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브런치 매거진에 동시에 연재되었습니다. 좀 더 제대로 보시고 싶은 분들은 링크를 통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대로 옮겨 왔더니 이상해서 글만 올립니다. :)  










지금부터 쓰는 이 글은 내가 꼭 쓰고 싶었던 주제다. 첫 구상을 2013년에 했으니, 벌써 3년이나 지났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3년 정도 하게 되면, 최초에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었는지 까먹게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다. 그리고 반성한다. 그저 쓰면 되는 것을 미뤘던 나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보태고 싶다. 지금부터 쓰려고 하는 이 글의 모티브는 레베카 코스타의 <지금 경계선에서>란 책을 통해 얻게 되었다. 이 책은 하나의 흥미진진한 질문과 사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야 제국은 왜 멸망했을까?” 사실 마야 제국은 그리 작은 규모가 아니었다고 한다. "고고학자들은 마야제국의 인구가 1,500만 명을 상회했으며 인구 밀도는 오늘날의 시카고와 같은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게다가 단순히 규모만 컸던 것이 아니라 내부 시스템도 잘 갖춰진 하나의 국가였다. 하지만 그들은 서기 750년부터 850년 사이에 돌연 자취를 감춘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1) 문명 붕괴의 진정한 원인

레베카 코스타의 결론은 이것이다. 마야인들이 직면했던 문제의 복잡함은 그들의 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는 것. 그렇게 가속화된 만성적 문제가 오랜 시간 번영한 마야 문명을 낭떠러지로 몰아간 것이다. "어떤 사회가 더 이상 문제의 해결책을 ‘사고’할 수 없게 된 시점에 이르렀을 때, ‘인식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한다. 사회가 일단 이 인식 한계점에 도달하고 나면,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지고 종국에는 이러한 문제(들)이 해당 문명을 낭떠러지 끝으로 밀어낸다. 이것이 바로 붕괴의 진정한 원인이다.” (p.35) 저자에 따르면 사회가 이렇게 위기에 처하기 위해선 몇 번의 징후를 거치게 되는데, 첫 번째는 정체 상태다. 더 크고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지만, 기존에 해결하던 방식을 계속 고집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아인슈타인이 말했던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미친 짓’이 연상된다. 이것은 미친 짓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실은 어떤가? 우리가 가장 많이 반복하는 행동 아닌가? 기존에 해보지 않은 행동 그 자체가 너무 두렵고 무서운 까닭에, 우린 ‘익숙한 것’만 반복하면서 자신을 위안한다. 마치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새로운 시도를 겁내면서, 자신에게 익숙한 토익과 스팩에 매달리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지금까지 해 왔던 행동이 공부이기에, 가장 안전한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두 번째 징후는 이것이다. "상황이 더욱 절망적으로 악화되면 두 번째 징후가 나타난다. 즉, ‘믿음이 지식과 사실을 대신하는 현상’이다. … 몸은 점점 지치고 그에 따라 두려움이 고개를 들지만 어떤 데이터, 정보, 사실로도 우리의 믿음을 꺽지는 못한다. 심지어 목숨이 위태로워져도.” (p.40) 믿음이 사실을 대신하는 현상. 이는 매우 중요한 키워드이며, 이 글의 주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더 이상 지식을 습득할 수 없을 때 사실 대신 믿음을 택한다. 믿음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로는 “어떠한 가치관, 종교, 사람, 사실 등에 대해 다른 사람의 동의와 관계 없이 확고한 진리로서 받아들이는 개인적인 심리 상태”이고, 이 책 <지금 경계선에서>에서는 '입증되지 않은 관념'을 뜻한다. 그리고 지식은 믿음과 반대 의미를 가진다. 사전적 의미로, 지식은 어떤 대상을 연구하거나 배우거나 또는 실천을 통해 얻은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를 말한다. 믿음이 이러한 지식과 사실을 대신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른 사람의 말이 더는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내 믿음을 흔들려는 모든 이는 바로 적이 된다. 맹목적 믿음은 언제나 그런 외부와의 갈등을 포함한다. 역사적으로 어떤 현상을 발견할 수 있을까? 나는 십자군과 나치 그리고 IS에서 그 공통점을 확인한다. 나는 옳고, 너희는 틀렸어. 

사실, 어느 정도의 믿음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 하루의 시작에서 끝까지, 발생하는 모든 사건을 믿지 못하고 의심한다면 아마 인간은 미쳐버리고 말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린 내일도 해가 뜰 것이라 ‘믿기 때문에’ 편히 잠들 수 있고, 신호등에 불이 들어오면 차가 멈출 거라고 ‘믿기 때문에’ 무사히 건널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도 있다. 그건 바로, 믿음에는 ‘노력'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저 내가 그렇다고 여기면 되기에 믿음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식이 믿음보다 획득하기 훨씬 어렵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식을 얻는 데는 추상, 탐구, 학습, 추론, 분석, 종합, 의사결정, 판단과 같은 복잡한 인식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모방, 응용, 해석, 검토 등도 필요하다. 믿음을 받아들이는 것에 비하면 지식 습득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이다.” (p.42) 단순한 결론이지만, 당시 책을 읽던 나에겐 하나의 실마리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인간은 지식을 탐구하는 쪽보단 믿음을 따르는 쪽으로 치우치게 되었구나. 물길로 치면, 저항(바위나 나무)이 적은 쪽으로 더 많은 물이 흐르는 법이고, 개념으로 말하자면 ‘확증편향’이다.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 쉬운 말로는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자명한 사실. 왜? 그게 쉬우니까. 




2) 우리는 지속가능한 문명을 이뤄낼 수 있을까? 

마야로 다시 돌아가 보자. 그들은 비에 의존해서 물을 공급받는 상태였고, 그것이 꽤 위태로운 일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수량이 지속해서 감소세를 보였음에도 마야 시민들은 그 상황을 직시하려 들지 않았다. 그렇게 문제를 회피한 결과, 그들은 거대한 ‘의식과 재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파국을 맞이한다. 마크 스티븐슨 기자는 “고고학자들, 인간제물의 증거를 발굴하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제물이 된 사람들은 심장이 도려내어지거나, 목이 잘리거나, 온몸에 화살이 맞거나, 돌에 맞거나, 무거운 것에 눌려 으스러지거나, 피부가 벗겨지거나, 산채로 묻히거나, 신전 꼭대기에서 아래로 내던져지면서 죽었다. 주로 어린아이들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아이들이 더럽혀지지 않은 순수한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p.45) 이렇게 마야인들은 이성과 믿음 사이의 균형을 잃고, 입증되지 않은 맹목적 의식에서 모든 답을 구하고자 했다. 마야 제국이 멸망한 외부적 원인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내부적 원인은 단순하다. ‘이성과 믿음’, 그 균형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 어느 문명도 외부에서 오는 변화에 일방적으로 휩쓸리는 법은 없다. 모든 건 함께 이루어지는 법이다. 

뉴잉글랜드 복잡계연구소 소장이나 하버드대학 교수인 야니어 바얌은 그의 저서 ‘메이크 싱즈 워크’를 통해 복잡성이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어림짐작으로 볼 때, 유기체가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면 유기체의 복잡성이 환경(모든 규모의 환경)의 복잡성과 대등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2016년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의 모습은 어떨까? 우리는 어디에 와 있을까? 적어도 나는 그 경계선에 서 있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당연히 살아남을 것이라 확신하지만, 불행하게도 세계의 석학들은 그렇게 진단하지 않는다. 이미 그 경고는 오래전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한 인터뷰를 모아서 편집한 책 <문명, 그 길을 묻다>에는 제레미 다이아몬드 (총,균,쇠 / 지금까지의 세계 저자)의 확신에 찬 의견이 담겨있다. 그는 스티븐 호킹의 경고, ‘1000년 이내에 인류는 생존을 위해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인자하지만 단호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한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요. 스티븐 호킹은 틀렸어요. 그 이유는 다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먼저 우리에게는 1000년의 시간이 남이 있지 않아요. 단지 50년 뿐입니다. 우리가 인류의 지속 가능한 새존을 위한 문제를 풀든지, 아니면 완전히 망치든지 시도해볼 수 있는 시간 말이죠. 그리고 두 번째, 이 별을 망쳐놓고 다른 별을 찾겠다고요? 이것은 답이 아닙니다. … 지금 우리별을 망가뜨리는 모든 일을 중단하는 데 온 힘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p.21)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지구상에 있는 대부분의 자원은 50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 말한다. 그리곤 “그 어떤 결정일지라도 우리는 이 세상 가장 마지막에 남이 있을 그 아이를 생각하며 결정을 내려야 한다.” (p.48)고 말했다. 이 말이 맞다면, 우리는 분명 경계에 서 있다. 지속가능한 문명을 이뤄낼 것이냐? 아니면 여기서 그저 주저앉고 말 것이냐? 지금은 주위를 돌아볼 시간이다. 눈과 귀를 열어야 할 시간이다. 호흡해야 할 시간이다. 멈춤이 필요한 시간이다. 그리고 “인간은 마지막 물고기를 잡고서야 돈을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는 인디언 속담을 기억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 모두가 말이다.




3) 믿음과 지식의 균형, 그 시작은 무엇일까?

혹시, 위에서 언급 된 담론이 너무 커 보이는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나의 삶으로 치환한다면 어떨까? 실은, 한 문명의 흥망성쇠와 한 인간의 삶은 닮았다. 여기서 돌이켜봐야 할 것은 우리네 삶이다. 다시 말해, 우린 어떻게 이성과 믿음의 균형을 이뤄나가며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 나는 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봄으로써 그 질문에 답하고 싶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내 인생의 암흑기’를. 어린 시절 이리저리 읽었던 독서는 차치하고, 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었던 시기는 바로 ‘입대 이후’다. 많은 남자들에게 군대는 삶의 전환점을 마련해 준다. 나에게도 그랬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낯섬과 여유’가 아닐까. 일상에서 떨어진 낯선 공간과 2년이란 시간이 주는 여유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운이 좋게도, 난 책상 앞에서 근무하는 보직을 맡았다. 책을 접하기엔 더할 나위 없었다. 이병과 일병 때, 나는 마음대로 책을 읽었다. 어쩌면 가장 자유롭게 생각하고, 책을 읽던 시절이 아닐까 싶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독서량에 스스로 뿌듯했고, 목표도 세우고, 일기도 썼다. 문명으로 비유하자면, 고대 시대라고 볼 수 있다. 고대 철학의 특징은 ‘하나의 사상’에 갇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밀레토스의 자연 철학자들은 ‘세상의 근본 물질'에 대해서 탐구했고,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삶’에 대해서 성찰했다. 정해진 것이 없었기에,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었기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스토아, 에피쿠로스학파가 줄줄이 등장한 것이 아닐까? 

고대 이후, 중세가 찾아온다. “철학이 신학의 시녀”가 된 시대. 그리고 중세 시대에 들어서, 앞서 말한 ‘믿음이 지식과 사실을 대신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건 우연히, 어쩌면 필연적으로 나에게도 일어난 일이다. 상병이 된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타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을 재미있게 읽었고, 이어서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과 ‘지구별 여행자’를 읽게 되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영적인 어떤 것’을 접하게 된 것이다. 그건 놀라운 발견이었다. "아, 세상에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도 있구나! 그리고 그것이 더 본질적일 수 있겠구나!" 그 생각을 발전시켜 나갔던 난, 전역 이후론 뭔 뜻인지도 모른 채 크리슈나무르티의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나 뉴에이지 계열의 ‘람타’ 그리고 최인호 작가의 ‘길 없는 길’(경허 선사의 일대기) 그런 책들을 그저 손에 잡히는 대로 보고 있었다. 하나의 주제와 생각에 내 모든 일상에 가득 찼다. 그 주제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깨달음’이었다. 나는 깨닫고 싶었다. 하나의 진리를 꿰뚫고 싶었다. 실은, 깨달음이란 방편으로 인생을 편하게 살고 싶었다고 보는 편이 무방 하리라. 

나는 2005년에서 2008년을 '내 인생의 암흑기’라고 정의한다. 굳이 문명으로 표현하자면, ‘중세 시대’다. 물론, 전적으로 어두운 것은 아니다. 즐거운 경험도 많았고, 지금 생각하면 어린 시절에도 불구하고 ‘에니어그램’이나 ‘명상’을 비롯한 다양한 ‘삶의 기술’을 배운 시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사실은 분명 “치우쳐 있었다"는 것이다. 내 안의 다양한 자아가 꽃 피어나도록 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자아만 활발히 작동한 시기다. 그 당시 읽었던 책의 종류만 봐도 알 수 있다. 대부분 뉴에이지 책, 종교 경전, 그리고 깨달음에 관한 책만 읽었었다. 게다가 그 권수도 많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어떻게 ‘믿음과 지식’의 균형을 찾고자 마음을 바꿀 수 있었을까? 사실 거기엔 ‘하나의 믿음에 경도되어 자신의 삶을 망친 사람들’이 큰 역할을 했다.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깨달음을 쫓아 자신의 삶을 버리고, 구원을 바라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삶을 돌보지 않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임을 느낄 수 있었고, 위험해 보였다. 내 삶을 위해 시작한 공부가 어느새 '삶을 배신하기 위해’ 쓰이고 있던 것이다. 이것은 나의 언어가 아니다.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의 언어다. "니체는 당시 부르주아 문화를 죽음의 문화로 기술하면서 그 중심에 기독교가 있다고 보았다. … 기독교도들은 사람들에게 ‘이 세계’가 죄로 가득 차 있고 천국은 오직 ‘저 세계’에만 있다고 말한다. … 그렇게 되면 우리는 점점 삶에 대해서 고민하기 보다는 죽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고, … 결국에 가서는 삶을 죽음을 준비하는 데 쓰는, 이른바 ‘삶을 배신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p.27)

시간이 지나, 2009년에 이르러서 난 전공을 포기한다.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살기’로 결정했지만, 아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제대로 공부하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1년의 100권을 목표로 책을 읽었고, 빌려보지 않고 모두 구입했다. 스터디를 하고, 수업을 듣고, 강의를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균형’을 찾아갔던 것 같다. 아직 멀었지만, 균형 감각만큼은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다시 질문하자. "우린 어떻게 이성과 믿음의 균형을 이뤄나가며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그 질문을 품고 함께 공부하러 가자”고. 그렇게 질문을 품는 것이 일상을 위한 철학 공부의 시작이라고 나는 믿는다. 세상엔 하나의 진리가 있다고 확신하는 맹목론자도, 어느 곳에도 답은 없다고 확신하는 불가지론자도 나는 싫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의견이 아니라, 오로지 확신이다. 그래서, 나는 질문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믿고 말하고 생각하던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자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나 혼자 할 수는 없다. 이미 수많은 철학자들이 있고, 그들을 빌려 사유하고, 소개하고, 연결짓고 싶다. 한 달에 1번, 기쁘게 쓰고 싶다. 이제 시작이다. 즐겁게 봐 주시길. :) 

“독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양이다.” 


