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디자인씽킹으로 가르치고, 나누고

아침에 원래 주정미 코치님과 미팅이 있는데, 이번 주는 한번 미뤘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을 갔어야 했기에. 그래야 용마중학교 수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 내내 병원에 갔다가 오후에 용마산역 근처로 이동했다. 카페에 들어가서 수업 준비를 하는데, 그나마 주말에 좀 쉬고 병원을 갔다 와서인지 주말보단 나았다. 그나마 감사하단 생각이 든다. 만약 평일 중에 이렇게 아팠다면, 게다가 특히 큰 강의를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얼마나 난감했을까? 생각해보니 감사할 일이다. 용마중 수업은 아쉬웠다. 내가 진행했지만, 나에겐 참 디테일이 부족하단 생각을 한다. 큰 흐름을 짚어주는 건 좋아하고, 잘 하는 편이지만, 작게 작게 아이들이 충분히 경험할 수 있게 배려하는 세심함은 나에게 잘 없는 약점이다. 왠만한 약점은 그럴 수 있지만, 이런 약점은 나에겐 치명적이다. 결국 학습 경험을 더 끌어내지 못하도록 막는 제약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성하고 다른 분들을 통해 더 배워야 할 것이다. 저녁엔 디자인씽킹 교사모임에 갔다. 지난 주에 진행한 사례를 공유했다. 나의 강의안을 가지고 강의를 하듯이 발표헀는데, 전반적으로 다들 호의적인 반응을 해 주셨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가 발표를 하면서 나의 깊이에 대한 불만이 들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인터뷰나 관찰 정보를 가지고 그 속에서 숨겨진 통찰을 찾아내는 것이 디자인씽킹에서 중요한 부분인데, 그런 연습이나 통찰을 발휘할 기회가 많이 없었고, 또 아이들과 그렇게 진행하기엔 적합하지 않아서 넘어간 부분이 있다. 그걸 좀 보충하고 싶다. 


6월 16일
무지는 죄다. 특히 건강에의 무지는 더욱

지난 며칠이 공백이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건강’이다. 허리가 아프니 아무것도 잘 되지 않더라. 건강에의 소중함은 언제나 머리로 알고 넘어가는 것. 내가 가진 크나큰 죄악이다. 죄라는 말을 정말 안 쓰는 나이지만, 이번엔 쓰고 싶다. 무지는 죄다. 멍청아. 아침에 스트레칭을 하는 습관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간다. 하지만 뭔가 아쉬웠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 허리 상태가 어떤지. 어떤 운동을 주로 해야 하는지. 그런 고민을 해결해 줄 전문가 어디 없을까. 몇년 전에 알렉산더 테크닉에 관심이 있어서 본 적이 있는데, 그건 넘 비싸고. (요즘 여윳돈이 없다.) 몸살림 운동인가? 그것도 좋다고 들었는데 집이랑 멀고 (핑계도 가지가지). 1:1 PT를 받기엔 또 비싸고. 이리저리 도움을 받을 곳은 많지만, 또 마땅한 곳은 없더라. 고민 고민이다. 정말. 


6월 17일
가볍게 시작하되 깊이 있게 진행하기

인디언 모임이 있는 날. 종로 3가 뒷골목으로 갔다. 나는 처음 가보는 골목길이었는데, 꽤 좋았다. 뭐랄까. 예전에 전통 가옥들과 현대식 카페들이 잘 어우러진 느낌. 요즘 통의동, 연남동을 비롯한 골목길이 유행인데, 여기도 사람들이 꽤 몰릴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간 곳은 ‘카페 식물’이었다. 의자가 다소 불편하긴 했지만, 분위기는 갑이었다. 첨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어느 새 자리도 꽉 차더라. 어떻게 알고 오는 건지 참 신기했다. 오늘 이야기 나누며, 청년허브에서 지원한다는 ‘청년참’이란 것도 신청했다. 되든 안 되든, 일단 재미있으니 절반은 성공이다. 요즘 그 자유로움이 참 좋다. 목숨 걸고 ‘꼭 되어야 해’라는 중요성 없이, 그저 좋으니깐 가볍게 툭툭 하는 것. 하지만 그 가벼움 속에서 진지함 그리고 헌신이 더 추가된다면 완벽하지 않을가. 가볍게 시작하되 깊이 있게 진행하는 것. 내가 배워야 할 지혜는 언제나 ‘중용’에 있더라. 그러니 가벼움만 쫓지는 말자. 


6월 18일
칠보초등학교 수업 이야기

칠보초 수업 이야기를 좀 하자. 오늘 3학년 선생님이 수심 깊은 얼굴로 나에게 물어봤다. 수업 태도가 어떠냐고. 분명한 건, 그리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 보다는, 내가 편하고 좋은 쪽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때쓰고, 고집부리기 선수들이 많다. 초등학생 3학년들과 이렇게 오래 수업을 해보는 건 나도 처음인데, 사실 어떻게 다뤄야할지 어렵다. 꾸짖는 것도 조심스럽고, 그렇다고 계속 좋은 말로 하면 수업이 나아가질 않는다. 담임 선생님도 같은 고민을 하고 계셨다. 어렵다. 4학년들은 지금 수업을 조정 중이다. 함께 하는 작업 보다는 개인별로 하는 쪽으로. 아무래도 이 아이들에게 협동학습은 아직 시기상조다. 아무리 함께 하는 것을 강조하는 나라지만, 아이들 상태를 반영하지 않는건 내 고집일 뿐이다. 확실히, 개인 작업으로 돌리니 수업 분위기는 좋아진다. 아이들의 마음을 듣고, 가슴을 여는 것에 초점을 두고 수업했다. 오늘 주제는 ‘내 인생의 최고의 장면’이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성찰해 볼 수 있도록 했는데, 그나마 좋았다. 오늘 마지막은 5-6학년 수업. 지난 주 프로젝트 과제를 주었고, 오늘 발표를 했다. 발표를 들었는데 꽤 잘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바로 ‘발표’다. 발표를 못해서? 아니다. 발표를 너무 잘 해서다. 아띠의 잔재가 남아있더라. 아이들이 발표 수업을 좋아하고 잘 하는 건 좋지만, 활동보단 그것에 너무 몰입하는 것  같아서 아쉬운 소리를 좀 했다. 돌이키면서 바로 후회했지만. "나는 왜 이렇게 아이들에게 잘 했다는 칭찬이 박할까?” 자괴감에 빠진다. ㅠ

