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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 노트/일상 성찰하기

[일기] 2015년 5월 마지막주 성찰일지




2015년 5월 31일 망원동 동네 카페에서



5월 25일
철학, 위험한 생각을 하고 하게 하는 것.

오늘은 완전히 퍼져버린 날이다. 오전에 일어나서 TV를 봤다. 어제 광고를 보다가 강신주의 해탈프로젝트라는 매력적인 소개를 봤기에. 강신주 박사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은 분명 일부분 강신주 박사를 닮아있다. 가장 닮고 싶은 것은 바로, 가장 먼저 스스로 위험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위험하게. 도끼나 망치처럼. 말과 글로 사람들의 머릿 속을 헤집어놓는 것. 다만 나는 좀 더 듣고, 기다리고, 질문을 하고 싶다. 강신주 박사의 성향상 빨리 파악하고, 빨리 솔루션을 내놓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이 기질이라 생각하긴 하지만, 가끔은 다그친다는 느낌도 들고. 오후엔 거의 뻗어있었다. 청소하는 것 이외에는 재원이랑 놀거나 잠깐씩 책을 보았다. 어제 거의 나가있었기에 오늘은 집에서 보냈다. 저녁에 잠깐 그 동안 못 하고 있던 사진첩 정리를 했는데 그게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몸이 안 좋으니 그리 생산적이지 않게 된다. 쉽게 퍼진다. 스피노자는 그래서 신체와 정신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나보다. 둘 다 본질이다. 

5월 26일 
온전함을 회복하는 시간, 2일

화요일. 연휴가 끝났다. 하지만 지난 주 월요일부터 이어진 컨디션이 문제다. 몸이 안 좋으니 마음도 헤이해진다. 최근 안 하던 짓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하스스톤이란 게임에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동 중에 충분히 잘 보낼 수 있는 시간에 딴짓을 하기 시작했다. 오전에 토론 수업을 마치고, 저녁에 미팅을 하기까지 시간이 있었지만 시간 활용을 잘 하지 않았다. 지금의 이 글도 모든 정신이 제자리로 돌아온 목요일에 쓰는 것이다. 그날 이 성찰 일지를 썼더라면 어땠을까? 그 행동을 즉각 바로 잡을 수 있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나라는 사람의 끈질김에도 가끔 놀란다. 나는 종종 끈질기게 딴짓을 한다. 어린 시절에 비해선 그런 시간이 별로 없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종종 나를 기습한다. 그건 마치 술이나 마약과 같다. 잠깐의 기분을 좋게 만들지만, 결국 장기적으론 내 삶의 생생함과 충만감을 뺐어간다. 성찰하고, 반복해도 또 실수하고 그렇더라. 그래도 이번에는 2일 만에 정신 차렸다. 누구나 온전함이 무너지는 순간은 온다. 하지만 온전함을 회복하는 시간을 줄이면 된다. 이번엔 2일이었다. 다음엔 하루만에 깨닫길. 이 성찰일지가 그 역할을 하길. 

5월 27일
문제의식이 진짜 문제다

오전엔 부천역으로 향했다. 부천시 청소년 국제 교류 프로그램의 기획과 진행을 내가 맡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것과 관련하셔 담당자와 함께 조율하는 시간이었다. 외국인 대학생들과 한국인 고등학생들 간의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잘 될 수 있을지.. 나도 설렘반 기대반이다. 이후엔 당산역으로 갔다. 오후에 당산서중 디자인씽킹 교육 때문에. 날씨가 무지 더운 날이었다. 나는 원래 추위에 약해서 한 여름에도 긴팔 남방이나 자켓을 걸치고 돌아다닌다. 더위에 약한 사람들은 절대 이해 못할 짓을 나는 자주 한다. 오늘이 그랬다. 나 혼자 자켓을 걸치고 돌아다니는 느낌. ㅎㅎㅎ 수업은 이제 막바지를 향하고 있었다. 워낙 수업 차수가 작아서 어떻게 어떻게 여기까진 왔다. 공감하는 대상을 정하고, 그들과 인터뷰를 해 오는 것. 거기까진 성공했는데, 막상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라는 피드백이었다. 나는 말했다. 초반에 실패하는 것은 괜찮다고. 정말 공감하지 못한다면 지금 대상이나 문제를 바꿔도 괜찮다고 말했다. 왜냐면, 마음에 없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더 고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문제를 잘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면 나는 실패한 프로젝트라고 본다. 만약 변화의 폭이 작더라도, 그 문제가 정말 내가 해결했음 좋겠다는 바람이 있는 것이라면 그건 성공한 것이다. 그 문제의식을 가지고 앞으로 잘 살아갈 수도 있기에. 암튼 그렇게 수업을 마무리했다. 그리곤 여름이를 잠깐 만나서 탈모 방지 샴푸도 받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학교 바로 앞이라 신기신기. 저녁엔 불광으로 가서 서울 크리에이터 수업을 듣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끝.  

