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오늘은 엄청난 거리를 돌아다녔다. 덕분에 책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거의 다 읽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책을 부쩍 많이 읽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독서시간은 이동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사실 이동하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정읍에 내려가는 것을 기뻐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 이동거리는 책이고, 책은 삶에서의 도피 수단이다. 책을 읽을 때 좀 더 일로부터 도망갈 수 있기에. 과거 영업을 하러 돌아다닐 때는 일부러 먼 거리에 미팅을 잡기도 했다. 그러면 안 되지만, 솔직히 어쩔 때는 책을 읽고 싶어서 그렇게 했더랬다. 그래서 나같은 신입사원이 있으면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ㅎㅎㅎ 오전에는 일산에서 수업, 오후에는 용마중학교에서 <영체인지메이커> 첫 수업이 있었다. 언제나 첫 수업은 긴장된다.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나는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느껴지기 때문에. 오전이야 뭐 자주 피드백했으니 패스. 오후 수업을 피드백 하자면, 공통적으로 좋았던 것은 ‘전체적 흐름이 스무스하게 진행되었다’는 것, ‘활발하게 진행되었다는 것’ 정도가 있었다. 그리고 아쉬웠던 것은 ‘설명할 때 너무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 ‘팀 구성할 때 좀 더 친절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것’ ‘전체적으로 한명 한명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 정도가 있다. 빠른건 정말 문제다. 말을 더 천천히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팀 구성은 확실히 다음 번엔 더 나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에 쫓겼다는 점도 있다. 시간 안배를 잘 해야 진짜 잘하는 것인데, 아직 멀었다. 그래도 나름 즐겁게 첫 스타트를 끊었다. 

4월 14일 
오늘은 오전은 토론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지난 2학기에 수업을 했던 학교인데, 올해도 함께 하기로 했다. 성남이라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불러주시는 고마움과 인연이란 좋은 단어가 나를 기꺼이 움직이게 한다. 나와 만나게 될 아이들도 어찌되었든 고마운 인연이니까 :) 첫 수업을 했는데, 아이들이 다행히 (?) 반겨주었다. 그리고 3학년이었던 아이들이 4학년이 되었다고 제법 말도 잘 하고, 잘 듣고, 이쁘게 굴었다. 다들 이쁘지만, 나는 개인적으론 4학년 아이들이 가장 이쁘더라. 5-6학년만 되어도 머리가 좀 굵었다고 발표를 잘 안 한다. ㅎㅎㅎ 그래도 다들 이쁘다. 첫 책으론 ‘난 말이야’라는 쉬운 동화책을 골랐다. 이 책으로 전하고 싶은 건 단순했다. 쉽게, 즐겁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 그리고 자신감을 얻는 것. 자신감을 얻게 하기 위해서, 자신의 잘 하는 점을 적게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장점을 적어주게 했다. 그리고 각자 발표를 했다. 그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나도 잘 할 수 있는게 있어!’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으면 좋았으리라. 이후, 서울대입구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갈 수 있으리, 근처 있는 중고책방에 들려서 잠깐 흝어주고 스타벅스로 와서 일하고 있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승환이 보기로 했기에 얼른 일해야 겠다. 일 하다가, 김영하의 <자기 해방의 글쓰기>란 강의를 봤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어두운 곳을 들춰보게 되고, 그로 인해 자기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이 만만한 사람이 아니란 뜻이다. 왜냐, 글을 쓰면서 우리는 발전하기에. 작가란 은퇴가 없다. 작가가 한번 되는 순간, 죽기 전까지 쓰는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 살아있다는 뜻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최후의 자유다. 

4월 15일
아침에 하나의 글을 올렸다. <내가 경계하는 사람들>이란 주제로. 이 글을 쓰면서 한 가지는 분명했다. 아,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내 생각을 나누는 방식으로 말보다 어쩌면 글이 더 어울릴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말을 하다보면 분위기 때문에, 혹은 순간적으로 상대의 기분을 생각해서 해야 할 말을 못 하거나, 스스로를 속일 때가 있다. 과장할 때도 적지 않고. 하지만 글은 그 경우가 좀 더 적다. 왜냐면, 일단 찬찬히 한 글자 한 글자 쓰다보면 그것이 그른지 아닌지 좀 더 분명하게 분별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즉흥성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놓치는 기만도 많이 없앨 수 있다. 쨌든, 글을 올렸는데 오랜만에 스스로 쓰고 자족하는 글이 되었다. 내 삶의 문제의식을 따라 자유롭게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을 했다. 오전에는 민방위 훈련이 있었는데, 그 시간 내내 슬라보예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주관적 폭력, 상징적 폭력, 구조적 폭력으로 구분된 이 폭력에 대한 담론은 너무나 흥미로웠다. 내일이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지 1년이 되는 날인데, 진짜 폭력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듯하다. 오후에는 당산서중에서 강의가 있고, 지금은 잠깐 점심을 먹고 스벅에서 일하는 중이다. 책을 옮겨적고, 강의 준비를 하고, 즐겁게 아이들을 만나러 가자. 

