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사실 다시 글을 남기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지난 번에 쓴 '이너게임'이란 글 때문입니다. 사실 제 예상보다, 이너게임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좋은 책 추천 받아서 고맙다는 이야기도 들어봤지만, 대부분의 경우 생각보다 어려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

나름 원망 아닌 원망도 들어야 했는데요. 덕분에 "아직도 내 글이 너무 어렵구나. 좀 더 쉽게 쓰자."는 반성과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빌려서 피드백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꼭 전하고 싶습니다. 

다소 어렵다는 분들을 위해, 나름의 변명과 위로를 드리자면 결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선, 코칭이란 분야에 대해서 많이 읽어보지 않은 경우에 낯선 개념이 주는 어려움이 컸으리라 생각 됩니다.
마치 처음 여행가는 외국 땅에 도착하자마자 내집 안방처럼 자유롭게 돌아 다니기는 어렵듯, 코칭이란 분야에 대해서 처음 접하는 분들이 많을테니 그로 인한 이해의 어려움이 예상이 됩니다.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생각해 주셔요.

두 번째, 번역이 좀 아쉽습니다. '비평가적 인지'라거나 '기동성'이라거나.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느꼈을 겁니다.
제가 보기에도 번역이 매끄럽게 잘 된 편은 아닙니다. 원문으로 해석하면 되려 이해가 쉬우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자책 마시고 여러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저 역시 2번째 읽었을 때 이런 내용이었나 하면서 새로워했고, 3번째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닐 거라 믿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너게임에 나온 개념을 좀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다른 책 한권을 소개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바로 구본형 소장님의 '필살기'라는 책입니다. 구본형 소장님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낯선 곳에서의 아침’ 등의 책으로 유명한 변화경영 전문가입니다. 
안타깝게도 2013년에 갑작스래 돌아가시고 말았지만, 후학들로 구성된 구본형변화연구소가 이어져 내려오면서 그의 뜻을 기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이자, 제가 앞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삶에 큰 영향을 미치신 마음 속 스승님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소개를 보시고 관심이 생긴다면 다른 책들도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사실, 소장님의 책 중에서 '필살기'는 제가 그리 좋아하는 책이 아닙니다. 하지만, 주제가 시의적절 했기에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읽어보시는 분들은 개인적으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추천드립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1. 욜로와 영수증, 우리는 무엇을 따라가야 하는가?

YOLO(욜로), 다들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얼마 전, 한참이나 YOLO(You only live once) 열풍이 불었습니다.
"단 한번 뿐인 삶,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길꺼야!" 라는 주제의식은 나름 시의적절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철학을 풀어내는 방식은 어떠했을까요?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진행하던 모든 일을 접고 제주도로 내려간 사람도 있고, 몇년 동안 세계여행을 다니기로 결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수도 있고, 나름의 필요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삶의 방식이 더 이상 내 삶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는다면,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일탈적 소비'에 불과했다면 어떨까요? 
수 많은 기업들의 욜로 마케팅에 쉽게 휘둘려 버리는 상황도 진정한 ‘자기 만족'이라 볼 수 있을까요?

이 극단에 ‘김생민의 영수증’이 있습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욜로하다 골로간다’는 말을 유행시킨 김생민은 이 코너에서 인생 첫 전성기를 맞이하죠. 
저 역시 몇 편을 들었는데, 재미있더군요. 저 역시 물가 비싼 서울에서 살면서, 혼자 버는 입장에서, 아이도 키우는 상황이라 공감이 안 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죠. 돈이라는 건 원래 안 쓰는 것이죠. 저도 처음 들었습니다만, 이러한 사람들을 ‘YALT’(You also live tomorrow) 족이라고 부르더라구요. 
우린 내일도 살아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가능한 혼자 다니며, 음악은 1분 무료 듣기로 듣습니다. 그렇게 돈을 모아서 미래를 준비합니다.


