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독서토론 교사연수

오늘 용인 동막초에서 교사연수가 있었다. 어떻게 알고 연락을 주셨나, 했더니 다른 선생님 소개로 연락주셨다고 한다. 게다가 와서 보니 예전에 교사연수를 진행한 천천초 선생님 한분이 또 진행하시면서 내 이야기를 하셨다고 하더라. 세상이 참 좁구나 라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하고 있다. 선생님 연수는 할 때 마다 느끼지만, 그래도 즐거운 편이다. 선생님들께서 워낙 공감을 잘 해주시기도 하고, 나 역시 아이들을 대하는 입장이라서, 함께 이야기할 거리도 많다. 이번 주제는 독서토론에 대한 것이었는데 몰입도도 꽤 높았다. 첫 한 시간은 간단한 게임과 함께 ‘참여도를 높이는 법’에 대해서 토론했는데, 결과적으론 ‘적절한 시간, 공감되는 주제, 경청하는 자세’ 이런 것들이 나왔다. 뒤의 2시간 동안은 ‘스갱아저씨의 늑대’를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했는데, 어른들이 하기에도 손색이 없는 좋은 주제였다. 하면서도 주제 선정을 잘 했단 생각을 중간중간 했다. 중간에 어떤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생님께서 굉장히 신나 하시면서 수업하는게 느껴진다고. 그래서 우리들도 재미있게 수업듣고 있다고. 감사하다고” 좋은 반응을 얻으면 나도 기분이 좋다. 게다가 연륜이 많으신 이런 선생님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도 좋은 결과를 만들고 가는 길이라, 기쁜 하루다. 


8월 4일
함석헌 선생님 

지난 주에 이어서 시흥에서 <세계를 담은 수쿨>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수업 이야긴 요즘 많이 했으니 빼고,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바로 함석헌 선생님 이야기다. 월요일과 화요일에 걸쳐서 읽은 책이 바로 <함석헌 평전>이다.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선생님으로 파커j파머가 있는데, 그 분이 바로 퀘이커 교도이시다.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을 비롯한 <내게 삶이 말을 걸어올 때>를 읽으며 나는 파커 파머가 가진 세계관이 너무 궁금했고, (왜냐하면 내가 가진 세계관과 가장 흡사했기 때문에) 그렇게 퀘이커교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퀘이커교도가 누굴까? 바로 함석헌 선생님이다. 자연스럽게 그분의 책을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에 평전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 근 현대사 공부는 정말 필수구나”란 것이다. 특히나 역사를 보는 관점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왜곡되지 않은 역사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책이다. 선생님 사상의 핵심은 씨알이다. 씨알은 바로 우리들을 의미하는데, 우리를 각자가 참되게 살아가는 것.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현실에 참여해서 세상을 나아가게 하는 것. 그런 것을 말했다. 선생님은 기독교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상 체계를 배우시고, 삶에 녹아들도록 했는데, 그러한 점이 나에겐 가장 크게 와 닿았다. 결국 진리는 하나라는 것. 진리가 어느 하나에 갇히게 되면 그건 더 이상 진리가 아니라는 것. 나 역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공감했다. 요즘 나의 관심사의 흐름을 보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에서 헬레니즘 철학자 (에피쿠르소와 스토아학파), 노장사상을 비롯한 스피노자 (나는 이 둘이 비슷한 흐름이라고 여긴다), 그러한 스피노자에게 영향 받은 괴테와 니체등 독일 철학자, 문학가들. 톨스토이와 간디를 비롯한 이상적 개인과 공동체를 꿈꾼 사람들. 그리고 파커 파머와 함석헌 선생님을 비롯한 퀘이커 교도들. (그들의 현실 참여성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 이렇게 이어지는데, 나름대로 그들의 흐름을 잘 연결해서 나만의 생각으로 정리하고 싶단 생각을 한다. 이 흐름에 하나의 존재로서 올라타고 싶고, 그들과 관계를 맺고 싶다.


8월 5일
피곤한 일정

지난 주 휴가를 마치고 연이어 강행군 중이다. 오늘은 강원도에 가는 날. 수업을 잘 마무리 했다. 한 멘토 선생님은 감사하게도 일주일 강의 중에 내 강의가 가장 좋았다는 극찬도 해 주셨고, 나 역시 지난 번 보다 올해 버전이 더 마음에 들어서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체력이었다. 오는 길에 안상렬 코치님과 정말 즐겁게 대화하면서 서울에 왔지만, 그 이후에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에 나의 배터리는 모두 나가버렸다. 최근 거의 5시간씩 밖에 자지 못했고, 또 이동이 워낙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결국, 집에 가서도 짜증을 부리고 말았다. 내가 내 몸을 챙기지 못하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그러면 주위 사람들 마저도 폐를 끼치게 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 었음에도 말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관계는 결국 신체 건강에 달려있기도 하다. 건강 챙기자. 바부팅.