4월 16일
오늘은 정읍가는 날. 나에게 있어 일주일 중에 가장 큰 도전이자, 즐거움이기도 하다. 오전에는 하스스톤 모바일 버전이 나왔다고 해서 깔아봤다. 어떤지 궁금했기에. 와 정말 잘 만들었더라. 역시 블리자드다. 예전에 빠졌었던 게임이라 또 다시 빠져들 수 있겠단 위협감이 스친다. 그래서 다시 지운다. 내가 관리할 수 없는 즐거움은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니더라. 그건 그저 즐거움의 노예가 되는 길일 뿐. 내가 즐겁게 놀 수 있으려면, 시간이 지난 후에도 ‘즐거웠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 즐거움은 나로 인해 통제 되어야 한다. 내가 멈출 수 있을 때 멈출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건 도박이나 술, 마약과 다를 바가 없다. 내 삶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나는 약한 존재다. 내 의지는 그리 강하지 않다. 그래서 사람과 환경을 다스려서 나를 다스리고자 한다. 오늘 수업을 마치고,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다음 시간까지 함께 수업을 하고, 일단 3-4학년은 분반을 한다는 것. 아이들의 기틀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끌고 나가는게 무의미해 보인다. 선생님도 동의한 부분이고. 5-6학년은 그냥 진행하되 3-4학년은 변화를 주자. 지금은 그게 최선이다. 인정하자. 아, 그리고 오늘이 세월호 1주년이었다. 요즘 슬라보예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를 보고 있는데,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조만간 정리해서 올려보자. 세월호에 대한 내 생각을. 

4월 17일
오늘은 오전에 자유학교 수업. 아이들이 대상을 찾고, 문제를 정의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헌데, 그 성공여부를 떠나서, 과정이 참 의미있다. 어려운 미션에 도전하면서 겪는 시행착오, 피드백 그런 것들이 정말 의미있다고 여긴다. 창의력하교 아띠를 했을 땐 그 느낌을 받지 못했다. 분명 성과는 높은 편이었는데, 아이들 개개인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그에 대한 아쉬움이 커서 지금 이 활동에 만족을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오후에 어깨 통증으로 인해서 정형외과를 갔다. 태어나서 몇 번 되지 않는 병원행이다. 작년 부터 가끔씩 어깨가 매우 아플 때가 있었다. 며칠 아프다가 건드리지 않으면 좋아지길 반복하는 바람에 신경쓰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또 재발했다. 이번에는 그냥 놔두면 안 될 것 같아서 일단 병원에 왔다. 목과 어깨가 자주 결리는 것도 신경쓰이고. 의사말로는 내가 자세가 안 좋단다. 그리고 어깨 쪽 문제도 있어서 몇번씩 와서 치료 받아야 한단다. 시간이 엄청 걸리더라. 그리곤 저녁엔 장모님과 이모님을 만나서 같이 서오릉에 있는 주막집에 갔다. 보리밥을 먹었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완전 감동이었다. ㅋㅋ

4월 18일
오늘은 SCM 있는 날. 아내도 외출 예정이었기에, 오전엔 외출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오후엔 아이들을 만나서 멘토링 진행했는데, 재미있었다. 특히 인터뷰 2번 다 진정성 있게,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셔서 더욱 그랬다.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단 생각을 했다. 아이들의 반응도 좋았고. :) 끝나고 합정에서 아내와 아가를 만났다. 간단히 장을 보고 들어왔는데, 갑자기 비가 와서 난리가 아니었다. 정신없이 집에 돌아와선 정리 좀 하고 잠들었다. 저녁에 아가랑 노는데 요즘 너무 이쁘게 웃어서 정말 이쁘다. 오늘은 더더욱 이뻤다. 아이코 하트 뿅뿅. 

4월 19일 

오늘은 일요일. 거의 집안일에 주력한 하루였다. 날씨가 그리 맑지 않았기에, 외출할 계획도 없었고, 집안일도 밀려 있었기에. 참고로 아내는 정말 깔끔해서, 2주에 한번씩 이불을 빤다. 오늘도 이불 빠는 날이라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아가는 아침부터 일어나서 잠도 안 자고 생글 생글. 넘 귀엽긴 한데, 오후에 2-3시간 칭얼거릴 땐 좀 힘들었다. ㅋㅋ 땀이 삐질삐질. 요즘은 팔도 허리도 아프다. 아내는 오죽할까. 아가가 잠투정이 있는 편이다. 사람이 안아주면 좋아하지만, 땅에 두면 곧잘 일어난다. 그나마 주말에는 내가 많이 챙기려고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집안 정리가 다 되는 걸 보면 기분은 좋아진다. 오늘은 오후에 저녁에 아가가 응가를 한번씩 하는 바람에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라. 정말 시간감각은 육아와 함께 안드로메다로 날아간듯 하다. 퓨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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