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새해의 시작

2016년 새해가 밝았다. 드디어 34살이 되었다. 어릴 적, 30대 중반 아저씨를 보면 다 알것 같고, 꼭 어른 같았는데.. 지금의 나를 보면,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을 보면 나이는 그저 나이일 뿐이란 생각이 든다. 해가 바뀐다고 해서 철이 더 드는 것도 아니다. 내가 그만큼 생각하고, 실천한 만큼 철이 들 뿐이다. 1월 1일, 나와 아내는 오전에 아주버님 산부인과로 향했다. 산후조리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했기에. 그리고 향한 곳은 종각이다. 어머님이 우리 재원이 돌을 맞이해서 목걸이를 해주신다고 하셨는데, 새해 첫날 한번 알아보러 가게 되었다. 이런 저런 곳에서 견적도 물어보고, 또 명동에 가서 떡볶이도 먹었다. 무엇보다 재원이 덕분이 많이 웃은 날이었는데, 뭐만 했다하면 꺄르르 꺄르르 엄청 웃은 하루였다. 재원이가 감기가 다 나아서 그런지, 웃음이 많아졌다. 행복했다.


1월 2-3일 
휴일의 끝

주말은 온종일 휴식이었다. 요즘 다소 무리한 탓인지 청소만 마치고 쉬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재미있다고 해서 다운 받아서 봤다. 일요일도 별일 없었다. 청소를 하고, 이유식을 만들고, 오후엔 잠깐 홍대로 산책을 갔다. 하루가 왜이리 짧은지. 그렇게 연휴가 끝났다. 나로썬 이번 2주를 만들기 위해서 나름 신경을 썼다. 다른 건 최대한 줄이고, 아내와 재원이랑만 시간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큰일도 치뤘다. 할머니 장례식도 있었고, 형님 2세 탄생도 지켜볼 수 있었다. 삶과 죽음이, 연말과 연초가, 끝과 시작이 교차하는 2주였다.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가족과의 시간이었다. 특히 재원이는 2주 전까지만 해도 아빠 아빠를 잘 하지 않앗는데, 이젠 곧잘 아빠 아빠를 외친다. 나를 보며 활짝 웃어주는 시간도 많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육아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금방 간다는 것도 깨달았다. 밥 먹이고, 밥 차리고, 재우고, 기저귀 갈고, 씻기고, 놀아주고, 약 먹이고, 옷 갈아입히고.. 그 경험을 온전하게 했다. 좋았던 것도 있지만, 아쉬운 것도 있다. 일상에서 너무 멀어졌다. 책을 본지도 꽤 되었고, 글을 쓰지도 못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선, 일상을 잘 관리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정말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겠단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긴급한 일과 중요한 일을 잘 구분해야 할 것 같다. 이젠 끝이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일주일, 나의 패턴을 회복하자.  


1월 4일
일상은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일상으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사실상 아주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건만, 쓸데없는 시간으로 채우고 말았다. 어린 시절의 나에겐 익숙한 그런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일상은 작은 습관들로 구성된다. 그리고 그 작은 습관들은 하나 하나를 보면 별 힘이 없어 보이지만, 그것들이 연계되면 어마어마한 패턴을 형성한다. 나는 그 패턴의 주인이 아니다. 노예다. 그 패턴을 자각하고 벗어나려는 의식적 노력 없이는 말이다. 지난 2주 동안 나의 일상적 패턴은 완전히 깨진 상태다. 회복하기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위로하자. 하지만 위로는 절반의 역할이다. 절반의 역할은 단호한 자아의 것이다. 내 안에 숨어 있는 결단력 있는 자아를 불러내자. 그가 발언권을 갖도록 하자. 내 안의 수많은 대화를 통해 그가 이기도록 하자. 그것이 자아 회의 주관권을 가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발악이다.
 

1월 5일
철학 아카데미 첫 수업

정읍에서 캠프를 마치고, 경복궁 옆 철학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들었다. 박남희 교수님께서 수업을 진행해 주셨는데,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좋은 자극이 되었다. 우선적으로, 철학을 한다는 것은 곧, 철학적 삶을 산다는 것이지 철학을 전공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가 거울을 보며 외모를 다듬고, 내 태도를 고치듯 철학자들의 생각과 글을 보며 내 삶을 다듬는 것이 곧 철학이다. 매우 공감하는 바였다. 나 역시 삶을 위한 기술로써의 철학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첫 시간이라, 전체 얼개를 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자연 철학자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짧은 시간에 스윽 지나갔는데, 다행히 이리 저리 본 책들 덕분인지 이해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가장 큰 자극이 된 것은 역시 책이다. 이번 수업 교재는 교수님이 직접 쓰신 책을 가지고 하는데, 나도 그렇게 수업하고 싶었다. 내가 쓴 책을 가지고 수업을 한다는 것. 내 생각을 그대로 공유하고, 그로 인한 다른 이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다.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매달 글 쓰는 미션 꼭 성공하자. 


1월 6일
EBS 캠프 3년차가 되다. 

오늘은 EBS 프리미엄 캠프에 갔다. 일찍 베어스 타운에 갔는데, 스키 시즌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강의장 위치도 아주 높아서 스키타는 사람들 구경 실컷했다. 나는 발에 눈도 안 묻히고 왔지만. ㅎㅎㅎ 이번 캠프로 나도 이제 3년차가 되었다. 2013년에 시작했으니 인연이 꽤 되 편이다. 비록 일년에 2번의 캠프지만, 여름 겨울이면 반복되는 연례 행사가 되었다. 그 동안 프로그램도 변화가 있었다. 크게 변화한 것은 1번이고, 나름 대로 캠프 마다 작게 작게 변화하고 있다. 이번에 또 하나의 시도를 했는데, 나름대로 괜찮았다. 아이들에게 전할 메시지도 나름대로 정리되었고, 수업도 용이했다. 오늘은 꽤 만족하는 수업이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셔틀버스가 운행한다는 점이곘지만. 그것도 왕복 3000원에 말이다! :) 

그러고 보니 그렇다. 예전에는 선택의 기준이 단순했다. '기쁨'이었다. 물론 단순한 기쁨은 아니다. 의미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판단되면 기꺼이 몸을 옮겼다. 남들이 버기엔 무모해 보이는 결정도 나에겐 아니았다. 힘들어도, 분명 기뻤으니까. 지금도 그 기준은 유효하다. 나는 소중하니까. ㅎㅎㅎ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게 되어 바렸다. 이젠 하나의 기준이 더 있다. 그 결정으로 인해 우리 가족도 '기쁜가?'라는 것. 나로 인해 가족에게도 의미있는 기쁨이 전달되어야 한다. 왜냐. 가족의 슬픔은 곧 나의 슬픔이기 때문이다. 이젠 떨어져 생각할 수가 없다. 하나 더 있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기쁜가! 나의 선택으로 인해 말이다. 그 선택이 옳다고 세상이 말하는가. 이것은 유심히 관찰하고, 귀 기울여 들어야 겨우 알 수 있는 신호이다. 앞서 보다 큰 범주이지만 분명 중요한 관점이다. 이 셋이 모두 일치하는 지점. 그 교집합이 내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다. 이럴 땐 드래곤 라자의 명언이 떠오른다. '나는 단수가 아니다.' 그렇다. 나는 섬이 아니다.


1월 7-8일 
교사 연수 및 미팅 

사실, 일지를 놓쳤다. 그래도 짧게라도 기록하자. 목요일에는 교사연수가 있었다. 프로토타이핑에 대한 워크샵을 진행했는데 선생님들은 뭐 말할 것도 없다. 워낙 훌륭해서 내가 할 것이 거의 없더라. 오후에는 리버럴 아츠에 대한 수업이 있었다. 명쾌해서 좋았다. 다만 그것이 나에게 좀 더 내제화가 되어야 하는데.. 라는 개인적 공부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금요일엔 계속 미팅이었다. SCM 관련 캠프와 시흥 프로젝트가 시작될 것 같다. 지난 주 일정은 그래도 괜찮았다.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었고, 또 바쁘게, 반갑게 시간을 보냈다. 


1월 9-10일 
주말 일정

주말이다. 토요일에는 대학교 친구 상근이 결혼식 기념 (?) 친구들과 모임이 있었다. 최근에는 워낙 자주 만나지 못하는 터라, 반가웠다. 아내와 재원이도 가서 자리를 빛냈다. 다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대화 주제도 많이 바뀌더라. ㅎㅎ 재미있었다. 나름대로 다들 철이 들어가는 느낌도 들었다. 일요일에는 오전에 SCM미팅이 있었고, 저녁에는 돌잔치를 하지 않는 대신, 어머님과 아버님, 그리고 이모님 가족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고기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못 먹겠더라. ㅎㅎㅎ 어쨌든 맛있게 먹었다. 사실 일요일은 내가 큰 실수를 했다. 하기로 한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아내도 나도 다쳤다. 온전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다. 하지만 끝나지 않았다. 월요일도 이어진다. 


1월 11일
온전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다. 

오늘은 정말 온전하지 않았다. 꾸준한 사람이 삶을 망친다. 꾸준히 온전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다. 나는 패턴이 있다. 잘 하다가도 중간에 무너지는 시기가 온다. 그렇다고 엄청 무너지지도 않는다. 중간에 이렇게 정신을 차리고 돌아온다. 하지만 앞으론 좀 더 민감하고 싶다. 하기로 한 일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나에게 벌어지는 일이 참으로 매정하게 다가왔다. 1월의 목표는 이것이다. 온전한 몸을 만들기. 만족도를 9점까지 올리기. 나에게 남은 20일, 나는 하기로 한 일을 하는 그런 사람으로 있고 싶다. 


1월 12일
철학 수업

매주 화, 목요일이 나는 참으로 좋다. 화요일 저녁에는 철학 아카데미에서 수업이 있는데, 오늘 배운 내용을 한번 정리해보자. 우선, 수업 중에 고대부터 현대까지 흐름을 계속해서 언급하는 것이 좋았다. 나 역시, 맥락을 중요시 여기는 편인데, 왜 이런 사상이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보는 접근이 좋았다. 자연철학자들이 세계의 근본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어쩌면 그들이야 말로, 어떤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순수하게 질문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공식적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지 않은 그야말로 순수한 철학자들. 그들의 사유는 근대까지 ‘이성의 빛’에 가리워져 있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되려 재발견되고 있다. 특히 소피스트들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나에겐 놀라운 인식의 전환이었다. 그저 궤변론자에 가까운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진리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을 전달할 방법도 없다. 그러므로 진리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소피스트였다는 것은 대반전이었다. 서양 철학의 시작점을 피타고라스라고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 (예를 들면, 수)를 기준으로 삼았던, 그리고 혼란이 아니라 질서를 목적으로 삼았던 철학자이기에. 오늘 수업을 듣고서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니체가 왜 ‘근대 사상’을 전복할 수 있었는지. 그는 문헌학에 능통했다. 아마 이러한 고대와 자연 철학자들의 사상에도 쉬이 접근할 수 있었으리라. 그래서 읽고 또 읽었을 것이다. 그렇다. 변화의 시작은 ‘읽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해하고, 탐구하다가 결국 그것이 옳다고 여기는 순간, 내면에서 강한 울림이 따라오는 순간, 인간은 변화한다.  


1월 13일
자신감 리더십 캠프

지난 주에 이어서, 이번 주에도 자신감 리더십 캠프가 있었다. 매년 비슷한 포맷이기는 하지만, 아주 조금씩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번에 확 달라진건 초반에 몇 번이었고, 지금처럼 완성된 형태가 된 건 작년 이맘때부터 였던 것 같다. 올해는 어떤 변화를 줄까 하다가, 앞부분에 ‘자신감을 올리는 법’에 대해서 좀 더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만든게 안전지대, 기적지대, 도전지대를 채우는 것. 나에게 익숙한 활동을 쓰고, 나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쓴다. 그리고 나서 ‘도전하고 싶은 것’들을 쓰는 것. 그 중 하나를 발표해 보는 것. 나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꿈도 사실 내가 도전하는 것들을 하나씩 이뤄나가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다들 잘 해주었다. 다음에는 뭘 바꿔볼까? ㅎㅎㅎ 


1월 14일
지식의 얼개

일주일 중에서 가장 기분 좋은 날이 있다. 그건 바로 화요일과 목요일, 공부하는 날이다. 화요일은 철학 아카데미에서, 목요일은 GLA에서 수업을 듣는데 두 분 모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식의 얼개’다. 전체 학문의 구조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래야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말에 많이 공감했다. 공부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균형감각’이기에. 오늘은 교양인에 대해서 배웠는데, 역시나 우리가 알고 있는 ‘전문인’과는 많이 다른 개념이었다. 신영복 선생님 책 <강의>에선 이렇게 설명한다. "전문화는 있었지만 그것은 언제나 아래층에서 하는 일이었습니다. 마차를 전문적으로 모는 사람, 수레바퀴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 배의 노를 전문적으로 젓는 사람 등 전문성은 대체로 노예 신분에게 요구되는 직업윤리였습니다. 귀족은 전문가가 아니었습니다. 육예를 두루 익혀야 하는 것입니다. 예, 악, 사, 어, 서, 수를 모두 익혀야 했지요. … 오늘날 요구되고 있는 전문성은 오로지 노동생산성과 관련된 자본의 논리입니다. 결코 인간적 논리가 못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 나는 이러한 ‘얼개를 아는 힘’, ‘육예를 두루 익히는 힘’이 지금 시대에 재발견되어야 할 개념이라고 생각하며, 올해는 이 공부에 한 목숨(?) 바치고 싶다는 각오를 던진다. ㅎㅎㅎㅎ


12월 14일
학기말 자유학기제 캠프
 
지난 주에 이어서, 당산서중 교육이 있었다. 6명의 선생님들과 함께 들어가서 같은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것. 끝나고 느낀 것은 절반의 성취감과 절반의 아쉬움이다. 우선, 성취감은 있다. 내가 워낙 잘 못 하는 영역 (단체 교섭 및 교육 및 단일 프로그램 구성 등등)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배운 점도 많았기에.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사실, 나는 모든 교육은 그걸 진행하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달랐음 한다. 각자 개성과 강점이 다르고, 그게 100% 발휘될 수 있을 때 교육생들도 만족하는 법이니까.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교육은 원치 않는다. 하지만, 장단점도 있다. 그런 교육일수록 더 실험적이고, 망할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에선 ‘안정’을 더 중요시한다. 예전 성인 대상 교육에서도 그런 것을 느꼈다. 특정 콘텐츠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면 안 되는 것이다. 만족도가 높게 나와야 하기에. 결국, 결과가 보장될 수 있는 게임을 활용한 교육이 선호되고, 계속 열릴 수 밖에 없는지도 이제는 이해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교육 비즈니스가 아님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실험소’다.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펼쳐지는 학교. 학생들도 선생도 모두 공부하고, 실험하고, 성장하는! 나는 무엇보다 그런 모델을 꿈꾼다는 사실을 알았다. 많은 것은 배운 경험이었다. 


