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일
월요일. 그 동안 날씨도 좋고 연휴란 느낌이 있어서인지, 오랜만에 일하는 기분이다. 오늘은 오전에 더배움연구소 주정미 코치님과 미팅이 있었다. 앞으로 질문과 관련해서 개념도 정리해보고,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고, 나아가 책도 내보고 싶다는 전체 계획을 들었다. 관심사는 비슷하지만, 그 관심사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각은 꽤 다른 편이라 즐거울 것 같았다. 어차피 월요일 오후에는 수업이 있기 때문에 오전에 미리 만나서 한번 대화해보기로 했다. 나로선 다양한 형태로 공부해보고, 결과를 만들어보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것이 나로서 시작되든,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끌어지든 말이다. 오후에는 용마중 수업이었다. 이번 주 5달러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날이다. 끝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데, 많은 의문이 드는 수업이었다. 우선, 나로선 학생들이 스스로 해내길 원하고, 어렵게 미션을 줘도 그걸 잘 조율해나가면서 성장했음 하는 바램이 있다. 하지만 그걸 중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또한 든다. 세은쌤 피드백도 일리가 있었다. 중학생들은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나아가야 한다는 말.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혼란을 유도하고, 스스로 그것을 극복하느 과정도 지켜보고 싶었다. 뭐가 정답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해답은 나와있다. 나로선 좀 더 친절하게 해야 하고, 아마 세은쌤은 좀 더 덜 친절하게 관여해야 한다는 것.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되, 그 강점이 지나쳐서 교육 효과에 피해를 줘선 안 된다는 것. 나는 더 꼼꼼하고 친절해야 하고, 아마 세은쌤은 덜 꼼꼼하고 덜 친절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학생들은 더 균형잡힌 배움의 기회와 자립의 기회를 얻을 테니 말이다. 저녁에 디자인씽킹 교사 연구회 렛츠 디에서의 미팅도 즐거웠다. 아쉬움, 질문 그리고 성찰이 있는 하루였다.
5월 12일
비가 그친 화요일이다. 어제는 비가 왔는데 오늘 아침엔 그쳐 있었다. 비가 그친 날 아침의 공기는 참 좋다. 날씨가 꽤 쌀쌀해졌다. 오늘 오전엔 토론 수업이 있었다. 즐거웠다. 하지만 그것과는 반대로 막상 4시간 정도 수업을 하고 나면 생각보다 기가 빨린다. 수업이 끝나면 당분간은 아무 말도 하기 싫은 상태를 맞이한다. 나는 이걸 기가 빨렸기 때문에 그렇다 라고 스스로 평가하고. 그렇게 말하기 좋아하는 내가 말하지 않게 되는 경우는 별로 없기에. 오늘 토론 수업 중에 몇몇은 나에게 스승의 날이라고 편지도 써줬다.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 나는 몇번 수업하지도 않는데 잊지 않고 챙겨주다니. ㅠㅜ 수업을 마치고는 지난 주 pxd에서 프로토타이핑 한 결과를 테스트하기 위해 서강초등학교로 갔다. 초등학생들 1명 그리고 2명을 대상으로 지난 주에 만든 도구를 실험했다. 혼자 하는 친구는 깊이 생각할 수 있지만 다양한 생각들은 조금 떨어졌다. 그리고 함께 하는 친구들은 깊이 생각할 여유는 없었지만 꽤 다양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에 맞춰서 관찰했고, 간단히 인터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테스트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결과물도 꽤 의미있게 나오고 있어서 좋았다. 이번 달 안으로는 왠지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에는 심톡 준비 때문에 다시 종각으로 왔다. 종각에서 저녁이 미팅하고 집에 가면 벌써 화요일이 지나간다. 시간은 참 빠른데, 나는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잊지 말자.
5월 13일.
