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
용마중 마지막 수업

성찰이 늦었다. 며칠 밀렸던 것이다. 사실 지난 시흥 캠프부터 정신이 없었는데, 왜냐하면 강의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속도가 너무나 밀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어려워하는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을 비롯한 몇 가지 잡무들이 있었다. 다른 것도 대부분 약하지만 내가 그런 회계나 숫자엔 더더욱 약하다. 월요일은 용마중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이번 주에 대부분의 수업들이 마무리 된다. 여름 방학때는 조금 다른 스케쥴이 기다리고 말이다.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론 섭섭도 하다. 매번 학기 말에 느끼는 감정은 비슷한 것 같다. 그래도 잘 따라와준 학생들에 대한 고마움이 크고, 또 이렇게 인연이 일단락 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크다. 그나마 요즘은 페북을 통해서 교류를 하는 편이긴 하지만. 수업을 마치고 종각에서 심톡 관련 미팅을 했다. 이번 주 호스트는 이미영 코치님이다. 미팅은 잘 끝났다. 기존 심톡 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날이 될 것 같은 기대가 들었다. ㅋㅋㅋ 


7월 14일
이동 또 이동

사람은 참 이상하다. 낯선 곳에 갈 때, 익숙한 곳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것 같다. 절대 이성적으로 판단이 되지 않는 것이 인간이란 생각도 든다. 오늘 간 곳은 4호선 끝자락, 정왕역 근처 한국산업기술대학교이다. 평소 잘 가지 않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오이도를 가 본적도 없다. 아, 그 근처 월곶포구와 소래포구는 최근에 한번 가 봤다. 그것도 자동차를 갔기 때문에 느낌은 다르다. 이번엔 수업을 하러 갔다. 지난 주 부터 이어진 세계를 담은 스쿨 수업 때문에. 나는 사실 매주 정읍을 간다. 하지만 정읍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2012년부터 꾸준히 다녔던 곳이라 그런지, 익숙하다. 왔다 갔다 8시간이 걸리지만. ㅋㅋ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잘 가지 않는 지역이라 더 멀게 느껴졌다. 왔다 갔다 대략 4시간 정도 소요되더라. 그래도 지난 번엔 정말 멀리 갔다온 느낌이었는데. 한 2번 왔다 가니깐 조금 편해졌다. 수업도 즐거웠고, 학생들도 반가이 맞아주었고. 암튼 나는 역마살이 끼었나보다 일주일 내내 전국을 돌아다닌다. ㅋㅋ


7월 15일
당산서중 마지막 수업 

당산서중 마지막 수업. 발표를 다들 잘 해줬다. 용마중과 당산서중을 하면서 느끼는 점. 중학생들이기 때문에 경험하는 한계와 가능성이 동시에 보인다. 그 친구들의 한계라기 보단 사실상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한계’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활동을 하기에 그 아이들에게 충분한 여유가 없더라는 것이다. 시간적 여유가 아니다. 정신적 여유를 말하는 것이다. 마음이 조급하지 않아야 세상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고, 누군가를 공감할 수 있다. 그래야 문제도 발견되는 법이고, 해결책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중학교는 그런 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그저 즉각즉각 수업 시간에만 문제를 한번씩 생각해보는.. 그런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있었다. 가능성도 있다. 그건 바로 어쨌든 이러한 시도가 공교육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운이 좋게 빨리 시작하게 되었지만, 이런 식으로 공교육 혁신이 일어나는 것에 약간은 기여하고 있단 느낌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이 아이들도 느낀 점을 봐도 그렇고. 암튼 이제 1학기가 마무리 된다. 


7월 16일
꿈을 꼭 찾아야 하나?

칠보 초등학교에서 어떤 아이가 쓴 시를 봤다. 전체적으로 ‘꿈’에 대한 내용이었다.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마지막 문장이 나에게 들어왔다. ‘빨리 꿈을 찾아야 겠다.’라는 문장과 함께 마무리 되었다. 그 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우리 사회는 꿈을 찾으라고 권하는 사회다. 원대한 꿈을 꾸라느니, 비전을 세워보라느니, 심지어는 꿈 너머 꿈을 꾸라는 말도 들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꿈을 꾼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 꿈을 찾는 것이 중요할까?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나는 꿈이 아닌 ‘자신’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꿈을 찾으러 멀리 떠날 것이 아니라, 자신을 찾으러 떠나야 한다. 자신을 찾아야 ‘나의 꿈’을 찾을 수 있기에. 자신을 찾지 못한 사람이 꿈을 꾸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타인의 꿈’을 쫓게 된다. 현대 사회의 각종 욕망과 욕구가 점철된 ‘다른 사람의 꿈’이 진정 나의 꿈이라고 믿은 채로 산다. 백번 양보해서, 그런 삶도 뭐.. 좋다. 본인만 만족한다면. 하지만 진짜 문제는 ‘만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계속 허무하고, 의미를 발견할 수 없다. 그리고 또 다른 꿈으로 그 허망함을 달랜다. 혹은 쾌락의 중독으로. 


7월 17일
집에서 일하기 

오늘 잡일들을 처리한 날이다. 나는 정말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큰 흐름만 보려고 하지 디테일한 쪽으로 가면 영 귀찮다. 그렇게 일이 쌓인게 2주다. 오늘을 그렇게 회피하고 살았는데 드디어 온 것이다. 내가 귀찮아 하는 일들은 주로 이런 것들이다. 견적서 보내기, 부가가치세 신고하기, 세금계산서 보내기, 기획서 쓰기, 공지 올리기 등등. 일 하나 하나는 1시간 정도 걸리는 일이지만, 막상 닥쳤을 때 처리하기 보단 이렇게 몰아서 한번에 처리하는 편이다. 요즘 사실 좀 바빠서 시간도 없었지만, 진짜 이유는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오후 4-5시가 되어서 일이 마무리 되었다. 마치 미룬 방청소를 끝내는 느낌이랄까. 시원했다. 사실 중간 중간 재원이랑 놀기도 했고, 밥도 먹었다. 하루 종일 이렇게 집에서 일하는 것도 좋았다. 나중에 좀 더 글을 잘 쓰게 될 때 집에서 작업하는 시간을 더 늘리고 싶단 생각도 했으니 말이다. 