12월 15일
연지원 선생님 멘토링

연지원 선생님은 올해 맺은 인연 중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사람 중 한 명이다. 알고 있었던 것은 꽤 되었지만, 얼굴을 직접 본 것은 작년 이맘때니, 그리 오래된 인연은 아니다. 하지만 1년 동안의 와우 수업을 듣게 되면서 가깝게 인연을 맺었다. 오늘은 1:1 멘토링이 있던 시간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딱 지나가버린 시간이었다. 오후에는 블랑에서 대화하다가 저녁은 홍대밀방에서 먹고, 저녁에 연남동 낙랑파라로 옮겼다. 관심사나 주제가 어느 정도 비슷해서 그런 것일 수 있지만, 끊임없이 대화하고 하루 종일 웃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만나기 전, 선생님이 허리를 삐긋하는 바람에 중간 중간 꽤나 고통스러우셨으리라는 것. 허리를 아파보았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주로 나눈 주제는 올해 1년을 돌아보기 였고, 선생님의 근황도 나누어 주셨다. 그리고 내가 주력하는 직업적 역할과 앞으로의 계획도 나누었는데 말하면서 정리되는 것도 느낄 수 있었고, 중간 중간 필요한 조언도 주었다. 뜬금없지만, 나에게 가장 자극이 된 건 ‘시간관리’였다. 한창 젊을 때는 5분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선생님의 말에서 ‘나는 어느 정도의 시간 단위’를 아까워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1시간 정도 그냥 쓰는 건 너무 아깝지 않아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볼 책이 많고, 할 공부가 많은데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건 치명적이다. 그 ‘시간 단위’를 좁혀나가자. 그게 의외로(?) 꽤 와닿았던 멘토링 시간이었다. 


12월 16일
한가로운 저녁 시간 

엄청 추운 날이었다. 오후에 나의 사무실(?) 망원역 스벅에서 일하다가 아내와 재원이를 만났다. 원래는 홈플러스도 가고 좀 돌아다니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날씨가 너무 매서워서 망원시장만 둘러보다가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뭐 먹을까? 하다가 소고기 무국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무 하나랑, 재원이 먹을 유기농 야채랑 딸기만 사서 왔다. 집에만 오면, 재원이는 활동 시작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바쁘고, 나는 뒷꽁무니 따라다니느라 바쁘다. 그렇게 내가 돌보는 사이에, 아내는 저녁을 준비했다. 아내가 중간에 이런 말을 했다. ‘저녁 준비 할 맛이 난다’고. 왜냐믄, 평소 내가 집에 별로 없으니 저녁도 안 챙겨먹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데 뜨끔했다. 미안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12월에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재원이를 재웠다. 그리곤 안전망을 설치했다. 그간 재원이가 워낙 활발해서 부엌에 들어오는 걸 막느라 고생이 많았기에. 다 설치하고 누우니 벌써 10시다. 얼른 자자. 


12월 17일 - 19일
보람찼던 3일

내 예상에, 내 일정은 12월 중순이면 아주 여유넘칠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17일, 오늘도 하루종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주로 했던 것은 와우광땡 12월 수업 축제 준비다. 다음 주에 정말 푹 쉬고 싶었기에, 오늘 모든 일을 다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다보니, 쉼 없이 일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뿌듯했다. 요즘엔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글쓰고, 일하기를 반복하는데.. 그게 참 마음에 드는 일상이란 생각도 했다. 그리고 이어진 18일. 오늘은 오전에 유유님과 만남이 있었다. 한 1년 반 정도에 1번 정도 보는 것 같다. 예전에 코칭 공부할 때 만났던 분인데, 지금은 학습 코칭 쪽으로 관심을 두고 일하고 계시다. 공동 육아에 대해서 선배시기도 하시고, 또 의식이나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나도 오랜만에 다시금 정신이 바짝 들었다. 깨어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기도 했고. 사실 깨달음은 깨어있음이 자주 출몰하는 상태이기에. 그리곤 오후엔 은성중에서 수업이 있었다. 아이들 한명 한명과 대화를 나누는게 난 왜이리 즐거울까. 강의보단 이런 식의 소규모 수업이 훨씬 즐겁단 생각을 했다. 19일엔 원래 구미에서 강의였다. 하지만, 취소되었다. 중학생 신청자가 너무 적어서란다. 허긴 시험이 끝나는 지금 시점에 수업 들으러 오는 사람이 많을리가 없다. 덕분에 생긴 여유 시간 때문에 우린 즐거운 토요일을 보낼 수 있었다. 


12월 20일 - 23일
영원처럼 길고, 정신없이 짧았던 시간

일요일 오후, 부모님께 연락이 왔다. 사실 어느 정도 예감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할머니의 부고 소식이다. 내일 수업을 앞당겨서 진행하기로 하고, 바로 대구로 내려가기로 했다. 아내와 재원이는 두고 가고 싶었지만, 실랑이 끝에 결국 함께 내려가기로 했다. 할머니의 소식을 듣고,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가장 많이 떠오른 장면은 희안하게도 중학교 다닐 적, 할머니와 산에 가던 모습이었다. 나는 어릴 적,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편이 아니었다. 소수의 친구들과 놀거나, 집에 와서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것이 다 였다. 그러던 나를 보던 할머니는 내 손을 이끌고 동네 산에 함께 올라가자고 권하셨다. 집에 가만히 있음 사람이 처진다고. 그래서 난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이면 할머니와 함께 산을 많이 올랐다. 그래봐야 동네 언덕이지만, 그래도 올라가고 내려오면서 할머니와 수다도 떨고, 운동도 했다. 사실 별거 아닌 기억이다. 하지만, 할머니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한 기억이긴 하다. 누군가와 함께 보낸다는 건, 그 절대적 시간은 참으로 가치있다는걸 세삼 느낀다. 그렇게 다음 날, 나는 매형차를 얻어타고 대구로 내려갔다. 차에서 재원이 때문에 힘들거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잘 자주는 덕분에 그리 힘들지 않았다.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는 재원이가 얼마나 기특한지. 성주 요양원에 마련된 장례식 장에 갔다. 친척들이 미리 와 있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다들 얼굴을 보기 힘든데, 슬픈 와중에도 반가웠다. 이런 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느낀다. 가족만이 가져다 주는 그 특유의 연대감을. 그리고 그 소중함을. 할머니께 절을 드리고, 부모님과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친척들과도 대화를 나눴다. 

밤이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와 재원이는 내일 일정을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매형의 도움을 얻어서 다시 대구로 갔다. 나와 매형만 새벽에 다시 오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결정이 정말 탁월했다고 본다. 실제로 다음 날까지 재원이와 아내가 계속 장례식장에 있었다면 나는 정말 멘붕이었을 것이다. 새벽 4시부터 내내 정신없었으니. 발인을 시작했다. 나는 지난 번 할아버지 장례식과 마찬가지로 영정 사진을 드는 임무를 맡았다. 발인을 마치고 차에 탔다. 화장하는 곳으로 갔다. 지난 번에도 그렇고. 나에겐 이곳이 가장 슬픈 곳이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할머니만 본 것이 아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나와 아내, 그리고 재원이의 모습마저 떠올린다. 이런 생각도 한다. 변하지 않는 두 가지 사실. 우린 태어나고, 또 죽는다는 것. 사람은 선택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2가지 사건은 내가 선택할 수 없다는 것. 그렇담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냐는 것. 수 많은 질문과 기억이 떠오르는 공간이었다. 적어도 나에겐. 화장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는 영천의 호국원이었다. 할아버지가 6.25에 참전 하셨기 때문에, 할머니도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되었다. 할아버지 옆에 나란히 놓여진 할머니를 보았다. 사실,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리 잘 맞는 인연은 아니었다. 두 분이 싸우지 않고,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을 정도니. 이제 다시 만나셨다. 하늘나라에선 어떻게 지내실지 궁금하기도 하다. 제사를 드렸다. 이후 절에가서 다시 한번 공양을 드리고 집으로 왔다. 숨가쁜 하루였고, 많은 생각이 올라오고 사라진 날이었다. 살아있다는 것이 뭔가 싶기도 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도 된다. 


12월 24일 - 27일
2015년의 크리스마스 

아내는 크리스마스를 특별히 여긴다. 그래서 2013년 우린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었다. 작년에는 출산 준비로 재원이 방을 꾸몄고. 올해는 싱크대를 만들었다. 재원이와 아내의 역할극을 위한 미니 주방을. 사실 장난감이라고 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정말 거대한 작업이었다. 만드는데 총 소요한 시간은 7시간에 가깝다. 가구 하나를 만드는데 이렇게 많은 손이 필요하구나. 라는 단순한 진리를 얻었다.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즐거운 일이긴 했다. 생각이 없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 하지만 나에게 적합한 경험은 아니었다. 나란 사람이 잘 하는 일과 못하는 일에 대해선 분명하게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느려터진 나의 손과 발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기억나는 건 재원이 밥 먹이기와 놀기. 이번 연휴에는 난 책도 거의 읽지 않았다.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을 맛 보고자, 노력했다. 그랬더니 얻은 수확이 있다. 이제 재원이가 ‘아빠 아빠’를 곧잘 외친다. 과거에 아무리 알려주려고 했어도 잘 말하지 않았던 아빠를 이젠 잘 한다. 역시 ‘절대적 시간’은 중요하다. 재원이가 내 얼굴을 확실히 익히지 않았을까 싶다. 아. 그렇지. 하나의 수확이 더 있다. 바로 '영화보기'다. 아내와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인턴>을 다 보았다. 다소 뻔한 내용이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영화에 푹 빠진 아내를 보는 것이 나에겐 더 큰 즐거움이었지만. ㅎㅎ 그렇게 조용하게 올해도 지나가고 있다. 


12월 28일
오늘 아침, 베트남 커피와 함께

얼마 만에 오는 낯선 카페인가. 새로운 경험과 맛을 중요시하는 나이지만, 딱 하나 고정적인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카페다. 나는 주로 망원역과 합정역의 스타벅스를 이용한다. 그 이유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주로 카페에 머물게 되면, 나는 꽤 오래 일한다. 그래서, '가장 눈치보지 않아도 되는’ 큰 규모의 카페를 선호하는 편이다. 작은 카페에서 오래 앉아있는건 왠지 민폐라고 느껴지지만, 스벅은 그런 느낌이 덜하다. ㅋㅋ 오늘 아침엔 수원 화서역으로 왔다. 근처 강의가 있기에, 미리 도착해서 일하려고 앉았다. 주문하려고 하는데, 베트남식 사이공 커피가 있더라. 연유를 넣어먹는 맛이라고 들었는데, 호기심에 한번 시켜봤다. 맛있다. 일단, 커피가 달달하니 겨울에 먹기 좋은 맛이다. 이제 다시, 일주일의 시작이다. 일상으로 복귀한 느낌이랄까. 오늘 월요일과 지난 주 월요일과의 간격은 꽤 크다. 이제, 일 하자. 


