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6월이다. 지난 5월을 잠깐 돌아보자. 만족도를 적어보자면, 7점이다. 그 지난 달이 대략 8점임에도 불구하고, 되려 더 낮아진 점수다. 낮아진 점수는 아마 '건강 문제'와 '시간 관리' 때문일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온전하지 않았다. 즉, 나는 나의 말을 존중하지 않았다. 4월의 존중도에 비해서 말이다. 하지만 성과는 있었다. 가장 큰 성과로는 '로컬'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이다. 연남동 로컬 투어를 비롯해서 몇몇의 미팅을 연남동과 연희동에서 진행했는데, 당시에 나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어쩌면 약간은 나에게 쉼을 준 달이라고 부를 수 있다. 몸이 안 좋은 때라 집중이 엄청 잘된 것은 아니었기에.  


5월의 랜드마크를 이렇게 세웠었다. 강의의 발전, PXD 프로젝트 그리고 자아의 신화 워크샵. 평가를 해본다면 강의의 발전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이번 달에 다행히 다양한 대상으로 디자인씽킹 강의가 있는데, 잘 준비해보고 싶다. 그에 반해 PXD프로젝트는 즐겁게 참여했다. 결과물을 떠나 좋은 분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언제나 그렇듯 사람이 자산이다. 마지막 자아의 신화 워크샵. 내가 정말 좋아하는 콘텐츠 임에도 흥행에는 실패했다. 하하. 사람들이 너무 적게 왔던 것에 대해서 반성하고, 다음에 시행착오를 반복하기 않기 위해서 노력하려고 한다. 그것을 제외하곤 괜찮았다.


6월의 랜드마크를 세워보자. 우선 '블로그 옮기기'가 있다. 그리고 '강의의 발전'도 이어진다. 세부적인 일로 따진다면 기획서 쓸 일들이 많다. 나름 바쁜 일정에 걱정이 되지만 한번 잘 해보자. 다시 한번 현재를 붙잡자. 그리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자. 2015년 6월 강연일정은 다음과 같다. 


1. 

 언제

무엇을  

어디서 누구와

 6월 1일

 용마중 디자인씽킹 수업 6차시

 서울 용마중학교 (1-2학년 20명) 2시간

 6월 2일 

 검단초 비경쟁 독서 토론 7차시

 성남 검단초등학교 (4학년) 3시간 

 6월 3일 

 당산서중 디자인씽킹 수업 6차시

 서울 당산서중학교 (2-3학년 20명) 2시간 

 6월 4일

 창의인성 수업 14차시 

 정읍 칠보초등학교 (3-6학년 40명) 4시간

 6월 8일

 용마중 디자인씽킹 수업 7차시 

 서울 용마중학교 (1-2학년 20명) 2시간

 6월 9일

 디자인씽킹 교사연수 - 사회과

 장소 미정 (인원 미정) 3시간

 6월 9일

 검단초 비경쟁 독서 토론 8차시

 성남 검단초등학교 (4학년) 3시간

 6월 11일 

 창의인성 수업 14차시

 정읍 칠보초등학교 (3-6학년 40명) 4시간

 6월 13일 

 SCM 별꿈별일 8차시

 삼성크리에이티브멤버십 (유스반 20명) 3시간


2.

 언제

무엇을  

어디서 누구와

 6월 15일

 용마중 디자인씽킹 수업 8차시 

 서울 용마중학교 (1-2학년 20명) 2시간

 6월 16일

 검단초 비경쟁 독서 토론 9차시

 성남 검단초등학교 (4학년) 3시간

 6월 16일

 시흥시 국제교류 <세상을 담은 스쿨> 

 오리엔테이션 

 시흥시 장소 미정 (인원 미정) 3시간

 6월 17일

 창의인성 수업 15차시 

 정읍 칠보초등학교 (3-6학년 40명) 4시간

 6월 19일

 디자인씽킹 교사연수 - 미술과

 장소 미정 (인원 미정) 3시간

 6월 22일

 용마중 디자인씽킹 수업 9차시 

 서울 용마중학교 (1-2학년 20명) 2시간

 6월 23일

 검단초 비경쟁 독서 토론 10차시

 성남 검단초등학교 (4학년) 3시간

 6월 25일

 창의인성 수업 16차시 

 정읍 칠보초등학교 (3-6학년 40명) 4시간

 6월 26일

 디자인씽킹 교사연수 - 미술과

 장소 미정 (인원 미정) 3시간


3.

 언제

무엇을  

어디서 누구와

 6월 29일

 용마중 디자인씽킹 수업 6차시 

 서울 용마중학교 (1-2학년 20명) 2시간

 6월 30일

 6월 심톡 <주제 미정>

 합정 허그인 (인원 미정) 7시간


 

 


 

 

 

 

 

 

 


 


 

 

 

 


 

 


2. 어떻게 살고 있는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가치관)
 
내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는 ‘한쪽 문이 열리면, 다른 문이 열린다이다. 종교는 없지만, 종교에 가까운 세계관은 갖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라고 표현하지만 나는 ‘세상이라고 부른다. 하나  추가하자면 ‘양심’. 나는 ‘양심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러면서도 거짓말고 하고 양심에 부끄러운 행동도 자주 한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을  거의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그것을 ‘온전함을 회복한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렇게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살다 보면, 세상은 나를 위해 길을 열어줄 거라는 . , 세상은 안전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러한 신념은 2 전부터 심마니스쿨을 시작하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내가 어떻게 매월 살아갈  있는지, 그것 자체가 거의 기적이다. 혼자 프로로서 강의를  준비가 거의 없이 시작했음에도 아직까지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증거랄까
 

태도에 대해서   말하자면 20 중반, 내가 가장 주로 했던 것은 깨달음을 위한 자기성찰이다. 분명 의미는 있었지만  방향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20 후반에  삶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고, 이후에는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향하고자 한다.  예로, 솔직히 나는 20 중반에 부모님을 존경하지 않았다.  당시 나의 롤모델은 성자들이었다. 결혼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책임지기 싫었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번의 삶과의 부딪침과 직면 끝에 지금의 나의 롤모델은 부모님이 되었다. 세상을 견뎌오시고, 나를 키워주신 것이 얼마나 어려웠던 것인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부모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자 주위 사람들의 삶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사회나 구조에 대한 공부도 시작되었고,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비롯한 사회혁신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결국, 지금은   사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자아성찰과 사회혁신   필요하다고 보고,  방법으로 커뮤니티 구성하고 도심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1. 나는 누구인가 (자신과 자기 인생에 대한 소개)                  
 
나는 누구인가?  질문이다. 평생 동안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하게 되는 날이 올까? 죽기 전에는 알려나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사람들에게 ‘나라는 사람 어떻게 말해야 할까? 라고. 누군가 말했다. 말과 생각이 아니라 선택과 행동이  사람이라고. 그렇다면 나는 내가 누구인지 말하기 위해선 분명  삶을 꺼내놓아야  것이다. 내가 중요한 분기점에서 어떤 선택을 했고, 주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 말해야 내가 누구인지   있지 않을까.
 
 삶에는 중요한 분기점이 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삶을 꺼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때면 나는 언제나 2 경험부터 시작한다.  전까지의 나는 ‘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하지도, 그렇다고  놀지도 않았던 어중간한 나의 청소년 시절. 그렇게 수능을 1 남겨놓은  나는 문득 ‘, 이렇게 살면  되겠구나 생각을 기특하게도 하게 되었다. 그건 아마 대단한 목표라기 보단 이대로 가다간  그저 아무것도 아니게 되겠구나란 절박감이었으리라.  상태를,  곳을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공부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 나는 처음으로 나에게 독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1 , 나는 수원으로 올라오게 된다 
 
내가 고른 학과는 ‘전파통신학과.  골랐냐면 의대  실력은  되니까. 다시 말하면 점수에 맞춰서. 솔직히 정말 관심 없었다. 수강신청 하라고 해서 했고, 수업 들어가야 했으니 들어갔을 . 나의 영혼은 거기 없었다. 대학교 다니면서 2 동안 나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컴퓨터 게임과  연애 경험 정도? 돌아와서 생각하면 나로선 인생에서 가장 평범하게 보냈던 기간이 아닐까. 그렇게 2  군대를 가고,  거기서 두번째 분기점을 맞이한다. 입대  나는 다시 질문하기 시작했다. ‘ 이제 나가서  해야 하나 불안했다. 인간은 이대로는  될것 같은 불안함을 느껴야 생각이란 것을 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나는  분기점에서 2가지 선택을 했다. 하나는 기록이고 다른 하나는 독서다. 수첩을 마련해서 매일  생각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본격적 책읽기를 시작했다. 일단 많이. 성취경험이 부족했던 나는 독서를 통해 나를 뛰어넘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운이 좋게도, 책을 많이 읽을  있는 조건으로 보직을 맡기도 했고. 그렇게 나는 2 동안  300 정도의 책을 읽게 된다. 시시한 책부터 양서까지 다양하게 읽게 되었고,  시절은 나에게 삶에 대한 관점과 흥미를 확장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바로관심의 변화인데, 처음 군대 들어가서  책은 자기계발서나 재미있는 책이 주된 것이었다. 하지만 상병이 지나며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다양한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영적인 ’, ‘보이지 않는  대한 관심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병장이 되면서는 본격적으로 그러한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곤 마음 먹었다. 나는 전역하면 바로 명상을 하러 가야지. 라고.
 
