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학기말 자유학기제 캠프
 
지난 주에 이어서, 당산서중 교육이 있었다. 6명의 선생님들과 함께 들어가서 같은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것. 끝나고 느낀 것은 절반의 성취감과 절반의 아쉬움이다. 우선, 성취감은 있다. 내가 워낙 잘 못 하는 영역 (단체 교섭 및 교육 및 단일 프로그램 구성 등등)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배운 점도 많았기에.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사실, 나는 모든 교육은 그걸 진행하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달랐음 한다. 각자 개성과 강점이 다르고, 그게 100% 발휘될 수 있을 때 교육생들도 만족하는 법이니까.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교육은 원치 않는다. 하지만, 장단점도 있다. 그런 교육일수록 더 실험적이고, 망할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에선 ‘안정’을 더 중요시한다. 예전 성인 대상 교육에서도 그런 것을 느꼈다. 특정 콘텐츠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면 안 되는 것이다. 만족도가 높게 나와야 하기에. 결국, 결과가 보장될 수 있는 게임을 활용한 교육이 선호되고, 계속 열릴 수 밖에 없는지도 이제는 이해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교육 비즈니스가 아님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실험소’다.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펼쳐지는 학교. 학생들도 선생도 모두 공부하고, 실험하고, 성장하는! 나는 무엇보다 그런 모델을 꿈꾼다는 사실을 알았다. 많은 것은 배운 경험이었다. 


12월 15일
연지원 선생님 멘토링

연지원 선생님은 올해 맺은 인연 중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사람 중 한 명이다. 알고 있었던 것은 꽤 되었지만, 얼굴을 직접 본 것은 작년 이맘때니, 그리 오래된 인연은 아니다. 하지만 1년 동안의 와우 수업을 듣게 되면서 가깝게 인연을 맺었다. 오늘은 1:1 멘토링이 있던 시간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딱 지나가버린 시간이었다. 오후에는 블랑에서 대화하다가 저녁은 홍대밀방에서 먹고, 저녁에 연남동 낙랑파라로 옮겼다. 관심사나 주제가 어느 정도 비슷해서 그런 것일 수 있지만, 끊임없이 대화하고 하루 종일 웃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만나기 전, 선생님이 허리를 삐긋하는 바람에 중간 중간 꽤나 고통스러우셨으리라는 것. 허리를 아파보았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주로 나눈 주제는 올해 1년을 돌아보기 였고, 선생님의 근황도 나누어 주셨다. 그리고 내가 주력하는 직업적 역할과 앞으로의 계획도 나누었는데 말하면서 정리되는 것도 느낄 수 있었고, 중간 중간 필요한 조언도 주었다. 뜬금없지만, 나에게 가장 자극이 된 건 ‘시간관리’였다. 한창 젊을 때는 5분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선생님의 말에서 ‘나는 어느 정도의 시간 단위’를 아까워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1시간 정도 그냥 쓰는 건 너무 아깝지 않아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볼 책이 많고, 할 공부가 많은데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건 치명적이다. 그 ‘시간 단위’를 좁혀나가자. 그게 의외로(?) 꽤 와닿았던 멘토링 시간이었다. 


12월 16일
한가로운 저녁 시간 

엄청 추운 날이었다. 오후에 나의 사무실(?) 망원역 스벅에서 일하다가 아내와 재원이를 만났다. 원래는 홈플러스도 가고 좀 돌아다니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날씨가 너무 매서워서 망원시장만 둘러보다가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뭐 먹을까? 하다가 소고기 무국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무 하나랑, 재원이 먹을 유기농 야채랑 딸기만 사서 왔다. 집에만 오면, 재원이는 활동 시작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바쁘고, 나는 뒷꽁무니 따라다니느라 바쁘다. 그렇게 내가 돌보는 사이에, 아내는 저녁을 준비했다. 아내가 중간에 이런 말을 했다. ‘저녁 준비 할 맛이 난다’고. 왜냐믄, 평소 내가 집에 별로 없으니 저녁도 안 챙겨먹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데 뜨끔했다. 미안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12월에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재원이를 재웠다. 그리곤 안전망을 설치했다. 그간 재원이가 워낙 활발해서 부엌에 들어오는 걸 막느라 고생이 많았기에. 다 설치하고 누우니 벌써 10시다. 얼른 자자. 


12월 17일 - 19일
보람찼던 3일

내 예상에, 내 일정은 12월 중순이면 아주 여유넘칠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17일, 오늘도 하루종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주로 했던 것은 와우광땡 12월 수업 축제 준비다. 다음 주에 정말 푹 쉬고 싶었기에, 오늘 모든 일을 다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다보니, 쉼 없이 일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뿌듯했다. 요즘엔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글쓰고, 일하기를 반복하는데.. 그게 참 마음에 드는 일상이란 생각도 했다. 그리고 이어진 18일. 오늘은 오전에 유유님과 만남이 있었다. 한 1년 반 정도에 1번 정도 보는 것 같다. 예전에 코칭 공부할 때 만났던 분인데, 지금은 학습 코칭 쪽으로 관심을 두고 일하고 계시다. 공동 육아에 대해서 선배시기도 하시고, 또 의식이나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나도 오랜만에 다시금 정신이 바짝 들었다. 깨어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기도 했고. 사실 깨달음은 깨어있음이 자주 출몰하는 상태이기에. 그리곤 오후엔 은성중에서 수업이 있었다. 아이들 한명 한명과 대화를 나누는게 난 왜이리 즐거울까. 강의보단 이런 식의 소규모 수업이 훨씬 즐겁단 생각을 했다. 19일엔 원래 구미에서 강의였다. 하지만, 취소되었다. 중학생 신청자가 너무 적어서란다. 허긴 시험이 끝나는 지금 시점에 수업 들으러 오는 사람이 많을리가 없다. 덕분에 생긴 여유 시간 때문에 우린 즐거운 토요일을 보낼 수 있었다. 


12월 20일 - 23일
영원처럼 길고, 정신없이 짧았던 시간

일요일 오후, 부모님께 연락이 왔다. 사실 어느 정도 예감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할머니의 부고 소식이다. 내일 수업을 앞당겨서 진행하기로 하고, 바로 대구로 내려가기로 했다. 아내와 재원이는 두고 가고 싶었지만, 실랑이 끝에 결국 함께 내려가기로 했다. 할머니의 소식을 듣고,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가장 많이 떠오른 장면은 희안하게도 중학교 다닐 적, 할머니와 산에 가던 모습이었다. 나는 어릴 적,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편이 아니었다. 소수의 친구들과 놀거나, 집에 와서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것이 다 였다. 그러던 나를 보던 할머니는 내 손을 이끌고 동네 산에 함께 올라가자고 권하셨다. 집에 가만히 있음 사람이 처진다고. 그래서 난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이면 할머니와 함께 산을 많이 올랐다. 그래봐야 동네 언덕이지만, 그래도 올라가고 내려오면서 할머니와 수다도 떨고, 운동도 했다. 사실 별거 아닌 기억이다. 하지만, 할머니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한 기억이긴 하다. 누군가와 함께 보낸다는 건, 그 절대적 시간은 참으로 가치있다는걸 세삼 느낀다. 그렇게 다음 날, 나는 매형차를 얻어타고 대구로 내려갔다. 차에서 재원이 때문에 힘들거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잘 자주는 덕분에 그리 힘들지 않았다.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는 재원이가 얼마나 기특한지. 성주 요양원에 마련된 장례식 장에 갔다. 친척들이 미리 와 있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다들 얼굴을 보기 힘든데, 슬픈 와중에도 반가웠다. 이런 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느낀다. 가족만이 가져다 주는 그 특유의 연대감을. 그리고 그 소중함을. 할머니께 절을 드리고, 부모님과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친척들과도 대화를 나눴다. 

밤이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와 재원이는 내일 일정을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매형의 도움을 얻어서 다시 대구로 갔다. 나와 매형만 새벽에 다시 오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결정이 정말 탁월했다고 본다. 실제로 다음 날까지 재원이와 아내가 계속 장례식장에 있었다면 나는 정말 멘붕이었을 것이다. 새벽 4시부터 내내 정신없었으니. 발인을 시작했다. 나는 지난 번 할아버지 장례식과 마찬가지로 영정 사진을 드는 임무를 맡았다. 발인을 마치고 차에 탔다. 화장하는 곳으로 갔다. 지난 번에도 그렇고. 나에겐 이곳이 가장 슬픈 곳이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할머니만 본 것이 아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나와 아내, 그리고 재원이의 모습마저 떠올린다. 이런 생각도 한다. 변하지 않는 두 가지 사실. 우린 태어나고, 또 죽는다는 것. 사람은 선택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2가지 사건은 내가 선택할 수 없다는 것. 그렇담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냐는 것. 수 많은 질문과 기억이 떠오르는 공간이었다. 적어도 나에겐. 화장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는 영천의 호국원이었다. 할아버지가 6.25에 참전 하셨기 때문에, 할머니도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되었다. 할아버지 옆에 나란히 놓여진 할머니를 보았다. 사실,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리 잘 맞는 인연은 아니었다. 두 분이 싸우지 않고,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을 정도니. 이제 다시 만나셨다. 하늘나라에선 어떻게 지내실지 궁금하기도 하다. 제사를 드렸다. 이후 절에가서 다시 한번 공양을 드리고 집으로 왔다. 숨가쁜 하루였고, 많은 생각이 올라오고 사라진 날이었다. 살아있다는 것이 뭔가 싶기도 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도 된다. 


12월 24일 - 27일
2015년의 크리스마스 

아내는 크리스마스를 특별히 여긴다. 그래서 2013년 우린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었다. 작년에는 출산 준비로 재원이 방을 꾸몄고. 올해는 싱크대를 만들었다. 재원이와 아내의 역할극을 위한 미니 주방을. 사실 장난감이라고 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정말 거대한 작업이었다. 만드는데 총 소요한 시간은 7시간에 가깝다. 가구 하나를 만드는데 이렇게 많은 손이 필요하구나. 라는 단순한 진리를 얻었다.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즐거운 일이긴 했다. 생각이 없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 하지만 나에게 적합한 경험은 아니었다. 나란 사람이 잘 하는 일과 못하는 일에 대해선 분명하게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느려터진 나의 손과 발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기억나는 건 재원이 밥 먹이기와 놀기. 이번 연휴에는 난 책도 거의 읽지 않았다.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을 맛 보고자, 노력했다. 그랬더니 얻은 수확이 있다. 이제 재원이가 ‘아빠 아빠’를 곧잘 외친다. 과거에 아무리 알려주려고 했어도 잘 말하지 않았던 아빠를 이젠 잘 한다. 역시 ‘절대적 시간’은 중요하다. 재원이가 내 얼굴을 확실히 익히지 않았을까 싶다. 아. 그렇지. 하나의 수확이 더 있다. 바로 '영화보기'다. 아내와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인턴>을 다 보았다. 다소 뻔한 내용이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영화에 푹 빠진 아내를 보는 것이 나에겐 더 큰 즐거움이었지만. ㅎㅎ 그렇게 조용하게 올해도 지나가고 있다. 


12월 28일
오늘 아침, 베트남 커피와 함께

얼마 만에 오는 낯선 카페인가. 새로운 경험과 맛을 중요시하는 나이지만, 딱 하나 고정적인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카페다. 나는 주로 망원역과 합정역의 스타벅스를 이용한다. 그 이유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주로 카페에 머물게 되면, 나는 꽤 오래 일한다. 그래서, '가장 눈치보지 않아도 되는’ 큰 규모의 카페를 선호하는 편이다. 작은 카페에서 오래 앉아있는건 왠지 민폐라고 느껴지지만, 스벅은 그런 느낌이 덜하다. ㅋㅋ 오늘 아침엔 수원 화서역으로 왔다. 근처 강의가 있기에, 미리 도착해서 일하려고 앉았다. 주문하려고 하는데, 베트남식 사이공 커피가 있더라. 연유를 넣어먹는 맛이라고 들었는데, 호기심에 한번 시켜봤다. 맛있다. 일단, 커피가 달달하니 겨울에 먹기 좋은 맛이다. 이제 다시, 일주일의 시작이다. 일상으로 복귀한 느낌이랄까. 오늘 월요일과 지난 주 월요일과의 간격은 꽤 크다. 이제, 일 하자. 


12월 29일 - 30일
영화 '사도'를 보고

어젯 밤과 오늘 오후에 걸쳐서 영화 ‘사도’를 봤다. 스토리는 간단했다. 사도세자가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밀도는 그리 얕지 않다. 이 사건은 조선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이야기 중의 하나다. 그래서 온갖 드라마와 영화로 많이도 등장했다. 영화가 끝나고 좀 더 살펴봤다. ‘한중록’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고 한다. 비극의 시작은 사도가 1살때 세자로 책봉된 것이었다는 것. 다시 말해, 부모 밑에서 사랑받으며 자라야할 아기가 세자가 되고, 떨어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애정 결핍’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는 것. 그에 비해 영조의 기준은 높기만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게다가 영화를 봐도 사도는 그림과 춤, 무예를 좋아하는 아이다. 만약 그 강점을 살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아이의 입장에서 너무나 안타까운 운명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 누구도 완전한 사람은 없다. 사도 입장에서 보면 그가 이해가 되지만, 영조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사랑했음 세자로 책봉했을까. 하지만, 지혜롭지 않은 자의 최선은 최악을 결과를 낳는다. 마음도 좋요하지만, 그 마음을 지혜롭게 표현하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 그 조그만 아이에게 세자로서의 책임감이 아닌 사랑받는 느낌만 충분히 주었더라고 이런 결과가 일어났을까 싶다.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이러한 내용과는 별개로, 또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사관’의 존재다. 영조가 하는 말 중에 ‘너는 이렇게 기억될 것이다’라는 어조가 많이 나오는데, 왜냐면 그들은 자신들의 모든 사건이 후대에 기록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하는 행동이 모두 누군가에게 보여지게 되고, 이야깃 거리가 된다고 생각해보라.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인간이 타자를 인식하는 순간, 게다가 후대를 머릿 속에 넣는 순간, 그가 판단 기준은 변화할 수 밖에 없다. 선대의 좋은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자신의 시대에는 후대를 유념하며 살아간다면, 그리고 어떤 유산을 남겨야 할지 고민한다면, 분명 이 세상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사관 제도를 온 국민에게 도입한다면 어떨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12월 1일
서일대 창업캠프

우연히 알게 된 업체가 있다. 작년 한 대학교 강의에서 인사를 주고 받았고, 그 이후로 연락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헌데 두달 전 10월에 창업 강의로 오랜만에 연락이 왔고, 그 이후에 한달에 2번 정도씩 강의 의뢰를 맡기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인연이라는 것은 참 신기하다. 어떤 방식으로 인연이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작은 인연도 모두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오늘도 사업계획서 작성에 대해서 강의를 하러 갔다. 지난 번에 한번 가 보았던 서일대인데, 271번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 나는 유독 버스 타는 걸 힘들어 한다. 가면서 책을 보기도 힘들 뿐더러, 진짜 문제는 멀미다. 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암튼 2시간 가까이 걸려서 학교에 도착했다. 강의는 잘 진행되었다. 창업경진대회 나가는 학생들이어서 그런지 집중력도 좋았다. 중간중간 학생들이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나는 그걸 대답해 나가면서 진행했는데 나는 이런 강의가 좋다. 짜여지지 않고, 그 순간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전달해 주는 것. 기존에 경영과 마케팅에 대해서 공부해 놓은 것이 그래도 도움이 되었던 느낌이다. 


