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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 노트/일상 성찰하기

[일기] 2015년 6월 첫째주 성찰일지



2015년 봄, 성남 검단초등학교 아이들과



6월 1일
나는 무엇을 얻는가? 나는 무엇을 얻게 하는가?

새로운 한주다. 지지난주까지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다가, 아마 허리를 다친 이후에 멈췄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일어나서 으샤으샤 열심히 운동했다. 오늘 중으로 할 일이 꽤 많았다. 그래서 틈틈히 시간을 내서 일하고자 한다. 오전에는 주정미 코치님을 만나서 질문에 대한 연구 및 스터디를 진행했다. 기억에 남는 질문 2개. 나는 여기서 어떤 유익을 얻어가고 있는가? 나는 여기서 중요한 사람인가? 참 좋은 질문이다. 심플해서 좋다. 첫 번째 질문은 다들 하는 질문이지만, 두 번째 질문은 색다르다. 사실 이 부분을 충족시켜 주는 교육에서 우린 배웠다고 느낀다. 디자인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그렇지. 이후 용마중 수업을 갔다. 첫 시간이 비교하면 일취월장한 실력들이었다. 5달러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인상깊었던 활동은 3가지다. 첫 번째는 지난 번에 이미 예산을 다 사용해서, 이번에는 예산 없이 그저 매일 매일 친구들을 칭찬해주는 팀. 돈과 가치는 그리 상관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두번째로는 선생님들께 편지와 함께 커피를 건낸 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교장선생님께도 전달하고 같이 사진도 찍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론 친구들에게 사탕과 편지를 나눠준 팀. 사탕만 나눠주니 피드백이 별로 였지만, 편지와 함께 나눠주니 너무 좋았단 그 메시지 자체가 좋았다. 그렇다. 가치는 언제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 그곳에서 가치가 출현한다. 나도 많이 배웠다. 

6월 2일
토론, 생각하게 한다는 것. 

오늘은 검단중에서 새로운 독서토론 컨텐츠로 진행했다. 나름대로 철학 토론이란 이름을 붙였는데 참 재미있었다. 아이들의 상상력도 좋았고. 특히 하브루타 형식으로 둘이 1:1로 토론하는 것이 좋았다. 다들 활발하게 토론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후엔 홍대로 왔다. 저녁에 인문학 강의를 듣기 위해서 미리 왔는데, 오랜만에 블로그에 포스팅도 하고, 강의도 듣고, 또 이런 저런 생각도 했다. 이렇게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그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이번에 글을 쓰면서 ‘현재를 붙잡자’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최근의 헤이한 모습과도 이제 결별이다. 배고프다. 저녁을 먹고 강의를 들으러 가야겠다. 기대 기대 중. 

6월 3일
삶에서 배운 것을 나누고, 다시 배움을 얻기

연남동 인디언 모임과 당산서중 디자인씽킹 수업이 있는 날. 오늘 오전은 연남동에서 보냈다. 지난 번에 이어서 다양한 주제들이 오고 갔는데, 인상 깊은 내용이 있었다. 지난 2주 동안 각자 배우고, 생각한 것들을 함께 나누는 것 자체 만으로 많은 도움을 얻는다. 아직 학습조직에 대한 내용을 본격적으로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흐름이 나쁘지 않다. 즐겁다. 당산서중의 경우 이제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4팀이 있는데 각자 주제는 다양하다. 비흡연자를 위한 팀, 스마트폰 중독자를 위한 팀,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팀, 왕따 문제 해결을 위한 팀. 특히 왕따 문제는 참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인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가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다음 수업까지 텀이 길다는 점이다. 그때까지 아이들이 잘 해올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한편으론 무지 기대된다. 