전역 , 나는 2  이중 생활을 시작한다. 하나는 평범한 대학생, 다른 하나는 구도자의 . 나는 그때부터 다양한 커뮤니티를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불가에서 말하는 견성, 혹은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했다. 한때는 출가를 할까, 고민했을 정도였으니 당시 나의  열망은 정말 컸다. 지금 돌아와 보면, 나는 어쩌면나의 무능현실의 냉혹함깨달음이란 만병통치약으로 한번에 날려버리고자 한게 아닐까 싶다. 물론  당시의 나는 꿈에도 몰랐던 일이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2가지.  번째로, 커뮤니티와 솔직한 대화는 인생을 변화시킬  있다는 .  번째로, 어떤 커뮤니티든 스승이나 리더에 대한 맹목적 믿음은 파탄에 이른다라는 
 
이후 나는2007년부터 2008년까지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다. 졸업 전에 견문을 넓힌다는 핑계였지만 실은 두려웠다.’ 그리고 세상에 뛰어드는 것이 싫었다.’ 나는 그저 안전한 학생의 신분을 계속 유지하고 싶었다. 물론 견문은 나름 넓혔고, 생활력도 강해졌겠지만,  일년이 나로선 회피였다는  회피할 수가 없다. 전반적으로20 중반의 나는 회피와 자기합리화에 도가  상태였다. 어쩌면 내가    있는 일과 내가 해야 하는 필드가 너무 맞지 않았던 걸지도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분기점은 호주를 다녀  후에 일어난다. 처음으로 나는 욕구와 마주한다. 왜냐, 정말 취업이 너무 하기 싫었기에. 도저히  머릿 속에는 10  직장인의 모습이 그려지지가 않았다.  미래의 모습이 나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줘야 함에도 전혀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결국 2009 1, 나는 모든 책임을 지고 다른 인생을 살기로 결정했다. 부모님과 친구들과 연락을 단절하고, 일단 뭐가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과정에 많은 일이 있었다. 지하철에서 소리를  보기도 하고, 유명한 사람들과 만남을 청하기도 하고, 동기부여 강연도 쫓아 다녔다. 그리고  전까지 한쪽 방향(영성, 자기계발) 치우쳐져 있던 나의 독서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경영경제 서적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학 책을 보기 시작했고, 코칭을 접하고 공부했다. 그리곤 결심했다. 서른 살까지 나는 돈을 모으지 않겠다고  교육에 쏟아붓겠다고. 그리고  꿈은 쉽게 이루어졌다. 슬프게도.
 
이후, 나는   가지 사건을 통해 바닥을 경험한다.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 직면하곤 회사 생활을 하게 된다. 조그마한 기업 교육 회사에 들어가서 세일즈를 했다. 중요한 것은 세일즈를 하면서 내가 얼마나 세상과 떨어져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다행히 좋은 직장 선배님들 덕분에 일을 빨리 익혔고, 주말이면 책을 가지고 강의도 만들고 공부도 하는 모임에 계속 참여했다. 어쩌면 직장 생활2 동안 내가 가장 많이 공부했던 시절이 아닐까.  바쁘게 살기도 했고. 매년 100권씩  읽어오는 약속도 지키고 있었다
 
직장 생활 2 , 내가 계속  길로 가는게 맞는 걸까?  생각을 하던 차에 ‘아이들 교육으로 세상을 바꿔보겠다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창의력학교 아띠라는 교육 단체로 몸을 옮긴다. 그리고 2012년엔 처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정말 교육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때였다. 매주 시골에 내려가서 아이들을 만나고,  아이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미친듯 헌신했다. 이후 나는 지금까지  아이들과 청소년을 만나오고 있다. 계속 적자면 적을  있겠지만 너무 길어진다는 느낌이 들어서 여기까지 마무리 하고 싶다. 이후의 경험은 나중에 다시 한번
 

최근 나에 대해서만   첨언해보자. 나느 지금 심마니스쿨이란 교육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대표이자, 프리랜서 강사이다. 평소에 주로 하는 일은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교육이며, 심톡이란 대화 모임도 매월 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교육은 인성  진로 교육, 독서 토론교육, 프로젝트 교육이다어디서 교육하냐면 대안학교 2군대(하나인학교, 공간민들레)에서 일주일에1 수업  이며, SCM(삼성크리에이티브멤버십)에서 유스반 멘토로 활동 중이다.  외에도 서울시 교육청 인성 프로그램, 각종 청소년 수련관이나 대학교에서도 강의하고 있다


괴테와의 대화 _요한 페터 에커만



#대작을 쓰지 말라 

그는 내가 이번 여름에 시를 쓰지 않았는지 물으면서 말을 꺼냈다. 나는 시를 몇 편 쓰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가능하면 대작을 쓰는 것을 피하도록 하게.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재능과 탁월한 노력을 겸비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대작 앞에서는 고생하는 법이기 때문이네. …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던가!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것만 착실히 했더라면 백 권의 책이라도 썼을 텐데 말이야.

현재는 언제나 현재로서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네. 시인의 마음속에 날마다 솟아오르는 사상이나 느낌은 그 모두가 표현되기를 원하고 또 표현되어야 하네. 그러나 보다 큰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가득 차서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모든 사상을 등지고 생활 자체의 안락함까지 잃어 버리는 걸세. … 시인이 날마다 현재를 염두에 두면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것을 한결같이 신선한 기분으로 다룬다면 무언가 좋은 걸 만들 수 있고, 때로는 잘 안 된다고 하더라도 그 때문에 모든 걸 잃지는 않는다네. ...

언젠가 목표로 데려갈 발걸음을 내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네. 모든 발걸음이 바로 목표가 되고 또 발걸음 그 자체로 간주되어야 하는 걸세. … 당분간은 작은 작품들만 만들어야 하네. 그리고 자네에게 날마다 주어지는 것을 모두 곧바로 받아들이도록 하게. … 결코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자네 자신의 뜻에 따라야만 하네. (이하 중략)"

우리는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방 안을 이리저리 거닐었다. 나는 한마디 한마디 그의 말의 진실성을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나는 이제 괴테의 말을 통해서 몇 년이나 더 현명해지고 진보한 듯한 느낌이며, 진정한 대가를 만날 때의 행복을 마음속 깊이 깨닫는다. 그 이로움은 산술적으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p.56-62

#나의생각

"대작을 쓰는 것을 피하라." 괴테의 그 말은 젊은 에커만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나에게 하는 말이다. 괴테는 이렇게 말한다. “젊을 때는 사물에 대한 지식이 일면적인데, 대작은 다면성을 요구하고 있지. 그러니 실패할 수 밖에.” 대작을 쓰지 말하야 하는 것에 대한 이렇게 완벽한 이유를 나는 아직까지 들은 적이 없다. 그리고 내가 왜 글을 쓸 때 주저하는지, 그 이유도 조금 알 것 같았다. 나는 다면적으로 쓰고 싶은 게다. 그 어떤 것도 빠뜨리지 않고, 어느 정도 완벽한 체계를 만들어 놓고 싶었던 게다. 나에겐 빌어먹을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조금 있다. 하지만 인정하진 못했다. 지금의 일천한 실력으론 아직까진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 이제 인정한다.   

나는 괴테를 잘 모른다. 고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파우스트>를 쓴 소설가라고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최근에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읽으면서 그 책이 괴테에게도 영향을 주었다는 말을 듣고 흥미를 느끼기도 했지만(에티카는 괴테의 세계관에 영향을 미친다. 파우스트는 범신론을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그는 스피노자를 이렇게 칭했다. “신에 취한 사람”이라고), 본격적으론 이번 <괴테와의 대화>를 읽으면서 잠깐 조사를 해 보았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니, 왜 늙은 괴테가 젊은 에커만에게 “결코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좌우되서는 안 되며, 자네 자신의 뜻에 따라야만 하네.”라고 했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 젊은 시절의 괴테 역시 다른 사람의 요구에 좌우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작은 공국 바이마르의 국정을 10년 동안 (원치 않게) 맡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 당시 괴테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써먹을 수는 없다.” 

그 이후 괴테는 도망치듯 떠나고, 오랜 친구들과도 멀어진다. 이후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전환점을 만들고, 실러를 비롯한 다른 독일 문학의 거장들과 교류하며 든든한 지원군을 얻는다. 괴테의 진짜 삶은 환갑부터 시작된다. 환갑을 맞이한 1809년부터 사망 때 까지 20년간 그의 창작력을 절정에 달한다. 소설 <파우스트>를 비롯한 기행문 <이탈리아 기행> 그리고 시집 <서동시집> 등은 모두 이 시기의 작품이다. 그래서 나는 또 이해한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던가!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것만 착실히 했더라면 백 권의 책이라도 썼을 텐데 말이야.” 괴테의 말은 분명 과거의 자신을 향한 것이었음을. 

자, 그렇다면 에커만과 괴테는 뒤로 하자.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무엇을 쓸 것인가. 나에게 내가 말하는 바는 이것이다. 긴 글을 쓰지 말자. 짧게, 일상을 기록하자. 그저 내 생각을 담은 글 하나만이라도 꾸준히 쓰자. 한 가지 관점에서 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쓰도록 노력하자. 다면적 관점을 스스로에게 요구하자. 하지만 그것에 함몰되어서 완벽주의적 성향을 드러내지는 말자. 그저 "모든 발걸음이 바로 목표가 되고 또 발걸음 그 자체로 간주”될 수 있도록 하자. 그 의지를 표현하자. 삶과 말 그리고 글이 일치되도록 하자. 나는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다. 아니, 그렇게 말한다. 오늘 현재를 표현하자.  


  1. 창실 2015.07.28 00:15 신고

    잘 읽었습니다. 많은 부분이 공감이 가네요

5월 18일 
요즘 뭐가 그리 바쁜지. 바쁜 것도 아닌데 바쁘다. 성찰일지가 밀린다. 정말 원치 않던 일인데 그렇게 되었다.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시간낭비하는 일도 없는데.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바쁘게 사는 것도 아니고. 뭔가 어중간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어중간함이 좋다. 그저 2015년 5월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좋다. 월요일에 나는 어깨 때문에 또 병원을 갔다. 다 나은 줄 알았다가 방심했다. 어제 무거운 걸 들다가 어깨를 다쳤다. 지금의 내 근육이 워낙에 상하기 좋게 되어있나보다. 짜증도 났고, 한편 이런 지경까지 돌보지 못했던 어깨에게 많이 미안했다. 그리고 나선 주정미 코치님과 질문에 관한 스터디를 했다. 이번 달 까지는 일단 각자 관심사항을 털어놓기로 해서, 자연스런 흐름에 따라서 대화를 이었다. 워낙 탐구하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다보니, 관심사에 따라 각자의 관점을 털어놓으며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요즘 이런 류의 대화가 작년보다 좀 더 많아졌는데, 대화 자체도 즐겁고, 대화 이후에도 많이 배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다. 그리곤 용마중 ‘나도 영체인지메이커’ 수업이 있었다. 세은쌤과 함께 한 수업이었는데, 지난 번에 비해서 더 좋아졌다. 아이들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미션 수행을 해오지 못한 상황에서 즉흥적이지만 꽤 잘 이끌었다고 자평한다. 나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으리라. 함께 하는 이유를 알아가고 있다. 저녁엔 불광으로 향했다. 서울 크리에이터 수업을 들으러. 치료하고, 이야기하고, 강의하고, 강의듣고 집으로 간다. 