12월 2일
규선이형

오늘 오후엔 사당에서 규선이 형을 만났다. 규선형과의 인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서 모임을 찾고 있던 나는, 아카야라는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아마추어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상당히 (?) 용기있게 자신이 공부하는 내용을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올리는 방식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에 방문을 했지만, 몇번 들리면서 꽤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했고 나 역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 지금의 정선이도 만났고 말이다. 그곳에서 첨 규선이 형을 만났다. 최근에 본 것은 작년이다. 퍼실리테이션을 본격적으로 공부한다고 말씀하셨고, 지금은 국제 공인 자격증도 딸 정도로 전념하고 계신다. 오랜 인연을 만나는 것은 참 기쁜 일이다. 과거를 공유할 수 있는 것도 그렇지만, 그러한 인연을 토대로 뭔가 재미있는 일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선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친해지는 경험으론 ‘말과 행동의 일치’ 여부를 판단할 수 없기에. 이번에 규선이 형과 대화하면서 그런 것도 느꼈다. 이 세상은 너무 좁다는 것.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을 형도 잘 알고 있고, 평판은 돌고 돌기 때문이다. 더 착하게 살아가야 겠단 결론을 내리며 대화를 마쳤다. 


12월 3일
강의보단 멘토링

오늘은 오전에 사당에서 마션 프로젝트 미팅을 마쳤고, 오후에는 창업 멘토링을 진행했다. 지난 화요일에 창업 강의가 있었고, 오늘과 내일 10시간에 걸쳐서 멘토링을 진행하는 과정이었는데, 1시간에 1팀씩 5시간을 내리 만나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그리고 사실 이런 마음도 있었다. "다들 빠지지 않고 열심히 멘토링 받으러 올 수 있을까?” 대학생들 대상으로 진행할 때, 약간의 소극적인 참여를 경험한 적이 있기에, 10팀 중 몇몇은 빠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랐다. 다행히도, 아무도 빠지지 않았고, 게다가 소극적이지도 않았다. 나에겐 쉴 틈을 주지 않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의미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느끼는 것이 더 싫으므로. 오늘은 5팀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진행했는데 하면서 나도 참 좋았다. 몇몇 친구들은 내 말에 정말 집중해 주었고, 나 역시 그들의 생각에 집중했다. 멘토링이나 코칭은 분명 강의보다 더 많은 공과 시간을 쏟아야 하지만, 만족도는 훨씬 높은 것 같다. 지난 번 자기소개서 멘토링을 할 때도 이런 기분을 느꼈다. 나는 분명, 강의 보다 이런 식의 만남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앞으론 이런 기회를 더 늘려보자는게 나의 생각이다. 아, 창업 멘토링에서 내가 중점은 둔 것은 딱 2개다. 디자인씽킹 덕분에 나의 메시지도 간단해 졌다. 1. 그게 진짜 가치있는 문제인가? 누구에게 피드백 받아봤는가? 공감이 되는 문제를 정의했는가? 2.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실제로 개발해 보았는가? 이 두가지 질문이 창업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학생들도 꽤 동의했다고 느낀다. 


12월 4일
최악의 하루

아, 최악이다. 요즘 재원이가 몸이 안 좋다. 어제 밤부터 그랬는데, 체온이 38도까지 올라가고 중간 중간 계속 잠에서 깼다. 아기가 잠에서 깨면 부모도 잠을 못 잔다. 헌데 어젠 평소보다 그 정도가 심한 편이었다. 보통은 아내가 토닥토닥 하면 금방 잠들곤 하는데, 더웠는지 힘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도통 잠을 이루지 못하더라. 거의 2시부터 2시간 정도를 잠을 이루지 못했고, 우리도 그랬다. 그 이후 평소에는 금방 잠이 잘 들던 나였는데 왠일인지 2-3시간인가 뜬 눈으로 있게 되더라. 아무리 잠을 자려고 해도 이미 깨버린 이상 어려웠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저녁쯤이면 녹초가 된다. 하지만 같은 일이 또 발생하고야 말았다. 이번엔 11시에 잠을 들려고 하는 순간부터 그랬다. 그렇게 잠을 못 잔지 지금 거의 4시간이 지났다. 중간에 아내와 다투기도 했다. 내가 인내심이 부족하니 버럭 소리를 지르게 되고, 아내도 무척이나 예민했다. 아 최악이다. 좀만 더 참을껄. 이게 새벽에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힘들게 재우면 너무 쉽게 깨고, 그걸 반복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하더라. ㅠㅜ 어찌해야 하나. 부모가 되는 건, 어른이 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12월 5일-6일
삼성 크리에이티브 멤버십

지난 1년 반 동안의 최종 결과물, 미밈 마을이 거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오늘 SCM 수업에선 지금까지 프로토타입 수준이었던 미밈마을을 확실하게 제작하는 미션을 주었다. 그리고 ‘몰입하는 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앞부분엔 ‘개별 시나리오’를 직접 그려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3개의 장면을 그려냈고, 발표하면서 우리 마을의 이미지를 함께 상상할 수 있었다. 거의 두시간 정도 진행된 실제 제작에서 아이들은 놀라운 준비성과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몇몇은 내가 말은 뚝딱 하면 그걸 귀신처럼 만들어서 가지고 오는 재주를 가졌다. 보면서도 감탄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나는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미래 자신의 이상적 모습'을 계속 상상해보길 원했다. 누구와 일하길 원하고,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길 원하는지 생각해보길 원했다. 그러한 지속적 상상 속에 진짜 자신만의 자아의 신화를 살기 위한 에너지와 자양분을 얻게 된다고 믿기에. 그리고 그 장면이 아무리해도 생생하게 그려지지 않으면, 그건 사실 자신의 꿈이 아닐 수 있다는 신호라고 볼 수도 있기에. 1년 반이란 시간이 끝나간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이 다음 주 인데, 의미있고 재미있게 마무리하고 싶다. 그리고 찾아온 일요일, 설사에 몸살에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몸이 아프면 다 필요없더라. 건강이 최고더라. 


12월 8일
할머니 소식

어젯 밤, 아내에게 우리 엄마랑 할머니 소식을 들었다. 엄마는 최근에 너무 무리하는 바람에 대상포진에 걸려서 한참을 고생했고, 할머닌 많이 위독 하시단다. 산소호흡기를 부착하신 상태로 연명하고 있다고 한다. 식사는 못 드시는 상태고. 아이고.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특히 할머니 소식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욱 그랬다. 상태가 괜찮았을 때 할머니를 본 것은 2013년 설연휴가 마지막이다. 그때만 해도, 약간 오락가락 하신 상태였으니, 그렇게라도 봐서 다행이란 마음이 든다. 그 이후로 할머닌 요양원에 계신다. 거의 3년의 기간이구나.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소식을 듣고, 미안하단 마음과 죄책감이 가장 먼저 스쳐 지나갔다. 한번씩 전화를 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고.. 연락하는데 게을렀던 나의 철없던 20내가 원망스러웠다. 오늘 새벽이었다. 요즘 재원이가 3시쯤 되면 잠에서 깬다. 그리곤 한참을 설친다. 1-2시간 정도를 말이다. 아내는 완전 넉아웃이 되고, 나는 4시반쯤 일어나서 포대기를 했다. 그러곤 한참을 재원이를 안고 마루를 걸었다. 자장자장 하면서 재우면서 자연스럽게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빠가 어떻게 자랐는지. 그리고 지금 얼마나 슬픈지. 할머니랑 산에 다니던 추억도, 시장에 다니던 추억도 있는데, 하면서 한참을 말이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다. 


12월 9일
우리나라 교육이란?

오늘은 안양에 계신 유진쌤과 세은쌤과 만난 날이다. 캠프 관련해서 만났는데 오랜만에 즐거웠다. 특히 좋았던 것은 학교 주위의 설산 배경이다. 아침에 일찍 간 바람에 산을 조금 걸었는데, 한번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그 아침의 찬공기가 폐까지 그냥 들어왔다. 숨통이 저절로 확 트였다. 이렇게 공기가 맑은 곳에서 공부하는 이 아이들은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알게된 학교 규칙은 나에겐 너무 슬픈 현실이었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고등학생들의 경우 취침시간이 12시 반이라는 것이다. 물론 다들 그렇게 공부하고 있다는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직접 확인하니 너무 슬펐다. 군대에서도 심지어 10시에는 잠을 자도록 하는데 한참 자라나야 할 학생들이 무슨 죄인가? 이것을 단순하게 하나의 사례로 보는 것은 너무 좁은 시야다. 이것이 상징하는 것은 현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다. 현 교육을 잘 실천하기로 한 사람들은 모두가 이런 순환논리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바라고 원하는 세상은 아직 너무나 이상적인 것일까. 그런 고민을 했던 하루다. 아이들이 모두 9시쯤에 자고, 새벽 5시에 깨서 보고 싶은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그런 모습이 나는 왜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까. 




12월 10일
심톡이란 씨앗

오늘은 오전에, 그리고 저녁에 한번씩 미팅이 있었다. 오후엔 오롯하게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 동안도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적은 몇번 있었지만, 대부분은 해야 할 일에 치여있었다. 그래서 뭐랄까 나 혼자 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느낌이 없었다고 해야할까. 오늘도 할 일들을 가득했지만, 그래도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었다. 올해 4월쯤 이런 시간이 있었는데, 그리고 나선 거의 8개월 만에 맛보는 휴식같은 하루였다. 하기로 한 일도 별 무리없이 끝냈다. 오늘 하나 의미를 찾자면, 그건 바로 심톡의 재발견이다. 오전에 여름이 회사에서 미팅이 있었다. 내년에 들어가는 프로그램 관련해서 미리 들어보자는 것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성찰과 심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담당자분이 상당히 흥미로워 하시면서 다음에도 초대해 달라고 하셨다. 저녁에도 그랬다. 원재님이랑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런 저런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 나누면서 심톡 재미있게 봤다고 하셨다. 우리 입장에선, 그저 우리가 좋아서 하는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에 호의를 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꼭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그저 신나는 마음으로 씨앗을 뿌리다 보면 언젠간 열매가 맺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올해 심톡을 정리하는 포스팅 한번 하고 싶다. 사진부터 취합하기로. 


12월 11일
하루치기 가족여행 

그간 바쁜 일정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오늘은 하루 종일 시간을 냈다. 요즘 세상에 가장 값진 자원은 시간이 아닐까. 시간 내는 게 참 쉽지 않다는 걸 느낀다. 오늘은 할 일이 많았다. 오전에 산부인과도 갔어야 했고, 이후엔 명동으로 갔다. 사실 재원이가 태어나고 나서 밖에서 보내는 시간의 절반은 이유식 먹이는데 쓰인다. 어디를 가든 수유실이 있는지 확인부터 해야 하고 말이다. 명동에 가자마자 역시 밥부터 먹였다. 밥먹이고 나니 벌써 오후 2시. 우리도 아웃백으로 밥먹으로 갔다. 그리곤 명동 좀 돌다가 광화문으로 고고. 아내가 꼭 사고 싶은 펜이 있다고 해서, 교보문고까지 걸어갔다. 다행히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았다. 나도 아내도 오랜만에 이렇게 걸으니 기분이 좋아서 많이 장난치고 웃었다. 물론 이젠 예전처럼 자유롭지도 못하고, 활동적으로 노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이 좋다. 아가 덕분에 웃을 일이 많아서 좋고, 이렇게 어른이 되어 간다는 느낌도 좋다. 바쁜 일정 중 짬짬히 시간만 내면, 이렇게 평일에 얼마든지 놀 수 있는 나의 직업도 좋고 말이다. 


