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작가란 무엇일까
오늘 아침, 작가수업이란 책을 꺼내 들었다. 인상 깊은 구절이 2개 있다. 첫째. 글을 잘 쓰는 것과 작가가 된다는 것은 다른 것이다. 맞다. Doing과 Being의 차이점은 생각보다 큰 법이다. 작가의 삶을 산다는 것과 작가처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작가의 삶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창조적 자아와 비판적 자아를 키우는 것이다. 그것이 두번째 인상깊은 구절이다. 이것을 처음 들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다시 읽어보니, 그리고 요즘 창조적 자아와 친해지려고 노력하다 보니 더 와닿는다. 어쩌면 둘 다 내 안에 있는 친구다. 내가 일찍이 잘 놀아주지 못했던 친구들. 그 친구들을 새롭게 만나고, 놀고, 친해지고, 그들과 통합되는 것. 그것이 작가가 아닐까. 그러므로 당연히 작가는 글쓰기와는 좀 거리가 있다. 그렇게 논 결과가 글로 나오는 것이 책일 뿐, 굳이 책을 쓰는 것이 작가라고 부를 필요는 없다. 나는 여기서 한 명의 친구를 더 추가하고자 한다. 창조적 자아와 비판적 자아와 함께 놀면 좋은 자아는 바로, ‘관찰적 자아’다. 이 모든 상황을 내려다 보면서, 어떤 자아가 활동하고 있는지, 어떤 자아는 숨죽이고 있는지, 관찰하고 나에게 알려주는 역할. 즉, 깨어있기 위해선 관찰적 자아의 힘이 필요하다. 관찰적 자아는 서로 거리가 먼 두 자아들의 연결고리가 되어 준다. 내 안에 많은 친구들을 만들어 나가는 재미. 그것이 예술가의 특권이자 의무가 아닐까. 삶의 예술가가 되고 싶은 나에게도 이 사실은 중요하다.
6월 23일
검단초 수업을 마치고
오늘 성남에 있는 검단초 수업을 마무리했다. 4학년들과 지난 3개월에 걸쳐서 5번 정도 수업을 진행했는데, 작년보다 더 재미있었다. 왜냐면, 좀 더 오랫동안 수업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아이들 한명 한명이 눈에 들어올 수 있었기에. 그리고 나 역시 새로운 수업 자료를 만들어 보고, 또 실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새롭게 만들어 본 2개의 독서토론 주제는 ‘경쟁’과 ‘자유’다. 그것을 나는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과 ‘스갱아저씨의 염소’라는 책을 기반으로 아이들과 나누었는데 꽤나 즐겁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실제 이슈를 가지고 토론을 해보기까지 했으니 더욱 좋았고. 아이들의 피드백을 받아보았다. 끝나서 아쉬워하는 아이들이 많았고, 그 중 몇몇은 별 느낀 점이 없었는지 쿨하게 “안녕히가세요”라고 한 글자씩 쓴 아이들도 있었다. ㅋㅋ 마지막 반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려는 길에 몇몇 아이들이 손을 내밀더라. 뭘 주려는지 보니 자기들이 쓰는 샤프랑 볼펜 이런걸 주는 게 아닌가. 헐. 내가 아이고 괜찮다고 너희들 써야지 나한테 주면 어떻하니. 하면서 아무리 만류하고 다시 도로 집어 줘도 막무가내로 나에게 집어넣는다. 끝까지 씨름했지만 아이들이 결국 이겼고, 나는 아이들이 주는 걸 가지고 왔다. 아이고.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참 짠했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무엇으로 보답해야 하나. ㅠ
어떻게 갚아야 하나 ㅠ
6월 24일
의존성, 독립성, 그리고 상호의존성
근대 철학은 말한다. 인간은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라고. 하지만,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을 까먹어버려서 일어나는 착각이다. 무슨 얘기냐면, 재원이를 키우면서 느낀 것이다. 우리 아가는 철저히 의존적인 존재다. 심지어 처음 태어났을 때는 스스로 몸을 가둘 수도 없다. 옆의 사람들이 목을 잡아주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는 존재가 인간이다. 하물며 그것 뿐이랴. 2-3시간 단위로 밥도 먹어야 살 수 있고, 혼자선 옷도 못 입는다. 똥이랑 오줌도 다 갈아줘야 한다. 