5월 19일
토론 수업이 있는 화요일. 예전엔 그런 패턴들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많이 접하다 보니 패턴이 보인다. 한 가지 재미있는 부류가 있다. 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종종 보인다. 그런 아이들일 수록 발표도 잘 한다. 어떤 아이는 자꾸 나에게 자신이 적은 걸 보여준다. 어필하고 인정받고 싶은 게다. 장점은 적극적이다는 것. 단점도 적극적이다는 것이다. 적극적이어서 다른 친구들의 기회를 뺐는다. 그리고 승부욕도 다소 높다. 다른 친구들의 의견에 잘 호응하지 않는 경우도 봤다. 물론 나에겐 다들 이쁘다. 하지만 지나치게 내 눈치를 보는 아이들은 매력이 떨어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내 눈치 보지 않고 떳떳하게 자기 주장하는 아이들에게 더 눈길을 준다. 오후에 PXD에 갔다가 저녁에 오랜만에 여름이와 송비를 만났다. 2년에 걸쳐서 동화책을 만들고 있는 친구들. ㅋㅋㅋ. 헌데 앞서 오전과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여름이가 최근에 만난 남자 이야기다. 3번을 만났다고 한다. 헌데 왠지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왜 그런가 봤더니, 너무 자기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저 사람이 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걸 본인이 느껴버릴 때, 그는 더 이상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앞서 아이들의 경우도 그런 걸지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서로를 필요로 한다. 아마 그 남자도 여름이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 것이다. 그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 하지만 이것 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만큼 자신의 공간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우리에겐 그 사람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노력이 더불이 요구된다. 덧붙이자면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도. 자신의 공간이 없는 사람들은 타인의 공간에 의지하거나, 그게 안 되면 빼앗으려 한다. 자나치게 좋아하다가 그가 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뭔가 섭섭하면 완전히 돌아서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우린 다른 사람이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없다. 우린 오로지 우리가 될 수 있을 뿐이다. 그것 깨닫지 못하면 관계는 언제나 고통이고, 그걸 깨달으면 그 곳이 행복이다. 

5월 20일
지난 번에 이어, 연남동에서 모인 인디언 계모임. 5월 들어선 정말 많이 본다. 3번을 만났다. 이번 5월의 가장 인상깊은 공간을 하나 꼽으라면 연남동이 될 것이다. 내가 처음 연남동에 온게 5월 2일인데, 이번 달은 정말 연남동에 흠뻑 빠졌다. 나뿐만이 아니다. 다들 그런 것 같다. 무엇이 나를 이리로 이끌게 한 것일까. 연지원 선생님의 철학에 공감하는 것이 가장 클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많이 한 것이기도 하고. 내가 지향하는 것이 바로 이런 고유함에 있다. 생태계를 위해선 그것이 최선이다. 복제될 수 없는 수 많은 고유성들이 서로 간에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 어느 하나가 무너져도 다른 하나가 다시 언제든 생성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 그런 것을 온몸으로 배우는 5월이다. 오후엔 당산서중에 수업을 갔다. 이번 수업도 용마중 처럼 지난 번 보다 나아졌다. 아마 지난 번 수업이 나에겐 최악이었나 보다. ㅎㅎㅎ 수업을 잘 마치고 아내와 집에 왔다. 재원이 목욕을 시켰다. 헌데 이건 왠일. 욕조를 나르다가 느낌이 이상했다. 허리가 이상하다. 아프다. 투비컨티뉴드.

5월 21일
허리가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 태어나서 허리가 아파 본 경험은 거의 없는데 이상하게 아프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읍에 갈 때까진 괜찮았다. 역시 잠을 자고 났더니 괜찮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차에게 앉아 가는 동안 허리가 눌려서 그런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정읍에 내리자마자 허리가 많이 아팠다. 돌아오는 지금 생각하면 가까운 한의원이라고 갈껄. 오전엔 그런 생각도 못했다. 학교에 갈 때도 고생해서 갔다. 헌데 문제는 더 아파지는 것이다. 수업 시간 내내 나는 앉아있었다. 가끔 일어날 때마다 너무 아팠다. 원래 저녁에 돌아오면서 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하나도 하지 못했다. 책을 좀 보다가, 꾸벅 꾸벅 졸다가, 노래만 들었다. 그러다가 성찰일지를 쓴다. 몸이 아프니 섬세한 활동이 어렵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가야한다. 참 미련하다. 나는. 

5월 22일
금요일. 전날 허리가 아파서, 결국 아침에 병원을 갔다. 오후엔 뭐했더라. 다음 날 수업 준비한 거 이외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면, 몸이 안 좋으면 다른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다시금 세삼 느낀다. 참 미련하도다. 나는. 

5월 23일
5월 심톡있는 날! 이번에는 지난 번에 몇번에 걸쳐 진행된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를 다시 진행했다. 지난 번에 오후 4시간 정도에 걸쳐서 했는데, 충분히 다뤄진다는 느낌이 적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11시부터 6시까지 7시간 동안 해 보면 어떨까? 해서 개최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은 바로 황금연휴의 첫날이었다는 것. 그리고 결혼식도 많고, 날씨도 좋고, 암튼 워크샵을 열기에는 참 좋지 못한 시기였다는 것이다. 나에겐 이번 시간 말고는 별로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그랬는데 ㅠ 그래서 오기로 한 분들도 잘 오지 못하고, 심톡 역사상 최소 인원 5명과 함께 워크샵을 했다. 사실상 게스트는 2명이었던 셈. 나의 과욕이 불러온 참사다. 다음에는 좀 더 사람들의 스케쥴을 고려해야겠단 생각도 들면서, 그래도 일단 내가 시간 날 때 열어야지 라는 생각도 했다. 솔직히 나는 그런 인간이다. 워크샵은 적은 인원에 맞게 진행되었는데, 정말 시간가는지 모르게 진행되었다. 특히 오후부터 진행된 ‘6개의 인물 원형’과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에선 시간이 또 모자라게 느껴졌다. 하루 종일 했음에도 모자라다면, 이건 뭘까. 다음에는 어떻게 시간을 만들어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된다. 그리고 이번에 3번째 하는데, 다음에는 몇 가지 보완해야 할 것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기대기대. 
 
5월 24일

아내가 고대하던 일요일. 오전부터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한강으로 나갔다. 지난 번에 구입한 텐트를 치고, 안에서 도시락도 까먹고, 놀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매번 밖에만 나가면 조용히 잠을 잘 자주던 우리 재원이가 이날은 엄청 자주 울었다. 말은 못해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추측컨대 아마 다소 더웠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잠을 잘 못 잤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짜증이 많이 났을 것이다. 평소에 낮에 3-4시간을 자는 재원이가 오늘은 별로 자지 못했다. 날씨가 너무 덥다보니, 우리도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리고 재원이가 계속 우는 바람에 제대로 쉬지도 못할 것 같았고. 결국 장모님 댁으로 갔다. 가서도 재원이는 많이 보챘다. 나는 허리가 아프단 핑계로 푹 잠들었지만. 저녁에는 어머님이 해주신 닭도리탕을 먹고, 놀다가 집에 들어왔다. 아가랑 함께 할 땐 아무리 쉬워보이는 일도 생각처럼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하루였다.  


5월 11일
월요일. 그 동안 날씨도 좋고 연휴란 느낌이 있어서인지, 오랜만에 일하는 기분이다. 오늘은 오전에 더배움연구소 주정미 코치님과 미팅이 있었다. 앞으로 질문과 관련해서 개념도 정리해보고,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고, 나아가 책도 내보고 싶다는 전체 계획을 들었다. 관심사는 비슷하지만, 그 관심사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각은 꽤 다른 편이라 즐거울 것 같았다. 어차피 월요일 오후에는 수업이 있기 때문에 오전에 미리 만나서 한번 대화해보기로 했다. 나로선 다양한 형태로 공부해보고, 결과를 만들어보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것이 나로서 시작되든,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끌어지든 말이다. 오후에는 용마중 수업이었다. 이번 주 5달러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날이다. 끝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데, 많은 의문이 드는 수업이었다. 우선, 나로선 학생들이 스스로 해내길 원하고, 어렵게 미션을 줘도 그걸 잘 조율해나가면서 성장했음 하는 바램이 있다. 하지만 그걸 중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또한 든다. 세은쌤 피드백도 일리가 있었다. 중학생들은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나아가야 한다는 말.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혼란을 유도하고, 스스로 그것을 극복하느 과정도 지켜보고 싶었다. 뭐가 정답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해답은 나와있다. 나로선 좀 더 친절하게 해야 하고, 아마 세은쌤은 좀 더 덜 친절하게 관여해야 한다는 것.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되, 그 강점이 지나쳐서 교육 효과에 피해를 줘선 안 된다는 것. 나는 더 꼼꼼하고 친절해야 하고, 아마 세은쌤은 덜 꼼꼼하고 덜 친절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학생들은 더 균형잡힌 배움의 기회와 자립의 기회를 얻을 테니 말이다. 저녁에 디자인씽킹 교사 연구회 렛츠 디에서의 미팅도 즐거웠다. 아쉬움, 질문 그리고 성찰이 있는 하루였다. 

5월 12일 
비가 그친 화요일이다. 어제는 비가 왔는데 오늘 아침엔 그쳐 있었다. 비가 그친 날 아침의 공기는 참 좋다. 날씨가 꽤 쌀쌀해졌다. 오늘 오전엔 토론 수업이 있었다. 즐거웠다. 하지만 그것과는 반대로 막상 4시간 정도 수업을 하고 나면 생각보다 기가 빨린다. 수업이 끝나면 당분간은 아무 말도 하기 싫은 상태를 맞이한다. 나는 이걸 기가 빨렸기 때문에 그렇다 라고 스스로 평가하고. 그렇게 말하기 좋아하는 내가 말하지 않게 되는 경우는 별로 없기에. 오늘 토론 수업 중에 몇몇은 나에게 스승의 날이라고 편지도 써줬다.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 나는 몇번 수업하지도 않는데 잊지 않고 챙겨주다니. ㅠㅜ 수업을 마치고는 지난 주 pxd에서 프로토타이핑 한 결과를 테스트하기 위해 서강초등학교로 갔다. 초등학생들 1명 그리고 2명을 대상으로 지난 주에 만든 도구를 실험했다. 혼자 하는 친구는 깊이 생각할 수 있지만 다양한 생각들은 조금 떨어졌다. 그리고 함께 하는 친구들은 깊이 생각할 여유는 없었지만 꽤 다양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에 맞춰서 관찰했고, 간단히 인터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테스트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결과물도 꽤 의미있게 나오고 있어서 좋았다. 이번 달 안으로는 왠지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에는 심톡 준비 때문에 다시 종각으로 왔다. 종각에서 저녁이 미팅하고 집에 가면 벌써 화요일이 지나간다. 시간은 참 빠른데, 나는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잊지 말자. 