12월 12-13일
마지막 SCM

토요일. 오늘 삼성크리에이티브멤버십 마지막 수업이다. 지난 2년 동안 격주 토요일은 압구정에서 시간을 보냈었는데, 앞으론 어떻게 될지.. 한편으론 걱정이 되면서도 또 한편으론 기대도 된다. 특히 이번 2기랑은 정말 많은 정을 쌓았다. 지난 번 1기는 아쉽게 1학기 밖에 시간을 보내지 않았기에, 그런 마음이 덜 한데.. 2기는 오롯히 1년 반이란 시간을 보내서일까. 그 사이에 아이들과 대화도 비교적 많았고, 다들 저마다의 성장도 뚜렷히 보여서 그런지 그만큼 아쉬움도 크다. 마지막 시간, 우린 미밈마을의 첫번째 축제란 이름으로 지난 3학기를 돌아봤다. 시험 기간이라 많이 오지 않으면 어떻하나.. 란 걱정을 했지만, 1명을 제외하곤 모두 와 주었다. 완전 감동! 축제 준비를 했다. 아이들에게 완전히 일임한 작업이었음에도 누구도 놀지 않고 각자 역할에 충실해서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간이 없어서 다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준비한 프로그램도 알찼다. 마지막에 나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나의 길을 갈테니, 여러분도 여러분의 길을 가라고.. 외롭거나, 힘들어도 누군가 길을 가고 있음을 잊지 말라고. 난 정말 그런 마음이다. 아이들이 여기서 발견한 자신만의 꿈에 정말 가까이 갔으면 한다. 그 과정이 어렵겠지만, 방해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이뤄갔음 좋겠다. 그걸 위해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보다 더 멋지게 살아가고, 더 많이 성장하면 된다. 그렇게 다음에 만나서 웃으면 된다. 일요일은 대구에서 올라온 부모님과 함께 누나집에 갔다. 태어난지 이제 2주 정도 된 선우보러~ ㅎㅎ 갓난아기 보니깐 울 재원이 그때 생각이 많이 나더라. 아이고 언제 키우나 싶다. 오랜만에 그렇게 가족과 함께 보낸 맘편한 주말이었다.  



9월 21일
책 읽기 - 한번 더 옮기기

현대인들에겐 책 볼 시간이 없다. 그건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책 볼 시간이 도저히 없다. 내가 유일하게 책을 마음놓고 볼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지하철'뿐이다. 지하철 이외의 장소에서 책을 본 기억은 나름 안정적인 회사생활을 하던 시기뿐이다. 2012년을 기점으론, 앉아서 책을 읽은 적은 손에 꼽는다. 앉으면 보통 필사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강의를 준비하는 일을 할 수 밖에 없기에. 먹고 살아야 하니까. 책을 읽기 위해 나는 하나의 전략을 세웠다. 일단 강의장소가 멀면 멀수록 보통은 주저하지만, 난 마다하지 않는다. (되려 속으론 반긴다.) 비효율적인 동선을 많이 만들수록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나기에. 작년엔 그 정도가 심해서 매주 오산, 일산, 남양주, 시흥, 성남을 왔다 갔다 했던 적도 있다. 올해 들어서 다소 나아졌지만, 그래도 이동시간이 만만찮은 곳들이 여전히 많다. 그렇게 시간을 확보했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강의 준비는 끝이 없는 거라서, 이동 내내 강의 준비를 하면 책을 볼 순 없게 된다. 그래서 '시간적 여유'에 이어 두번째 조건, '정신적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 나는 이동 중엔 내가 강의 하러 간다는 사실을 잊으려 노력한다. 강의 준비 시간과 책 보는 시간은 철저히 구분하려 애쓴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영원히 책을 읽을 수 없기에. 마지막, 사실 이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오늘 발터 벤야민에 대한 책을 읽으며 강의하러 가는 길이었다. 책을 읽으며 그 기쁨이 참으로 커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장주가 나비의 꿈을 꾸고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를 알지 못하였다고 하지. 탁월한 비유다. 그 문구를 나에게 가지고 오면 이렇게 된다. 나는 먹고 살기 위해 책을 보는 것일까, 책을 보기 위해 먹고 사는 것일까. 문득,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과 반대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그러게. 어느새 성큼 다가온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9월 22일
중간 점검

9월의 2/3가 지났다. 중간 점검을 해보자. 탁월한 삶을 위한 훈련은 필연적이기에. 그리고 그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에. 기꺼이 받아들이려 한다. 3월부터 하나의 실험을 했다. 매일 성찰일지 적기. 물론 밀릴 때가 대부분이다. 3-4일 정도 밀리기도 하니까. 하지만 일주일 이상 밀리진 않았다. 그리고 하루도 빼먹지 않고 적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건 내가 나 자신에게 칭찬해 줄 부분이다. 그래서, 작년 내 삶의 만족도를 6-7점 정도라고 한다면, 올해는 8-8.5점은 된다. 꽤 높은 점수의 상승의 절반은 재원이가, 절반은 성찰이 책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끝인가? 아니다. 아직 멀었다. 그 하나의 새로운 실험이 시작되었다. 9월부터 시작된 실험은 바로 ’Self-control’ 프로젝트. 매일 하나의 할 일을 정하고, 그것을 하는 것. 아주 단순하다. 하지만 지속하기에 그리 쉽지도 않다. 매일 무언가를 인식하는 것 그 자체가 꽤 어려운 일임을 고백한다. 실제로 처음 며칠은 생각도 나지 않더라. 하지만 어느새 거짓말처럼 21일 정도가 지났다. 누군가 그랬다. 습관을 형성하는 시간이 21일이라고. 꽤나 설득력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젠 알아서 매일 할 일을 기록하고, 체크하고 있다. 그래. 올해는 나를 대상으로 이런 저런 실험을 하자. 그리고 내년엔 그 실험 결과를 공유하고, 함께 나아가자.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가자고 하는 것은 기만이지만, 내가 갔던 길을 가자고 하는 것은 초대이자, 배려기에. 그렇게 함께 훈련해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다 같이 걸어들어가 보고 싶다. 9월 지금까지 나의 만족도는 8.5점이다. 남은 1.5점은 단순하다. (솔직히 9점 이상이 되긴 어려울 듯 하지만) 남은 기간도 온전하게 이 프로젝트에 헌신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좋다. 


9월 23일 
열정에 대하여 

오늘은 오전 수업을 마치고, 연이은 미팅이 있는 날. 앞서서 김희태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과의 인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나는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공부를 한참 할 때였다. 아마 10월이었나 mysc에서 주관하는 소셜 이노베이터 캠프가 열렸다. 다른 것보다 기대가 된 것은 체험형 워크샵과 OST를 직접해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1박 2일이란 일정에도 불구하고, 신청했다. 결과적으론 만족스런 경험이었다. 그 과정에서 옆에 앉아서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는 인연으로 만났었다. 왜냐? 당시 선생님께서 협동조합 보드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하셨기 때문에. 그때 한참 보드게임에도 관심이 많던 나는, 이후 몇번 회사를 찾아서 이야기도 했고,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 보기도 했다. 작년 이맘때쯤, 교육 하나 같이 하자고 의견도 모았지만 결국 그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근 1년만에 다시 만나서 대화하는 거라, 근황을 주로 나누었다. 이번 만남에서 특히 인상깊은 것은 바로 ‘역사’에 대한 선생님의 열정이었다. 신나게 설명하시는 모습을 보며, ‘아, 이분은 정말 좋아하는거 하시는 구나’를 알 수 있었다. 이런 저런 곳에 역사 탐방을 다니시며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듣고, 공부도 하시는 모습이 나에게 좋은 자극도 되었다. 또한, 대동법 시행과 관련한 비석을 설명할 때는 정말 기존에 ‘의미없었던 비석’이 나에게 ‘새로운 의미’가 되어 출현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역사가의 본질이 그런 것이 아닐까. 선생님의 열정에 감탄을 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어서 만난 선생님은 최승표 선생님. '우리 아이는 야구선수'란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이다. 사실 인연이 된지는 꽤 오래 거슬러 올라간다. 미내사에서 부터 이어져오니 ㅋㅋ 암튼 선생님도 앞서 처럼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계시다. 우리 나라에 좋은 운동 문화가 퍼졌음하는 바람이 나에게도 전해져 온다. 나 역시 이에 감화되어서 이번에 워크샵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고 말이다. 암튼 이런 분들의 열정을 접하면, ‘열정’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열정이란, 정말 ‘삶’에 '숨’을 불어넣는 것이 아닐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니 말이다. 그 보상을 바라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 의미있게 생각하는 것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바치는 것, 그렇게 삶을 살아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열정이 아닐까. 


9월 24일 
칠보초 수업 성찰

칠보초 감사 수업이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 시간은 감사편지를 읽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이번 1년은 나름의 주제를 바탕으로 주제별 수업을 진행해오고 있는데, 이번 감사수업에서 그건 가장 잘 지켜진 것 같다. 도입은 이야기로, 전개는 자신들의 실제 사례로, 절정은 역할극이나 프로젝트로. 마무리는 나눔이나 표현으로. 그렇게 하나의 주제를 탐색해보는 활동을 의도했었는데, 이번에 그나마 잘 된 것 같다. 그렇게 하반기 수업도 하나씩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잘 따라와주는, 그래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보이는 아이들이 감사하다. 


9월 25일 
지현쌤과의 대화

꼴라주 프로그램 때문에 서둘러 미팅을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미팅을 하면서 느끼는 건, 재미있는 과정이 될 것 같다는 기대다. 역시 다양성이 충분히 확보되고, 그 특징이 잘 발현되는 분위기가 연출될 때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건 기정사실인듯. 미팅을 마치고 지현쌤과 남아서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 지현쌤은 나와 애니어그램 성향은 다르지만, MBTI적 성향은 비슷하다. 나보다 외부에 비교적 많이 열려있으신 편이지만, 그래도 내부와 외부의 균형이 잘 맞는 편이다. 사람을 보는 눈이나 관심사도 비슷한 편이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성향도 비슷하다. 그래서 대화를 하다 보면 재미있는 점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이런 저런 주제로 대화했는데, 마무리할 때쯤 정리가 된 것이 있다. 퍼실리테이션과 디자인씽킹과 시스템씽킹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다. ㅋㅋ 일단 도입은 퍼실리테이션이다. 왜냐? 참가자들에게 ‘힘’을 되찾게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발언와 아이디어이 반영된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필수다. 그것이 없으면 공동 창조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힘을 되찾게 하고, 그 힘을 사용하게 하는 것은 역시 ‘디자인씽킹’이다. 디자인씽킹의 ‘행동 중심 모델’은 굉장히 뛰어나다. 공감을 중심으로 한 행동, 그리고 지속적 피드백. 그렇게 참가자들은 자신의 힘을 자각한다. 마지막은 시스템씽킹이다. 자신이 발휘한 힘에 대한 영향력을 추적하는 것은 역시 ‘시스템씽킹적 관점’이 최고다. 원인과 결과를 추적하고, 결과가 원인에게 다시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그 피드백을 고려하는 것. 그렇게 해서 큰 그림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것. 그렇게 되면 전체 과정은 하나의 조각으로 완성된다. 끝없는 이 그림을 맞추는 것은 각자가 일상에서 돌아가서 해야 할 몫으로 남고 말이다. 역시 함께 아이디어를 합치고 나누는 것은 즐거운 과정이었다. 


9월 26일 - 29일 
추석 연휴 리뷰

이번 추석 연휴를 간단히 리뷰한다. 첫날, KTX를 타고 대구로 이동했다. 평소 나는 돈이 아까워서, 그리고 기차에서 책을 읽고자 주로 ‘무궁화호’를 이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엔 재원이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게다가 빈 자리가 없어서 특실을 끊었다. 비싸서 그렇지 진짜 빠르긴 하더라. 1시간 40분만에 대구에 도착했다. 평소 왠만한 수업 다니는 거리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달떡’을 사러 간 것이다. 달고 떡볶이는 정말 맛있고 싸다. 2000원치만 사면 2-3명이 배부르다. 게다가 맛있다. 나는 매년 2번 대구를 가고, 매번 도착하자마자 사 먹는다. 올해는 아버지가 이벤트를 준비했더라. 재원이의 방문을 축하하는 대자보가 뙇! 진짜 웃겼다. ㅋㅋㅋ 손주가 이쁘긴 이쁜가보다. 한참을 웃고 제사음식도 먹고 놀았다. 저녁에는 아버지랑 같이 두류공원도 산책했다. 

ㅋㅋㅋ 대박 ㅋㅋㅋ


다음 날, 아침일찍 차례를 지냈다. 사실 지난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아내도 나도 재원이도. 왜냐? 그놈의 모기! 재원이도 팔과 다리에 10방 정도를 물렸고, 나도 그랬다. 한 녀석이 그런거 같은데, 암튼 엄청 힘들었다. 비몽사몽으로 차례를 지내고, 사촌동생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오후엔 성묘를 갔다가 할머니 요양원도 들렸다. 할머니는 이제 정말 치매가 심해지셨더라. 우리들이 가서 인사를 해도, 엄마가 먹을 것을 드려도, 그저 ‘감사합니다’만 반복하셨다. 처음보는 사람처럼 우리를 바라봤다. 나는 사실 할머니를 통해서 키워졌기 때문에 할머니랑 각별한데, 마음이 너무나 아렸다. 평소에 편히 눈감으시는 것을 얼마나 꿈꾸셨는데.. 매번 편하게 눈감게 해달라고 애원하셨는데, 지금은 편안해 지셨으려나 모르겠다. 암튼 남은 기간 동안 할머니가 진심으로 평안하시길 기도한다. 정말 그러하시길.. 에효. 암튼 저녁에는 다들 힘들어서 뻗었다. 다음 날, 오전에 아파트 주위에 산책을 다녀온 것 이외에는 별 일이 없었다. 재원이 보느라 다들 정신없었다. 오후에 외출을 했다. 요즘 뜬다는 ‘김광석 거리’에 방문했다. 정말 예쁘더라. 그림과 음악이 어울려진 거리였고, 그에 맞춰서 갖가지 상업적 시설(;;)도 들어오고 있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나는 ‘예술의 힘’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서울로 치면 연남동이나 통의동을 걷는 기분? 예술이 자리를 잡으면 사람들이 들어오고, 그 사람들을 따라서 돈이 들어오는 모습에 더불어 볼 수 있었고 말이다. 백화점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왔다. 마지막 날은 오전에 떡볶이를 먹고, 오후에 KTX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이번 추석 연휴를 정리하자면. (혼자일 때보다) 정신적, 시간적 여유는 많이 없어졌지만, 그 덕분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광경들을 새롭게 목격할 수 있었던, 그런 의미있는 명절 연휴라고 정리하고 싶다.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에서



9월 1일
싸우는 인문학

오늘 왔다 갔다 하면서 본 책은 싸우는 인문학. 본 이유는 간단하다. 가볍게 보고 싶었을 뿐이다. 여러 저자에 의해서 쓰어진 책이기 때문에 일관적인 논리의 흐름은 아니었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중간 중간 통찰을 주는 내용도 많았고, 인문학이란 분야에서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그런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오전에 초딩 3학년들과 수업을 하면서 마음이 참 따뜻했다면, 오후에 중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는 다소 무거웠다. 물론 아이들은 잘 해주었지만, 아이들이 왜 이렇게 생기가 사라졌을까. 그런 안타까움이 든건 사실이었다. 무엇 때문에 나이를 먹을 수록 아이들이 이렇게 바뀌는 것일까? 인문학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연결시켜 본다면, 지금 우리의 사회, 특히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을 더 해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무엇이 아이들로부터 그리고 우리들로부터, 삶과 교육을 이렇게 분리시켰을까? 그 생명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인문주의자들에게 ‘인문학’이란, ‘신학’이 아닌 그 무언가였다. ... 어찌됐던 고대 그리스 로마의 작가들은 ‘이교도’였고, 이교도의 글을 연구하고 읽고 흠모하고 애호하는 행위는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이었다. 모든 고대 문헌 연구자들, 인문주의자들이 다 이단으로 몰렸거나 고초를 겪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묻혀져 있었던 ‘새로운 옛 사람’을 복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즉 자신들이 기독교적인 세계 속에서 ‘신학이 아닌 그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말이다.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보자. 한국에서 ‘인문학’은 지금 여기의 지배적인 사고방식 및 세계관과 자신을 차별화하고 있는가? 돈을 벌고, 성공하고, 출세하라는 자본주의적 계시 앞에서, 묵묵히 다른 텍스트를 읽어나가며 ‘새로운 옛 사람’을 찾아내는 인문학은 어디에 있는가?”  

