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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노트/경제경영 분야

[2011.4.24]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


우리는마이크로소사이어티로간다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제일반 > 경제전망
지은이 팔란티리 2020 (웅진윙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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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아침, 홍대에 있는 카페베네에서 발견한 책이다.
예전에 다른 후배가 읽고 있는 것은 봤었는데, 카페에 보이길래 얼른 중요한 부분을 나의 사랑하는 블루투스 키보드로 옮겨 적었다. 두둥!
 


요 녀석은.. 가끔 구입하기에는 조금 부담이 되면서, 중요한 부분을 옮기고 싶은 책을 발견 했을 때 아주 유용하다. 크기도 그리 크지 않아서 가방에 넣고 다니면 아이폰과 함께 아주 궁함이 좋다. 아이패드를 나중에 사게 되면 더 좋겠지만 ^^

일단 이 책 '우리는 마이크로소사이어티로 간다' 라는 책을 보면 여러 사람들의 스터디 모임을 통해 공동으로 만들어진 책이라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상당히 좋은 시도라고 생각하고, 내가 학습조직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식의 생산과 소비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시스템.. ^^
인상 깊었던 부분은 거의 1장에 다 있었는데, 그래서 1장에서 중요한 부분만 옮겨 적어보려한다.

재미있게 본 것

[나는 몇 개인가?] (네트워크 속 개인과 인간관계)

무한한 인터넷 공간의 확장으로 나는 과거에 비해 더 다양한 상황에서 더 다양한 사람들 앞에 놓이게 된다. 인터넷상에서는 여러 가지 자신의 모습을 시도해보고 필요에 따라 수정하거나 없애버릴 수도 있다. 사회적 정체성은 자신과 타인 간의 '상호 주관성'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지므로, 네트워크상에서 자아는 고정된 단일의 실체를 갖기보다는 관계에 따라 늘 유동적이고 파편화되어 존재하는 것이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객관화시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에게 큰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이 기회를 잘 이용하는 사람은 다양한 사람이나 집단과의 교류를 즐기면서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성찰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앞으로는 한발 더 앞서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사람은 어떻게 대해지느냐에 따라서 변한다. 네트워크의 엄청난 효력은 그 안에 포함된 개인들이 네트워크의 강력한 효과를 인지하고 자발적으로 구성하도록 촉진한다는 점이다.

개인이 기본 구성 단위가 되어 서로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위에서 신뢰를 교환하고 참여하는 것이 사회학자 배리 웰맨이 지칭하는 '네크워크화된 개인주의'이다. 개인은 네트워크에 소속되기를 원하는 (안정에 대한 욕구) 동시에 스스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싶어한다. (개인 중심적 원리)

하지만 수많은 네트워크에 지나치게 얽매이게 되면, 진정한 자아의 형성을 위해 나 자신을 반추해보는 성찰을 할 여유가 없어진다. 단일성과 자율성의 신화로부터 자유로운 개인, 자기중심적 집단을 직접 건설하는 개인, 네트워크에 의해 자신을 구성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개인, 그 안에서 나는 과연 어디에 위치할까? 동시에 여러 곳에, 그러나 서로 다른 모습으로?
이렇게 본다면, 현대 철학자들이 말하듯, '나는 누구인가?' 보다는 '나는 무엇인가?'라는 구성주의적 질문이 뒤따라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소집단 커뮤니케이션의 부상]

한국의 경우 10여년 전과 비교해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자신과 이해관계가 명확하지 않거나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집단의 정체성은 약화되고, 대신 개인적으로 정서적 교류를 나누는 집단, 끊임없이 나와의 관계를 확인하고 접속하는 집단의 정체성이 강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디어 환경의 발달로 나타난 변화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카페'라고 불리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성화였다.

인터넷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모임을 만드는 일이나,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렵고 돈도 되지 않으며 쓸데없어 보이지만 잔재미를 주는 인터넷상의 모든 일은 계속 번창할 것이다. 이것들이 사람들에게 원천적인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나의 즐거움은 나의 더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참여와 활동은 또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이렇게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에너지는 빠른 속도로 증폭될 것이다.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의 단점:

명품 소비를 통해 정체성을 찾는 현상은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동양인들은 서양인들에 비해 자아의 개념의 덜 독립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인주의에 기반을 두는 서양 문화에서는 독립적 개인을 지칭하는 주체인 반면 집단주의에 기반을 두는 동양 문화에서는 자아가 자신이 속한 집단에 의해 다른 사람들와 서로 연결된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결정됨을 의미한다. 단지 부를 과시하기 위해서 명품을 소비하기 보다는 명품족이 되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알리고자 하는 숨은 뜻이 있는 것이다.