5월 13일.
오늘은 학습조직에 대한 학습조직, 인디언 계모임(가제)이 있는 날이다. 어찌보면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지만, 나에게 있어선 계속 관심있던 주제라 만남 자체가 좋았다. 홍대입구역 쪽 연남동에서 모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우리 집에서 가까워서 걸어갈 수 있기도 했고, 또 로컬에 대한 공부 장소로서도 적합하기 때문. 지난 번에 와우 로컬투어를 다녀와서 어느 정도 안내해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연남동은 참 이쁘다. 만나서 밥을 먹곤 주욱 카페에서 미팅을 했다. 근황도 나누고. 쨌든 다들 교육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멤버들이라 관심사나 고민거리가 비슷비슷했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서 경청하고 해결해 나가는 분위기가 좋았다. 아이디어도 중간 중간 표현하고. 허긴 그러고 보니 이 모임에서 가장 연장자는 나다. 심마니에서도 오랫 동안 내가 가장 연장자고. 나 별로 그런거 안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그렇게 되었다. 물론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슬프다. 내 나이가 벌써 서른 셋이라니. 예전에 서른 셋을 보면 진짜 아저씨라고 느껴졌는데 내가 벌써 그 나이라니. 늙기 싫다. ㅎㅎㅎ 그렇게 카페에서 한참을 대화를 나누고, 각자 헤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지는 모르지만, 나는 스스로를 한량이라고 생각한다. 이리 저리 강의나 하러 다니고, 책이나 읽고, 사람들 만나고. 그것 말고 하는 일이 없으니까. 오늘의 동선이나 일정만 봐도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꿈도 못 꿀 일정이 아닌가. 아직 더 게을러지지 못하고, 더 여유부리지 못 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한량. 그러면서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한량. 나도 참 이중적인 모습이다. ㅎㅎㅎ 미팅이 끝나고 나는 남아서 5월 원데이 심톡 공지를 했다. 자주, 그리고 꼭 하고 싶은 워크샵이지만 시간의 한계 때문에 거의 열지 못하는 수업이다. 개인적으로 진행할 때 가장 즐거운 경험이 되기도 하고. 이 워크샵이 사람들이 각자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아내와 저녁 시간을 함께 보냈다. 낼 정읍 가는 날이라 일찍 잤다. 

5월 14일 - 책 리뷰
어제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김정운 교수가 쓴 <남자의 물건>이란 책을 봤다. 요즘 스파노자 ‘에티카’랑 피터 센게 '제5경영' 같은 무거운 책만 보다 보니, 다소 가벼운 책을 읽고 싶어서 즉흥적으로 집어들었고, 빨리 읽었다. 1부와 2부가 나뉘어 있는 책인데, 솔직히 1부는 별로 임팩트는 없었다. 이미 ‘노는 만큼 성공한다’와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비롯한 책과 다양한 강연에서 전하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김정운 교수를 처음 접한 사람들에겐 재미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2부 남자들과의 인터뷰는 꽤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다. 이어령의 책상, 안성기의 스케치북, 문재인의 바둑판 등 한명 한명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물건에 대한 애착도 느껴보는 경험은 꽤나 즐거웠다. 나에게도 물어보았다. 내가 애착을 가진 물건은 무엇인지. 하나를 꼽을 순 없었다. 3개를 추려 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책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아니었다. 그건 바로 책상이었다. 우리 집엔 꽤 큰 책상 하나가 있다. 결혼 할 때 아내가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 뭐냐고 물었다. 보통 남자들은 축구를 보거나 게임을 하기 위해 TV를 큰걸 원한다고 하는데 나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TV는 필요없다고 말했고, 되려 크기는 내가 더 나서서 줄였다. 그 대신 나는 직접 공방에서 제작한 책상을 사달라고 했다. 그게 내가 원한 조건이었다. 기성 가구점에선 내가 원하는 사이즈는 살 수 없었다. 그렇게 얻게 된 우리 집 책상은 정말 크다. 한 6명이 함께 공부할 수 있을 정도다. 일상이 바쁘다 보니 나도 생각보다 그 책상 앞에 앉아있을 시간은 적다. 하지만 볼 때마다 기분이 탁 좋아진다. 아내 입장에선 방을 좁게 만드는 그 책상이밉상이겠지만  :) 두 번째로 수첩이다. 나는 10년전 부터 쓰던 수첩을 아직도 모아둔다. 2-3년 전부턴 그 역할을 에버노트가 거의 대신하기에 수첩에 끄적거리는 양은 확연히 줄었다. 하지만 그 애착은 아직 줄지 않았다. 재작년 이탈리아 놀러 갔을 때, 내가 가장 기뻤던 순간 중의 하나는 피렌체 가죽 공방에서 작고 이쁜 수첩 하나 샀을 때다. 다소 여성스런 취향이라는 거 나도 안다. 하지만 좋을 걸 어째. 마지막으론 역시 책이다. 나는 책을 사는 것에는 대범하다. 하지만 책을 나누어 주는 것에는 인색하다. 이 인색함이 나이가 들 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마 올해 안에 책을 대거 나누어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아직은 역시 주저주저한다. 내가 산 책에 대한 애착은 어지간한 편이다. 책을 하나 사서 좋은 문장에 줄을 치고, 가끔 들여다 보는 것. 그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 그게 나다. 한 권의 책 <남자의 물건>을 통해 내가 어디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성찰해 봤으니, 이번 책도 읽은 값은 잘 치른 것 같다. 내가 가진 욕망을 잘 들여다보고, 솔직해 지는 것. 그리고 표현하는 것. 그것은 한번에 되는 것이 아니다. 연습이 필요하다. 디테일이 필요하다.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에. 자기 자신을 발견해야 더 자연스럽게, 더 나답게 살 수 있기에. 이런 작업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나를 아는 것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5월 14일 - 수업 리뷰
오늘은 수업 리뷰로 바로 들어가자. 할 말이 많다. 3학년 수업. 내가 원하는 형태로 진행은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효율적이진 못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삶과 교육의 흐름이 일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관심사를 잘 관찰하고 있다가, 그것이 갈등의 소제가 되거나 다룰 수 있게 되었을 때 즉각적으로 수업에 반영하는 것. 그리하여 수업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고 삶이 더 나아지는 것.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삶의 기술들 (협동, 배려, 공감, 지식 등)을 배워가는 것. 그게 내가 원하는 이상적 수업 모습이다. 준비한 것만 진행하는 모습은 별로다. 3학년들에게 하나의 문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은서’다. 은서는 다른 친구과 조금 다르다. 인지적으로 아주 떨어지는 것은 아닌데, 어쨌든 수업에 집중하진 못한다. 그리고 본인이 좋아하는 활동은 엄청나게 집착하지만 나머지는 아예 하려하지 않는다. 선생님들에게 달라 붙어서 징징대는 경우도 많고. 아이들이 계속 받아주기에 어려웠나 보다. 오늘도 아이들은 역정을 내면서 은서에게 화를 넀다. 은서는 결국 교실을 나갔고, 나는 토의를 시작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다보니 왜 화내는 지는 알것 같았다. 듣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결론이 쉽게 나진 않았다. 은서에게도 다짐을 받긴 했지만, 그것이 효과적일지는 모르겠다. 난이도 중의 수업이었다. 4학년 수업.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한번도 내 의도대로 완벽히 진행해 본 적이 없는 극강의 4학년들. 오늘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줬다. 조편성을 다시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이들은 또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 사이에 몇몇은 서로 다투다가 울고 말았다. 너무나 예측하지 못하는 타이밍에 눈물들이 나와서 놀랄 때가 많다. 감정에 예민한 민성이, 과격한 철원이, 흐물거리는 성재, 까부는 이안, 한 고집하는 설희와 무교. ㅎㅎㅎ 이 어벤져스급 4학년들은 나에게 큰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그나마 희망을 찾는 다면 처음보단 쬐끄음 나아지고 있다는 것? 그래도 내 말을 듣긴 한다는 것? 정도다. 다음 주에 조편성 마무리 지을 예정. 5-6학년. 이들은 철이 들었다. 말이 통한다. 그래서 제대로 진도를 나갈 수 있다. 거의 유일하게. ㅎㅎ 지난 주 까진 관계를 중심으로 다뤘다면 이제부턴 창의성, 상상력을 다루고자 했다. 준비한 수업 내용에 한 가지는 즉흥적으로 했다. 그 질문은 바로 ‘어떻게 해야 우린 가장 창의적이 되는가?’라는 것. 스스로 의견을 내고 종합해서 발표하게 했는데, 꽤 훌륭한 발표였다. 요녀석들 덕분에 그래도 밥값은 했음을 위안을 삼으며 서울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음에 참 좋다. 

