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3일 오후 8시 57분
제목 : 강의를 준비하다가
지금은 차 안이다. 용평 리조트에서 <자신감 리더십> 수업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다. 밖에는 비가 많이 오는데 걱정이다. 우산 안 가지고 왔는데.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뭐할까 하다가 강의 준비를 했다. 어느새 강의를 준비하고, 강의를 하고, 다시 강의를 준비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오늘은 이 이야기에 대해서 떠오르는대로 적어보자.
내가 강의를 처음 시작한 건 2010년이다. 나는 특이하게 첫 강의가 아직 인터넷에 남아있다. 검색하면 나온다. ㅋㅋ 부끄럽지만 그래도 내 역사에서 용기를 냈던 (몇 번 안 되는) 용한 순간이었다. 나라는 사람이 강의를 하다니.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도전이었다. 왜냐. 나는 앞에 나서서 뭔가 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남들보다 강의 듣는 걸 좋아하고, 책 보는 건 좋아했지만 그것도 직접 나가서 말하는 거와는 차원이 달랐다. 나는 그저 조용한 학생이었을 뿐이다.
그러던 내가 왜 강의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을까. 그 첫 시작은 '이너게임'이란 책이었다. 나는 이 책이 너무 좋은데, 그리고 내가 잃는 책 중에는 정말 좋은 내용들이 많은데.. 사람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당시에 난 이렇게 책을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내용을 너무 알려주고 싶었다. 쓸데없이 계몽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겉멋만 들어가지고. 물론 그게 모든 이유는 아니었고, '가르쳐야 진짜 배울 수 있다'는 말에도 크게 공감한 바가 있었다. 일단 내가 배우는게 중요하니까 강의해보자. 그 정도.
그렇게 이너게임이란 책을 필두로 매달 강의 했다. 대략 2년은 꾸준히 했을거다. 2명 앞에서 한 적도 있고, 10명 앞에서 하기도하고. 그저 독서 모임에 나온 사람들끼리 매주 일요일에 만나서 배우고 공부하는게 재미있었다. 참, 첫 강의의 그 떨림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온몸의 세포가 진동하듯 떨렸었다. 몸에 지진이 일어난 그 느낌. 나는 아마 아직도 그때 그 느낌빨로 버티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랬던 내가 2012년부터는 직장에서 본격적으로 강의를 하기 시작했고, 작년 2013년부터는 돈을 받고 강의와 코칭을 하게 되었다. 세상 일은 정말 모른다더니 내 삶이 그렇다. 앞으로 3년 뒤의 삶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어떤 경험을 할지 말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내가 아직 강의안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일을 너무 좋아한다는 거다. 메시지를 다듬고, 스토리를 넣고, 전체 맥락을 조율하는 과정이 정말 즐겁다. 아마 이 즐거움이 사라지면 나는 강의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돈을 받는 즐거움이 이 즐거움 보다 커진다면 단연컨데 멈출 것이다. 그건 내가 강의하는 이유가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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