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오늘은 자유학교 수업일. 나만의 강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건 참 재미있다. 오늘도 ‘가치’에 대해서 다루고, 바로 ‘5달러 프로젝트’를 건냈다. 꽤 의미있는 연결이었다고 자평한다. 수업 내용도 나쁘지 않았고, 앞으로도 기대되는 수업이다. 오후에는 간단히 일 하고, 저녁에는 심마니 미팅이 있다. 요즘 일 할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한데,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고민 고민 중. 저녁에 심마니 미팅을 하는데, 또 소시오패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쩌면 내가 공감 능력이나 디자인씽킹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소시오패스라는 중요한 개념에 대해서 일반 사람들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생각하면 사례들을 잘 정리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단 생각도 들다. 그리고 육아와 관련해서도 아주 중요한 메시지가 들어있고 말이다. 아,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생각하고 고민하는 모든 주제는 내 삶의 경험과 연관되어 있구나. 그래서 내가 공부하는데 별로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내 삶의 이슈로부터 시작하는 공부가 정답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슈가 자연스런 호기심으로 연결되고, 그것에 결국 내 삶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삶을 나아가게 만들기에. 

3월 31일
나는 지금 도곡역 근처 카페에 와 있다. 이따 저녁에 여기 근처에서 수업이 있기도 해서, 일찍 와서 일하려고 구석에 자리잡았다. 그랬는데, 주위를 살펴보니 모두 아줌마들이다. 아, 그렇지 이 근처는 학구열에 높은 곳이었지. 아차 싶었다. 좀 더 조용한 곳으로 갔어야 했는데 이미 음료는 주문한 뒤다. 일단 앉았다. 나는 원래 카페에 가서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다. 그건 예의가 아니니까. 하지만 예외가 있다. 너무나 크게 들려올 때는 어쩔 수 없이 듣게 된다. 게다가 그 주제가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라면. 살짝 살짝 들려오는 이야기 중에 몇 가지 걸리는 단어가 있다. ‘서울대’ ‘내신’ ‘입시’ 등등. 아, 이게 소문으로만 듣던 강남 학부모들인가. 선입견 때문인지 인상들도 다들 비슷해보인다. 무슨 이야기를 그리 집중하는지 놀라웠다. 아줌마들이 하는 이야기의 99%는 모두 자기 자식들 이야기 였다. 그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디에 관심을 갖고, 최근 무얼 하면서 놀았는지가 아니다. 누구는 몇점이고, 누구는 어디로 갔으며, 누구는 서울대를 가느니 마느니. 잠깐 잠깐 흘려 들어오는 단어들만으로도 기가 빠진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만약, 우리 엄마가 이러고 있었다면 나는 지금 내가 엄마를 존경하는 만큼 존경했을까? 아닐꺼다. 엄마를 사랑하는 것과 존경하는 것은 다르다. 존경받기 위해선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 본인이 스스로 세상을 마주해야 한다. 존경을 얻는다는 건 쉬운게 아니다. 이런 말이 있다. ‘부모가 하라는 대로 하는 자식 없고, 부모가 하는대로 안 하는 자식 없다’고. 그 말이 정답이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소리쳤다. ‘자녀들에 대해서 말하지 마시고, 본인들에 대해서 말 하시라고. 아이에게 반성하라고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더 나아질 것이 없는지 자기 반성적 삶을 실천하라고.” 뭐 그런 말을 하고 싶은 날이다. 나부터 그러한 부모가 되어야 겠지만 말이다. 

4월 1일
오늘은 아침부터 재원이가 난리다. 안아달라고. 침대로 갔다가, 쇼파로 갔다가, 침대로 갔다가 돌아다니며 안아줬다.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곤히 자는데 혼자 있음 심심한가보다. 이해가 간다. 하지만 부모는 죽어난다. ㅎㅎ 나는 아직 좋지만. 아내는 힘들거다. 나도 하루종일 그러면 힘들것이고. 어제 너무 늦게 들어온게 미안해서, 오전에 집에 있으면서 아내를 도왔다. 잠깐 짬을 내서 육아일기도 쓰고. 이번에 느낀 것인데, 확실히 글쓰기는 습관에 가깝단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글을 쓸려고 하면 뭔가 자리를 잡고 써야 할 것 같은, 그리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하지만 이젠 그렇진 않아졌다. 그냥 쭉 써 내려가면 왠만큼 글이 된다. 잘 쓴다는 것이 아니라 많이 쓴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다보면 나중에 잘 쓸 수도 있겠지. 어쨌든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와우프로젝트가 많은 도움을 준 듯 하다. 오후에 당산역 근처에서 강의가 있어서, 지금은 당산 스타벅스에 와 있다. 강의 준비를 하면서 홀로 있는 이 시간은 정말 금쪽 같다. 이 행복을 글로 붙잡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내일 정읍 가는 날이구나. 강의 준비를 해야겠다.  