7월 18일
퀴즈쇼

최근 내가 읽고 있는 소설이 있다. 바로 김영하 작가의 ‘퀴즈쇼’ 김영하 작가는 익히 들어왔던 소설가다. 팟케스트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으로도 만나고 있고, TED를 비롯한 강연도 재미있게 들었다. 언젠가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막상 잘 읽지 못했던 작가. 그렇담 나는 왜 소설을 잘 읽는 편이 아닐까? 나는 소설을 싫어할까? 아니다. 그건 아니다. 나도 소설을 좋아한다. 재작년과 작년에 읽은 소설들도 좀 있다. 신, 빅픽처, 천개의 빛나는 태양, 또.. 또.. 음 뭐가 있더라. 정말 안 읽는구나. ㅋㅋㅋ 내가 소설을 읽을 때 마인드는 사실상 ‘휴가’다. 나는 좀 쉬고 싶을 때, 뭔가 빠지고 싶을 때 소설을 읽는다. 그리고 그 자체가 힐링이 된다. 예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을 아내님(당시 여친님)께 선물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걸 1년 가까이 보지 않았다. 이유는 이것이다. ‘몰아서 볼 수 있는 때’를 기다리고 싶다는 것. 그런 때가 올까? 사실 그런건 없다. 하지만 바쁜 일정이 끝나고 한 달에 걸쳐서 전권을 몰아서 보는 그 쾌감은 이루말할 수 없이 크다. 나는 그래서 소설 만큼은 신중하게 보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번 ‘퀴즈쇼’는 좀 다르다. ‘그냥’보고 싶었다. 분명 요즘 너무 바쁘긴 한데, 그래도 그냥 아무 이유없이 읽고 싶었다. 그래서 읽었다. 주말 동안 틈틈히, 아내 눈치, 재원이 눈치 보면서 읽어 나갔다. 현실에 반틈, 소설에 반틈 걸쳐져 산 느낌이었다. 좋았다. 


7월 19일
퀴즈쇼 2

"나는 말이야, 아무래도 너랑 가는 길이 다른 것 같아."
“달라? 뭐가 달라?"
“나는 말이야, 아직 철이 덜 들었나봐. 나는 좀, 그러니까 뭐라고 말 해야 하나. 그냥 좀 무의미한 일을 하고 싶어.” 
“무의미한 일?"
“사람들은 대부분 의미 있는 일들을 하잖아. 돈을 벌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근데? 그게 당연한 거 아니야?"
“뭐랄까, 인생에는 그런 것보다 더 높은 차원의 뭔가가 있는 것 같아. 잘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런 세계가 전부는 아니라는 거지. ... 이간이 그런 일간지 경제면 같은 세계에만 매물돼서 산다는 건, 그렇게 살다가 죽는다는 건, 너무 허망한 거 같아."

나는 퀴즈쇼에 나오는 주인공 ‘이민수’를 보면서 나를 떠올렸다. 나도 그랬거든. 나도 20대 중후반은 거의 무의미한 일에 매달린 편이다. 여기서 ‘편’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렇다고 해서 전적으로 몰입했던 것도 아니라. 어쨌든 일반사람들이 보기에 이해가 안 되는 짓을 많이 했던 건 사실이다. 희안한 사람도 많이 만나고, 허송세월을 많이 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그랬던 나 자신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그 당시 나는 분명 ‘타자화’가 잘 되지 않는, 굉장히 주관적인 사람이었다. 이 책에서 그런 성향을 만나니 반가웠다. 20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들고, 지금 내 모습은 무엇이 바뀌었는지,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소설책을 봤다고 해서, 그저 논 것은 아니다. 나름 가장의 역할은 충실히 하려고 애썼다. 토요일엔 타임스퀘어가서 놀고, 코스트코도 다녀왔고, 일요일엔 두레생협 가서 장도 보고, 홈플러스도 갔다. 아내가 대형 마트를 좋아하는 편이라 자주 돌아다녔다. 대청소도 했고, 재원이랑도 신나게 놀았다. 한 권의 소설책과 가족과 함께 한 소소한 일상. 음. 좋은 주말이었다고 자평한다. 


5월 18일 
요즘 뭐가 그리 바쁜지. 바쁜 것도 아닌데 바쁘다. 성찰일지가 밀린다. 정말 원치 않던 일인데 그렇게 되었다.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시간낭비하는 일도 없는데.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바쁘게 사는 것도 아니고. 뭔가 어중간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어중간함이 좋다. 그저 2015년 5월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좋다. 월요일에 나는 어깨 때문에 또 병원을 갔다. 다 나은 줄 알았다가 방심했다. 어제 무거운 걸 들다가 어깨를 다쳤다. 지금의 내 근육이 워낙에 상하기 좋게 되어있나보다. 짜증도 났고, 한편 이런 지경까지 돌보지 못했던 어깨에게 많이 미안했다. 그리고 나선 주정미 코치님과 질문에 관한 스터디를 했다. 이번 달 까지는 일단 각자 관심사항을 털어놓기로 해서, 자연스런 흐름에 따라서 대화를 이었다. 워낙 탐구하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다보니, 관심사에 따라 각자의 관점을 털어놓으며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요즘 이런 류의 대화가 작년보다 좀 더 많아졌는데, 대화 자체도 즐겁고, 대화 이후에도 많이 배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다. 그리곤 용마중 ‘나도 영체인지메이커’ 수업이 있었다. 세은쌤과 함께 한 수업이었는데, 지난 번에 비해서 더 좋아졌다. 아이들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미션 수행을 해오지 못한 상황에서 즉흥적이지만 꽤 잘 이끌었다고 자평한다. 나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으리라. 함께 하는 이유를 알아가고 있다. 저녁엔 불광으로 향했다. 서울 크리에이터 수업을 들으러. 치료하고, 이야기하고, 강의하고, 강의듣고 집으로 간다. 

5월 19일
토론 수업이 있는 화요일. 예전엔 그런 패턴들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많이 접하다 보니 패턴이 보인다. 한 가지 재미있는 부류가 있다. 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종종 보인다. 그런 아이들일 수록 발표도 잘 한다. 어떤 아이는 자꾸 나에게 자신이 적은 걸 보여준다. 어필하고 인정받고 싶은 게다. 장점은 적극적이다는 것. 단점도 적극적이다는 것이다. 적극적이어서 다른 친구들의 기회를 뺐는다. 그리고 승부욕도 다소 높다. 다른 친구들의 의견에 잘 호응하지 않는 경우도 봤다. 물론 나에겐 다들 이쁘다. 하지만 지나치게 내 눈치를 보는 아이들은 매력이 떨어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내 눈치 보지 않고 떳떳하게 자기 주장하는 아이들에게 더 눈길을 준다. 오후에 PXD에 갔다가 저녁에 오랜만에 여름이와 송비를 만났다. 2년에 걸쳐서 동화책을 만들고 있는 친구들. ㅋㅋㅋ. 헌데 앞서 오전과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여름이가 최근에 만난 남자 이야기다. 3번을 만났다고 한다. 헌데 왠지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왜 그런가 봤더니, 너무 자기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저 사람이 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걸 본인이 느껴버릴 때, 그는 더 이상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앞서 아이들의 경우도 그런 걸지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서로를 필요로 한다. 아마 그 남자도 여름이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 것이다. 그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 하지만 이것 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만큼 자신의 공간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우리에겐 그 사람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노력이 더불이 요구된다. 덧붙이자면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도. 자신의 공간이 없는 사람들은 타인의 공간에 의지하거나, 그게 안 되면 빼앗으려 한다. 자나치게 좋아하다가 그가 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뭔가 섭섭하면 완전히 돌아서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우린 다른 사람이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없다. 우린 오로지 우리가 될 수 있을 뿐이다. 그것 깨닫지 못하면 관계는 언제나 고통이고, 그걸 깨달으면 그 곳이 행복이다. 