욜로와 영수증, 무엇이 정답일까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할까요, 현재를 위해 미래를 희생해야 할까요?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하죠. 어쩌면 이 딜레마는 같은 문제의 다른 ‘해결책’이 아닐까요?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요? 최근, 일련의 현상을 지켜보면서 나름의 고민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욜로와 영수증, 이러한 신드룸의 본질은 바로 현대인의 ‘불안’ 때문이라고 봅니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동시다발적 불안이 우리를 목 조릅니다. 일을 해도 불안하고, 놀아도 불안합니다. 돈을 써도 불안하고, 안 써도 불안합니다. 
나의 미래가 불안해서, 살아있는 현재에 모든 것을 걸거나 (YOLO), 지금이 아닌 앞으로의 먼 미래에 모든 것을 겁니다. (YALT)

저 역시 그랬습니다. 이 글에서 모두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꿈꾸던 이상'을 쫓아 현실을 벗어나고자 애쓴적도 적잖이 있고,
"미래 따윈 개나 줘”란 생각으로 그저 하루하루를 버틴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극단적 경험은 늘 얼마의 후회를 남기더라구요. 
적어도 저에겐 멀리 떨어진 이상 속에서만 사는 삶도, 순간 순간 펼쳐지는 현실 속에서만 사는 삶도 ‘정답’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질문은 바뀌어야 합니다.
현재와 미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이 근본적 불안감을 극복할 수 있을까?’를 물어야 합니다.
저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필살기’를 제안합니다.

P. 20 "참을 수 없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두려워 말고 그 일을 따라 나서라. 그 우주적 떨림을 거부하지 마라. 그 일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면 그 일이 곧 자신의 천직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 그런 떨림을 얻지 못했다면 지금 주어진 일을 아주 잘 해낼 수 있는 즐거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을 알아내는 순간 매일 숙제처럼 목을 죄어오던 일상의 일들 중에 어떤 것들은 나의 타고난 적성에 잘 어울려 이내 즐거움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그 일이 내 천직으로 가는 입구라는 것을 믿게 되었다. 그 일에 통달하게 되면 죽을 때까지 먹고 살 수 있는 평생의 직업으로 변용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직장인의 필살기 발굴 원칙이다."

어떻게 해야 ‘필살기’가 우리 같은 직장인의 반복되는 일상에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같이 한번 답을 찾아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2. 반복되는 일 속에서 '나'를 발견하기

한번 생각해봅시다. 여러분은, 아니 우리 직장인은 얼마나 업무에 몰입하고 있을까요?
몇년 전 기사이긴 하지만, 한국경제 (2013년 10월 21일)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 직장인의 67%는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며, 22%는 ‘적극적 비몰입’상태로 업무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무에 몰입하는 비율은 약 11%에 불과하다."

여러분은 어떠한가요? 부끄럽게도, 저 역시 스스로에게 "100% 집중하고 있는가?" 라고 자문한다면 떳떳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과 SNS가 일상을 지배하는 요즘은 더욱 몰입이 어렵습니다. 위기의 전조입니다.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 몰입을 하지 못하니, 다른 곳에서 그리고 보다 멀리서 '나'를 찾습니다.

p28 직장인의 정신적 불행은 일 속에 ‘내’가 없기 때문이다.
일 속에 자신이 들어 있는 지 자세히 살펴라. 충분히 깊게 들여다보면 그 속에 ‘내’가 있다. 여기가 출발점이다.

우리만의 필살기를 갖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어디 멀리 배낭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일상과 업무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공부로 예를 들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공부를 싫어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공부를 못하는 사람과 잘하는 사람은 싫어하는 '공부의 범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공부를 못하는 사람은 '공부' 그 자체를 싫어합니다. 공부를 중간정도 못하는 사람은 '공부' 중에서도 예를 들면 '수학'을 싫어합니다. 
그리고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은 '수학' 중에서도 '미적분'을 싫어하고, 공부를 아주 아주 잘하는 사람은 '미적분'중에서도 ‘특정 문제'가 싫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자신이 무엇을 잘 하고 못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가 구체적이고 명확 할수록, 그것을 '잘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비유를 업무에 그대로 가져와 봅시다. 안타깝게도 많은 직장인들이 '업무' 그 자체를 싫어합니다. 
'워어얼화아수목금퉐'이란 말이 있듯, 오로지 불금만 목을 빼고 기다립니다. 
물론, 직장에서의 그 힘든 스트레스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여기서 단순히 결론 지어선 안 됩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서 "나는 무엇이 좋고, 무엇이 싫은가?” 여기에 대한 세밀한 분별이 있는 사람이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도 더 낮고, 성과도 높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우선 일상 업무를 세부적으로 나누어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장이 아닌 이상, 어떤 직무도 한 가지만 반복되진 않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업무를 한번 세부적으로 나눠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아래 5가지 분류를 제시합니다. 여러분의 업무가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단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그 수많은 일을 쪼개고 쪼개서,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것입니다