[관계란 무엇인가?]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 구성원의 주체성과 개인성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 요인을 찾는다면 단연 '관계형 매체의 이용 증가'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가상적 사회 집단의 활동이 늘어나고 집단 안에서 이루어지는 토론이 늘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관계란 무엇인가? 실체가 있는 것인가? 관계란 주어지는 것이라기보다 유지되는 것이고, 일상적이고 소소한 대화 그 자체이다. 스몰토크가 없다면 그것이 인간관계라고 할 수 있겠는가? 도구적인 커뮤니케이션만 생각한다면 자주 만나는 친구보다 아주 오래만에 만난 친구들과 할 이야기가 더 많아야 한다. 서로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오가야 하는 정보도 더 많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주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던가? 대개는 "이야 반갑다. 어떻게 지냈어?"를 한 순배씩 교환하고 나면 썰렁해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친구들은 매일 만나서 끊임없이 얘기해도, 일상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도 할 이야기가 샘솟는다. 이렇듯 일상적인 수다로 관계는 지속적으로 다져지는 것이며, 커뮤니케이션은 다져진 관계 사이에서 더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수단의 발달로 인해 과거에 비해 개인이 인간관계를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다. 메신저, 문자, 블로그를 통해 스몰토크가 이루어지며, 관계의 중심에는 개인이 있고 개인을 중심으로 여러 관계망이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정보에 강한 개인은 열려 있고 활발한 교류를 하지만, 정보에 약한 개인은 오히려 주어진 집단에 의존하게 되는 양상을 보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단, 여전히 인간과 인간의 면대면 만남이 갖는 의미나 가치를 간과하지 말아햐 한다. 클릭 한번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요즘 시대에 어떤 정보가 값지기 위해서는 그 정보를 아는 사람들의 수가 본질적으로 적어야 한다. 그렇다면 클릭 한 번으로 얻을 수 있는 널린 정보는 고급 정보가 아니다. 진짜 고급 정보는 인터넷 회선이 아니라 관계를 타고 온다.

스몰토크는 사소하지만, 아니 사소하기 때문에 그것을 나누는 행위의 의미가 심대한 대화가 아닐까? 그 영향력이 작지 않다. 물론 스몰토크를 많이 한다고 해서 반드시 친해지는 것은 아니다. 역으로 형식적인 관계는 지극히 스몰토크만 하는 관계일 수 있다. 우리는 상대의 이름도 잘 모르고 무슨 일을 하는지 등 '깊은' 속사정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그렇지만 스몰토크는 친한 사람과 단연 많이 한다. 관계가 긴밀할 수록 미시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현은 'Where are you?'라고 한다. 우리도 가장 많이 들리는 표현은 '너 어디야?'이다.

어쨌거나 친한 사이에서는 수많은 스몰토크가 교환되고, 친한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몰토크를 계속해야 한다. 스몰토크는 관계 그 자체이다. 스몰토크는 점차 큰 이야기들이 나오고 이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휴대폰 이용이 증가하면서 '친밀성'의 개념이 변화했는가? 스몰토크는 얼마나 오래 깊이 이야기를 나누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얼마나 자주 접촉을 했는가가 더 중요하다. 여기서 '의사소통 회기'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의사소통 회기'란 물리적 시공간에서 시작과 끝으로 구획되는 한 번의 의사소통의 흐름을 지칭한다. 가족 구성원 간에 휴대전화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친밀함이 강화되었ㅇ며, 그 친밀성을 강화시키는 기제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지만 잦은 빈도를 보이는 의사소통을 반복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매개로 언제 어디에서나 연락 가능한 사회에서 짧지만 빈번한 의사소통 회기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사이는 더 이상 친한 사이가 아닌 것이다. 친하지 않으면 단지 어색한 관계일 뿐이며, 이는 친구나 연인 또는 동료는 물론 심지어 가족 구성원에게도 적용된다.

[승자는 스몰토크로 세상을 지배한다]

- 블로그나 미니홈피에서 인기 있는 '나'가 되려면 '전문성'보다는 '근면성'이 중요하다. 부지런히 자신을 홍보하고 광장에 노출해야 입소문이 난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역시 스몰토크를 진작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너 어디니'라고 물을 경우, 정말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궁금해서라기보다는 '네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 하는 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렴'이라는 함의가 더 중요한 것이다. 즉 친밀성을 형성하고 확대하기 위한 고유한 코드가 스몰토크인 것이다.

관계적 매체가 폭증하고 있는 이 사회에서 쑥스러움을 느끼는 주체, 머뭇거리는 주체, 말을 건네지 않거나 말이 없는 주체는 더 이상 사회적 상호작용의 당사자가 되기 어렵다. 방문과 댓글이 없는 썰렁한 미니홈피나 발신자 목록이 텅 빈 휴대전화는 소통하는 주체의 무능력함을 증명할 뿐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관계도 없다. 따라서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은 사회적 성공을 가져오는 발판으로써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느낀 것

이 책에서 예전에 몰랐던, 새롭게 배우게 된 부분은 '스몰토크의 중요성'이다. 사실 나는 관계맺는 것이 아주 서툴고, 전화하는 것이 쑥쓰럽고, 비지니스나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잘 먼저 전화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에게 전화가 잘 오지도 않는다. 그런 식의 관계 맺기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특히 '관계는 스몰토크에서 시작된다'라는 말을 보는데, 정말 나에게 많이 필요하고 또 중요한 부분이겠구나 싶었다. 트위터도 하고, 페이스북도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 블로그 역시 나 혼자 일방적으로 글을 만들어내고 혼자 정리하는 공간이지,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눈다거나 댓글이 달리거나 그런 일도 거의 없다.

그러고 보면 남이 쓴 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일에 많이 인색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온라인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일도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타인'이라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고나 할까.. 이번 랜드마크를 들으면서 많이 배웠고, 또 내 삶의 커다란 숙제가 던져진 기분이지만, 앞으로 나는 더욱 사람들과의 관계 속으로 깊이 들어가고, 그 관계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마 그 길이 나에게 주어진 가장 '난이도 높은' 그러나 '보상도 큰' 길이리라.. 마지막 줄에 나오는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고 진정으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존재가 되는 것에 뜻을 둘 것이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