5월 20일
지난 번에 이어, 연남동에서 모인 인디언 계모임. 5월 들어선 정말 많이 본다. 3번을 만났다. 이번 5월의 가장 인상깊은 공간을 하나 꼽으라면 연남동이 될 것이다. 내가 처음 연남동에 온게 5월 2일인데, 이번 달은 정말 연남동에 흠뻑 빠졌다. 나뿐만이 아니다. 다들 그런 것 같다. 무엇이 나를 이리로 이끌게 한 것일까. 연지원 선생님의 철학에 공감하는 것이 가장 클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많이 한 것이기도 하고. 내가 지향하는 것이 바로 이런 고유함에 있다. 생태계를 위해선 그것이 최선이다. 복제될 수 없는 수 많은 고유성들이 서로 간에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 어느 하나가 무너져도 다른 하나가 다시 언제든 생성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 그런 것을 온몸으로 배우는 5월이다. 오후엔 당산서중에 수업을 갔다. 이번 수업도 용마중 처럼 지난 번 보다 나아졌다. 아마 지난 번 수업이 나에겐 최악이었나 보다. ㅎㅎㅎ 수업을 잘 마치고 아내와 집에 왔다. 재원이 목욕을 시켰다. 헌데 이건 왠일. 욕조를 나르다가 느낌이 이상했다. 허리가 이상하다. 아프다. 투비컨티뉴드.

5월 21일
허리가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 태어나서 허리가 아파 본 경험은 거의 없는데 이상하게 아프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읍에 갈 때까진 괜찮았다. 역시 잠을 자고 났더니 괜찮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차에게 앉아 가는 동안 허리가 눌려서 그런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정읍에 내리자마자 허리가 많이 아팠다. 돌아오는 지금 생각하면 가까운 한의원이라고 갈껄. 오전엔 그런 생각도 못했다. 학교에 갈 때도 고생해서 갔다. 헌데 문제는 더 아파지는 것이다. 수업 시간 내내 나는 앉아있었다. 가끔 일어날 때마다 너무 아팠다. 원래 저녁에 돌아오면서 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하나도 하지 못했다. 책을 좀 보다가, 꾸벅 꾸벅 졸다가, 노래만 들었다. 그러다가 성찰일지를 쓴다. 몸이 아프니 섬세한 활동이 어렵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가야한다. 참 미련하다. 나는. 

5월 22일
금요일. 전날 허리가 아파서, 결국 아침에 병원을 갔다. 오후엔 뭐했더라. 다음 날 수업 준비한 거 이외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면, 몸이 안 좋으면 다른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다시금 세삼 느낀다. 참 미련하도다. 나는. 

5월 23일
5월 심톡있는 날! 이번에는 지난 번에 몇번에 걸쳐 진행된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를 다시 진행했다. 지난 번에 오후 4시간 정도에 걸쳐서 했는데, 충분히 다뤄진다는 느낌이 적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11시부터 6시까지 7시간 동안 해 보면 어떨까? 해서 개최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은 바로 황금연휴의 첫날이었다는 것. 그리고 결혼식도 많고, 날씨도 좋고, 암튼 워크샵을 열기에는 참 좋지 못한 시기였다는 것이다. 나에겐 이번 시간 말고는 별로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그랬는데 ㅠ 그래서 오기로 한 분들도 잘 오지 못하고, 심톡 역사상 최소 인원 5명과 함께 워크샵을 했다. 사실상 게스트는 2명이었던 셈. 나의 과욕이 불러온 참사다. 다음에는 좀 더 사람들의 스케쥴을 고려해야겠단 생각도 들면서, 그래도 일단 내가 시간 날 때 열어야지 라는 생각도 했다. 솔직히 나는 그런 인간이다. 워크샵은 적은 인원에 맞게 진행되었는데, 정말 시간가는지 모르게 진행되었다. 특히 오후부터 진행된 ‘6개의 인물 원형’과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에선 시간이 또 모자라게 느껴졌다. 하루 종일 했음에도 모자라다면, 이건 뭘까. 다음에는 어떻게 시간을 만들어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된다. 그리고 이번에 3번째 하는데, 다음에는 몇 가지 보완해야 할 것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기대기대. 
 
5월 24일

아내가 고대하던 일요일. 오전부터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한강으로 나갔다. 지난 번에 구입한 텐트를 치고, 안에서 도시락도 까먹고, 놀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매번 밖에만 나가면 조용히 잠을 잘 자주던 우리 재원이가 이날은 엄청 자주 울었다. 말은 못해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추측컨대 아마 다소 더웠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잠을 잘 못 잤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짜증이 많이 났을 것이다. 평소에 낮에 3-4시간을 자는 재원이가 오늘은 별로 자지 못했다. 날씨가 너무 덥다보니, 우리도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리고 재원이가 계속 우는 바람에 제대로 쉬지도 못할 것 같았고. 결국 장모님 댁으로 갔다. 가서도 재원이는 많이 보챘다. 나는 허리가 아프단 핑계로 푹 잠들었지만. 저녁에는 어머님이 해주신 닭도리탕을 먹고, 놀다가 집에 들어왔다. 아가랑 함께 할 땐 아무리 쉬워보이는 일도 생각처럼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하루였다.  


5월 11일
월요일. 그 동안 날씨도 좋고 연휴란 느낌이 있어서인지, 오랜만에 일하는 기분이다. 오늘은 오전에 더배움연구소 주정미 코치님과 미팅이 있었다. 앞으로 질문과 관련해서 개념도 정리해보고,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고, 나아가 책도 내보고 싶다는 전체 계획을 들었다. 관심사는 비슷하지만, 그 관심사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각은 꽤 다른 편이라 즐거울 것 같았다. 어차피 월요일 오후에는 수업이 있기 때문에 오전에 미리 만나서 한번 대화해보기로 했다. 나로선 다양한 형태로 공부해보고, 결과를 만들어보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것이 나로서 시작되든,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끌어지든 말이다. 오후에는 용마중 수업이었다. 이번 주 5달러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날이다. 끝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데, 많은 의문이 드는 수업이었다. 우선, 나로선 학생들이 스스로 해내길 원하고, 어렵게 미션을 줘도 그걸 잘 조율해나가면서 성장했음 하는 바램이 있다. 하지만 그걸 중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또한 든다. 세은쌤 피드백도 일리가 있었다. 중학생들은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나아가야 한다는 말.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혼란을 유도하고, 스스로 그것을 극복하느 과정도 지켜보고 싶었다. 뭐가 정답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해답은 나와있다. 나로선 좀 더 친절하게 해야 하고, 아마 세은쌤은 좀 더 덜 친절하게 관여해야 한다는 것.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되, 그 강점이 지나쳐서 교육 효과에 피해를 줘선 안 된다는 것. 나는 더 꼼꼼하고 친절해야 하고, 아마 세은쌤은 덜 꼼꼼하고 덜 친절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학생들은 더 균형잡힌 배움의 기회와 자립의 기회를 얻을 테니 말이다. 저녁에 디자인씽킹 교사 연구회 렛츠 디에서의 미팅도 즐거웠다. 아쉬움, 질문 그리고 성찰이 있는 하루였다. 

