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요즘 뭐가 그리 바쁜지. 바쁜 것도 아닌데 바쁘다. 성찰일지가 밀린다. 정말 원치 않던 일인데 그렇게 되었다.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시간낭비하는 일도 없는데.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바쁘게 사는 것도 아니고. 뭔가 어중간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어중간함이 좋다. 그저 2015년 5월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좋다. 월요일에 나는 어깨 때문에 또 병원을 갔다. 다 나은 줄 알았다가 방심했다. 어제 무거운 걸 들다가 어깨를 다쳤다. 지금의 내 근육이 워낙에 상하기 좋게 되어있나보다. 짜증도 났고, 한편 이런 지경까지 돌보지 못했던 어깨에게 많이 미안했다. 그리고 나선 주정미 코치님과 질문에 관한 스터디를 했다. 이번 달 까지는 일단 각자 관심사항을 털어놓기로 해서, 자연스런 흐름에 따라서 대화를 이었다. 워낙 탐구하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다보니, 관심사에 따라 각자의 관점을 털어놓으며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요즘 이런 류의 대화가 작년보다 좀 더 많아졌는데, 대화 자체도 즐겁고, 대화 이후에도 많이 배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다. 그리곤 용마중 ‘나도 영체인지메이커’ 수업이 있었다. 세은쌤과 함께 한 수업이었는데, 지난 번에 비해서 더 좋아졌다. 아이들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미션 수행을 해오지 못한 상황에서 즉흥적이지만 꽤 잘 이끌었다고 자평한다. 나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으리라. 함께 하는 이유를 알아가고 있다. 저녁엔 불광으로 향했다. 서울 크리에이터 수업을 들으러. 치료하고, 이야기하고, 강의하고, 강의듣고 집으로 간다. 

5월 19일
토론 수업이 있는 화요일. 예전엔 그런 패턴들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많이 접하다 보니 패턴이 보인다. 한 가지 재미있는 부류가 있다. 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종종 보인다. 그런 아이들일 수록 발표도 잘 한다. 어떤 아이는 자꾸 나에게 자신이 적은 걸 보여준다. 어필하고 인정받고 싶은 게다. 장점은 적극적이다는 것. 단점도 적극적이다는 것이다. 적극적이어서 다른 친구들의 기회를 뺐는다. 그리고 승부욕도 다소 높다. 다른 친구들의 의견에 잘 호응하지 않는 경우도 봤다. 물론 나에겐 다들 이쁘다. 하지만 지나치게 내 눈치를 보는 아이들은 매력이 떨어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내 눈치 보지 않고 떳떳하게 자기 주장하는 아이들에게 더 눈길을 준다. 오후에 PXD에 갔다가 저녁에 오랜만에 여름이와 송비를 만났다. 2년에 걸쳐서 동화책을 만들고 있는 친구들. ㅋㅋㅋ. 헌데 앞서 오전과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여름이가 최근에 만난 남자 이야기다. 3번을 만났다고 한다. 헌데 왠지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왜 그런가 봤더니, 너무 자기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저 사람이 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걸 본인이 느껴버릴 때, 그는 더 이상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앞서 아이들의 경우도 그런 걸지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서로를 필요로 한다. 아마 그 남자도 여름이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 것이다. 그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 하지만 이것 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만큼 자신의 공간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우리에겐 그 사람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노력이 더불이 요구된다. 덧붙이자면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도. 자신의 공간이 없는 사람들은 타인의 공간에 의지하거나, 그게 안 되면 빼앗으려 한다. 자나치게 좋아하다가 그가 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뭔가 섭섭하면 완전히 돌아서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우린 다른 사람이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없다. 우린 오로지 우리가 될 수 있을 뿐이다. 그것 깨닫지 못하면 관계는 언제나 고통이고, 그걸 깨달으면 그 곳이 행복이다. 

5월 20일
지난 번에 이어, 연남동에서 모인 인디언 계모임. 5월 들어선 정말 많이 본다. 3번을 만났다. 이번 5월의 가장 인상깊은 공간을 하나 꼽으라면 연남동이 될 것이다. 내가 처음 연남동에 온게 5월 2일인데, 이번 달은 정말 연남동에 흠뻑 빠졌다. 나뿐만이 아니다. 다들 그런 것 같다. 무엇이 나를 이리로 이끌게 한 것일까. 연지원 선생님의 철학에 공감하는 것이 가장 클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많이 한 것이기도 하고. 내가 지향하는 것이 바로 이런 고유함에 있다. 생태계를 위해선 그것이 최선이다. 복제될 수 없는 수 많은 고유성들이 서로 간에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 어느 하나가 무너져도 다른 하나가 다시 언제든 생성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 그런 것을 온몸으로 배우는 5월이다. 오후엔 당산서중에 수업을 갔다. 이번 수업도 용마중 처럼 지난 번 보다 나아졌다. 아마 지난 번 수업이 나에겐 최악이었나 보다. ㅎㅎㅎ 수업을 잘 마치고 아내와 집에 왔다. 재원이 목욕을 시켰다. 헌데 이건 왠일. 욕조를 나르다가 느낌이 이상했다. 허리가 이상하다. 아프다. 투비컨티뉴드.