1월 1일
새해의 시작

2016년 새해가 밝았다. 드디어 34살이 되었다. 어릴 적, 30대 중반 아저씨를 보면 다 알것 같고, 꼭 어른 같았는데.. 지금의 나를 보면,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을 보면 나이는 그저 나이일 뿐이란 생각이 든다. 해가 바뀐다고 해서 철이 더 드는 것도 아니다. 내가 그만큼 생각하고, 실천한 만큼 철이 들 뿐이다. 1월 1일, 나와 아내는 오전에 아주버님 산부인과로 향했다. 산후조리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했기에. 그리고 향한 곳은 종각이다. 어머님이 우리 재원이 돌을 맞이해서 목걸이를 해주신다고 하셨는데, 새해 첫날 한번 알아보러 가게 되었다. 이런 저런 곳에서 견적도 물어보고, 또 명동에 가서 떡볶이도 먹었다. 무엇보다 재원이 덕분이 많이 웃은 날이었는데, 뭐만 했다하면 꺄르르 꺄르르 엄청 웃은 하루였다. 재원이가 감기가 다 나아서 그런지, 웃음이 많아졌다. 행복했다.


1월 2-3일 
휴일의 끝

주말은 온종일 휴식이었다. 요즘 다소 무리한 탓인지 청소만 마치고 쉬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재미있다고 해서 다운 받아서 봤다. 일요일도 별일 없었다. 청소를 하고, 이유식을 만들고, 오후엔 잠깐 홍대로 산책을 갔다. 하루가 왜이리 짧은지. 그렇게 연휴가 끝났다. 나로썬 이번 2주를 만들기 위해서 나름 신경을 썼다. 다른 건 최대한 줄이고, 아내와 재원이랑만 시간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큰일도 치뤘다. 할머니 장례식도 있었고, 형님 2세 탄생도 지켜볼 수 있었다. 삶과 죽음이, 연말과 연초가, 끝과 시작이 교차하는 2주였다.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가족과의 시간이었다. 특히 재원이는 2주 전까지만 해도 아빠 아빠를 잘 하지 않앗는데, 이젠 곧잘 아빠 아빠를 외친다. 나를 보며 활짝 웃어주는 시간도 많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육아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금방 간다는 것도 깨달았다. 밥 먹이고, 밥 차리고, 재우고, 기저귀 갈고, 씻기고, 놀아주고, 약 먹이고, 옷 갈아입히고.. 그 경험을 온전하게 했다. 좋았던 것도 있지만, 아쉬운 것도 있다. 일상에서 너무 멀어졌다. 책을 본지도 꽤 되었고, 글을 쓰지도 못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선, 일상을 잘 관리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정말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겠단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긴급한 일과 중요한 일을 잘 구분해야 할 것 같다. 이젠 끝이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일주일, 나의 패턴을 회복하자.  


1월 4일
일상은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일상으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사실상 아주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건만, 쓸데없는 시간으로 채우고 말았다. 어린 시절의 나에겐 익숙한 그런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일상은 작은 습관들로 구성된다. 그리고 그 작은 습관들은 하나 하나를 보면 별 힘이 없어 보이지만, 그것들이 연계되면 어마어마한 패턴을 형성한다. 나는 그 패턴의 주인이 아니다. 노예다. 그 패턴을 자각하고 벗어나려는 의식적 노력 없이는 말이다. 지난 2주 동안 나의 일상적 패턴은 완전히 깨진 상태다. 회복하기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위로하자. 하지만 위로는 절반의 역할이다. 절반의 역할은 단호한 자아의 것이다. 내 안에 숨어 있는 결단력 있는 자아를 불러내자. 그가 발언권을 갖도록 하자. 내 안의 수많은 대화를 통해 그가 이기도록 하자. 그것이 자아 회의 주관권을 가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발악이다.
 

1월 5일
철학 아카데미 첫 수업

정읍에서 캠프를 마치고, 경복궁 옆 철학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들었다. 박남희 교수님께서 수업을 진행해 주셨는데,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좋은 자극이 되었다. 우선적으로, 철학을 한다는 것은 곧, 철학적 삶을 산다는 것이지 철학을 전공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가 거울을 보며 외모를 다듬고, 내 태도를 고치듯 철학자들의 생각과 글을 보며 내 삶을 다듬는 것이 곧 철학이다. 매우 공감하는 바였다. 나 역시 삶을 위한 기술로써의 철학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첫 시간이라, 전체 얼개를 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자연 철학자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짧은 시간에 스윽 지나갔는데, 다행히 이리 저리 본 책들 덕분인지 이해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가장 큰 자극이 된 것은 역시 책이다. 이번 수업 교재는 교수님이 직접 쓰신 책을 가지고 하는데, 나도 그렇게 수업하고 싶었다. 내가 쓴 책을 가지고 수업을 한다는 것. 내 생각을 그대로 공유하고, 그로 인한 다른 이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다.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매달 글 쓰는 미션 꼭 성공하자. 


1월 6일
EBS 캠프 3년차가 되다. 

오늘은 EBS 프리미엄 캠프에 갔다. 일찍 베어스 타운에 갔는데, 스키 시즌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강의장 위치도 아주 높아서 스키타는 사람들 구경 실컷했다. 나는 발에 눈도 안 묻히고 왔지만. ㅎㅎㅎ 이번 캠프로 나도 이제 3년차가 되었다. 2013년에 시작했으니 인연이 꽤 되 편이다. 비록 일년에 2번의 캠프지만, 여름 겨울이면 반복되는 연례 행사가 되었다. 그 동안 프로그램도 변화가 있었다. 크게 변화한 것은 1번이고, 나름 대로 캠프 마다 작게 작게 변화하고 있다. 이번에 또 하나의 시도를 했는데, 나름대로 괜찮았다. 아이들에게 전할 메시지도 나름대로 정리되었고, 수업도 용이했다. 오늘은 꽤 만족하는 수업이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셔틀버스가 운행한다는 점이곘지만. 그것도 왕복 3000원에 말이다! :) 

그러고 보니 그렇다. 예전에는 선택의 기준이 단순했다. '기쁨'이었다. 물론 단순한 기쁨은 아니다. 의미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판단되면 기꺼이 몸을 옮겼다. 남들이 버기엔 무모해 보이는 결정도 나에겐 아니았다. 힘들어도, 분명 기뻤으니까. 지금도 그 기준은 유효하다. 나는 소중하니까. ㅎㅎㅎ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게 되어 바렸다. 이젠 하나의 기준이 더 있다. 그 결정으로 인해 우리 가족도 '기쁜가?'라는 것. 나로 인해 가족에게도 의미있는 기쁨이 전달되어야 한다. 왜냐. 가족의 슬픔은 곧 나의 슬픔이기 때문이다. 이젠 떨어져 생각할 수가 없다. 하나 더 있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기쁜가! 나의 선택으로 인해 말이다. 그 선택이 옳다고 세상이 말하는가. 이것은 유심히 관찰하고, 귀 기울여 들어야 겨우 알 수 있는 신호이다. 앞서 보다 큰 범주이지만 분명 중요한 관점이다. 이 셋이 모두 일치하는 지점. 그 교집합이 내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다. 이럴 땐 드래곤 라자의 명언이 떠오른다. '나는 단수가 아니다.' 그렇다. 나는 섬이 아니다.


1월 7-8일 
교사 연수 및 미팅 

사실, 일지를 놓쳤다. 그래도 짧게라도 기록하자. 목요일에는 교사연수가 있었다. 프로토타이핑에 대한 워크샵을 진행했는데 선생님들은 뭐 말할 것도 없다. 워낙 훌륭해서 내가 할 것이 거의 없더라. 오후에는 리버럴 아츠에 대한 수업이 있었다. 명쾌해서 좋았다. 다만 그것이 나에게 좀 더 내제화가 되어야 하는데.. 라는 개인적 공부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금요일엔 계속 미팅이었다. SCM 관련 캠프와 시흥 프로젝트가 시작될 것 같다. 지난 주 일정은 그래도 괜찮았다.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었고, 또 바쁘게, 반갑게 시간을 보냈다. 


1월 9-10일 
주말 일정

주말이다. 토요일에는 대학교 친구 상근이 결혼식 기념 (?) 친구들과 모임이 있었다. 최근에는 워낙 자주 만나지 못하는 터라, 반가웠다. 아내와 재원이도 가서 자리를 빛냈다. 다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대화 주제도 많이 바뀌더라. ㅎㅎ 재미있었다. 나름대로 다들 철이 들어가는 느낌도 들었다. 일요일에는 오전에 SCM미팅이 있었고, 저녁에는 돌잔치를 하지 않는 대신, 어머님과 아버님, 그리고 이모님 가족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고기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못 먹겠더라. ㅎㅎㅎ 어쨌든 맛있게 먹었다. 사실 일요일은 내가 큰 실수를 했다. 하기로 한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아내도 나도 다쳤다. 온전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다. 하지만 끝나지 않았다. 월요일도 이어진다. 


1월 11일
온전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다. 

오늘은 정말 온전하지 않았다. 꾸준한 사람이 삶을 망친다. 꾸준히 온전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다. 나는 패턴이 있다. 잘 하다가도 중간에 무너지는 시기가 온다. 그렇다고 엄청 무너지지도 않는다. 중간에 이렇게 정신을 차리고 돌아온다. 하지만 앞으론 좀 더 민감하고 싶다. 하기로 한 일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나에게 벌어지는 일이 참으로 매정하게 다가왔다. 1월의 목표는 이것이다. 온전한 몸을 만들기. 만족도를 9점까지 올리기. 나에게 남은 20일, 나는 하기로 한 일을 하는 그런 사람으로 있고 싶다. 


1월 12일
철학 수업

매주 화, 목요일이 나는 참으로 좋다. 화요일 저녁에는 철학 아카데미에서 수업이 있는데, 오늘 배운 내용을 한번 정리해보자. 우선, 수업 중에 고대부터 현대까지 흐름을 계속해서 언급하는 것이 좋았다. 나 역시, 맥락을 중요시 여기는 편인데, 왜 이런 사상이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보는 접근이 좋았다. 자연철학자들이 세계의 근본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어쩌면 그들이야 말로, 어떤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순수하게 질문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공식적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지 않은 그야말로 순수한 철학자들. 그들의 사유는 근대까지 ‘이성의 빛’에 가리워져 있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되려 재발견되고 있다. 특히 소피스트들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나에겐 놀라운 인식의 전환이었다. 그저 궤변론자에 가까운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진리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을 전달할 방법도 없다. 그러므로 진리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소피스트였다는 것은 대반전이었다. 서양 철학의 시작점을 피타고라스라고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 (예를 들면, 수)를 기준으로 삼았던, 그리고 혼란이 아니라 질서를 목적으로 삼았던 철학자이기에. 오늘 수업을 듣고서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니체가 왜 ‘근대 사상’을 전복할 수 있었는지. 그는 문헌학에 능통했다. 아마 이러한 고대와 자연 철학자들의 사상에도 쉬이 접근할 수 있었으리라. 그래서 읽고 또 읽었을 것이다. 그렇다. 변화의 시작은 ‘읽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해하고, 탐구하다가 결국 그것이 옳다고 여기는 순간, 내면에서 강한 울림이 따라오는 순간, 인간은 변화한다.  


1월 13일
자신감 리더십 캠프

지난 주에 이어서, 이번 주에도 자신감 리더십 캠프가 있었다. 매년 비슷한 포맷이기는 하지만, 아주 조금씩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번에 확 달라진건 초반에 몇 번이었고, 지금처럼 완성된 형태가 된 건 작년 이맘때부터 였던 것 같다. 올해는 어떤 변화를 줄까 하다가, 앞부분에 ‘자신감을 올리는 법’에 대해서 좀 더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만든게 안전지대, 기적지대, 도전지대를 채우는 것. 나에게 익숙한 활동을 쓰고, 나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쓴다. 그리고 나서 ‘도전하고 싶은 것’들을 쓰는 것. 그 중 하나를 발표해 보는 것. 나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꿈도 사실 내가 도전하는 것들을 하나씩 이뤄나가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다들 잘 해주었다. 다음에는 뭘 바꿔볼까? ㅎㅎㅎ 


1월 14일
지식의 얼개

일주일 중에서 가장 기분 좋은 날이 있다. 그건 바로 화요일과 목요일, 공부하는 날이다. 화요일은 철학 아카데미에서, 목요일은 GLA에서 수업을 듣는데 두 분 모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식의 얼개’다. 전체 학문의 구조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래야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말에 많이 공감했다. 공부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균형감각’이기에. 오늘은 교양인에 대해서 배웠는데, 역시나 우리가 알고 있는 ‘전문인’과는 많이 다른 개념이었다. 신영복 선생님 책 <강의>에선 이렇게 설명한다. "전문화는 있었지만 그것은 언제나 아래층에서 하는 일이었습니다. 마차를 전문적으로 모는 사람, 수레바퀴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 배의 노를 전문적으로 젓는 사람 등 전문성은 대체로 노예 신분에게 요구되는 직업윤리였습니다. 귀족은 전문가가 아니었습니다. 육예를 두루 익혀야 하는 것입니다. 예, 악, 사, 어, 서, 수를 모두 익혀야 했지요. … 오늘날 요구되고 있는 전문성은 오로지 노동생산성과 관련된 자본의 논리입니다. 결코 인간적 논리가 못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 나는 이러한 ‘얼개를 아는 힘’, ‘육예를 두루 익히는 힘’이 지금 시대에 재발견되어야 할 개념이라고 생각하며, 올해는 이 공부에 한 목숨(?) 바치고 싶다는 각오를 던진다. ㅎㅎㅎㅎ


12월 1일
서일대 창업캠프

우연히 알게 된 업체가 있다. 작년 한 대학교 강의에서 인사를 주고 받았고, 그 이후로 연락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헌데 두달 전 10월에 창업 강의로 오랜만에 연락이 왔고, 그 이후에 한달에 2번 정도씩 강의 의뢰를 맡기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인연이라는 것은 참 신기하다. 어떤 방식으로 인연이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작은 인연도 모두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오늘도 사업계획서 작성에 대해서 강의를 하러 갔다. 지난 번에 한번 가 보았던 서일대인데, 271번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 나는 유독 버스 타는 걸 힘들어 한다. 가면서 책을 보기도 힘들 뿐더러, 진짜 문제는 멀미다. 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암튼 2시간 가까이 걸려서 학교에 도착했다. 강의는 잘 진행되었다. 창업경진대회 나가는 학생들이어서 그런지 집중력도 좋았다. 중간중간 학생들이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나는 그걸 대답해 나가면서 진행했는데 나는 이런 강의가 좋다. 짜여지지 않고, 그 순간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전달해 주는 것. 기존에 경영과 마케팅에 대해서 공부해 놓은 것이 그래도 도움이 되었던 느낌이다. 