5월 12일 
비가 그친 화요일이다. 어제는 비가 왔는데 오늘 아침엔 그쳐 있었다. 비가 그친 날 아침의 공기는 참 좋다. 날씨가 꽤 쌀쌀해졌다. 오늘 오전엔 토론 수업이 있었다. 즐거웠다. 하지만 그것과는 반대로 막상 4시간 정도 수업을 하고 나면 생각보다 기가 빨린다. 수업이 끝나면 당분간은 아무 말도 하기 싫은 상태를 맞이한다. 나는 이걸 기가 빨렸기 때문에 그렇다 라고 스스로 평가하고. 그렇게 말하기 좋아하는 내가 말하지 않게 되는 경우는 별로 없기에. 오늘 토론 수업 중에 몇몇은 나에게 스승의 날이라고 편지도 써줬다.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 나는 몇번 수업하지도 않는데 잊지 않고 챙겨주다니. ㅠㅜ 수업을 마치고는 지난 주 pxd에서 프로토타이핑 한 결과를 테스트하기 위해 서강초등학교로 갔다. 초등학생들 1명 그리고 2명을 대상으로 지난 주에 만든 도구를 실험했다. 혼자 하는 친구는 깊이 생각할 수 있지만 다양한 생각들은 조금 떨어졌다. 그리고 함께 하는 친구들은 깊이 생각할 여유는 없었지만 꽤 다양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에 맞춰서 관찰했고, 간단히 인터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테스트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결과물도 꽤 의미있게 나오고 있어서 좋았다. 이번 달 안으로는 왠지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에는 심톡 준비 때문에 다시 종각으로 왔다. 종각에서 저녁이 미팅하고 집에 가면 벌써 화요일이 지나간다. 시간은 참 빠른데, 나는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잊지 말자. 

5월 13일.
오늘은 학습조직에 대한 학습조직, 인디언 계모임(가제)이 있는 날이다. 어찌보면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지만, 나에게 있어선 계속 관심있던 주제라 만남 자체가 좋았다. 홍대입구역 쪽 연남동에서 모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우리 집에서 가까워서 걸어갈 수 있기도 했고, 또 로컬에 대한 공부 장소로서도 적합하기 때문. 지난 번에 와우 로컬투어를 다녀와서 어느 정도 안내해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연남동은 참 이쁘다. 만나서 밥을 먹곤 주욱 카페에서 미팅을 했다. 근황도 나누고. 쨌든 다들 교육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멤버들이라 관심사나 고민거리가 비슷비슷했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서 경청하고 해결해 나가는 분위기가 좋았다. 아이디어도 중간 중간 표현하고. 허긴 그러고 보니 이 모임에서 가장 연장자는 나다. 심마니에서도 오랫 동안 내가 가장 연장자고. 나 별로 그런거 안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그렇게 되었다. 물론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슬프다. 내 나이가 벌써 서른 셋이라니. 예전에 서른 셋을 보면 진짜 아저씨라고 느껴졌는데 내가 벌써 그 나이라니. 늙기 싫다. ㅎㅎㅎ 그렇게 카페에서 한참을 대화를 나누고, 각자 헤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지는 모르지만, 나는 스스로를 한량이라고 생각한다. 이리 저리 강의나 하러 다니고, 책이나 읽고, 사람들 만나고. 그것 말고 하는 일이 없으니까. 오늘의 동선이나 일정만 봐도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꿈도 못 꿀 일정이 아닌가. 아직 더 게을러지지 못하고, 더 여유부리지 못 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한량. 그러면서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한량. 나도 참 이중적인 모습이다. ㅎㅎㅎ 미팅이 끝나고 나는 남아서 5월 원데이 심톡 공지를 했다. 자주, 그리고 꼭 하고 싶은 워크샵이지만 시간의 한계 때문에 거의 열지 못하는 수업이다. 개인적으로 진행할 때 가장 즐거운 경험이 되기도 하고. 이 워크샵이 사람들이 각자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아내와 저녁 시간을 함께 보냈다. 낼 정읍 가는 날이라 일찍 잤다. 