9월 2일
왼손이 하는 일

한 동안 신경 쓰였던 것이 있다. 집에 들어갈 때마다 스트레스 받았다. 우리 집 앞에 놓여진, 차츰 쌓여가는 쓰레기가 바로 그것이다. 깨끗했던 곳이었는데, 개념없는 몇몇이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쓰레기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고 되려 그 세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심지어는 먹나 남은 음식들, 피자, 치킨, 심지어는 음식물 쓰레기도 놓여지기 시작했다. 기분 좋게 들어가려는 내 계획은 언제나 쓰레기와 함께 무산되었다. 누군가는 치워야 함에도, 아무도 치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굳이 뭐하러 그러겠는가. 나도 한동안은 지켜보기만 했다. 누가 치우겠지하는 안일한 믿음도 있었다. 하지만 정체 불명의 쓰레기가 쌓여가는 것을 보며 나는 포기했다. 언제나 그렇더라. 변화는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변화는 오로지 내가 만드는 것. 오늘 수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5시 반이었다. 5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를 들고 비닐 장갑을 끼고 쓰레기 더미로 향했다. 그 악취나는 쓰레기들을 손으로 주워서 버리는 것은 정말 유쾌한 일만은 아니었다. 게다가 엄청난 수의 벌레들과 함께라면 더더욱 그렇다. 손에 잡히는 촉감도 물컹한게 너무 이상했다. 한 동안 치웠더니 50리터짜리 봉지가 가득차기 시작했다. 정말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치웠다. 헌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쓰레기를 치우는 동안, 나는 내 마음을 봤다. 무슨 마음일까? 우리 동네 사람들이 날 바줬으면 하는 마음을 본 것이다. 생색을 내고 싶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는 생색을 내고 싶었고, 또한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양심을 가책을 느껴서 다신 쓰레기가 모이지 않았음 하고 바랬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지나가지 않았고, 나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돌아보니 부끄러웠다. 이이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의로움은 이해타산 없이 행하는 정신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해타산을 한다면 그것은 잇속의 마음으로써, 그는 도둑이나 다름없다. 선행을 하더라도 거기에 공명을 얻으려는 마음이 끼어 있으면 그것 또한 잇속의 마음이다. 군자는 그것을 도둑보다 더한 심보로 여긴다” 사람들이 이러한 내 모습을 봐줬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 때문에 나는 결국 ‘선행’을 했지만, ‘선행’을 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이 작은 일에도 이런 ‘인정에의 욕구’가 사라지지 않는데, 하물며 큰 일이면 어떻게 될까. 내 마음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이렇게 부끄럽게 하나 더 배운다. 

9월 3일
감사 수업

오늘은 칠보초 수업 날이다. 3학년 수업은 무겁게 시작했다. 특히 지난 번 수업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혼을 좀 냈는데, 숙제에 대한 중요성은 꼭 주고 싶었다. 다음 시간까지 감사한 것을 써 오지 못하면 어떻게 피드백 해야 할까. 벌써부터 고민이다. 4학년 수업은 드디어 끝났다. 지난 학기 프레젠테이션 수업이 이제서야 끝난 것이다. 워낙 수업 시간이 짧기도 하고, 아이들의 진도가 생각보다 늦긴 했지만 그래도 모두 발표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꽤 큰 기쁨이다. 그래도 처음으로 4학년들이 서로를 도와가면서 미션을 수행한 느낌이라. 뿌듯함이 오늘은 더 크다. 5-6학년 수업은 감사 수업을 이어갔다. 이지선님의 이야기도 보여주고, 각자의 사례를 통해 ABC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작년 깨알감사를 했던 일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기쁘다. 세상 어떤 것도 쓸모 없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내가 마음 먹은 대로 자유자제로 수업할 수 있다는 상황도 너무 감사하고 말이다. 뒷 부분에는 감사 상황극을 준비해서 하기로 했는데, 어찌 나올지 기대 중이다. 21일 동안 감사 일지 쓰는 것도 나도 함께 해야 겠다. 오늘 감사한 것 3가지를 써보자. 1. 무사히 수업 잘 마칠 수 있음에 감사. 2. 옥수수를 1000원에 사먹을 수 있음에 감사 3.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음에 감사. 모든 것에 감사하다. 

9월 4일
처음 가 보는 광교

아침부터 서둘렀다. 8시에 광교 스타벅스에서 인디언 계모임이 있었다. 아침에 서둘러 갔더니 되려 일찍 도착했다. 뭔가 신도시가 세워지는 느낌이었는데, 아침 일찍 돌아다니면서 책도 보고. 기분이 좋았다.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면 뭔가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 또 그걸 가지고 글로 풀어내는 경험을 몇 번 했다. 그리고 신기한 경험 하나 더 있다.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어디서 많이 본 분이 왔다갔다 하시는거 아닌가. 알고 보니 김성우 코치님이셨다. 작년 여름에 동양미래대학에서 강의 때문에 한번 뵙고 처음 보는 것. 광교에서 이렇게 만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신기하고 반가웠다. 이런 저런 근황을 주고 받았다. 스타벅스에서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책을 읽었고, 아까 대화 나누며 나왔던 키워드인 ‘억압’에 대한 글감을 떠올랐고, 아이폰에 이런 저런 글들을 끼적끼적 거렸다. 글을 쓰는 것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쓰고 싶어서 써지면 참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진 그런 편인데, 앞으론 또 모르지 뭐. 

9월 5-6일
녹차를 먹은 주말

내가 너무 멍청하다는 것을 깨달은 주말이다. 우선 토요일. 음. 뭐했지? 갑자기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분명 집에 있었는데, 뭐했지. 일단 아침에 한강을 나갔다. 아가를 안고 한강을 걸었고, 비가와서 금방 들어왔다. 그리곤 집에 와서 뭐했더라. 재원이랑 논건 기억나지만, 잘 모르겠다. 육아를 하면서 주부들은 흔히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다고 하는데 나도 그런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 기억났다. 오후엔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 먹으러 시장에 갔다. 그렇게 산책하고 왔구나. 저녁엔 SCM 학기 프로그램 미팅이 있어서 압구정으로 갔다. 여기서 나의 실수가 나온다. 음료를 시켰고, 난 커피는 먹기 싫어서 녹차 블랜디드 아이스(?)를 먹었는데, 먹으면서도 참 녹차가 진하구나란 생각을 했다. 거의 10시 50분이 되어서 미팅을 마쳤고, 나는 집으로 왔다. 잘 준비를 해서 침대에 누웠는데, 일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잠이 오질 않는 것이다. 분명 엄청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은 오지 않았다. 이 느낌을 느낀 경험이 과거에 딱 1번 있다. 그건 바로 진한 커피를 마셨을 때! 이번엔 녹차였던 것이다. 평소 커피를 잘 안 마시던 나라, 카페인에 엄청 민감한 것 같다.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3시가 되었다. 눈은 엄청 감기는데 뇌는 잠을 자지 못하는 상황. 화가 났다. 아무리 잠을 청해도 오지 않아서 결국 일어났다. 감사한 점이 있다면, ‘저녁에 커피나 녹차를 먹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꼈다는 점’ 그리고 ‘다음 날이 월요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어난 나는 내 방으로 향했다. 그리곤 책을 좀 보다가 어제 끄적거렸던 글을 완성시키고자 했다. 2-3시간 정도에 걸쳐서 손을 봤고, 결국 블로그에 포스팅까지 할 수 있었다. 얻은 것이 있다면 글이고, 잃은 것이 있다면 건강이다. ㅎㅎ 일요일은 그렇게 비몽사몽으로 보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8월 10일
삼성전자 임직원 자녀 캠프

정말 오랜만에 수원에 간다. 정확히 말하면 삼성 디지털 시티. 나의 선후배들이 일하는 그곳. ㅋㅋ 임직원 자녀들 교육차 방문했다. 거의 하루 종일 수업이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삼성 크리에이티브 멤버십 선생님들과 함께 맞춰봤는데, 즐거웠다. 중학생 아이들도 처음 들어왔을 때 굉장히 수동적이었던 것에 비해서 마무리 할 때 쯤에는 적극적인 모습도 많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점심에는 혜림이와 양근이형을 만나서 잠깐 대화를 나눴고, 저녁에는 상근이를 만났다. 중간에 양근이 형이 이런 말을 했다. 여기 분위기가 어떻냐고. 나는 답답하다고 했고, 형도 동의했다.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생활하기 좋은 곳이다. 시설도 그렇고 밥도 맛있다. 하지만, 나의 일거수 일투족이 카드 한 장으로 다 체크되는 분위기는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물론 그 덕분에 참 편리한 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론 그것이 미셸 푸코의 ‘원형 감옥’과 다를 바 없이 느껴졌다. 그는 말한다. "감시의 시선은  보이는 듯할 필요는 있으되 확인될 필요는 없다. 시선은 확인되지 않을 때 더욱 공포를 자아낸다. 판옵티콘이야말로 단순히 시선 하나로 가동되는 이상적인 권력 장치이다. 이때 시선은 앎과 직결된다. 죄수를 바라보는 감시인은 죄수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게 되지만 감시인을 바라보지 못하는 죄수는 감시인에 대해 아무 것도 알 수가 없다. 시선의 불균형은 앎의 불균형을 낳고, 앎의 불균형은 권력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감시되고 있다는 생각. 그 생각 위에서 새로운 것, 혁명, 창조성이 탄생할 수 있을까? 나는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 어떤 권력구조로 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운 내 포지션에 감사한 마음도 함께 들었다. 상근이가 말했던 ‘넌 그래도 네가 좋아하는 일 하잖아. 난 그게 가끔 부러워’라는 말도 요즘 들어선 세삼스럽게 들리고 말이다. 

 
8월 11일
비교적 여유로운 하루 

오랜만의 여유다. 사실 여유있는 하루는 아니다. 계속 사람들을 만나야 하니깐, 그래도 최근 바빴던 것에 비해서 비교적 여유로운 날이었다. 오전엔 지현쌤과 친구분을 만나서 오랜만에 나의 옛날 관심사들 (영성과 명상 등등)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생각은 들었다. 어쨌든 나의 시행착오들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단, 조건은 내가 나의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하고, 성찰하고, 삶의 변화를 이뤄간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런 성찰 없이는 아무리 많은 경험을 한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영 코치님과 대화도 나누고, 저녁에는 심톡 미팅도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을 가까이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서로 배우는 것이 참 좋다. 한 달에 1-2번은 아예 날을 잡고 이런 식으로 사람들과 만나서 교류해야 겠단 생각도 했다. 

8월 12일
자신감 리더십 수업 

오늘 지난 3주간 캠프의 마지막 날이다. 용평 리조트도 이제 마지막이다. 처음 강의 했던 때가 2013년이니 벌써 2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컨텐츠도 많이 달라졌고 말이다. 처음에는 내가 원치 않는 활동도 해야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내가 하고 싶은 활동과 메시지 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 그래서 나의 만족도도 꽤 높은 편이다. (참가하는 학생들도 비교적 좋은 경험을 했다고 느껴지고) 나는 매번 수업마다 조금씩 조금씩 변화를 주는 편인데, 이번 캠프의 핵심은 ‘자신감’과 ‘리더십’이란 말을 나만의 언어로 재정의한 것이다. 그건 ‘의미 부여’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꽤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매번 연결하고 싶었던 개념인 데이비드 린저의 ‘부족 리더십’을 연결했다. 5단계의 리더십인데 중요한 것은 2-3-4단계다. 2단계는 ‘나는 안 돼’ 3단계는 ‘나는 최고야, 하지만 넌 아니야’ 그리고 4단계는 ‘우리는 최고야’라고 한다. 자신감은 2단계에서 3단계까지 필요하다. ‘나는 안 돼’라고 생각하는, 자신감이 없는 사람에겐 ‘너는 최고야!’란 생각을 불어넣어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타인’은 다소 중요한 개념이 아니다. 리더십은 그 다음에 시작된다. 3단계 나는 최고야에서 4단계 우리는 최고야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타인에 대한 인식과 인정’이 필요한데, 그걸 게임으로 풀어서 진행했다. 결론, 재미있었다. ㅋㅋ

8월 13일
시스템 씽킹 준비 

이번 2학기에 시스템 씽킹과 관련해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기존 내가 진행하던 디자인씽킹이 ‘문제 발견과 해결을 위한’ 좋은 방법론이라고 한다면, 이 시스템 씽킹은 좀 더 ‘구조지향적’이다. 전체 구조에서 어떤 변수가 ‘강화’과 ‘조절’을 낳는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생태계적으로 접근한다. 다시 말해서, 디자인씽킹을 잘 보완할 수 있는 좋은 방법론이라 생각한다. 디씽은 이러한 강점과 단점이 있다. 강점으론, 공감에 대한 중요성,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 빠른 실패를 통한 문제 해결, 올바른 문제 정의를 통한 올바른 혁등등 하지만 단점으론, 아직은 다소 상업적 관점이 지배적이라는 것. 그리고 상대의 만족을 위해 애쓰는 것이 ‘전체론적’ 관점에선 최선일지 아닐지 판단이 어렵다는 것. 등도 떠오른다. 시스템씽킹은 여기서 디씽의 약점을 잘 보완한다. 그리고 디씽의 강점은 시씽에게 잘 어울린다. 굳이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행동’과 ‘관조’의 변증법이라고나 할까. 내가 뭔 이야기하다 이렇게 왔을까. 아 맞다. 그래서 난 이번 학기에 시스템 씽킹 수업을 하기로 했고, 그걸 준비했던 하루였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끝. 


