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내 안의 스승과 대화하다

오늘 우연히 유투브에서 ‘쿠마레’라는 다큐 영화를 보았다. 스스로 거짓 스승이 되어, 사람들에게 ‘진짜 스승’은 스스로에게서 찾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 매우 놀라운 이야기였다. 이런 수준의 다큐를 공짜로 (번역까지 되어서) 볼 수 있음에 일단 감사한 하루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만났던 몇몇 스승(이라 칭하는)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내가 무엇을 바랬는지도 좀 더 알게 되었다. 나는 나를 믿지 못한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한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스승을 찾았다.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사람을 찾았다. 그들에게 묻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하지만 이 ‘쿠마레’는 말한다. 그 답은 오로지 나만이 알고 있다고. 나는 내면의 스승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스승이여. 앞으로 나에게 중요한 3가지 일은 무엇인가요? 라고 물었다. 스승이 답했다. 첫 번째. 관계를 소중히 여겨라. 가까운 관계든 먼 관계든 진심을 다하라. 두 번째. 글을 써라. 더욱 밀도 깊게, 더욱 정기적으로, 더 많은 글을 생산하라. 마지막 가르침. 그건 바로, 침묵하라. 말을 줄여라. 말하려는 스스로를 인식하라. 그리고 더 천천히 말하라. 말에 힘을 실어라. 정리하자면 이렇다. 말을 줄이고, 글을 쓰고, 관계를 소중히 여겨라. 스승의 말이 옳다. 맞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이 3가지 맞다. 

쿠마레 링크


6월 30일
진욱이와 대화

오늘 오전에 오랜만에 진욱이를 만났다. 진욱이는 나와 가치중심적 성향임은 비슷하지만, 실제 행동양식은 거의 정반대다. 나는 교육쪽 관심사가 많다보니 책을 읽고, 수업을 하고, 가까운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긴다면 진욱이는 좀 더 사업가에 가깝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도 이제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던데, 대단한 일이다. 1년 만에 이 정도로 법인을 만들고, 다양한 사람들과 연계되어서 무언가를 벌이는 것. 어쨌든 나는 진욱이의 지난 1년간의 홀로서기가 대단해 보인다. 나를 돌아본다. 나는 지난 2년이란 시간 동안 무엇을 헌신하고 있는지. 내가 좋아서 움직이는 활동은 늘었지만, 해야 해서 하는 것들 (사업화, 마케팅, 브랜딩 등)은 분명 많이 줄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악순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일의 조화, 그것이 지혜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놓친다. 저녁엔 심톡이 있었다. 대략 지금까지 10번 넘게 진행되면서 하나 느낀 점이 있다. 나는 심톡 한번 한번의 성공이나 실패 혹은 사람들의 반응보다, 그것을 꾸준히 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는 것. 잘 하고 못 하고가 있는게 아니라, 하고 안 하고가 있을 뿐이니까. 그리고 앞의 것들이 행동에 초점을 맞춘 거라면, 뒤의 것은 ‘정체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마치 작가들이 ‘글을 잘 쓰는 것’ 보다 ‘글을 매일 쓰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듯. 그리고 한가지 더. 사람들에게 나눌 만한 질문을 던지고, 적절한 사람들(진지하면서도 한편 가벼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초대하면, 의미있는 대화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는 것. 결국 핵심은 ‘적절한 사람’ 그리고 ‘적절한 주제’다. 그 두 가지가 ‘주연'이고, 나를 비롯한 나머지는 ‘조연’에 불과하다. 그렇게 매번 주연이 빛나게 하는 것이 앞으로 심톡의 중요한 역할이 될 듯 하다. 다음 호스트는 또 누가 될지.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서 설렌다. 그 누구도 함께 할 수 있고, 또 어떤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으니까. 어제와 같은 일이 벌어질 거라곤 한달 전에 생각해보지 않았으니까. 