그렇게 약 3년의 시간이 흘러야 그제서야 인간은 부모의 행동과 태도를 모방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허긴 그러고도 30년 정도가 흘러서 아이를 낳을 때 쯤에 인간이 되지만. 나처럼 말이다. ㅎㅎ 이처럼 인간은 철저하게 의존적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느낀다. 아, 내가 혼자 잘나서 지금까지 살아온게 아니구나. 나 역시 철저히 의존적인 상태가 있었고 그 당시 부모님의 헌신이 아니었지만 지금의 나도 없겠구나. 지금까지도 어떤 영역에선 의존적이고 말이다. 그러한 ‘관계’에 눈을 뜨지 않으면 자신의 1/3만 보고 있는 것이다. 스티븐 코비가 말했다. 의존성을 넘어 독립성이 있고, 그것을 넘어 상호의존성이 있다고. 독립성으로 나아가야 서로의 힘을 보태서 더 큰 것을 만들어내는 상호의존성, 즉 시너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그 첫 시간은 철저히 의존적이었음을, 그 기간에는 충분히 의존적이어야 함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그것이 인간이 가진 디폴트값이기에. 아침에 재원이를 보면서 느낀 점이다.
6월 25일
에피톤 프로젝트
나는 노래를 즐겨 듣는 편이다. 하지만 듣는 수준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교양 있는 편도 아니다. 그저 내가 듣기 좋으면 그게 좋다. 장르는 가리지 않는다. 케이팝도 자주 듣고, 팝송도 끌리는대로 듣는다. 그런 내가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듣고 있는 가수가 있다. 바로 에피톤 프로젝트다. 몇년 전에 우연히 듣고 나선, 이후 발매되는 대부분의 앨범을 듣는 편이다. 비록, 콘서트엔 가본 적은 없지만 이렇게 나와 맞는 뮤지션을 발견하고, 함께 한다는 건 기쁜 일이다. 사실 오늘은 정읍 가는 날이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오전은 자연스럽게 개인 작업 시간이 되었다. 밀린 책도 보고, 초서도 하고, 못 다 만든 강의도 손 보는 그런 나만의 시간. 나는 이 시간을 참 좋아한다. 오늘도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를 들으니 참 좋더라. 따뜻한 햇살, 흔들리는 창가, 적당히 조용한 버스.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널리 홍보하지 않아도, 자신의 목소리나 생각을 꾸준히 알리고, 그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그의 결과물을 기다리고. 그렇게 새로운 결과물을 가지고 대중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창조적인 작업을 하러 들어가고. 작가나 음악가, 미술가.. 등 내가 생각하는 모든 예술가들은 일정한 흐름이 존재한다. 나도 그 흐름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나만의 창조적인 시간을 갖고, 결과물을 만들고, 그것으로 다시 사람들과 공유하고, 더 큰 것을 공동 창조하는 것. 그런 멋진 화음을 만들어내고 싶다.
6월 26일
청년참 인터뷰, 디씽 교사연수 있던 날
오늘은 청년참 인터뷰가 있는 날이다. 커뮤니티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프로그램인데, 나도 한번 지원해봤다. 그래서 불광동 청년허브로 갔다. 인터뷰를 하고, 청년허브에서 일도 좀 했다. 그나마 여유있는 오전, 오후였다. 오후 늦게부턴 ‘디자인씽킹 교사연수’가 있었다. 지난 주에 미술과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어봤는데, 이번 주는 그 2번째 시간이다. 이번 주제는 ‘미술 교실’을 더 낫게 디자인하는 것! 다들 미술쪽 분야 선생님들이셔서 그런지 정말 멋진 아이디어와 프로토타이핑 실력을 보여주셨다. 내가 한 수 배운 느낌. 워크샵을 마치고 몇몇 선생님들이 말씀을 걸어주셨다. 한 선생님은 지난 수 수업 끝나고 오늘이 굉장히 기다려졌다는 분도 계셨고. (황송하게도) 어떤 선생님은 방학 중 프로그램을 같이 해보자는 분도 계셨다. (황송 황송) 다행히 워크샵이 좋게 느껴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수업을 하고도 힘이 빠지기 보다는 함께 공감하고 이야기나눌 수 있어서 더 힘이 나는, 그런 행복한 수업을 했단 생각이다. 요즘 그런 수업이 많다. 감사하게도 말이다.