12월 2일
규선이형

오늘 오후엔 사당에서 규선이 형을 만났다. 규선형과의 인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서 모임을 찾고 있던 나는, 아카야라는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아마추어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상당히 (?) 용기있게 자신이 공부하는 내용을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올리는 방식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에 방문을 했지만, 몇번 들리면서 꽤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했고 나 역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 지금의 정선이도 만났고 말이다. 그곳에서 첨 규선이 형을 만났다. 최근에 본 것은 작년이다. 퍼실리테이션을 본격적으로 공부한다고 말씀하셨고, 지금은 국제 공인 자격증도 딸 정도로 전념하고 계신다. 오랜 인연을 만나는 것은 참 기쁜 일이다. 과거를 공유할 수 있는 것도 그렇지만, 그러한 인연을 토대로 뭔가 재미있는 일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선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친해지는 경험으론 ‘말과 행동의 일치’ 여부를 판단할 수 없기에. 이번에 규선이 형과 대화하면서 그런 것도 느꼈다. 이 세상은 너무 좁다는 것.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을 형도 잘 알고 있고, 평판은 돌고 돌기 때문이다. 더 착하게 살아가야 겠단 결론을 내리며 대화를 마쳤다. 


12월 3일
강의보단 멘토링

오늘은 오전에 사당에서 마션 프로젝트 미팅을 마쳤고, 오후에는 창업 멘토링을 진행했다. 지난 화요일에 창업 강의가 있었고, 오늘과 내일 10시간에 걸쳐서 멘토링을 진행하는 과정이었는데, 1시간에 1팀씩 5시간을 내리 만나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그리고 사실 이런 마음도 있었다. "다들 빠지지 않고 열심히 멘토링 받으러 올 수 있을까?” 대학생들 대상으로 진행할 때, 약간의 소극적인 참여를 경험한 적이 있기에, 10팀 중 몇몇은 빠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랐다. 다행히도, 아무도 빠지지 않았고, 게다가 소극적이지도 않았다. 나에겐 쉴 틈을 주지 않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의미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느끼는 것이 더 싫으므로. 오늘은 5팀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진행했는데 하면서 나도 참 좋았다. 몇몇 친구들은 내 말에 정말 집중해 주었고, 나 역시 그들의 생각에 집중했다. 멘토링이나 코칭은 분명 강의보다 더 많은 공과 시간을 쏟아야 하지만, 만족도는 훨씬 높은 것 같다. 지난 번 자기소개서 멘토링을 할 때도 이런 기분을 느꼈다. 나는 분명, 강의 보다 이런 식의 만남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앞으론 이런 기회를 더 늘려보자는게 나의 생각이다. 아, 창업 멘토링에서 내가 중점은 둔 것은 딱 2개다. 디자인씽킹 덕분에 나의 메시지도 간단해 졌다. 1. 그게 진짜 가치있는 문제인가? 누구에게 피드백 받아봤는가? 공감이 되는 문제를 정의했는가? 2.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실제로 개발해 보았는가? 이 두가지 질문이 창업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학생들도 꽤 동의했다고 느낀다. 


12월 4일
최악의 하루

아, 최악이다. 요즘 재원이가 몸이 안 좋다. 어제 밤부터 그랬는데, 체온이 38도까지 올라가고 중간 중간 계속 잠에서 깼다. 아기가 잠에서 깨면 부모도 잠을 못 잔다. 헌데 어젠 평소보다 그 정도가 심한 편이었다. 보통은 아내가 토닥토닥 하면 금방 잠들곤 하는데, 더웠는지 힘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도통 잠을 이루지 못하더라. 거의 2시부터 2시간 정도를 잠을 이루지 못했고, 우리도 그랬다. 그 이후 평소에는 금방 잠이 잘 들던 나였는데 왠일인지 2-3시간인가 뜬 눈으로 있게 되더라. 아무리 잠을 자려고 해도 이미 깨버린 이상 어려웠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저녁쯤이면 녹초가 된다. 하지만 같은 일이 또 발생하고야 말았다. 이번엔 11시에 잠을 들려고 하는 순간부터 그랬다. 그렇게 잠을 못 잔지 지금 거의 4시간이 지났다. 중간에 아내와 다투기도 했다. 내가 인내심이 부족하니 버럭 소리를 지르게 되고, 아내도 무척이나 예민했다. 아 최악이다. 좀만 더 참을껄. 이게 새벽에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힘들게 재우면 너무 쉽게 깨고, 그걸 반복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하더라. ㅠㅜ 어찌해야 하나. 부모가 되는 건, 어른이 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12월 5일-6일
삼성 크리에이티브 멤버십

지난 1년 반 동안의 최종 결과물, 미밈 마을이 거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오늘 SCM 수업에선 지금까지 프로토타입 수준이었던 미밈마을을 확실하게 제작하는 미션을 주었다. 그리고 ‘몰입하는 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앞부분엔 ‘개별 시나리오’를 직접 그려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3개의 장면을 그려냈고, 발표하면서 우리 마을의 이미지를 함께 상상할 수 있었다. 거의 두시간 정도 진행된 실제 제작에서 아이들은 놀라운 준비성과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몇몇은 내가 말은 뚝딱 하면 그걸 귀신처럼 만들어서 가지고 오는 재주를 가졌다. 보면서도 감탄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나는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미래 자신의 이상적 모습'을 계속 상상해보길 원했다. 누구와 일하길 원하고,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길 원하는지 생각해보길 원했다. 그러한 지속적 상상 속에 진짜 자신만의 자아의 신화를 살기 위한 에너지와 자양분을 얻게 된다고 믿기에. 그리고 그 장면이 아무리해도 생생하게 그려지지 않으면, 그건 사실 자신의 꿈이 아닐 수 있다는 신호라고 볼 수도 있기에. 1년 반이란 시간이 끝나간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이 다음 주 인데, 의미있고 재미있게 마무리하고 싶다. 그리고 찾아온 일요일, 설사에 몸살에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몸이 아프면 다 필요없더라. 건강이 최고더라. 


12월 8일
할머니 소식

어젯 밤, 아내에게 우리 엄마랑 할머니 소식을 들었다. 엄마는 최근에 너무 무리하는 바람에 대상포진에 걸려서 한참을 고생했고, 할머닌 많이 위독 하시단다. 산소호흡기를 부착하신 상태로 연명하고 있다고 한다. 식사는 못 드시는 상태고. 아이고.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특히 할머니 소식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욱 그랬다. 상태가 괜찮았을 때 할머니를 본 것은 2013년 설연휴가 마지막이다. 그때만 해도, 약간 오락가락 하신 상태였으니, 그렇게라도 봐서 다행이란 마음이 든다. 그 이후로 할머닌 요양원에 계신다. 거의 3년의 기간이구나.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소식을 듣고, 미안하단 마음과 죄책감이 가장 먼저 스쳐 지나갔다. 한번씩 전화를 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고.. 연락하는데 게을렀던 나의 철없던 20내가 원망스러웠다. 오늘 새벽이었다. 요즘 재원이가 3시쯤 되면 잠에서 깬다. 그리곤 한참을 설친다. 1-2시간 정도를 말이다. 아내는 완전 넉아웃이 되고, 나는 4시반쯤 일어나서 포대기를 했다. 그러곤 한참을 재원이를 안고 마루를 걸었다. 자장자장 하면서 재우면서 자연스럽게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빠가 어떻게 자랐는지. 그리고 지금 얼마나 슬픈지. 할머니랑 산에 다니던 추억도, 시장에 다니던 추억도 있는데, 하면서 한참을 말이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다. 


12월 9일
우리나라 교육이란?

오늘은 안양에 계신 유진쌤과 세은쌤과 만난 날이다. 캠프 관련해서 만났는데 오랜만에 즐거웠다. 특히 좋았던 것은 학교 주위의 설산 배경이다. 아침에 일찍 간 바람에 산을 조금 걸었는데, 한번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그 아침의 찬공기가 폐까지 그냥 들어왔다. 숨통이 저절로 확 트였다. 이렇게 공기가 맑은 곳에서 공부하는 이 아이들은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알게된 학교 규칙은 나에겐 너무 슬픈 현실이었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고등학생들의 경우 취침시간이 12시 반이라는 것이다. 물론 다들 그렇게 공부하고 있다는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직접 확인하니 너무 슬펐다. 군대에서도 심지어 10시에는 잠을 자도록 하는데 한참 자라나야 할 학생들이 무슨 죄인가? 이것을 단순하게 하나의 사례로 보는 것은 너무 좁은 시야다. 이것이 상징하는 것은 현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다. 현 교육을 잘 실천하기로 한 사람들은 모두가 이런 순환논리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바라고 원하는 세상은 아직 너무나 이상적인 것일까. 그런 고민을 했던 하루다. 아이들이 모두 9시쯤에 자고, 새벽 5시에 깨서 보고 싶은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그런 모습이 나는 왜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까. 




12월 10일
심톡이란 씨앗

오늘은 오전에, 그리고 저녁에 한번씩 미팅이 있었다. 오후엔 오롯하게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 동안도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적은 몇번 있었지만, 대부분은 해야 할 일에 치여있었다. 그래서 뭐랄까 나 혼자 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느낌이 없었다고 해야할까. 오늘도 할 일들을 가득했지만, 그래도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었다. 올해 4월쯤 이런 시간이 있었는데, 그리고 나선 거의 8개월 만에 맛보는 휴식같은 하루였다. 하기로 한 일도 별 무리없이 끝냈다. 오늘 하나 의미를 찾자면, 그건 바로 심톡의 재발견이다. 오전에 여름이 회사에서 미팅이 있었다. 내년에 들어가는 프로그램 관련해서 미리 들어보자는 것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성찰과 심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담당자분이 상당히 흥미로워 하시면서 다음에도 초대해 달라고 하셨다. 저녁에도 그랬다. 원재님이랑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런 저런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 나누면서 심톡 재미있게 봤다고 하셨다. 우리 입장에선, 그저 우리가 좋아서 하는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에 호의를 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꼭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그저 신나는 마음으로 씨앗을 뿌리다 보면 언젠간 열매가 맺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올해 심톡을 정리하는 포스팅 한번 하고 싶다. 사진부터 취합하기로. 


12월 11일
하루치기 가족여행 

그간 바쁜 일정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오늘은 하루 종일 시간을 냈다. 요즘 세상에 가장 값진 자원은 시간이 아닐까. 시간 내는 게 참 쉽지 않다는 걸 느낀다. 오늘은 할 일이 많았다. 오전에 산부인과도 갔어야 했고, 이후엔 명동으로 갔다. 사실 재원이가 태어나고 나서 밖에서 보내는 시간의 절반은 이유식 먹이는데 쓰인다. 어디를 가든 수유실이 있는지 확인부터 해야 하고 말이다. 명동에 가자마자 역시 밥부터 먹였다. 밥먹이고 나니 벌써 오후 2시. 우리도 아웃백으로 밥먹으로 갔다. 그리곤 명동 좀 돌다가 광화문으로 고고. 아내가 꼭 사고 싶은 펜이 있다고 해서, 교보문고까지 걸어갔다. 다행히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았다. 나도 아내도 오랜만에 이렇게 걸으니 기분이 좋아서 많이 장난치고 웃었다. 물론 이젠 예전처럼 자유롭지도 못하고, 활동적으로 노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이 좋다. 아가 덕분에 웃을 일이 많아서 좋고, 이렇게 어른이 되어 간다는 느낌도 좋다. 바쁜 일정 중 짬짬히 시간만 내면, 이렇게 평일에 얼마든지 놀 수 있는 나의 직업도 좋고 말이다. 


12월 12-13일
마지막 SCM

토요일. 오늘 삼성크리에이티브멤버십 마지막 수업이다. 지난 2년 동안 격주 토요일은 압구정에서 시간을 보냈었는데, 앞으론 어떻게 될지.. 한편으론 걱정이 되면서도 또 한편으론 기대도 된다. 특히 이번 2기랑은 정말 많은 정을 쌓았다. 지난 번 1기는 아쉽게 1학기 밖에 시간을 보내지 않았기에, 그런 마음이 덜 한데.. 2기는 오롯히 1년 반이란 시간을 보내서일까. 그 사이에 아이들과 대화도 비교적 많았고, 다들 저마다의 성장도 뚜렷히 보여서 그런지 그만큼 아쉬움도 크다. 마지막 시간, 우린 미밈마을의 첫번째 축제란 이름으로 지난 3학기를 돌아봤다. 시험 기간이라 많이 오지 않으면 어떻하나.. 란 걱정을 했지만, 1명을 제외하곤 모두 와 주었다. 완전 감동! 축제 준비를 했다. 아이들에게 완전히 일임한 작업이었음에도 누구도 놀지 않고 각자 역할에 충실해서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간이 없어서 다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준비한 프로그램도 알찼다. 마지막에 나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나의 길을 갈테니, 여러분도 여러분의 길을 가라고.. 외롭거나, 힘들어도 누군가 길을 가고 있음을 잊지 말라고. 난 정말 그런 마음이다. 아이들이 여기서 발견한 자신만의 꿈에 정말 가까이 갔으면 한다. 그 과정이 어렵겠지만, 방해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이뤄갔음 좋겠다. 그걸 위해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보다 더 멋지게 살아가고, 더 많이 성장하면 된다. 그렇게 다음에 만나서 웃으면 된다. 일요일은 대구에서 올라온 부모님과 함께 누나집에 갔다. 태어난지 이제 2주 정도 된 선우보러~ ㅎㅎ 갓난아기 보니깐 울 재원이 그때 생각이 많이 나더라. 아이고 언제 키우나 싶다. 오랜만에 그렇게 가족과 함께 보낸 맘편한 주말이었다.  