p.35~39 업무를 최소 단위로 나눌 때의 원칙
People: 사람을 만나서 진행되는 모든 일- 보고, 멘토링, 코칭, 면담, 판매, 설득, 의견교환, 반론, 지원 등을 얻어내는 일
Activity: 다수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를 내는 모든 일- 회의, 모임, 평가, 세미나, 발표, 강연, 프로젝트 등
Paper: 모든 서류 작업의 총칭 - 세금계산서 발행, 전표 만들기, 프레젠테이션 자료 만들기, 엑셀 보고서, 디자인 등
Event: 행사 관련된 일련의 준비활동 - 홍보의 기획, 공간 셋팅, 도구 설치, 스폰서, 강사 섭외 등
Research: 특별한 결과를 만드는 일련의 연구 및 개발 - 자료 구하기, 고객 반응, 실험, 개발, 기록, 전문가 자문 구하기,

예를 들어, 제 첫 직장생활을 적어보겠습니다. 당시 제 업무는 교육 영업이었습니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업체를 찾고 전화하는 것은 너무 힘들었지만(Research - 고객 발굴),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건 재미있었습니다. (people-대화) 교육이 성사되면 강의를 듣고, 피드백하는 일도 즐거웠습니다 (Activity-강연) 하지만, 영업 그 자체에 아주 흥미를 느끼진 못했습니다. (People-세일즈) 강의안이나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는 건 괜찮았지만(Paper-프레젠테이션), 회계 관련 처리를 하는 건 그때도 지금도 영 잼병이죠 (Paper - 세금계산서)

그리고 이런 저런 자료를 찾고, 공부하는 건 좋아합니다. (Reserch - 책, 자료) 그렇게 자료를 모아 나만의 컨텐츠를 만들면서(Paper -프레젠테이션) 함께 스터디를 했었는데요. (Activity- 스터디 모임)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저는 지식을 모으고, 정리를 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즐겁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주말에는 2년 정도 그렇게 스터디를 했습니다. 결국 회사를 나와서 작은 스타트업을 들어가게 되었고, 거기서 본격적인 교육을 하게 되었죠. 그런 경험을 쌓고, 지금 다니는 회사에 오기 전 3년 간 1인 기업을 하면서 계속해서 교육 컨텐츠를 만들고 학습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을 하게 되었구요. 헌데, 제가 만약 영업을 하면서 그 자체에 흥미를 못한채로 머물러 있었다면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감히 예상컨대 높은 수준의 몰입도, 성과 창출도, 색다른 경험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일상의 업무를 세부 항목으로 나누기! 그것이 필살기 발굴의 시작입니다.
그렇게 수 많은 일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 나를 드러내는 일'를 찾는 것.
이를 분명히 알고 있다면, 여러분도 첫 걸음을 내딛은 것입니다.


3. 찾았어요! 그렇다면 이제 저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자, 여러분이 한 가지 일을 발견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두 번째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바로 ‘중요도’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직장인에게 회사는 고객입니다. 늘 그렇듯 내가 아니라, 고객이 가치를 매깁니다. 나의 업무 중에서 어떤 일은 상대적으로 시시하고, 어떤 일은 비교적 중요합니다. 그 순위를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와 잘 맞으면서도, 회사 성과에 중요한 업무. 결과적으로 그것이 나의 '핵심 업무'입니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한 것입니다.

자, 이제 갈 곳이 정해졌고, 달릴 의지도 생겼습니다. 남은건, ‘숙련’입니다. 새로운 습관이 실천을 이끌고, 상사의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 부여한 규율이 행동의 고삐를 쥐게 하는 것이죠. 그러면 시간이 지나 빵이 익어가듯 각자의 필살기도 구워진다고 믿습니다.

P. 171 실천은 곧 매일 일정한 시간을 쏟아붓는 집중력과 반복 훈련을 의미한다.  아직 우리는 전환의 과정에 있다. 창조는 아직 개인적인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회사에서 맡긴 일은 회사에서 업무 시간에 실습하고 실험하여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허용되지만 회사가 시킨 일 이상을 스스로 창조하여 공부하고 실험할 때는 개인의 시간을 추가로 써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자신을 위한 투자이며,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평생직업 하나를 발굴해 내는 작업이다.

앞서 정한 핵심 업무를 '체계적으로 훈련'하다보면 나만이 차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회사 내에서 이름이 알려지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시작한 것이죠. 이것이 넓어지면 업계에 이름이 퍼지게 됩니다.
그것이 그 사람의 브랜드 파워가 되겠죠. 결국, 브랜드란 내가 줄 수 있는 가치에 비례해서, 영향력이 갖춰지게 되는 것입니다.