5월 27일
나는 4시반에 무엇을 하고 싶어했나

오늘 4시반에 일어났다. 정확히는 재원이와 아내랑 함께 눈을 떴다. 요즘 재원이가 기침을 자주 한다. 오늘 병원에 데려갔더니 심한 감기는 아니고 지나가는 감기라고는 한다. 아가가 처음 감기를 걸리는거다 보니 신경이 많이 쓰였다. 어쨌든 4시 반에 일어나서 다시 자려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 마음을 들어보니 나는 책을 읽고 싶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책을 읽으러 방으로 갔다. 아내는 자라고 했지만, 이런 기회 아니면 새벽에 일어나서 뭔가를 할 시간이 없을 것 같기도 해서 그냥 나갔다. 새벽에 읽은 책은 에커만의 <괴테와의 대화>란 책이다. 내가 배우는 연지원 선생님께서 추천한 책이기도 한데, 기존에 괴테의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번 책을 계기로 하나씩 읽고 싶단 생각도 했다. 1시간 남짓 책을 읽고, 간단한 글을 블로그에 썼다. 그리고 크리슈나무르티의 <올바른 생계수단에 대하여>를 옮겨적어 보지 못했단 생각에 인상깊은 구절을 중심으로 옮겨 적었다. 뭔가 충만한 새벽시간이었다. 다시 반복하고 싶은 그런 시간. 그리곤 아침을 먹고 오전에 정형외과를 갔다가 신사역으로 왔다. PXD에 프로토타이핑 툴 만들기를 하러. 어제 정신 차린 이후엔 다시 좋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오래 가보자. 

5월 28일
망원동 나들이 가는 날 (1)

아침에 병원에 갔다가 신사 PXD가서 미팅하고 집에 돌아온 일정이었다. 중간에는 잠깐 독서축제 마무리도 하고. 그외 별다른 일은 없는 하루였다. 다만, 저녁에 아내랑 산책 나갔던 일정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집은 한강 근처다. 시장도 가까이 있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지하철과 거리가 있다는 점 (보통은 합정역이나 망원역에서 마을 버스를 타고 들어간다.)이지만, 장점이라고 한다면 시장과 한강이 3분-5분 거리라는 점이다. 특히 한강이 가깝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왜냐면, 어설프게 한강이랑 가까우면 사실 잘 안 나가게 되는 것이 인간인 것 같다. 게다가 한강 유수지 근처라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분위기가 더욱 좋다. 예전에 당산에 살 때도 한강과 그리 멀진 않았지만, 지금처럼 자주 가진 않았던 것 같다. 저녁에 아내랑 아가랑 같이 한강을 갔다. 요즘 하나 느끼는 점은 1인 이동도구가 유행한다는 느낌이다. 퀵보드를 비롯한 다양한 탈것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예전에 잠깐 이슈였던 세그웨이 비슷한 것도 많이 봤고, 두발만으로 움직이는 것도 봤는데, 좀 신기했다. 산책하고 집 근처 카페에서 고구마 라떼를 시켜서 먹었다. 집 근처 카페도 매일 구경만 하다가 이번에 처음 갔는데, 노랫 소리가 바깥으로 흐르고, 분위기도 좋고, 사람도 적당했다. 예전에 필리핀에서 펍을 가면 이런 분위기였는데, 왠지 외국에 나온 느낌이었다. 저녁 산책 좋았다. 