12월 29일 - 30일
영화 '사도'를 보고

어젯 밤과 오늘 오후에 걸쳐서 영화 ‘사도’를 봤다. 스토리는 간단했다. 사도세자가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밀도는 그리 얕지 않다. 이 사건은 조선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이야기 중의 하나다. 그래서 온갖 드라마와 영화로 많이도 등장했다. 영화가 끝나고 좀 더 살펴봤다. ‘한중록’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고 한다. 비극의 시작은 사도가 1살때 세자로 책봉된 것이었다는 것. 다시 말해, 부모 밑에서 사랑받으며 자라야할 아기가 세자가 되고, 떨어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애정 결핍’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는 것. 그에 비해 영조의 기준은 높기만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게다가 영화를 봐도 사도는 그림과 춤, 무예를 좋아하는 아이다. 만약 그 강점을 살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아이의 입장에서 너무나 안타까운 운명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 누구도 완전한 사람은 없다. 사도 입장에서 보면 그가 이해가 되지만, 영조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사랑했음 세자로 책봉했을까. 하지만, 지혜롭지 않은 자의 최선은 최악을 결과를 낳는다. 마음도 좋요하지만, 그 마음을 지혜롭게 표현하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 그 조그만 아이에게 세자로서의 책임감이 아닌 사랑받는 느낌만 충분히 주었더라고 이런 결과가 일어났을까 싶다.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이러한 내용과는 별개로, 또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사관’의 존재다. 영조가 하는 말 중에 ‘너는 이렇게 기억될 것이다’라는 어조가 많이 나오는데, 왜냐면 그들은 자신들의 모든 사건이 후대에 기록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하는 행동이 모두 누군가에게 보여지게 되고, 이야깃 거리가 된다고 생각해보라.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인간이 타자를 인식하는 순간, 게다가 후대를 머릿 속에 넣는 순간, 그가 판단 기준은 변화할 수 밖에 없다. 선대의 좋은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자신의 시대에는 후대를 유념하며 살아간다면, 그리고 어떤 유산을 남겨야 할지 고민한다면, 분명 이 세상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사관 제도를 온 국민에게 도입한다면 어떨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9월 21일
책 읽기 - 한번 더 옮기기

현대인들에겐 책 볼 시간이 없다. 그건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책 볼 시간이 도저히 없다. 내가 유일하게 책을 마음놓고 볼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지하철'뿐이다. 지하철 이외의 장소에서 책을 본 기억은 나름 안정적인 회사생활을 하던 시기뿐이다. 2012년을 기점으론, 앉아서 책을 읽은 적은 손에 꼽는다. 앉으면 보통 필사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강의를 준비하는 일을 할 수 밖에 없기에. 먹고 살아야 하니까. 책을 읽기 위해 나는 하나의 전략을 세웠다. 일단 강의장소가 멀면 멀수록 보통은 주저하지만, 난 마다하지 않는다. (되려 속으론 반긴다.) 비효율적인 동선을 많이 만들수록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나기에. 작년엔 그 정도가 심해서 매주 오산, 일산, 남양주, 시흥, 성남을 왔다 갔다 했던 적도 있다. 올해 들어서 다소 나아졌지만, 그래도 이동시간이 만만찮은 곳들이 여전히 많다. 그렇게 시간을 확보했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강의 준비는 끝이 없는 거라서, 이동 내내 강의 준비를 하면 책을 볼 순 없게 된다. 그래서 '시간적 여유'에 이어 두번째 조건, '정신적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 나는 이동 중엔 내가 강의 하러 간다는 사실을 잊으려 노력한다. 강의 준비 시간과 책 보는 시간은 철저히 구분하려 애쓴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영원히 책을 읽을 수 없기에. 마지막, 사실 이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오늘 발터 벤야민에 대한 책을 읽으며 강의하러 가는 길이었다. 책을 읽으며 그 기쁨이 참으로 커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장주가 나비의 꿈을 꾸고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를 알지 못하였다고 하지. 탁월한 비유다. 그 문구를 나에게 가지고 오면 이렇게 된다. 나는 먹고 살기 위해 책을 보는 것일까, 책을 보기 위해 먹고 사는 것일까. 문득,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과 반대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그러게. 어느새 성큼 다가온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9월 22일
중간 점검

9월의 2/3가 지났다. 중간 점검을 해보자. 탁월한 삶을 위한 훈련은 필연적이기에. 그리고 그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에. 기꺼이 받아들이려 한다. 3월부터 하나의 실험을 했다. 매일 성찰일지 적기. 물론 밀릴 때가 대부분이다. 3-4일 정도 밀리기도 하니까. 하지만 일주일 이상 밀리진 않았다. 그리고 하루도 빼먹지 않고 적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건 내가 나 자신에게 칭찬해 줄 부분이다. 그래서, 작년 내 삶의 만족도를 6-7점 정도라고 한다면, 올해는 8-8.5점은 된다. 꽤 높은 점수의 상승의 절반은 재원이가, 절반은 성찰이 책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끝인가? 아니다. 아직 멀었다. 그 하나의 새로운 실험이 시작되었다. 9월부터 시작된 실험은 바로 ’Self-control’ 프로젝트. 매일 하나의 할 일을 정하고, 그것을 하는 것. 아주 단순하다. 하지만 지속하기에 그리 쉽지도 않다. 매일 무언가를 인식하는 것 그 자체가 꽤 어려운 일임을 고백한다. 실제로 처음 며칠은 생각도 나지 않더라. 하지만 어느새 거짓말처럼 21일 정도가 지났다. 누군가 그랬다. 습관을 형성하는 시간이 21일이라고. 꽤나 설득력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젠 알아서 매일 할 일을 기록하고, 체크하고 있다. 그래. 올해는 나를 대상으로 이런 저런 실험을 하자. 그리고 내년엔 그 실험 결과를 공유하고, 함께 나아가자.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가자고 하는 것은 기만이지만, 내가 갔던 길을 가자고 하는 것은 초대이자, 배려기에. 그렇게 함께 훈련해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다 같이 걸어들어가 보고 싶다. 9월 지금까지 나의 만족도는 8.5점이다. 남은 1.5점은 단순하다. (솔직히 9점 이상이 되긴 어려울 듯 하지만) 남은 기간도 온전하게 이 프로젝트에 헌신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좋다. 


9월 23일 
열정에 대하여 

오늘은 오전 수업을 마치고, 연이은 미팅이 있는 날. 앞서서 김희태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과의 인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나는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공부를 한참 할 때였다. 아마 10월이었나 mysc에서 주관하는 소셜 이노베이터 캠프가 열렸다. 다른 것보다 기대가 된 것은 체험형 워크샵과 OST를 직접해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1박 2일이란 일정에도 불구하고, 신청했다. 결과적으론 만족스런 경험이었다. 그 과정에서 옆에 앉아서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는 인연으로 만났었다. 왜냐? 당시 선생님께서 협동조합 보드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하셨기 때문에. 그때 한참 보드게임에도 관심이 많던 나는, 이후 몇번 회사를 찾아서 이야기도 했고,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 보기도 했다. 작년 이맘때쯤, 교육 하나 같이 하자고 의견도 모았지만 결국 그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근 1년만에 다시 만나서 대화하는 거라, 근황을 주로 나누었다. 이번 만남에서 특히 인상깊은 것은 바로 ‘역사’에 대한 선생님의 열정이었다. 신나게 설명하시는 모습을 보며, ‘아, 이분은 정말 좋아하는거 하시는 구나’를 알 수 있었다. 이런 저런 곳에 역사 탐방을 다니시며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듣고, 공부도 하시는 모습이 나에게 좋은 자극도 되었다. 또한, 대동법 시행과 관련한 비석을 설명할 때는 정말 기존에 ‘의미없었던 비석’이 나에게 ‘새로운 의미’가 되어 출현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역사가의 본질이 그런 것이 아닐까. 선생님의 열정에 감탄을 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어서 만난 선생님은 최승표 선생님. '우리 아이는 야구선수'란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이다. 사실 인연이 된지는 꽤 오래 거슬러 올라간다. 미내사에서 부터 이어져오니 ㅋㅋ 암튼 선생님도 앞서 처럼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계시다. 우리 나라에 좋은 운동 문화가 퍼졌음하는 바람이 나에게도 전해져 온다. 나 역시 이에 감화되어서 이번에 워크샵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고 말이다. 암튼 이런 분들의 열정을 접하면, ‘열정’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열정이란, 정말 ‘삶’에 '숨’을 불어넣는 것이 아닐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니 말이다. 그 보상을 바라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 의미있게 생각하는 것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바치는 것, 그렇게 삶을 살아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열정이 아닐까. 


9월 24일 
칠보초 수업 성찰

칠보초 감사 수업이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 시간은 감사편지를 읽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이번 1년은 나름의 주제를 바탕으로 주제별 수업을 진행해오고 있는데, 이번 감사수업에서 그건 가장 잘 지켜진 것 같다. 도입은 이야기로, 전개는 자신들의 실제 사례로, 절정은 역할극이나 프로젝트로. 마무리는 나눔이나 표현으로. 그렇게 하나의 주제를 탐색해보는 활동을 의도했었는데, 이번에 그나마 잘 된 것 같다. 그렇게 하반기 수업도 하나씩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잘 따라와주는, 그래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보이는 아이들이 감사하다. 


9월 25일 
지현쌤과의 대화

꼴라주 프로그램 때문에 서둘러 미팅을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미팅을 하면서 느끼는 건, 재미있는 과정이 될 것 같다는 기대다. 역시 다양성이 충분히 확보되고, 그 특징이 잘 발현되는 분위기가 연출될 때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건 기정사실인듯. 미팅을 마치고 지현쌤과 남아서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 지현쌤은 나와 애니어그램 성향은 다르지만, MBTI적 성향은 비슷하다. 나보다 외부에 비교적 많이 열려있으신 편이지만, 그래도 내부와 외부의 균형이 잘 맞는 편이다. 사람을 보는 눈이나 관심사도 비슷한 편이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성향도 비슷하다. 그래서 대화를 하다 보면 재미있는 점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이런 저런 주제로 대화했는데, 마무리할 때쯤 정리가 된 것이 있다. 퍼실리테이션과 디자인씽킹과 시스템씽킹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다. ㅋㅋ 일단 도입은 퍼실리테이션이다. 왜냐? 참가자들에게 ‘힘’을 되찾게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발언와 아이디어이 반영된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필수다. 그것이 없으면 공동 창조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힘을 되찾게 하고, 그 힘을 사용하게 하는 것은 역시 ‘디자인씽킹’이다. 디자인씽킹의 ‘행동 중심 모델’은 굉장히 뛰어나다. 공감을 중심으로 한 행동, 그리고 지속적 피드백. 그렇게 참가자들은 자신의 힘을 자각한다. 마지막은 시스템씽킹이다. 자신이 발휘한 힘에 대한 영향력을 추적하는 것은 역시 ‘시스템씽킹적 관점’이 최고다. 원인과 결과를 추적하고, 결과가 원인에게 다시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그 피드백을 고려하는 것. 그렇게 해서 큰 그림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것. 그렇게 되면 전체 과정은 하나의 조각으로 완성된다. 끝없는 이 그림을 맞추는 것은 각자가 일상에서 돌아가서 해야 할 몫으로 남고 말이다. 역시 함께 아이디어를 합치고 나누는 것은 즐거운 과정이었다. 


9월 26일 - 29일 
추석 연휴 리뷰

이번 추석 연휴를 간단히 리뷰한다. 첫날, KTX를 타고 대구로 이동했다. 평소 나는 돈이 아까워서, 그리고 기차에서 책을 읽고자 주로 ‘무궁화호’를 이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엔 재원이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게다가 빈 자리가 없어서 특실을 끊었다. 비싸서 그렇지 진짜 빠르긴 하더라. 1시간 40분만에 대구에 도착했다. 평소 왠만한 수업 다니는 거리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달떡’을 사러 간 것이다. 달고 떡볶이는 정말 맛있고 싸다. 2000원치만 사면 2-3명이 배부르다. 게다가 맛있다. 나는 매년 2번 대구를 가고, 매번 도착하자마자 사 먹는다. 올해는 아버지가 이벤트를 준비했더라. 재원이의 방문을 축하하는 대자보가 뙇! 진짜 웃겼다. ㅋㅋㅋ 손주가 이쁘긴 이쁜가보다. 한참을 웃고 제사음식도 먹고 놀았다. 저녁에는 아버지랑 같이 두류공원도 산책했다. 

ㅋㅋㅋ 대박 ㅋㅋㅋ


다음 날, 아침일찍 차례를 지냈다. 사실 지난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아내도 나도 재원이도. 왜냐? 그놈의 모기! 재원이도 팔과 다리에 10방 정도를 물렸고, 나도 그랬다. 한 녀석이 그런거 같은데, 암튼 엄청 힘들었다. 비몽사몽으로 차례를 지내고, 사촌동생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오후엔 성묘를 갔다가 할머니 요양원도 들렸다. 할머니는 이제 정말 치매가 심해지셨더라. 우리들이 가서 인사를 해도, 엄마가 먹을 것을 드려도, 그저 ‘감사합니다’만 반복하셨다. 처음보는 사람처럼 우리를 바라봤다. 나는 사실 할머니를 통해서 키워졌기 때문에 할머니랑 각별한데, 마음이 너무나 아렸다. 평소에 편히 눈감으시는 것을 얼마나 꿈꾸셨는데.. 매번 편하게 눈감게 해달라고 애원하셨는데, 지금은 편안해 지셨으려나 모르겠다. 암튼 남은 기간 동안 할머니가 진심으로 평안하시길 기도한다. 정말 그러하시길.. 에효. 암튼 저녁에는 다들 힘들어서 뻗었다. 다음 날, 오전에 아파트 주위에 산책을 다녀온 것 이외에는 별 일이 없었다. 재원이 보느라 다들 정신없었다. 오후에 외출을 했다. 요즘 뜬다는 ‘김광석 거리’에 방문했다. 정말 예쁘더라. 그림과 음악이 어울려진 거리였고, 그에 맞춰서 갖가지 상업적 시설(;;)도 들어오고 있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나는 ‘예술의 힘’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서울로 치면 연남동이나 통의동을 걷는 기분? 예술이 자리를 잡으면 사람들이 들어오고, 그 사람들을 따라서 돈이 들어오는 모습에 더불어 볼 수 있었고 말이다. 백화점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왔다. 마지막 날은 오전에 떡볶이를 먹고, 오후에 KTX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이번 추석 연휴를 정리하자면. (혼자일 때보다) 정신적, 시간적 여유는 많이 없어졌지만, 그 덕분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광경들을 새롭게 목격할 수 있었던, 그런 의미있는 명절 연휴라고 정리하고 싶다.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에서



9월 1일
싸우는 인문학

오늘 왔다 갔다 하면서 본 책은 싸우는 인문학. 본 이유는 간단하다. 가볍게 보고 싶었을 뿐이다. 여러 저자에 의해서 쓰어진 책이기 때문에 일관적인 논리의 흐름은 아니었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중간 중간 통찰을 주는 내용도 많았고, 인문학이란 분야에서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그런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오전에 초딩 3학년들과 수업을 하면서 마음이 참 따뜻했다면, 오후에 중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는 다소 무거웠다. 물론 아이들은 잘 해주었지만, 아이들이 왜 이렇게 생기가 사라졌을까. 그런 안타까움이 든건 사실이었다. 무엇 때문에 나이를 먹을 수록 아이들이 이렇게 바뀌는 것일까? 인문학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연결시켜 본다면, 지금 우리의 사회, 특히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을 더 해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무엇이 아이들로부터 그리고 우리들로부터, 삶과 교육을 이렇게 분리시켰을까? 그 생명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인문주의자들에게 ‘인문학’이란, ‘신학’이 아닌 그 무언가였다. ... 어찌됐던 고대 그리스 로마의 작가들은 ‘이교도’였고, 이교도의 글을 연구하고 읽고 흠모하고 애호하는 행위는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이었다. 모든 고대 문헌 연구자들, 인문주의자들이 다 이단으로 몰렸거나 고초를 겪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묻혀져 있었던 ‘새로운 옛 사람’을 복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즉 자신들이 기독교적인 세계 속에서 ‘신학이 아닌 그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말이다.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보자. 한국에서 ‘인문학’은 지금 여기의 지배적인 사고방식 및 세계관과 자신을 차별화하고 있는가? 돈을 벌고, 성공하고, 출세하라는 자본주의적 계시 앞에서, 묵묵히 다른 텍스트를 읽어나가며 ‘새로운 옛 사람’을 찾아내는 인문학은 어디에 있는가?”  