차원이 다른 통달의 경지에 이르려면 ‘나는 이 일로 유명해질 것이다’라는 뜻을 먼저 세워야 한다. 뜻을 세우고 나면 방법은 따라온다. 승부를 걸만한 전략적 태스크를 찾아내 ‘그 일로 유명해질 것’이라 뜻을 세우고 ‘어느 누구도 너처럼 그렇게 잘할 수는 없다’는 평을 들을 때까지 탁월함으로 치솟아 올라야 한다.


구본형 작가가 강하게 강조한 부분이 이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너처럼 그렇게 잘할 수는 없다’는 평을 듣는 것.
헌데, 이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선 수동적 태도로는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선 관점을 전환한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은 ‘나는 시키는 대로 일하는 수동적 월급쟁이가 아니라 내 직무를 비즈니스로 전환한 1인 경영자’라는 정신적 혁명이다. 
내가 곧 회사다.

내 직무를 비즈니스로 전환한 1인 경영자라는 말은 사실, 무서운 말입니다. 하지만, 직장인으로서 반드시 한번은 지나가야 할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을 이리저리 거울에 비춰보며 철저하게 객관화해보는 기회는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내가 회사라면, 이 회사는 무엇을 생산하고 있는지, 어떻게 팔고 있는지, 나는 이 회사에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본형 작가는 이러한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선 ‘고정적인 투자시간’을 반드시 확보하라고 말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대를 정해놓고, 같은 양의 할일 정해 하라는 것이죠. 마치 하루 3번하는 양치질이 그리 어렵지 않듯 말입니다. 저 역시 출퇴근 시간은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몇 가지 행동을 반복합니다. 그렇게 한지 지금은 4개월째가 되었네요. 이제는 꽤 익숙해져서, 그 동안 부족했던 글쓰기 시간과 영어 공부, 운동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습니다. 

필살기는 현재의 업무에서 시작되지만, 미래를 겨냥해야 합니다. 익숙하지 않더라고 적응해야 하죠.
새로움이 몸에 완전히 익었을 때, 우리는 탈바꿈할 수 있습니다. 의지는 약하지만, 습관은 강합니다.

P. 178 생활 습관 중 지금 꼭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은 고정적인 투자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매일 같은 시간대와 같은 양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결정적이다그리고 이 시간에 할 일 하나를 정해야 한다어렵게 시간을 확보해 놓고정작 그 시간에 딴 짓을 하면 안된다또한 이것저것 섞어서도 안된다. … 하나를 정하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한다이것은 근육을 키우는 매커니즘과 다를 게 없다.



이제, 정리하겠습니다.

욜로와 영수증이라는 키워드로 글을 시작했으니 이것으로 마무리 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필살기’에서 이 두 현상의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욜로는 후회하지 않는 삶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아가는 것’은 별로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어야 합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것(예를 들면, 여행)은 가급적 의심해봐야 합니다. 나만의 독창적인 가치를 만들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섬세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좋아하는지.

반면, 영수증은 미래에 투자하는 삶입니다. 여기선 ‘우선 순위’가 중요합니다. 
앞서 ‘좋아하는 것’을 파악했다면, 그 다음에는 그것을 잘 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투자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다른 지출은 철저하게 틀어막아야 하겠죠. 
내가 가진 자원을 일점 집중하는 것, 이것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것’과의 선순환을 불러일으킵니다.

생각해 보면 이렇더군요.
욜로가 없는 영수증은 ‘내'가 없기 때문에 허무할 것 같고.
영수증이 없는 욜로는 투자되고 훈련되지 않았기에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글의 마무리를 ‘일에서 자신을 찾고’ 그것에 ‘시간을 내어 투자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모두,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일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기 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짧게 쓰려 했으나 쓰다보니 또 다시 길어져버렸네요.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P. 211~212 어떤 일이든 그것을 평생 죽을 때까지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인연이다. 세월과 함께 점점 더 그 일을 잘하게 되고 그 일의 골수를 얻게 되면 그 일이 곧 내 삶의 정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 일을 위해 태어난 사람’ 이라는 말은 직업인이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


  1. 안수호 2017.10.23 22:29

    지금 회사에서 술 먹고 퇴근 길에 읽으면서 적는 글. 자주 이 블로그 들어오는데 댓글은 처음이네. ㅎㅎ. 내가 삶에서 아끼는 책 중에 하나가 구본형 선생님의 '나는 이렇게 살 것이다' 라는 책이어서.. 이 글 읽으면서 생각이 나더라구.
    아무쪼록 많이 배우고 느끼면서 살아가자고~언제 될지 모르는 그 날 되면 술 한잔 기울이자구!