오늘은 학습조직에 대한 학습조직, 인디언 계모임(가제)이 있는 날이다. 어찌보면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지만, 나에게 있어선 계속 관심있던 주제라 만남 자체가 좋았다. 홍대입구역 쪽 연남동에서 모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우리 집에서 가까워서 걸어갈 수 있기도 했고, 또 로컬에 대한 공부 장소로서도 적합하기 때문. 지난 번에 와우 로컬투어를 다녀와서 어느 정도 안내해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연남동은 참 이쁘다. 만나서 밥을 먹곤 주욱 카페에서 미팅을 했다. 근황도 나누고. 쨌든 다들 교육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멤버들이라 관심사나 고민거리가 비슷비슷했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서 경청하고 해결해 나가는 분위기가 좋았다. 아이디어도 중간 중간 표현하고. 허긴 그러고 보니 이 모임에서 가장 연장자는 나다. 심마니에서도 오랫 동안 내가 가장 연장자고. 나 별로 그런거 안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그렇게 되었다. 물론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슬프다. 내 나이가 벌써 서른 셋이라니. 예전에 서른 셋을 보면 진짜 아저씨라고 느껴졌는데 내가 벌써 그 나이라니. 늙기 싫다. ㅎㅎㅎ 그렇게 카페에서 한참을 대화를 나누고, 각자 헤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지는 모르지만, 나는 스스로를 한량이라고 생각한다. 이리 저리 강의나 하러 다니고, 책이나 읽고, 사람들 만나고. 그것 말고 하는 일이 없으니까. 오늘의 동선이나 일정만 봐도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꿈도 못 꿀 일정이 아닌가. 아직 더 게을러지지 못하고, 더 여유부리지 못 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한량. 그러면서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한량. 나도 참 이중적인 모습이다. ㅎㅎㅎ 미팅이 끝나고 나는 남아서 5월 원데이 심톡 공지를 했다. 자주, 그리고 꼭 하고 싶은 워크샵이지만 시간의 한계 때문에 거의 열지 못하는 수업이다. 개인적으로 진행할 때 가장 즐거운 경험이 되기도 하고. 이 워크샵이 사람들이 각자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아내와 저녁 시간을 함께 보냈다. 낼 정읍 가는 날이라 일찍 잤다.
5월 14일 - 책 리뷰
어제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김정운 교수가 쓴 <남자의 물건>이란 책을 봤다. 요즘 스파노자 ‘에티카’랑 피터 센게 '제5경영' 같은 무거운 책만 보다 보니, 다소 가벼운 책을 읽고 싶어서 즉흥적으로 집어들었고, 빨리 읽었다. 1부와 2부가 나뉘어 있는 책인데, 솔직히 1부는 별로 임팩트는 없었다. 이미 ‘노는 만큼 성공한다’와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비롯한 책과 다양한 강연에서 전하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김정운 교수를 처음 접한 사람들에겐 재미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2부 남자들과의 인터뷰는 꽤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다. 이어령의 책상, 안성기의 스케치북, 문재인의 바둑판 등 한명 한명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물건에 대한 애착도 느껴보는 경험은 꽤나 즐거웠다. 나에게도 물어보았다. 내가 애착을 가진 물건은 무엇인지. 하나를 꼽을 순 없었다. 3개를 추려 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책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아니었다. 그건 바로 책상이었다. 우리 집엔 꽤 큰 책상 하나가 있다. 결혼 할 때 아내가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 뭐냐고 물었다. 보통 남자들은 축구를 보거나 게임을 하기 위해 TV를 큰걸 원한다고 하는데 나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TV는 필요없다고 말했고, 되려 크기는 내가 더 나서서 줄였다. 그 대신 나는 직접 공방에서 제작한 책상을 사달라고 했다. 그게 내가 원한 조건이었다. 기성 가구점에선 내가 원하는 사이즈는 살 수 없었다. 그렇게 얻게 된 우리 집 책상은 정말 크다. 한 6명이 함께 공부할 수 있을 정도다. 일상이 바쁘다 보니 나도 생각보다 그 책상 앞에 앉아있을 시간은 적다. 하지만 볼 때마다 기분이 탁 좋아진다. 아내 입장에선 방을 좁게 만드는 그 책상이밉상이겠지만 :) 두 번째로 수첩이다. 