9월 1일
싸우는 인문학

오늘 왔다 갔다 하면서 본 책은 싸우는 인문학. 본 이유는 간단하다. 가볍게 보고 싶었을 뿐이다. 여러 저자에 의해서 쓰어진 책이기 때문에 일관적인 논리의 흐름은 아니었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중간 중간 통찰을 주는 내용도 많았고, 인문학이란 분야에서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그런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오전에 초딩 3학년들과 수업을 하면서 마음이 참 따뜻했다면, 오후에 중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는 다소 무거웠다. 물론 아이들은 잘 해주었지만, 아이들이 왜 이렇게 생기가 사라졌을까. 그런 안타까움이 든건 사실이었다. 무엇 때문에 나이를 먹을 수록 아이들이 이렇게 바뀌는 것일까? 인문학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연결시켜 본다면, 지금 우리의 사회, 특히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을 더 해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무엇이 아이들로부터 그리고 우리들로부터, 삶과 교육을 이렇게 분리시켰을까? 그 생명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인문주의자들에게 ‘인문학’이란, ‘신학’이 아닌 그 무언가였다. ... 어찌됐던 고대 그리스 로마의 작가들은 ‘이교도’였고, 이교도의 글을 연구하고 읽고 흠모하고 애호하는 행위는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이었다. 모든 고대 문헌 연구자들, 인문주의자들이 다 이단으로 몰렸거나 고초를 겪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묻혀져 있었던 ‘새로운 옛 사람’을 복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즉 자신들이 기독교적인 세계 속에서 ‘신학이 아닌 그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말이다.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보자. 한국에서 ‘인문학’은 지금 여기의 지배적인 사고방식 및 세계관과 자신을 차별화하고 있는가? 돈을 벌고, 성공하고, 출세하라는 자본주의적 계시 앞에서, 묵묵히 다른 텍스트를 읽어나가며 ‘새로운 옛 사람’을 찾아내는 인문학은 어디에 있는가?”  

9월 2일
왼손이 하는 일

한 동안 신경 쓰였던 것이 있다. 집에 들어갈 때마다 스트레스 받았다. 우리 집 앞에 놓여진, 차츰 쌓여가는 쓰레기가 바로 그것이다. 깨끗했던 곳이었는데, 개념없는 몇몇이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쓰레기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고 되려 그 세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심지어는 먹나 남은 음식들, 피자, 치킨, 심지어는 음식물 쓰레기도 놓여지기 시작했다. 기분 좋게 들어가려는 내 계획은 언제나 쓰레기와 함께 무산되었다. 누군가는 치워야 함에도, 아무도 치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굳이 뭐하러 그러겠는가. 나도 한동안은 지켜보기만 했다. 누가 치우겠지하는 안일한 믿음도 있었다. 하지만 정체 불명의 쓰레기가 쌓여가는 것을 보며 나는 포기했다. 언제나 그렇더라. 변화는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변화는 오로지 내가 만드는 것. 오늘 수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5시 반이었다. 5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를 들고 비닐 장갑을 끼고 쓰레기 더미로 향했다. 그 악취나는 쓰레기들을 손으로 주워서 버리는 것은 정말 유쾌한 일만은 아니었다. 게다가 엄청난 수의 벌레들과 함께라면 더더욱 그렇다. 손에 잡히는 촉감도 물컹한게 너무 이상했다. 한 동안 치웠더니 50리터짜리 봉지가 가득차기 시작했다. 정말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치웠다. 헌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쓰레기를 치우는 동안, 나는 내 마음을 봤다. 무슨 마음일까? 우리 동네 사람들이 날 바줬으면 하는 마음을 본 것이다. 생색을 내고 싶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는 생색을 내고 싶었고, 또한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양심을 가책을 느껴서 다신 쓰레기가 모이지 않았음 하고 바랬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지나가지 않았고, 나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돌아보니 부끄러웠다. 이이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의로움은 이해타산 없이 행하는 정신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해타산을 한다면 그것은 잇속의 마음으로써, 그는 도둑이나 다름없다. 선행을 하더라도 거기에 공명을 얻으려는 마음이 끼어 있으면 그것 또한 잇속의 마음이다. 군자는 그것을 도둑보다 더한 심보로 여긴다” 사람들이 이러한 내 모습을 봐줬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 때문에 나는 결국 ‘선행’을 했지만, ‘선행’을 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이 작은 일에도 이런 ‘인정에의 욕구’가 사라지지 않는데, 하물며 큰 일이면 어떻게 될까. 내 마음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이렇게 부끄럽게 하나 더 배운다. 

9월 3일
감사 수업

오늘은 칠보초 수업 날이다. 3학년 수업은 무겁게 시작했다. 특히 지난 번 수업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혼을 좀 냈는데, 숙제에 대한 중요성은 꼭 주고 싶었다. 다음 시간까지 감사한 것을 써 오지 못하면 어떻게 피드백 해야 할까. 벌써부터 고민이다. 4학년 수업은 드디어 끝났다. 지난 학기 프레젠테이션 수업이 이제서야 끝난 것이다. 워낙 수업 시간이 짧기도 하고, 아이들의 진도가 생각보다 늦긴 했지만 그래도 모두 발표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꽤 큰 기쁨이다. 그래도 처음으로 4학년들이 서로를 도와가면서 미션을 수행한 느낌이라. 뿌듯함이 오늘은 더 크다. 5-6학년 수업은 감사 수업을 이어갔다. 이지선님의 이야기도 보여주고, 각자의 사례를 통해 ABC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작년 깨알감사를 했던 일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기쁘다. 세상 어떤 것도 쓸모 없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내가 마음 먹은 대로 자유자제로 수업할 수 있다는 상황도 너무 감사하고 말이다. 뒷 부분에는 감사 상황극을 준비해서 하기로 했는데, 어찌 나올지 기대 중이다. 21일 동안 감사 일지 쓰는 것도 나도 함께 해야 겠다. 오늘 감사한 것 3가지를 써보자. 1. 무사히 수업 잘 마칠 수 있음에 감사. 2. 옥수수를 1000원에 사먹을 수 있음에 감사 3.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음에 감사. 모든 것에 감사하다. 

9월 4일
처음 가 보는 광교

아침부터 서둘렀다. 8시에 광교 스타벅스에서 인디언 계모임이 있었다. 아침에 서둘러 갔더니 되려 일찍 도착했다. 뭔가 신도시가 세워지는 느낌이었는데, 아침 일찍 돌아다니면서 책도 보고. 기분이 좋았다.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면 뭔가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 또 그걸 가지고 글로 풀어내는 경험을 몇 번 했다. 그리고 신기한 경험 하나 더 있다.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어디서 많이 본 분이 왔다갔다 하시는거 아닌가. 알고 보니 김성우 코치님이셨다. 작년 여름에 동양미래대학에서 강의 때문에 한번 뵙고 처음 보는 것. 광교에서 이렇게 만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신기하고 반가웠다. 이런 저런 근황을 주고 받았다. 스타벅스에서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책을 읽었고, 아까 대화 나누며 나왔던 키워드인 ‘억압’에 대한 글감을 떠올랐고, 아이폰에 이런 저런 글들을 끼적끼적 거렸다. 글을 쓰는 것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쓰고 싶어서 써지면 참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진 그런 편인데, 앞으론 또 모르지 뭐. 

9월 5-6일
녹차를 먹은 주말

내가 너무 멍청하다는 것을 깨달은 주말이다. 우선 토요일. 음. 뭐했지? 갑자기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분명 집에 있었는데, 뭐했지. 일단 아침에 한강을 나갔다. 아가를 안고 한강을 걸었고, 비가와서 금방 들어왔다. 그리곤 집에 와서 뭐했더라. 재원이랑 논건 기억나지만, 잘 모르겠다. 육아를 하면서 주부들은 흔히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다고 하는데 나도 그런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 기억났다. 오후엔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 먹으러 시장에 갔다. 그렇게 산책하고 왔구나. 저녁엔 SCM 학기 프로그램 미팅이 있어서 압구정으로 갔다. 여기서 나의 실수가 나온다. 음료를 시켰고, 난 커피는 먹기 싫어서 녹차 블랜디드 아이스(?)를 먹었는데, 먹으면서도 참 녹차가 진하구나란 생각을 했다. 거의 10시 50분이 되어서 미팅을 마쳤고, 나는 집으로 왔다. 잘 준비를 해서 침대에 누웠는데, 일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잠이 오질 않는 것이다. 분명 엄청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은 오지 않았다. 이 느낌을 느낀 경험이 과거에 딱 1번 있다. 그건 바로 진한 커피를 마셨을 때! 이번엔 녹차였던 것이다. 평소 커피를 잘 안 마시던 나라, 카페인에 엄청 민감한 것 같다.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3시가 되었다. 눈은 엄청 감기는데 뇌는 잠을 자지 못하는 상황. 화가 났다. 아무리 잠을 청해도 오지 않아서 결국 일어났다. 감사한 점이 있다면, ‘저녁에 커피나 녹차를 먹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꼈다는 점’ 그리고 ‘다음 날이 월요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어난 나는 내 방으로 향했다. 그리곤 책을 좀 보다가 어제 끄적거렸던 글을 완성시키고자 했다. 2-3시간 정도에 걸쳐서 손을 봤고, 결국 블로그에 포스팅까지 할 수 있었다. 얻은 것이 있다면 글이고, 잃은 것이 있다면 건강이다. ㅎㅎ 일요일은 그렇게 비몽사몽으로 보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8월 17일
3번의 대화

오늘 3번의 대화가 있었다. 2번은 연남동에서 마지막은 이수역에서. 그 대화에 대한 리뷰를 하고자 한다. 첫 번째 대화. 현섭형과의 대화 이슈는 정말 다양했다. 둘 다 워낙에 이런 저런거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ㅎㅎㅎ 인상깊게 들었던 것은 유여북스에 대한 경험. 거의 한달에 100만원에 가까운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것. 그것을 차곡차곡 쌓아나갔다는 것. 어찌 보면 무에서 유를 만든 것인데, 그러한 성과를 위한 필연적 수고들 (주말이면 전국을 누비며 중고책을 구입하러 가는, 1년 도서 구입비만 1000만원에 이르는, 등등)을 잘 인지하고 있다는 점도 멋졌다. 요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많아서 그런 저런 이야기들,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 아이들 가르치는 노하우도 배웠다. 인상 깊었던 문장으론, ‘취향이 곧 실력이다.’라는 것. 결국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 물건을 사거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거기에 맞춰서 자신의 실력이나 성품도 따라간다는 것. 쌈마이 취향은 결국 쌈마이가 되는 것이다. 인상 깊었던 질문으론, “당신의 올해 질문은 무엇인가?” 그리고 “당신은 어떤 플레이어인가?” 두 번째 대화. 박영준 코치님과 올만에 대화 나눴다. 주로 지난 번 아쇼카에서 진행했던 “체인지메이커 워크샵”에 대한 리뷰를 진행해 주셨는데, 재미있게 들었다. 주요 질문은 두개라고 하는데, ‘왜?” 그리고 “느낌은 어때?”란 질문이었다. 느낌을 물어보는 것이 왜 중요한가? 그 이유는, ‘행동’을 해야 느낌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머리와 가슴’이 연결될 수 없다. 행동하고 경험해야 우린 그 느낌을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고, 그때서야 변화가 시작된다. 머리에서 행동으로 그리고 가슴으로 이어지는 관계에 대해서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시스템씽킹과 층위에 대한 이야기. 피터센거의 유 프로세스 등.. 박영준 코치님과의 대화도 즐거웠다. 내가 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잘 집어주신다.  마지막 대화는 정선이와 해리, 그리고 최지은 코치님이다. 각자의 근황도 나누고, 특히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 ‘친밀함’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이번 달 심톡 회의도 했고, 어떻게 진행할지도 결정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한달에 한두번이라도 이렇게 편안하게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하면 얼마나 좋을까. 란 생각을 했다. 


8월 18일
잡무처리하는 날

오늘은 지금까지 미뤄왔던 일들을 처리하는 날이다. 오전에 재원이 병원에 갔다가 왔고, 망원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쭉 적어봤더니, 7-8가지 정도가 나오더라. 아주 큰 일들은 아닌데 모이니 꽤 스트레스가 되었었다. 목표를 세우고 하나하나 이루는 것! 인식형에게 아주 중요한 훈련법이다. 나 역시 하나씩 체크하기로 했다. 가장 오랫동안 미뤄온 일이 있었는데, 그것부터 했다. 네이버 블로그를 정리하는 일이다. 꽤나 긴 글을 주절주절 거리는 내 모습을 보면서 하나 느낀 점도 있다. 나란 사람은 참 말하길 좋아하는구나. 그냥 결론만 말하면 될 것을 앞뒤 상황 써가면서 주절 주절 거리고 있다. 누가 본다고 말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이렇게 누구라도 한명이라도 본다면, 그 글은 의미있다고. 나는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꼭 많을 필욘 없다고 보니까. 심톡 공지하는 것도 꽤 시간을 쓰는 일이었다. 그리고 조금 밀린 성찰 일지도 다시 쓰고, 현섭형을 통해 중고책도 몇권 구입했다. 우리 빌라 관리자로서 공지사항도 썼다. 그 시간 동안 하지 못했던 일도 있다. 책을 좀 초서하기로 했고, 역사 수업도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그것도 못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미뤘던 일은 어느 정도 해결한 편이다. 공부를 제대로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 


8월 19일
중간 점검

사실상 중간 점검이 아니다. 벌써 20일이 지났으니, 2/3 점검이지. 요즘 들어서, '탁월한 삶에 대한 필연적 수고’라는 키워드가 계속 내 머리를 맴돈다. 무슨 말이냐면, 탁월한 삶은 의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오롯한 선택이자, 그 선택에 대한 책임 또한 나의 몫이라는 것. 그 누구도 나에게 탁월한 삶을 살라고 하지 않았지만, 그저 내가 원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누군가에게, 상황에게 탓을 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다시 질문해보자. 그렇담, 나는 탁월한 삶을 위해 필연적 수고를 감내하고 있는가? 어쩌면 탁월한 삶은 원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훈련을 하고 있지 않은게 아닌가? 반성이 아니라 마음을 고쳐먹는 ‘회심’이 더 중요한데, 왠지 나는 반성만 하고 있단 느낌도 든다. 잠깐 8월 31일로 건너가보자. 그리곤 뒤를 돌아보자. 너는 이번 달을 어떤 한달로 만들고 싶었으며, 실제로 어떤 달로 만들었는가? 나는 시스템씽킹 공부와 역사 공부에 빠지는 한달을 만들고 싶었다. 좀 더 추가하자면, 나의 내적 욕망에 충실한 시간으로 채우고 싶었다. 현재로썬 절반의 성공이다. 지난 달에 비해선 덜 쫓기듯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이리저리 좌충우돌 하고 있는 내 모습도 본다. 자유 시간이 생겼음에도 ‘정말 자유롭게 쓰는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들이나, 습관적으로 하는 관습에 휘둘리는 내 모습을 말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주 수욜부턴 정말로 수업이 가득하다. 최소 2달은 정신이 없다. 남은 며칠동안 활활 후회없는 나날을 만들자. 


