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육아일기
"BCG접종 맞는 날"

오늘은 재원이를 데리고 BCG 예방 접종 맞으러 마포 보건소에 가는 날이다. 내가 어릴 때는 초등학교 6학년 이었나? 불주사 맞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젠 어릴 때부터 예방이 되나보다. 아침부터 비는 오고 날씨도 쌀쌀하다. 일어나보니 아내가 초췌한 표정으로 재원이 젖을 먹이고 있었다. 어제 거의 2시부터 잠을 못 잤다고 한다. 요즘 들어 아이가 잠에 잠을 잘 못자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아내도 덩달아 잠을 못 잔다. 심히 걱정이 된다. 육아는 체력 싸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거의 안 깨고 잤던거 같다. 아이가 우는 소리에 자는 나에겐 잘 들리지 않나보다. 그래서 가급적 내가 깨어있는 동안은 아내를 도와서 육아를 하려고 한다. 민감한 아내 곁에 있는 둔감한 남편은 언제나 미안한 마음 뿐이다.

준비를 마치고 보건소로 갔더니, 이미 몇명 아이들이 와 있었다. 다들 태어난지 한달이 안 된 신생아들. 모두들 재원이 친구들이다. 귀요미들. 재원이 겉싸개를 벗기고 몸무개와 키를 쟀다. 와우. 3.2키로에 51센치라고 한다. 재원이 처음 태어났을 때 2.3키로 였는데 벌써 이렇게 컸다니. 다 열심히 먹인 아내와 먹은 재원이 덕이다. 그 와중에 나는 옆에서 어떤 아이가 주사를 맞는 걸 봤다. 바늘이 고 조그만 어깨를 찌른다. 아이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얼마나 아플까. 갑자기 옆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싱글벙글 웃고 있는 재원이가 안 쓰러워 보인다. 

재원이 차례가 되었다. 예전에 ‘인재시교’란 책을 보다가 나왔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 책에서 저자의 딸은 ‘위엔위엔’이다. 저자는 딸이 주사를 맞을 때마다 이렇게 말해 줬다고 한다. ‘조금 아플꺼야. 너무 아프면 울어도 돼.’라고.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 하기 쉽지 않은 말이다. 왜냐, 대부분의 부모들은 ‘하나도 안 아파 괜찮아~’라고 말하거든. 하지만 그건 아이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실망하기 쉽상이다. ‘안 아프다고 했는데 엄청 아프잖아요~’ 이렇게 속으로 말하겠지.

그래서 나는 옆에서 말해줬다. ‘재원아~ 많이 아플꺼야~’라고. 거듭해서 말했다. ‘재원아 이제 주사 맞을 껀데, 아플꺼야~’ 와중에 주사 바늘이 재원이 왼쪽 어깨로 들어왔다. 헌데 왠일. 재원이는 울기는 커녕 되려 침착했다. 보던 우리 부부가 당황스러울 지경. ‘안 아파? 정말 괜찮은거지?’라는 말이 맴돌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살짝 토를 했다. 그리고 나선 평온한 상태. 힘들 줄 알았던 병원행이 생각보다 쉽게 마무리 되는 시점이다. 

나는 아이를 기르면서 한 가지 가설을 증명하고자 한다. ‘아이는 내 말을 알아 듣는다’는 가설. 그래서 매번 안을 때 마다, ‘아빠야’라고 먼저 말하고, 상황을 설명하려고 한다. 모든 일에 대해서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훨씬 더 침착하게 대처할 거라고 믿으며. 뭐, 이 실험이 실패해도 괜찮다. 그렇다고 나빠질 것은 없기에. 다만, 우리의 신념을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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