8월 14일
만족도 9.5의 하루

오전에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올해 3월 들어선 처음으로 ‘압박’이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거의 매주 ‘새로운 미션’(강의 준비)를 수행해야 했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다음 주는 다소 여유 있는 편이다. (물론 다다음주부턴 그럴 수 없다. 사실상 찰나와 같은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오전에 나만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여유로워 좋았다. 오랜만에 강의도 보고, 글도 쓰고. 오후엔 기분 좋은 낮잠을 잤다. 원래는 아내와 함께 놀려고 했지만, 날씨가 너무 무더워서 미루다가 결국 잠만 잤다. 하지만 너무 다행이었다. 그냥 기절하듯 2시간 잤다. 일어나서 아내와 산책겸 쇼핑을 갔다. 한강을 가로질러 상암 월드컵 경기장으로 갔는데, 가는 길에 대화도 많이하고, 또 날씨도 좋아서 기분이 엄청 좋아졌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물어봤는데, 9.5점 정도의 점수가 나왔다. 아내도 그 정도라고 말해줬다. 어떤 요인들이 있었을까. 충분한 휴식, 약간의 걷기, 즐거운 대화, 괜찮은 날씨, 멋진 풍광..등이 떠오른다. 삶을 잘 산다는 건, 이런 시간을 내 삶에서 부족하지 않게 채우는 것이 아닐까?


8월 15-16일
가족을 위한 주말

이번 주말도 푹 쉬었다. 재원이를 보면서 몇 가지 인식도 있었는데, 금방 다 까먹었다. 이젠 정말 기록하지 않으니 다 날라가는구나. 아쉽다. 토요일에 우리 가족은 잠실로 갔다. 제2롯데월드에 한번 놀러가보자고 해서 갔는데, 사실 요즘 롯데 좋아하는 사람 누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사람만 많더라. 막상 가서 대부분은 모유수유실과 롯데마트에 머물긴 했지만 ㅋㅋㅋ 그래도 오랜만에 이런 쇼핑몰에 나와서 아내는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젠 예전처럼 영화관에서 데이트할 수가 없으니, 이런 구경으로만 만족해야 한다. ㅎㅎ 반디앤루이스가 아주 이뻐서 맘에 들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잘 구경도 못했다. 일요일엔 종일 집에 있었다. 오전엔 청소, 오후엔 재원이랑 놀면서 티비도 봤고, 하스스톤도 조금 했다. 하스스톤은 중독만 안 되면 참 좋은 게임인데, 내가 그 조절이 좀 안 되는 편이다. 금방 훅 빠져서 하게 된다. 그럴 바엔 안 하는게 낫고. 오후 늦게부턴 나만의 시간을 좀 가졌는데, 막상 알차게 보내지도 못했다. 그나마 밤에 제 5경영 좀 읽고, 이렇게 글도 쓰니깐 좀 낫다. 이제 푹 자고, 다음 주 열심히 보내보자. :)  



7월 27일
7월 심톡

오늘은 7월 심톡이 있는 날이다. 거의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주제는 한번도 같았던 적이 없다. 하지만 장소와 포맷은 거의 동일했다. 합정역 근처 ‘허그인’이란 카페에서 주로 만나서 대화를 나눴었는데, 이번에는 장소가 바뀌었다. 이미영 코치님의 마음챙김 명상과 요가를 제대로 체험하고 싶은 마음에 고른 장소는 젠 내츄럴 힐링센터였다. 사람들이 앉아서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눕거나 혹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있는 공간. 아주 훌륭했다. 10분 정도가 오셨다. 공간에 맞는 적절한 인원이 모였고, 우린 함께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요가도 했고, 호오포노포노도 배워보고, 요가니드라도 했다. 짧은 3시간이었지만 나름 알차게 진행되었고,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서 그런지 나 역시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 생각을 했다. 3번의 한번 정도는 이런 식으로 심톡을 꾸려가고 싶단 생각. 대화도 좋지만 가끔은 대화가 아닌 몸 동작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것도 참 좋구나 라는 생각. 그리고 언제나 일어날 일이 일어나는구나. 적절한 사람들이 자신의 관심사, 혹은 일정에 따라 움직이고, 내가 할 일은 공간을 열고, 좋은 컨텐츠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초대장을 보내는 일이구나. 그런 것이 참 즐겁단 생각을 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기분 좋게 집에 들어갔다. 


7월 28일 
월드 카페를 진행하다

이번 7월에 가장 많은 수업을 진행하는 곳은 바로 시흥 <세계를 담은 스쿨>이다. 외국인 대학생들과 한국인 고등학생이라는 재미있는 조합 덕분에, 매 수업 시간마다 즐거운 일이 많이 벌어진다. 전체적인 프로그램 과정 역시 스스로 주제를 뽑고,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는 프로젝트 형태이다. 그러다 보니, 통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려움도 많다. 하지만 좋은 점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이번 시간에는 프로젝트별 주제를 결정하고, 서로간의 피드백을 주고 받는 시간을 가졌다. 형식은 <월드 카페> 토론 방식을 취했는데, 각자 프로젝트를 열심히 설명하고, 피드백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오늘 수업을 하면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앞으로 나만의 단단한 사상적 체계를 가진, 그러면서도 참여자들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그런 퍼실리테이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서 배우되 한번씩 깊이 있는 피드백을 통해 인식의 변화를 꿰하게 만드는 역할, 그런 역할을 담당할 때 개인적으로 가장 신나고 즐겁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수업도 즐거웠다는 :) 


7월 29일
EBS 프리미엄 캠프

오늘은 2015년 하계 EBS 프리미엄 캠프를 진행하러 용평 리조트로 갔다. 2013년 여름부터 진행했으니, 벌써 2년이 다 되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진행하는 경우는 나로선 처음인데, 나름대로 대규모 캠프임에도 잘 진행되고 있어서 감사하다. 생각해보면, 참 어려운 대상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한번에 몰아서 있을 뿐더러, 인원도 많다. 가장 많았을 때는 70명 가까이 된 적도 있었고, 여름에는 보통 50명 정도 된다. 인원이 다양하고, 많다보니 할 수 있는 활동도 한정적인 편이다. 그래서 난이도가 높은 편인데, 그래도 이렇게 매년 2번씩 반복해서 진행하다 보니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겼다. 그리고 나는 매번 조금씩 변화를 주는 편이다. 이번에도 지난 겨울과 비교했을 때도 조금 다르게 진행했다. 핵심은 <부족 리더십>이다. "나만 최고야"에서, "우리가 최고야”로 도약하는 지점을 설계하고자 애썼다. 그리고 오늘 아이들에게 즐겁게 전달된 느낌이다. 중간 중간 멘토들도 아이들이 이렇게 집중하는 모습을 처음본다고 말해줘서, 기뻤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내내 수업이구나. 아이고 바쁘다. 


7월 30일 - 8월 2일
여름 휴가 

장장 3박 4일에 걸친 휴가였다. 대구에서 부모님이 수요일에 올라오셨는데, 사실상 나는 목요일부터 함께 놀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 부모님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재원이다. 재원이를 너무너무 보고 싶었지만, 평소에 잘 볼 수 없기에 이번 휴가 시즌에 맞춰서 올라오신 것이다. 5개월만에 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낯설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재원이는 잘 적응했다. 종종 힘들다고 앙앙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꽤나 수월하게 잘 지낼 수 있었다. 목요일 오전엔 부모님과 홍대로 놀러가서 팥빙수를 먹고 놀았고, 오후엔 용인의 누나집으로 갔다. 누나도 12월 출산이 예정이라 꽤 힘들었을 텐데도, 재원이를 많이 이뻐해 주었다. 저녁엔 영화도 봤다. <쥬라기 월드>를 봤는데 정말 오랜만에 보는 영화에 난 감동했다. ㅠㅜ  담날은 다 같이 코다리 냉면을 먹고, 이천에 있는 롯데 아울렛에 갔다. 간단한 쇼핑을 끝으로 집으로 오니 벌써 저녁. 다들 녹초가 되었다. 토욜은 오전 오후 편히 쉬면서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서 놀았고 (정광수 돈까스 가게에서 돈까스도 먹었다) 저녁엔 장모님과 장인어른을 만나서 저녁 먹고 한강에서 놀았다. 이번 휴가에서 느낀 것은 3가지다. 1. 가족이 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가족은 세상과 내가 이어지는 가장 강한 연결선이구나. 그렇기 때문에 넘어지고 싶을 때도 가족이 주는 힘으로 버틸 수 있는 것이다. 2. 휴가가 별게 아니구나. 그저 마음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잠도 푹 자고, 재원이 재롱도 보면서 같이 웃을 수 있는 것. 그게 최고의 휴가구나. 3. 집안에 아이가 있으니 분위기가 바뀌는구나. 특히 아빠는 재원이를 완전 물고 빨고 했는데, 그렇게나 좋아하실 줄은 몰랐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서 자라는 재원이가 참 부럽기도 하고, 또 고맙기도 했다. 올해 중으로 조카도 다들 태어날 텐데, 나중에 다 같이 여행다니면 정말 정신 없을듯 ㅋㅋㅋ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재원이



+
성찰일지가 밀렸다. 게다가 블로그 포스팅도 더 밀렸다. 올해 들어서 개인적으로 가장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이것임에도. 이 꾸준함이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이번에 놓치고 말았다. 아쉬움과 약간의 자책도 든다. 하지만, 다시 나아가자. 머물러 있을 시간도 없다. 성찰이 실행이 되고, 실행이 내 삶이 되고, 그렇게 내 삶의 지혜로워질 때까지 쉴 틈이 어디에 있겠는가? 


7월 20일
자소서 캠프

오늘, 당산서중에서 자기소개서 캠프가 있었다. 최지은 코치님과 함께 하게 되었는데, 이 교육을 하게 된 것도 사실 우연의 일부다. 올해 1학기, 당산서중에서 ‘디자인씽킹을 활용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좋게 본 선생님께서 함께 진행한 최지은 코치님이 기자셨다는 사실을 알고, 자소서에 대해 물어보셨다. 사실 작년에 부천대에서 최지은 코치님과 나는 함께 자소서 컨설팅을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할 수 있다고 답변드렸고, 그렇게 만들어진 기회가 이번 캠프가 되었다. 사람의 일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는 정말 모를 일이다. 매사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어쨌든 그렇게 캠프를 했다. 다들 자사고를 준비하는, 꽤 똑똑한 친구들이었다. 나는 한명 한명 만나서 봐주기 시작했는데, 정말 많은 아이들이 한 이야기가 있었다. ‘나는 특별한 것이 없어요.’라는 말.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아이들이 계속 출현하자, 나는 애원했다. "제발 나는 특별한 것이 없어요. 라고 말하지 말고, 아직 찾지 못했어요. 라고 말해달라고” 언어는 생각의 틀이다. 일단 언어로 가능성을 닫으면 실제로 뇌는 그런 정보만을 진실로 인식하기에, 나는 그것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자신만의 고유성’을 발견하고 싶은 아이들은 나에게 오고, 자소서 자체를 코칭받고 싶은 아이들은 최지은 코치님께 가라고. 그리고 꽤 많은 아이들을 만나서 대화했다. 한 아이는 7년이 넘도록 배드민턴을 쳐 온 친구도 있었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꿈인 아이도 있었고, 학원을 다니지 않은 아이도, 낮잠을 자는 아이도 있었다. 적어도, 나에겐 모두가 특별했다. 그리고 그걸 찝어주었다. 아이들도 신기해 하는 눈치더라. 그러한 ‘가능성’의 대화가 나는 즐거웠고, 한편으론 ‘가능성’을 말하지 않는 사회와 학교가 다소 안타까웠다. 


7월 21일
연지원 선생님과의 대화

오늘 와우 스토리 연구소 연지원 선생님과 대화를 나눴다. 사실 지금까지 1:1로 만날 기회가 많이 없었던 터라, 오랜만의 만남이었고 대화도 정말 즐거웠다. 몇 가지 피드백이 인상 깊었는데, 그 중 하나는 ‘글쓰기’에 대한 것이었다. 우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최근 쓴 니체의 글을 유심히 보셨고, 특히 작가보다 편집자의 역량이 돋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핵심을 잘 파악한다는 것도 뛰어나다. 다만, 자의적인 해석이 눈에 띄는 편이긴 하지만, 그것도 정도를 넘어가지 않는다. 납득할 정도로 표현한다. 다만, 인용을 할 때 너무 많은 작가를 인용하면 되려 전문적이지 않게 보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인용하는 문구도 맥락에 맞게 해야 하기에 인용하려는 작가의 책도 어느 정도 읽고 쓰는 것이 좋겠다. 라고 하셨다. 동감하는 바이다. 그리고 이어서 권했다. 내년부터 (아님 올 하반기부터) 진짜 좋은 책 1권을 반복해서 읽어보라. 니체, 푸코, 벤야민을 권한다. 그런 수준의 작가들의 책을 보기 위해선 사전 작업도 필요한데, 그것도 좋다. 어쨌든 그런 작가들의 책을 읽고 글을 한번 써보라.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책을 읽고 그것을 쉽게 전달하는 역할이 잘 어울린다. 글을 계속 써라. 라고 하셨다. 음. 올해 들어서 나에게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어쨌든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는 것인데, 글쓰기에 대해서 이렇게 좋은 피드백을 받으니 어리둥절 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면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 이후에도 이런 저런 대화를 했지만, 나머진 나만의 기억으로 남기기로 한다. 쨌든, 오늘의 결론은 이것이다. 깊이 공부하고, 계속 쓰자.  