    • 수호야! 엄청 오랜만이다 진짜. 잘 지내지? 나도 잘 지내고 있어~ 작년부턴 다시 회사 들어가서 지내고 있지 ㅎㅎㅎ 올 연말이나 연초에 시간 되는 애들끼리 한번 보자~~ 어찌 사는지 궁금하네~ 구본형 선생님 책 좋아한다고 하니 더욱 반갑구만 :)


털썩. 사무실에 앉자마자 하루는 시작됩니다. 시계는 멈춘 적이 없습니다. 똑각똑각. 모니터를 켜면 메일이 쌓여있고, 메신저를 키면 누군가가 말을 겁니다. 사방에서 나를 찾습니다. 대답하고, 답변하고, 달려갑니다. 여전히 시간은 총알같이 흐르고, 마음을 다잡을 때쯤, 하루는 지나가 있습니다.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도대체 알 수 없습니다. 정신없이 바빴지만, 도저히 집중하지 못한, 그런 날은 돌아가는 길도 무겁습니다. “난 왜 이럴까?” 자책하고, 후회도 됩니다. 배개에 머리를 붙이며 눈을 감고, 다시 눈을 뜹니다. 어제와 같은 하루는 반복됩니다.

혹시, 여러분은 공감이 되시나요? 슬픈 현실이죠. 어느 특정인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직장인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일'은 어떤가요? 안녕한가요? 불행하게도, 업무를 방해하는 적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새로운 정보로 가득한 스마트폰, 잦은 회의, 카카오톡의 알림. 이 뿐만 아니죠. 고객의 불만, 상사의 꾸짖음과 책망. 사방에서 나를 비난하고 비판하는, 끊임없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세요. 과연 그게 다 일까요? “난 왜 하는 일마다 이 모양 일까?” “이렇게 해도 될까? 진짜 모르겠어. 바보 같아.” 수 없는 자책들, 그것은 어쩌면 내 안에서 수없이 만들어내는 ‘나의 목소리'가 아닐까요? 이 때, 우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우린 더 충만하게 ‘일’을 할 수 있을까요?

현 직장인 에스티유니타스는 제가 아는 그 어떤 곳보다 ‘젊은 기업’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회사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도 많은 편인데요. 종종 저는 그런 동료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그 과정에서, ‘일’이나 ‘직업’에 대한 질문도 받고, 나름의 답변도 하곤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전 제각각의 '정의’를 발견하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일은 임무의 수행이고, 누군가에겐 월급이며, 누군가에겐 책임이며, 누군가에겐 사교 활동이며, 누군가에겐 명예, 누군가에겐 정치, 누군가에겐 성장, 그리고 혹 누군가에겐 사명일수도 있습니다. 일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은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일에 대한 제 생각을요. 일을 처음 시작하던, 오래되었던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주제가 아닐까 싶네요. 오늘 여러분께 소개 할 책은 ‘이너게임’입니다. 참고로, 이 책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책 10권에 언제나 포함되는 그런 책입니다. 제 오랜 친구를 소개하려니 살짝 신나네요 :)




1. 이너게임이 도대체 무엇인가요?

이너게임의 저자, 티모시 골웨이의 이력은 특이합니다. 그는 테니스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하나의 원리’를 터득하게 됩니다. 이후 스키, 음악, 골프 등에 실험해 보았으며, 나중에는 이를 기업에 전파하며 비즈니스 코치로 활동을 넓히게 됩니다. 심지어, 모든 영역을 성공적으로 말이죠. 도대체 그 원리는 무엇일까요? 그 비밀이 바로 ‘이너 게임’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나 자신과의 게임'에서 이기는 법입니다. 티모시는 수 많은 선수들의 훈련을 관찰하며 한 가지 이상한, 그리고 공통된 특징을 발견합니다. 바로 이것이죠.

"코치 시절 초기에 나는 두 가지 특징적인 현상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레슨을 받으러 오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요소를 고치기 위해 정말 열성적이라는 점이었다. 또 코치인 내가 자신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어떤 치료법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다들 믿고 있었다.” 코치들은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다양한 지시를 합니다. 해야 할 것과 해선 안 될 것은 무엇인지 가르치는 것이죠. “좋았어” 혹은 “틀렸어”라고 말하는 코치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학생의 역할은 점점 단순화되어갑니다. 자신도 모르게 외부의 판단에 길들여지는 것이죠. 정리하자면, ‘나는 문제가 있고, 답은 저기에 있어’입니다.