5월 15일
오늘은 스승의 날. 나중에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을까. 언제나 반성이 되는 날이다. 오늘은 와우 스토리 연구소를 이끌어가시는 연지원 선생님께 감사함을 전했다. 그리고 이번 주 독서축제인 <강점에 집중하라>를 옮겨적고, 생각들을 적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요즘 들어 이런 저런 생각을 적는 기회가 많다. 성찰일지도 꾸준히 쓰다보니 좋고, 매주 목요일마다 하나의 글을 쓰고 싶은 마음도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다. 그렇게 단절적인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그래도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매월 2권의 책을 읽고 쓰는 독서축제를 하면서도 글을 많이 쓰게 되고. 글을 어느 정도 쓰다 보니 이제 고민은 자연스럽게 퀄리티로 향하게 된다. 그런 걱정도 한다. 너무 양에 치우친 글을 쓰는 건 아닐까? 이젠 질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자연스런 고민이리라. 양질변환의 법칙이 있는데, 나는 글쓰기에서도 그 법칙이 적용되리라 믿는다. 일단 쓰고, 쓰자. 창조적 자아가 활동하게 하자. 그래야 나중에 비판적 자아가 할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5월 16일
오늘은 오전에 재원이 50일 앨범은 가지러 갔다. 50일 앨범을 펼쳐보는데 얼마나 웃기던지. 볼살이 아주 두툼한 것이 아기 불독같은 느낌. 내 아들이라 그런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너무 귀여웠다. ㅋㅋ 토욜 오후엔 삼성크리에이티브멤버십 수업이 있다. 벌써 6번째 수업. 그 전에 잠깐 시간을 내서 어제 하던 <독서축제>를 마무리했다. 시간을 꽤 쓰는 작업이지만, 그래도 하고 나면 기쁨이 크다. 다행히 잘 마무리하고, 오후에 멘토링을 진행했다. 이번 주 주제는 <나의 빛나는 순간>이다. 한 멘토님이 자신의 지인들에게 <당신의 빛나는 순간은 언제였나요?>라는 질문을 던져서 그 사진들을 모아왔다. 브라질에 3년 정도 체류하셨을 때 만든 인맥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 인맥에 일단 놀랐고, 두 번째 놀란건 ‘공통성’이었다. 각자 사진은 달랐지만, 그 사진들이 함의하는 가치는 다들 비슷했다. 빛나는 순간이란 무엇일까. 그 사진들은 가족, 관계, 성취, 꿈, 몰입, 휴식 등 다양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특히 인상깊은 사진이 있었다. 생태지향적 건축가가 자신의 집을 지었다. 헌데 그 집 안에 바닷물이 흘러서 다시 바다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흐름이 있고, 다이빙할 수 있는 풀이 있었다. 그 풀에서 자신의 아들이 다이빙하려는 직전의 모습. 그 사진이 나에게 큰 공감을 선사했다. 2가지 만족이 있었다. ‘내 생각을 반영한 결과물’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결과물로 행복감을 누리는 것’ 정말 어마어마한 만족이 아닐까. 나도 그런 유산을 남기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만든 결과물로 더 기뻐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걸로 인생은 끝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시간이어야 하는데, 되려 나에게 꽤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좋았다. 

5월 17일

일요일. 매주 일요일은 집안일과의 전쟁이다. 아니 전쟁이 아니지, 전쟁을 피하기 위한 필연적 부산함이라고 할까. 어쨌든 일요일은 바쁘다. 일요일 오전이 충분히 바빠야 나머지 주말 및 한주가 편안하다. 그래서 오늘도 역시 청소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전이 다 지나갔다. 주말에는 재원이와 함께 노는 시간이 많다. 많이 보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물론 아내에겐 성이 차지 않겠지만. 이번 주 일요일 오후에는 합정역으로 놀러갔다. 밥을 먹고, 메세나 폴리스를 조금 구경하다가 집으로 왔다. 사람들이 많더라. 특히 우리 또래들 (아기를 대리고 다니는 젊은 부부들)이 많아서, 우리가 참 베이비붐 세대구나! 라는 세삼 놀라울 것도 없는 인식을 다시금 했다. 장모집 집에 가선 복면가왕을 봤다. K팝 스타 이후에 보는 TV프로그램이 하나도 없었는데, 유일하게 다시 보게 된 프로그램이다. 얼굴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이리도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라니.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존 롤스의 ‘무지의 장막’을 떠올렸다. 무지의 장막이란 이런 것이다. 개인이 원초적 입장에 서서 자신의 개인적 특성이나 사회적 지위 등을 모른다고 가정하는 것. 뭐 굳이 연결하자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무지의 장막 뒤에서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분별하는 것. 나는 기회의 균등에 있어서 이 사유실험은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저런 생각을 이리저리 굴려보았던 시간이다. 


벌써 5월이다. 다음 달이 지나면 벌써 올해도 반이 지나간다. 바쁘게 지나가고 있지만,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잘 걸어가고 있는 것인지, 그런 의구심도 함께 커진다. 바쁘게 걸어가다가도 잠시 멈춰서 뒤를 돌아보기. 두 가지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교육 일정을 올리면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지난 4월을 잠깐 돌아보자. 지난 4월에 가장 중점을 두기로 했던 것은 바로, 블로그다. 기존 네이버에 있는 심마니스쿨 관련 컨텐츠를 티스토리로 옮기는 작업을 하려고 했다. 그리고 수업에 대한 내용도 올리고, 강의안과 사례들고 공유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그 이유로, 제법 빡빡한 강의일정도 있을 것이고,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핑계에 불과하지만. 


5월은 4월에 비해서 강의가 다소 줄었다. 하지만, 일정의 바쁨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글을 늦게 작성하는 이유도, 5월 초는 가정의 달이라 가족에게 좀 더 충실했던 까닭이고, 이후 후반기 일정은 강의와 PXD프로젝트로 시간에 쫓긴다. 월요일과 금요일에 진행하던 강의가 끝났지만, 그 시간을 PXD에서 하려고 하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디자인씽킹 툴'을 만드는 것으로 채웠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더 없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많지만 만남은 6월로 조금 미뤄야 할 것 같다. 


5월의 랜드마크를 세운다면, 강의의 발전(요즘 들어서 강의는 다소 슬럼프다. 내가 진행하지만 스스로 만족이 낮다. 깊이와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음을 느낀다.) PXD 프로젝트 그리고 자아의 신화 워크샵이 될 것 같다. 블로그 옮기기는 6월로 다시 미뤄야 할 것 같다. 그나마 꾸준히 일상의 성찰과 이런 저런 육아에 관한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 작은 성취감을 준다. 조급하지 말자. 중요한 일에 집중하자. 2015년 5월 강연일정은 다음과 같다. 


1. 

 언제

무엇을  

어디서 누구와

 5월 2일

 별꿈별일 5차시  

 삼성크리에이티브멤버십 (유스반 20명) 3시간

 5월 6일 

 당산서중 디자인씽킹 수업 3차시

 서울 당산서중학교 (2-3학년 20명) 2시간 

 5월 7일 

 창의인성 수업 10차시 

 정읍 칠보초등학교 (3-6학년 40명) 4시간

 5월 11일

 용마중 디자인씽킹 수업 4차시

 서울 용마중학교 (1-2학년 20명) 2시간

 5월 12일

 검단초 비경쟁 독서 토론 4차시

 성남 검단초등학교 (4학년) 3시간

 5월 14일

 창의인성 수업 11차시 

 정읍 칠보초등학교 (3-6학년 40명) 4시간

 5월 16일

 별꿈별일 5차시  

 삼성크리에이티브멤버십 (유스반 20명) 3시간

 5월 18일 

 용마중 디자인씽킹 수업 5차시

 서울 용마중학교 (1-2학년 20명) 2시간

 5월 19일 

 검단초 비경쟁 독서 토론 4차시

 성남 검단초등학교 (4학년) 3시간


2.

 언제

무엇을  

어디서 누구와

 5월 20일

 당산서중 디자인씽킹 수업 4차시

 서울 당산서중학교 (2-3학년 20명) 2시간 

 5월 21일

 창의인성 수업 12차시 

 정읍 칠보초등학교 (3-6학년 40명) 4시간

 5월 23일

 원데이 심톡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합정 허그인 (인원 미정) 7시간

 5월 26일

 검단초 비경쟁 독서 토론 5차시

 성남 검단초등학교 (4학년) 3시간

 5월 27일

 당산서중 디자인씽킹 수업 5차시

 서울 당산서중학교 (2-3학년 20명) 2시간 

 5월 28일

 창의인성 수업 13차시 

 정읍 칠보초등학교 (3-6학년 40명) 4시간

 5월 29일

 대호초 독서토론 교사연수

 오산 대호초등학교 (인원미정) 2시간

 5월 30일

 별꿈별일 6차시

 삼성크리에이티브멤버십 (유스반 20명) 3시간


 

 



백일 동안 3배가 늘어난 몸무게
지난 5월 1일은 재원이 백일이었다. 내가 참으로 무지하다. 돌을 챙기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기 백일을 챙기는지는 몰랐다. 내가 잘 몰랐다는 사실은 비밀이다. 아내도 내가 이런 줄 몰랐을 것이다. 쪽 팔려서 밝히지 않았으니까. 나는 보통 애인을 사귀거나 할 때나 백일을 챙기는 걸로만 알았다. 이렇게 무지몽매한 나를 데리고 사는 아내가 조금 안타깝지만, 쨌든 백일은 잘 치뤘다. 내가 백일 때 찍은 사진과 비교해 보면 똑같은 모습이라 다들 놀란다. 유전자 깡패라는 얘기도 들었다. ㅋㅋ 지금 재원이는 꽤 몸이 커졌다. 태어날 때 2.3kg이었던 몸무게가 단 100일 사이에 3배가 들었다. 지금은 7.5kg정도가 되었다. 사실 나는 예전에도 생명과 인체에 대한 경외심은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가까이서 한 생명이 자라나는 것을 보면서는 어마어마하게 놀라고 감탄하고 있다. 그렇게 재원이는 '먹고자고 먹고자고' 하는 사이에 팔과 다리가 쑥쑥 자랐다. 이젠 안을 때도 꽤나 무거워서 허리를 조심해야 한다. 잘못 들다가는 삐긋하기 쉽상이다. 아기가 자라는 것만 놀라운 일이 아니다. 더 놀라운 것은 엄마의 변화다. 난 정말 신기했다. 아기가 출산하는 순간부터 엄마의 몸은 육아에 맞춰서 재탄생한다는 것이 말이다. 출산 전 커다랗게 부풀어 있던 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가슴에선 아가에게 공급할 모유가 나오며, 가냘픈 아가씨는 사라지고 아이를 보듬은 강인한 엄마가 출현한다는 것. 그렇게 몸의 시스템이 180도 바뀌는 것이 신기해서 눈으로 보면서도 놀랐고, 아내와도 함께 몇번이나 새삼 감탄했었다. 생명의 신비는 지식으로는 경험될 수 없는 것이었다. 