7월 22일
인디언 계모임 

오늘 오전엔 인디언 계모임이 있었다. 학습조직에 대한 학습조직. 그것에 내가 꿈꾸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선 일단 각자에 대한 역량도 높아져야 하고, 성찰 능력도 필요하다. 서로의 갈등을 해결하는 퍼실리테이션의 능력도 필요하고 말이다. 어쨌든 내가 기억에 남는 말을 적어보면 이렇다. 우선 핵심은 <상황의 원인>을 <나>로 돌리는 것이다. 뒷담화와 뒷담화 아님을 구분하는 기준도 결국 ‘원인’을 ‘나’로 돌리느냐, 아니면 ‘상대 혹은 상황’을 탓 하느냐 이다. 하지만 그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인디언들 중 몇몇은 퍼실리테이션에, 몇몇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서 사는 삶’에, 몇몇은 디자인씽킹에, 몇몇은 독서와 철학, 그리고 인문학 공부에 열을 올린다. 그 각자의 자기다움이 서로에 대한 신뢰로 시너지를 이뤄서 결국 위대함을 함께 만드는 것, ‘공동 창조’에 이르는 것. 그것이 모든 조직의 최고의 목적이자. 최고 난이도의 시험이자, 최고의 기쁨이 아닐까. 이번에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을 꿈꾼다. 계속 실험하고 싶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삶에서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7월 23일
미술영재교육원 원데이 디씽 캠프     

오늘 하루 종일 디자인씽킹 캠프가 있었다. 이것도 참 재미있는 인연으로 연결되었는데, 지난 번 미술과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교사연수를 진행했었다. 그 당시 한 선생님께서 ‘이거 우리 아이들에게도 필요할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셨고, 바로 캠프 날짜를 잡아버렸다. 나 역시 마침 지난 주 목요일에 칠보초 수업이 끝나서 시간이 괜찮기도 했고. 그렇게 소개로, 혹은 우연으로 이렇게 수업이 열리는 상황이 참 흥미롭다. MBTI를 보면 나는 ‘인식형’으로 나오는데, 인식형은 뭔가 정해져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것, 예상 가능한 것을 좋아하기 보단, 불안정하지만 그럼에도 흥미롭고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고 한다. 내가 그렇다. 어쨌든, 그렇게 캠프를 했다. 2가지 주제가 있었는데, 오전에는 지갑, 오후에는 리모콘이었다. 둘 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일부러 가지고 왔다. 그리고 리모콘을 고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문제가 많다. 그리고 만들기 쉽다. 이 아이들은 표현력은 정말 좋았다. 원래 미술을 하던 아이들이라 그런지, 프로토타이핑 만드는 실력이 수준급이었다. 8분 이란 시간 안에 글루건을 써서 만들 정도니.. 하지만 어려워하는 건 바로 ‘인터뷰’였다. 특히 몇몇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도 보았다. 그 시간에 끄적끄적 그리는 것에 더 익숙했던 탓이겠지. 하지만 이번 시간을 통해 조금이나마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 다행히, 캠프가 끝나고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본다고 말씀해 주셨다. 몇몇 아이들도 나가면서 재미있었다고, 다음에 또 보자고 말해 주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공감하고,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사람들에게 나누고 의견을 주고 받는 것. 우리는 이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 아닐까. 그 경험을 짧게 나마 할 수 있었다면 나야 말로 참 다행이다. 조금이나마 의미가 되었길. 


7월 24일
아나모 모임

오늘 저녁에 오랜만에 아나모 모임이 있었다. 아나모란, 아띠를 나온 사람들의 모임의 준말이다. (맞나? ㅋㅋㅋ) 좀 더 정확하게는 2012년을 중심으로 창의력학교 아띠에서 몸을 담았던 사람들이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며, 성장을 돕고 서로를 격려하는 그런 모임이다. 내 생각에는 그렇다는 뜻이다. 벌써 3년이 지났으니 꽤 시간이 흘렀다. 그 당시만 해도, 군대 갈 걱정이 한창이던 아이들이 벌써 전역이 한창이다. 관희는 전역을 했고, 경민이도 담주에 전역이다. 남은 건 현식이 밖에 없다. 아, 원이도 있구나. ㅋㅋ 그리고 당시에 고1이던 정희는 벌써 대학생이 되어서 함께 맥주를 먹을 나이가 되었다. 나의 추천으로 ‘연남동’에서 만남을 가졌다. 처음에 6명 정도 모였었는데, 점점 스믈스물 오겠다고 하더니 결국 12명이나 되는 인원이 모이더라. 누가 있었냐면, 관희 (요번에 전역하고 사업에 완전 몰입중이다), 해리 (드디어 작업을 시작한 그림쟁이:), 부선 (이 녀석도 호주 다녀와서 오랜만이었다), 경민 (에피소드 메이커 이번 건 정말 대박이었음), 원이 (원이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스위스에서 공부하고 있는 글로벌 리더의 표본 ㅋㅋㅋ), 은정 (요즘 많이 아팠다고 한다. 맘이 쓰였다), 여름 (그나마 종종 봐서 다행인), 정선 (캠프임에도 잠깐이라도 얼굴 비춰준), 진욱 (사업 때문에 바쁨에도 와준), 유리 (육아와 일 때문에 바쁨에도 와주었구나), 정희 (같이 맥주를 먹을 수 있다니 신기한 일이구나) 이렇게 있었다. 모여서 이런 저런 근황을 나누다보니 참 대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들 한명 한명이 고마운 인연이고, 또 오래 가고 싶은 사람들이구나. 그런 생각도 했다. 정말 많이 웃을 수 있었다. 그래서 좋았다. 


7월 25일
와우 수업날.

와우 수업 날이다. 대부분은 수업 후기에 적었고, 짦은 성찰 거리만 옮겨본다. 수업 날은 언제나 즐거운 날이다.
짦은 성찰 1. 번역에 대한 설명이 좋았다. '나'를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도 알 것 같다. 그래야 ‘인지'되고, ‘인지'되어야 그 부분만큼은 ‘변화'할 수 있기에. 다시 말해 내 안의 무의식적 공간을 계속 개척함으로써 ‘의식화’하는 것이 선생님이 말한 번역 작업이 아닐까. 하이데거 였나,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는 말도 이러한 맥락에서 연결되어 떠오른다. 내가 성찰를 나누면서 고미숙 선생님의 <호모 쿵푸스>이야기를 했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있더라. 공유하면 이렇다. “리더란, 상황을 언어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주변을 살펴보라. 어떤 그룹이든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이는 ‘썰을 푸는’ 인간이다. 상황을 언어화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그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만약 새로운 말과 이야기로 세상을 보는 눈을 홀라당 뒤집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혁명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혁명은 늘 새로운 말, 낯선 이야기들과 함께 등장했다.”

짧은 성찰 2. 나는 칭찬 하는 것도 어려워하고, 칭찬 받는 것도 어려워한다. 지난 번에 선생님과의 벙개에서도 그랬고, 이번 수업에서도 그랬다. 선생님이 니체에 대해 썼던 글을 잘 썼다고, 어떤 부분은 부럽기도 하다며 칭찬해 주셨다. 굉장히 부끄러웠다.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 아니다. 속으론 좋다. 하지만 겉으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는 느낌이다. 그저 빨리 이 시간이 갔으면 좋겠다는 그런 민망함?이 대부분의 감정을 차지한다. 칭찬에 왜 이렇게 익숙하지 않은지, 한번 들여다 봐야 겠단 생각을 했다. 내가 워낙 익숙치 않으니, 사실 나는 다른 아이들에게 칭찬을 잘 하지도 않더라. 지시적 피드백에 대한 필요성, 그리고 칭찬에 대한 나의 인식을 약간은 알 수 있었다. 


7월 26일
꿀잠

낮잠은 참 좋은 것이다.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힘들었는데, 마침 오늘 아내가 나에게 시간을 주었다. 장모님과 코스트코를 다녀오면서 나에게 낮잠 잘 시간을 준 것이다. 게다가 맛있는 옥수수도 만들어 놓고 가셨다. 나는 옥수수를 오독오독 먹고, 단점에 취했다. 그렇게 2시간을 내리 잤다. 오랜만에 맛보는 꿀잠이었다. 역시 잠 중의 잠은 낮잠이다. 이러한 기회를 제공한 아내게에 다시 한번 감사를. 요즘 좀 피곤했었는데 그래도 이런 기회 덕분에 살 것 같단 생각도 했다.   


7월 6일
심톡 회의

오늘은 이런 저런 일 때문에 하루 종일 카페에 있었다. 일도 하고, 또 건강에 대한 영상도 보고.. 혼자서 잘 놀았다. 저녁에는 심톡 회의가 있었다. 우선 지난 번 심톡에 대한 피드백이 이어졌다. 해리의 성찰이 재미있었는데. 해리의 경우 지난 1년 반 동안 ‘서브 호스트’ 역할에도 불구하고, ‘참가자’ 역할에만 몰두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번 심톡에서 그나마 ‘서브 호스트’로서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참가자들과 함께 참가는 하지만, 한발짝 떨어져서 그들의 경험을 더욱 촉진하는 역할. 그 역할에 대한 인지가 반가웠다. 정선이는 지난 번 심톡 이후로 좀 더 사람들을 모아볼까? 라는 욕심이 생기더란다. 그러한 책임감이나 건강한 욕심은 반가운 일이다. 나도 욕심이 난다. 앞으로 좀 더 활발하게 공지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다. 나의 목소리가 들어간 자그마한 활동을 지속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 그것이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들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7월 7일
감정에 대한 감정

오늘 느낀 점이 하나 있다. 내가 자주 스스로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묻는 질문은 바로 ‘네 생각이 뭐야?’라는 질문이다. 하지만 잘 묻지 않는 질문이 있다. 바로 ‘네 느낌은 뭐야?’이다. 나는 감정을 잘 물어보지 않는다. 관심도 없다. 나에게 감정이란 아직도 낯선 것이다. 지난 와우 수업 때부터 느끼고 있던 테마였는데, 오늘도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 오늘 오전에, 이미영 코치님과 짧은 코칭 세션이 있었다. 조만간 심톡 호스트로 모실려고 생각하고 있는 코치님인데, 그에 앞서서 직접 한번 코칭을 느껴보고 싶었기에 부탁드렸다. 그렇게 시작된 1:1 코칭에서 내가 ‘나의 감정’에 대해서 얼마나 억압하고 있는지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비유를 들자면, 커다란 두 문이 나와 감정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느낌? 게다가 그 문은 어찌나 오랫 동안 닫혀있었는지 녹이 슬고, 때가 잔뜩 낀, 게다가 서슬퍼렇게 차가운. 그런 이미지가 떠올랐다. 내가 나에게 얼마나 무심한지. 안타깝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앞으론 성찰일지를 적을 때 감정에 대해서도 적어보겠다고. 지금 나의 감정에 대해서 더 자주 인식하고, 표현하기로. 작은 결심이지만 잊지 않기로 하자. 쨌든, 지금의 내 감정은 다소 가벼워졌음이다. :) 


7월 8일
습관 고치기

지난 번 심톡을 연지 일주일이 넘었다. 지난 번 심톡에서 내가 고치기로 한 습관이 하나 있다. 그 습관은 바로 일어나자 마자 스마트폰을 켜고, 인터넷에 빠져드는 것이다. 페북이나 블로그를 확인하는 정도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네이버 메인 페이지로 향하고, 뉴스를 보게 된다. 그렇게 하루에서 가장 중요한 오전이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들로 흐트러진다. 그러지 않고 책을 본다거나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그럴 경우 훨씬 더 만족스럽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존의 습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곤 심톡에서 말했다. 매일 체크하겠다고. 체크해보니, 일주일 동안 단 1번 성공했다. 첫 3일은 인지조차 하지 못했고, 나머지 3일은 인지는 했으나 습관을 바꾸는 것에는 실패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정말 강력한 것이 습관이다. 별 수 없다. 다시 인지하고, 아주 사소하게 일상을 바꾸는 것. 최근 들어서 내 몸과 감정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매일 아침은 나의 몸과 감정을 알아주고, 사랑해주는 그런 시간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자기 전에도 그렇고. 


