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책 읽기 - 한번 더 옮기기
현대인들에겐 책 볼 시간이 없다. 그건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책 볼 시간이 도저히 없다. 내가 유일하게 책을 마음놓고 볼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지하철'뿐이다. 지하철 이외의 장소에서 책을 본 기억은 나름 안정적인 회사생활을 하던 시기뿐이다. 2012년을 기점으론, 앉아서 책을 읽은 적은 손에 꼽는다. 앉으면 보통 필사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강의를 준비하는 일을 할 수 밖에 없기에. 먹고 살아야 하니까. 책을 읽기 위해 나는 하나의 전략을 세웠다. 일단 강의장소가 멀면 멀수록 보통은 주저하지만, 난 마다하지 않는다. (되려 속으론 반긴다.) 비효율적인 동선을 많이 만들수록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나기에. 작년엔 그 정도가 심해서 매주 오산, 일산, 남양주, 시흥, 성남을 왔다 갔다 했던 적도 있다. 올해 들어서 다소 나아졌지만, 그래도 이동시간이 만만찮은 곳들이 여전히 많다. 그렇게 시간을 확보했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강의 준비는 끝이 없는 거라서, 이동 내내 강의 준비를 하면 책을 볼 순 없게 된다. 그래서 '시간적 여유'에 이어 두번째 조건, '정신적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 나는 이동 중엔 내가 강의 하러 간다는 사실을 잊으려 노력한다. 강의 준비 시간과 책 보는 시간은 철저히 구분하려 애쓴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영원히 책을 읽을 수 없기에. 마지막, 사실 이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오늘 발터 벤야민에 대한 책을 읽으며 강의하러 가는 길이었다. 책을 읽으며 그 기쁨이 참으로 커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장주가 나비의 꿈을 꾸고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를 알지 못하였다고 하지. 탁월한 비유다. 그 문구를 나에게 가지고 오면 이렇게 된다. 나는 먹고 살기 위해 책을 보는 것일까, 책을 보기 위해 먹고 사는 것일까. 문득,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과 반대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그러게. 어느새 성큼 다가온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9월 22일
중간 점검
9월의 2/3가 지났다. 중간 점검을 해보자. 탁월한 삶을 위한 훈련은 필연적이기에. 그리고 그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에. 기꺼이 받아들이려 한다. 3월부터 하나의 실험을 했다. 매일 성찰일지 적기. 물론 밀릴 때가 대부분이다. 3-4일 정도 밀리기도 하니까. 하지만 일주일 이상 밀리진 않았다. 그리고 하루도 빼먹지 않고 적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건 내가 나 자신에게 칭찬해 줄 부분이다. 그래서, 작년 내 삶의 만족도를 6-7점 정도라고 한다면, 올해는 8-8.5점은 된다. 꽤 높은 점수의 상승의 절반은 재원이가, 절반은 성찰이 책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끝인가? 아니다. 아직 멀었다. 그 하나의 새로운 실험이 시작되었다. 9월부터 시작된 실험은 바로 ’Self-control’ 프로젝트. 매일 하나의 할 일을 정하고, 그것을 하는 것. 아주 단순하다. 하지만 지속하기에 그리 쉽지도 않다. 매일 무언가를 인식하는 것 그 자체가 꽤 어려운 일임을 고백한다. 실제로 처음 며칠은 생각도 나지 않더라. 하지만 어느새 거짓말처럼 21일 정도가 지났다. 누군가 그랬다. 습관을 형성하는 시간이 21일이라고. 꽤나 설득력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젠 알아서 매일 할 일을 기록하고, 체크하고 있다. 그래. 올해는 나를 대상으로 이런 저런 실험을 하자. 그리고 내년엔 그 실험 결과를 공유하고, 함께 나아가자.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가자고 하는 것은 기만이지만, 내가 갔던 길을 가자고 하는 것은 초대이자, 배려기에. 그렇게 함께 훈련해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다 같이 걸어들어가 보고 싶다. 9월 지금까지 나의 만족도는 8.5점이다. 남은 1.5점은 단순하다. (솔직히 9점 이상이 되긴 어려울 듯 하지만) 남은 기간도 온전하게 이 프로젝트에 헌신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좋다.