5월 29일
피터 드러커, 칼 폴라니 그들은 친구였다

오늘은 오산 대호초등학교에서 교사연수가 있는 날이다. 작년에 독서토론 때문에 일년 동안 갔던 학교인데, 오랜만에 방문했다. 아이들도 착하고, 선생님들 인상도 참 좋은 학교로 기억하고 있다. 집에서 오산까지 거리는 2시간 남짓 걸린다. 가는 길에 쓸데없는 짓도 많이하고, 책도 많이 읽었다. 허허. 가서 진행했던 교사연수는 절반의 성과였다.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서 진행했지만, 앞부분은 괜찮았던 것 같고, 뒷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특히 요즘 독서 토론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어서, 대립 토론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은 별로 드리지 못했다. 개인적으론 초등학생들에겐 경쟁토론이 아닌 비경쟁 토론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다시 할 수 있었고. 암튼 오랜만에 교사연수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었다. 오는 길에 '피터드러커 자서전'을 읽는데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다. 피터드러커가 가까이서 관계 맺었던 사람 중에 '칼 폴라니’가 있었다는 사실. 그는 <거대한 전환>이란 책을 쓴 경제학자인데, 최근 사회적 경제 관련해서 많이 언급되는 사람이다. 나 역시 거대한 전환을 보려고 책 리스트에 넣어두고 있었고 말이다. 내가 공부하는 것들, 관심있는 키워드 들이 이런 저런 곳에서 연결되고, 보일 때 정말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조만간 이 책 봐야겠다.

5월 30일
5번째 와우 수업 그리고 7번째 SCM 

5번째 와우 수업, 그리고 삼성 크리에이티브 멤버십 7번째 수업이 있는 날. 원래 매월 2번씩 수업이 있는 SCL과, 매월 1번 수업이 있는 와우는 겹칠 가능성이 많았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이번 학기에는 1번 밖에 겹치지 않았는데, 그게 바로 오늘이다. 수업 중간에 나가야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빠질 수 있다는 것에 위안 삼을 수 있었다.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아침에 일찍 집을 나섰다. 비가 오기도 했고, 왠지 일찍 가서 좀 걷고 싶었거든. 수업 시작 시간이 넉넉해서 근처 사직공원으로 걸어갔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종묘는 동쪽에 사직은 서쪽에 이렇게 모신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비오는 날 아침의 사직공원은 산책하기 참 좋았다.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동상에서 머물면서 참 큰 사람들이라 라는 생각도 했고. 오전의 와우 수업은 알찼다. 시간에 대해서 생각도 해보고. 내가 생각보다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단 생각도 했다. 오늘도 그렇다. 불만 불만이다. 나에게. 점심을 먹고 SCM 수업으로 갔다. 아이들을 보면서 한편으론 참 대단하고, 한편으론 안타까웠다. 특히 자기가 잘 하는 분야가 아닌 공부 때문에 너무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미술과 운동을 잘 하는 아이가 왜 영어 때문에 그렇게 골머리를 썩어야 하는지. 나중에 때가 되고 필요가 있으면 스스로 알아서 잘 할 아이인데. 에효. 수업은 꽤 잼있게 완성되었다. 이제 딱 1차시만 남았다. 마무리 잘 하자. 

5월 31일
망원동 나들이 가는 날 (2)

대청소의 날이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청소했다. 일주일을 편안하게 살기 위해선 일요일이 중요하다. ㅎㅎ 청소를 다 끝내고 밥을 먹으니 거의 1시가 되었다. 잠깐 산책을 나갔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집 근처에 새롭게 문을 연 카페에 놀러갔다. 고구마라떼를 시켰는데 맛이 좋았다. 가격도 착했고. 4000원이었으니까. 다만 아직 인테리어 공사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새집 증후군 같은 냄새가 조금 신경쓰였다. 그리곤 망원 시장을 돌아다녔다. 매번 느끼지만, 주말에는 낯선 사람들이 많다. 동네 주민들 보단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일 것이다. 어떻게 그걸 느낄 수 있냐면, 유독 메스컴을 많이 탄 고로께 집이나 닭강정, 칼국수 집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솔직이 망원시장 근처에 사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집들에서 잘 사먹지 않는다. 평일엔 생각보다 조용하기도 하고. 누가 그랬다. 유명해서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언론에 노출되어서 유명해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나는 종종 불편하다. 닭강정만 해도 예전에 2000원에 맛있게 잘 먹었는데 이젠 3000원으로 올랐더라. 그게 단기적으론 수익이 날 지 모르지만, 주위 사람들(로컬)의 마음을 잃을 정도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외부에 유명한 집이라고 해도, 결국 그들은 그 지역 사람들의 기반으로 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망원시장도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으면 좋겠다. 그냥 내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