6월 27일
합정 메세나폴리스
오늘 오전에는 소아과 병원에 들렸다가 왔다. 재원이가 요즘 계속 응가를 자주해서 갔는데, 그래도 속 상태는 좋단다. 시간을 갔고 지켜보자고 말씀하신다. 집에 와서 잠깐 쉬었다가 오후에는 합정 메세나폴리스에 갔다. 집에서 걸어서 15-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아내랑 평소에도 자주 왔다 갔다 하는 편이다. 최근 유행하는 메르스 때문에 사람들이 적지 않을까 했었는데, 날씨가 좋아서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특히 메세나 폴리스는 동그란 광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하는 편인데, 그 분위기가 참 좋다. 뭔가 가족적인 분위기. 과거에 어딘가에서 ‘둥근 구조의 집’에 사는 사람들이 ‘딱딱한, 네모형의 집’에 사는 사람들 보다 스트레스가 적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나에겐 메세나폴리스에서 그러한 ‘둥근 구조’가 주는 긍정적 힘을 느낄 수 있다. 아, 다른 좋은 예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도 있다. 다만 단점은 그렇기 때문에 길이 헷갈리기 쉽다는 점. 그리고 자주 이용하는 길 이외에는 잘 가지 않게 된다는 점. 뭐 몇 가지 단점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둥근게 더 좋다. 홈플러스에서 몇 가지 필요한 걸 사고, 망원동 미스터피자에서 피자를 먹고, 망원시장을 거쳐서 집으로 왔다. 시장을 거쳐서 오는 길에 수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거의 나이 많으신 할머니들은 꼭 재원이를 보면서 한 마디씩 하시더라. 인상깊은 말은 ‘참 편안해 보인다’ 그리고 ‘장군감이다’ ㅋㅋ 지금 살이 많이 쪄서 그렇게 보이나보다. 그런 주말이었다. 재미있었다.
참 예뻤던 우산과 하늘
6월 28일
빠르다. 일요일은.
오늘 일요일은 여느 일요일과 좀 달랐다. 보통 4-5시에 한번 깨는 재원이는 오늘은 새벽 2시 50분쯤 깼다. 한참을 울고 불고 하길래, (아내는 몸이 좋지 않았다) 내가 재운다고 재원이를 포대기로 품었다. 새벽 3시 반이었나, 그때부터 포대기를 했는데 한참을 돌아다녔다. 재원이가 푹 잘 수 있도록. 4시 넘어서 재원이를 다시 눕혔더니 내 잠이 다 깨버렸더라. 그래서 난 오랜만이다 싶어서 책상 앞으로 갔다. 요즘 주말에는 강신주의 <철학 VS 철학>을 보고 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진도가 안 나가던 차였다. 이왕 잠이 깬거 그냥 읽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7시 넘어서까지 책도 보고, 중간 중간 놀기도 하면서 개인 시간을 보냈다. 아침이 되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잠이 너무 모자랄 것 같은 걱정. 8시쯤 다 되어서 다시 누웠다. 아내는 눈을 뜰려고 하고 있었고, 마치 바톤 터치처럼 나는 뻗었다. 그렇게 2시간을 더 자고 일어났다. 그리곤 뭐 1시까지 청소하고, 오후엔 책도보고 티비도 보다가, 오후 늦겐 장모님과 이모님, 형님, 아주버님과 밥먹고 들어왔더니 하루가 다 갔다. 아기와 함께 하는 일요일은 참 빠르다. 정말로 말이다. 찰나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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