6월 19일
오랜 벗들과 마주하는 즐거움

오늘은 오랜만에 그간 못 봤던 사람들을 만나는 날이었다. 비록 오랫동안 보지 못하거나 멀리 있어도, 비슷한 가치로 살아가는 분들은 나를 ‘벗’이라 부르고 싶다. 다들 나의 ‘벗’이다. 오전에는 이코치님을 만났다. 원래 올해 초에 한번 뵙기로 했는데, 재원이 태어나는 시기랑 겹쳐서 못 봤었다. 꾸준히 훈련하시고, 또 공부하시는 코치님이라 배울 점이 많다. 특히 요즘엔 한 분의 선생님께 지도를 받고 있다고 하셨는데, 나도 아는 분이라 호기심이 생겼다. 삶에서 ‘고수’ 혹은 ‘대가’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별로 없는데, 그런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연결되는 경험은 중요하다. 나 역시 한창때는 언제나 스승을 찾아서 돌아다녔고, 지금도 그 여정은 지속되고 있다. 올해는 인연이 닿지 않겠지만, 내년 혹은 내후년에는 나도 인연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그 다음에 만난 선생님은 예전에 토론 수업 같이 했던 쌤인데, 오래만에 다시 교육으로 복귀하셨다고 해서 만났다. 지속적으로 독서 및 토론 쪽으로 관심 갔고 계시더라. 그리고 역시 든 생각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피해서 돌고 돌아도, 결국 다시 만나게 되어있다는 것.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과 관련된 경험을 쌓고, 공부를 한다면 언젠가는 그 빛을 발할거라는 것.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어쨌거나 저쨌거나 교육이란 필드로 들어와서 몸을 비벼대는 것이니까. 그 결과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나의 기쁨을 따르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하다. 어쨌든 삶은 살아질테니.


6월 20일
비오는 토요일, 카페에서

오늘은 토요일이지만, 아내가 일하라고 시간을 줬다. 요즘 일이 좀 밀렸다. 수업 준비하고, 수업하고, 공부도 하고 그러다 보면 ‘기획서’를 작성할 시간이 항상 부족하더라. 2개 정도 써야 하는데 쓰질 못 하고 있어서, 오늘은 아침부터 카페로 갔다. 아내의 배려가 고마웠다. 합정 근처의 카페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랬더니 밖으론 비가 추적추적 오기 시작했다. 타이밍 좋게 들어왔던 것이지. 카페에서 밖으로 비 오는 걸 쳐다볼 때 (밖의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참 기분 좋을 때가 있다. 오늘도 그랬다. 사람 구경도 하고, 비도 보고, 밀린 일도 하고. 비가 와서 좋았던 이유는 더 있다. 바로 가뭄 때문이다. 요즘 산천이 물이 부족해서 난리란다. 우리나라도 물부족 국가가 된지 오래라고 하던데, 그에 대한 인식은 나를 포함해 아직 멀어보인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 사대강 사업을 벌렸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그 효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처참하다. 물 부족과 관련해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해 보인다. 내가 관심있게 봤던 프로젝트는 ‘빗물’을 활용하는 것이었는데, 요즘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다. 각 빌라나 아파트 위에 모두 빗물을 받는 통을 만들고, 그 빗물로 어느 정도 생활용수를 이용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그것을 법으로 규정해서 만들면 초기 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론 이득일텐데. 암튼 그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던 하루다. 


6월 21일
프로듀사의 날

프로듀사의 날이었다. 아내와 내가 요즘에 함께 보는 거의 유일한 프로다. 아, 삼시세끼와 복면가왕도 즐겨 보는 편이지만, 드라마를 함께 본 기억은 거의 유일하다. 원채 티비를 잘 안 보는 편이긴 했지만, 금요일 밤은 편히 쉬자는 주의여서 보게 되었다. 오전에 청소를 마치고 오후부터 지난 11편과 12편을 이어서 봤다. 그냥 말로는 ‘봤다’라고 하니 편하게 봤다고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런 건 아니다. 아직 돌도 안 된 아가랑 무언가를 한다는 건 언제나 상상 이상의 노동력과 수고를 요한다. 사실상 드라마 반, 재원이 반 봤다고 보면 된다. 하도 침을 흘려대서 침 닦아주고, 조금 보채면 안아주고, 토닥토닥 거려주고. 그러면서 주말을 보내면 언제나 시간은 쏟살갔다. 프로듀사는 재미있었다. 12편이었나. 송해 할아버지가 나와서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35년을 했지만, 나도 이렇게 오래할 줄 몰랐다고. 그저 좋아서 한회 한회 하다보니 여기까지 온 거라고. 맞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가야한다. 그저 한번 한번 좋아서 하면 된다. 그래서 그 순간 순간의 즐거움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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