5월 21일
허리가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 태어나서 허리가 아파 본 경험은 거의 없는데 이상하게 아프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읍에 갈 때까진 괜찮았다. 역시 잠을 자고 났더니 괜찮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차에게 앉아 가는 동안 허리가 눌려서 그런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정읍에 내리자마자 허리가 많이 아팠다. 돌아오는 지금 생각하면 가까운 한의원이라고 갈껄. 오전엔 그런 생각도 못했다. 학교에 갈 때도 고생해서 갔다. 헌데 문제는 더 아파지는 것이다. 수업 시간 내내 나는 앉아있었다. 가끔 일어날 때마다 너무 아팠다. 원래 저녁에 돌아오면서 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하나도 하지 못했다. 책을 좀 보다가, 꾸벅 꾸벅 졸다가, 노래만 들었다. 그러다가 성찰일지를 쓴다. 몸이 아프니 섬세한 활동이 어렵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가야한다. 참 미련하다. 나는. 

5월 22일
금요일. 전날 허리가 아파서, 결국 아침에 병원을 갔다. 오후엔 뭐했더라. 다음 날 수업 준비한 거 이외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면, 몸이 안 좋으면 다른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다시금 세삼 느낀다. 참 미련하도다. 나는. 

5월 23일
5월 심톡있는 날! 이번에는 지난 번에 몇번에 걸쳐 진행된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를 다시 진행했다. 지난 번에 오후 4시간 정도에 걸쳐서 했는데, 충분히 다뤄진다는 느낌이 적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11시부터 6시까지 7시간 동안 해 보면 어떨까? 해서 개최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은 바로 황금연휴의 첫날이었다는 것. 그리고 결혼식도 많고, 날씨도 좋고, 암튼 워크샵을 열기에는 참 좋지 못한 시기였다는 것이다. 나에겐 이번 시간 말고는 별로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그랬는데 ㅠ 그래서 오기로 한 분들도 잘 오지 못하고, 심톡 역사상 최소 인원 5명과 함께 워크샵을 했다. 사실상 게스트는 2명이었던 셈. 나의 과욕이 불러온 참사다. 다음에는 좀 더 사람들의 스케쥴을 고려해야겠단 생각도 들면서, 그래도 일단 내가 시간 날 때 열어야지 라는 생각도 했다. 솔직히 나는 그런 인간이다. 워크샵은 적은 인원에 맞게 진행되었는데, 정말 시간가는지 모르게 진행되었다. 특히 오후부터 진행된 ‘6개의 인물 원형’과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에선 시간이 또 모자라게 느껴졌다. 하루 종일 했음에도 모자라다면, 이건 뭘까. 다음에는 어떻게 시간을 만들어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된다. 그리고 이번에 3번째 하는데, 다음에는 몇 가지 보완해야 할 것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기대기대. 
 
5월 24일

아내가 고대하던 일요일. 오전부터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한강으로 나갔다. 지난 번에 구입한 텐트를 치고, 안에서 도시락도 까먹고, 놀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매번 밖에만 나가면 조용히 잠을 잘 자주던 우리 재원이가 이날은 엄청 자주 울었다. 말은 못해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추측컨대 아마 다소 더웠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잠을 잘 못 잤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짜증이 많이 났을 것이다. 평소에 낮에 3-4시간을 자는 재원이가 오늘은 별로 자지 못했다. 날씨가 너무 덥다보니, 우리도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리고 재원이가 계속 우는 바람에 제대로 쉬지도 못할 것 같았고. 결국 장모님 댁으로 갔다. 가서도 재원이는 많이 보챘다. 나는 허리가 아프단 핑계로 푹 잠들었지만. 저녁에는 어머님이 해주신 닭도리탕을 먹고, 놀다가 집에 들어왔다. 아가랑 함께 할 땐 아무리 쉬워보이는 일도 생각처럼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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