재원이 최초의 놀이는 거울 놀이
요즘 재원이가 빠진 놀이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거울 보기’다. 물론 아직 스스로 기어가서 거울을 보진 못 한다. 방법은 이렇다. 아내나 내가 아가를 안고 거울 앞에 선다. 그리고 활짝 웃는다. 그럼 재원이는 거울을 보다가 우리를 보는 건지, 자기 자신을 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캬르르 웃는다. 아기의 웃음은 정말 글이나 그림, 어떤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지만. 암튼 엄청나게 귀엽게 웃는다. 종종 좀 웃다가 부끄럽다는 듯 아내의 가슴팍으로 얼굴을 돌리기도 한다. 그것도 무지 귀엽다. 다시 거울을 보여주면 또 활짝 웃고 고개를 돌리기를 반복한다. 나는 이걸 재원이가 처음으로 논다고 믿는다. 놀이란 무엇일까.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놀이에서의 핵심은 바로 ‘반응’일 것이다. 상대가 숨었을 때 나는 찾는다. 상대가 도망가면 나는 잡는다. 놀이에는 언제나 상대와 내가 벌이는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그 상호작용을 아가와 함께 배우는 듯 하다. 우리가 웃으면 재원이는 따라서 웃고, 그렇게 웃는 자신을 보면서 또 웃는다. 비슷한 시기에 부쩍 발달한 것이 ‘옹알이’다. 요즘은 뭔가 말을 하고 싶다는 듯 ‘옹알옹알’ 거린다. 아기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옹알이를 그냥 우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가까이서 관찰하는 부모들은 아이가 우는 것인지, 옹알이 하는 것인지 확실히 구분한다. 분명한 것은 옹알이 할 때는 혀나 입을 요리조리 바꿔간다는 것이다. 그걸 보는게 참 재미있다. 함께 맞장구를 쳐주면서 놀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이러다가 ‘엄마!’라고 분명히 외치면 얼마나 신기할까. 존재에 대한 반응이 존재를 완성시킨다는 그런 느낌이다. 

마더 쇼크 그리고 파더 쇼크
EBS 다큐는 꽤 유익하면서 재미있다. 예능이나 드라마에 비해,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는 사람이 잘 없다는 것 쯤은 나도 안다. 하지만, 나름 다큐 매니아로서 몇 가지 다큐는 꼭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 중 하나의 시리즈가 ‘마더 쇼크’ 그리고 ‘파더 쇼크’다. 원래 마더 쇼크가 먼저 나왔는데, 그 인기에 힘입어서 다음 시리즈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그 파더쇼크에서 한 개념이 나에게 꽤 인상 깊게 남아 있다. 그것은 바로 <안정애착>과 <불안정애착>이다. 자신의 자녀와 갓난 아기 때부터 놀아주고, 안아 준 아빠는 <안정애착>이 형성된다. 아이는 한 공간에 아빠와 단 둘이 있어도 불안해 하지 않는다. 하지만 바쁜 일 때문에 잘 놀아주지도, 안아주지도 못한 아빠는 <불안정애착>이 형성된다. 아기들은 그러한 아빠와 있을 때 정서적으로 불안해하고 훨씬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렇게 아빠와의 부정적 애착관계는 청소년 비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되어 진다. 이것이 비단 청소년 시기의 문제 뿐이겠는가? 인생 전반에 걸쳐서 태어나서 3년, 길게는 7년 간의 경험은 그 만큼 결정적이다. 나 역시 아내에게 육아를 거의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가급적 내가 할 수 있는 한은 아이와 많이 놀어주려고, 안아주려고 한다. 육아는 아웃소싱 되어선 안 되기에. 




아이들은 그들이 배울 준비가 됐을 때 배운다.
혁신이론의 창시자로 유명한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책이 있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책은 아니지만, 정말 보석같은 책이다. 강추하는 책. 그 책에는 대략 이런 단락이 나온다. "아이들은 우리가 가르칠 준비가 됐을 때가 아니라 그들이 배울 준비가 됐을 때 배운다. 아이들이 배울 준비가 됐을 때 부모가 그들 곁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당신의 아웃소싱 때문에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이 아이들 곁에 있게 되었다. 당신의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우선순위와 가치를 얻는다면, 그들은 누구의 아이인가? 핵심은 이것이다. 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기 시작하는 순간,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를 아이들이 개발하게 도와줄 소중한 기회를 점점 더 잃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반복하자. 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기 시작하는 순간, 우린 소중한 가치를 전해줄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여기선 분명, 결정이 필요하다. 다들 바쁘다는 거 안다. 하지만 결정해야 한다. 나는 내 가치관이 꼭 옳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민하자는 것이다. 더 나은 부모의 역할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일을 위한 삶이 아니라 삶을 위한 일이 되기 위해서. 나의 선택은 ‘균형’이다. 일을 놓치진 않으려 하지만 최대한의 시간은 아이의 곁에 있으려고 한다. 지난 백일이 그러했고, 앞으로의 몇년도 그러할 것이다. 외부적 활동에 목마른 것도 사실이나, 지금의 나는 아이와의 교감에 더 목말라 있으니 말이다. 아이가 반짝거리는 순간에 함께 하고 싶고, 그렇게 연결되고 싶다. 


4월 20일
오늘은 월요일. 자유학교 수업이 있는 날이다. 프로젝트는 결국 2개로 확정되었다. 하나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자전거 이용자가 즐겁게 라이딩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을까?” 두번째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학교 앞 쓰레기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데, 모쪼록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처음에 ACT와 ACTION을 구분했다. ACT란 돌파구를 만들기 위한 진짜 행동, ACTION란 하는 척 하는 행동이다. 이것을 구분할 수 있는 건 자기자신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그냥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 하기 위해서 할 수도 있고, 진짜 조금이라도 진심으로 변화를 만들기 위해 움직일 수도 있단 뜻이다. 사실 그렇다. 나는 체인지메이커가 되기 위한 교육을 하고 싶다. 체인지메이커인척 하는 교육은 하고 싶지 않다. 변화를 만드는 것이 그 자체로 목적이었으면 좋겠다. 변화를 만드는 것이 나의 진로에 도움이 되거나, 내 스팩을 쌓기 위해서, 혹은 선생님에게 덜 미안하기 위해서 하는 거라면 안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이 메시지가 꼭 전달 되었으면 좋겠다.

4월 21일
오늘은 토론 수업이 있는 날. 요즘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 정신이 딴데 팔려있나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게 아닌데 또 나쁜 습관이 고개를 든다. 더 잘하자. 성찰로는 변화를 이끌지 못한다.성찰 뒤에 오는 실천. 그것이 변화를 이끈다.  이 글은 내가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쓰는 글이 아니다. 내가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내가 더 나답게 살기 위해 쓰는 글이다. 실천이 없다면 이 글은 그냥 쓰레기다. 반복하고 싶지 않으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4월 22일
오늘 오전부턴 VTON멤버들 지현쌤과 한수쌤과 미팅했다. 정말 다양한 주제가 오고 갔다. 최근에 내가 가진 이슈들도 자연스래 나왔다. 키워드만 뽑아 본다면, 회복력, 커뮤니티, 학습조직, 온전함의 회복 등이었고, 책으로는 학교 없는 사회, 학습하는 조직, 폭력이란 무엇인가, 호모 코뮤니타스 등이 언급되었다. 3시간 정도의 대화 나눔이었지만, 밀도가 높았다. 배움이 별거인가. 이런게 배우는게 아닐까. 대화를 나누던 중에 내가 이렇게 말했다. “뭘 하기 위해서 모이는 것이 아니라, 모여서 뭘 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맞다. 그냥 모이는 것이 좋다. 꼭 목적을 가져서 모이는 것 보단, 그냥 모여서 뭘 할까를 함께 정하고 가는 것. 그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다. 학습 조직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해서, 내년에는 꼭 시도하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영역이니. 오랜만에 환기도 했고, 일도 했다.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4월 23일
요즘 내 생각의 흐름을 가속화주는 책도 읽고, 변화를 주는 책도 많이 읽게 된다. 가속화하는 책들은 예를 들면 고민하는 힘, 희망의 인문학,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 호모 코뮤니타스 등이 있다. 내가 추구하는 생각을 이미 이뤄가는 사람들의 사례이고, 그로 인해 얻는 것이 많다. 하지만 변화를 주는 책들도 있다. 슬라보예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 그러하다. <폭력이란 무엇인가>는 생각만 해도 너무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다음에 다루기로 하자. 오늘 오전에는 <읽지 않은 책..>을 옮겨적었다. 이 책은 독서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인 나에겐 낯설고 불편할 수도 있는 책이다. “책 읽는 거? 그거 정말 중요해?”라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의 나는 저자의 생각에 거의 동의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맥락이다. 독서가 중요하다 아니다가 아니라, ‘지나친 독서에의 맹신’이 주는 폐악을 보자는 것이다. 결론은 단순하다. ‘네 생각을 말하라.’ 책을 읽고 안 읽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되려 독서에 대한 지나친 맹신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거나 성찰할 시간을 빼앗아버리게 된다. 이러한 관점으론 최근 최진석 교수가 쓴 책 <인간의 그리는 무늬>도 비슷하다. 이 책을 본 것은 아니자만, 저자의 강연을 듣고, 인터뷰를 듣고, 책의 리뷰를 보고 내린 나의 판단이다. 나도 읽지 않은 책에 말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하. ‘나는 이 정도 책을 봤으니 이 정도야’라는 생각. 그건 하나도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지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가? 자기 생각을 얼마나 말했는가? 그것이 본질이다. 우리는 모두 수용자가 아닌 생산자, 소비자가 아닌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 이 말을 기억하라. 책은 읽는 사람의 생각음 움직일 수 있고, 동시에 그가 가진 가장 독창적인 부분으로부터 그를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 나도 앞으로 기죽지 않으련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당당히 말하련다. 틀리면 뭐 어때. 

4월 24일
올해 들어서 일기 쓰는 일을 거의 빼먹지 않았는데, 이번에 거의 처음으로 3일이 밀렸다. 그 이유는 와우 엠티 때문이리라. 그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금요일 일기를 적지 못한 건 내 불찰이다. 금요일에 무슨 일이 있었더라. 되돌아보자. 그래 금요일에 자유학교 발표가 있었다. 아이들의 마지막 발표였지. 나름 잘 해주었다. 금요일 오후에는 병원을 갔다. 오른쪽 어깨가 자주 아파서 정형외과를 갔는데, 근막통증이라고 하더라. 금요일엔 왼쪽 어깨도 치료받았다. 의사가 말하길, 아무리 이렇게 치료받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아침에 일어나서 체조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체조하는 습관. 이젠 더 이상 늦어질 수 없다. 피터 드러커는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건강을 중요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정작 본인은 하루에 1시간은 꾸준히 수영을 했다고 하니,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내가 드러커보다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닐텐데. 체조를 빼먹는 일은 없도록 하자. 