심톡 전체 사진


 
7월 1일 
시스템 사고 교육

오늘 오전엔 인디언 계모임이 있었고, 오후에는 어린이를 위한 시스템 사고 교육을 선보이는 자리가 있었다. 진행되었던 곳은 이화여대 종합과학관이었는데,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대를 가보게 되었다. 사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간다는 건 언제나 낯섬과 설렘을 준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이대가 얼마나 넓은지, 그리고 얼마나 언덕이 많은지 알았더라면 나는 아마 다른 방법을 찾았을 터인데, 그냥 무작정 지도만 보고 찾아가다보니 엄청난 스트레스가 찾아왔다. 날씨는 덥고, 생각보다 크기는 크고, 방학이라 그런지 물어볼 사람은 없고, 또 강의실 찾는건 왜 이렇게 어려운지. 한참을 해메다 겨우 찾아서 들어갔다.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건물배치가 아닌가. 그런 원망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힘들었다. ㅠ 암튼, 들어갔더니 시스템사고 교육은 한창이었다. 5-6개 정도의 게임을 통해서 쉽게 접근하도록 디자인되었더라. 워낙 미국에서 잘 개발된 프로그램이라 그런지 나도 재미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임은 바로 ‘감염 게임’ 이 게임은 정말 재미있었다. 나중에 사람들 한 100명 정도 모아놓고 진행하면 대박일듯. 변수도 좀 더 다양하게 넣고 말이다. 2학기에 기회가 닿으면 한 학교 정도 시스템사고 교육 진행하면 재미있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나는 아직 배우는게 너무 좋은가봐. 


7월 2일 
피드백이란

어제 시스템사고 교육에서 이런 게임이 있었다. 2명이 나온다. 랜덤으로 2명의 사람을 뽑는다. 그럼 그 사람들이 다시 나온다. 다시 2명을 뽑느다. 그런 식으로 새로운 친구들이 늘어나면 전체 친구도 일정하게 늘어난다. 산술급수라고 하나? 암튼 그런 식으로 매 라운드마다 2명씩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2번째 게임에선 방식을 바꿨다. 2명이 나온다. 새로 2명을 뽑는다. 그리곤 앞서 뽑은 친구를 포함해서 4명이 다시 친구를 뽑는다. 그 다음엔 8명이 뽑는다. 그런 식으로 뽑다보니 금방 모든 친구들이 뽑혔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관계를 그리자면 앞의 실험은 새로운 친구 -> 전체 친구 / 뒤의 실험은 새로운 친구 <-> 전체친구 인 것이다. 

이 둘은 확연히 다르다. 원인과 결과가 일차적 관계를 맺을 때 이를 선형 인과라고 한다. 이것은 그야말로 단순하다. 예측하기도 쉽다. 10라운드가 지났을 때, 결과가 어떻게 될지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원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가 다시 원인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때 이를 비선형 인과라고 하며, 이것은 복잡하다. 예측도 어렵다. 확산의 속도도 매우 빠르다. 이 둘의 차이를 만든건 무엇일까? 바로 ‘피드백 고리’다. 결과가 원인에게 영향을 주는 것. 그것이 지금처럼 가파르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양의 피드백 고리, 혹은 균형을 위해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음의 피드백 고리라고 한다. 이러한 피드백 고리는 ‘시스템 씽킹’의 핵심이다. 

이 피드백 고리는 디자인씽킹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무언가를 만들고, 실제 유저에게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다시 개선한다. 하물며 성찰이나 일기쓰기도 하나의 ‘피드백 고리’라고 볼 수 있다. 내가 한 행동(결과)가 다시 나의 계획(의도)에 영향을 주고, 나 자신을 바로 잡는 것이다. 그렇게 피드백 고리를 삶에서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사람은 ‘비약적으로 성장(양의 피드백)’하거나, 혹은 지나치지 않게 '균형을 잡는(음의 피드백)’다. 나는 그것을 ‘비선형적 인생’이라고 본다. 그들은 어찌 되었든 범인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간혹 피드백 고리가 없는(혹은 약한) 사람들이 있다. 같은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옴에도 불구하고,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 이처럼 자기인식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결국 ‘선형적 인생’을 산다. 

소통하지 않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말을 인정하지 않거나,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들. 무엇이 옳은 삶인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무엇이 좀 더 생생하고, 역동적인 삶일지는 쉽게 예상 가능하다. 인생을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뽑으라면 바로 이 ‘피드백 고리’가 아닐까.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결과를 시인하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하려는 탐구적인 태도. 이 모든 것이 ‘피드백’이라는 말에 있는 것이 아닐까. 결국 이 '피드백 고리'는 '나는 모른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니까. 


7월 3일
칠보초 발표 수업 - 나는 나야! 