나는 10년전 부터 쓰던 수첩을 아직도 모아둔다. 2-3년 전부턴 그 역할을 에버노트가 거의 대신하기에 수첩에 끄적거리는 양은 확연히 줄었다. 하지만 그 애착은 아직 줄지 않았다. 재작년 이탈리아 놀러 갔을 때, 내가 가장 기뻤던 순간 중의 하나는 피렌체 가죽 공방에서 작고 이쁜 수첩 하나 샀을 때다. 다소 여성스런 취향이라는 거 나도 안다. 하지만 좋을 걸 어째. 마지막으론 역시 책이다. 나는 책을 사는 것에는 대범하다. 하지만 책을 나누어 주는 것에는 인색하다. 이 인색함이 나이가 들 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마 올해 안에 책을 대거 나누어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아직은 역시 주저주저한다. 내가 산 책에 대한 애착은 어지간한 편이다. 책을 하나 사서 좋은 문장에 줄을 치고, 가끔 들여다 보는 것. 그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 그게 나다. 한 권의 책 <남자의 물건>을 통해 내가 어디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성찰해 봤으니, 이번 책도 읽은 값은 잘 치른 것 같다. 내가 가진 욕망을 잘 들여다보고, 솔직해 지는 것. 그리고 표현하는 것. 그것은 한번에 되는 것이 아니다. 연습이 필요하다. 디테일이 필요하다.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에. 자기 자신을 발견해야 더 자연스럽게, 더 나답게 살 수 있기에. 이런 작업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나를 아는 것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5월 14일 - 수업 리뷰
오늘은 수업 리뷰로 바로 들어가자. 할 말이 많다. 3학년 수업. 내가 원하는 형태로 진행은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효율적이진 못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삶과 교육의 흐름이 일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관심사를 잘 관찰하고 있다가, 그것이 갈등의 소제가 되거나 다룰 수 있게 되었을 때 즉각적으로 수업에 반영하는 것. 그리하여 수업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고 삶이 더 나아지는 것.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삶의 기술들 (협동, 배려, 공감, 지식 등)을 배워가는 것. 그게 내가 원하는 이상적 수업 모습이다. 준비한 것만 진행하는 모습은 별로다. 3학년들에게 하나의 문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은서’다. 은서는 다른 친구과 조금 다르다. 인지적으로 아주 떨어지는 것은 아닌데, 어쨌든 수업에 집중하진 못한다. 그리고 본인이 좋아하는 활동은 엄청나게 집착하지만 나머지는 아예 하려하지 않는다. 선생님들에게 달라 붙어서 징징대는 경우도 많고. 아이들이 계속 받아주기에 어려웠나 보다. 오늘도 아이들은 역정을 내면서 은서에게 화를 넀다. 은서는 결국 교실을 나갔고, 나는 토의를 시작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다보니 왜 화내는 지는 알것 같았다. 듣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결론이 쉽게 나진 않았다. 은서에게도 다짐을 받긴 했지만, 그것이 효과적일지는 모르겠다. 난이도 중의 수업이었다. 4학년 수업.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한번도 내 의도대로 완벽히 진행해 본 적이 없는 극강의 4학년들. 오늘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줬다. 조편성을 다시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이들은 또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 사이에 몇몇은 서로 다투다가 울고 말았다. 너무나 예측하지 못하는 타이밍에 눈물들이 나와서 놀랄 때가 많다. 감정에 예민한 민성이, 과격한 철원이, 흐물거리는 성재, 까부는 이안, 한 고집하는 설희와 무교. ㅎㅎㅎ 이 어벤져스급 4학년들은 나에게 큰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그나마 희망을 찾는 다면 처음보단 쬐끄음 나아지고 있다는 것? 그래도 내 말을 듣긴 한다는 것? 정도다. 다음 주에 조편성 마무리 지을 예정. 5-6학년. 이들은 철이 들었다. 말이 통한다. 그래서 제대로 진도를 나갈 수 있다. 거의 유일하게. ㅎㅎ 지난 주 까진 관계를 중심으로 다뤘다면 이제부턴 창의성, 상상력을 다루고자 했다. 준비한 수업 내용에 한 가지는 즉흥적으로 했다. 그 질문은 바로 ‘어떻게 해야 우린 가장 창의적이 되는가?’라는 것. 스스로 의견을 내고 종합해서 발표하게 했는데, 꽤 훌륭한 발표였다. 요녀석들 덕분에 그래도 밥값은 했음을 위안을 삼으며 서울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음에 참 좋다.