5월 14일 - 책 리뷰
어제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김정운 교수가 쓴 <남자의 물건>이란 책을 봤다. 요즘 스파노자 ‘에티카’랑 피터 센게 '제5경영' 같은 무거운 책만 보다 보니, 다소 가벼운 책을 읽고 싶어서 즉흥적으로 집어들었고, 빨리 읽었다. 1부와 2부가 나뉘어 있는 책인데, 솔직히 1부는 별로 임팩트는 없었다. 이미 ‘노는 만큼 성공한다’와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비롯한 책과 다양한 강연에서 전하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김정운 교수를 처음 접한 사람들에겐 재미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2부 남자들과의 인터뷰는 꽤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다. 이어령의 책상, 안성기의 스케치북, 문재인의 바둑판 등 한명 한명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물건에 대한 애착도 느껴보는 경험은 꽤나 즐거웠다. 나에게도 물어보았다. 내가 애착을 가진 물건은 무엇인지. 하나를 꼽을 순 없었다. 3개를 추려 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책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아니었다. 그건 바로 책상이었다. 우리 집엔 꽤 큰 책상 하나가 있다. 결혼 할 때 아내가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 뭐냐고 물었다. 보통 남자들은 축구를 보거나 게임을 하기 위해 TV를 큰걸 원한다고 하는데 나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TV는 필요없다고 말했고, 되려 크기는 내가 더 나서서 줄였다. 그 대신 나는 직접 공방에서 제작한 책상을 사달라고 했다. 그게 내가 원한 조건이었다. 기성 가구점에선 내가 원하는 사이즈는 살 수 없었다. 그렇게 얻게 된 우리 집 책상은 정말 크다. 한 6명이 함께 공부할 수 있을 정도다. 일상이 바쁘다 보니 나도 생각보다 그 책상 앞에 앉아있을 시간은 적다. 하지만 볼 때마다 기분이 탁 좋아진다. 아내 입장에선 방을 좁게 만드는 그 책상이밉상이겠지만  :) 두 번째로 수첩이다. 나는 10년전 부터 쓰던 수첩을 아직도 모아둔다. 2-3년 전부턴 그 역할을 에버노트가 거의 대신하기에 수첩에 끄적거리는 양은 확연히 줄었다. 하지만 그 애착은 아직 줄지 않았다. 재작년 이탈리아 놀러 갔을 때, 내가 가장 기뻤던 순간 중의 하나는 피렌체 가죽 공방에서 작고 이쁜 수첩 하나 샀을 때다. 다소 여성스런 취향이라는 거 나도 안다. 하지만 좋을 걸 어째. 마지막으론 역시 책이다. 나는 책을 사는 것에는 대범하다. 하지만 책을 나누어 주는 것에는 인색하다. 이 인색함이 나이가 들 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마 올해 안에 책을 대거 나누어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아직은 역시 주저주저한다. 내가 산 책에 대한 애착은 어지간한 편이다. 책을 하나 사서 좋은 문장에 줄을 치고, 가끔 들여다 보는 것. 그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 그게 나다. 한 권의 책 <남자의 물건>을 통해 내가 어디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성찰해 봤으니, 이번 책도 읽은 값은 잘 치른 것 같다. 내가 가진 욕망을 잘 들여다보고, 솔직해 지는 것. 그리고 표현하는 것. 그것은 한번에 되는 것이 아니다. 연습이 필요하다. 디테일이 필요하다.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에. 자기 자신을 발견해야 더 자연스럽게, 더 나답게 살 수 있기에. 이런 작업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나를 아는 것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5월 14일 - 수업 리뷰
오늘은 수업 리뷰로 바로 들어가자. 할 말이 많다. 3학년 수업. 내가 원하는 형태로 진행은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효율적이진 못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삶과 교육의 흐름이 일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관심사를 잘 관찰하고 있다가, 그것이 갈등의 소제가 되거나 다룰 수 있게 되었을 때 즉각적으로 수업에 반영하는 것. 그리하여 수업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고 삶이 더 나아지는 것.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삶의 기술들 (협동, 배려, 공감, 지식 등)을 배워가는 것. 그게 내가 원하는 이상적 수업 모습이다. 준비한 것만 진행하는 모습은 별로다. 3학년들에게 하나의 문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은서’다. 은서는 다른 친구과 조금 다르다. 인지적으로 아주 떨어지는 것은 아닌데, 어쨌든 수업에 집중하진 못한다. 그리고 본인이 좋아하는 활동은 엄청나게 집착하지만 나머지는 아예 하려하지 않는다. 선생님들에게 달라 붙어서 징징대는 경우도 많고. 아이들이 계속 받아주기에 어려웠나 보다. 오늘도 아이들은 역정을 내면서 은서에게 화를 넀다. 은서는 결국 교실을 나갔고, 나는 토의를 시작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다보니 왜 화내는 지는 알것 같았다. 듣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결론이 쉽게 나진 않았다. 은서에게도 다짐을 받긴 했지만, 그것이 효과적일지는 모르겠다. 난이도 중의 수업이었다. 4학년 수업.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한번도 내 의도대로 완벽히 진행해 본 적이 없는 극강의 4학년들. 오늘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줬다. 조편성을 다시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이들은 또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 사이에 몇몇은 서로 다투다가 울고 말았다. 너무나 예측하지 못하는 타이밍에 눈물들이 나와서 놀랄 때가 많다. 감정에 예민한 민성이, 과격한 철원이, 흐물거리는 성재, 까부는 이안, 한 고집하는 설희와 무교. ㅎㅎㅎ 이 어벤져스급 4학년들은 나에게 큰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그나마 희망을 찾는 다면 처음보단 쬐끄음 나아지고 있다는 것? 그래도 내 말을 듣긴 한다는 것? 정도다. 다음 주에 조편성 마무리 지을 예정. 5-6학년. 이들은 철이 들었다. 말이 통한다. 그래서 제대로 진도를 나갈 수 있다. 거의 유일하게. ㅎㅎ 지난 주 까진 관계를 중심으로 다뤘다면 이제부턴 창의성, 상상력을 다루고자 했다. 준비한 수업 내용에 한 가지는 즉흥적으로 했다. 그 질문은 바로 ‘어떻게 해야 우린 가장 창의적이 되는가?’라는 것. 스스로 의견을 내고 종합해서 발표하게 했는데, 꽤 훌륭한 발표였다. 요녀석들 덕분에 그래도 밥값은 했음을 위안을 삼으며 서울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음에 참 좋다. 

5월 15일
오늘은 스승의 날. 나중에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을까. 언제나 반성이 되는 날이다. 오늘은 와우 스토리 연구소를 이끌어가시는 연지원 선생님께 감사함을 전했다. 그리고 이번 주 독서축제인 <강점에 집중하라>를 옮겨적고, 생각들을 적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요즘 들어 이런 저런 생각을 적는 기회가 많다. 성찰일지도 꾸준히 쓰다보니 좋고, 매주 목요일마다 하나의 글을 쓰고 싶은 마음도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다. 그렇게 단절적인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그래도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매월 2권의 책을 읽고 쓰는 독서축제를 하면서도 글을 많이 쓰게 되고. 글을 어느 정도 쓰다 보니 이제 고민은 자연스럽게 퀄리티로 향하게 된다. 그런 걱정도 한다. 너무 양에 치우친 글을 쓰는 건 아닐까? 이젠 질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자연스런 고민이리라. 양질변환의 법칙이 있는데, 나는 글쓰기에서도 그 법칙이 적용되리라 믿는다. 일단 쓰고, 쓰자. 창조적 자아가 활동하게 하자. 그래야 나중에 비판적 자아가 할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5월 16일
오늘은 오전에 재원이 50일 앨범은 가지러 갔다. 50일 앨범을 펼쳐보는데 얼마나 웃기던지. 볼살이 아주 두툼한 것이 아기 불독같은 느낌. 내 아들이라 그런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너무 귀여웠다. ㅋㅋ 토욜 오후엔 삼성크리에이티브멤버십 수업이 있다. 벌써 6번째 수업. 그 전에 잠깐 시간을 내서 어제 하던 <독서축제>를 마무리했다. 시간을 꽤 쓰는 작업이지만, 그래도 하고 나면 기쁨이 크다. 다행히 잘 마무리하고, 오후에 멘토링을 진행했다. 이번 주 주제는 <나의 빛나는 순간>이다. 한 멘토님이 자신의 지인들에게 <당신의 빛나는 순간은 언제였나요?>라는 질문을 던져서 그 사진들을 모아왔다. 브라질에 3년 정도 체류하셨을 때 만든 인맥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 인맥에 일단 놀랐고, 두 번째 놀란건 ‘공통성’이었다. 각자 사진은 달랐지만, 그 사진들이 함의하는 가치는 다들 비슷했다. 빛나는 순간이란 무엇일까. 그 사진들은 가족, 관계, 성취, 꿈, 몰입, 휴식 등 다양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특히 인상깊은 사진이 있었다. 생태지향적 건축가가 자신의 집을 지었다. 헌데 그 집 안에 바닷물이 흘러서 다시 바다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흐름이 있고, 다이빙할 수 있는 풀이 있었다. 그 풀에서 자신의 아들이 다이빙하려는 직전의 모습. 그 사진이 나에게 큰 공감을 선사했다. 2가지 만족이 있었다. ‘내 생각을 반영한 결과물’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결과물로 행복감을 누리는 것’ 정말 어마어마한 만족이 아닐까. 나도 그런 유산을 남기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만든 결과물로 더 기뻐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걸로 인생은 끝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시간이어야 하는데, 되려 나에게 꽤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좋았다. 