9월 2일
왼손이 하는 일

한 동안 신경 쓰였던 것이 있다. 집에 들어갈 때마다 스트레스 받았다. 우리 집 앞에 놓여진, 차츰 쌓여가는 쓰레기가 바로 그것이다. 깨끗했던 곳이었는데, 개념없는 몇몇이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쓰레기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고 되려 그 세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심지어는 먹나 남은 음식들, 피자, 치킨, 심지어는 음식물 쓰레기도 놓여지기 시작했다. 기분 좋게 들어가려는 내 계획은 언제나 쓰레기와 함께 무산되었다. 누군가는 치워야 함에도, 아무도 치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굳이 뭐하러 그러겠는가. 나도 한동안은 지켜보기만 했다. 누가 치우겠지하는 안일한 믿음도 있었다. 하지만 정체 불명의 쓰레기가 쌓여가는 것을 보며 나는 포기했다. 언제나 그렇더라. 변화는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변화는 오로지 내가 만드는 것. 오늘 수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5시 반이었다. 5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를 들고 비닐 장갑을 끼고 쓰레기 더미로 향했다. 그 악취나는 쓰레기들을 손으로 주워서 버리는 것은 정말 유쾌한 일만은 아니었다. 게다가 엄청난 수의 벌레들과 함께라면 더더욱 그렇다. 손에 잡히는 촉감도 물컹한게 너무 이상했다. 한 동안 치웠더니 50리터짜리 봉지가 가득차기 시작했다. 정말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치웠다. 헌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쓰레기를 치우는 동안, 나는 내 마음을 봤다. 무슨 마음일까? 우리 동네 사람들이 날 바줬으면 하는 마음을 본 것이다. 생색을 내고 싶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는 생색을 내고 싶었고, 또한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양심을 가책을 느껴서 다신 쓰레기가 모이지 않았음 하고 바랬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지나가지 않았고, 나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돌아보니 부끄러웠다. 이이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의로움은 이해타산 없이 행하는 정신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해타산을 한다면 그것은 잇속의 마음으로써, 그는 도둑이나 다름없다. 선행을 하더라도 거기에 공명을 얻으려는 마음이 끼어 있으면 그것 또한 잇속의 마음이다. 군자는 그것을 도둑보다 더한 심보로 여긴다” 사람들이 이러한 내 모습을 봐줬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 때문에 나는 결국 ‘선행’을 했지만, ‘선행’을 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이 작은 일에도 이런 ‘인정에의 욕구’가 사라지지 않는데, 하물며 큰 일이면 어떻게 될까. 내 마음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이렇게 부끄럽게 하나 더 배운다. 

9월 3일
감사 수업

오늘은 칠보초 수업 날이다. 3학년 수업은 무겁게 시작했다. 특히 지난 번 수업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혼을 좀 냈는데, 숙제에 대한 중요성은 꼭 주고 싶었다. 다음 시간까지 감사한 것을 써 오지 못하면 어떻게 피드백 해야 할까. 벌써부터 고민이다. 4학년 수업은 드디어 끝났다. 지난 학기 프레젠테이션 수업이 이제서야 끝난 것이다. 워낙 수업 시간이 짧기도 하고, 아이들의 진도가 생각보다 늦긴 했지만 그래도 모두 발표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꽤 큰 기쁨이다. 그래도 처음으로 4학년들이 서로를 도와가면서 미션을 수행한 느낌이라. 뿌듯함이 오늘은 더 크다. 5-6학년 수업은 감사 수업을 이어갔다. 이지선님의 이야기도 보여주고, 각자의 사례를 통해 ABC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작년 깨알감사를 했던 일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기쁘다. 세상 어떤 것도 쓸모 없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내가 마음 먹은 대로 자유자제로 수업할 수 있다는 상황도 너무 감사하고 말이다. 뒷 부분에는 감사 상황극을 준비해서 하기로 했는데, 어찌 나올지 기대 중이다. 21일 동안 감사 일지 쓰는 것도 나도 함께 해야 겠다. 오늘 감사한 것 3가지를 써보자. 1. 무사히 수업 잘 마칠 수 있음에 감사. 2. 옥수수를 1000원에 사먹을 수 있음에 감사 3.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음에 감사. 모든 것에 감사하다. 

9월 4일
처음 가 보는 광교

아침부터 서둘렀다. 8시에 광교 스타벅스에서 인디언 계모임이 있었다. 아침에 서둘러 갔더니 되려 일찍 도착했다. 뭔가 신도시가 세워지는 느낌이었는데, 아침 일찍 돌아다니면서 책도 보고. 기분이 좋았다.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면 뭔가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 또 그걸 가지고 글로 풀어내는 경험을 몇 번 했다. 그리고 신기한 경험 하나 더 있다.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어디서 많이 본 분이 왔다갔다 하시는거 아닌가. 알고 보니 김성우 코치님이셨다. 작년 여름에 동양미래대학에서 강의 때문에 한번 뵙고 처음 보는 것. 광교에서 이렇게 만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신기하고 반가웠다. 이런 저런 근황을 주고 받았다. 스타벅스에서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책을 읽었고, 아까 대화 나누며 나왔던 키워드인 ‘억압’에 대한 글감을 떠올랐고, 아이폰에 이런 저런 글들을 끼적끼적 거렸다. 글을 쓰는 것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쓰고 싶어서 써지면 참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진 그런 편인데, 앞으론 또 모르지 뭐. 

9월 5-6일
녹차를 먹은 주말

내가 너무 멍청하다는 것을 깨달은 주말이다. 우선 토요일. 음. 뭐했지? 갑자기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분명 집에 있었는데, 뭐했지. 일단 아침에 한강을 나갔다. 아가를 안고 한강을 걸었고, 비가와서 금방 들어왔다. 그리곤 집에 와서 뭐했더라. 재원이랑 논건 기억나지만, 잘 모르겠다. 육아를 하면서 주부들은 흔히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다고 하는데 나도 그런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 기억났다. 오후엔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 먹으러 시장에 갔다. 그렇게 산책하고 왔구나. 저녁엔 SCM 학기 프로그램 미팅이 있어서 압구정으로 갔다. 여기서 나의 실수가 나온다. 음료를 시켰고, 난 커피는 먹기 싫어서 녹차 블랜디드 아이스(?)를 먹었는데, 먹으면서도 참 녹차가 진하구나란 생각을 했다. 거의 10시 50분이 되어서 미팅을 마쳤고, 나는 집으로 왔다. 잘 준비를 해서 침대에 누웠는데, 일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잠이 오질 않는 것이다. 분명 엄청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은 오지 않았다. 이 느낌을 느낀 경험이 과거에 딱 1번 있다. 그건 바로 진한 커피를 마셨을 때! 이번엔 녹차였던 것이다. 평소 커피를 잘 안 마시던 나라, 카페인에 엄청 민감한 것 같다.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3시가 되었다. 눈은 엄청 감기는데 뇌는 잠을 자지 못하는 상황. 화가 났다. 아무리 잠을 청해도 오지 않아서 결국 일어났다. 감사한 점이 있다면, ‘저녁에 커피나 녹차를 먹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꼈다는 점’ 그리고 ‘다음 날이 월요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어난 나는 내 방으로 향했다. 그리곤 책을 좀 보다가 어제 끄적거렸던 글을 완성시키고자 했다. 2-3시간 정도에 걸쳐서 손을 봤고, 결국 블로그에 포스팅까지 할 수 있었다. 얻은 것이 있다면 글이고, 잃은 것이 있다면 건강이다. ㅎㅎ 일요일은 그렇게 비몽사몽으로 보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8월 17일
3번의 대화

오늘 3번의 대화가 있었다. 2번은 연남동에서 마지막은 이수역에서. 그 대화에 대한 리뷰를 하고자 한다. 첫 번째 대화. 현섭형과의 대화 이슈는 정말 다양했다. 둘 다 워낙에 이런 저런거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ㅎㅎㅎ 인상깊게 들었던 것은 유여북스에 대한 경험. 거의 한달에 100만원에 가까운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것. 그것을 차곡차곡 쌓아나갔다는 것. 어찌 보면 무에서 유를 만든 것인데, 그러한 성과를 위한 필연적 수고들 (주말이면 전국을 누비며 중고책을 구입하러 가는, 1년 도서 구입비만 1000만원에 이르는, 등등)을 잘 인지하고 있다는 점도 멋졌다. 요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많아서 그런 저런 이야기들,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 아이들 가르치는 노하우도 배웠다. 인상 깊었던 문장으론, ‘취향이 곧 실력이다.’라는 것. 결국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 물건을 사거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거기에 맞춰서 자신의 실력이나 성품도 따라간다는 것. 쌈마이 취향은 결국 쌈마이가 되는 것이다. 인상 깊었던 질문으론, “당신의 올해 질문은 무엇인가?” 그리고 “당신은 어떤 플레이어인가?” 두 번째 대화. 박영준 코치님과 올만에 대화 나눴다. 주로 지난 번 아쇼카에서 진행했던 “체인지메이커 워크샵”에 대한 리뷰를 진행해 주셨는데, 재미있게 들었다. 주요 질문은 두개라고 하는데, ‘왜?” 그리고 “느낌은 어때?”란 질문이었다. 느낌을 물어보는 것이 왜 중요한가? 그 이유는, ‘행동’을 해야 느낌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머리와 가슴’이 연결될 수 없다. 행동하고 경험해야 우린 그 느낌을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고, 그때서야 변화가 시작된다. 머리에서 행동으로 그리고 가슴으로 이어지는 관계에 대해서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시스템씽킹과 층위에 대한 이야기. 피터센거의 유 프로세스 등.. 박영준 코치님과의 대화도 즐거웠다. 내가 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잘 집어주신다.  마지막 대화는 정선이와 해리, 그리고 최지은 코치님이다. 각자의 근황도 나누고, 특히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 ‘친밀함’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이번 달 심톡 회의도 했고, 어떻게 진행할지도 결정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한달에 한두번이라도 이렇게 편안하게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하면 얼마나 좋을까. 란 생각을 했다. 


8월 18일
잡무처리하는 날

오늘은 지금까지 미뤄왔던 일들을 처리하는 날이다. 오전에 재원이 병원에 갔다가 왔고, 망원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쭉 적어봤더니, 7-8가지 정도가 나오더라. 아주 큰 일들은 아닌데 모이니 꽤 스트레스가 되었었다. 목표를 세우고 하나하나 이루는 것! 인식형에게 아주 중요한 훈련법이다. 나 역시 하나씩 체크하기로 했다. 가장 오랫동안 미뤄온 일이 있었는데, 그것부터 했다. 네이버 블로그를 정리하는 일이다. 꽤나 긴 글을 주절주절 거리는 내 모습을 보면서 하나 느낀 점도 있다. 나란 사람은 참 말하길 좋아하는구나. 그냥 결론만 말하면 될 것을 앞뒤 상황 써가면서 주절 주절 거리고 있다. 누가 본다고 말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이렇게 누구라도 한명이라도 본다면, 그 글은 의미있다고. 나는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꼭 많을 필욘 없다고 보니까. 심톡 공지하는 것도 꽤 시간을 쓰는 일이었다. 그리고 조금 밀린 성찰 일지도 다시 쓰고, 현섭형을 통해 중고책도 몇권 구입했다. 우리 빌라 관리자로서 공지사항도 썼다. 그 시간 동안 하지 못했던 일도 있다. 책을 좀 초서하기로 했고, 역사 수업도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그것도 못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미뤘던 일은 어느 정도 해결한 편이다. 공부를 제대로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 


8월 19일
중간 점검

사실상 중간 점검이 아니다. 벌써 20일이 지났으니, 2/3 점검이지. 요즘 들어서, '탁월한 삶에 대한 필연적 수고’라는 키워드가 계속 내 머리를 맴돈다. 무슨 말이냐면, 탁월한 삶은 의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오롯한 선택이자, 그 선택에 대한 책임 또한 나의 몫이라는 것. 그 누구도 나에게 탁월한 삶을 살라고 하지 않았지만, 그저 내가 원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누군가에게, 상황에게 탓을 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다시 질문해보자. 그렇담, 나는 탁월한 삶을 위해 필연적 수고를 감내하고 있는가? 어쩌면 탁월한 삶은 원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훈련을 하고 있지 않은게 아닌가? 반성이 아니라 마음을 고쳐먹는 ‘회심’이 더 중요한데, 왠지 나는 반성만 하고 있단 느낌도 든다. 잠깐 8월 31일로 건너가보자. 그리곤 뒤를 돌아보자. 너는 이번 달을 어떤 한달로 만들고 싶었으며, 실제로 어떤 달로 만들었는가? 나는 시스템씽킹 공부와 역사 공부에 빠지는 한달을 만들고 싶었다. 좀 더 추가하자면, 나의 내적 욕망에 충실한 시간으로 채우고 싶었다. 현재로썬 절반의 성공이다. 지난 달에 비해선 덜 쫓기듯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이리저리 좌충우돌 하고 있는 내 모습도 본다. 자유 시간이 생겼음에도 ‘정말 자유롭게 쓰는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들이나, 습관적으로 하는 관습에 휘둘리는 내 모습을 말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주 수욜부턴 정말로 수업이 가득하다. 최소 2달은 정신이 없다. 남은 며칠동안 활활 후회없는 나날을 만들자. 


