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최악은 올해가 반복되는 것이다. 나는 매년 달라지고 싶다. 또 하나 더 있다. 나에게 최악의 결정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어떤 목소리도 내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탐색해 나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더라. 놀라운 질문이었다. 

두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비밀은 바로 이것입니다.” 한참 만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누군가를 가르칠 때 비로소 배울 수 있다는 것. 너무나 자명한 이야기라 입이 아플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주는 깊은 인식의 전환이 있었다. 그게 바로 놀라운 이야기의 힘인가 보다.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더 깊이 알게 해주는 것. 그리하여 사실은 몰랐음을 인식시키는 것.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다소 오만한 생각이란 느낌이 들고, 다만 나도 이제 슬슬 이제 공부해나가려는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줘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애초에 올해 초 계획이었다가, 시간의 부족 탓으로 지연된 계획이 있었다. 바로 나다운, 그러면서도 혁신적인 '학습조직'을 만드는 것. 그 일을 슬슬 준비해야 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 이상 미루지 말자. 

마지막 질문이다. "내 검의 비밀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얻는 모든 성취의 비밀과 마찬가지로,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것이었다. 검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 인가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 말을 바꿔보자. 만약, 내 삶이 앞으로 3년 남았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결단하자. 앞으로의 나의 길은 앞으로 3개월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한번 더 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올해까지도 잘 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앞으로 또 하고 싶지는 않다. 새로운 영역으로 나를 확장해야 한다. 그 어느 곳에도 내가 정착할 곳은 없다. 결단하자. 앞서 말했던 학습조직은 더는 늦춰서는 안 되겠다. 이번 겨울에 추진하자. 그리고 남은 3개월 동안 내가 강의했던 모든 자료를 글로 정리해보자. 그리곤 잊어버리자. 좀 더 내가 하고싶은, 다루고 싶은 주제로 나를 옮겨놓자. 지나온 배는 불 태워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배를 탈 자격이 생기기에. 우선 자격을 얻자. 그리고 나의 검을 떳떳하게 받자. 두려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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