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그것은 진짜 다룰 만한 문제인가?
월요일. 나는 일반 직장인이 아니기에 월요병은 없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일하고, 미팅을 갔다. 이번 주가 좋은 건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에겐 아주 꿀맛 같은 한주가 될 것 같다. 오후엔 용마중 수업이 있었다. 포인나인의 손민희 쌤이 특강을 진행해 주셨는데, 아이들도 잘 해 주었다. 다만 한 가지 고민은 계속 되었다. 아이들이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진짜 어려운 것은 문제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주변의 불편함이나 고민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공감하는 것, 그런 것들을 전하기란 참 어렵다. 디자인씽킹에서 핵심은 이것이 다룰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인지, 그것이 진짜 문제인지, 그리고 내가 정말 다루고 싶은지? 그 대답을 해야 하는데 그 답이 어렵다. 내 삶에 적용해봐도 그렇고. 나 역시 관심이 한정적인 편이라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가 아니면 완전히 무심하니 말이다. 그 고민은 쭉 계속 될 것 같다.
6월 9일
디자인씽킹 교사연수 진행하다
오전에 검단초에서 수업을 하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메르스 때문에 휴교를 하느냐 마느냐. 아주 여기저기서 난리다. 결국 검단초는 일단 휴교하지 않는 걸로 결정이 났다고 한다. 나도 사람들이 모여야 뭔가 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있기에 타격이 있다. 다음 주 시흥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강의는 연기되었다. 암튼 그랬다. 수업이 끝나고 디자인씽킹을 활용한 수업과 관련해서 교사연수가 있었다. 창덕여중 근처 스타벅스에서 머물면서 일도 하고, 수업 준비도 했다. 저녁에 있었던 교사연수는 좋은 경험이었다. 중요한 것은 디자인씽킹이 아니라 디자인씽킹을 내 수업에서 어떻게 적용하느냐인데, 나름대로 내가 적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선생님들도 많이 공감하시는 느낌이 드셨고, 특히 몇몇 선생님들은 이제 감을 잡으셨다고 하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족한 시간덕에 마무리가 다소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만족하면서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6월 10일
니체와 함께 한 하루
오늘은 청년허브에 놀러왔다. 그리고 그저 내 관심과 흐름에 따라서 주욱 공부하고 있다. 오전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간단히 보면서 생각해보고, 집에서 가져 온 <30분에 읽는 니체>를 보면서 생각을 나름 정리하고 있었다. 강신주 박사가 니체와 관련해서 했던 강의도 찾아보면서 오늘은 니체를 만나고 있다. 일은 잠시 뒤로 미뤘다. 무언가 일과 상관없이 순수하게 공부하던 기억이 최근에 드물었는데, 오늘은 그래서 의미있는 날이다. 즐겁다. 니체 옆에 앉아 있던 쇼펜하우어도 잠깐 만날 수 있어서 더 즐거웠다. (…) 하루를 마무리 했다. 오늘을 점수로 매긴다면 6점이다. 10점이 아닌 이유. 게임, 게임, 게임. 아까 글을 쓸 때만 해도 8-9점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 이후에 게임방송을 본다거나 하면서 완전히 놀아버렸다. 그나마 0점이 아닌 이유. 니체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팩스를 보냈다. 나름 회의도 하고 글도 썼다. 마무리 짓지 못해서 그렇지. 하지만 이건 불만스럽다.
6월 11일
어린 시절과 이른 아침은 내 삶에 결정적이다
어제 뭔가 불만스런 것들이 있었다.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책을 보고, 생각하고, 또 책을 보고 연결짓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그랬더니 다시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나는 순간 순간 구성된다. 나라는 자아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특히나 지금처럼 수 많은 정보가 교차하는 시대에는 더욱. 나는 일어나면서 새롭게 태어난다. 그래서 처음 접하는 정보가 중요하다. 마치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인생을 결정하는 것처럼. 일어나자 마자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금물이다. 그건 마치 어린 아이에게 TV를 틀어주는 것과 같다. 어린 시절일수록, 이른 아침일수록 정보에 민감하기에, 편향성도 강하다. 아침에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았다. 그리곤 책을 쥐었다. 저자의 다양한 생각들이 내 머릿 속을 지나간다. 그리고 이런 저런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걸 놓치지 않고 기록한다. 그리고 글을 쓰고, 또 쓴다. 무언가 풀리지 않던 것들이 해소된다. 그래, 이게 나의 삶이다.