5월 17일

일요일. 매주 일요일은 집안일과의 전쟁이다. 아니 전쟁이 아니지, 전쟁을 피하기 위한 필연적 부산함이라고 할까. 어쨌든 일요일은 바쁘다. 일요일 오전이 충분히 바빠야 나머지 주말 및 한주가 편안하다. 그래서 오늘도 역시 청소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전이 다 지나갔다. 주말에는 재원이와 함께 노는 시간이 많다. 많이 보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물론 아내에겐 성이 차지 않겠지만. 이번 주 일요일 오후에는 합정역으로 놀러갔다. 밥을 먹고, 메세나 폴리스를 조금 구경하다가 집으로 왔다. 사람들이 많더라. 특히 우리 또래들 (아기를 대리고 다니는 젊은 부부들)이 많아서, 우리가 참 베이비붐 세대구나! 라는 세삼 놀라울 것도 없는 인식을 다시금 했다. 장모집 집에 가선 복면가왕을 봤다. K팝 스타 이후에 보는 TV프로그램이 하나도 없었는데, 유일하게 다시 보게 된 프로그램이다. 얼굴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이리도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라니.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존 롤스의 ‘무지의 장막’을 떠올렸다. 무지의 장막이란 이런 것이다. 개인이 원초적 입장에 서서 자신의 개인적 특성이나 사회적 지위 등을 모른다고 가정하는 것. 뭐 굳이 연결하자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무지의 장막 뒤에서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분별하는 것. 나는 기회의 균등에 있어서 이 사유실험은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저런 생각을 이리저리 굴려보았던 시간이다. 


5월 4일
오늘 오전은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공짜라서 받긴 했는데, 매번 받을 때 마다 대충 해준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까지 별 이상은 없었기도 했고. 그리고 나선 홍대에서 정선이, 해리를 만났다. 맨날 평일 저녁에 급하게 보고 미팅하고 헤어졌는데, 오랜만에 조금 여유있게 본 느낌이었다. 카페에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서로의 고민도 주고 받고. 심마니스쿨이란 이름으로 활동은 같이 하지만, 아직 회사란 느낌 보단 커뮤니티에 가깝다. 하지만 온전함을 기반으로 한 진짜 커뮤니티는 분명 회사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리라 나는 믿는다. 오늘 이야기하면서 슬라보예 지젝이 언급한 유사 행동과 행동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한번 글로 정리하고 싶단 생각도 많이 한다. 마지막으로 미팅을 끝나곤, 공간민들레로 가서 오랜만에 필립쌤 만나서 이런 저런 근황도 주고 받았고, 이후엔 집으로 돌아서 재원이를 돌보았다. 요즘 들어서 재원이가 낮에 잠을 안 자고 계속 칭얼 거린다. 100일의 기적이 아니라 100일의 기절이 온 건지는 아닌지 걱정이다. 그나마 내가 있을 때는 괜찮은데, 혼자 있을 땐 거의 맨붕일듯. 육아는 참 쉽지 않다. 

5월 5일
오늘은 어린이날! 재원이가 처음으로 맞이하는 어린이날이다. 아직은 그것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오늘은 아내 친구들과 함께 난지도 캠핑장에 가기로 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아기와 함께하는 외출은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겨우 짐을 챙겨서 길을 나섰다. 걸어서 가기로 했는데, 왼쪽으로 보이는 반짝이는 한강도 좋았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노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한참을 걸어가서, 도착했는데 정말 사람이 많았다. 어마어마한 군중을 뚫고 겨우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지나서 다들 모였고, 고기를 구워먹었다. 엄청나게 맛있었다. 다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고. 더 놀고 싶었지만, 재원이를 데리고 오래 있을 수 없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완전 뻗어버린, 재원이와 처음으로 함께한, 그런 어린이날이었다.  

5월 6일
요즘 매일 아침에는 스트레칭을 한다. 의사 선생님도 매번 말한다. 치료 받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침에 체조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이라고. 나는 매번 규칙적인 셋트를 진행하진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나름의 동선을 만들어서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한다. 15분 가량 몸을 풀고 하루를 시작하기! 이 일상의 성찰처럼 반복해서 해 보자. 중요한 것을 중요하게 행동하자. 오늘 오전에는 인디언 계모임(가안)이 있었다.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학습조직을 꿈꾸는 사람들이라고 일단 해두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뭔가 생각을 나누고, 활동을 공유하고, 배움을 얻는다는 건 시간 가는지 모르는 즐거움이다. 2주에 한번 만남으로 통해서 나도 많이 배울 것 같다.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기대되는 모임이다. 그리고 나선 당산서중 수업을 갔다. 영체인지메이커 수업을 했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 내 진행의 미숙함이기도 하겠지만, 수업에서 상호작용이 활발하지 않은 느낌이라 좀 아쉬웠다. 나는 퍼실리테이터로서 역할을 하고 싶은데, 아직 어설프다. 그리고 동기부여는 언제나 어렵다. 반응이 별로 없을 때는 더욱 그렇고. 다음에는 좀 더 잘게 잘게 나누어서 아이들에게 친절한 수업을 해야 겠단 생각을 했다. 저녁에는 서울 크리에이터 수업을 갔는데, 시민연대 대표님께서 강의했다. 걷고 싶은 서울이라든지, 서울 시청 광장이라든지, 정말 많은 일들을 실천하는 분이셨다. 시민 활동가로서 내가 직접 본 분들 중에선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주민들의 참여만 있으면 다 된다는 식의 ‘미신’에도 적절하게 비판하는 강의 내용도 의미 있었다. 앞으로 수업들도 기대기대. 

5월 7일
오늘 정읍가는 날. 6시간이란 개인적인 시간이 주어지는 고마운 날이다. 남들에겐 어떠할 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너무 필요한 시간. 오늘 오전에는 주로 <그림책 읽는 즐거운 교실>이란 책을 초서했다. 수업을 진행할 때 필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길래 준비 차원에서. 그리고 수업 준비도 마무리하고, 이런 저런 일도 처리했다. 많은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진 못했지만 나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칠보에서의 수업 이야기로 넘어가자. 3학년 수업과 4학년 수업에서 다 눈물이 발생했다. 3학년 중에 성민이와 우진이가 집중하지 않고 놀고 있는 걸 봤다. 분명 집중 하자고 했는데 하지 않길래, 조금 혼냈다. 그랬더니 가만히 있다가 눈물을 흘렸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눈물이 나와서 놀랐다. 아이들은 참 다루기가 어렵더라. 나도 화를 안 내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요즘 그래도 3학년 따로, 4학년 따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분위기가 더 좋아져서 기뻐하고 있었는데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은서는 계속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는데, 그것도 어렵고 말이다. 4학년들은 오늘 그래도 좋았다. 몇명 떠드는 친구들이 늦게 오기도 했고, 그들이 조금 찢어진 것도 주효했나보다. 수업이 왠일로 잘 굴러나가 했는데 방심은 금물이다. 막판에 자기들끼리 다투다가 또 한명이 운다. 내가 잠깐 돌아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아이고 어렵고 정신없더라. 5-6학년 수업은 그래도 별 문제 없이 할 수 있었다. 몇몇 아이들은 매우 탁월한 성품과 실력을 가진 아이들도 있더라. 그래도 오늘 한 가지 좋았던 점은 평소 잘 참여를 어려워하던 친구들도 모두 의견을 내고,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다. 그런 모습을 보는게 나에겐 힘이 된다. 