8월 20일
칠보초 수업

오랜만에, 정읍에 내려갔다. 아이들을 보니 반가웠다. 방학 때 어떤 아이는 도서관에 갇혀서 책을 억지로 보기도 했고, 어떤 아이는 부모님이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아서 하루 종일 그저 놀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아이들은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로 놀러다니기도 했다. 아이들의 대화를 듣는데, 참 재미있었다. 3학년들과 4학년들은 시간이 짧다. 2학기에서 일단 이렇게 분리해서 진행할 예정인데, 일주일에 1시간이라 많이 아쉽기도 하다. ‘혼자 왔습니다.’란 게임을 했다. 그리고, 방학 때 있었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다. 3학년들은 방학 사이에 목소리가 더 커진 것 같다. 소리를 왜 이렇게 지르는지. 그 에너지가 가끔 감당이 안 된다.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들은 그 에너지가 다 어디 갔는지. 아쉽기도 하다. 5-6학년들과의 수업은, 좀 더 게임이 많았다. 원래 계획과 다르게 ‘마피아 게임’까지 하게 되었다. 나는 아이들의 심리나 누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지 관찰하려고 게임에 동의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의 논리성이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다음에는 ‘더 지니어스 게임’을 참고해서, 더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하고 싶단 생각을 했다.  


8월 21일
관희와의 대화

오늘은 성공회대에 놀러갔다. 정희가 준비한 협동조합 컨퍼런스에 놀러 간 것인데, 개인적으로 협동조합에 관심도 많은 편이고, 또 말로만 듣던 성공회대를 한번쯤 놀러가고 싶기도 해서 간 것이다. 가서 의외의 수확이 있었는데, 관희를 만나서 오랜만에 딥토크를 했다는 점이다. 요즘 생각하는 것들, 살아가는 것들 나누면서 서로 즐거워했다. 역시 깊은 대화는 1:1로 해야 제맛이다.  실은 컨퍼런스 자체보단 관희와의 대화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는 ㅋㅋ 후반부엔 다양한 협동조합 활동을 하는 청년들을 모아서 토크쇼를 진행했었는데, 꽤 인상깊은 청년이 한명 있었다. '협동조합 성북신나'를 이끌어가는 친구였는데, 그들 중에선 가장 가벼워 보여서 좋았다. 본인도 대안학교를 나왔다고 했는데. 그것 때문이지 어쨌든 이렇게 저렇게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우리 재원이가 저렇게 자라주면 참 좋겠단 아빠 같은 생각도 했다. 하하하. 재원이를 비롯해 모든 아기들과 청소년들이 자기 답게 살아주었음 좋겠단 이야기다. 나부터 그렇게 살아가야 할 것이고. 


8월 22-23일
주말이었다. 

토요일엔 오후에 글로벌 HR에서 디자인씽킹 강의가 있었다. 지금까지 했던 모든 강의 중에 가장 사람이 적었다. ㅋㅋ 그 대신 얻는 것도 있었다. 바로 ‘밀도’다. 사람이 적으면 ‘다양성’은 손해볼 수 밖에 없지만 ‘밀도’를 얻는다. 게다가 다들 관심이 있어서 참가한 것이라, 수업 내용을 엄청나게 잘 받아들이셨다. 놀랄만큼. 역시 교육은 ‘강사’와 ‘참가자’가 서로 ‘원해야’ 최고라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저녁엔 형님과 아주버님이 놀러오셔서 고기 구워먹으면서 놀았다. 흥부골은 역시 진리다. 엄청 맛나게 먹었다는. 일요일은 아침에 가족 산책을 갔다. 한강변으로 걸어가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놀았는데, 한강 산책도 역시 진리다. 오후에는 아내는 피곤한지 잠이 들었고, 나는 방에 들어가서 이런 저런 일도 했다. 3시반부터 시작한 청소를 비롯한 집안일은 6시 반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무사히 집안일을 끝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겠지? ㅎㅎ 아 맞다. 하나 빠뜨릴 뻔 했다. 내가 금요일과 토요일에 걸쳐서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렸는데, 그게 조회수가 꽤 높아서 놀라기도 했다. 어디선가 퍼져나간거 같은데 원래 30명 정도 들어오던 블로그에 토요일은 1700명 가까이, 일요일은 1400명이 들어왔다. 이게 무슨 일이가 좀 놀라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그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거. ㅋㅋ 


  1. 용화영 2015.08.24 22:23

    혹시 TED 중독에 관한 글의 조회수가 많이 늘었나요?^^
    우연히 아는 사람 페이스북에 정욱님 글이 공유가되서 반갑기도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ㅎㅎ

    • 네 안녕하세용 오랜만이어요 :)
      제가 지금 좀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인데요, 조회수는 모르겠고 블로그 방문자가 갑자기 늘었어요. 어젠 5000명 넘더라구요 ㅎㄷㄷㄷ 전 일시적이라고 보는데, 아마도 그 글이 페북으로 공유되고 있는 것 같아요. 신기한 일이어요 ㅎㅎㅎ

  2. 슈밍아빠 2015.08.25 08:52 신고

    저도 형님과 대화기회를 다시금 가지고 싶네요^^ 좋은글 잘 읽고 있습니다

    • ㅎㅎㅎㅎ 잘 지내고 있지? 나도 네 블로그 링크에 추가해야 되겠다. 열심히 사는 것 같아서 보기가 좋구만 :) 서울에 올라옴 연락해!!

8월 10일
삼성전자 임직원 자녀 캠프

정말 오랜만에 수원에 간다. 정확히 말하면 삼성 디지털 시티. 나의 선후배들이 일하는 그곳. ㅋㅋ 임직원 자녀들 교육차 방문했다. 거의 하루 종일 수업이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삼성 크리에이티브 멤버십 선생님들과 함께 맞춰봤는데, 즐거웠다. 중학생 아이들도 처음 들어왔을 때 굉장히 수동적이었던 것에 비해서 마무리 할 때 쯤에는 적극적인 모습도 많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점심에는 혜림이와 양근이형을 만나서 잠깐 대화를 나눴고, 저녁에는 상근이를 만났다. 중간에 양근이 형이 이런 말을 했다. 여기 분위기가 어떻냐고. 나는 답답하다고 했고, 형도 동의했다.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생활하기 좋은 곳이다. 시설도 그렇고 밥도 맛있다. 하지만, 나의 일거수 일투족이 카드 한 장으로 다 체크되는 분위기는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물론 그 덕분에 참 편리한 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론 그것이 미셸 푸코의 ‘원형 감옥’과 다를 바 없이 느껴졌다. 그는 말한다. "감시의 시선은  보이는 듯할 필요는 있으되 확인될 필요는 없다. 시선은 확인되지 않을 때 더욱 공포를 자아낸다. 판옵티콘이야말로 단순히 시선 하나로 가동되는 이상적인 권력 장치이다. 이때 시선은 앎과 직결된다. 죄수를 바라보는 감시인은 죄수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게 되지만 감시인을 바라보지 못하는 죄수는 감시인에 대해 아무 것도 알 수가 없다. 시선의 불균형은 앎의 불균형을 낳고, 앎의 불균형은 권력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감시되고 있다는 생각. 그 생각 위에서 새로운 것, 혁명, 창조성이 탄생할 수 있을까? 나는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 어떤 권력구조로 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운 내 포지션에 감사한 마음도 함께 들었다. 상근이가 말했던 ‘넌 그래도 네가 좋아하는 일 하잖아. 난 그게 가끔 부러워’라는 말도 요즘 들어선 세삼스럽게 들리고 말이다. 

 
8월 11일
비교적 여유로운 하루 

오랜만의 여유다. 사실 여유있는 하루는 아니다. 계속 사람들을 만나야 하니깐, 그래도 최근 바빴던 것에 비해서 비교적 여유로운 날이었다. 오전엔 지현쌤과 친구분을 만나서 오랜만에 나의 옛날 관심사들 (영성과 명상 등등)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생각은 들었다. 어쨌든 나의 시행착오들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단, 조건은 내가 나의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하고, 성찰하고, 삶의 변화를 이뤄간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런 성찰 없이는 아무리 많은 경험을 한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영 코치님과 대화도 나누고, 저녁에는 심톡 미팅도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을 가까이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서로 배우는 것이 참 좋다. 한 달에 1-2번은 아예 날을 잡고 이런 식으로 사람들과 만나서 교류해야 겠단 생각도 했다. 

8월 12일
자신감 리더십 수업 

오늘 지난 3주간 캠프의 마지막 날이다. 용평 리조트도 이제 마지막이다. 처음 강의 했던 때가 2013년이니 벌써 2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컨텐츠도 많이 달라졌고 말이다. 처음에는 내가 원치 않는 활동도 해야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내가 하고 싶은 활동과 메시지 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 그래서 나의 만족도도 꽤 높은 편이다. (참가하는 학생들도 비교적 좋은 경험을 했다고 느껴지고) 나는 매번 수업마다 조금씩 조금씩 변화를 주는 편인데, 이번 캠프의 핵심은 ‘자신감’과 ‘리더십’이란 말을 나만의 언어로 재정의한 것이다. 그건 ‘의미 부여’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꽤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매번 연결하고 싶었던 개념인 데이비드 린저의 ‘부족 리더십’을 연결했다. 5단계의 리더십인데 중요한 것은 2-3-4단계다. 2단계는 ‘나는 안 돼’ 3단계는 ‘나는 최고야, 하지만 넌 아니야’ 그리고 4단계는 ‘우리는 최고야’라고 한다. 자신감은 2단계에서 3단계까지 필요하다. ‘나는 안 돼’라고 생각하는, 자신감이 없는 사람에겐 ‘너는 최고야!’란 생각을 불어넣어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타인’은 다소 중요한 개념이 아니다. 리더십은 그 다음에 시작된다. 3단계 나는 최고야에서 4단계 우리는 최고야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타인에 대한 인식과 인정’이 필요한데, 그걸 게임으로 풀어서 진행했다. 결론, 재미있었다. ㅋㅋ

8월 13일
시스템 씽킹 준비 

이번 2학기에 시스템 씽킹과 관련해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기존 내가 진행하던 디자인씽킹이 ‘문제 발견과 해결을 위한’ 좋은 방법론이라고 한다면, 이 시스템 씽킹은 좀 더 ‘구조지향적’이다. 전체 구조에서 어떤 변수가 ‘강화’과 ‘조절’을 낳는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생태계적으로 접근한다. 다시 말해서, 디자인씽킹을 잘 보완할 수 있는 좋은 방법론이라 생각한다. 디씽은 이러한 강점과 단점이 있다. 강점으론, 공감에 대한 중요성,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 빠른 실패를 통한 문제 해결, 올바른 문제 정의를 통한 올바른 혁등등 하지만 단점으론, 아직은 다소 상업적 관점이 지배적이라는 것. 그리고 상대의 만족을 위해 애쓰는 것이 ‘전체론적’ 관점에선 최선일지 아닐지 판단이 어렵다는 것. 등도 떠오른다. 시스템씽킹은 여기서 디씽의 약점을 잘 보완한다. 그리고 디씽의 강점은 시씽에게 잘 어울린다. 굳이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행동’과 ‘관조’의 변증법이라고나 할까. 내가 뭔 이야기하다 이렇게 왔을까. 아 맞다. 그래서 난 이번 학기에 시스템 씽킹 수업을 하기로 했고, 그걸 준비했던 하루였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끝. 


8월 14일
만족도 9.5의 하루

오전에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올해 3월 들어선 처음으로 ‘압박’이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거의 매주 ‘새로운 미션’(강의 준비)를 수행해야 했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다음 주는 다소 여유 있는 편이다. (물론 다다음주부턴 그럴 수 없다. 사실상 찰나와 같은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오전에 나만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여유로워 좋았다. 오랜만에 강의도 보고, 글도 쓰고. 오후엔 기분 좋은 낮잠을 잤다. 원래는 아내와 함께 놀려고 했지만, 날씨가 너무 무더워서 미루다가 결국 잠만 잤다. 하지만 너무 다행이었다. 그냥 기절하듯 2시간 잤다. 일어나서 아내와 산책겸 쇼핑을 갔다. 한강을 가로질러 상암 월드컵 경기장으로 갔는데, 가는 길에 대화도 많이하고, 또 날씨도 좋아서 기분이 엄청 좋아졌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물어봤는데, 9.5점 정도의 점수가 나왔다. 아내도 그 정도라고 말해줬다. 어떤 요인들이 있었을까. 충분한 휴식, 약간의 걷기, 즐거운 대화, 괜찮은 날씨, 멋진 풍광..등이 떠오른다. 삶을 잘 산다는 건, 이런 시간을 내 삶에서 부족하지 않게 채우는 것이 아닐까?


