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전쟁같은 10월
이건 마치, 전쟁같다. 비교적 만족스런 9월에 비해서, 10월은 최악의 한달이다. 사실 9월을 마치면서 자신감이 생겼었다. 이렇게만 하면 되겠단 생각을 했다. 야심차게 새로운 프로젝트도 마음 먹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암담하다 못해 참담하다. 일적으로 모든 면에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일정이 더 생기는 바람에 사상 최대로 일을 많이 하긴 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정 반대로 나의 만족도는 최악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일을 핑계로 중요한 문제를 뒤로 미루는 내 모습에 더 실망스럽다. 성찰도 거의 10일 정도를 하지 않았다. 이젠 이미 지난 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나는 지금 1년 동안 쌓아온 탑이 쓰러질 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대로 습관대로 나 자신을 놔버린다면 지금까지 쌓았던 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건 아주 쉽겠단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기로 하자. 부끄럽고도 부끄럽지만, 이 자리에서 지금 이 현실을 인정하고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스리자. 사실 그것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게 없기도 하다. 내가 여기서 배운 것은 무엇일까? 첫째. 나는 일이 아무리 잘 되고, 혹은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 사실 이번 10월은 강의를 35번 정도 할 정도로 바쁜 달이긴 했다. 하지만 그건 전혀 나에게 위안을 주지 못한다. 나의 만족도는 그것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저 하루를 내가 충만히 보내는 것이 내가 만족하는 유일한 척도다. 둘째. 내 안에는 탁월해지고자 갈망하는 나도 있지만, 자신을 속이고, 합리화하고, 계속 나태하지고 싶은 나도 있다. 이 둘 모두를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나서 익숙한 자아를 벗어나서 좀 더 새로운 자아를 탐색하고 싶단 열망이 있다. 기존의 궤도를 이탈해야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 나는 생각보다 의지력 탱크가 약하다. 어떤 무언가에 쉽게 중독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티비를 틀어놓으면 거기에 빠져서 한참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우선 그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훨씬 더 취약하다는 것을. 그래야 자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시작하자. 한번에 하나씩만 하자. 이러한 것을 극복하기 위해 이번에 읽는 ‘의지력의 재발견’이 좋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11월 6일
일하고 일하고
오늘은 업무에 완전 충실했던 하루다. 사실 일이 너무 많이 몰려있었다. 특히 결과보고서 작성과 기획서 작성을 해야 했고, 강의 준비도 많았다. 최근에 무너진 나의 자기조절력을 다시 일으키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고, 이번에는 정말 하기로 한 일을 하기로 했다. 망원역 스벅에서 꿈쩍도 안 하고 앉아서 일했다. 개인적 만족도? 그나마 최근 들어선 꽤 높은 편이다. 한번 마음 먹고 하면 나도 잘 하는데 말이지. 거기까지 가는데 꽤 걸린다. 다시 몸을 만들자. 매일 꾸준히 하는 힘. 그것이 쌓였을 때 진짜 탁월함을 발휘하는 법이니.
11월 7일 - 8일
비오는 주말
주말 내내 비오고 추웠다. 보통은 비가 오면 짜증이 나기도 하는데, 이번 비는 반가웠다. 지금 전국적으로 가뭄이 심하다고 한다. 그게 다 지도자를 잘못 뽑은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ㅋㅋ 어쨌든 이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에 도움을 주니 고마울 수 밖에 좀 더 멀리 내다보면 이런 질문이 필요할 듯 하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전 지구적 물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라는 것. 나는 이번 주말에 정말 오랜만에 집에 있었다. 주말에 집에 있었던 것은 8월 방학 때 말고는 없었던 것 같다. 지난 2달 넘는 시간동안 주말도 없이 일했다. 11월, 12월에 생각보다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무리해서 일정을 잡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보니 11월도 어느 정도 일이 있어서 다행이긴 하다. 이젠 나와 우리 가족을 좀 더 잘 챙길 수 있을 시간이 참 감사하게 여겨진다. 목요일 밤과 금요일 밤은 사실 힘들었다. 왜냐? 재원이 수면 교육을 시키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의 애착을 소중히 생각하는 우리 부부는 사실 수면 교육을 가급적 미뤄왔다. 중간에 한번 시도하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힘들어하는 재원이를 보면서 그냥 일단 품고 가자고 결정을 했고, 아내도 아직은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부쩍 재원이가 자주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아내도 너무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병원에서는 이제 밤중 수유를 하지 말라고 하고, 습관적으로 깨는 것이 재원이에게도 안 좋고.. 암튼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안 먹이고 재우고자 애썼다. 첫날과 둘째날은 정말 난리가 나더라. 거의 2시간 정도를 씨름했던거 같다. 하지만 3일째가 되자 잠잠해지기 시작했고, 이젠 어느 정도 정착이 된 느낌이다. 정말 감사하다. 주말에는 거의 재원이와 함께 보낸 시간이었다. 토요일 밤, 일요일 오후에 아내가 나에게 업무하라고 시간을 줘서, 급한일은 할 수 있었고 말이다. 그렇게 주말을 보냈다.