8월 6일 
칠보에서의 하루

오늘 칠보초 캠프 수업이 끝나고 숙소로 왔다. 빌린 김영하 작가의 ‘옥수수와 나’를 읽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마침 해가 질 무렵이라, 날씨는 시원했다. 발걸음도 가볍다. 조그만 도랑을 건너는데 물살에 꽤나 세보였다. 최근 전국적으로 내린 비 덕분인가보다. 이렇게 활발하게 흘러가는 물을 보는 것이 오랜만이라 기쁘기도 했다. “꽥 꽥” 오리 소리가 들리길래 가만히 들여다보니, 정말 오리 가족이 있다. 두 마리의 큰 오리와 열댓마리의 아기 오리들이 줄을 지어 헤엄을 친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애처로운지 한 참을 쳐다보다가 발을 옮겼다. 저녁은 이어도 회관에서 먹으려고 했지만, 문을 열지 않았다. 옆에 있는 소머리 국밥집에 들어갔다. 역시 전라도 음식은 담백하고 맛나다. 한 그릇 뚝딱 먹고, 반찬도 다 해치웠다. 밖을 나오니 이미 해는 저물고, 어두웠다. 시골길을 걸어다니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구나. 최근엔 이럴 일이 거의 없었구나. 그런 생각도 했다. 숙소로 들어와 샤워를 하고, 책을 보면서 몇 문장을 옮기고자 노트북을 켰다. 습관처럼 노래를 틀었다.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는데, 귓가에 “찌르르 찌르르”란 소리가 들렸다. 노래를 껐다. 그러자 들리는 수많은 오케스트라 소리들. 내 주위의 곤충들이 하나같이 화음을 맞추고 있었다는 걸 나는 몰랐다. 눈을 잠시 감았다. 입가엔 미소가 고인다. 오늘 이 시간들이 나에겐 낯설지만, 그래서 어쩌면 나를 채워주는 것일지도. 그래. 나는 문득 다짐했다. 자기 전, 다시 밖으로 나가기로. 별을 보고 오기로 말이다. 


8월 7일
칠보 캠프

지난 이틀 간 캠프가 끝났다. 이번 캠프에서 새롭게 시도했던 것이 '팅커링 게임 만들기'이다. 사실상 디자인씽킹 중, '프로토타이핑'에 방점을 찍은 것인데, 아이들에게 제한적인 도구들만 주고, 게임을 만들어보게 했다. 나는 그걸 아래에 나오는 브리콜라주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게임과 놀이를 사고 소비하는 데 익숙한 아이들이, 스스로 게임을 창조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에서 진행했는데, 역시 우리 아이들은 이미 훌륭한 크리에이터였다. 처음에는 각자 하나씩 만들어보고, 나중에는 팀별 게임까지 만들었다. 우리가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되는 길은 단순하다. 사지 않고, 직접 만들고 표현하면 된다. 브리콜라주의 마법은, 그 거친 창조성과 다양성에 있다. 그리고 거기에 인간성의 회복이 달려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브리콜라주란 레비 스트로스의 <야생적 사고>에 나오는 말로 원주민들의 ‘손재주’를 뜻한다. 브리콜뢰르, 곧 장인들의 작업장에는 별 연관도 없는 재료들과 기구가 널려 있다. 하지만, 일거리가 있을 때마다 장인들은 이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상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들에게 제멋대로 배열된 재료와 도구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미다스의 손이 모든 걸 ‘화폐화’해 버린다면, 브리콜라주는 그 반대다. 최소한의 화폐로 다양한 삶을 연출해 낸다."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p.121





8월 8일-9일
하루 종일 콕

집에 붙어있기 신공을 발휘한 주말이었다. 사실상 재원이와의 사투?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이번 주말 내내 집에 있었다. 정말 아빠가 되면서 나 자신에 투자하는 시간들(독서, 공부, 관계, 교육 등등)은 많이 줄었다. 토요일만 해도 책 한번 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마음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틈만 나면 책을 보려고 했으나, 무리하진 않았다. 지난 2주 동안 나도 캠프 때문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제대로 집안을 못 챙긴 것 때문에, 가급적 재원이랑 놀았으니 말이다. 이제 재원이는 꽤 잘 뒤집는다. 그리고 잘 기어다닌다. 뒤로. ㅎㅎㅎㅎ 뒤로 갔다가 같은 자리에서 뱅뱅 돌다가 아주 웃긴다. 그리곤 우리를 보면서 헤헤헤 웃는다. 우리도 헤헤헤. 그렇게 함께 헤헤헤 거린다. 토요일 저녁에는 한강에 나갔다. 군포에서 이모와 이모부가 올라오셔서, 함께 한강에서 한잔 했다. 한강이 옆에 있어서 참 좋구나. 란 생각도 다시 했다. 일요일엔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청소하고, 쉬고, 영화도 보고 그랬던 것 같은데. 재원이랑 함께 있으면 뭐 그냥 시간 따윈 사라지는 것 같다. 아마 재원이가 다 먹어 치워버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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