8월 15-16일
가족을 위한 주말

이번 주말도 푹 쉬었다. 재원이를 보면서 몇 가지 인식도 있었는데, 금방 다 까먹었다. 이젠 정말 기록하지 않으니 다 날라가는구나. 아쉽다. 토요일에 우리 가족은 잠실로 갔다. 제2롯데월드에 한번 놀러가보자고 해서 갔는데, 사실 요즘 롯데 좋아하는 사람 누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사람만 많더라. 막상 가서 대부분은 모유수유실과 롯데마트에 머물긴 했지만 ㅋㅋㅋ 그래도 오랜만에 이런 쇼핑몰에 나와서 아내는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젠 예전처럼 영화관에서 데이트할 수가 없으니, 이런 구경으로만 만족해야 한다. ㅎㅎ 반디앤루이스가 아주 이뻐서 맘에 들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잘 구경도 못했다. 일요일엔 종일 집에 있었다. 오전엔 청소, 오후엔 재원이랑 놀면서 티비도 봤고, 하스스톤도 조금 했다. 하스스톤은 중독만 안 되면 참 좋은 게임인데, 내가 그 조절이 좀 안 되는 편이다. 금방 훅 빠져서 하게 된다. 그럴 바엔 안 하는게 낫고. 오후 늦게부턴 나만의 시간을 좀 가졌는데, 막상 알차게 보내지도 못했다. 그나마 밤에 제 5경영 좀 읽고, 이렇게 글도 쓰니깐 좀 낫다. 이제 푹 자고, 다음 주 열심히 보내보자. :)  



8월 3일
독서토론 교사연수

오늘 용인 동막초에서 교사연수가 있었다. 어떻게 알고 연락을 주셨나, 했더니 다른 선생님 소개로 연락주셨다고 한다. 게다가 와서 보니 예전에 교사연수를 진행한 천천초 선생님 한분이 또 진행하시면서 내 이야기를 하셨다고 하더라. 세상이 참 좁구나 라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하고 있다. 선생님 연수는 할 때 마다 느끼지만, 그래도 즐거운 편이다. 선생님들께서 워낙 공감을 잘 해주시기도 하고, 나 역시 아이들을 대하는 입장이라서, 함께 이야기할 거리도 많다. 이번 주제는 독서토론에 대한 것이었는데 몰입도도 꽤 높았다. 첫 한 시간은 간단한 게임과 함께 ‘참여도를 높이는 법’에 대해서 토론했는데, 결과적으론 ‘적절한 시간, 공감되는 주제, 경청하는 자세’ 이런 것들이 나왔다. 뒤의 2시간 동안은 ‘스갱아저씨의 늑대’를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했는데, 어른들이 하기에도 손색이 없는 좋은 주제였다. 하면서도 주제 선정을 잘 했단 생각을 중간중간 했다. 중간에 어떤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생님께서 굉장히 신나 하시면서 수업하는게 느껴진다고. 그래서 우리들도 재미있게 수업듣고 있다고. 감사하다고” 좋은 반응을 얻으면 나도 기분이 좋다. 게다가 연륜이 많으신 이런 선생님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도 좋은 결과를 만들고 가는 길이라, 기쁜 하루다. 


8월 4일
함석헌 선생님 

지난 주에 이어서 시흥에서 <세계를 담은 수쿨>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수업 이야긴 요즘 많이 했으니 빼고,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바로 함석헌 선생님 이야기다. 월요일과 화요일에 걸쳐서 읽은 책이 바로 <함석헌 평전>이다.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선생님으로 파커j파머가 있는데, 그 분이 바로 퀘이커 교도이시다.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을 비롯한 <내게 삶이 말을 걸어올 때>를 읽으며 나는 파커 파머가 가진 세계관이 너무 궁금했고, (왜냐하면 내가 가진 세계관과 가장 흡사했기 때문에) 그렇게 퀘이커교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퀘이커교도가 누굴까? 바로 함석헌 선생님이다. 자연스럽게 그분의 책을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에 평전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 근 현대사 공부는 정말 필수구나”란 것이다. 특히나 역사를 보는 관점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왜곡되지 않은 역사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책이다. 선생님 사상의 핵심은 씨알이다. 씨알은 바로 우리들을 의미하는데, 우리를 각자가 참되게 살아가는 것.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현실에 참여해서 세상을 나아가게 하는 것. 그런 것을 말했다. 선생님은 기독교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상 체계를 배우시고, 삶에 녹아들도록 했는데, 그러한 점이 나에겐 가장 크게 와 닿았다. 결국 진리는 하나라는 것. 진리가 어느 하나에 갇히게 되면 그건 더 이상 진리가 아니라는 것. 나 역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공감했다. 요즘 나의 관심사의 흐름을 보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에서 헬레니즘 철학자 (에피쿠르소와 스토아학파), 노장사상을 비롯한 스피노자 (나는 이 둘이 비슷한 흐름이라고 여긴다), 그러한 스피노자에게 영향 받은 괴테와 니체등 독일 철학자, 문학가들. 톨스토이와 간디를 비롯한 이상적 개인과 공동체를 꿈꾼 사람들. 그리고 파커 파머와 함석헌 선생님을 비롯한 퀘이커 교도들. (그들의 현실 참여성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 이렇게 이어지는데, 나름대로 그들의 흐름을 잘 연결해서 나만의 생각으로 정리하고 싶단 생각을 한다. 이 흐름에 하나의 존재로서 올라타고 싶고, 그들과 관계를 맺고 싶다.


8월 5일
피곤한 일정

지난 주 휴가를 마치고 연이어 강행군 중이다. 오늘은 강원도에 가는 날. 수업을 잘 마무리 했다. 한 멘토 선생님은 감사하게도 일주일 강의 중에 내 강의가 가장 좋았다는 극찬도 해 주셨고, 나 역시 지난 번 보다 올해 버전이 더 마음에 들어서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체력이었다. 오는 길에 안상렬 코치님과 정말 즐겁게 대화하면서 서울에 왔지만, 그 이후에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에 나의 배터리는 모두 나가버렸다. 최근 거의 5시간씩 밖에 자지 못했고, 또 이동이 워낙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결국, 집에 가서도 짜증을 부리고 말았다. 내가 내 몸을 챙기지 못하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그러면 주위 사람들 마저도 폐를 끼치게 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 었음에도 말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관계는 결국 신체 건강에 달려있기도 하다. 건강 챙기자. 바부팅.


8월 6일 
칠보에서의 하루

오늘 칠보초 캠프 수업이 끝나고 숙소로 왔다. 빌린 김영하 작가의 ‘옥수수와 나’를 읽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마침 해가 질 무렵이라, 날씨는 시원했다. 발걸음도 가볍다. 조그만 도랑을 건너는데 물살에 꽤나 세보였다. 최근 전국적으로 내린 비 덕분인가보다. 이렇게 활발하게 흘러가는 물을 보는 것이 오랜만이라 기쁘기도 했다. “꽥 꽥” 오리 소리가 들리길래 가만히 들여다보니, 정말 오리 가족이 있다. 두 마리의 큰 오리와 열댓마리의 아기 오리들이 줄을 지어 헤엄을 친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애처로운지 한 참을 쳐다보다가 발을 옮겼다. 저녁은 이어도 회관에서 먹으려고 했지만, 문을 열지 않았다. 옆에 있는 소머리 국밥집에 들어갔다. 역시 전라도 음식은 담백하고 맛나다. 한 그릇 뚝딱 먹고, 반찬도 다 해치웠다. 밖을 나오니 이미 해는 저물고, 어두웠다. 시골길을 걸어다니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구나. 최근엔 이럴 일이 거의 없었구나. 그런 생각도 했다. 숙소로 들어와 샤워를 하고, 책을 보면서 몇 문장을 옮기고자 노트북을 켰다. 습관처럼 노래를 틀었다.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는데, 귓가에 “찌르르 찌르르”란 소리가 들렸다. 노래를 껐다. 그러자 들리는 수많은 오케스트라 소리들. 내 주위의 곤충들이 하나같이 화음을 맞추고 있었다는 걸 나는 몰랐다. 눈을 잠시 감았다. 입가엔 미소가 고인다. 오늘 이 시간들이 나에겐 낯설지만, 그래서 어쩌면 나를 채워주는 것일지도. 그래. 나는 문득 다짐했다. 자기 전, 다시 밖으로 나가기로. 별을 보고 오기로 말이다. 


8월 7일
칠보 캠프

지난 이틀 간 캠프가 끝났다. 이번 캠프에서 새롭게 시도했던 것이 '팅커링 게임 만들기'이다. 사실상 디자인씽킹 중, '프로토타이핑'에 방점을 찍은 것인데, 아이들에게 제한적인 도구들만 주고, 게임을 만들어보게 했다. 나는 그걸 아래에 나오는 브리콜라주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게임과 놀이를 사고 소비하는 데 익숙한 아이들이, 스스로 게임을 창조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에서 진행했는데, 역시 우리 아이들은 이미 훌륭한 크리에이터였다. 처음에는 각자 하나씩 만들어보고, 나중에는 팀별 게임까지 만들었다. 우리가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되는 길은 단순하다. 사지 않고, 직접 만들고 표현하면 된다. 브리콜라주의 마법은, 그 거친 창조성과 다양성에 있다. 그리고 거기에 인간성의 회복이 달려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브리콜라주란 레비 스트로스의 <야생적 사고>에 나오는 말로 원주민들의 ‘손재주’를 뜻한다. 브리콜뢰르, 곧 장인들의 작업장에는 별 연관도 없는 재료들과 기구가 널려 있다. 하지만, 일거리가 있을 때마다 장인들은 이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상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들에게 제멋대로 배열된 재료와 도구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미다스의 손이 모든 걸 ‘화폐화’해 버린다면, 브리콜라주는 그 반대다. 최소한의 화폐로 다양한 삶을 연출해 낸다."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p.121





8월 8일-9일
하루 종일 콕

집에 붙어있기 신공을 발휘한 주말이었다. 사실상 재원이와의 사투?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이번 주말 내내 집에 있었다. 정말 아빠가 되면서 나 자신에 투자하는 시간들(독서, 공부, 관계, 교육 등등)은 많이 줄었다. 토요일만 해도 책 한번 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마음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틈만 나면 책을 보려고 했으나, 무리하진 않았다. 지난 2주 동안 나도 캠프 때문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제대로 집안을 못 챙긴 것 때문에, 가급적 재원이랑 놀았으니 말이다. 이제 재원이는 꽤 잘 뒤집는다. 그리고 잘 기어다닌다. 뒤로. ㅎㅎㅎㅎ 뒤로 갔다가 같은 자리에서 뱅뱅 돌다가 아주 웃긴다. 그리곤 우리를 보면서 헤헤헤 웃는다. 우리도 헤헤헤. 그렇게 함께 헤헤헤 거린다. 토요일 저녁에는 한강에 나갔다. 군포에서 이모와 이모부가 올라오셔서, 함께 한강에서 한잔 했다. 한강이 옆에 있어서 참 좋구나. 란 생각도 다시 했다. 일요일엔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청소하고, 쉬고, 영화도 보고 그랬던 것 같은데. 재원이랑 함께 있으면 뭐 그냥 시간 따윈 사라지는 것 같다. 아마 재원이가 다 먹어 치워버리나보다. 




7월 27일
7월 심톡

오늘은 7월 심톡이 있는 날이다. 거의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주제는 한번도 같았던 적이 없다. 하지만 장소와 포맷은 거의 동일했다. 합정역 근처 ‘허그인’이란 카페에서 주로 만나서 대화를 나눴었는데, 이번에는 장소가 바뀌었다. 이미영 코치님의 마음챙김 명상과 요가를 제대로 체험하고 싶은 마음에 고른 장소는 젠 내츄럴 힐링센터였다. 사람들이 앉아서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눕거나 혹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있는 공간. 아주 훌륭했다. 10분 정도가 오셨다. 공간에 맞는 적절한 인원이 모였고, 우린 함께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요가도 했고, 호오포노포노도 배워보고, 요가니드라도 했다. 짧은 3시간이었지만 나름 알차게 진행되었고,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서 그런지 나 역시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 생각을 했다. 3번의 한번 정도는 이런 식으로 심톡을 꾸려가고 싶단 생각. 대화도 좋지만 가끔은 대화가 아닌 몸 동작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것도 참 좋구나 라는 생각. 그리고 언제나 일어날 일이 일어나는구나. 적절한 사람들이 자신의 관심사, 혹은 일정에 따라 움직이고, 내가 할 일은 공간을 열고, 좋은 컨텐츠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초대장을 보내는 일이구나. 그런 것이 참 즐겁단 생각을 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기분 좋게 집에 들어갔다. 