이렇게 학생들을 지도하던 티모시 골웨이는 어느 날, 생소한 질문을 던집니다. “도대체 배움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위대한 스포츠 선수들이 최고의 능력을 펼칠 때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의외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한번쯤 그런 때 있으시죠. 완전하고 충만한 '몰입' 상태. 내가 무엇을 하는지, 왜 하는지 알고 있는, 적절한 난이도의 과제가 던져지고, 또 그에 맞는 역량을 가진 상황. 그럴 때면 우린 일에서 충만함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매번 그렇진 않죠. 이런 말도 들려옵니다. “누가 나를 비난하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압력을 만들어내는 기분입니다. 기대만큼 플레이를 하지 못하면 자신을 비난합니다. 그러면 자신감이 더욱 떨어집니다.” 티모시는 발견합니다. 자기 자신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내면의 목소리’라는 것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는 여기서 ‘게임의 룰’을 바꿔버립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포즈나, 어깨, 라켓 쥐는 법 등 일절의 '지시'를 하지 않습니다. 단 하나, '공의 움직임'만 유심히 보라고 코칭합니다. 온 몸의 주의를 '외부의 지시'에서 '공'과 '손의 감각'으로 옮기는 것이죠. 그 외에 상세한 지도는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유명한 영상이 있는데, 테니스 경험이 전무한 아주머니가 이러한 코칭을 받고, 20분만에 공을 자연스럽게 넘기는 일이 벌어집니다. '답은 내 안에 있다'는 것이죠. 또한 티모시는 경기의 룰도 바꿉니다. ‘패자가 아닌 승자가 탈락하는 토너먼트’를 제안하죠. 패배자가 올라가고, 승자가 떨어지는 룰은 ‘승리’가 자신에게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듦니다. 망설임 끝에 선수들은 자신들의 관심을 승패에서 '플레이 그 자체'로 돌립니다. "이기기 위해선,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내면의 목소리, 그리고 두려움은 사라집니다. 그저 ‘순간 순간의 집중’이 남을 뿐이죠. 그러한 코칭은 '탁월한 퍼포먼스’로 증명됩니다. 지시와 명령이 없을 때, 지금 나의 상황이 안전하다고 생각될 때, 우린 자연스래 학습합니다. 인간은 원래 타고난 학습자입니다. 그리고 이너게임은 '우리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는 전제에 기초합니다. 변화의 걸림돌이 되는 장애를 없애는 법. 그것이 바로 이너게임의 원리이자, 코칭의 기본입니다.


"무언가를 바꾸길 원한다면 바꾸고자 하는 그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이너게임의 기본이다. 만약 당신이 예정된 시간에 일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면, 우선 그 상황을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일과 시간과의 관계를 좀 더 정확하게 인지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우리는 매우 흥미롭게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P.118)



테니스의 이너게임



2. 뭔지 알겠는데, 내 업무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

앞서 말씀드린 ‘이너게임' 원리가 운동이 아닌 일터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어느 날, 티모시는 AT&T의 상담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대부분 상담원은 일을 지루해하고 있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질문합니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무엇인가요?” 반복되는 상담 업무 속에서 그나마 흥미롭게 인식될 수 있는 것은 무엇 일까요? 그것은 바로 ‘목소리’였습니다.

"우리는 ‘인지훈련’ 시리즈를 개발했다. 이것은 테니스를 배우는 학생에게 날아오는 공을 잘 보도록 연습시키는 방법과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고객의 음성으로부터 알 수 있는 것들을 ‘온화함’, ‘친근함’, ‘신경질적임’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하고 각 속성의 수준을 1부터 10의 척도로 판정하도록 상담원들에게 요구했다. 다음 단계에서는 다양한 음성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했다. 마치 연기를 공부하듯. 스트레스 레벨이 9에 달하는 고객의 소리를 들은 상담원은 레벨 9의 온화함을 넣어서 응대한다." (P.75)

이것은 효과가 있었을까요? 대부분 그렇겠지만,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신경질적인 고객의 폭언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훈련을 통해 상담원은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었다고 합니다. 평가가 개입되지 않은 자신만의 게임 (스트레스 레벨이 7인지 8인지를 측정하는 것)을 하는 사이에, 기존 업무의 스트레스와 거리를 두게 되죠.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순 없으니까요.

