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동안 쉬는 날이었다. 그중 이틀은 공식적인 주말이고, 하루는 반갑게 찾아온 '근로자의 날’이었다. 하루를 더 쉬었을 뿐인데 휴식의 강도는 훨씬 짙어진다. 익숙함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이렇게 깊은 ‘밀도’를 선사한다.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기에 꽤 긴 휴식 시간이었다. 이렇게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 준다. 나는 이를 예전에 1인 기업가 생활을 하면서 깨달았다. 시간은 곧 나다. ‘코끼리와 벼룩’의 찰스 핸디는 이렇게 표현했다.
"포트폴리오 생활은 당신에게 성공의 의미를 재규정하도록 요구한다. 그 과정에서 인생과 인생의 목적에 관한 그 개인의 가치와 신념이 자연히 드러나게 된다. 스케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피상적으로는 두 개의 선택안 중 하나를 골라잡는 것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그 사람의 신념체계가 드러나는 준 종교적인 탐구가 되는 것이다.”
조금 어렵게 표현 되었지만,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은 이것이다. 나는 무엇을 ‘우선시’하는가? 나에게 미룰 수 없는 것은 무엇이며, 그럴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를 아는 것. 이는 돌이켜 보았을 때 잘 알 수 있다. 어떤 행동이 ‘후회’로 다가온다면 그것은 미뤄도 되는 행동이다. 하지만, ‘후회’가 남아있지 않다면 혹은, ‘의미와 가치’를 느낀다면 그 반대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즉시 해내야 하는 것이다. 지난 3일 동안 가장 많이 보낸 것은 ‘가족과의 시간’이다. 아내 그리고 재원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다른 일은 거의 미룬다. 돌아 보았을 때, 그렇게 논 시간 만큼은 온전했다. 그것은 다른 시간으로 대체될 수 없었다. 일은 남은 시간에 하면 된다. 하지만 재원이는 나를 위해 기다려주지 않는다. 대단한 일은 없었다. 그저 일어나고, 청소하고, 밥 먹이고, 빨래하고, 책을 읽어주고, 산책을 나가고, (종종) 낮잠을 자고, 대화를 하고, 장을 보고, 먹을 것을 만들고, 밥을 먹고, 씻고, 잠자기.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언제나 반복되지만, 그 순간 순간을 붙잡는 것은 나의 책임이다. '감사’나 ‘감탄’ 그리고 ‘애정’은 공을 들이고, 붙잡고자 애를 쓸 때만 인식할 수 있다. 수 없이 반복 될 수록, 놓치기도 쉽기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 나에게 값진 시간임에는 분명하지만, 매일 매일 반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3일 정도 함께 보내니, 슬슬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더라. 새삼 아내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나와 아내의 성향이 달라서 다행이다. 나는 반복을 잘 참아내지 못한다. 아마 나에게 육아를 전적으로 하라고 했다면, 나는 빵점짜리 아빠일 것이다. 오늘은 이걸 하고, 내일은 저걸하고. 아기 입장에선 좀처럼 안정감을 느낄 수 없는 그런 불안한 육아. 하지만 아내는 다르다. 매일 매일을 성실하게 반복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느낀다. 나라면 하지 못할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모습에 감사할 따름이다. 재원이는 덕분에 잘 자라고 있다. 성실하고, 즐겁게 그리고 사랑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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