6월 4일
감정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 칠보초 수업이다. 2주 만에 정읍에 가는 날이라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 간단한 수업 리뷰를 해보자. 3학년 수업. 요즘 가장 어려운 수업이다. 3학년들을 장기간 가르쳐 보는 것은 처음이라 조금 헤매고 있다. 사실 진짜 문제는 그 중의 몇몇 아이들이다. 감정기복이 너무 심해서 수업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경우, 타일러도 윽박질러도 안 된다. 4학년과 3학년에게 내가 뭔가 인지적인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그들의 감정부터 먼저 작업해야 겠단 생각을 했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기 때문이다. 5,6학년은 잘 진행되고 있다. 어려움은 좀 있지만 그래도 내가 다룰 수 있는 범위 내에 있고, 아이들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 아이들과는 앞으로 디자인씽킹 수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3,4학년은 따로 진행해야 겠다. 집에 가서 미술을 활용한 방법을 알아봐야 겠다. 

6월 5일
메르스로 인한 수업 환불

오전에 신촌에 갔다. 아내가 원래 수업을 듣기로 했는데, 그 강좌를 환불하기 위해서. 사실 요즘 메르스 때문에 난리다. 특히 애기엄마들은 혹시나 모를 위험 때문에 많이 두려워하고 있다. 나도 안타깝다. 어쨌든 나도 사람들과 함께 모여야 뭔가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강의들이 취소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 많다. 생각해보면 나는 문제도 아니다. 진짜 힘든건 문화, 예술, 공연 분야일 것이다. 안 그래도 일년에 몇번 할까 말까 하는 공연을 이런 일로 그냥 날려버리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작년에도 세월호 때문에 힘들었을 텐데 올해는 메르스까지. 정말 하늘도 무심하시지. 에효. 암튼 그랬다. 오늘 오후엔 일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집이라 그런지 영 집중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봤다. 아내가 날 배려해 준다고 재원이 데리고 친정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난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지 못했다. 에효. 왜 이럴까. 나는. 

6월 6일
재원이랑 하루 종일 놀다

최근 들어 가장 편안한 토요일이다. 아내가 그토록 원하던 토요일. 내가 밖에 나가지 않는 날이 별로 없어서, 아내는 기분 좋아했다. 나 역시 별다른 일정 없이 그냥 쉬는 것이 좋았다. 쉰다고 표현하기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사실 거의 재원이와 시간을 보냈으니. 누군가에겐 스트레스 받는 것일수도 있지만, 나는 재원이랑 노는 건 그냥 재미있다.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논다. 특히 요즘에는 서있는 것을 곧잘 한다. 모유를 먹어서 그런지 두 다리도 튼실하고, 서 있어나 엎드려 있으면 고개도 빠빳하다. 오늘은 넘 꼬부기를 닮은 모습이 귀여워서 영상도 많이 찍었다. 나중에 크면 보여주고 싶다. 얼마나 귀여웠었는지 본인은 알까. 독서축제를 위해서 노트북을 좀 보고, 책을 좀 보고, 한 것 이외에는 거의 재원이와 시간을 보냈다. 아내도 좀 쉬게 할 겸. 저녁에는 오랜만에 치킨도 시켜 먹었다. 지금까지 연애기간을 합쳐 7년을 함께 지내면서 치킨을 시켜 먹은 기억이 3번 정도 된다. 그 중의 하나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ㅎㅎ 

6월 7일
온전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다

오늘 오전에 독서축제 제출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이번의 책의 분량이 워낙 많았기도 했지만, 나의 게으름과 기만도 한몫을 했다. 이렇게 보내지 말자고 마음먹인지 일주일이 되지도 않았음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게 인간인가. 아니다. 인간이란 보편성으로 회피하려 하지 말자. 이것은 나의 문제이자, 개인의 의지력일 따름이다. 그런 식으로 계속 원인을 복잡하게 돌리면 돌릴 수록 답은 불분명해진다. 답은 단순한다. 하기로 한 것을 하지 않은 것. 그것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온전한 것이 아니다. 온전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다고 배웠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다. 나는 온전하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 되는 일이 없다. 회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다시 말한 것을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