11월 9일
참 신기하다
참 신기한 것이, 정말 강의가 없어지면 또 들어온다. 사실 11월과 12월을 걱정했었다. 10월까지 강의가 빡빡하게 있었지만, 11월초에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게다가 예상치 못하게 칠보초 강의도 예산 문제 때문에 10월까지 마무리하게 되었다. 물론 어떻게 해서든 되겠지란 생각은 있었지만, 그 과정이 어떻게 풀릴지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곳들에서 또 어떻게 어떻게 강의 요청이 들어오더라. ㅎㅎ 대학교 창업 강의와 선생님들 연수, 그리고 기업가 정신 교육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프리랜서의 삶은 참 신기한 일이다. 일을 예상할 수도 없고, 또 계획대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10월에 35개의 강의로 정점을 찍는가 싶었는데 11월에도 27개 정도 강의가 생겼다. 하지만 나의 특징이 하나 있다. 나는 하나의 강의에 매이고 싶지 않다. 어쩌면 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에 온 몸으로 저항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나는 계속 새로운 걸 하고 싶다. 특히 요즘에는 인문학 교육, 철학 수업을 재미있게 만들고 싶단 생각을 많이 한다. 내년에 조금씩 시도해서 내후년 쯤에는 나라는 사람을 대표할 수 있는 수업들을 디자인해보고 싶다. 그러면 뭔가 또 다른 단계로 넘어가게 되지 않을까. 일단, 요즘은 매사에 감사한 날들이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감사하다.
11월 10일
마이크 이야기
매주 화요일은 바쁘다. 오전에는 성남에서, 오후에는 용마중에서, 저녁에는 불광에서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지가 벌써 5주가 지났다. 강의 하나하나 할 때마다 힘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올해 초에 구입한 마이크 덕분에 목은 좀 덜 아프다. 사실 작년에 수업을 할 때가 진짜 힘들었다. 아이들이 뭐 하느라 내 말을 듣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소리를 질러야 했고, 내 목은 힘들었다. 이왕 말이 나온김에, 마이크를 쓰면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을 한번 적어보자. 세상의 일은 모두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니까. 좋은 점은 우선, 목이 덜 아프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강의를 해도 그리 힘들이지 않을 수 있단 점이다. 그게 너무 큰 장점이다. 이 때문에 다른 단점들은 작게 느껴질 정도로.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첫 번째는 무개다. 너무 무겁다. ㅜㅠ 나는 아직 차가 없어서 짐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데, 그게 힘들다. 두 번째로는 ‘주의력’이다. 내 느낌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말로 하는 게 아이들은 더 집중해 준다. 마이크를 쓰면 어딘가 모르게 떨어져있단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냥 내 목소리로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사실 베스트라는 것. 그게 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한다는 것. 그건 사실이란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는 ‘발성을 고리쳐는 노력’이다. 마이크가 없을 때는 목이 아프니 어떻게 해서든 발성을 고쳐서 목을 보호해야 겠단 생각을 했다. 호흡을 실어보기도 하고.. 하지만 마이크를 쓰면서는 그런 노력이 사라졌다. 역시 사람은 고생을 해야 정신을 차리는 것 같단 말이지 ㅋㅋ
11월 11일
갑작스런 데이트
오늘은 오전 수업만 있는 날이었다. 원래는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그런 일들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아내의 갑작스런 제안. 맛있는거 먹고, 장보고, 안과도 가야 하고 우리가 지금 할 일이 많다는 것! 생각해보면 9월부터 지금까지 거의 평일을 일하는데 소모했다. 프리랜서의 가장 좋은 점은 바로 평일에도 주말처럼 보낼 수 있단 점인데 나는 그것을 거의 활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미안하기도 했고, 또 이번 주 토요일도 계속 일해야 했기에 아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상경중 수업을 마치고, 망원에서 아내와 만났다. 오랜만에 아웃백에 갔다. 할인 쿠폰이 생기면 가끔 가는 곳이다. 예전엔 참 많았는데 이젠 장소를 수소문해서 가야 한다. 가면 그래도 맛나게 먹는다. 공간이 넓어서 아가랑 같이 가기에도 괜찮은 곳이다. 신촌에서 밥을 먹고, 현대 백화점에 가서 이유식 재료를 샀다. 신촌에 도로를 축소하고 나니 훨씬 분위기가 밝아졌더라. 장을 보고 홍대까지 걸어갔다. 재원이가 자는 바람에 버스를 탈 수 없어서 걸어갔는데, 걷는게 좋긴했지만 우린 녹초가 되었다. 홍대에서 수유실가서 맘마도 먹이고, 아내는 계속 못 가고 있던 안과도 갔다. 내가 없으면 혼자선 병원도 잘 갈 수 없다. 육아란 그런 것. 이후 합정까지 또 걸어갔다. 참 많이도 걷는 날이다. 스벅에 가서 잠깐 쉬었다가 홈플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왔다. 집에선 남은 청소와 설거지, 이유식 만들기, 재원이 재우기까지.. 오늘을 가족과 쉬는 날로 생각했음에도 일하는 것 보다 더 빡세다는 ㅋㅋ