7월 28일 
월드 카페를 진행하다

이번 7월에 가장 많은 수업을 진행하는 곳은 바로 시흥 <세계를 담은 스쿨>이다. 외국인 대학생들과 한국인 고등학생이라는 재미있는 조합 덕분에, 매 수업 시간마다 즐거운 일이 많이 벌어진다. 전체적인 프로그램 과정 역시 스스로 주제를 뽑고,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는 프로젝트 형태이다. 그러다 보니, 통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려움도 많다. 하지만 좋은 점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이번 시간에는 프로젝트별 주제를 결정하고, 서로간의 피드백을 주고 받는 시간을 가졌다. 형식은 <월드 카페> 토론 방식을 취했는데, 각자 프로젝트를 열심히 설명하고, 피드백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오늘 수업을 하면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앞으로 나만의 단단한 사상적 체계를 가진, 그러면서도 참여자들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그런 퍼실리테이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서 배우되 한번씩 깊이 있는 피드백을 통해 인식의 변화를 꿰하게 만드는 역할, 그런 역할을 담당할 때 개인적으로 가장 신나고 즐겁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수업도 즐거웠다는 :) 


7월 29일
EBS 프리미엄 캠프

오늘은 2015년 하계 EBS 프리미엄 캠프를 진행하러 용평 리조트로 갔다. 2013년 여름부터 진행했으니, 벌써 2년이 다 되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진행하는 경우는 나로선 처음인데, 나름대로 대규모 캠프임에도 잘 진행되고 있어서 감사하다. 생각해보면, 참 어려운 대상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한번에 몰아서 있을 뿐더러, 인원도 많다. 가장 많았을 때는 70명 가까이 된 적도 있었고, 여름에는 보통 50명 정도 된다. 인원이 다양하고, 많다보니 할 수 있는 활동도 한정적인 편이다. 그래서 난이도가 높은 편인데, 그래도 이렇게 매년 2번씩 반복해서 진행하다 보니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겼다. 그리고 나는 매번 조금씩 변화를 주는 편이다. 이번에도 지난 겨울과 비교했을 때도 조금 다르게 진행했다. 핵심은 <부족 리더십>이다. "나만 최고야"에서, "우리가 최고야”로 도약하는 지점을 설계하고자 애썼다. 그리고 오늘 아이들에게 즐겁게 전달된 느낌이다. 중간 중간 멘토들도 아이들이 이렇게 집중하는 모습을 처음본다고 말해줘서, 기뻤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내내 수업이구나. 아이고 바쁘다. 


7월 30일 - 8월 2일
여름 휴가 

장장 3박 4일에 걸친 휴가였다. 대구에서 부모님이 수요일에 올라오셨는데, 사실상 나는 목요일부터 함께 놀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 부모님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재원이다. 재원이를 너무너무 보고 싶었지만, 평소에 잘 볼 수 없기에 이번 휴가 시즌에 맞춰서 올라오신 것이다. 5개월만에 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낯설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재원이는 잘 적응했다. 종종 힘들다고 앙앙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꽤나 수월하게 잘 지낼 수 있었다. 목요일 오전엔 부모님과 홍대로 놀러가서 팥빙수를 먹고 놀았고, 오후엔 용인의 누나집으로 갔다. 누나도 12월 출산이 예정이라 꽤 힘들었을 텐데도, 재원이를 많이 이뻐해 주었다. 저녁엔 영화도 봤다. <쥬라기 월드>를 봤는데 정말 오랜만에 보는 영화에 난 감동했다. ㅠㅜ  담날은 다 같이 코다리 냉면을 먹고, 이천에 있는 롯데 아울렛에 갔다. 간단한 쇼핑을 끝으로 집으로 오니 벌써 저녁. 다들 녹초가 되었다. 토욜은 오전 오후 편히 쉬면서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서 놀았고 (정광수 돈까스 가게에서 돈까스도 먹었다) 저녁엔 장모님과 장인어른을 만나서 저녁 먹고 한강에서 놀았다. 이번 휴가에서 느낀 것은 3가지다. 1. 가족이 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가족은 세상과 내가 이어지는 가장 강한 연결선이구나. 그렇기 때문에 넘어지고 싶을 때도 가족이 주는 힘으로 버틸 수 있는 것이다. 2. 휴가가 별게 아니구나. 그저 마음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잠도 푹 자고, 재원이 재롱도 보면서 같이 웃을 수 있는 것. 그게 최고의 휴가구나. 3. 집안에 아이가 있으니 분위기가 바뀌는구나. 특히 아빠는 재원이를 완전 물고 빨고 했는데, 그렇게나 좋아하실 줄은 몰랐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서 자라는 재원이가 참 부럽기도 하고, 또 고맙기도 했다. 올해 중으로 조카도 다들 태어날 텐데, 나중에 다 같이 여행다니면 정말 정신 없을듯 ㅋㅋㅋ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재원이



+
성찰일지가 밀렸다. 게다가 블로그 포스팅도 더 밀렸다. 올해 들어서 개인적으로 가장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이것임에도. 이 꾸준함이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이번에 놓치고 말았다. 아쉬움과 약간의 자책도 든다. 하지만, 다시 나아가자. 머물러 있을 시간도 없다. 성찰이 실행이 되고, 실행이 내 삶이 되고, 그렇게 내 삶의 지혜로워질 때까지 쉴 틈이 어디에 있겠는가? 


7월 20일
자소서 캠프

오늘, 당산서중에서 자기소개서 캠프가 있었다. 최지은 코치님과 함께 하게 되었는데, 이 교육을 하게 된 것도 사실 우연의 일부다. 올해 1학기, 당산서중에서 ‘디자인씽킹을 활용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좋게 본 선생님께서 함께 진행한 최지은 코치님이 기자셨다는 사실을 알고, 자소서에 대해 물어보셨다. 사실 작년에 부천대에서 최지은 코치님과 나는 함께 자소서 컨설팅을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할 수 있다고 답변드렸고, 그렇게 만들어진 기회가 이번 캠프가 되었다. 사람의 일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는 정말 모를 일이다. 매사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어쨌든 그렇게 캠프를 했다. 다들 자사고를 준비하는, 꽤 똑똑한 친구들이었다. 나는 한명 한명 만나서 봐주기 시작했는데, 정말 많은 아이들이 한 이야기가 있었다. ‘나는 특별한 것이 없어요.’라는 말.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아이들이 계속 출현하자, 나는 애원했다. "제발 나는 특별한 것이 없어요. 라고 말하지 말고, 아직 찾지 못했어요. 라고 말해달라고” 언어는 생각의 틀이다. 일단 언어로 가능성을 닫으면 실제로 뇌는 그런 정보만을 진실로 인식하기에, 나는 그것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자신만의 고유성’을 발견하고 싶은 아이들은 나에게 오고, 자소서 자체를 코칭받고 싶은 아이들은 최지은 코치님께 가라고. 그리고 꽤 많은 아이들을 만나서 대화했다. 한 아이는 7년이 넘도록 배드민턴을 쳐 온 친구도 있었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꿈인 아이도 있었고, 학원을 다니지 않은 아이도, 낮잠을 자는 아이도 있었다. 적어도, 나에겐 모두가 특별했다. 그리고 그걸 찝어주었다. 아이들도 신기해 하는 눈치더라. 그러한 ‘가능성’의 대화가 나는 즐거웠고, 한편으론 ‘가능성’을 말하지 않는 사회와 학교가 다소 안타까웠다. 


7월 21일
연지원 선생님과의 대화

오늘 와우 스토리 연구소 연지원 선생님과 대화를 나눴다. 사실 지금까지 1:1로 만날 기회가 많이 없었던 터라, 오랜만의 만남이었고 대화도 정말 즐거웠다. 몇 가지 피드백이 인상 깊었는데, 그 중 하나는 ‘글쓰기’에 대한 것이었다. 우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최근 쓴 니체의 글을 유심히 보셨고, 특히 작가보다 편집자의 역량이 돋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핵심을 잘 파악한다는 것도 뛰어나다. 다만, 자의적인 해석이 눈에 띄는 편이긴 하지만, 그것도 정도를 넘어가지 않는다. 납득할 정도로 표현한다. 다만, 인용을 할 때 너무 많은 작가를 인용하면 되려 전문적이지 않게 보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인용하는 문구도 맥락에 맞게 해야 하기에 인용하려는 작가의 책도 어느 정도 읽고 쓰는 것이 좋겠다. 라고 하셨다. 동감하는 바이다. 그리고 이어서 권했다. 내년부터 (아님 올 하반기부터) 진짜 좋은 책 1권을 반복해서 읽어보라. 니체, 푸코, 벤야민을 권한다. 그런 수준의 작가들의 책을 보기 위해선 사전 작업도 필요한데, 그것도 좋다. 어쨌든 그런 작가들의 책을 읽고 글을 한번 써보라.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책을 읽고 그것을 쉽게 전달하는 역할이 잘 어울린다. 글을 계속 써라. 라고 하셨다. 음. 올해 들어서 나에게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어쨌든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는 것인데, 글쓰기에 대해서 이렇게 좋은 피드백을 받으니 어리둥절 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면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 이후에도 이런 저런 대화를 했지만, 나머진 나만의 기억으로 남기기로 한다. 쨌든, 오늘의 결론은 이것이다. 깊이 공부하고, 계속 쓰자.  


7월 22일
인디언 계모임 

오늘 오전엔 인디언 계모임이 있었다. 학습조직에 대한 학습조직. 그것에 내가 꿈꾸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선 일단 각자에 대한 역량도 높아져야 하고, 성찰 능력도 필요하다. 서로의 갈등을 해결하는 퍼실리테이션의 능력도 필요하고 말이다. 어쨌든 내가 기억에 남는 말을 적어보면 이렇다. 우선 핵심은 <상황의 원인>을 <나>로 돌리는 것이다. 뒷담화와 뒷담화 아님을 구분하는 기준도 결국 ‘원인’을 ‘나’로 돌리느냐, 아니면 ‘상대 혹은 상황’을 탓 하느냐 이다. 하지만 그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인디언들 중 몇몇은 퍼실리테이션에, 몇몇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서 사는 삶’에, 몇몇은 디자인씽킹에, 몇몇은 독서와 철학, 그리고 인문학 공부에 열을 올린다. 그 각자의 자기다움이 서로에 대한 신뢰로 시너지를 이뤄서 결국 위대함을 함께 만드는 것, ‘공동 창조’에 이르는 것. 그것이 모든 조직의 최고의 목적이자. 최고 난이도의 시험이자, 최고의 기쁨이 아닐까. 이번에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을 꿈꾼다. 계속 실험하고 싶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삶에서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7월 23일
미술영재교육원 원데이 디씽 캠프     

오늘 하루 종일 디자인씽킹 캠프가 있었다. 이것도 참 재미있는 인연으로 연결되었는데, 지난 번 미술과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교사연수를 진행했었다. 그 당시 한 선생님께서 ‘이거 우리 아이들에게도 필요할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셨고, 바로 캠프 날짜를 잡아버렸다. 나 역시 마침 지난 주 목요일에 칠보초 수업이 끝나서 시간이 괜찮기도 했고. 그렇게 소개로, 혹은 우연으로 이렇게 수업이 열리는 상황이 참 흥미롭다. MBTI를 보면 나는 ‘인식형’으로 나오는데, 인식형은 뭔가 정해져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것, 예상 가능한 것을 좋아하기 보단, 불안정하지만 그럼에도 흥미롭고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고 한다. 내가 그렇다. 어쨌든, 그렇게 캠프를 했다. 2가지 주제가 있었는데, 오전에는 지갑, 오후에는 리모콘이었다. 둘 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일부러 가지고 왔다. 그리고 리모콘을 고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문제가 많다. 그리고 만들기 쉽다. 이 아이들은 표현력은 정말 좋았다. 원래 미술을 하던 아이들이라 그런지, 프로토타이핑 만드는 실력이 수준급이었다. 8분 이란 시간 안에 글루건을 써서 만들 정도니.. 하지만 어려워하는 건 바로 ‘인터뷰’였다. 특히 몇몇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도 보았다. 그 시간에 끄적끄적 그리는 것에 더 익숙했던 탓이겠지. 하지만 이번 시간을 통해 조금이나마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 다행히, 캠프가 끝나고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본다고 말씀해 주셨다. 몇몇 아이들도 나가면서 재미있었다고, 다음에 또 보자고 말해 주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공감하고,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사람들에게 나누고 의견을 주고 받는 것. 우리는 이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 아닐까. 그 경험을 짧게 나마 할 수 있었다면 나야 말로 참 다행이다. 조금이나마 의미가 되었길. 


7월 24일
아나모 모임

오늘 저녁에 오랜만에 아나모 모임이 있었다. 아나모란, 아띠를 나온 사람들의 모임의 준말이다. (맞나? ㅋㅋㅋ) 좀 더 정확하게는 2012년을 중심으로 창의력학교 아띠에서 몸을 담았던 사람들이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며, 성장을 돕고 서로를 격려하는 그런 모임이다. 내 생각에는 그렇다는 뜻이다. 벌써 3년이 지났으니 꽤 시간이 흘렀다. 그 당시만 해도, 군대 갈 걱정이 한창이던 아이들이 벌써 전역이 한창이다. 관희는 전역을 했고, 경민이도 담주에 전역이다. 남은 건 현식이 밖에 없다. 아, 원이도 있구나. ㅋㅋ 그리고 당시에 고1이던 정희는 벌써 대학생이 되어서 함께 맥주를 먹을 나이가 되었다. 나의 추천으로 ‘연남동’에서 만남을 가졌다. 처음에 6명 정도 모였었는데, 점점 스믈스물 오겠다고 하더니 결국 12명이나 되는 인원이 모이더라. 누가 있었냐면, 관희 (요번에 전역하고 사업에 완전 몰입중이다), 해리 (드디어 작업을 시작한 그림쟁이:), 부선 (이 녀석도 호주 다녀와서 오랜만이었다), 경민 (에피소드 메이커 이번 건 정말 대박이었음), 원이 (원이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스위스에서 공부하고 있는 글로벌 리더의 표본 ㅋㅋㅋ), 은정 (요즘 많이 아팠다고 한다. 맘이 쓰였다), 여름 (그나마 종종 봐서 다행인), 정선 (캠프임에도 잠깐이라도 얼굴 비춰준), 진욱 (사업 때문에 바쁨에도 와준), 유리 (육아와 일 때문에 바쁨에도 와주었구나), 정희 (같이 맥주를 먹을 수 있다니 신기한 일이구나) 이렇게 있었다. 모여서 이런 저런 근황을 나누다보니 참 대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들 한명 한명이 고마운 인연이고, 또 오래 가고 싶은 사람들이구나. 그런 생각도 했다. 정말 많이 웃을 수 있었다. 그래서 좋았다. 