9월 23일
열정에 대하여
오늘은 오전 수업을 마치고, 연이은 미팅이 있는 날. 앞서서 김희태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과의 인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나는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공부를 한참 할 때였다. 아마 10월이었나 mysc에서 주관하는 소셜 이노베이터 캠프가 열렸다. 다른 것보다 기대가 된 것은 체험형 워크샵과 OST를 직접해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1박 2일이란 일정에도 불구하고, 신청했다. 결과적으론 만족스런 경험이었다. 그 과정에서 옆에 앉아서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는 인연으로 만났었다. 왜냐? 당시 선생님께서 협동조합 보드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하셨기 때문에. 그때 한참 보드게임에도 관심이 많던 나는, 이후 몇번 회사를 찾아서 이야기도 했고,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 보기도 했다. 작년 이맘때쯤, 교육 하나 같이 하자고 의견도 모았지만 결국 그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근 1년만에 다시 만나서 대화하는 거라, 근황을 주로 나누었다. 이번 만남에서 특히 인상깊은 것은 바로 ‘역사’에 대한 선생님의 열정이었다. 신나게 설명하시는 모습을 보며, ‘아, 이분은 정말 좋아하는거 하시는 구나’를 알 수 있었다. 이런 저런 곳에 역사 탐방을 다니시며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듣고, 공부도 하시는 모습이 나에게 좋은 자극도 되었다. 또한, 대동법 시행과 관련한 비석을 설명할 때는 정말 기존에 ‘의미없었던 비석’이 나에게 ‘새로운 의미’가 되어 출현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역사가의 본질이 그런 것이 아닐까. 선생님의 열정에 감탄을 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어서 만난 선생님은 최승표 선생님. '우리 아이는 야구선수'란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이다. 사실 인연이 된지는 꽤 오래 거슬러 올라간다. 미내사에서 부터 이어져오니 ㅋㅋ 암튼 선생님도 앞서 처럼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계시다. 우리 나라에 좋은 운동 문화가 퍼졌음하는 바람이 나에게도 전해져 온다. 나 역시 이에 감화되어서 이번에 워크샵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고 말이다. 암튼 이런 분들의 열정을 접하면, ‘열정’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열정이란, 정말 ‘삶’에 '숨’을 불어넣는 것이 아닐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니 말이다. 그 보상을 바라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 의미있게 생각하는 것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바치는 것, 그렇게 삶을 살아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열정이 아닐까.
9월 24일
칠보초 수업 성찰
칠보초 감사 수업이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 시간은 감사편지를 읽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이번 1년은 나름의 주제를 바탕으로 주제별 수업을 진행해오고 있는데, 이번 감사수업에서 그건 가장 잘 지켜진 것 같다. 도입은 이야기로, 전개는 자신들의 실제 사례로, 절정은 역할극이나 프로젝트로. 마무리는 나눔이나 표현으로. 그렇게 하나의 주제를 탐색해보는 활동을 의도했었는데, 이번에 그나마 잘 된 것 같다. 그렇게 하반기 수업도 하나씩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잘 따라와주는, 그래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보이는 아이들이 감사하다.
9월 25일
지현쌤과의 대화
꼴라주 프로그램 때문에 서둘러 미팅을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미팅을 하면서 느끼는 건, 재미있는 과정이 될 것 같다는 기대다. 역시 다양성이 충분히 확보되고, 그 특징이 잘 발현되는 분위기가 연출될 때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건 기정사실인듯. 미팅을 마치고 지현쌤과 남아서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 지현쌤은 나와 애니어그램 성향은 다르지만, MBTI적 성향은 비슷하다. 나보다 외부에 비교적 많이 열려있으신 편이지만, 그래도 내부와 외부의 균형이 잘 맞는 편이다. 사람을 보는 눈이나 관심사도 비슷한 편이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성향도 비슷하다. 그래서 대화를 하다 보면 재미있는 점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이런 저런 주제로 대화했는데, 마무리할 때쯤 정리가 된 것이 있다. 퍼실리테이션과 디자인씽킹과 시스템씽킹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다. ㅋㅋ 일단 도입은 퍼실리테이션이다. 왜냐? 참가자들에게 ‘힘’을 되찾게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발언와 아이디어이 반영된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필수다. 그것이 없으면 공동 창조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힘을 되찾게 하고, 그 힘을 사용하게 하는 것은 역시 ‘디자인씽킹’이다. 디자인씽킹의 ‘행동 중심 모델’은 굉장히 뛰어나다. 공감을 중심으로 한 행동, 그리고 지속적 피드백. 그렇게 참가자들은 자신의 힘을 자각한다. 마지막은 시스템씽킹이다. 자신이 발휘한 힘에 대한 영향력을 추적하는 것은 역시 ‘시스템씽킹적 관점’이 최고다. 원인과 결과를 추적하고, 결과가 원인에게 다시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그 피드백을 고려하는 것. 그렇게 해서 큰 그림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것. 그렇게 되면 전체 과정은 하나의 조각으로 완성된다. 끝없는 이 그림을 맞추는 것은 각자가 일상에서 돌아가서 해야 할 몫으로 남고 말이다. 역시 함께 아이디어를 합치고 나누는 것은 즐거운 과정이었다.