4월 2일
정읍에 가는 날이다. 일주일에 한번 있는 이 날은 나에게 금쪽같은 6시간을 선사한다. 나는 버스 안에서 공부를, 글쓰기를, 생각을, 강연 준비를 한다. 아직은 없지만, 피곤하면 올라오는 길에 영화도 보고 싶다. 어쨌든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나에게 정읍에 왔다 갔다 하는 이 하루는 꽤나 좋은 충전지 역할을 한다. 오늘 초서할 책은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을 통해 온전함을 회복하는 커뮤니티를 꿈꾸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심마니스쿨의 모습은 아마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이루고 싶은 나의 꿈이 되었다. 지금부터 초서를 시작하자. (…) 수업이 끝났다. 오늘은 강점을 스스로 분석하고, 서로 간의 강점을 발견하는 시간으로 이루어졌다. 아이들은 참 잘 따라와줬다. 아쉬운 것은 내가 아이들의 발표를 못 들었다는 것. 다음 시간에 발표를 하고, 앞으로 더 나아지고 싶은 것을 사진으로 찾아보면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 혹은 난 말이야 등의 책을 함께 보자. 서울 올라오는 길에 ‘강신주’의 EBS초대석을 조금 봤다. 그는 말한다. 21세기 한국에서 고민했던 철학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맞다. 나는 한국 사람이다. 이 시기에, 이 공간에 내가 존재한다. 그것은 지금 내가 가진 생각을 결정하는 아주 결정적인 요소다. 나중에 보편적인 이야기를 펼쳐내기 위해선, 지금은 특수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부딪쳐야 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나만의 이론으로 무장해서 세상에 펼쳐 놓아야 할 것이다. 철학자는 진짜와 가짜를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도 그런 의미에서 철학자가 되고 싶다. 아니 되어야 한다. 

강신주 <공구함>의 비유. 일단 공구함에 다양한 공구가 있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것들로 현실의 자물쇠를 따기 위해 막 써봐야 한다. 예를 들면 플라톤이란 공구로 우리 사회를 설몀하기 위해 노력해본다고 치자. 그럼 이런 반응이 나온다. “아, 우리 사회의 고민이 이거 였는데, 플라톤이 이것을 보았구나!”라는. 현대 학자들의 문제는 현실이라는 텍스트를 읽으려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오로지 과거의 텍스트들만 쳐다 볼 뿐이다. 

‘No’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의 ‘Yes’만이 의미가 있다. 
강한 예술가가, 강한 철학가, 강한 소설가가 없다. 우리나라는 남루한 사회다. 
사랑과 자유는 같은 것이다. 내가 아무리 약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땐 강해진다.
자유가 없는 사랑, 사랑이 없는 자유는 아무것도 아니다.  

4월 3일
금요일. 자유학교 디자인씽킹 프로젝트가 기다린다. 2팀으로 나뉘어 5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정말 다들 잘 해줬다. 한 팀은 5000원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야 가장 극대화 될까? 하다가 만두피를 사다가 포춘쿠키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 메시지를 넣어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키워드는 ‘공감’이었다. 두번째 팀은 누군가에게 필요없는 물건을 모아서 꼭 필요한 이들에게 전해주기로 한다. 그런데 아파트 방송으로 물건을 모으려고 했더니 막상 절차가 복잡했다. 그대로 물러설 수 없었던 그들은 결국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전화해서 물건을 모은다. 그렇게 모든 물건에 거의 3박스 정도 되었다. 역시 3명이 모이면 불가능도 가능할 수 있었단 느낌이다. 서로 피드백을 하고, 디자인씽킹에 대한 간략한 개념만 정리했다. 최근에 내가 진행하는 수업 중에선 가장 만족스런 수업이다. 앞으로도 잘 준비해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 마지막 3의 법칙을 보여주고 했던 피드배은 좋았다. 만약 각자에게 5000원을 주고 혼자 이 프로젝트를 하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함께 해야 한다. 

4월 4일
오늘은 5시부터 아가랑 함께 보냈다. 물론 계속 깨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침대에서 같이 껴앉고 잤다. 아가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잘 잔다.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엄청 낑낑대로 칭얼댄다. 그렇게 2시간을 잤는데, 아가가 더운지 불편한지 울어대기 시작했다. 데리고 마루로 나갔다. 다시 배에 올리고 쓰다듬어 주었더니 코~ 하면서 잔다. 더웠나보나. 나는 그렇게 재원이를 보다가, 갑자기 행복감에 빠진다. 모든 것이 감사했고, 경이로웠다. 그리고 나선 좀 심심해져서 책을 읽었다. 8시가 되자 다시 운다. 이젠 정말 배가 고픈 시간이다. 그때부터 우리 하루는 시작되었다. 아내는 맘마를 먹이고, 나는 이런 저런 일을 한다. 그리고 내가 데리고 있는 동안 아내는 아침을 준비한다. 다행히 장모님이 오셔서 집안일을 더 할 수 있었다. 나는 오후에 삼성크레이티브 수업이 있어서 일찍 나왔다. 해야 할 일들이 쌓여서 빨리 해야 한다. 

4월 5일

오늘은 오전부터 서둘렀다. 준화 결혼식에 가는 날이었기에. 아내도 축하를 할겸, 바람도 쇨겸 함께 나왔다. 그런데 확실히 아이가 있으니 준비하는 시간은 2-3배가 되더라. 나름 서둘러 갔음에도 겨우 겨우 맞춰서 도착했다. 다행히 준화는 식장에 들어가기 전이었고, 겨우 인사를 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 집안일을 하고, 저녁에는 일을 했다. 프리랜서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일을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시간이 일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요즘은 시간만 나면 일한다. 일이라고 해봐야. 글쓰기, 미팅, 블로그 포스팅, 강의 준비, 공부하기 정도겠지만. 그것도 따라갈려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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