7월 25일
와우 수업날.

와우 수업 날이다. 대부분은 수업 후기에 적었고, 짦은 성찰 거리만 옮겨본다. 수업 날은 언제나 즐거운 날이다.
짦은 성찰 1. 번역에 대한 설명이 좋았다. '나'를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도 알 것 같다. 그래야 ‘인지'되고, ‘인지'되어야 그 부분만큼은 ‘변화'할 수 있기에. 다시 말해 내 안의 무의식적 공간을 계속 개척함으로써 ‘의식화’하는 것이 선생님이 말한 번역 작업이 아닐까. 하이데거 였나,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는 말도 이러한 맥락에서 연결되어 떠오른다. 내가 성찰를 나누면서 고미숙 선생님의 <호모 쿵푸스>이야기를 했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있더라. 공유하면 이렇다. “리더란, 상황을 언어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주변을 살펴보라. 어떤 그룹이든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이는 ‘썰을 푸는’ 인간이다. 상황을 언어화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그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만약 새로운 말과 이야기로 세상을 보는 눈을 홀라당 뒤집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혁명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혁명은 늘 새로운 말, 낯선 이야기들과 함께 등장했다.”

짧은 성찰 2. 나는 칭찬 하는 것도 어려워하고, 칭찬 받는 것도 어려워한다. 지난 번에 선생님과의 벙개에서도 그랬고, 이번 수업에서도 그랬다. 선생님이 니체에 대해 썼던 글을 잘 썼다고, 어떤 부분은 부럽기도 하다며 칭찬해 주셨다. 굉장히 부끄러웠다.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 아니다. 속으론 좋다. 하지만 겉으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는 느낌이다. 그저 빨리 이 시간이 갔으면 좋겠다는 그런 민망함?이 대부분의 감정을 차지한다. 칭찬에 왜 이렇게 익숙하지 않은지, 한번 들여다 봐야 겠단 생각을 했다. 내가 워낙 익숙치 않으니, 사실 나는 다른 아이들에게 칭찬을 잘 하지도 않더라. 지시적 피드백에 대한 필요성, 그리고 칭찬에 대한 나의 인식을 약간은 알 수 있었다. 


7월 26일
꿀잠

낮잠은 참 좋은 것이다.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힘들었는데, 마침 오늘 아내가 나에게 시간을 주었다. 장모님과 코스트코를 다녀오면서 나에게 낮잠 잘 시간을 준 것이다. 게다가 맛있는 옥수수도 만들어 놓고 가셨다. 나는 옥수수를 오독오독 먹고, 단점에 취했다. 그렇게 2시간을 내리 잤다. 오랜만에 맛보는 꿀잠이었다. 역시 잠 중의 잠은 낮잠이다. 이러한 기회를 제공한 아내게에 다시 한번 감사를. 요즘 좀 피곤했었는데 그래도 이런 기회 덕분에 살 것 같단 생각도 했다.   


7월 13일
용마중 마지막 수업

성찰이 늦었다. 며칠 밀렸던 것이다. 사실 지난 시흥 캠프부터 정신이 없었는데, 왜냐하면 강의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속도가 너무나 밀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어려워하는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을 비롯한 몇 가지 잡무들이 있었다. 다른 것도 대부분 약하지만 내가 그런 회계나 숫자엔 더더욱 약하다. 월요일은 용마중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이번 주에 대부분의 수업들이 마무리 된다. 여름 방학때는 조금 다른 스케쥴이 기다리고 말이다.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론 섭섭도 하다. 매번 학기 말에 느끼는 감정은 비슷한 것 같다. 그래도 잘 따라와준 학생들에 대한 고마움이 크고, 또 이렇게 인연이 일단락 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크다. 그나마 요즘은 페북을 통해서 교류를 하는 편이긴 하지만. 수업을 마치고 종각에서 심톡 관련 미팅을 했다. 이번 주 호스트는 이미영 코치님이다. 미팅은 잘 끝났다. 기존 심톡 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날이 될 것 같은 기대가 들었다. ㅋㅋㅋ 


7월 14일
이동 또 이동

사람은 참 이상하다. 낯선 곳에 갈 때, 익숙한 곳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것 같다. 절대 이성적으로 판단이 되지 않는 것이 인간이란 생각도 든다. 오늘 간 곳은 4호선 끝자락, 정왕역 근처 한국산업기술대학교이다. 평소 잘 가지 않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오이도를 가 본적도 없다. 아, 그 근처 월곶포구와 소래포구는 최근에 한번 가 봤다. 그것도 자동차를 갔기 때문에 느낌은 다르다. 이번엔 수업을 하러 갔다. 지난 주 부터 이어진 세계를 담은 스쿨 수업 때문에. 나는 사실 매주 정읍을 간다. 하지만 정읍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2012년부터 꾸준히 다녔던 곳이라 그런지, 익숙하다. 왔다 갔다 8시간이 걸리지만. ㅋㅋ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잘 가지 않는 지역이라 더 멀게 느껴졌다. 왔다 갔다 대략 4시간 정도 소요되더라. 그래도 지난 번엔 정말 멀리 갔다온 느낌이었는데. 한 2번 왔다 가니깐 조금 편해졌다. 수업도 즐거웠고, 학생들도 반가이 맞아주었고. 암튼 나는 역마살이 끼었나보다 일주일 내내 전국을 돌아다닌다. ㅋㅋ


7월 15일
당산서중 마지막 수업 

당산서중 마지막 수업. 발표를 다들 잘 해줬다. 용마중과 당산서중을 하면서 느끼는 점. 중학생들이기 때문에 경험하는 한계와 가능성이 동시에 보인다. 그 친구들의 한계라기 보단 사실상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한계’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활동을 하기에 그 아이들에게 충분한 여유가 없더라는 것이다. 시간적 여유가 아니다. 정신적 여유를 말하는 것이다. 마음이 조급하지 않아야 세상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고, 누군가를 공감할 수 있다. 그래야 문제도 발견되는 법이고, 해결책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중학교는 그런 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그저 즉각즉각 수업 시간에만 문제를 한번씩 생각해보는.. 그런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있었다. 가능성도 있다. 그건 바로 어쨌든 이러한 시도가 공교육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운이 좋게 빨리 시작하게 되었지만, 이런 식으로 공교육 혁신이 일어나는 것에 약간은 기여하고 있단 느낌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이 아이들도 느낀 점을 봐도 그렇고. 암튼 이제 1학기가 마무리 된다. 


7월 16일
꿈을 꼭 찾아야 하나?

칠보 초등학교에서 어떤 아이가 쓴 시를 봤다. 전체적으로 ‘꿈’에 대한 내용이었다.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마지막 문장이 나에게 들어왔다. ‘빨리 꿈을 찾아야 겠다.’라는 문장과 함께 마무리 되었다. 그 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우리 사회는 꿈을 찾으라고 권하는 사회다. 원대한 꿈을 꾸라느니, 비전을 세워보라느니, 심지어는 꿈 너머 꿈을 꾸라는 말도 들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꿈을 꾼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 꿈을 찾는 것이 중요할까?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나는 꿈이 아닌 ‘자신’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꿈을 찾으러 멀리 떠날 것이 아니라, 자신을 찾으러 떠나야 한다. 자신을 찾아야 ‘나의 꿈’을 찾을 수 있기에. 자신을 찾지 못한 사람이 꿈을 꾸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타인의 꿈’을 쫓게 된다. 현대 사회의 각종 욕망과 욕구가 점철된 ‘다른 사람의 꿈’이 진정 나의 꿈이라고 믿은 채로 산다. 백번 양보해서, 그런 삶도 뭐.. 좋다. 본인만 만족한다면. 하지만 진짜 문제는 ‘만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계속 허무하고, 의미를 발견할 수 없다. 그리고 또 다른 꿈으로 그 허망함을 달랜다. 혹은 쾌락의 중독으로. 


7월 17일
집에서 일하기 

오늘 잡일들을 처리한 날이다. 나는 정말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큰 흐름만 보려고 하지 디테일한 쪽으로 가면 영 귀찮다. 그렇게 일이 쌓인게 2주다. 오늘을 그렇게 회피하고 살았는데 드디어 온 것이다. 내가 귀찮아 하는 일들은 주로 이런 것들이다. 견적서 보내기, 부가가치세 신고하기, 세금계산서 보내기, 기획서 쓰기, 공지 올리기 등등. 일 하나 하나는 1시간 정도 걸리는 일이지만, 막상 닥쳤을 때 처리하기 보단 이렇게 몰아서 한번에 처리하는 편이다. 요즘 사실 좀 바빠서 시간도 없었지만, 진짜 이유는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오후 4-5시가 되어서 일이 마무리 되었다. 마치 미룬 방청소를 끝내는 느낌이랄까. 시원했다. 사실 중간 중간 재원이랑 놀기도 했고, 밥도 먹었다. 하루 종일 이렇게 집에서 일하는 것도 좋았다. 나중에 좀 더 글을 잘 쓰게 될 때 집에서 작업하는 시간을 더 늘리고 싶단 생각도 했으니 말이다. 


7월 18일
퀴즈쇼

최근 내가 읽고 있는 소설이 있다. 바로 김영하 작가의 ‘퀴즈쇼’ 김영하 작가는 익히 들어왔던 소설가다. 팟케스트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으로도 만나고 있고, TED를 비롯한 강연도 재미있게 들었다. 언젠가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막상 잘 읽지 못했던 작가. 그렇담 나는 왜 소설을 잘 읽는 편이 아닐까? 나는 소설을 싫어할까? 아니다. 그건 아니다. 나도 소설을 좋아한다. 재작년과 작년에 읽은 소설들도 좀 있다. 신, 빅픽처, 천개의 빛나는 태양, 또.. 또.. 음 뭐가 있더라. 정말 안 읽는구나. ㅋㅋㅋ 내가 소설을 읽을 때 마인드는 사실상 ‘휴가’다. 나는 좀 쉬고 싶을 때, 뭔가 빠지고 싶을 때 소설을 읽는다. 그리고 그 자체가 힐링이 된다. 예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을 아내님(당시 여친님)께 선물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걸 1년 가까이 보지 않았다. 이유는 이것이다. ‘몰아서 볼 수 있는 때’를 기다리고 싶다는 것. 그런 때가 올까? 사실 그런건 없다. 하지만 바쁜 일정이 끝나고 한 달에 걸쳐서 전권을 몰아서 보는 그 쾌감은 이루말할 수 없이 크다. 나는 그래서 소설 만큼은 신중하게 보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번 ‘퀴즈쇼’는 좀 다르다. ‘그냥’보고 싶었다. 분명 요즘 너무 바쁘긴 한데, 그래도 그냥 아무 이유없이 읽고 싶었다. 그래서 읽었다. 주말 동안 틈틈히, 아내 눈치, 재원이 눈치 보면서 읽어 나갔다. 현실에 반틈, 소설에 반틈 걸쳐져 산 느낌이었다. 좋았다. 


7월 19일
퀴즈쇼 2

"나는 말이야, 아무래도 너랑 가는 길이 다른 것 같아."
“달라? 뭐가 달라?"
“나는 말이야, 아직 철이 덜 들었나봐. 나는 좀, 그러니까 뭐라고 말 해야 하나. 그냥 좀 무의미한 일을 하고 싶어.” 
“무의미한 일?"
“사람들은 대부분 의미 있는 일들을 하잖아. 돈을 벌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근데? 그게 당연한 거 아니야?"
“뭐랄까, 인생에는 그런 것보다 더 높은 차원의 뭔가가 있는 것 같아. 잘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런 세계가 전부는 아니라는 거지. ... 이간이 그런 일간지 경제면 같은 세계에만 매물돼서 산다는 건, 그렇게 살다가 죽는다는 건, 너무 허망한 거 같아."

나는 퀴즈쇼에 나오는 주인공 ‘이민수’를 보면서 나를 떠올렸다. 나도 그랬거든. 나도 20대 중후반은 거의 무의미한 일에 매달린 편이다. 여기서 ‘편’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렇다고 해서 전적으로 몰입했던 것도 아니라. 어쨌든 일반사람들이 보기에 이해가 안 되는 짓을 많이 했던 건 사실이다. 희안한 사람도 많이 만나고, 허송세월을 많이 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그랬던 나 자신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그 당시 나는 분명 ‘타자화’가 잘 되지 않는, 굉장히 주관적인 사람이었다. 이 책에서 그런 성향을 만나니 반가웠다. 20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들고, 지금 내 모습은 무엇이 바뀌었는지,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소설책을 봤다고 해서, 그저 논 것은 아니다. 나름 가장의 역할은 충실히 하려고 애썼다. 토요일엔 타임스퀘어가서 놀고, 코스트코도 다녀왔고, 일요일엔 두레생협 가서 장도 보고, 홈플러스도 갔다. 아내가 대형 마트를 좋아하는 편이라 자주 돌아다녔다. 대청소도 했고, 재원이랑도 신나게 놀았다. 한 권의 소설책과 가족과 함께 한 소소한 일상. 음. 좋은 주말이었다고 자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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