칠보초에서 이번 1학기를 마무리하면서 대대적인 개인 발표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 사실 발표 시간을 많이 갖지 않은건, 무언가 앞에 나와서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각하는 것, 함께 문제를 해결해보는 것, 협업하는 것,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학기에 한번 정도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마지막 과제로 10장의 PPT를 만들어서 ‘나’에 대해서 발표하게 했다. 주제는 ‘나, 나의 가족, 내가 잘하는 것, 못하는 것, 화날 때, 슬플 때, 기쁠 때, 10년 뒤 내모습..등등’ 다양하게 주었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것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평소 수업 태도가 게으른 친구들도 이번 시간 만큼은 꽤 열정적으로 임했다. 다들 정말 잘 했다. 그리고 특히 개인적으로 감동했던 친구는 5학년의 선아와 민균이다. 선아와 민균이 모두 가정 환경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둘 다 그리 친구들 사이에서 도드라지지 않는다. 민균이는 착하고 배려심이라도 많은데, 선아는 그런 편도 아니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친구들이 꽤 많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둘 다 너무 잘 해줬다. 발표를 할 때 침착하게 한 것은 물론이요,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까지 드러낼 수 있었다. 친구들이 서로에게 준 피드백을 보니, ‘평소와는 다르게 발표를 잘 했다.’ 라거나 ‘진심을 말했다’라는 말이 종종 있었다. 나에겐 기분 좋은 일이었다. 누가 알 수 있을까?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나 역시 어릴 적 한번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칭찬을 받았다. 아직도 기억한다. 목소리가 좋다는 그 칭찬을. 그런 작은 단서들이 쌓여서 지금 내가 강의를 하게 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7월 4일
와우 수업 6번째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느낀 점을 나누고 싶다. 우선, 함께 모이니 좋았다. 특히 MBTI에 대한 사전 지식 덕분에 서로에 대한 차이점을 좀 더 ‘공유된 개념’으로 인식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초반에 선생님이 ‘다양성’에 대한 언급을 했었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가급적 다양한 성향과 성별을 모으려고 노력하셨구나. 그런 생각도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혼란스러웠다. MBTI를 제대로 공부해 본 것은 처음이라 그런지, 그리고 아직 나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가 별로 없어서 인지 내가 어떤 유형인지, 무엇이 더 나다운 것인지 헷갈렸다. 나 덕분에 다들 더 헷갈려하시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혼란스러움이 나로썬 더 반가운 일이기도 했다. 이렇게 탐구할 만한 거리가 주어진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다. 이렇게 절반이 끝났다. 생각해보면 올해도, 인생도 대략 절반 정도 온 것 같다. (물론 내 인생은 좀 더 남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활력있는 시절은 절반 정도 남지 않았을까) 아직 뭔가 해보기도 전인데, 승부를 걸지도 않았는데, 벌써 시간이 반이나 흐른 느낌이다. 자기다움 5장면에서도 나왔지만, 나는 뭔가 지지부진하고, 이것이 내가 가야할 길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 그렇게 절박할 때 움직인다. 이젠 나이가 더 들었다. 더 현명해지고 싶다. 건강에 절박해졌을 때는 이미 늦다. 삶도 마찬가지다. 이젠 더 빨리 내다보고, 먼저 움직이고 싶다. 아쉬움을 뒤로 남기고 싶진 않다. 전심전력으로, 생생하게, 살아나가고 싶다. 와우도, 올해도, 내 인생도. 


7월 5일
일산 호수공원

한 차례 메르스 태풍이 지나간, 평화로운 오후다. 아내는 오늘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듯 보였고, 나 역시 그저 집에서 쉬는 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결정한 목적지는 바로 ‘일산 호수공원’이다. 서로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 아내는 원래 일산을 좋아한다. 그 깔끔한 분위기. 그리고 나는 ‘알라딘’이 목표였다. 일산 지점이 예쁘다는 소식을 이미 접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우린 일산으로 향했다. 아웃백에서 맛있는 밥도 먹고, 호수공원을 가로질러 걸었다. 중간에 뽑기도 했는데, 아내는 엄청난 실력으로 정확히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근처 초딩들이 굉장히 부러워한다는 걸 난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달아서 반쯤 버린건 함정. 어릴 적 추억이 파릇파릇 돋아났다. 즐거웠다. 라페스타를 구경하다가, 홈플러스가서 재원이 맘마도 먹였다. 결국 마지막 종착지는 알라딘. 둥근 구조가 참 예뻤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나는 2권의 책을 구입했고, 아내 책도 하나 사주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자 하루가 다 지나갔다. 피곤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바깥 나들이를 나갈 수 있음에 행복한 일요일이라 총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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