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도시 리질리언스 : 회복력 이론과 도시재생으로의 적용_전대욱

질문
회복력의 관점에서 우리가 시스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1.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농산물은 가격에 민감하지 않으면서, 생산과 소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서 물가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10%정도 변동해도 가격이 2배 정도가 뛴다. 2010년 여름은 우리나라도 일본도 더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물가 상승률은 달랐을까? 우리나라는 엄청나게 물가가 올랐음에도,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 원인은 바로 ‘푸드 마일리지’ 즉, 유통거리 때문이다. 일본이 국토는 훨씬 더 크다. 하지만 유통거리는 더 짧다. 중간 유통과정은 완충지대이자 ‘저온저장고’ 역할을 한다. 하지만 비어게임을 통해서 보았지만 실제로 버퍼 역할을 했는가? 못했다. 왜냐, 시간지연 때문에.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순천 짜장면이 서울 보다 더 비싸다. 왜냐? 재료비가 더 비싸므로. 직관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분명 옆 동네 해남에 싱싱한 농산물이 많은데. 그 이유는 모든 농산물은 서울로 올라와 가락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다시 분배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우리나라는 자급자족농이 아니라 기업농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먹고 살기 위한 식량이 아닌, 경제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푸드 마일리지’는 일본보다 크다. 그래서 서울 짜장면이 순천보다 더 싸다. 때문에 로컬라이즈는 아주 중요하다. 센트럴라이즈된 시스템은 적이 공격하기 쉽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 가락시장을 폭파시키면 우리나라 식료품 값은 폭등한다. 하지만 만약, 로컬라이즈 되어서 유통된다면? 북한에서 어디를 쳐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비슷한 예로, 우리나라 구제역은 도로를 중심으로 삽시간에 확산된다. 구제역이 퍼지는 이유는 바로 ‘사료차’이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전라도 지역은 구제역을 당하지 않았다. 왜냐? 그 지역의 사료로 소들을 먹이기에. 답은 앞서의 예와 같다. 로컬라이징이다. 

2. 
서로 신뢰가 없으면 규제가 쌓인다. 규제가 높아지면 빠져나가는 사람도 늘어난다. 그랬더니 관리자는 규제를 더 높인다. 사람들은 더 빠져나간다. 그렇게 신뢰는 더욱 무너진다. 그러다가 대통령이 말한다. 규제를 완하하라고. 이것은 제도와 행태에 대한 이야기다. 제도가 행태를 바로 잡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가?

2009년 노벨 경제학자를 받은 엘레노어 오스트롬은 우리에게 해답을 줬다. 그 답은 ‘자율규제’이다. 사람들이 따를 수 있는 규제를 만들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인클로저운동(enclosure movement)을 보자. 인클로저란​ 15세기 주로 영국에서 지주 계급에 의해 대규모로 이루어진 일종의 토지개척사업이다. 모든농경지, 황무지 등을 양의 방목 목적으로 사유지화 한 것을 말한다. 그 사건 이후 누군가 말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공유지가 아니라, 공유지를 관리하는 능력이다.” 사유화가 진행되고 공유지가 사라지면서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면서 공유지를 지혜롭게 사용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자율규제'는 그 능력에서 출발한다. 서로간의 신뢰. 즉 사회적 자본.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공유지가 아니라, 공유지를 관리하는 능력이다.”


3. 
회복력이란, 외부적인 충격에 대한 내부적인 원상회복 능력을 말한다. “(아마도 안정적이던) 어떤 시스템에서, 충격이나 교란으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역량(시스템의 속성)”이다. 복잡계에서 시스템 외부교란 및 충격으로 인해 시스템의 균형레짐이 변한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세월호 이후 우리나라의 균형레짐은 변했다.) 다중 균형점이 존재할 경우,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다른 균형점을 찾는다. 시스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으면 다른 균형점을 잡아도 괜찮은 것이다. 

예를 들어, 쿠바는 1980년대 후반에 경제 제재를 받는다. 그래서 1990년에 쿠바의 경제는 폭삭 무너진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2005년 카트리나는 뉴올리언즈를 강타한다. 미국에서 10000명이 죽었다. 중요한 점은 그 옆에 있는 쿠바는 태풍으로 죽는 사람이 3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영아사망률은 더 낫고, 사람들은 행복하고, 모두 무료로 대학을 진학한다. 사람들은 쿠바에 대해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쿠바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도시 텃밭을 만들었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것을 생산하고 그것들을 나눴다. 그렇게 쿠바는 균형점이 바꾸었고, 회복력이 강해졌다. 