5월 15일
오늘은 스승의 날. 나중에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을까. 언제나 반성이 되는 날이다. 오늘은 와우 스토리 연구소를 이끌어가시는 연지원 선생님께 감사함을 전했다. 그리고 이번 주 독서축제인 <강점에 집중하라>를 옮겨적고, 생각들을 적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요즘 들어 이런 저런 생각을 적는 기회가 많다. 성찰일지도 꾸준히 쓰다보니 좋고, 매주 목요일마다 하나의 글을 쓰고 싶은 마음도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다. 그렇게 단절적인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그래도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매월 2권의 책을 읽고 쓰는 독서축제를 하면서도 글을 많이 쓰게 되고. 글을 어느 정도 쓰다 보니 이제 고민은 자연스럽게 퀄리티로 향하게 된다. 그런 걱정도 한다. 너무 양에 치우친 글을 쓰는 건 아닐까? 이젠 질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자연스런 고민이리라. 양질변환의 법칙이 있는데, 나는 글쓰기에서도 그 법칙이 적용되리라 믿는다. 일단 쓰고, 쓰자. 창조적 자아가 활동하게 하자. 그래야 나중에 비판적 자아가 할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5월 16일
오늘은 오전에 재원이 50일 앨범은 가지러 갔다. 50일 앨범을 펼쳐보는데 얼마나 웃기던지. 볼살이 아주 두툼한 것이 아기 불독같은 느낌. 내 아들이라 그런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너무 귀여웠다. ㅋㅋ 토욜 오후엔 삼성크리에이티브멤버십 수업이 있다. 벌써 6번째 수업. 그 전에 잠깐 시간을 내서 어제 하던 <독서축제>를 마무리했다. 시간을 꽤 쓰는 작업이지만, 그래도 하고 나면 기쁨이 크다. 다행히 잘 마무리하고, 오후에 멘토링을 진행했다. 이번 주 주제는 <나의 빛나는 순간>이다. 한 멘토님이 자신의 지인들에게 <당신의 빛나는 순간은 언제였나요?>라는 질문을 던져서 그 사진들을 모아왔다. 브라질에 3년 정도 체류하셨을 때 만든 인맥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 인맥에 일단 놀랐고, 두 번째 놀란건 ‘공통성’이었다. 각자 사진은 달랐지만, 그 사진들이 함의하는 가치는 다들 비슷했다. 빛나는 순간이란 무엇일까. 그 사진들은 가족, 관계, 성취, 꿈, 몰입, 휴식 등 다양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특히 인상깊은 사진이 있었다. 생태지향적 건축가가 자신의 집을 지었다. 헌데 그 집 안에 바닷물이 흘러서 다시 바다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흐름이 있고, 다이빙할 수 있는 풀이 있었다. 그 풀에서 자신의 아들이 다이빙하려는 직전의 모습. 그 사진이 나에게 큰 공감을 선사했다. 2가지 만족이 있었다. ‘내 생각을 반영한 결과물’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결과물로 행복감을 누리는 것’ 정말 어마어마한 만족이 아닐까. 나도 그런 유산을 남기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만든 결과물로 더 기뻐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걸로 인생은 끝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시간이어야 하는데, 되려 나에게 꽤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좋았다.
5월 17일
일요일. 매주 일요일은 집안일과의 전쟁이다. 아니 전쟁이 아니지, 전쟁을 피하기 위한 필연적 부산함이라고 할까. 어쨌든 일요일은 바쁘다. 일요일 오전이 충분히 바빠야 나머지 주말 및 한주가 편안하다. 그래서 오늘도 역시 청소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전이 다 지나갔다. 주말에는 재원이와 함께 노는 시간이 많다. 많이 보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물론 아내에겐 성이 차지 않겠지만. 이번 주 일요일 오후에는 합정역으로 놀러갔다. 밥을 먹고, 메세나 폴리스를 조금 구경하다가 집으로 왔다. 사람들이 많더라. 특히 우리 또래들 (아기를 대리고 다니는 젊은 부부들)이 많아서, 우리가 참 베이비붐 세대구나! 라는 세삼 놀라울 것도 없는 인식을 다시금 했다. 장모집 집에 가선 복면가왕을 봤다. K팝 스타 이후에 보는 TV프로그램이 하나도 없었는데, 유일하게 다시 보게 된 프로그램이다. 얼굴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이리도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라니.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존 롤스의 ‘무지의 장막’을 떠올렸다. 무지의 장막이란 이런 것이다. 개인이 원초적 입장에 서서 자신의 개인적 특성이나 사회적 지위 등을 모른다고 가정하는 것. 뭐 굳이 연결하자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무지의 장막 뒤에서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분별하는 것. 나는 기회의 균등에 있어서 이 사유실험은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저런 생각을 이리저리 굴려보았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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