8월 20일
칠보초 수업

오랜만에, 정읍에 내려갔다. 아이들을 보니 반가웠다. 방학 때 어떤 아이는 도서관에 갇혀서 책을 억지로 보기도 했고, 어떤 아이는 부모님이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아서 하루 종일 그저 놀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아이들은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로 놀러다니기도 했다. 아이들의 대화를 듣는데, 참 재미있었다. 3학년들과 4학년들은 시간이 짧다. 2학기에서 일단 이렇게 분리해서 진행할 예정인데, 일주일에 1시간이라 많이 아쉽기도 하다. ‘혼자 왔습니다.’란 게임을 했다. 그리고, 방학 때 있었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다. 3학년들은 방학 사이에 목소리가 더 커진 것 같다. 소리를 왜 이렇게 지르는지. 그 에너지가 가끔 감당이 안 된다.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들은 그 에너지가 다 어디 갔는지. 아쉽기도 하다. 5-6학년들과의 수업은, 좀 더 게임이 많았다. 원래 계획과 다르게 ‘마피아 게임’까지 하게 되었다. 나는 아이들의 심리나 누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지 관찰하려고 게임에 동의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의 논리성이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다음에는 ‘더 지니어스 게임’을 참고해서, 더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하고 싶단 생각을 했다.  


8월 21일
관희와의 대화

오늘은 성공회대에 놀러갔다. 정희가 준비한 협동조합 컨퍼런스에 놀러 간 것인데, 개인적으로 협동조합에 관심도 많은 편이고, 또 말로만 듣던 성공회대를 한번쯤 놀러가고 싶기도 해서 간 것이다. 가서 의외의 수확이 있었는데, 관희를 만나서 오랜만에 딥토크를 했다는 점이다. 요즘 생각하는 것들, 살아가는 것들 나누면서 서로 즐거워했다. 역시 깊은 대화는 1:1로 해야 제맛이다.  실은 컨퍼런스 자체보단 관희와의 대화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는 ㅋㅋ 후반부엔 다양한 협동조합 활동을 하는 청년들을 모아서 토크쇼를 진행했었는데, 꽤 인상깊은 청년이 한명 있었다. '협동조합 성북신나'를 이끌어가는 친구였는데, 그들 중에선 가장 가벼워 보여서 좋았다. 본인도 대안학교를 나왔다고 했는데. 그것 때문이지 어쨌든 이렇게 저렇게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우리 재원이가 저렇게 자라주면 참 좋겠단 아빠 같은 생각도 했다. 하하하. 재원이를 비롯해 모든 아기들과 청소년들이 자기 답게 살아주었음 좋겠단 이야기다. 나부터 그렇게 살아가야 할 것이고. 


8월 22-23일
주말이었다. 

토요일엔 오후에 글로벌 HR에서 디자인씽킹 강의가 있었다. 지금까지 했던 모든 강의 중에 가장 사람이 적었다. ㅋㅋ 그 대신 얻는 것도 있었다. 바로 ‘밀도’다. 사람이 적으면 ‘다양성’은 손해볼 수 밖에 없지만 ‘밀도’를 얻는다. 게다가 다들 관심이 있어서 참가한 것이라, 수업 내용을 엄청나게 잘 받아들이셨다. 놀랄만큼. 역시 교육은 ‘강사’와 ‘참가자’가 서로 ‘원해야’ 최고라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저녁엔 형님과 아주버님이 놀러오셔서 고기 구워먹으면서 놀았다. 흥부골은 역시 진리다. 엄청 맛나게 먹었다는. 일요일은 아침에 가족 산책을 갔다. 한강변으로 걸어가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놀았는데, 한강 산책도 역시 진리다. 오후에는 아내는 피곤한지 잠이 들었고, 나는 방에 들어가서 이런 저런 일도 했다. 3시반부터 시작한 청소를 비롯한 집안일은 6시 반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무사히 집안일을 끝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겠지? ㅎㅎ 아 맞다. 하나 빠뜨릴 뻔 했다. 내가 금요일과 토요일에 걸쳐서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렸는데, 그게 조회수가 꽤 높아서 놀라기도 했다. 어디선가 퍼져나간거 같은데 원래 30명 정도 들어오던 블로그에 토요일은 1700명 가까이, 일요일은 1400명이 들어왔다. 이게 무슨 일이가 좀 놀라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그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거. ㅋㅋ 


  1. 용화영 2015.08.24 22:23

    혹시 TED 중독에 관한 글의 조회수가 많이 늘었나요?^^
    우연히 아는 사람 페이스북에 정욱님 글이 공유가되서 반갑기도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ㅎㅎ

    • 네 안녕하세용 오랜만이어요 :)
      제가 지금 좀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인데요, 조회수는 모르겠고 블로그 방문자가 갑자기 늘었어요. 어젠 5000명 넘더라구요 ㅎㄷㄷㄷ 전 일시적이라고 보는데, 아마도 그 글이 페북으로 공유되고 있는 것 같아요. 신기한 일이어요 ㅎㅎㅎ

  2. 슈밍아빠 2015.08.25 08:52 신고

    저도 형님과 대화기회를 다시금 가지고 싶네요^^ 좋은글 잘 읽고 있습니다

    • ㅎㅎㅎㅎ 잘 지내고 있지? 나도 네 블로그 링크에 추가해야 되겠다. 열심히 사는 것 같아서 보기가 좋구만 :) 서울에 올라옴 연락해!!

5월 18일 
요즘 뭐가 그리 바쁜지. 바쁜 것도 아닌데 바쁘다. 성찰일지가 밀린다. 정말 원치 않던 일인데 그렇게 되었다.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시간낭비하는 일도 없는데.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바쁘게 사는 것도 아니고. 뭔가 어중간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어중간함이 좋다. 그저 2015년 5월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좋다. 월요일에 나는 어깨 때문에 또 병원을 갔다. 다 나은 줄 알았다가 방심했다. 어제 무거운 걸 들다가 어깨를 다쳤다. 지금의 내 근육이 워낙에 상하기 좋게 되어있나보다. 짜증도 났고, 한편 이런 지경까지 돌보지 못했던 어깨에게 많이 미안했다. 그리고 나선 주정미 코치님과 질문에 관한 스터디를 했다. 이번 달 까지는 일단 각자 관심사항을 털어놓기로 해서, 자연스런 흐름에 따라서 대화를 이었다. 워낙 탐구하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다보니, 관심사에 따라 각자의 관점을 털어놓으며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요즘 이런 류의 대화가 작년보다 좀 더 많아졌는데, 대화 자체도 즐겁고, 대화 이후에도 많이 배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다. 그리곤 용마중 ‘나도 영체인지메이커’ 수업이 있었다. 세은쌤과 함께 한 수업이었는데, 지난 번에 비해서 더 좋아졌다. 아이들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미션 수행을 해오지 못한 상황에서 즉흥적이지만 꽤 잘 이끌었다고 자평한다. 나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으리라. 함께 하는 이유를 알아가고 있다. 저녁엔 불광으로 향했다. 서울 크리에이터 수업을 들으러. 치료하고, 이야기하고, 강의하고, 강의듣고 집으로 간다. 

5월 19일
토론 수업이 있는 화요일. 예전엔 그런 패턴들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많이 접하다 보니 패턴이 보인다. 한 가지 재미있는 부류가 있다. 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종종 보인다. 그런 아이들일 수록 발표도 잘 한다. 어떤 아이는 자꾸 나에게 자신이 적은 걸 보여준다. 어필하고 인정받고 싶은 게다. 장점은 적극적이다는 것. 단점도 적극적이다는 것이다. 적극적이어서 다른 친구들의 기회를 뺐는다. 그리고 승부욕도 다소 높다. 다른 친구들의 의견에 잘 호응하지 않는 경우도 봤다. 물론 나에겐 다들 이쁘다. 하지만 지나치게 내 눈치를 보는 아이들은 매력이 떨어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내 눈치 보지 않고 떳떳하게 자기 주장하는 아이들에게 더 눈길을 준다. 오후에 PXD에 갔다가 저녁에 오랜만에 여름이와 송비를 만났다. 2년에 걸쳐서 동화책을 만들고 있는 친구들. ㅋㅋㅋ. 헌데 앞서 오전과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여름이가 최근에 만난 남자 이야기다. 3번을 만났다고 한다. 헌데 왠지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왜 그런가 봤더니, 너무 자기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저 사람이 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걸 본인이 느껴버릴 때, 그는 더 이상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앞서 아이들의 경우도 그런 걸지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서로를 필요로 한다. 아마 그 남자도 여름이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 것이다. 그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 하지만 이것 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만큼 자신의 공간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우리에겐 그 사람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노력이 더불이 요구된다. 덧붙이자면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도. 자신의 공간이 없는 사람들은 타인의 공간에 의지하거나, 그게 안 되면 빼앗으려 한다. 자나치게 좋아하다가 그가 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뭔가 섭섭하면 완전히 돌아서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우린 다른 사람이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없다. 우린 오로지 우리가 될 수 있을 뿐이다. 그것 깨닫지 못하면 관계는 언제나 고통이고, 그걸 깨달으면 그 곳이 행복이다. 

5월 20일
지난 번에 이어, 연남동에서 모인 인디언 계모임. 5월 들어선 정말 많이 본다. 3번을 만났다. 이번 5월의 가장 인상깊은 공간을 하나 꼽으라면 연남동이 될 것이다. 내가 처음 연남동에 온게 5월 2일인데, 이번 달은 정말 연남동에 흠뻑 빠졌다. 나뿐만이 아니다. 다들 그런 것 같다. 무엇이 나를 이리로 이끌게 한 것일까. 연지원 선생님의 철학에 공감하는 것이 가장 클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많이 한 것이기도 하고. 내가 지향하는 것이 바로 이런 고유함에 있다. 생태계를 위해선 그것이 최선이다. 복제될 수 없는 수 많은 고유성들이 서로 간에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 어느 하나가 무너져도 다른 하나가 다시 언제든 생성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 그런 것을 온몸으로 배우는 5월이다. 오후엔 당산서중에 수업을 갔다. 이번 수업도 용마중 처럼 지난 번 보다 나아졌다. 아마 지난 번 수업이 나에겐 최악이었나 보다. ㅎㅎㅎ 수업을 잘 마치고 아내와 집에 왔다. 재원이 목욕을 시켰다. 헌데 이건 왠일. 욕조를 나르다가 느낌이 이상했다. 허리가 이상하다. 아프다. 투비컨티뉴드.

5월 21일
허리가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 태어나서 허리가 아파 본 경험은 거의 없는데 이상하게 아프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읍에 갈 때까진 괜찮았다. 역시 잠을 자고 났더니 괜찮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차에게 앉아 가는 동안 허리가 눌려서 그런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정읍에 내리자마자 허리가 많이 아팠다. 돌아오는 지금 생각하면 가까운 한의원이라고 갈껄. 오전엔 그런 생각도 못했다. 학교에 갈 때도 고생해서 갔다. 헌데 문제는 더 아파지는 것이다. 수업 시간 내내 나는 앉아있었다. 가끔 일어날 때마다 너무 아팠다. 원래 저녁에 돌아오면서 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하나도 하지 못했다. 책을 좀 보다가, 꾸벅 꾸벅 졸다가, 노래만 들었다. 그러다가 성찰일지를 쓴다. 몸이 아프니 섬세한 활동이 어렵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가야한다. 참 미련하다. 나는. 

5월 22일
금요일. 전날 허리가 아파서, 결국 아침에 병원을 갔다. 오후엔 뭐했더라. 다음 날 수업 준비한 거 이외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면, 몸이 안 좋으면 다른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다시금 세삼 느낀다. 참 미련하도다. 나는. 

5월 23일
5월 심톡있는 날! 이번에는 지난 번에 몇번에 걸쳐 진행된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를 다시 진행했다. 지난 번에 오후 4시간 정도에 걸쳐서 했는데, 충분히 다뤄진다는 느낌이 적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11시부터 6시까지 7시간 동안 해 보면 어떨까? 해서 개최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은 바로 황금연휴의 첫날이었다는 것. 그리고 결혼식도 많고, 날씨도 좋고, 암튼 워크샵을 열기에는 참 좋지 못한 시기였다는 것이다. 나에겐 이번 시간 말고는 별로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그랬는데 ㅠ 그래서 오기로 한 분들도 잘 오지 못하고, 심톡 역사상 최소 인원 5명과 함께 워크샵을 했다. 사실상 게스트는 2명이었던 셈. 나의 과욕이 불러온 참사다. 다음에는 좀 더 사람들의 스케쥴을 고려해야겠단 생각도 들면서, 그래도 일단 내가 시간 날 때 열어야지 라는 생각도 했다. 솔직히 나는 그런 인간이다. 워크샵은 적은 인원에 맞게 진행되었는데, 정말 시간가는지 모르게 진행되었다. 특히 오후부터 진행된 ‘6개의 인물 원형’과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에선 시간이 또 모자라게 느껴졌다. 하루 종일 했음에도 모자라다면, 이건 뭘까. 다음에는 어떻게 시간을 만들어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된다. 그리고 이번에 3번째 하는데, 다음에는 몇 가지 보완해야 할 것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기대기대. 
 
5월 24일

아내가 고대하던 일요일. 오전부터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한강으로 나갔다. 지난 번에 구입한 텐트를 치고, 안에서 도시락도 까먹고, 놀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매번 밖에만 나가면 조용히 잠을 잘 자주던 우리 재원이가 이날은 엄청 자주 울었다. 말은 못해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추측컨대 아마 다소 더웠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잠을 잘 못 잤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짜증이 많이 났을 것이다. 평소에 낮에 3-4시간을 자는 재원이가 오늘은 별로 자지 못했다. 날씨가 너무 덥다보니, 우리도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리고 재원이가 계속 우는 바람에 제대로 쉬지도 못할 것 같았고. 결국 장모님 댁으로 갔다. 가서도 재원이는 많이 보챘다. 나는 허리가 아프단 핑계로 푹 잠들었지만. 저녁에는 어머님이 해주신 닭도리탕을 먹고, 놀다가 집에 들어왔다. 아가랑 함께 할 땐 아무리 쉬워보이는 일도 생각처럼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하루였다.  


5월 11일
월요일. 그 동안 날씨도 좋고 연휴란 느낌이 있어서인지, 오랜만에 일하는 기분이다. 오늘은 오전에 더배움연구소 주정미 코치님과 미팅이 있었다. 앞으로 질문과 관련해서 개념도 정리해보고,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고, 나아가 책도 내보고 싶다는 전체 계획을 들었다. 관심사는 비슷하지만, 그 관심사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각은 꽤 다른 편이라 즐거울 것 같았다. 어차피 월요일 오후에는 수업이 있기 때문에 오전에 미리 만나서 한번 대화해보기로 했다. 나로선 다양한 형태로 공부해보고, 결과를 만들어보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것이 나로서 시작되든,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끌어지든 말이다. 오후에는 용마중 수업이었다. 이번 주 5달러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날이다. 끝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데, 많은 의문이 드는 수업이었다. 우선, 나로선 학생들이 스스로 해내길 원하고, 어렵게 미션을 줘도 그걸 잘 조율해나가면서 성장했음 하는 바램이 있다. 하지만 그걸 중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또한 든다. 세은쌤 피드백도 일리가 있었다. 중학생들은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나아가야 한다는 말.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혼란을 유도하고, 스스로 그것을 극복하느 과정도 지켜보고 싶었다. 뭐가 정답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해답은 나와있다. 나로선 좀 더 친절하게 해야 하고, 아마 세은쌤은 좀 더 덜 친절하게 관여해야 한다는 것.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되, 그 강점이 지나쳐서 교육 효과에 피해를 줘선 안 된다는 것. 나는 더 꼼꼼하고 친절해야 하고, 아마 세은쌤은 덜 꼼꼼하고 덜 친절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학생들은 더 균형잡힌 배움의 기회와 자립의 기회를 얻을 테니 말이다. 저녁에 디자인씽킹 교사 연구회 렛츠 디에서의 미팅도 즐거웠다. 아쉬움, 질문 그리고 성찰이 있는 하루였다. 

