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8개월이 된 재원이. 
어느덧, 우리 집에 아기가 태어난 지 8개월이 되었다. 추웠다가, 더웠다가, 다시 추워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육아는 세상에 있는 아이의 숫자만큼 다 다르면서도 또 비슷하다. 이러한 보편성과 특수성이 고르게 존재하는 것이 육아의 매력이 아닐까. 일단 하나의 사례로써, 생후 8개월 차 재원이를 보는 내 생각을 적어보기로 한다. 생후 6개월부터 8개월까진 아이의 성장도 급격했고, 육아 모습의 변화도 컸다. 그래서 부모가 꽤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 그 첫 번째 이유로 아기가 깨어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만큼 ‘보채기’도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아내만 해도 이렇게 말한다.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만 해도, 모유 수유 할 때를 제외하곤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고. 대부분 시간은 아기가 잠을 자니 말이다. 하지만 5-6개월 지나면서 재원이가 낮에 깨어있는 시간은 부쩍이나 많아지고 그에 비례해서 보채기도 늘어났다. 누워있어도 ‘으앵~' 바운서에 앉아있어도 ‘으앵~' 모빌을 보여줘도 ‘으앵~' 울리는 것이 싫으면 엄마가 계속 안고 있어야 하는데, 이제 10킬로에 근접하는 꿀돼지 재원이는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책을 찾아보니, 워낙에 빨리 성장하는 시기라 아기들도 많이 힘들다고 한다. 그래. 너희들도 얼마나 힘들까. 게다가 이제 슬슬 낯을 가리는 때라서 더욱 그렇다고 하니, 정말 부모의 한없는 인내심과 체력이 요구되는 시기임엔 틀림없다. 

어려움은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바로 이유식 만들기라는 수고다. 아내는 유기농 재료를 직접 다 사서 찌고, 갈아서, 만들어 준다. 그 과정이 보통 복잡한 것이 아니더라. 이처럼 집안 일 하는 시간이 대폭 늘어난 것이, 새롭게 발생한 일거리다. 수유 하랴, 이유식 만드랴, 간식도 만드랴, 장도 보랴. 엄마가 되는 건 정말 만만찮은 일이다. 나도 한번씩 간식이나 이유식을 먹일 때가 있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 다행히 재원이의 경우엔 잘 먹는다. 이렇게 잘 먹는 아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먹는 편이라 비교적 수월하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유식 먹이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란다. 특히 다소 까탈스런 여아의 경우에는 밥 한번 한번 먹이는게 전쟁이라고 하니, 그 고통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은 그래서 지나가다 눈빛만 주고 받아도 서로 공감하는 게 있다. 안 봐도 그 집안 꼴이 훤히 보이니 말이다. 어찌 도와줄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만 서로 커질 뿐이다. ㅎㅎㅎ 

조심해야 할 환절기에 감기가 걸리다. 
어디선가 들었다. 태어난 직후 엄마의 초유를 먹게 되면, 그 성분이 아기를 지켜주는 슈퍼 방어막 역할을 한다고. 그래서 대략 생후 6개월까지 아기들은 몸 안의 초유 성분 때문에 거의 아프지 않게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인체의 신비는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후 6개월 이후는 자체 면역력을 길러야 하는 시기다. 덕분에 감기를 비롯한 잡다한 병에 걸릴 가능성도 높고, 또 이유식을 먹기 때문에 다양한 알러지 반응도 잘 지켜봐야 한다. 이래저래 부모들은 정신이 없는 시기인 것이다. 몇 주 전이었다. 마침 환절기라, 나는 가벼운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으슬으슬한 느낌도 없었는데, 어느새 일어나보니 목이 칼칼하고, 콧물이 나더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원이도 감기가 걸리고 말았다. 아내의 원망은 자연스럽게 나를 향하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육아관’이 부딪치기도 했다. 많은 집에서 이런 분위기가 연출되지 않을까. 아빠는 ‘괜찮다’쪽, 엄마는 ‘안된다’쪽. 모든 문제를 망원경으로 보는 아빠와, 현미경으로 보는 엄마의 관점 차이는 결국 전쟁이란 파국으로 치닿고 만다. 그래봐야 전쟁에서 패하는 것은 언제나 세상의 모든 아빠일터. 