"이 훈련이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었을까? 상담원들의 스트레스는 대부분 신경질적인 고객에 기인하고 있었다. 상담원들이 고객의 음성에 집중하고 고객의 스트레스 레벨이 7수준인지, 또는 8수준인지를 측정하면서 상담원들의 기분은 고객으로부터 영향을 덜 받게 된다. 비평가적 인지가 긍정적인 대응을 만든 것이다. 상담원들은 지루함과 스트레스가 평균 40%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일이 재미있다는 응답은 30% 정도 증가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며 7년 전 제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첫 직장에서 제가 한 업무는 ‘영업’이었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내성적인 성격이던 당시, 저는 제 자신을 바꿔보고자 ‘영업’에 지원 했는데요.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낯선 사람에게 전화해서 미팅을 잡는 ‘콜드콜’은 엄청난 스트레스였습니다. 10번 전화를 하면 1번 정도 성공했는데요. 9번의 거절을 버텨내는 건 사회 초년생인 저에게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거절이 일상이던 어느 날, 하루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보기로 합니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입꼬리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목소리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죠. 그때부터 전 성공률을 측정해 봤습니다. 물론 어느정도 우연일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10번 중 3번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수락률을 3배로 올린 것이죠. 성과도 기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것입니다.

인식을 바꾼다는 것은, 나만의 게임을 한다는 것입니다. 기존에 실패하고 비난받는 목소리에서 벗어나, ‘이런 저런 시도’를 하면서 학습할 수 있습니다.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하고 싶다’가 되는 것. 내 안의 자발성에 눈 뜨는 것이 이 시도의 진짜 결과입니다. 한번의 ‘작은 시도’가 결과를 바꾼다는 것을 알고 나면, 그것은 다른 능동적 시도로 이어집니다. 저 역시 ‘입꼬리 올리기’ 이후에 몇 가지 실험을 더 했습니다. 어떤 담당자와 대화할 때 성과가 좋은지, 처음 만났을 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설득을 해야 하는지, 모든 것이 저에겐 작은 실험이었고, 게임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영업에 대한 막연한 스트레스를 꽤 해소해 낼 수 있었던 것이죠. 이 방법은 그 이후로도 지속됩니다. 이후에 프리랜서로서 강의를 하거나, 어떤 일을 할 때, 가급적 반복하려고 하지 않는 편입니다. 뭐든 기록하고, 아주 조금이나마 바꿔보고자 시도하는 것. 그것이 저에게 맞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회사에서 대화를 하다보면, 종종 저에게 이렇게 묻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지금 하는 일에서 의미를 못 느끼겠어요." 저는 되묻습니다."지금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주로 하고 있나요?” 무엇보다, 내가 하는 일을 디테일하게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나서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롭거나, 배울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봅니다. 저는 어떤 일을 하든, 그곳에서 배울 수 있는 영역은 반드시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일을 하는 입장에선 그 ‘배움’이 느껴지지 않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생각해보니, 요즘 사람들과 협상 할 일이 많은데, 제가 엄청나게 깎고 있어요.” ‘협상’이라, 얼마나 좋은 ‘게임 소재’인가요. 그것을 붙들면 됩니다. 이번에 이렇게 협상해보고, 다음에 이렇게. 뭔가 다른 시도가 가능합니다. 그러면 협상은 더 이상 스트레스가 아닙니다. 온전한 나만의 ‘게임’이 됩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렇게 ‘실험과 배움’으로 가득하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땐 이미 나는, 나의 목소리에 이끌려 움직이게 됩니다. ‘자발적 선택’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내가 선택하면, 저항은 사라집니다.

"학생은 자신이 스스로 학습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낄 때 자신의 학습에 대해 책임감을 갖게 되며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학생은 전통적인 지시와 통제의 학습방법에 심리적으로 저항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학습의 선택권을 갖게 되면 학생은 학습에 거의 저항하지 않는다." (P.44)





