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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 노트/일상 성찰하기

[일기] 2015년 5월 첫째주 성찰일지

5월 4일
오늘 오전은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공짜라서 받긴 했는데, 매번 받을 때 마다 대충 해준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까지 별 이상은 없었기도 했고. 그리고 나선 홍대에서 정선이, 해리를 만났다. 맨날 평일 저녁에 급하게 보고 미팅하고 헤어졌는데, 오랜만에 조금 여유있게 본 느낌이었다. 카페에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서로의 고민도 주고 받고. 심마니스쿨이란 이름으로 활동은 같이 하지만, 아직 회사란 느낌 보단 커뮤니티에 가깝다. 하지만 온전함을 기반으로 한 진짜 커뮤니티는 분명 회사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리라 나는 믿는다. 오늘 이야기하면서 슬라보예 지젝이 언급한 유사 행동과 행동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한번 글로 정리하고 싶단 생각도 많이 한다. 마지막으로 미팅을 끝나곤, 공간민들레로 가서 오랜만에 필립쌤 만나서 이런 저런 근황도 주고 받았고, 이후엔 집으로 돌아서 재원이를 돌보았다. 요즘 들어서 재원이가 낮에 잠을 안 자고 계속 칭얼 거린다. 100일의 기적이 아니라 100일의 기절이 온 건지는 아닌지 걱정이다. 그나마 내가 있을 때는 괜찮은데, 혼자 있을 땐 거의 맨붕일듯. 육아는 참 쉽지 않다. 

5월 5일
오늘은 어린이날! 재원이가 처음으로 맞이하는 어린이날이다. 아직은 그것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오늘은 아내 친구들과 함께 난지도 캠핑장에 가기로 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아기와 함께하는 외출은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겨우 짐을 챙겨서 길을 나섰다. 걸어서 가기로 했는데, 왼쪽으로 보이는 반짝이는 한강도 좋았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노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한참을 걸어가서, 도착했는데 정말 사람이 많았다. 어마어마한 군중을 뚫고 겨우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지나서 다들 모였고, 고기를 구워먹었다. 엄청나게 맛있었다. 다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고. 더 놀고 싶었지만, 재원이를 데리고 오래 있을 수 없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완전 뻗어버린, 재원이와 처음으로 함께한, 그런 어린이날이었다.  

5월 6일
요즘 매일 아침에는 스트레칭을 한다. 의사 선생님도 매번 말한다. 치료 받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침에 체조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이라고. 나는 매번 규칙적인 셋트를 진행하진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나름의 동선을 만들어서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한다. 15분 가량 몸을 풀고 하루를 시작하기! 이 일상의 성찰처럼 반복해서 해 보자. 중요한 것을 중요하게 행동하자. 오늘 오전에는 인디언 계모임(가안)이 있었다.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학습조직을 꿈꾸는 사람들이라고 일단 해두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뭔가 생각을 나누고, 활동을 공유하고, 배움을 얻는다는 건 시간 가는지 모르는 즐거움이다. 2주에 한번 만남으로 통해서 나도 많이 배울 것 같다.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기대되는 모임이다. 그리고 나선 당산서중 수업을 갔다. 영체인지메이커 수업을 했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 내 진행의 미숙함이기도 하겠지만, 수업에서 상호작용이 활발하지 않은 느낌이라 좀 아쉬웠다. 나는 퍼실리테이터로서 역할을 하고 싶은데, 아직 어설프다. 그리고 동기부여는 언제나 어렵다. 반응이 별로 없을 때는 더욱 그렇고. 다음에는 좀 더 잘게 잘게 나누어서 아이들에게 친절한 수업을 해야 겠단 생각을 했다. 저녁에는 서울 크리에이터 수업을 갔는데, 시민연대 대표님께서 강의했다. 걷고 싶은 서울이라든지, 서울 시청 광장이라든지, 정말 많은 일들을 실천하는 분이셨다. 시민 활동가로서 내가 직접 본 분들 중에선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주민들의 참여만 있으면 다 된다는 식의 ‘미신’에도 적절하게 비판하는 강의 내용도 의미 있었다. 앞으로 수업들도 기대기대. 

5월 7일
오늘 정읍가는 날. 6시간이란 개인적인 시간이 주어지는 고마운 날이다. 남들에겐 어떠할 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너무 필요한 시간. 오늘 오전에는 주로 <그림책 읽는 즐거운 교실>이란 책을 초서했다. 수업을 진행할 때 필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길래 준비 차원에서. 그리고 수업 준비도 마무리하고, 이런 저런 일도 처리했다. 많은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진 못했지만 나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칠보에서의 수업 이야기로 넘어가자. 3학년 수업과 4학년 수업에서 다 눈물이 발생했다. 3학년 중에 성민이와 우진이가 집중하지 않고 놀고 있는 걸 봤다. 분명 집중 하자고 했는데 하지 않길래, 조금 혼냈다. 그랬더니 가만히 있다가 눈물을 흘렸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눈물이 나와서 놀랐다. 아이들은 참 다루기가 어렵더라. 나도 화를 안 내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요즘 그래도 3학년 따로, 4학년 따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분위기가 더 좋아져서 기뻐하고 있었는데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은서는 계속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는데, 그것도 어렵고 말이다. 4학년들은 오늘 그래도 좋았다. 몇명 떠드는 친구들이 늦게 오기도 했고, 그들이 조금 찢어진 것도 주효했나보다. 수업이 왠일로 잘 굴러나가 했는데 방심은 금물이다. 막판에 자기들끼리 다투다가 또 한명이 운다. 내가 잠깐 돌아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아이고 어렵고 정신없더라. 5-6학년 수업은 그래도 별 문제 없이 할 수 있었다. 몇몇 아이들은 매우 탁월한 성품과 실력을 가진 아이들도 있더라. 그래도 오늘 한 가지 좋았던 점은 평소 잘 참여를 어려워하던 친구들도 모두 의견을 내고,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다. 그런 모습을 보는게 나에겐 힘이 된다. 