5월 8일
오늘 방문한 곳은 pxd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디자인씽킹 툴을 함께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오전에는 지난 번 프로토타이핑에 대한 피드백을 진행했고, 점심 먹고 나서 1시간 정도는 강의를 들었다. 회사 자체에서 월별로 한번 씩 특강을 여는 것 같았다. 참 좋은 분위기라고 일단 외부에선 그렇게 느껴진다. 진욱님과 소영님과 함께 프로토타이핑을 하고 피드백을 하면서 느끼는 점 2가지. 하나는 확실히 생각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 보면서 얻는 통찰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디자인씽킹의 가장 핵심적인 철학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말로 떠들어봐야 직접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글쓰기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적용되는 법칙인 것이다. 두번째,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 때 시너지가 난다는 것. 그 이유는 눈으로 무언가를 볼 때 우린 각자의 필터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각게각층의 다양한 필터로 피드백했을 때 같은 상황도 다르게,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상황을 입체적으로 볼 때 진짜 문제를 더욱 잘 찾을 수 있다. 다음 주 화요일에 이번에 만든 프로토타이프를 가지고 테스트 하기로 했다. 기대 중. 

5월 9일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노는 토요일이다. 원래 토요일은 대부분의 직장인에겐 노는 날이지만, 나에겐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프리랜서니까. 주로 격주로 SCM 수업이 있고, 게다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와우 수업이 있다. 그래서 나에게도, 아내에게도 이번 토요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아내가 아침부터 표정이 좋아보였다. 우리가 아침에 간 곳은 김포공항 몰이다. 나는 김포공항을 가본 적은 있지만, 몰을 가본 적은 없었는데, 아주 크게 잘 만들어진 곳이었다. 백화점, 호텔, 하이마트, 롯데마트, 롯데몰 등 없는 게 없었다. 롯데 월드 빼고는 다 있었다. 사람도 아주 많았다. 김포공항을 간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 집에서 유모차를 쉽게 끌고 갈 수 있는 쇼핑몰이었다는 사실. 이젠 데이트 할 장소 선택도 ‘아이’에게 맞춰지게 된다. ㅎㅎㅎ 가서 별로 한 것은 없다. TGI가서 밥 먹고, 몇 군대 돌아다니고, 마트가서 장 보고. 별 다른 점은 없었지만, 그래도 야외에 설치된 공원과 분수쇼,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몇 가지 놀이터는 인상깊었다. 날씨가 좋아서 좋았던 것 같다. 저녁에는 군포에서 이모와 이모부도 올라오시고, 장모님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장어랑 고기랑 많이 많이 먹었다. 요즘 살이 부쩍 찌는 듯. 

5월 10일

일요일 오전에 어제 저녁에 이어서 온 가족이 다시 만났다. 백석역 코스트코를 갔다. 장모님이 바지를 하나 사 주셨는데, 허리랑 허벅지랑 꽉 껴서 좀 민망했다. 더 큰 사이즈로 사면 편하긴 한데 멋인 안 난단다. 걱정이다. 지금 사이즈는 계속 유지해줘야 한다. 쇼핑 후 내가 간 곳은 미용실이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어떻게? 앞머리를 내릴꺼다. 사람들의 생각도 그렇고, 내 생각도 나는 앞머리를 올리는 것이 낫다. 이마가 지나치게 넓긴 하지만, 그래도 인상도 시원시원해 보이고, 그냥 내리면 넘 답답해 보인다. 하지만 내가 머리를 내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탈모 때문이다. 나이가 아직 어리지만, 벌써 탈모의 조짐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이마는 갈수록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고, 그 위로 정수리까지 두피와 모공은 갈수록 좁아지고 가늘어지고 있다. 그게 나에게 꽤나 스트레스를 준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체질이나 유전,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나는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그건 바로 모공 관리! 일단 왁스를 안 쓰려고 한다. 그 동안 10년이 넘게 왁스를 썼는데, 확실히 지워지지도 않고, 쓰는 나도 좀 찝찝했다. 두번째로는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한 스트레칭이다! 운동을 꾸준히 함으로써 피를 잘 돌게 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론 검은콩을 좀 많이 먹고, 민간 요법을 하려고 한다. 뭐 나의 노력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작은 것부터 해보자. 나의 젊음을 지켜야 하기에. 사막화를 막아야 하기에. 


4월 27일
월요일. 자유학교 수업 마지막 날이었다. 느낀 점을 다들 이야기하는데, 조금 짠했다. 한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정말 한명 한명 깊이 들어왔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더랬다. 개인적으로도 재미도 있었고, 의미도 있었고 말이다. 다음에 또 기회가 생기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내가 원하는 형태의 디자인씽킹 수업을 그나마 이번 기회에 했단 느낌이어서 더욱 좋았다. 마무리하고, 미팅하러 간 곳은 이촌역. 세은쌤과의 용마중 수업 준비였다. 요즘 에르디아 활동으로 힘든 세은쌤과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앞으로 용마중 수업 어떻게 할지 고민도 하고 그랬다. 좀 더 의미있는 수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모이면 언제나 즐겁다.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가 애기를 보았다. 사실 아내의 이모네가 개인 사정으로 문제가 좀 있어서. 아내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이 지고 있다.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고 싶은데 그 현명한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 걱정이다. 

4월 28일
오전엔 토론 수업을 재미있게 하고, 오후에 간 곳은 pxd다. ux디자인 하는 회사. 송영일 형님과는 몇년 정도 인연이 깊은데, 이번에 초등학생들을 위한 디자인씽킹 툴을 제작한다고 해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나는 지금까지 나름대로(?) 디자인씽킹을 관심가지고 공부하고, 강의하는 거였는데, 이번 기회에 좀 더 체계적으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되었다. 어떤 방식으로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3시간 가량 신나게 문제 정의 및 아이데이션, 프로토타이핑을 했다. 역시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만고의 진리다. 서로 이해의 폭이 훨씬 줄어들었고, 공감하고 공유되는 생각도 비슷했다.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음에 좋았다. 저녁에는 4월 심톡이었다. 미정쌤의 진행으로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이번 달에도 11명 정도 와 주셨다. 신기하게도 언제나 10-12명 정도의 게스트가 와서 함께 심톡을 이뤄나가게 된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인원이다. 특이 이번 달엔 새로온 분들이 5분이었다. 한분 한분 다 감사하더라. 대화는 재미있었다. 아침부터 서두르는 바람에 막판에 다소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활동이니, 마음의 충만함은 가득했다. 집에 돌아가서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가 잤다. 