11월 12일
일 폭탄
지금 시간 8시 22분. 오늘 하루를 선언한다. 오늘은 잡다한 것은 없는, 순수한 하루다. 사실 내가 보내고 싶은 하루는 하루 종일 책보고, 생각하고, 글쓰는 그런 하루를 원한다. 하지만 그런 하루는 그러한 조건이 충족될 때 가능하다. 마치 옛날 도시에 병사, 농부, 귀족, 예술가들이 산다고 해보자. 귀족이나 예술가들이 뭔가 만족스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은 병사가 그 도시를 지켜주기 때문이며, 농부가 일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4가지 역할을 모두 해내야 한다. 외부로 부터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해선 일을 해야 하고, 그것이 내 삶의 일부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나는 다른 자아의 삶도 필요하다. 오늘 열심히 일한 대가는 바로 다음 주, 나에게 꿀맛같은 휴식을 선물할 것이다. 우선 시작은 좋다. 음악도 좋고, 날씨도 적당하다. 마우스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미친 짓을 하긴 했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자. 밖으로 보는 풍광이 참 좋다. 이제 가을인가보다. 자, 멋진 하루를 시작하자!
11월 13일
당산서중 자소서 캠프
합정에서 pxd미팅이 있었다. 영일 형님의 고뇌가 그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오후에는 당산서중 자소서 캠프가 있었다. 특성화고 아이들이었는데, 확실히 느낀 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어느 정도 문장을 쓸 수 있는 아이와 아닌 아이로 구분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바로 ‘책을 읽느냐’고 구분되는 것 같다. 누군가는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낫다고 말하는 분도 계신데, 나는 아니라고 본다. 글자를 읽을 수 있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라. 문장을 읽고,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으로 따진다면 꽤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너무 빨리 영상 미디어에 익숙해져서 더 그런것 같기도 하다. 글로 무언가를 읽을 기회는 많지만, 되려 그 풍족함 속에서 긍정적 자극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성을 느낀다. 모르는 단어가 많을 수록 더 책을 보긴 어려워지는 법이니. 자소서 캠프는 잘 끝났다. 그래도 꽤 많은 아이들에 어느 정도 감을 잡고 돌아간 듯 하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직접 써보는 것이 좋은데, 중간 중간 내가 뭔가 해결해 줬다는 느낌도 있어서 그런건 반성할 점이란 생각이 든다.
11월 14-15일
바쁘게 흘러갔던 주말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보냈다. 우선 토요일, 오전에는 서일대 창업 강의를 갔다. 지난 주에는 교수님의 강력한 파워로 많은 인원이 모였다고 하는데 이번 주엔 자발적으로 모였는지 너무나 적은 인원이 모였다.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사업계획서에 대해서 의미있는 교육을 할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슬픈건 어떤 시간을 보냈음에도 그 시간이 의미없게 느껴질 때다. 어떤 배움이 있거나, 새롭게 깨달은 내용만 있어도 그렇게 슬프진 않더라. 오후엔 삼성 크리에이티브 멤버십 멘토링을 갔다 집으로 왔다. 꽉찬 하루였다. 일요일도 바빴다. 오전에 집안일을 하고, 정인이와 예비 남편을 만났고, 저녁엔 장모님 댁에 가서 저녁을 함께 먹었다. 형님과 아주버님도 오셨는데 아주버님은 이제 배가 꽤 내려왔더라. 너무 빨리 나오진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그러고 보니 우리 누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새로운 생명을 기다리는 것이 참 기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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