6월 12일
읽고 쓰고, 나누는 것, 그것을 반복하는 것. 그것이 나다.
오늘 11시에 와서 니체에 대한 글을 마무리했다. 마무리 한 시간이 결국 4시 20분. 하루를 꼬박 썼다. 사실상 수요일에 한 작업과 다 합치면 10시간은 쓴 글이 아닐까. 왠지 그저 하나의 시험을 친 느낌이다. 기분이 시원하면서도, 찝찝한 그런 느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성취감은 꽤 있는 편이다. ‘포트폴리오 인생’을 읽다가 찰스 핸디가 받은 첫번째 에세이 주제가 떠오른다. 그는 옥스포드대학 고전문학을 전공했다. 그가 처음으로 받은 에세이 주제는 바로 ‘진리란 무엇인가?’이다. 그걸 3000자로 정리해서 갖고 오라고 했다는데, 얼마나 많은 공부와 생각을 필요로 했을까? 대학을 부러워하는 편은 아니지만, 옥스퍼드 대학은 나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만약 내가 그 어린 시절에 그런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상상해보면 그저 지나가버린 시간 같아서 아쉬울 때가 많다.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는 법이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쌓아야 한다. 분명 나에겐 이런 경험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니, 지금부터라도 내 시간을 할애해서 이렇게 쓰자. 마치, 대학교 에세이를 쓰는 것 처럼. 읽고 쓰고, 나누는 것. 그것 말고 어떤 다른 일이 중요한가? 이제 와서 내가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없지 않은가?
6월 13일
건강이 무너진 날
처음으로 탈이 났던 날. 일어나자 마자, 느낌이 싸했다. 사실 어제부터 앉아서 글을 쓸 때 허리 쪽에서 종종 전기가 짜르르 흐르는 느낌이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한번은 우연일 수 있지만, 두번은 패턴이고 습관이다. 이건 분명 우연이 아닌 것이다. 다시 돌아봤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 절대적으로 ‘앉아 있는 시간’ 때문일 것이다. 나는 거의 앉아있다.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경우도 많다. 육체적인 활동으론 걷기 말고는 없는 편인데, 의사 말로는 허리엔 걷기가 전혀 도움이 안 된단다. 지금 내 허리는 일자허리라고 한다. 심해지면 디스크가 되는. 너무 부끄러웠고 무력했다. 허리가 아프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아내도 유일하게 주말에 나에게 의지하는 편인데, 나도 아프고 재원이도 장염 때문에 속이 아픈 상태라 너무 힘들어했다.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는 내 신세도 처량했고. 나는 참 멍청하다. 가장 중요한 걸 나는 왜 이리도 쉽게 무시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주말이다.
6월 14일
프로듀사를 보면서
허리가 쉬이 낫지 않았다. 어제에 이어서 계속 기어다니고 있다. 그나마 걷는 것 보다, 기어다니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고양이 자세도 많이 하라고 했다. 그나마 하나 활동이 있다면, TV다. 요즘 아내와 유일하게 보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프로듀사’가 그것이다. 드라마라는 것, 스토리라는 것이 대단한게, 유연히 1회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는 꾸준히 보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아예 시작을 안 하는 편인데, 또 시작을 하면 끝을 보는 성격인 것 같다. 사실, 별에서 온 그대를 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박지은 작가가 얼마나 글을 잘 쓰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렇게 드라마를 보고 있다. 헌데 상당히 재미있다. 4명의 주인공들의 러브라인도 꽤 재미있지만, 나에게 더 재미있는 것은 예능국 일상과 러브라인 그리고 제목과의 연결점이다. 내가 워낙 의미부여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지 그런 것이 잘 보였다. 예를 들어, 결방의 이해라는 편에선 실제로 러브라인에서의 결방 (차태현의 결방 프로그램이고 김수현의 파일럿 프로그램인듯)으로 연결 짓고, 또 그 곳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집어넣는 구성이 반복되는데 꽤 재미있게 보고 있다. 상관없어 보이는 것을 서로 연결짓는 것. 그것에 관심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잘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 한다는 것. 나의 강점과 갈망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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