9월 26일 - 29일
추석 연휴 리뷰
이번 추석 연휴를 간단히 리뷰한다. 첫날, KTX를 타고 대구로 이동했다. 평소 나는 돈이 아까워서, 그리고 기차에서 책을 읽고자 주로 ‘무궁화호’를 이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엔 재원이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게다가 빈 자리가 없어서 특실을 끊었다. 비싸서 그렇지 진짜 빠르긴 하더라. 1시간 40분만에 대구에 도착했다. 평소 왠만한 수업 다니는 거리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달떡’을 사러 간 것이다. 달고 떡볶이는 정말 맛있고 싸다. 2000원치만 사면 2-3명이 배부르다. 게다가 맛있다. 나는 매년 2번 대구를 가고, 매번 도착하자마자 사 먹는다. 올해는 아버지가 이벤트를 준비했더라. 재원이의 방문을 축하하는 대자보가 뙇! 진짜 웃겼다. ㅋㅋㅋ 손주가 이쁘긴 이쁜가보다. 한참을 웃고 제사음식도 먹고 놀았다. 저녁에는 아버지랑 같이 두류공원도 산책했다.
ㅋㅋㅋ 대박 ㅋㅋㅋ
다음 날, 아침일찍 차례를 지냈다. 사실 지난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아내도 나도 재원이도. 왜냐? 그놈의 모기! 재원이도 팔과 다리에 10방 정도를 물렸고, 나도 그랬다. 한 녀석이 그런거 같은데, 암튼 엄청 힘들었다. 비몽사몽으로 차례를 지내고, 사촌동생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오후엔 성묘를 갔다가 할머니 요양원도 들렸다. 할머니는 이제 정말 치매가 심해지셨더라. 우리들이 가서 인사를 해도, 엄마가 먹을 것을 드려도, 그저 ‘감사합니다’만 반복하셨다. 처음보는 사람처럼 우리를 바라봤다. 나는 사실 할머니를 통해서 키워졌기 때문에 할머니랑 각별한데, 마음이 너무나 아렸다. 평소에 편히 눈감으시는 것을 얼마나 꿈꾸셨는데.. 매번 편하게 눈감게 해달라고 애원하셨는데, 지금은 편안해 지셨으려나 모르겠다. 암튼 남은 기간 동안 할머니가 진심으로 평안하시길 기도한다. 정말 그러하시길.. 에효. 암튼 저녁에는 다들 힘들어서 뻗었다. 다음 날, 오전에 아파트 주위에 산책을 다녀온 것 이외에는 별 일이 없었다. 재원이 보느라 다들 정신없었다. 오후에 외출을 했다. 요즘 뜬다는 ‘김광석 거리’에 방문했다. 정말 예쁘더라. 그림과 음악이 어울려진 거리였고, 그에 맞춰서 갖가지 상업적 시설(;;)도 들어오고 있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나는 ‘예술의 힘’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서울로 치면 연남동이나 통의동을 걷는 기분? 예술이 자리를 잡으면 사람들이 들어오고, 그 사람들을 따라서 돈이 들어오는 모습에 더불어 볼 수 있었고 말이다. 백화점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왔다. 마지막 날은 오전에 떡볶이를 먹고, 오후에 KTX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이번 추석 연휴를 정리하자면. (혼자일 때보다) 정신적, 시간적 여유는 많이 없어졌지만, 그 덕분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광경들을 새롭게 목격할 수 있었던, 그런 의미있는 명절 연휴라고 정리하고 싶다.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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