4월 25일-26일 (엠티 후기)
오늘은 와우 엠티를 가는 날. 엠티의 행선지는 바로,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안동이다. 이 엠티를 가기 위해 아내의 엄청난 배려가 필요했다. 무려 1박 2일의 일정이었기에. 아기가 배가 조금 아픈 상황이기도 했고, 떠나는 나도 마음은 다소 무거웠다. 쨌든, 아침 일찍 서둘러서 떠났다. 서울팀은 8시반, 양재역에 모여서 출발했다. 오랜만에 보아서 더욱 반가웠다. 아름다운 덕평 휴게소를 지나 나는 지명(형)님 차로 옮겨 탔다. 이번 엠티에서 누구보다 이야기를 많이 한 게 지명(형)님이 아닐까 싶다. 안동으로 가는 길, 거의 대서사시이자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지명(형)님의 인생을 들었고, 나도 내 삶을 나누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들 한번 들어보시길 강추한다. (ㅎㅎㅎ) 시간 가는지 모르고 수다를 떨다보니 이내 도착한 곳은 하회마을이었다. 하회마을은 워낙 유명한 곳인데, 팀장님의 설명을 들어보니 강이 돌아서 나간다고 해서 하회란 이름이 붙었단다. 아무것도 모르고 좋다고 돌아다니는 내가 부끄럽다. (ㅎㅎㅎ) 도착 후 가장 먼저 먹은 건 안동찜닭. 워낙 식도락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지만, 왜 안동찜닭이 여기서 유명해졌는지는 궁금했다. 나름 검색해보니 1970년도 부터 유명해졌다고. 아주 과거 (조선시대) 부터 유명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맛은 너무 좋았다. 달콤달콤. 그 이후엔 화천서원을 들려서 서원과 서당(정사)를 구분하는 법을 배우고, 부영대를 올라갔다. 

부영대에서 내려다 본 하회마을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정말 완벽한 그림. 산은 보기에 딱 좋을 만큼 높았고, 하늘은 구름 한점 없었고, 마을을 둘러싸고 흐르는 낙동강은 반짝 반짝. 그리고 그 사이에 소복히 내려앉은 듯한 마을은 이 그림의 정점이었다. 놀라운 경치였다. 다들 놀라운 광경에 사진을 찍느라 정신 없었다. 그리고 나는 예전에 로마에서 본 포로로마노가 문득 떠올랐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하나 정하라고 하면 나는 포로로마노를 꼽는다. 그 이유는 건축물이 웅장해서도 (콜로세움이 더 웅장하다), 주위 풍경이 더 멋져서도 (베니스가 풍경은 낫다) 아니다. 그 이유는 포로로마노에선 내가 ‘그 때 그 시절’을 그려보았기 때문이다. 수 많은 로마인들이 광장에 모여 토론하는 모습, 물건을 파는 모습, 걸어다니는 모습. 그런 모습이 총체적으로 떠올라서 일 것이다. 하회마을이 한 눈에 들어왔을 때도 슬쩍 스쳐지나갔다. 공부하는 조선의 선비들과 밥을 짓기 위해 부산스런 아낙내들. 강으로 물자를 나르던 상인들과 뱃사공들. 옆 마을과 교류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그걸 상상하는게 좋았다. 광땡들과 사진을 찍고, 잠깐 머문 뒤, 내려왔다.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도 많은 것을 배웠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 5대 서원이 무엇인지. 18대 현인은 누구인지 등등. 내가 남명 조식 선생을 비롯한 몇몇 유학자들은 왜 5대 서원에 들어가지 않냐는 질문도 했고, 팀장님이 잘 답변도 해 주셨다.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는 것. 내려오는 길에도 많은 생각을 했는데, 어서 이 빈칸들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런 게 자연스런 공부가 아닐까.

부영대에서 내려와선 옥면선사에 들렸다. 류성룡 선생님이 내려와서 ‘징비록’을 지은 곳. (기억이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다.) 하회 마을이 더 가까이 보이는 곳이었는데 이런 곳에서 공부가 잘 될까. 싶긴 했다. 아마 풍류를 즐기느라 더 바쁘셨을 지도. 이후에 자리를 옮긴 곳은 병산서원이다. 가는 길도 너무 이뻤지만, 도착해선 더 놀랐다. 어마어마한 병풍들. 그 앞을 흐르는 강. 그리고 그것들과 한치의 어긋남 없이 자리잡은 병산서원. 병산서원의 툇마루에서 내려다 보는 산수의 모습은 하회마을을 능가하는 절경이었다. 내가 기존에 한국 땅을 많이 보지 않은 이유가 더 크겠지만, 이번 여행에서 얻은 중요한 나의 시야는 바로 ‘산과 물’이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렇게 산과 물이 잘 어울어지는 땅이었나? 안동이 유독 그런 것인가, 내가 너무 돌아다니지 않은 탓인가, 그것도 아니면 내가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한 것인가. 지금까지 이런 것을 잘 알지 못했기에 조금은 후회스러웠고, 더욱 놀라웠다. 서원을 둘러보고 나선 강가로 나아갔다. 잔잔한 강을 보면 생각하는 놀이가 있지. 돌을 던져 통통 튕기는 전설의 그 놀이! 물수제비. 거의 초등학교 때, 아니 중학교 때 까진 했던거 같은데 그 이후론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돌맹이를 손에 쥐고 던져봤다. 잘 안 되더라. 물과 돌, 그리고 사람의 힘이 적절해야 잘 되는데 우리에게 그리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오기로 몇번 더 튕기긴 했지만 망신만 당하고 말았다. 1등은 팀장님이 튕긴 5개. 나는 3개인가 4개인가. 암튼 재미있었다. 그거 조금 운동했다고 담날 어깨가 약간 아프긴 하더라 ㅋㅋ 물가에서 놀고, 사진도 찍다가 자리를 옮겼다. 월영교로 가는 길이 꽤 멀었기에 서둘렀다. 

월영교에 도착해선 헛제삿밥을 맛있게 먹고 (내가 지금껏 먹는 탕국 중에 베스트였다. 제사 음식 답게 반찬이 차서 좀 아쉬웠지만) 월영교에서 산책을 즐겁게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물 위에 비친 달이 참 멋진 곳이었다. 안동에 관광하러 온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도 많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길었지만, 차에 탄 영남 누님과 연주르와의 수다로 즐겁게 올 수 있었다. 숙소인 온계 종택도 멋졌지만, 차에서 내렸을 때 별빛이 더욱 멋졌다. 얼마만에 보는 밤 하늘인지. 팀장님이 아프셔서 이후엔 참석하지 못하셨지만, 다들 그래도 즐겁게 와인과 다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비록 나는 술은 잘 못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즐겁고 편안했다. 다음 날 일어나서 주위를 산책하려고 하는데 진경이가 벌써 부지런히 나와있었다. 함께 집 근처를 돌아봤다. 옆집의 할머니가 따뜻한 고구마를 건내시며 하나 먹어보라고 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ㅠㅜ 이런 시골 인정 정말 어쩔꺼야 ㅠ  이후 궁금했던 것들을 부지런히 물어봤다. 저건 무슨 밭이에요? 여긴 왜 소나무가 많아요? 할머니는 뭐 키우세요? 저건 무슨 나무에요? 무슨 꽃이에요? 등등 할머니는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셨다. 넘 감사한 할머니를 만나서 산책길이 충만했다. 이후 팀장님과 지명형님도 산책 나오셨기에 건강을 여쭙고 퇴계태실에 들렀다가 왔다. 이후 아침을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여기 와서 장난아니게 살찔 듯. 오전에 집주인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듣고, 단체 사진도 찍고, 집을 나섰다. 다음 코스는 농암종택.

농암 종택에 가는 길은 정말이지. 절경이었다. 굽이 굽이 자동차 길을 따라서 강이 흐르고, 그 뒤로는 산과 절벽이 가득한. 이런 코스를 걸어다니면 백정도 저절로 선비가 되겠더라. 농암종택은 내가 방문 했던 국내 여행지 중에서도 손 꼽히는 곳이었다. 정말 자연과 잘 어우러졌다. 여행을 마치고도 어제 들린 병산서원과 농암종택을 난 최고로 쳤다. 그 만큼 종택에서 머물 때의 감명이 깊었다. 그리고 하나 느낀 건 내가 원래 자연에 반응하는 사람이 아니었던거 같은데 나이가 들 수록 자연이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 자주 접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 그런 변화도 느낄 수 있었다. 사진도 찍고, 대화도 나누고, 쿠사리도 먹고 (강각이었나. ㅋㅋ 나가세요 당장 나가세요 ㅋㅋ) 재미있었다. 언젠가 한번 꼭 따로 와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자고 싶단 생각을 했다. 아버지, 어머니, 아내, 재원이와 함께 꼭 한번 와야지. 이후 점심으로 간고등어랑 더덕무침을 먹었는데 그것도 꿀맛이었다. 도산서원에 도착해선 공사 중이라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오래 된 느티나무들이 인상적인 곳이었고, 무엇보다 스승의 뜻을 소중하게 여기고자 하는 제자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더 애틋한 곳이었다. 도산서원 앞으로 내려다 보는 강물의 반짝거림이 아직도 머릿 속에 남아 있다. 

돌아가는 길. 나는 로디우스 뒤에 짐들과 함께 큰 짐이 되었다. 처음엔 많이 불편했는데, 그래도 적응하니 좀 괜찮았다. 하지만 대화하기 적합한 자세는 아니어서 그냥 혼자 책도 보고, 졸기도 하고, 광땡들 이야기도 훔쳐 듣고 하면서 왔다. 다들 맨 뒤에 있는 날 걱정해 주셔서 감사했다. 어쩌면 이 상황 때문에 그날 아침에 잘 생겼다고 띄어준 것은 아닐까? 이 모든게 큰 계획의 일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은 그 당시 하지 못했다. 지금 글을 쓰면서 한다. (ㅋㅋㅋ) 농담이다. 쨌든, 돌아오는 길은 아무래도 마음이 급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나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지명(형)님이 더 걱정 되었지만) 최대한 빨리 가겠다고 말했기에 지켜야 했고. 국수역에서 급하게 내리는 바람에 한명 한명 인사도 제대로 못 했다. 미안하게도. 그래도 유진 누님과 함께 타서 좋았고, 지하철에서도 내내 이야기하고 놀았다. 이틀 내내 행복하게 잘 놀다 가는 느낌이다. 도산서원에서 리뷰할 때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원래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이번 여행은 나에게 혼자하는 여행의 즐거움 (여유로운 시간, 산책)과 함께하는 여행의 즐거움(친밀감, 대화, 배려)을 둘 다 맛본 여행이라 더 좋았다고. 정말 그랬다. 애써주신 팀장님을 비롯한 모든 광땡들에게 감사함을 깊이 전하며 이만 총총. 