5월 12일 
비가 그친 화요일이다. 어제는 비가 왔는데 오늘 아침엔 그쳐 있었다. 비가 그친 날 아침의 공기는 참 좋다. 날씨가 꽤 쌀쌀해졌다. 오늘 오전엔 토론 수업이 있었다. 즐거웠다. 하지만 그것과는 반대로 막상 4시간 정도 수업을 하고 나면 생각보다 기가 빨린다. 수업이 끝나면 당분간은 아무 말도 하기 싫은 상태를 맞이한다. 나는 이걸 기가 빨렸기 때문에 그렇다 라고 스스로 평가하고. 그렇게 말하기 좋아하는 내가 말하지 않게 되는 경우는 별로 없기에. 오늘 토론 수업 중에 몇몇은 나에게 스승의 날이라고 편지도 써줬다.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 나는 몇번 수업하지도 않는데 잊지 않고 챙겨주다니. ㅠㅜ 수업을 마치고는 지난 주 pxd에서 프로토타이핑 한 결과를 테스트하기 위해 서강초등학교로 갔다. 초등학생들 1명 그리고 2명을 대상으로 지난 주에 만든 도구를 실험했다. 혼자 하는 친구는 깊이 생각할 수 있지만 다양한 생각들은 조금 떨어졌다. 그리고 함께 하는 친구들은 깊이 생각할 여유는 없었지만 꽤 다양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에 맞춰서 관찰했고, 간단히 인터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테스트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결과물도 꽤 의미있게 나오고 있어서 좋았다. 이번 달 안으로는 왠지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에는 심톡 준비 때문에 다시 종각으로 왔다. 종각에서 저녁이 미팅하고 집에 가면 벌써 화요일이 지나간다. 시간은 참 빠른데, 나는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잊지 말자. 

5월 13일.
오늘은 학습조직에 대한 학습조직, 인디언 계모임(가제)이 있는 날이다. 어찌보면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지만, 나에게 있어선 계속 관심있던 주제라 만남 자체가 좋았다. 홍대입구역 쪽 연남동에서 모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우리 집에서 가까워서 걸어갈 수 있기도 했고, 또 로컬에 대한 공부 장소로서도 적합하기 때문. 지난 번에 와우 로컬투어를 다녀와서 어느 정도 안내해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연남동은 참 이쁘다. 만나서 밥을 먹곤 주욱 카페에서 미팅을 했다. 근황도 나누고. 쨌든 다들 교육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멤버들이라 관심사나 고민거리가 비슷비슷했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서 경청하고 해결해 나가는 분위기가 좋았다. 아이디어도 중간 중간 표현하고. 허긴 그러고 보니 이 모임에서 가장 연장자는 나다. 심마니에서도 오랫 동안 내가 가장 연장자고. 나 별로 그런거 안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그렇게 되었다. 물론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슬프다. 내 나이가 벌써 서른 셋이라니. 예전에 서른 셋을 보면 진짜 아저씨라고 느껴졌는데 내가 벌써 그 나이라니. 늙기 싫다. ㅎㅎㅎ 그렇게 카페에서 한참을 대화를 나누고, 각자 헤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지는 모르지만, 나는 스스로를 한량이라고 생각한다. 이리 저리 강의나 하러 다니고, 책이나 읽고, 사람들 만나고. 그것 말고 하는 일이 없으니까. 오늘의 동선이나 일정만 봐도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꿈도 못 꿀 일정이 아닌가. 아직 더 게을러지지 못하고, 더 여유부리지 못 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한량. 그러면서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한량. 나도 참 이중적인 모습이다. ㅎㅎㅎ 미팅이 끝나고 나는 남아서 5월 원데이 심톡 공지를 했다. 자주, 그리고 꼭 하고 싶은 워크샵이지만 시간의 한계 때문에 거의 열지 못하는 수업이다. 개인적으로 진행할 때 가장 즐거운 경험이 되기도 하고. 이 워크샵이 사람들이 각자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아내와 저녁 시간을 함께 보냈다. 낼 정읍 가는 날이라 일찍 잤다. 

5월 14일 - 책 리뷰
어제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김정운 교수가 쓴 <남자의 물건>이란 책을 봤다. 요즘 스파노자 ‘에티카’랑 피터 센게 '제5경영' 같은 무거운 책만 보다 보니, 다소 가벼운 책을 읽고 싶어서 즉흥적으로 집어들었고, 빨리 읽었다. 1부와 2부가 나뉘어 있는 책인데, 솔직히 1부는 별로 임팩트는 없었다. 이미 ‘노는 만큼 성공한다’와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비롯한 책과 다양한 강연에서 전하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김정운 교수를 처음 접한 사람들에겐 재미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2부 남자들과의 인터뷰는 꽤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다. 이어령의 책상, 안성기의 스케치북, 문재인의 바둑판 등 한명 한명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물건에 대한 애착도 느껴보는 경험은 꽤나 즐거웠다. 나에게도 물어보았다. 내가 애착을 가진 물건은 무엇인지. 하나를 꼽을 순 없었다. 3개를 추려 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책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아니었다. 그건 바로 책상이었다. 우리 집엔 꽤 큰 책상 하나가 있다. 결혼 할 때 아내가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 뭐냐고 물었다. 보통 남자들은 축구를 보거나 게임을 하기 위해 TV를 큰걸 원한다고 하는데 나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TV는 필요없다고 말했고, 되려 크기는 내가 더 나서서 줄였다. 그 대신 나는 직접 공방에서 제작한 책상을 사달라고 했다. 그게 내가 원한 조건이었다. 기성 가구점에선 내가 원하는 사이즈는 살 수 없었다. 그렇게 얻게 된 우리 집 책상은 정말 크다. 한 6명이 함께 공부할 수 있을 정도다. 일상이 바쁘다 보니 나도 생각보다 그 책상 앞에 앉아있을 시간은 적다. 하지만 볼 때마다 기분이 탁 좋아진다. 아내 입장에선 방을 좁게 만드는 그 책상이밉상이겠지만  :) 두 번째로 수첩이다. 나는 10년전 부터 쓰던 수첩을 아직도 모아둔다. 2-3년 전부턴 그 역할을 에버노트가 거의 대신하기에 수첩에 끄적거리는 양은 확연히 줄었다. 하지만 그 애착은 아직 줄지 않았다. 재작년 이탈리아 놀러 갔을 때, 내가 가장 기뻤던 순간 중의 하나는 피렌체 가죽 공방에서 작고 이쁜 수첩 하나 샀을 때다. 다소 여성스런 취향이라는 거 나도 안다. 하지만 좋을 걸 어째. 마지막으론 역시 책이다. 나는 책을 사는 것에는 대범하다. 하지만 책을 나누어 주는 것에는 인색하다. 이 인색함이 나이가 들 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마 올해 안에 책을 대거 나누어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아직은 역시 주저주저한다. 내가 산 책에 대한 애착은 어지간한 편이다. 책을 하나 사서 좋은 문장에 줄을 치고, 가끔 들여다 보는 것. 그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 그게 나다. 한 권의 책 <남자의 물건>을 통해 내가 어디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성찰해 봤으니, 이번 책도 읽은 값은 잘 치른 것 같다. 내가 가진 욕망을 잘 들여다보고, 솔직해 지는 것. 그리고 표현하는 것. 그것은 한번에 되는 것이 아니다. 연습이 필요하다. 디테일이 필요하다.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에. 자기 자신을 발견해야 더 자연스럽게, 더 나답게 살 수 있기에. 이런 작업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나를 아는 것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5월 14일 - 수업 리뷰
오늘은 수업 리뷰로 바로 들어가자. 할 말이 많다. 3학년 수업. 내가 원하는 형태로 진행은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효율적이진 못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삶과 교육의 흐름이 일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관심사를 잘 관찰하고 있다가, 그것이 갈등의 소제가 되거나 다룰 수 있게 되었을 때 즉각적으로 수업에 반영하는 것. 그리하여 수업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고 삶이 더 나아지는 것.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삶의 기술들 (협동, 배려, 공감, 지식 등)을 배워가는 것. 그게 내가 원하는 이상적 수업 모습이다. 준비한 것만 진행하는 모습은 별로다. 3학년들에게 하나의 문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은서’다. 은서는 다른 친구과 조금 다르다. 인지적으로 아주 떨어지는 것은 아닌데, 어쨌든 수업에 집중하진 못한다. 그리고 본인이 좋아하는 활동은 엄청나게 집착하지만 나머지는 아예 하려하지 않는다. 선생님들에게 달라 붙어서 징징대는 경우도 많고. 아이들이 계속 받아주기에 어려웠나 보다. 오늘도 아이들은 역정을 내면서 은서에게 화를 넀다. 은서는 결국 교실을 나갔고, 나는 토의를 시작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다보니 왜 화내는 지는 알것 같았다. 듣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결론이 쉽게 나진 않았다. 은서에게도 다짐을 받긴 했지만, 그것이 효과적일지는 모르겠다. 난이도 중의 수업이었다. 4학년 수업.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한번도 내 의도대로 완벽히 진행해 본 적이 없는 극강의 4학년들. 오늘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줬다. 조편성을 다시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이들은 또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 사이에 몇몇은 서로 다투다가 울고 말았다. 너무나 예측하지 못하는 타이밍에 눈물들이 나와서 놀랄 때가 많다. 감정에 예민한 민성이, 과격한 철원이, 흐물거리는 성재, 까부는 이안, 한 고집하는 설희와 무교. ㅎㅎㅎ 이 어벤져스급 4학년들은 나에게 큰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그나마 희망을 찾는 다면 처음보단 쬐끄음 나아지고 있다는 것? 그래도 내 말을 듣긴 한다는 것? 정도다. 다음 주에 조편성 마무리 지을 예정. 5-6학년. 이들은 철이 들었다. 말이 통한다. 그래서 제대로 진도를 나갈 수 있다. 거의 유일하게. ㅎㅎ 지난 주 까진 관계를 중심으로 다뤘다면 이제부턴 창의성, 상상력을 다루고자 했다. 준비한 수업 내용에 한 가지는 즉흥적으로 했다. 그 질문은 바로 ‘어떻게 해야 우린 가장 창의적이 되는가?’라는 것. 스스로 의견을 내고 종합해서 발표하게 했는데, 꽤 훌륭한 발표였다. 요녀석들 덕분에 그래도 밥값은 했음을 위안을 삼으며 서울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음에 참 좋다. 

5월 15일
오늘은 스승의 날. 나중에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을까. 언제나 반성이 되는 날이다. 오늘은 와우 스토리 연구소를 이끌어가시는 연지원 선생님께 감사함을 전했다. 그리고 이번 주 독서축제인 <강점에 집중하라>를 옮겨적고, 생각들을 적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요즘 들어 이런 저런 생각을 적는 기회가 많다. 성찰일지도 꾸준히 쓰다보니 좋고, 매주 목요일마다 하나의 글을 쓰고 싶은 마음도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다. 그렇게 단절적인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그래도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매월 2권의 책을 읽고 쓰는 독서축제를 하면서도 글을 많이 쓰게 되고. 글을 어느 정도 쓰다 보니 이제 고민은 자연스럽게 퀄리티로 향하게 된다. 그런 걱정도 한다. 너무 양에 치우친 글을 쓰는 건 아닐까? 이젠 질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자연스런 고민이리라. 양질변환의 법칙이 있는데, 나는 글쓰기에서도 그 법칙이 적용되리라 믿는다. 일단 쓰고, 쓰자. 창조적 자아가 활동하게 하자. 그래야 나중에 비판적 자아가 할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5월 16일
오늘은 오전에 재원이 50일 앨범은 가지러 갔다. 50일 앨범을 펼쳐보는데 얼마나 웃기던지. 볼살이 아주 두툼한 것이 아기 불독같은 느낌. 내 아들이라 그런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너무 귀여웠다. ㅋㅋ 토욜 오후엔 삼성크리에이티브멤버십 수업이 있다. 벌써 6번째 수업. 그 전에 잠깐 시간을 내서 어제 하던 <독서축제>를 마무리했다. 시간을 꽤 쓰는 작업이지만, 그래도 하고 나면 기쁨이 크다. 다행히 잘 마무리하고, 오후에 멘토링을 진행했다. 이번 주 주제는 <나의 빛나는 순간>이다. 한 멘토님이 자신의 지인들에게 <당신의 빛나는 순간은 언제였나요?>라는 질문을 던져서 그 사진들을 모아왔다. 브라질에 3년 정도 체류하셨을 때 만든 인맥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 인맥에 일단 놀랐고, 두 번째 놀란건 ‘공통성’이었다. 각자 사진은 달랐지만, 그 사진들이 함의하는 가치는 다들 비슷했다. 빛나는 순간이란 무엇일까. 그 사진들은 가족, 관계, 성취, 꿈, 몰입, 휴식 등 다양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특히 인상깊은 사진이 있었다. 생태지향적 건축가가 자신의 집을 지었다. 헌데 그 집 안에 바닷물이 흘러서 다시 바다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흐름이 있고, 다이빙할 수 있는 풀이 있었다. 그 풀에서 자신의 아들이 다이빙하려는 직전의 모습. 그 사진이 나에게 큰 공감을 선사했다. 2가지 만족이 있었다. ‘내 생각을 반영한 결과물’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결과물로 행복감을 누리는 것’ 정말 어마어마한 만족이 아닐까. 나도 그런 유산을 남기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만든 결과물로 더 기뻐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걸로 인생은 끝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시간이어야 하는데, 되려 나에게 꽤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좋았다. 

