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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 노트/일상 성찰하기

[일기] 2015년 9월 둘째주 성찰일지


9월 7일
자유란, 억압이 아니다. 통제다. 

할 수 없으면서, 그걸 안 한다고 말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그것은 되려 억압이다. 신포도와 여우에서 여우가 그런 우를 범한다. 사실은 먹고 싶으면서 ‘저건 맛 없어’라고 말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억압이다. 여우는 ‘욕구’에 억압당한 것이다. 만약, 자기 눈 앞에 포도를 발견했을 때 여우가 앞서 말한 것처럼 절제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안 하는 것 그것이 자유다. 그 차이는 중요하다. 대부분 우리의 삶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으로 나뉘고, 거기서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으로 한번 더 나뉘기 때문이다.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자기 통제력이자 자유란 힘을 발휘하는 능력이다. 사실상 자유는 통제의 뒷면이다. 자유란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무언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 않아야, 나의 ‘진짜 욕망’에 이끌려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자유이다. 


9월 8일 - 9일
수업의 연속 

화요일과 수요일, 정말 정신없는 나날이었다. 화요일 오전에는 검단초 토론수업 (3학년 애기들 수업인데, 참 즐겁다. 3학년만 해도 아직 순수함이 많이 남아있어서 좋다.) 오후에는 시흥으로 건너갔다. 세계를 담은 스쿨 마지막 수업. 이제 결과발표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임에도 프로젝트 진척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다. 난 이럴 때일수록 랜드마크 생각이 많이 난다. 가장 공감되는 메시지도 거기서 많이 들었고. 여기서도 많이 말했다. 관객과 선수의 차이도 말하고, 결국 내가 이 상황의 원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각자의 양심을 건드려서 스스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길 꿈꾼다. 물론 나에게 부족한 건 형식이겠지만. 사업 자체 취지는 좋은데 발표회라는 성격이 다소 부담스러울 듯 하다. 수요일 오전에는 상경중 매머드 수업. 오후에는 동양중 수업. 둘 다 매머드 게임을 진행했는데, 지금까지의 게임 중에선 가장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도 재미있었고. 다만 중학생들의 순수함을 이젠 볼 수 없어서 너무 아쉽다. 다들 끌고 가려면 내 힘이 너무 많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이렇게 내내 수업하니 나도 힘이 든다. ㅠㅜ 


9월 10일
칠보초 수업리뷰

오늘 3학년 수업. 감사 숙제를 내줬는데, 생각보다 다들 해와서 기뻤다. 게다가 선생님이 따로 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기들끼리 해낼 수 있었던 점도 놀라웠다. 그 중에서도 꾸준하게 한건 성준이였고, 가장 잘 했지만, 나머지도 잘 했다. 이쁜 것들. 건이가 은서를 챙겨주는 모습도 변화된 모습이었다. 원래 그렇게 착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봐온 모습으론 좀 아쉬웠기 때문에. 강영우 선생님 이야기는 여전히 파워풀하다. 아이들이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야기는 힘이 세다. 4학년 수업. 성재는 보면 볼 수록 신기하다. 엄청나게 연채동물처럼 의자를 가만히 두질 못하는데, 솔직히 내버려두고 싶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는 점은 분명히 있다. 안타깝다. 3학년들과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주로 했고, 숙제를 주었다. 다음 주에 해올지가 관건. 5-6학년은 원래 상황극 발표가 있었지만, 해내지 못했다. 잠시 당황했지만, 지금 이순간 가장 적합한건 게임일 것 같아서. 급히 다른 걸로 준비했다. 우선 숙제를 다들 안 했기에 한번 더 써보게 했고, 이후 직업 난파선 게임과 가치관 경매 게임을 했다. 경매 게임은 역시 인기가 많다. 4학년 선생님께서 1달 뒤에 발표회가 있다고 하시는데, 그걸 대비해서 한번 준비해도 좋을 것 같다. 다음 주 까진 감사 수업을 마치고, 그 다음부터는 놀이 디자인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9월 11일
보라초 임원수련회

오늘은 재미있는 날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 달 (8월)이다. 독서토론 교사연수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선생님들께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꽤 재미있게, 몰입도 있게 진행이 되었었다.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런 수업이었고. 수업이 끝나고 한 선생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다음 기회에 한번 모시고 싶다고. 그런 연결이 종종 있는 편이라 알겠다고 했는데, 그때 인연으로 오늘의 수업이 만들어졌다. 꽤 빠르게 진행된 것이다. 선생님이 학교가 너무 멀다고 하셔서, 걱정했었는데 마침 그곳은 우리 누나가 사는 곳 근방이더라. 그래서 도랑치고 가재잡는 작전을 짰다. 아내도 오랜만에 밖에 나갈겸, 같이 나가서 나는 수업하고, 아내랑 누나랑 만나서 놀기로. 그렇게 아침부터 서둘러서 재원이 이유식도 챙기고, 나도 수업 준비하고, 청소도 일찍 마쳤다. 오후 리더십 수업은 성공적이었다. 아이들도 지난 번 임원 수업은 너무 지루했었는데 비해, 이번 수업은 재미있다고 좋아했다. 나도 아이들이 잘 따라와 준 덕분에 별 어려움 없었고. 수업을 마치고 판교 현대백화점으로 갔다. 아내랑 재원이, 그리고 누나랑 함께 저녁을 먹으로 갔다. 함께 맛있는 짜장과 탕수육을 먹고 집으로 왔다. 이런 기회는 참 반갑다. 수업도 하고, 놀기도 하고. 앞으로 재원이가 더 크면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9월 12-13일
SCM + 연남동 산책

토요일 오전에 오랜만에 연신내 공부방 사람들과 만나서 교류했다. 2009년에 정말 암울하던 시절을 함께 공유했던 분들이라 왠지 정겹더라. 앞으로도 종종 만나서 일상도 나누고, 재능도 합쳐보기로 했다. 그리고 오후엔, 삼성크리에이티브멤버십 유스반 2기 3학기 첫 수업을 하러 갔다. 이 친구들도 이제 1년이 넘었다. 꽤나 정이 든 친구들인데 이제 마지막 학기라 그런지 기분이 남달랐다. 개인의 욕구에서 시작해서 이번 학기는 하나의 마을을 만들게 되는데, 첫 스타트가 괜찮았다. 특히 하나의 직업을 좌표에 표시하고, 그 기준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꽤나 인상깊었다. 지난 1년보다 훨씬 더 밀도 높은 상호작용을 이루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 일요일은 나와 재원이의 시간. 아내는 그림을 그리러 3시간 정도 자리를 비우고, 나와 재원이만 함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지난 주, 간식을 먹이기가 너무 어려웠지만 이번 주에 배 퓨레는 다행히 잘 먹어주었다. 오후엔 아내랑 재원이랑 함께 연남동 산책을 갔다. 경의선 숲길에 사람들이 아주 많았고, 그 자유로운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저녁에는 형님이랑 아주버님도 오시고, 이모님이랑 함께 흥부골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래저래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역시 연남동 산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