4월 13일
오늘은 엄청난 거리를 돌아다녔다. 덕분에 책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거의 다 읽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책을 부쩍 많이 읽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독서시간은 이동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사실 이동하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정읍에 내려가는 것을 기뻐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 이동거리는 책이고, 책은 삶에서의 도피 수단이다. 책을 읽을 때 좀 더 일로부터 도망갈 수 있기에. 과거 영업을 하러 돌아다닐 때는 일부러 먼 거리에 미팅을 잡기도 했다. 그러면 안 되지만, 솔직히 어쩔 때는 책을 읽고 싶어서 그렇게 했더랬다. 그래서 나같은 신입사원이 있으면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ㅎㅎㅎ 오전에는 일산에서 수업, 오후에는 용마중학교에서 <영체인지메이커> 첫 수업이 있었다. 언제나 첫 수업은 긴장된다.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나는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느껴지기 때문에. 오전이야 뭐 자주 피드백했으니 패스. 오후 수업을 피드백 하자면, 공통적으로 좋았던 것은 ‘전체적 흐름이 스무스하게 진행되었다’는 것, ‘활발하게 진행되었다는 것’ 정도가 있었다. 그리고 아쉬웠던 것은 ‘설명할 때 너무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 ‘팀 구성할 때 좀 더 친절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것’ ‘전체적으로 한명 한명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 정도가 있다. 빠른건 정말 문제다. 말을 더 천천히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팀 구성은 확실히 다음 번엔 더 나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에 쫓겼다는 점도 있다. 시간 안배를 잘 해야 진짜 잘하는 것인데, 아직 멀었다. 그래도 나름 즐겁게 첫 스타트를 끊었다. 

4월 14일 
오늘은 오전은 토론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지난 2학기에 수업을 했던 학교인데, 올해도 함께 하기로 했다. 성남이라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불러주시는 고마움과 인연이란 좋은 단어가 나를 기꺼이 움직이게 한다. 나와 만나게 될 아이들도 어찌되었든 고마운 인연이니까 :) 첫 수업을 했는데, 아이들이 다행히 (?) 반겨주었다. 그리고 3학년이었던 아이들이 4학년이 되었다고 제법 말도 잘 하고, 잘 듣고, 이쁘게 굴었다. 다들 이쁘지만, 나는 개인적으론 4학년 아이들이 가장 이쁘더라. 5-6학년만 되어도 머리가 좀 굵었다고 발표를 잘 안 한다. ㅎㅎㅎ 그래도 다들 이쁘다. 첫 책으론 ‘난 말이야’라는 쉬운 동화책을 골랐다. 이 책으로 전하고 싶은 건 단순했다. 쉽게, 즐겁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 그리고 자신감을 얻는 것. 자신감을 얻게 하기 위해서, 자신의 잘 하는 점을 적게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장점을 적어주게 했다. 그리고 각자 발표를 했다. 그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나도 잘 할 수 있는게 있어!’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으면 좋았으리라. 이후, 서울대입구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갈 수 있으리, 근처 있는 중고책방에 들려서 잠깐 흝어주고 스타벅스로 와서 일하고 있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승환이 보기로 했기에 얼른 일해야 겠다. 일 하다가, 김영하의 <자기 해방의 글쓰기>란 강의를 봤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어두운 곳을 들춰보게 되고, 그로 인해 자기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이 만만한 사람이 아니란 뜻이다. 왜냐, 글을 쓰면서 우리는 발전하기에. 작가란 은퇴가 없다. 작가가 한번 되는 순간, 죽기 전까지 쓰는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 살아있다는 뜻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최후의 자유다. 

4월 15일
아침에 하나의 글을 올렸다. <내가 경계하는 사람들>이란 주제로. 이 글을 쓰면서 한 가지는 분명했다. 아,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내 생각을 나누는 방식으로 말보다 어쩌면 글이 더 어울릴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말을 하다보면 분위기 때문에, 혹은 순간적으로 상대의 기분을 생각해서 해야 할 말을 못 하거나, 스스로를 속일 때가 있다. 과장할 때도 적지 않고. 하지만 글은 그 경우가 좀 더 적다. 왜냐면, 일단 찬찬히 한 글자 한 글자 쓰다보면 그것이 그른지 아닌지 좀 더 분명하게 분별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즉흥성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놓치는 기만도 많이 없앨 수 있다. 쨌든, 글을 올렸는데 오랜만에 스스로 쓰고 자족하는 글이 되었다. 내 삶의 문제의식을 따라 자유롭게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을 했다. 오전에는 민방위 훈련이 있었는데, 그 시간 내내 슬라보예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주관적 폭력, 상징적 폭력, 구조적 폭력으로 구분된 이 폭력에 대한 담론은 너무나 흥미로웠다. 내일이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지 1년이 되는 날인데, 진짜 폭력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듯하다. 오후에는 당산서중에서 강의가 있고, 지금은 잠깐 점심을 먹고 스벅에서 일하는 중이다. 책을 옮겨적고, 강의 준비를 하고, 즐겁게 아이들을 만나러 가자. 

4월 16일
오늘은 정읍가는 날. 나에게 있어 일주일 중에 가장 큰 도전이자, 즐거움이기도 하다. 오전에는 하스스톤 모바일 버전이 나왔다고 해서 깔아봤다. 어떤지 궁금했기에. 와 정말 잘 만들었더라. 역시 블리자드다. 예전에 빠졌었던 게임이라 또 다시 빠져들 수 있겠단 위협감이 스친다. 그래서 다시 지운다. 내가 관리할 수 없는 즐거움은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니더라. 그건 그저 즐거움의 노예가 되는 길일 뿐. 내가 즐겁게 놀 수 있으려면, 시간이 지난 후에도 ‘즐거웠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 즐거움은 나로 인해 통제 되어야 한다. 내가 멈출 수 있을 때 멈출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건 도박이나 술, 마약과 다를 바가 없다. 내 삶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나는 약한 존재다. 내 의지는 그리 강하지 않다. 그래서 사람과 환경을 다스려서 나를 다스리고자 한다. 오늘 수업을 마치고,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다음 시간까지 함께 수업을 하고, 일단 3-4학년은 분반을 한다는 것. 아이들의 기틀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끌고 나가는게 무의미해 보인다. 선생님도 동의한 부분이고. 5-6학년은 그냥 진행하되 3-4학년은 변화를 주자. 지금은 그게 최선이다. 인정하자. 아, 그리고 오늘이 세월호 1주년이었다. 요즘 슬라보예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를 보고 있는데,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조만간 정리해서 올려보자. 세월호에 대한 내 생각을. 

4월 17일
오늘은 오전에 자유학교 수업. 아이들이 대상을 찾고, 문제를 정의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헌데, 그 성공여부를 떠나서, 과정이 참 의미있다. 어려운 미션에 도전하면서 겪는 시행착오, 피드백 그런 것들이 정말 의미있다고 여긴다. 창의력하교 아띠를 했을 땐 그 느낌을 받지 못했다. 분명 성과는 높은 편이었는데, 아이들 개개인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그에 대한 아쉬움이 커서 지금 이 활동에 만족을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오후에 어깨 통증으로 인해서 정형외과를 갔다. 태어나서 몇 번 되지 않는 병원행이다. 작년 부터 가끔씩 어깨가 매우 아플 때가 있었다. 며칠 아프다가 건드리지 않으면 좋아지길 반복하는 바람에 신경쓰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또 재발했다. 이번에는 그냥 놔두면 안 될 것 같아서 일단 병원에 왔다. 목과 어깨가 자주 결리는 것도 신경쓰이고. 의사말로는 내가 자세가 안 좋단다. 그리고 어깨 쪽 문제도 있어서 몇번씩 와서 치료 받아야 한단다. 시간이 엄청 걸리더라. 그리곤 저녁엔 장모님과 이모님을 만나서 같이 서오릉에 있는 주막집에 갔다. 보리밥을 먹었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완전 감동이었다. ㅋㅋ

4월 18일
오늘은 SCM 있는 날. 아내도 외출 예정이었기에, 오전엔 외출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오후엔 아이들을 만나서 멘토링 진행했는데, 재미있었다. 특히 인터뷰 2번 다 진정성 있게,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셔서 더욱 그랬다.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단 생각을 했다. 아이들의 반응도 좋았고. :) 끝나고 합정에서 아내와 아가를 만났다. 간단히 장을 보고 들어왔는데, 갑자기 비가 와서 난리가 아니었다. 정신없이 집에 돌아와선 정리 좀 하고 잠들었다. 저녁에 아가랑 노는데 요즘 너무 이쁘게 웃어서 정말 이쁘다. 오늘은 더더욱 이뻤다. 아이코 하트 뿅뿅. 

4월 19일 

오늘은 일요일. 거의 집안일에 주력한 하루였다. 날씨가 그리 맑지 않았기에, 외출할 계획도 없었고, 집안일도 밀려 있었기에. 참고로 아내는 정말 깔끔해서, 2주에 한번씩 이불을 빤다. 오늘도 이불 빠는 날이라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아가는 아침부터 일어나서 잠도 안 자고 생글 생글. 넘 귀엽긴 한데, 오후에 2-3시간 칭얼거릴 땐 좀 힘들었다. ㅋㅋ 땀이 삐질삐질. 요즘은 팔도 허리도 아프다. 아내는 오죽할까. 아가가 잠투정이 있는 편이다. 사람이 안아주면 좋아하지만, 땅에 두면 곧잘 일어난다. 그나마 주말에는 내가 많이 챙기려고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집안 정리가 다 되는 걸 보면 기분은 좋아진다. 오늘은 오후에 저녁에 아가가 응가를 한번씩 하는 바람에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라. 정말 시간감각은 육아와 함께 안드로메다로 날아간듯 하다. 퓨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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