5월 17일

일요일. 매주 일요일은 집안일과의 전쟁이다. 아니 전쟁이 아니지, 전쟁을 피하기 위한 필연적 부산함이라고 할까. 어쨌든 일요일은 바쁘다. 일요일 오전이 충분히 바빠야 나머지 주말 및 한주가 편안하다. 그래서 오늘도 역시 청소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전이 다 지나갔다. 주말에는 재원이와 함께 노는 시간이 많다. 많이 보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물론 아내에겐 성이 차지 않겠지만. 이번 주 일요일 오후에는 합정역으로 놀러갔다. 밥을 먹고, 메세나 폴리스를 조금 구경하다가 집으로 왔다. 사람들이 많더라. 특히 우리 또래들 (아기를 대리고 다니는 젊은 부부들)이 많아서, 우리가 참 베이비붐 세대구나! 라는 세삼 놀라울 것도 없는 인식을 다시금 했다. 장모집 집에 가선 복면가왕을 봤다. K팝 스타 이후에 보는 TV프로그램이 하나도 없었는데, 유일하게 다시 보게 된 프로그램이다. 얼굴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이리도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라니.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존 롤스의 ‘무지의 장막’을 떠올렸다. 무지의 장막이란 이런 것이다. 개인이 원초적 입장에 서서 자신의 개인적 특성이나 사회적 지위 등을 모른다고 가정하는 것. 뭐 굳이 연결하자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무지의 장막 뒤에서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분별하는 것. 나는 기회의 균등에 있어서 이 사유실험은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저런 생각을 이리저리 굴려보았던 시간이다. 


5월 4일
오늘 오전은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공짜라서 받긴 했는데, 매번 받을 때 마다 대충 해준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까지 별 이상은 없었기도 했고. 그리고 나선 홍대에서 정선이, 해리를 만났다. 맨날 평일 저녁에 급하게 보고 미팅하고 헤어졌는데, 오랜만에 조금 여유있게 본 느낌이었다. 카페에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서로의 고민도 주고 받고. 심마니스쿨이란 이름으로 활동은 같이 하지만, 아직 회사란 느낌 보단 커뮤니티에 가깝다. 하지만 온전함을 기반으로 한 진짜 커뮤니티는 분명 회사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리라 나는 믿는다. 오늘 이야기하면서 슬라보예 지젝이 언급한 유사 행동과 행동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한번 글로 정리하고 싶단 생각도 많이 한다. 마지막으로 미팅을 끝나곤, 공간민들레로 가서 오랜만에 필립쌤 만나서 이런 저런 근황도 주고 받았고, 이후엔 집으로 돌아서 재원이를 돌보았다. 요즘 들어서 재원이가 낮에 잠을 안 자고 계속 칭얼 거린다. 100일의 기적이 아니라 100일의 기절이 온 건지는 아닌지 걱정이다. 그나마 내가 있을 때는 괜찮은데, 혼자 있을 땐 거의 맨붕일듯. 육아는 참 쉽지 않다. 

5월 5일
오늘은 어린이날! 재원이가 처음으로 맞이하는 어린이날이다. 아직은 그것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오늘은 아내 친구들과 함께 난지도 캠핑장에 가기로 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아기와 함께하는 외출은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겨우 짐을 챙겨서 길을 나섰다. 걸어서 가기로 했는데, 왼쪽으로 보이는 반짝이는 한강도 좋았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노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한참을 걸어가서, 도착했는데 정말 사람이 많았다. 어마어마한 군중을 뚫고 겨우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지나서 다들 모였고, 고기를 구워먹었다. 엄청나게 맛있었다. 다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고. 더 놀고 싶었지만, 재원이를 데리고 오래 있을 수 없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완전 뻗어버린, 재원이와 처음으로 함께한, 그런 어린이날이었다.  

5월 6일
요즘 매일 아침에는 스트레칭을 한다. 의사 선생님도 매번 말한다. 치료 받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침에 체조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이라고. 나는 매번 규칙적인 셋트를 진행하진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나름의 동선을 만들어서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한다. 15분 가량 몸을 풀고 하루를 시작하기! 이 일상의 성찰처럼 반복해서 해 보자. 중요한 것을 중요하게 행동하자. 오늘 오전에는 인디언 계모임(가안)이 있었다.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학습조직을 꿈꾸는 사람들이라고 일단 해두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뭔가 생각을 나누고, 활동을 공유하고, 배움을 얻는다는 건 시간 가는지 모르는 즐거움이다. 2주에 한번 만남으로 통해서 나도 많이 배울 것 같다.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기대되는 모임이다. 그리고 나선 당산서중 수업을 갔다. 영체인지메이커 수업을 했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 내 진행의 미숙함이기도 하겠지만, 수업에서 상호작용이 활발하지 않은 느낌이라 좀 아쉬웠다. 나는 퍼실리테이터로서 역할을 하고 싶은데, 아직 어설프다. 그리고 동기부여는 언제나 어렵다. 반응이 별로 없을 때는 더욱 그렇고. 다음에는 좀 더 잘게 잘게 나누어서 아이들에게 친절한 수업을 해야 겠단 생각을 했다. 저녁에는 서울 크리에이터 수업을 갔는데, 시민연대 대표님께서 강의했다. 걷고 싶은 서울이라든지, 서울 시청 광장이라든지, 정말 많은 일들을 실천하는 분이셨다. 시민 활동가로서 내가 직접 본 분들 중에선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주민들의 참여만 있으면 다 된다는 식의 ‘미신’에도 적절하게 비판하는 강의 내용도 의미 있었다. 앞으로 수업들도 기대기대. 

5월 7일
오늘 정읍가는 날. 6시간이란 개인적인 시간이 주어지는 고마운 날이다. 남들에겐 어떠할 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너무 필요한 시간. 오늘 오전에는 주로 <그림책 읽는 즐거운 교실>이란 책을 초서했다. 수업을 진행할 때 필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길래 준비 차원에서. 그리고 수업 준비도 마무리하고, 이런 저런 일도 처리했다. 많은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진 못했지만 나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칠보에서의 수업 이야기로 넘어가자. 3학년 수업과 4학년 수업에서 다 눈물이 발생했다. 3학년 중에 성민이와 우진이가 집중하지 않고 놀고 있는 걸 봤다. 분명 집중 하자고 했는데 하지 않길래, 조금 혼냈다. 그랬더니 가만히 있다가 눈물을 흘렸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눈물이 나와서 놀랐다. 아이들은 참 다루기가 어렵더라. 나도 화를 안 내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요즘 그래도 3학년 따로, 4학년 따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분위기가 더 좋아져서 기뻐하고 있었는데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은서는 계속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는데, 그것도 어렵고 말이다. 4학년들은 오늘 그래도 좋았다. 몇명 떠드는 친구들이 늦게 오기도 했고, 그들이 조금 찢어진 것도 주효했나보다. 수업이 왠일로 잘 굴러나가 했는데 방심은 금물이다. 막판에 자기들끼리 다투다가 또 한명이 운다. 내가 잠깐 돌아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아이고 어렵고 정신없더라. 5-6학년 수업은 그래도 별 문제 없이 할 수 있었다. 몇몇 아이들은 매우 탁월한 성품과 실력을 가진 아이들도 있더라. 그래도 오늘 한 가지 좋았던 점은 평소 잘 참여를 어려워하던 친구들도 모두 의견을 내고,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다. 그런 모습을 보는게 나에겐 힘이 된다. 

5월 8일
오늘 방문한 곳은 pxd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디자인씽킹 툴을 함께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오전에는 지난 번 프로토타이핑에 대한 피드백을 진행했고, 점심 먹고 나서 1시간 정도는 강의를 들었다. 회사 자체에서 월별로 한번 씩 특강을 여는 것 같았다. 참 좋은 분위기라고 일단 외부에선 그렇게 느껴진다. 진욱님과 소영님과 함께 프로토타이핑을 하고 피드백을 하면서 느끼는 점 2가지. 하나는 확실히 생각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 보면서 얻는 통찰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디자인씽킹의 가장 핵심적인 철학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말로 떠들어봐야 직접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글쓰기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적용되는 법칙인 것이다. 두번째,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 때 시너지가 난다는 것. 그 이유는 눈으로 무언가를 볼 때 우린 각자의 필터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각게각층의 다양한 필터로 피드백했을 때 같은 상황도 다르게,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상황을 입체적으로 볼 때 진짜 문제를 더욱 잘 찾을 수 있다. 다음 주 화요일에 이번에 만든 프로토타이프를 가지고 테스트 하기로 했다. 기대 중. 

5월 9일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노는 토요일이다. 원래 토요일은 대부분의 직장인에겐 노는 날이지만, 나에겐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프리랜서니까. 주로 격주로 SCM 수업이 있고, 게다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와우 수업이 있다. 그래서 나에게도, 아내에게도 이번 토요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아내가 아침부터 표정이 좋아보였다. 우리가 아침에 간 곳은 김포공항 몰이다. 나는 김포공항을 가본 적은 있지만, 몰을 가본 적은 없었는데, 아주 크게 잘 만들어진 곳이었다. 백화점, 호텔, 하이마트, 롯데마트, 롯데몰 등 없는 게 없었다. 롯데 월드 빼고는 다 있었다. 사람도 아주 많았다. 김포공항을 간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 집에서 유모차를 쉽게 끌고 갈 수 있는 쇼핑몰이었다는 사실. 이젠 데이트 할 장소 선택도 ‘아이’에게 맞춰지게 된다. ㅎㅎㅎ 가서 별로 한 것은 없다. TGI가서 밥 먹고, 몇 군대 돌아다니고, 마트가서 장 보고. 별 다른 점은 없었지만, 그래도 야외에 설치된 공원과 분수쇼,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몇 가지 놀이터는 인상깊었다. 날씨가 좋아서 좋았던 것 같다. 저녁에는 군포에서 이모와 이모부도 올라오시고, 장모님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장어랑 고기랑 많이 많이 먹었다. 요즘 살이 부쩍 찌는 듯. 

5월 10일

일요일 오전에 어제 저녁에 이어서 온 가족이 다시 만났다. 백석역 코스트코를 갔다. 장모님이 바지를 하나 사 주셨는데, 허리랑 허벅지랑 꽉 껴서 좀 민망했다. 더 큰 사이즈로 사면 편하긴 한데 멋인 안 난단다. 걱정이다. 지금 사이즈는 계속 유지해줘야 한다. 쇼핑 후 내가 간 곳은 미용실이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어떻게? 앞머리를 내릴꺼다. 사람들의 생각도 그렇고, 내 생각도 나는 앞머리를 올리는 것이 낫다. 이마가 지나치게 넓긴 하지만, 그래도 인상도 시원시원해 보이고, 그냥 내리면 넘 답답해 보인다. 하지만 내가 머리를 내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탈모 때문이다. 나이가 아직 어리지만, 벌써 탈모의 조짐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이마는 갈수록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고, 그 위로 정수리까지 두피와 모공은 갈수록 좁아지고 가늘어지고 있다. 그게 나에게 꽤나 스트레스를 준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체질이나 유전,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나는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그건 바로 모공 관리! 일단 왁스를 안 쓰려고 한다. 그 동안 10년이 넘게 왁스를 썼는데, 확실히 지워지지도 않고, 쓰는 나도 좀 찝찝했다. 두번째로는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한 스트레칭이다! 운동을 꾸준히 함으로써 피를 잘 돌게 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론 검은콩을 좀 많이 먹고, 민간 요법을 하려고 한다. 뭐 나의 노력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작은 것부터 해보자. 나의 젊음을 지켜야 하기에. 사막화를 막아야 하기에. 


4월 27일
월요일. 자유학교 수업 마지막 날이었다. 느낀 점을 다들 이야기하는데, 조금 짠했다. 한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정말 한명 한명 깊이 들어왔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더랬다. 개인적으로도 재미도 있었고, 의미도 있었고 말이다. 다음에 또 기회가 생기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내가 원하는 형태의 디자인씽킹 수업을 그나마 이번 기회에 했단 느낌이어서 더욱 좋았다. 마무리하고, 미팅하러 간 곳은 이촌역. 세은쌤과의 용마중 수업 준비였다. 요즘 에르디아 활동으로 힘든 세은쌤과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앞으로 용마중 수업 어떻게 할지 고민도 하고 그랬다. 좀 더 의미있는 수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모이면 언제나 즐겁다.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가 애기를 보았다. 사실 아내의 이모네가 개인 사정으로 문제가 좀 있어서. 아내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이 지고 있다.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고 싶은데 그 현명한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 걱정이다. 

4월 28일
오전엔 토론 수업을 재미있게 하고, 오후에 간 곳은 pxd다. ux디자인 하는 회사. 송영일 형님과는 몇년 정도 인연이 깊은데, 이번에 초등학생들을 위한 디자인씽킹 툴을 제작한다고 해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나는 지금까지 나름대로(?) 디자인씽킹을 관심가지고 공부하고, 강의하는 거였는데, 이번 기회에 좀 더 체계적으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되었다. 어떤 방식으로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3시간 가량 신나게 문제 정의 및 아이데이션, 프로토타이핑을 했다. 역시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만고의 진리다. 서로 이해의 폭이 훨씬 줄어들었고, 공감하고 공유되는 생각도 비슷했다.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음에 좋았다. 저녁에는 4월 심톡이었다. 미정쌤의 진행으로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이번 달에도 11명 정도 와 주셨다. 신기하게도 언제나 10-12명 정도의 게스트가 와서 함께 심톡을 이뤄나가게 된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인원이다. 특이 이번 달엔 새로온 분들이 5분이었다. 한분 한분 다 감사하더라. 대화는 재미있었다. 아침부터 서두르는 바람에 막판에 다소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활동이니, 마음의 충만함은 가득했다. 집에 돌아가서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가 잤다. 