 7월 9일
세계를 담은 스쿨 1

오늘부터 3일 동안 연속 교육이다. 교육은 바로 시흥 국제교류팀에서 주최하는 세계를 담은 스쿨. 처음 의뢰를 받았을 때, 다소 생경한 대상과 교육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첫날 교육을 마치고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취지는 이렇다. 18명의 외국인 대학생들과 18명의 한국인 고등학생들이 함께 팀을 이뤄서 주제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그 과정에서 시흥시의 명소나 문화도 알리고, 학생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고, 대학생들은 한국어 교류도 많이 할 수 있고.. 그리고 모두에게 진로나 자신의 적성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여러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도록 구상해야 했고, 그래서 다소 준비가 많이 필요했다. 모든 강의가 그렇지만, 이렇게 또 대상이 특별한 경우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첫날 강의가 끝나고 느낀 점. 일단 나에게 도움이 된다. 왜냐면,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을 하다 보니 (물론 영어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더 친절해지고, 말이 더 느려지게 되었다. 평소 말이 다소 빠른 편이라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 부럽고, 또 하고 싶었는데 이번 첫 시간은 어느 정도 천천히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학생들의 반응도 괜찮았다. 집에 가는 길이 너무 멀다는 점을 빼곤 다 좋았다. ㅎㅎ


7월 10일
세계를 담은 스쿨 2

어제에 이어서 1박 2일 캠프가 있었다. 원래 어제 오리엔테이션이 6월 중에 진행되기로 했는데 ‘메르스’ 때문에 미뤄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내 입장에서도, 학생들 입장에서도 잘 된 것 같다. 왜냐하면, 이런 일정일수록 시간 지연이 발생할 수록 의욕은 떨어지게 되기에. 차라리 한번에 몰아서 진행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캠프라 그런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특히 어제 보다 더 쾌적하고 넓은 강의장이다 보니, 또 어제 한번 친해진 덕분에 분위기는 더 뜨거웠다. 나 역시 진행하는 입장에서 어제보다 더 여유있어 졌고. 아이스브레이킹을 비롯한 팀빌딩 게임을 했다. 내가 워낙 레크레이션에 강한 편은 아니어서, 주로 미션을 주고 피드백하는 분위기로 진행했지만, 나름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성공했다. 이후 피드백에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나 같은 경우 내가 스스로 웃긴 상황을 만들어내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약간의 웃긴 상황만 만들어진다면, 그것을 콕 집어서 배가 시키고, 확장 시키는 것에는 능하다. 이번의 경우 외국인 대학생들이 워낙 스스럼없이 웃겨주었고, 나도 그런 분위기를 활용해서 자주 웃겼다. 재미있었다. ㅋㅋ


7월 11일
세계를 담은 스쿨 3

캠프 마지막 날. 오늘은 아침부터 미션이 주어졌다. 일정 예산을 주고, 시흥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UCC를 만드는 미션. 가장 어려웠던 점은 날씨다. 거의 20년 만에 찾아오는 폭염이라는데 정말 나가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땀이 줄줄, 숨이 턱까지 찼다. 학생들이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으리라. 그래도 다들 잘 만들었다. 내가 좀 아쉬웠던 점은 바로 ‘시간 관리’다. 11시까지 다 업로드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연수원이 생각보다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았고, 그 때문에 전반적인 작업 속도가 느려졌다. 그런 상황에서 좀 더 철저하게 확인했어야 했는데, 다시 돌아봐도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다. 그렇게 해서 12시에 마무리 되어야 할 일정이 12시 20분이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그래도 다들 잘 해줬다. ㅎㅎㅎ 찜통같은 날씨에 집으로 오는데 정말 힘들었다. 와서 바로 샤워하고 저녁에 아주버님의 생일 축하 겸 저녁 식사가 있어서 장모님 댁으로 갔다. 처제와 처남, 그리고 아윤이도 왔는데 재원이보다 4개월 빠른 아윤이는 정말 에너지 넘치더라. 이제 막 기어다니고 서고 그럴 때가 처제가 한시도 마음을 놓치 못했다. 아윤이가 살이 많이 빠졌던데, 그렇게 움직여서 빠진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재원이도 그렇게 돌아다닐 때가 오는데,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 :) 




세상을 담은 스쿨




6월 29일
내 안의 스승과 대화하다

오늘 우연히 유투브에서 ‘쿠마레’라는 다큐 영화를 보았다. 스스로 거짓 스승이 되어, 사람들에게 ‘진짜 스승’은 스스로에게서 찾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 매우 놀라운 이야기였다. 이런 수준의 다큐를 공짜로 (번역까지 되어서) 볼 수 있음에 일단 감사한 하루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만났던 몇몇 스승(이라 칭하는)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내가 무엇을 바랬는지도 좀 더 알게 되었다. 나는 나를 믿지 못한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한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스승을 찾았다.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사람을 찾았다. 그들에게 묻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하지만 이 ‘쿠마레’는 말한다. 그 답은 오로지 나만이 알고 있다고. 나는 내면의 스승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스승이여. 앞으로 나에게 중요한 3가지 일은 무엇인가요? 라고 물었다. 스승이 답했다. 첫 번째. 관계를 소중히 여겨라. 가까운 관계든 먼 관계든 진심을 다하라. 두 번째. 글을 써라. 더욱 밀도 깊게, 더욱 정기적으로, 더 많은 글을 생산하라. 마지막 가르침. 그건 바로, 침묵하라. 말을 줄여라. 말하려는 스스로를 인식하라. 그리고 더 천천히 말하라. 말에 힘을 실어라. 정리하자면 이렇다. 말을 줄이고, 글을 쓰고, 관계를 소중히 여겨라. 스승의 말이 옳다. 맞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이 3가지 맞다. 

쿠마레 링크


6월 30일
진욱이와 대화

오늘 오전에 오랜만에 진욱이를 만났다. 진욱이는 나와 가치중심적 성향임은 비슷하지만, 실제 행동양식은 거의 정반대다. 나는 교육쪽 관심사가 많다보니 책을 읽고, 수업을 하고, 가까운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긴다면 진욱이는 좀 더 사업가에 가깝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도 이제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던데, 대단한 일이다. 1년 만에 이 정도로 법인을 만들고, 다양한 사람들과 연계되어서 무언가를 벌이는 것. 어쨌든 나는 진욱이의 지난 1년간의 홀로서기가 대단해 보인다. 나를 돌아본다. 나는 지난 2년이란 시간 동안 무엇을 헌신하고 있는지. 내가 좋아서 움직이는 활동은 늘었지만, 해야 해서 하는 것들 (사업화, 마케팅, 브랜딩 등)은 분명 많이 줄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악순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일의 조화, 그것이 지혜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놓친다. 저녁엔 심톡이 있었다. 대략 지금까지 10번 넘게 진행되면서 하나 느낀 점이 있다. 나는 심톡 한번 한번의 성공이나 실패 혹은 사람들의 반응보다, 그것을 꾸준히 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는 것. 잘 하고 못 하고가 있는게 아니라, 하고 안 하고가 있을 뿐이니까. 그리고 앞의 것들이 행동에 초점을 맞춘 거라면, 뒤의 것은 ‘정체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마치 작가들이 ‘글을 잘 쓰는 것’ 보다 ‘글을 매일 쓰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듯. 그리고 한가지 더. 사람들에게 나눌 만한 질문을 던지고, 적절한 사람들(진지하면서도 한편 가벼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초대하면, 의미있는 대화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는 것. 결국 핵심은 ‘적절한 사람’ 그리고 ‘적절한 주제’다. 그 두 가지가 ‘주연'이고, 나를 비롯한 나머지는 ‘조연’에 불과하다. 그렇게 매번 주연이 빛나게 하는 것이 앞으로 심톡의 중요한 역할이 될 듯 하다. 다음 호스트는 또 누가 될지.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서 설렌다. 그 누구도 함께 할 수 있고, 또 어떤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으니까. 어제와 같은 일이 벌어질 거라곤 한달 전에 생각해보지 않았으니까. 

심톡 전체 사진


 
7월 1일 
시스템 사고 교육

오늘 오전엔 인디언 계모임이 있었고, 오후에는 어린이를 위한 시스템 사고 교육을 선보이는 자리가 있었다. 진행되었던 곳은 이화여대 종합과학관이었는데,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대를 가보게 되었다. 사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간다는 건 언제나 낯섬과 설렘을 준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이대가 얼마나 넓은지, 그리고 얼마나 언덕이 많은지 알았더라면 나는 아마 다른 방법을 찾았을 터인데, 그냥 무작정 지도만 보고 찾아가다보니 엄청난 스트레스가 찾아왔다. 날씨는 덥고, 생각보다 크기는 크고, 방학이라 그런지 물어볼 사람은 없고, 또 강의실 찾는건 왜 이렇게 어려운지. 한참을 해메다 겨우 찾아서 들어갔다.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건물배치가 아닌가. 그런 원망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힘들었다. ㅠ 암튼, 들어갔더니 시스템사고 교육은 한창이었다. 5-6개 정도의 게임을 통해서 쉽게 접근하도록 디자인되었더라. 워낙 미국에서 잘 개발된 프로그램이라 그런지 나도 재미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임은 바로 ‘감염 게임’ 이 게임은 정말 재미있었다. 나중에 사람들 한 100명 정도 모아놓고 진행하면 대박일듯. 변수도 좀 더 다양하게 넣고 말이다. 2학기에 기회가 닿으면 한 학교 정도 시스템사고 교육 진행하면 재미있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나는 아직 배우는게 너무 좋은가봐. 


7월 2일 
피드백이란

어제 시스템사고 교육에서 이런 게임이 있었다. 2명이 나온다. 랜덤으로 2명의 사람을 뽑는다. 그럼 그 사람들이 다시 나온다. 다시 2명을 뽑느다. 그런 식으로 새로운 친구들이 늘어나면 전체 친구도 일정하게 늘어난다. 산술급수라고 하나? 암튼 그런 식으로 매 라운드마다 2명씩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2번째 게임에선 방식을 바꿨다. 2명이 나온다. 새로 2명을 뽑는다. 그리곤 앞서 뽑은 친구를 포함해서 4명이 다시 친구를 뽑는다. 그 다음엔 8명이 뽑는다. 그런 식으로 뽑다보니 금방 모든 친구들이 뽑혔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관계를 그리자면 앞의 실험은 새로운 친구 -> 전체 친구 / 뒤의 실험은 새로운 친구 <-> 전체친구 인 것이다. 

이 둘은 확연히 다르다. 원인과 결과가 일차적 관계를 맺을 때 이를 선형 인과라고 한다. 이것은 그야말로 단순하다. 예측하기도 쉽다. 10라운드가 지났을 때, 결과가 어떻게 될지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원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가 다시 원인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때 이를 비선형 인과라고 하며, 이것은 복잡하다. 예측도 어렵다. 확산의 속도도 매우 빠르다. 이 둘의 차이를 만든건 무엇일까? 바로 ‘피드백 고리’다. 결과가 원인에게 영향을 주는 것. 그것이 지금처럼 가파르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양의 피드백 고리, 혹은 균형을 위해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음의 피드백 고리라고 한다. 이러한 피드백 고리는 ‘시스템 씽킹’의 핵심이다. 

이 피드백 고리는 디자인씽킹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무언가를 만들고, 실제 유저에게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다시 개선한다. 하물며 성찰이나 일기쓰기도 하나의 ‘피드백 고리’라고 볼 수 있다. 내가 한 행동(결과)가 다시 나의 계획(의도)에 영향을 주고, 나 자신을 바로 잡는 것이다. 그렇게 피드백 고리를 삶에서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사람은 ‘비약적으로 성장(양의 피드백)’하거나, 혹은 지나치지 않게 '균형을 잡는(음의 피드백)’다. 나는 그것을 ‘비선형적 인생’이라고 본다. 그들은 어찌 되었든 범인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간혹 피드백 고리가 없는(혹은 약한) 사람들이 있다. 같은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옴에도 불구하고,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 이처럼 자기인식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결국 ‘선형적 인생’을 산다. 

소통하지 않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말을 인정하지 않거나,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들. 무엇이 옳은 삶인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무엇이 좀 더 생생하고, 역동적인 삶일지는 쉽게 예상 가능하다. 인생을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뽑으라면 바로 이 ‘피드백 고리’가 아닐까.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결과를 시인하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하려는 탐구적인 태도. 이 모든 것이 ‘피드백’이라는 말에 있는 것이 아닐까. 결국 이 '피드백 고리'는 '나는 모른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니까. 


7월 3일
칠보초 발표 수업 - 나는 나야! 

칠보초에서 이번 1학기를 마무리하면서 대대적인 개인 발표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 사실 발표 시간을 많이 갖지 않은건, 무언가 앞에 나와서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각하는 것, 함께 문제를 해결해보는 것, 협업하는 것,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학기에 한번 정도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마지막 과제로 10장의 PPT를 만들어서 ‘나’에 대해서 발표하게 했다. 주제는 ‘나, 나의 가족, 내가 잘하는 것, 못하는 것, 화날 때, 슬플 때, 기쁠 때, 10년 뒤 내모습..등등’ 다양하게 주었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것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평소 수업 태도가 게으른 친구들도 이번 시간 만큼은 꽤 열정적으로 임했다. 다들 정말 잘 했다. 그리고 특히 개인적으로 감동했던 친구는 5학년의 선아와 민균이다. 선아와 민균이 모두 가정 환경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둘 다 그리 친구들 사이에서 도드라지지 않는다. 민균이는 착하고 배려심이라도 많은데, 선아는 그런 편도 아니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친구들이 꽤 많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둘 다 너무 잘 해줬다. 발표를 할 때 침착하게 한 것은 물론이요,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까지 드러낼 수 있었다. 친구들이 서로에게 준 피드백을 보니, ‘평소와는 다르게 발표를 잘 했다.’ 라거나 ‘진심을 말했다’라는 말이 종종 있었다. 나에겐 기분 좋은 일이었다. 누가 알 수 있을까?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나 역시 어릴 적 한번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칭찬을 받았다. 아직도 기억한다. 목소리가 좋다는 그 칭찬을. 그런 작은 단서들이 쌓여서 지금 내가 강의를 하게 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7월 4일
와우 수업 6번째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느낀 점을 나누고 싶다. 우선, 함께 모이니 좋았다. 특히 MBTI에 대한 사전 지식 덕분에 서로에 대한 차이점을 좀 더 ‘공유된 개념’으로 인식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초반에 선생님이 ‘다양성’에 대한 언급을 했었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가급적 다양한 성향과 성별을 모으려고 노력하셨구나. 그런 생각도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혼란스러웠다. MBTI를 제대로 공부해 본 것은 처음이라 그런지, 그리고 아직 나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가 별로 없어서 인지 내가 어떤 유형인지, 무엇이 더 나다운 것인지 헷갈렸다. 나 덕분에 다들 더 헷갈려하시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혼란스러움이 나로썬 더 반가운 일이기도 했다. 이렇게 탐구할 만한 거리가 주어진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다. 이렇게 절반이 끝났다. 생각해보면 올해도, 인생도 대략 절반 정도 온 것 같다. (물론 내 인생은 좀 더 남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활력있는 시절은 절반 정도 남지 않았을까) 아직 뭔가 해보기도 전인데, 승부를 걸지도 않았는데, 벌써 시간이 반이나 흐른 느낌이다. 자기다움 5장면에서도 나왔지만, 나는 뭔가 지지부진하고, 이것이 내가 가야할 길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 그렇게 절박할 때 움직인다. 이젠 나이가 더 들었다. 더 현명해지고 싶다. 건강에 절박해졌을 때는 이미 늦다. 삶도 마찬가지다. 이젠 더 빨리 내다보고, 먼저 움직이고 싶다. 아쉬움을 뒤로 남기고 싶진 않다. 전심전력으로, 생생하게, 살아나가고 싶다. 와우도, 올해도, 내 인생도. 