회복력의 핵심은 바로 돈, 사람, 시스템,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미국이 쿠바보다 더 많았다. 문제는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아무리 많은 요소도 응집이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우리나라의 세월호 대응과 같다.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에 협동조합이 8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헌데 진짜 돌아가는 곳은 30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협동조합을 진짜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만들어서 그렇다. 진짜 원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위기감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 전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서로 간에 경쟁관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엄청난 위기가 올 때 그들은 뭉친다. 그것을 연대라고 한다. 느슨한 네트워크가 강한 연대로 전환되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자기조직화 되었다고 한다. (단세포들이 있다. 그들이 서로 연대한다. 그러면 다세포 조직이 된다.) 그 이야기의 핵심은 '혁신은 경쟁에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혁신은 자기조직화, ‘콜레보레이션’에 의한 엄청난 파괴력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아무리 많은 요소도 응집이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4. 
우리는 지금의 레짐을 다른 레짐으로 옮겨야 한다. 고성장 중심의 패러다임(레짐)을 버리고 저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린 세월호가 반복되지 않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똑같은 사건이 반복된다면, 우리 사회는 아무런 성찰이 없었다는 것이고, 배움이 없었다는 것이다. 도시 회복력이란, “전 세계의 도시는 재앙이 닥치는 것을 예측하지는 못하지만 그러한 재앙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학습하고, 그러한 재앙이 닥친 후에는 더 성장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생태계를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체들의 역량 강화다. 그것은 학습조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긴밀한 관계다. 기존에는 그저 느슨한 네트워크다. 우리나라는 경쟁자들끼리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그래서 외부에서 충격이 오면 모두 쓸린다. 힘을 합칠 생각을 하지 못한다. 긴밀한 관계를 통해 느슨한 네트워크가 강한 연대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 이후에, 플랫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조용필이 엄청난 연습으로 재능을 쌓았다. 그렇다면, 이젠 레코드 회사가 필요하다. 대중에게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위해. 이렇게 계속 확장되는 이해당사자의 다양한 시각을 품어야 한다. 

지금은 지역에서 돈이 안 돈다. 다 밖으로 나간다. 이마트로 홈플러스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일단 외부로 나가는 돈을 끊어야 한다. 내부에서 돈이 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우리의 역할은 수요자이자, 공급자가 되어야 한다. 과거에도 우리의 역할은 공급자이나 수요자였다. 하지만 어느새 우린 소비자가 되었다. 우린 다시 공급자가 되어야 한다.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다중 역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생태계의 건강함이 바로 리질리언스다. 

생태계를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체들의 역량 강화다. 그것은 학습조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5. 
생태계에는 쓸데없는 존재가 없다. 위기 상황에서 그 사람은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쓸데없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 말한다. 잘라야 한다고. 효율성을 위해선 그 사람을 잘라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를 위한 적응력의 관점에서 보면 그 사람은 놔둬야 한다. 이윤이 아니라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생태계를 보전해야 한다. 이윤 극대화와 생태계는 대비된다. 생물은 유전적으로 다양성을 가진다. 그리고 그 다양성으로 새로운 균형점을 만들어낸다. 

우리 사회는 다양성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경제적 효율성 때문에 다양성은 희생되었다. 앞으로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효율성 하나만 보고 가선 안 된다. 때로는 다양성이 우리 사회를 구할 수도 있다. 잉여성과 가외성을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한명이 죽어라 일하고, 한명은 죽어라 노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각자 열심히 일 하되, 10명 중 1명은 돌아가면서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가외성은 중요하다. 우리 중에 누군가는 놀고 있어야 한다. 

우린 센트럴라이즈를 버리고, 로컬라이즈 되어야 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지방자치가 왜 필요하냐고. 답답한 소리다. 위기가 닥쳤을 때, 그 분산된 다양성들이 우리에게 힘을 줄 수가 있다. 다양성 안에서 새로운 것들을 파생시킬 수 있는 것. 그것이 리질리언스 시스템이다. 

생태계에는 쓸데없는 존재가 없다.

6. 
숲에 다양한 동식물이 산다. 하지만 하나의 개체가 우월하게 자라난다고 가정하자. 예를 들면 소나무. 소나무만 있는 숲은 급속도로 자라난다. 그 시스템은 내부경쟁에선 굉장히 강하다. 하지만 외부에 취약하다. 소나무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갑자기 닥치면 소나무에 의존해 살고 있는 모든 동식물은 죽는다. 그러면 살아남는 종들은 다시 숲은 재조직화 한다. 더 다양하게.

7. 
레질리언스 기르는 법
1) 다양성을 확보하고, 남는 것을 용인하라. 
2) 독립적으로 의사결정하는 개별 시스템으로 전체 시스템이 구성되어야 한다. (모듈화)
- 조직을 모듈화하라. 병렬 연결이 오래가고 안정적이다. 각자는 스스로 살아있어야 한다.그들이 적당한 연결로 구성되면 건강하다. 직렬연결은 하나마나 멈추면 다 멈춘다. 그건은 건강하지 못하다. (가락시장이 아니라 각 지역의 농산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3) 공유재를 확보하라. 지역공동체 기금이라든지. 사람들은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민주적인 소통 방법을 배워야 한다.

8. 
나만의 정리
이 회복력이란 개념은, 자아에게도 해당되는 듯 하다. 우리가 다양한 자아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래야 회복력이 강하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으니. 하나의 자아, 하나의 신념만 가진 사람은 회복력이 떨어진다. 회복력을 키우는 방법은 성찰과 학습이다. 그렇다. 맞다. 이 부분 고민하자. 우리의 활동도 다양해야 한다. 그리고 잉여적 활동도 필요하다. 조만간 책이 출간된다고 한다. 꼭 사서 읽어보자. <전환의 키워드, 회복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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