4월 29일
오전에 정형외과를 갔다. 요즘 일주일에 2번은 치료 받는다. 어깨와 목이 말썽이다. 자세가 약간 구부정해야 오히려 좋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나의 잘못된 지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내 자세가 좋지 않았구나. 란 생각도 했고, 앞으론 아침 체조를 더 열심히 해야겠단 다짐도 했다. 그리곤 2시간 반 정도 지금까지 미뤘던 일들을 처리했다. 심톡 주소록 정리, 와우 리뷰 쓰기, 일정 정리하기 등등 나름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 업무 시간은 3시반에 종료다. 이후엔 금요일 재원이 100일을 함께 준비하기로 했기에. 서둘러서 업무를 마치자. 쑝

4월 30일
오늘은 정읍 가는 날. 나의 한계를 절감했다. 3학년, 4학년 악동들을 동시에 상대하기엔 부족하다는 사실. 지난 시간에 나의 야심작 ‘난파선 게임’을 진행했음에도, 진행이 어려웠음을 보면 이건 내가 문제가 아니라 고녀석들이 강적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합리화하고 싶다. ㅎㅎ 그리고 선생님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3-4학년을 섞어놓았을 때 수업 진행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이번 시간엔 3학년 따로, 4학년 따로 진행했다. 그랬더니 좋은 점이 보이더라. 평소 말을 잘 하지 않던 수빈이나 성준이가 눈에 보이더라. 그리고 유환이도. 그 전에 워낙 형들에게 기가 눌려 있었다 보다. 4학년 수업을 어땠을까. 음. 문제는 성재와 철원이인 것 같다. 민성이도 어렵고. 특히 성재는 처음엔 눈에 띄지 않았는데 요즘 유독 흐물흐물 말썽이다. 거의 내 말을 안 듣는 것 같다. 철원이는 꾸준하고. 다른 친구들도 싫어하는 눈치이긴 한데, 대놓고 말은 못 하고. 암튼 쉽지 않은 상황임은 틀림없다. 그래도 같이 하는 것 보단 좀 나았다. 매번 게임도 하고, 즐겁게 진행하고자 하는데 모르겠다. 정읍 왔다 갔다 하면서 독서축제 <강점혁명>을 마무리했다. 나에겐 정말 보석같은 시간이다. 아마 이 시간이 없었다면 다른 일들을 제대로 처리하는게 어려웠으리라. 갑자기 이 모든게 감사하다. :) 


5월 1일
아침에 정형외과를 갔다가, 오후엔 와우 로컬투어 겸 미팅을 했다. 저녁에는 재원이 100일 잔치. 요즘 정형외과를 가면서 느끼는 한 가지, 나는 정말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는 것. 자세도 그렇다. 오히려 잘 모르면 고집이라도 부리지 않을 텐데, 이상하게 혹은 어설프게 알고 있는게 많다보니 실수를 자주 한다. 나의 경우, 허리를 쫙 펴서 앉는 버릇이 있는데 난 그게 좋은 줄 알았다. 구부정하면 안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나보다. 제대로 자세에 대해서 배운 것도 아닌데, 나는 주로 허리를 꼿꼿히 세워서 다니곤 했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의 의견은 정반대였다. 결코 그러면 안 된다는 것. 척추는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은데, 무리해서 세우다 보면 더 무리가 간다는 것. 오히려 힘을 빼고, 어깨를 축 내려뜨리면 더 좋다고 한다. 에잇. 결국 자세를 다시 교정해야 한다. 제대로 알자. 오후엔 연남동과 연희동을 돌아다니기도 했고, 미팅도 했다. 오랜만에 걷기도 많이 걷고, 연남동과 연희동의 골목 골목을 잘 알게 되어서 더 좋았다. 저녁은 재원이 100일상 준비를 했다. 과일과 떡과 케잌을 사고, 아내는 예쁘게 인테리어를 꾸몄다. 아가는 본인이 100일인지도 모를텐데 말이지. 어쨌든, 장모님, 장인어른, 이모님, 이모부, 그리고 형님과 아주버님이 모두 오셔서 축하해 주셨다. 흥부골에 가서 고기를 먹고 와선, 100일 상에 재원이를 앉히고 사진도 찍었다. 계속 꾸부정 하면서 고개가 아래로 떨어지는 바람에 사진을 찍는게 참 어려웠다. 찍고 나니, 나 100일 때 모습이랑 너무너무 똑같아서 놀랐다. 다들 엄청 놀라했다. ㅋㅋ 나도 신통방통이다. 

5월 2일
오늘은 SCM 수업이 있는 날이다. 시간의 여행자라고,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공간에서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이다. 이번 장소는 압구정역 근처, 도산공원으로 정했다. 개인적으로는 도산 안창호 선생님을 워낙 존경하기 때문에 좀 더 좋았다. 날씨가 좋아서 아이들의 기분도 좋아보였다. 나 역시 오랜만에 1:1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서로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 느낌이었고. 수업 시간을 마치고 간 곳은, 기흥에 사는 누나집이다. 얼마 전에 결혼 한 누나의 신혼집에 처음으로 가는 것이었다. 재원이도 구경할 겸, 겸사겸사. 다 좋았지만 가는 길이 너무 멀었다. ㅠ 아이를 데리고 기흥역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더욱. 그래도 도착하고 나니 편했다. 집도 새롭게 인테리어 해서인지 예뻤다. 아가를 재우고 저녁에는 같이 티비 보며 놀았다. 

5월 3일
다음 날, 오전에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요즘엔 매번 그렇지만, 내 의지로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의 재원이의 의지로 내가 일어나게 된다. 누나집에서도 마찬가지. 일어나서 재원이를 안고 돌아다녔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랫동안 재원이는 잠을 안 자고 칭얼대었다. 나는 결국 거실로 나가서 내 무릎 위에 재원이를 눕혔는데, 그제서야 잠이 든듯 조용하다. 일어나기도 그렇고 해서, 그 상태에서 책을 봤다. 신영복 교수님의 ‘강의’라는 책. 요즘 읽는데 너무 재미있다. ㅜㅠ 책을 보는데 바깥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산 바로 옆에 아파트를 지었는지, 창밖의 광경이 아주 예술이었다. 푸르른 숲이 눈에 한 가득 들어오니, 마음도 조금 맑아지는 느낌도 들고 좋았다. 그렇게 오전이 지나나고, 오후에는 다 같이 세기의 명경기라고 불리는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권투 경기를 봤다. 엄청 나게 기대하고 있었는데, 경기 내용은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이후 낮잠도 자고, 일어나서 한우고 구워먹고 집에 왔다. 집에 오니 완전 다들 뻗어버린 느낌. 그래도 잘 놀다 왔다. 


4월 13일
오늘은 엄청난 거리를 돌아다녔다. 덕분에 책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거의 다 읽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책을 부쩍 많이 읽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독서시간은 이동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사실 이동하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정읍에 내려가는 것을 기뻐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 이동거리는 책이고, 책은 삶에서의 도피 수단이다. 책을 읽을 때 좀 더 일로부터 도망갈 수 있기에. 과거 영업을 하러 돌아다닐 때는 일부러 먼 거리에 미팅을 잡기도 했다. 그러면 안 되지만, 솔직히 어쩔 때는 책을 읽고 싶어서 그렇게 했더랬다. 그래서 나같은 신입사원이 있으면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ㅎㅎㅎ 오전에는 일산에서 수업, 오후에는 용마중학교에서 <영체인지메이커> 첫 수업이 있었다. 언제나 첫 수업은 긴장된다.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나는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느껴지기 때문에. 오전이야 뭐 자주 피드백했으니 패스. 오후 수업을 피드백 하자면, 공통적으로 좋았던 것은 ‘전체적 흐름이 스무스하게 진행되었다’는 것, ‘활발하게 진행되었다는 것’ 정도가 있었다. 그리고 아쉬웠던 것은 ‘설명할 때 너무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 ‘팀 구성할 때 좀 더 친절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것’ ‘전체적으로 한명 한명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 정도가 있다. 빠른건 정말 문제다. 말을 더 천천히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팀 구성은 확실히 다음 번엔 더 나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에 쫓겼다는 점도 있다. 시간 안배를 잘 해야 진짜 잘하는 것인데, 아직 멀었다. 그래도 나름 즐겁게 첫 스타트를 끊었다. 

4월 14일 
오늘은 오전은 토론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지난 2학기에 수업을 했던 학교인데, 올해도 함께 하기로 했다. 성남이라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불러주시는 고마움과 인연이란 좋은 단어가 나를 기꺼이 움직이게 한다. 나와 만나게 될 아이들도 어찌되었든 고마운 인연이니까 :) 첫 수업을 했는데, 아이들이 다행히 (?) 반겨주었다. 그리고 3학년이었던 아이들이 4학년이 되었다고 제법 말도 잘 하고, 잘 듣고, 이쁘게 굴었다. 다들 이쁘지만, 나는 개인적으론 4학년 아이들이 가장 이쁘더라. 5-6학년만 되어도 머리가 좀 굵었다고 발표를 잘 안 한다. ㅎㅎㅎ 그래도 다들 이쁘다. 첫 책으론 ‘난 말이야’라는 쉬운 동화책을 골랐다. 이 책으로 전하고 싶은 건 단순했다. 쉽게, 즐겁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 그리고 자신감을 얻는 것. 자신감을 얻게 하기 위해서, 자신의 잘 하는 점을 적게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장점을 적어주게 했다. 그리고 각자 발표를 했다. 그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나도 잘 할 수 있는게 있어!’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으면 좋았으리라. 이후, 서울대입구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갈 수 있으리, 근처 있는 중고책방에 들려서 잠깐 흝어주고 스타벅스로 와서 일하고 있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승환이 보기로 했기에 얼른 일해야 겠다. 일 하다가, 김영하의 <자기 해방의 글쓰기>란 강의를 봤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어두운 곳을 들춰보게 되고, 그로 인해 자기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이 만만한 사람이 아니란 뜻이다. 왜냐, 글을 쓰면서 우리는 발전하기에. 작가란 은퇴가 없다. 작가가 한번 되는 순간, 죽기 전까지 쓰는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 살아있다는 뜻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최후의 자유다. 

4월 15일
아침에 하나의 글을 올렸다. <내가 경계하는 사람들>이란 주제로. 이 글을 쓰면서 한 가지는 분명했다. 아,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내 생각을 나누는 방식으로 말보다 어쩌면 글이 더 어울릴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말을 하다보면 분위기 때문에, 혹은 순간적으로 상대의 기분을 생각해서 해야 할 말을 못 하거나, 스스로를 속일 때가 있다. 과장할 때도 적지 않고. 하지만 글은 그 경우가 좀 더 적다. 왜냐면, 일단 찬찬히 한 글자 한 글자 쓰다보면 그것이 그른지 아닌지 좀 더 분명하게 분별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즉흥성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놓치는 기만도 많이 없앨 수 있다. 쨌든, 글을 올렸는데 오랜만에 스스로 쓰고 자족하는 글이 되었다. 내 삶의 문제의식을 따라 자유롭게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을 했다. 오전에는 민방위 훈련이 있었는데, 그 시간 내내 슬라보예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주관적 폭력, 상징적 폭력, 구조적 폭력으로 구분된 이 폭력에 대한 담론은 너무나 흥미로웠다. 내일이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지 1년이 되는 날인데, 진짜 폭력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듯하다. 오후에는 당산서중에서 강의가 있고, 지금은 잠깐 점심을 먹고 스벅에서 일하는 중이다. 책을 옮겨적고, 강의 준비를 하고, 즐겁게 아이들을 만나러 가자. 

4월 16일
오늘은 정읍가는 날. 나에게 있어 일주일 중에 가장 큰 도전이자, 즐거움이기도 하다. 오전에는 하스스톤 모바일 버전이 나왔다고 해서 깔아봤다. 어떤지 궁금했기에. 와 정말 잘 만들었더라. 역시 블리자드다. 예전에 빠졌었던 게임이라 또 다시 빠져들 수 있겠단 위협감이 스친다. 그래서 다시 지운다. 내가 관리할 수 없는 즐거움은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니더라. 그건 그저 즐거움의 노예가 되는 길일 뿐. 내가 즐겁게 놀 수 있으려면, 시간이 지난 후에도 ‘즐거웠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 즐거움은 나로 인해 통제 되어야 한다. 내가 멈출 수 있을 때 멈출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건 도박이나 술, 마약과 다를 바가 없다. 내 삶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나는 약한 존재다. 내 의지는 그리 강하지 않다. 그래서 사람과 환경을 다스려서 나를 다스리고자 한다. 오늘 수업을 마치고,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다음 시간까지 함께 수업을 하고, 일단 3-4학년은 분반을 한다는 것. 아이들의 기틀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끌고 나가는게 무의미해 보인다. 선생님도 동의한 부분이고. 5-6학년은 그냥 진행하되 3-4학년은 변화를 주자. 지금은 그게 최선이다. 인정하자. 아, 그리고 오늘이 세월호 1주년이었다. 요즘 슬라보예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를 보고 있는데,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조만간 정리해서 올려보자. 세월호에 대한 내 생각을. 

4월 17일
오늘은 오전에 자유학교 수업. 아이들이 대상을 찾고, 문제를 정의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헌데, 그 성공여부를 떠나서, 과정이 참 의미있다. 어려운 미션에 도전하면서 겪는 시행착오, 피드백 그런 것들이 정말 의미있다고 여긴다. 창의력하교 아띠를 했을 땐 그 느낌을 받지 못했다. 분명 성과는 높은 편이었는데, 아이들 개개인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그에 대한 아쉬움이 커서 지금 이 활동에 만족을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오후에 어깨 통증으로 인해서 정형외과를 갔다. 태어나서 몇 번 되지 않는 병원행이다. 작년 부터 가끔씩 어깨가 매우 아플 때가 있었다. 며칠 아프다가 건드리지 않으면 좋아지길 반복하는 바람에 신경쓰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또 재발했다. 이번에는 그냥 놔두면 안 될 것 같아서 일단 병원에 왔다. 목과 어깨가 자주 결리는 것도 신경쓰이고. 의사말로는 내가 자세가 안 좋단다. 그리고 어깨 쪽 문제도 있어서 몇번씩 와서 치료 받아야 한단다. 시간이 엄청 걸리더라. 그리곤 저녁엔 장모님과 이모님을 만나서 같이 서오릉에 있는 주막집에 갔다. 보리밥을 먹었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완전 감동이었다. ㅋㅋ

4월 18일
오늘은 SCM 있는 날. 아내도 외출 예정이었기에, 오전엔 외출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오후엔 아이들을 만나서 멘토링 진행했는데, 재미있었다. 특히 인터뷰 2번 다 진정성 있게,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셔서 더욱 그랬다.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단 생각을 했다. 아이들의 반응도 좋았고. :) 끝나고 합정에서 아내와 아가를 만났다. 간단히 장을 보고 들어왔는데, 갑자기 비가 와서 난리가 아니었다. 정신없이 집에 돌아와선 정리 좀 하고 잠들었다. 저녁에 아가랑 노는데 요즘 너무 이쁘게 웃어서 정말 이쁘다. 오늘은 더더욱 이뻤다. 아이코 하트 뿅뿅. 

4월 19일 

오늘은 일요일. 거의 집안일에 주력한 하루였다. 날씨가 그리 맑지 않았기에, 외출할 계획도 없었고, 집안일도 밀려 있었기에. 참고로 아내는 정말 깔끔해서, 2주에 한번씩 이불을 빤다. 오늘도 이불 빠는 날이라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아가는 아침부터 일어나서 잠도 안 자고 생글 생글. 넘 귀엽긴 한데, 오후에 2-3시간 칭얼거릴 땐 좀 힘들었다. ㅋㅋ 땀이 삐질삐질. 요즘은 팔도 허리도 아프다. 아내는 오죽할까. 아가가 잠투정이 있는 편이다. 사람이 안아주면 좋아하지만, 땅에 두면 곧잘 일어난다. 그나마 주말에는 내가 많이 챙기려고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집안 정리가 다 되는 걸 보면 기분은 좋아진다. 오늘은 오후에 저녁에 아가가 응가를 한번씩 하는 바람에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라. 정말 시간감각은 육아와 함께 안드로메다로 날아간듯 하다. 퓨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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