5월 8일
오늘 방문한 곳은 pxd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디자인씽킹 툴을 함께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오전에는 지난 번 프로토타이핑에 대한 피드백을 진행했고, 점심 먹고 나서 1시간 정도는 강의를 들었다. 회사 자체에서 월별로 한번 씩 특강을 여는 것 같았다. 참 좋은 분위기라고 일단 외부에선 그렇게 느껴진다. 진욱님과 소영님과 함께 프로토타이핑을 하고 피드백을 하면서 느끼는 점 2가지. 하나는 확실히 생각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 보면서 얻는 통찰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디자인씽킹의 가장 핵심적인 철학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말로 떠들어봐야 직접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글쓰기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적용되는 법칙인 것이다. 두번째,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 때 시너지가 난다는 것. 그 이유는 눈으로 무언가를 볼 때 우린 각자의 필터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각게각층의 다양한 필터로 피드백했을 때 같은 상황도 다르게,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상황을 입체적으로 볼 때 진짜 문제를 더욱 잘 찾을 수 있다. 다음 주 화요일에 이번에 만든 프로토타이프를 가지고 테스트 하기로 했다. 기대 중. 

5월 9일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노는 토요일이다. 원래 토요일은 대부분의 직장인에겐 노는 날이지만, 나에겐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프리랜서니까. 주로 격주로 SCM 수업이 있고, 게다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와우 수업이 있다. 그래서 나에게도, 아내에게도 이번 토요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아내가 아침부터 표정이 좋아보였다. 우리가 아침에 간 곳은 김포공항 몰이다. 나는 김포공항을 가본 적은 있지만, 몰을 가본 적은 없었는데, 아주 크게 잘 만들어진 곳이었다. 백화점, 호텔, 하이마트, 롯데마트, 롯데몰 등 없는 게 없었다. 롯데 월드 빼고는 다 있었다. 사람도 아주 많았다. 김포공항을 간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 집에서 유모차를 쉽게 끌고 갈 수 있는 쇼핑몰이었다는 사실. 이젠 데이트 할 장소 선택도 ‘아이’에게 맞춰지게 된다. ㅎㅎㅎ 가서 별로 한 것은 없다. TGI가서 밥 먹고, 몇 군대 돌아다니고, 마트가서 장 보고. 별 다른 점은 없었지만, 그래도 야외에 설치된 공원과 분수쇼,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몇 가지 놀이터는 인상깊었다. 날씨가 좋아서 좋았던 것 같다. 저녁에는 군포에서 이모와 이모부도 올라오시고, 장모님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장어랑 고기랑 많이 많이 먹었다. 요즘 살이 부쩍 찌는 듯. 

5월 10일

일요일 오전에 어제 저녁에 이어서 온 가족이 다시 만났다. 백석역 코스트코를 갔다. 장모님이 바지를 하나 사 주셨는데, 허리랑 허벅지랑 꽉 껴서 좀 민망했다. 더 큰 사이즈로 사면 편하긴 한데 멋인 안 난단다. 걱정이다. 지금 사이즈는 계속 유지해줘야 한다. 쇼핑 후 내가 간 곳은 미용실이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어떻게? 앞머리를 내릴꺼다. 사람들의 생각도 그렇고, 내 생각도 나는 앞머리를 올리는 것이 낫다. 이마가 지나치게 넓긴 하지만, 그래도 인상도 시원시원해 보이고, 그냥 내리면 넘 답답해 보인다. 하지만 내가 머리를 내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탈모 때문이다. 나이가 아직 어리지만, 벌써 탈모의 조짐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이마는 갈수록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고, 그 위로 정수리까지 두피와 모공은 갈수록 좁아지고 가늘어지고 있다. 그게 나에게 꽤나 스트레스를 준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체질이나 유전,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나는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그건 바로 모공 관리! 일단 왁스를 안 쓰려고 한다. 그 동안 10년이 넘게 왁스를 썼는데, 확실히 지워지지도 않고, 쓰는 나도 좀 찝찝했다. 두번째로는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한 스트레칭이다! 운동을 꾸준히 함으로써 피를 잘 돌게 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론 검은콩을 좀 많이 먹고, 민간 요법을 하려고 한다. 뭐 나의 노력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작은 것부터 해보자. 나의 젊음을 지켜야 하기에. 사막화를 막아야 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