4월 29일
오전에 정형외과를 갔다. 요즘 일주일에 2번은 치료 받는다. 어깨와 목이 말썽이다. 자세가 약간 구부정해야 오히려 좋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나의 잘못된 지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내 자세가 좋지 않았구나. 란 생각도 했고, 앞으론 아침 체조를 더 열심히 해야겠단 다짐도 했다. 그리곤 2시간 반 정도 지금까지 미뤘던 일들을 처리했다. 심톡 주소록 정리, 와우 리뷰 쓰기, 일정 정리하기 등등 나름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 업무 시간은 3시반에 종료다. 이후엔 금요일 재원이 100일을 함께 준비하기로 했기에. 서둘러서 업무를 마치자. 쑝

4월 30일
오늘은 정읍 가는 날. 나의 한계를 절감했다. 3학년, 4학년 악동들을 동시에 상대하기엔 부족하다는 사실. 지난 시간에 나의 야심작 ‘난파선 게임’을 진행했음에도, 진행이 어려웠음을 보면 이건 내가 문제가 아니라 고녀석들이 강적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합리화하고 싶다. ㅎㅎ 그리고 선생님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3-4학년을 섞어놓았을 때 수업 진행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이번 시간엔 3학년 따로, 4학년 따로 진행했다. 그랬더니 좋은 점이 보이더라. 평소 말을 잘 하지 않던 수빈이나 성준이가 눈에 보이더라. 그리고 유환이도. 그 전에 워낙 형들에게 기가 눌려 있었다 보다. 4학년 수업을 어땠을까. 음. 문제는 성재와 철원이인 것 같다. 민성이도 어렵고. 특히 성재는 처음엔 눈에 띄지 않았는데 요즘 유독 흐물흐물 말썽이다. 거의 내 말을 안 듣는 것 같다. 철원이는 꾸준하고. 다른 친구들도 싫어하는 눈치이긴 한데, 대놓고 말은 못 하고. 암튼 쉽지 않은 상황임은 틀림없다. 그래도 같이 하는 것 보단 좀 나았다. 매번 게임도 하고, 즐겁게 진행하고자 하는데 모르겠다. 정읍 왔다 갔다 하면서 독서축제 <강점혁명>을 마무리했다. 나에겐 정말 보석같은 시간이다. 아마 이 시간이 없었다면 다른 일들을 제대로 처리하는게 어려웠으리라. 갑자기 이 모든게 감사하다. :) 


5월 1일
아침에 정형외과를 갔다가, 오후엔 와우 로컬투어 겸 미팅을 했다. 저녁에는 재원이 100일 잔치. 요즘 정형외과를 가면서 느끼는 한 가지, 나는 정말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는 것. 자세도 그렇다. 오히려 잘 모르면 고집이라도 부리지 않을 텐데, 이상하게 혹은 어설프게 알고 있는게 많다보니 실수를 자주 한다. 나의 경우, 허리를 쫙 펴서 앉는 버릇이 있는데 난 그게 좋은 줄 알았다. 구부정하면 안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나보다. 제대로 자세에 대해서 배운 것도 아닌데, 나는 주로 허리를 꼿꼿히 세워서 다니곤 했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의 의견은 정반대였다. 결코 그러면 안 된다는 것. 척추는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은데, 무리해서 세우다 보면 더 무리가 간다는 것. 오히려 힘을 빼고, 어깨를 축 내려뜨리면 더 좋다고 한다. 에잇. 결국 자세를 다시 교정해야 한다. 제대로 알자. 오후엔 연남동과 연희동을 돌아다니기도 했고, 미팅도 했다. 오랜만에 걷기도 많이 걷고, 연남동과 연희동의 골목 골목을 잘 알게 되어서 더 좋았다. 저녁은 재원이 100일상 준비를 했다. 과일과 떡과 케잌을 사고, 아내는 예쁘게 인테리어를 꾸몄다. 아가는 본인이 100일인지도 모를텐데 말이지. 어쨌든, 장모님, 장인어른, 이모님, 이모부, 그리고 형님과 아주버님이 모두 오셔서 축하해 주셨다. 흥부골에 가서 고기를 먹고 와선, 100일 상에 재원이를 앉히고 사진도 찍었다. 계속 꾸부정 하면서 고개가 아래로 떨어지는 바람에 사진을 찍는게 참 어려웠다. 찍고 나니, 나 100일 때 모습이랑 너무너무 똑같아서 놀랐다. 다들 엄청 놀라했다. ㅋㅋ 나도 신통방통이다. 

5월 2일
오늘은 SCM 수업이 있는 날이다. 시간의 여행자라고,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공간에서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이다. 이번 장소는 압구정역 근처, 도산공원으로 정했다. 개인적으로는 도산 안창호 선생님을 워낙 존경하기 때문에 좀 더 좋았다. 날씨가 좋아서 아이들의 기분도 좋아보였다. 나 역시 오랜만에 1:1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서로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 느낌이었고. 수업 시간을 마치고 간 곳은, 기흥에 사는 누나집이다. 얼마 전에 결혼 한 누나의 신혼집에 처음으로 가는 것이었다. 재원이도 구경할 겸, 겸사겸사. 다 좋았지만 가는 길이 너무 멀었다. ㅠ 아이를 데리고 기흥역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더욱. 그래도 도착하고 나니 편했다. 집도 새롭게 인테리어 해서인지 예뻤다. 아가를 재우고 저녁에는 같이 티비 보며 놀았다. 

5월 3일
다음 날, 오전에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요즘엔 매번 그렇지만, 내 의지로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의 재원이의 의지로 내가 일어나게 된다. 누나집에서도 마찬가지. 일어나서 재원이를 안고 돌아다녔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랫동안 재원이는 잠을 안 자고 칭얼대었다. 나는 결국 거실로 나가서 내 무릎 위에 재원이를 눕혔는데, 그제서야 잠이 든듯 조용하다. 일어나기도 그렇고 해서, 그 상태에서 책을 봤다. 신영복 교수님의 ‘강의’라는 책. 요즘 읽는데 너무 재미있다. ㅜㅠ 책을 보는데 바깥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산 바로 옆에 아파트를 지었는지, 창밖의 광경이 아주 예술이었다. 푸르른 숲이 눈에 한 가득 들어오니, 마음도 조금 맑아지는 느낌도 들고 좋았다. 그렇게 오전이 지나나고, 오후에는 다 같이 세기의 명경기라고 불리는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권투 경기를 봤다. 엄청 나게 기대하고 있었는데, 경기 내용은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이후 낮잠도 자고, 일어나서 한우고 구워먹고 집에 왔다. 집에 오니 완전 다들 뻗어버린 느낌. 그래도 잘 놀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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