티모시 골웨이



3. 어떻게 해야, 이너게임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 아니냐는 비난이 벌써 들려옵니다. 물론, 일하는 것은 게임이 아닙니다. 냉철한 실전이죠. 성과가 좋지 못하면, 가차없이 평가받는다는 것, 저도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 직장인들의 동기부여는 ‘연봉’입니다. 성과를 내고, 연봉이 높아지고, 직급이 올라가는 것. 그것이 바로 ‘회사의 게임’입니다. 그 게임을 탁월하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외부’의 것입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것만이 유일한 가치도 아닙니다. 특히나 평생토록 일을 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 우리에겐 ‘나만의 게임’을 발견하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나와 맞아야 자연스럽고, 자연스러워야 오래가고, 오래가야 변화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외부에서 요구하는 기준과 나만의 내적인 기준을 동시에 충족시켜 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이를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끝을 생각하기’입니다. 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예가 PCG그룹의 여준영 대표입니다. 저도 페북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인데, 철학이 재미있습니다. 그는 직원을 ‘일의 결과를 쌓이게 하는 사람’과 ‘흩어지게 두는 사람’으로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매월 회식장소를 정하는 ‘잡일(?)’을 맡은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본다면, 대부분은 투덜투덜 거리면서 일을 합니다. ‘아, 벌써 한달이 지났어?’하면서 괴로와 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100회 회식 때쯤 ‘강남구 회식 지도’를 앱으로 만들어야지” 같은 일이지만, 그에겐 참 멋진 ‘그만의 프로젝트’가 되는 것입니다. 여준영 대표는 이 말을 기억하라고 합니다. “내가 하는 이 일이 전통이 될 것이다” 끝을 생각하고, 거기서 출발하면, 내가 하는 아무리 작은 일도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에 부여하는 의미는 우리가 직장에서 하는 모든 행위의 배경과 상황을 결정짓는다." (P.135)

두번째 방법은, ‘되돌아보기’입니다. ‘배움’이라는 것은 경험 그 자체가 아닌, 경험에 대해서 '생각'해볼 때 일어난다고 하죠. 마찬가지로, 아무리 많은 일을 하고 성과를 내더라도 되돌아보려는 노력이 없으면, 그것은 스스로에게 ‘내면화’되지 않습니다. 티모시 골웨이는 이 행위를 ‘디브리프’라고 합니다.

"하루를 돌이켜보고 ‘디브리프' 하는 것을 학습목표로 잡는 것이 좋다. 어떤 성과를 냈는가? 잘못된 것은 무엇인가? 잘된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배웠는가? 이 STOP은 용기가 있어야 가능하다. … 하루 일을 마칠 때 ‘그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돌아보면 그 다음 날의 질을 높일 수 있다.” (P.214)

하루를 정리하면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배웠는지’를 물어본다면, 아무리 정신없었던 하루라도 그날은 헛되지 않은 것이 됩니다. 내일, 더 나은 자신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죠.

마지막 방법은, ‘기록하기’입니다. 경험이 많아도 되돌아보지 않으면 배움이 적듯, 마찬가지로 성찰이 많아도 기록이 적으면 그 또한 아쉽습니다. 다들, 자신만의 메모장은 있으실 텐데요. 비단 일의 결과 뿐만 아니라, 업무 과정을 남기고 공유하고자 하는 의식적인 노력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쓰고 있는 것을 소개하자면, ‘에버노트’입니다. 직장생활 초기부터 쓴 에버노트는 저에겐 ‘두 번째 뇌’에 가깝습니다. 모든 기록, 생각, 업무는 이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갑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하루에도 수만 가지의 정보가 스쳐지나갑니다. 그 중에서 의미있는 것을 저장하고, 카테고리화 하고, 기록하는 행위는 내가 가진 관심과 욕구를 그대로 드러내줍니다. 돌이켜보면 놀랍게도, 에버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한 이후의 기억은 생생합니다. 찾아보면, 내가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일을 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이전의 나는 어디에 있을까요? 도대체 행방이 묘연합니다. 분명 나는 존재했지만, 존재했다는 것을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기록만이 궁극적인 승리를 담보합니다.


글을 마치며.
만약, 여러분에게 여력이 있다면, '글쓰기'도 추천합니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여, 공유하는 것. 그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생산 활동’이자, ‘자아’를 표현하는 과정입니다. 무엇보다, 성찰적 글쓰기는 ‘나'를 발견하게 만들어 줍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우리는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오롯히 ‘내 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하고 싶다’를 붙들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다 솔직한 나와 대면하게 됩니다. 제가 사내 그룹웨어에서 글을 공유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구요. 또 회사에서 누리는 저만의 작은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 작은 일상의 반복은 결국 ‘일에 대한 정의’를 바꾸어 놓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게 아닐까요? 그 첫 시작은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법'에서 비롯된다고 믿습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충만함을 맞보시길 고대합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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