어쨌든, 한번은 넘어가야 하는 것이 감기이긴 하지만 미리 예방하고 대처하는데 게으른 나의 과오가 더 돋보인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처음 겪는 일이다보니 조금만 아이가 아파도, 내가 아픈 것보다 훨씬 놀라게 되는 것이 우리들의 마음 (특히 엄마들의 마음)이 아닐까. 내가 더 조심했어야 했다. 암튼, 그렇게 감기에 걸리자 열이 꽤 높아지기 시작했다. 38도가 넘어가자 나도 아내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고, 나는 급히 편의점에 가서, 유아용 해열제를 사왔다. 아내는 재원이 옷을 벗기고, 계속해서 온도를 체크했다.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으면 응급실을 갈 수도 있었기에. 콧물 때문에 숨을 쌕쌕 거리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 아기를 보니, 정말 우리 마음은 찢어지더라.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내가 아플 때 그랬겠지?'라고 생각하니, 동시에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기도 했다. 다행히 튼튼한 재원이는 그날을 기점으론 열이 더 올라가지 않았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회복되고 있는 중이다.  

드디어, ‘엄~마~' 라고 말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늘이 있으면 빛도 있는 법. 특히 요즘 들어서 느끼는 재원이는 부쩍 귀엽다. 너무나 식상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다. 허허허허. 이젠 활동 범위도 꽤나 넓어져서, 아직 엎드려서 앞으로 나아가진 못 하지만, 제 자리에서 뱅글 뱅글 잘도 돈다. 어지럽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 정도로 눕혀두면 뒤집고, 뒤집고 나면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빙글빙글 움직이는 재원이. 보고 있노라면 정말 아빠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게다가 요즘은 얼굴에도 물이 올랐다. ㅋㅋ 7개월까지만 해도 호빵 하나를 크게 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 될 정도로 얼굴이 빵빵했었는데, 8개월이 되어가니 얼굴살도 좀 빠지고, 더 훤칠해진 느낌이다. 몸무게는 9.6키로 정도에서 어느새 정체하고 있는데, 활동성에 비례해서 살도 빠지나보다. 아내는 몸무게가 안 늘어난다고 투정이지만 말이다. 얼마나 찌울 생각이셨는지. ㅋㅋ

아이가 성장하는 속도 만큼이나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른다. 태어나서 몇 년 동안 인간은 가장 빠른 속도로 자란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더라. 그렇게 아이가 육체적으로 쑥쑥 크는 시기에, 부모는 이런 저런 경험을 거치며 정신적으로 쑥쑥 자랄 수 밖에 없다. 결국, 아이도 부모도 함께 쑥쑥 자라는 시기다. 참으로 고마운 시기이고, 인생에서 한번 밖에 없기에 더 없이 아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글을 쓰며 다시금 각오를 다진다.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 순위를 두고 아내와, 재원이와 함께 하고 싶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반가운 소식이다. 일단 기록해야 겠다. 2015년 9월 24일 저녁, 재원이가 첨으로 ‘엄~마’라고 말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럴수가, 이 역사적 순간에 함께 할 수 없음이 너무 안타깝다. 하지만 기쁨을 주체할 수 없다. 모든 엄마는 거짓말쟁이라고, 처음엔 나도 믿지 않았는데, 이모도 같이 들었다고 하니 믿지 않을 수 없다. 드디어 이제 말을 시작하는구나. 한 동안 웅얼웅얼 하겠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어떤 말을 쏟아낼지, 어떤 삶을 살지 참 궁금하다. 부모로서, 그 미지의 세계로 용기있게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첫 말문 터진 것, 정말 축하해 재원아!  




  1. nabistory 2015.09.25 08:59

    그 개월수가 이제 저는 까마득 하네요. 시간이 많이 흐르고 저처럼 까마득해질 때쯤 이글을 다시보면 행복할것 같아요. 저도 지난 기록 좀 뒤져봐야겠어요 ~^^

    • 맞아요. 사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지금의 기억을 생생하게 보존하기 위해서 랍니다. :) 기록이 기억을 지탱한다는 그런 느낌이 들어요~ 쌤 추석 잘 쉬셔요!

  2.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09.30 09:42

    환절기엔 아이들이 감기며 알레르기며 많은 걸 조심해야 할 때죠ㅠㅠ
    아이들의 면연력이 빨리 높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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