7월 5일
일산 호수공원

한 차례 메르스 태풍이 지나간, 평화로운 오후다. 아내는 오늘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듯 보였고, 나 역시 그저 집에서 쉬는 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결정한 목적지는 바로 ‘일산 호수공원’이다. 서로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 아내는 원래 일산을 좋아한다. 그 깔끔한 분위기. 그리고 나는 ‘알라딘’이 목표였다. 일산 지점이 예쁘다는 소식을 이미 접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우린 일산으로 향했다. 아웃백에서 맛있는 밥도 먹고, 호수공원을 가로질러 걸었다. 중간에 뽑기도 했는데, 아내는 엄청난 실력으로 정확히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근처 초딩들이 굉장히 부러워한다는 걸 난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달아서 반쯤 버린건 함정. 어릴 적 추억이 파릇파릇 돋아났다. 즐거웠다. 라페스타를 구경하다가, 홈플러스가서 재원이 맘마도 먹였다. 결국 마지막 종착지는 알라딘. 둥근 구조가 참 예뻤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나는 2권의 책을 구입했고, 아내 책도 하나 사주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자 하루가 다 지나갔다. 피곤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바깥 나들이를 나갈 수 있음에 행복한 일요일이라 총평한다. 



6월 22일
작가란 무엇일까

오늘 아침, 작가수업이란 책을 꺼내 들었다. 인상 깊은 구절이 2개 있다. 첫째. 글을 잘 쓰는 것과 작가가 된다는 것은 다른 것이다. 맞다. Doing과 Being의 차이점은 생각보다 큰 법이다. 작가의 삶을 산다는 것과 작가처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작가의 삶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창조적 자아와 비판적 자아를 키우는 것이다. 그것이 두번째 인상깊은 구절이다. 이것을 처음 들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다시 읽어보니, 그리고 요즘 창조적 자아와 친해지려고 노력하다 보니 더 와닿는다. 어쩌면 둘 다 내 안에 있는 친구다. 내가 일찍이 잘 놀아주지 못했던 친구들. 그 친구들을 새롭게 만나고, 놀고, 친해지고, 그들과 통합되는 것. 그것이 작가가 아닐까. 그러므로 당연히 작가는 글쓰기와는 좀 거리가 있다. 그렇게 논 결과가 글로 나오는 것이 책일 뿐, 굳이 책을 쓰는 것이 작가라고 부를 필요는 없다. 나는 여기서 한 명의 친구를 더 추가하고자 한다. 창조적 자아와 비판적 자아와 함께 놀면 좋은 자아는 바로, ‘관찰적 자아’다. 이 모든 상황을 내려다 보면서, 어떤 자아가 활동하고 있는지, 어떤 자아는 숨죽이고 있는지, 관찰하고 나에게 알려주는 역할. 즉, 깨어있기 위해선 관찰적 자아의 힘이 필요하다. 관찰적 자아는 서로 거리가 먼 두 자아들의 연결고리가 되어 준다. 내 안에 많은 친구들을 만들어 나가는 재미. 그것이 예술가의 특권이자 의무가 아닐까. 삶의 예술가가 되고 싶은 나에게도 이 사실은 중요하다.  


6월 23일
검단초 수업을 마치고

오늘 성남에 있는 검단초 수업을 마무리했다. 4학년들과 지난 3개월에 걸쳐서 5번 정도 수업을 진행했는데, 작년보다 더 재미있었다. 왜냐면, 좀 더 오랫동안 수업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아이들 한명 한명이 눈에 들어올 수 있었기에. 그리고 나 역시 새로운 수업 자료를 만들어 보고, 또 실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새롭게 만들어 본 2개의 독서토론 주제는 ‘경쟁’과 ‘자유’다. 그것을 나는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과 ‘스갱아저씨의 염소’라는 책을 기반으로 아이들과 나누었는데 꽤나 즐겁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실제 이슈를 가지고 토론을 해보기까지 했으니 더욱 좋았고. 아이들의 피드백을 받아보았다. 끝나서 아쉬워하는 아이들이 많았고, 그 중 몇몇은 별 느낀 점이 없었는지 쿨하게 “안녕히가세요”라고 한 글자씩 쓴 아이들도 있었다. ㅋㅋ 마지막 반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려는 길에 몇몇 아이들이 손을 내밀더라. 뭘 주려는지 보니 자기들이 쓰는 샤프랑 볼펜 이런걸 주는 게 아닌가. 헐. 내가 아이고 괜찮다고 너희들 써야지 나한테 주면 어떻하니. 하면서 아무리 만류하고 다시 도로 집어 줘도 막무가내로 나에게 집어넣는다. 끝까지 씨름했지만 아이들이 결국 이겼고, 나는 아이들이 주는 걸 가지고 왔다. 아이고.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참 짠했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무엇으로 보답해야 하나. ㅠ 

어떻게 갚아야 하나 ㅠ


6월 24일
의존성, 독립성, 그리고 상호의존성
 
근대 철학은 말한다. 인간은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라고. 하지만,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을 까먹어버려서 일어나는 착각이다. 무슨 얘기냐면, 재원이를 키우면서 느낀 것이다. 우리 아가는 철저히 의존적인 존재다. 심지어 처음 태어났을 때는 스스로 몸을 가둘 수도 없다. 옆의 사람들이 목을 잡아주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는 존재가 인간이다. 하물며 그것 뿐이랴. 2-3시간 단위로 밥도 먹어야 살 수 있고, 혼자선 옷도 못 입는다. 똥이랑 오줌도 다 갈아줘야 한다. 그렇게 약 3년의 시간이 흘러야 그제서야 인간은 부모의 행동과 태도를 모방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허긴 그러고도 30년 정도가 흘러서 아이를 낳을 때 쯤에 인간이 되지만. 나처럼 말이다. ㅎㅎ 이처럼 인간은 철저하게 의존적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느낀다. 아, 내가 혼자 잘나서 지금까지 살아온게 아니구나. 나 역시 철저히 의존적인 상태가 있었고 그 당시 부모님의 헌신이 아니었지만 지금의 나도 없겠구나. 지금까지도 어떤 영역에선 의존적이고 말이다. 그러한 ‘관계’에 눈을 뜨지 않으면 자신의 1/3만 보고 있는 것이다. 스티븐 코비가 말했다. 의존성을 넘어 독립성이 있고, 그것을 넘어 상호의존성이 있다고. 독립성으로 나아가야 서로의 힘을 보태서 더 큰 것을 만들어내는 상호의존성, 즉 시너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그 첫 시간은 철저히 의존적이었음을, 그 기간에는 충분히 의존적이어야 함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그것이 인간이 가진 디폴트값이기에. 아침에 재원이를 보면서 느낀 점이다. 


6월 25일
에피톤 프로젝트

나는 노래를 즐겨 듣는 편이다. 하지만 듣는 수준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교양 있는 편도 아니다. 그저 내가 듣기 좋으면 그게 좋다. 장르는 가리지 않는다. 케이팝도 자주 듣고, 팝송도 끌리는대로 듣는다. 그런 내가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듣고 있는 가수가 있다. 바로 에피톤 프로젝트다. 몇년 전에 우연히 듣고 나선, 이후 발매되는 대부분의 앨범을 듣는 편이다. 비록, 콘서트엔 가본 적은 없지만 이렇게 나와 맞는 뮤지션을 발견하고, 함께 한다는 건 기쁜 일이다. 사실 오늘은 정읍 가는 날이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오전은 자연스럽게 개인 작업 시간이 되었다. 밀린 책도 보고, 초서도 하고, 못 다 만든 강의도 손 보는 그런 나만의 시간. 나는 이 시간을 참 좋아한다. 오늘도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를 들으니 참 좋더라. 따뜻한 햇살, 흔들리는 창가, 적당히 조용한 버스.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널리 홍보하지 않아도, 자신의 목소리나 생각을 꾸준히 알리고, 그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그의 결과물을 기다리고. 그렇게 새로운 결과물을 가지고 대중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창조적인 작업을 하러 들어가고. 작가나 음악가, 미술가.. 등 내가 생각하는 모든 예술가들은 일정한 흐름이 존재한다. 나도 그 흐름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나만의 창조적인 시간을 갖고, 결과물을 만들고, 그것으로 다시 사람들과 공유하고, 더 큰 것을 공동 창조하는 것. 그런 멋진 화음을 만들어내고 싶다. 

6월 26일
청년참 인터뷰, 디씽 교사연수 있던 날

오늘은 청년참 인터뷰가 있는 날이다. 커뮤니티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프로그램인데, 나도 한번 지원해봤다. 그래서 불광동 청년허브로 갔다. 인터뷰를 하고, 청년허브에서 일도 좀 했다. 그나마 여유있는 오전, 오후였다. 오후 늦게부턴 ‘디자인씽킹 교사연수’가 있었다. 지난 주에 미술과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어봤는데, 이번 주는 그 2번째 시간이다. 이번 주제는 ‘미술 교실’을 더 낫게 디자인하는 것! 다들 미술쪽 분야 선생님들이셔서 그런지 정말 멋진 아이디어와 프로토타이핑 실력을 보여주셨다. 내가 한 수 배운 느낌. 워크샵을 마치고 몇몇 선생님들이 말씀을 걸어주셨다. 한 선생님은 지난 수 수업 끝나고 오늘이 굉장히 기다려졌다는 분도 계셨고. (황송하게도) 어떤 선생님은 방학 중 프로그램을 같이 해보자는 분도 계셨다. (황송 황송) 다행히 워크샵이 좋게 느껴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수업을 하고도 힘이 빠지기 보다는 함께 공감하고 이야기나눌 수 있어서 더 힘이 나는, 그런 행복한 수업을 했단 생각이다. 요즘 그런 수업이 많다. 감사하게도 말이다. 

6월 27일
합정 메세나폴리스

오늘 오전에는 소아과 병원에 들렸다가 왔다. 재원이가 요즘 계속 응가를 자주해서 갔는데, 그래도 속 상태는 좋단다. 시간을 갔고 지켜보자고 말씀하신다. 집에 와서 잠깐 쉬었다가 오후에는 합정 메세나폴리스에 갔다. 집에서 걸어서 15-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아내랑 평소에도 자주 왔다 갔다 하는 편이다. 최근 유행하는 메르스 때문에 사람들이 적지 않을까 했었는데, 날씨가 좋아서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특히 메세나 폴리스는 동그란 광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하는 편인데, 그 분위기가 참 좋다. 뭔가 가족적인 분위기. 과거에 어딘가에서 ‘둥근 구조의 집’에 사는 사람들이 ‘딱딱한, 네모형의 집’에 사는 사람들 보다 스트레스가 적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나에겐 메세나폴리스에서 그러한 ‘둥근 구조’가 주는 긍정적 힘을 느낄 수 있다. 아, 다른 좋은 예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도 있다. 다만 단점은 그렇기 때문에 길이 헷갈리기 쉽다는 점. 그리고 자주 이용하는 길 이외에는 잘 가지 않게 된다는 점. 뭐 몇 가지 단점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둥근게 더 좋다. 홈플러스에서 몇 가지 필요한 걸 사고, 망원동 미스터피자에서 피자를 먹고, 망원시장을 거쳐서 집으로 왔다. 시장을 거쳐서 오는 길에 수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거의 나이 많으신 할머니들은 꼭 재원이를 보면서 한 마디씩 하시더라. 인상깊은 말은 ‘참 편안해 보인다’ 그리고 ‘장군감이다’ ㅋㅋ 지금 살이 많이 쪄서 그렇게 보이나보다. 그런 주말이었다. 재미있었다. 

참 예뻤던 우산과 하늘



6월 28일
빠르다. 일요일은. 

오늘 일요일은 여느 일요일과 좀 달랐다. 보통 4-5시에 한번 깨는 재원이는 오늘은 새벽 2시 50분쯤 깼다. 한참을 울고 불고 하길래, (아내는 몸이 좋지 않았다) 내가 재운다고 재원이를 포대기로 품었다. 새벽 3시 반이었나, 그때부터 포대기를 했는데 한참을 돌아다녔다. 재원이가 푹 잘 수 있도록. 4시 넘어서 재원이를 다시 눕혔더니 내 잠이 다 깨버렸더라. 그래서 난 오랜만이다 싶어서 책상 앞으로 갔다. 요즘 주말에는 강신주의 <철학 VS 철학>을 보고 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진도가 안 나가던 차였다. 이왕 잠이 깬거 그냥 읽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7시 넘어서까지 책도 보고, 중간 중간 놀기도 하면서 개인 시간을 보냈다. 아침이 되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잠이 너무 모자랄 것 같은 걱정. 8시쯤 다 되어서 다시 누웠다. 아내는 눈을 뜰려고 하고 있었고, 마치 바톤 터치처럼 나는 뻗었다. 그렇게 2시간을 더 자고 일어났다. 그리곤 뭐 1시까지 청소하고, 오후엔 책도보고 티비도 보다가, 오후 늦겐 장모님과 이모님, 형님, 아주버님과 밥먹고 들어왔더니 하루가 다 갔다. 아기와 함께 하는 일요일은 참 빠르다. 정말로 말이다. 찰나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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