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좋은 부모가 되기를 고민한다.
지난 주였나, 이런 일이 있었다. 오전에 아내와 나는 잠깐 약간의 말다툼을 벌렸다. 사실 어떤 문제 때문에 그랬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원래 남녀간의 다툼은 아무것도 아닌 걸로 시작하기 마련이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다툼이 끝나고, 그날 저녁에 아내가 나에게 물었다. “아이를 옆에 두고 목소리를 높이고 싶지 않은데 잘 안 돼. 그게 고민이야. 어떻게 해야 할까?” 난 그때 느꼈다. '아, 아내가 스스로 변하려고 하는구나.’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그 변화하려는 의지는 분명 자기 자신 때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건 분명 아이 때문이었다. 아내는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선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한 뒤, 짧은 생각을 전했다. “중요한 건, 화를 내거나 안 내는 거 아닌거 같아. 일단 화를 내고 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해보여. 화를 억지로 참는 것이 되려 더 안 좋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 화 났을 때, 각자가 먼저 화 났다고 말했음 좋겠어.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말할 수 있으면 그 화의 절반은 다뤄질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나도 앞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그렇다. 서로의 감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이야기하는 수준만 가도 놀라운 일이 발생한다. <I-message>나 <비폭력 대화>가 그러한 맥락을 담고 있다. 나도 아내와 이런 대화를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이어갔다. 일단 우리가 서로의 감정을 숨기지 말고, 말하는 연습까지 하자고. 자신의 감정을 인식할 수 있어야, 상대의 감정도 들을 수 있고, 나중에 아이가 커서도 서로의 감정을 가지고 대화할 수 있기에 말이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이런 말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아직도 완성되지 못한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보자마자 너무 공감했던 표현이다. 사실 아이를 키우기 전에 이미 우린 이런 마음을 먹었을 때가 있었다. 떠올려보라. 기억나는가? 그건 바로 지금의 배우자(혹은 애인)를 처음 만났을 때다. 즉,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린 사랑에 빠질 때 좀 더 성숙해진다. 그 전에 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오로지 ‘나’뿐 이었지만, 사랑이란 감정은 ‘타자’를 ‘나’보다 높은 위치에 올려두게 한다. 그건 인생에서 몇 번 일어나지 않는 엄청난 사건이다. 타자를 위해 무언가를 고민하고, 그를 위해 나를 변화시키는 것. 그 놀라운 경험은 오직 ‘사랑’만이 가능캐한다.
그리고 아이를 낳을 때, 우리는 기존의 사랑과는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 이건 정말 삶에서 이미 연습할 수도 없다. 그저 우리에게 올 뿐이며,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다. 그렇게 아이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면서 우린 앞서 연애 때 했던 맹세를 다시 꺼내든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다짐. 그렇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나말고 다른 존재를 더 우선 순위에 둔 적이 없었기에, 이 경험은 참으로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다. 하지만 가장 인간다운 삶이며, 후회를 동반하지 않는 선택이다. 삶을 되돌아보면, 이성적인 판단보단 비이성적인 선택을 했을 때 우린 좀 더 ‘삶을 진하고 깊게’ 맛보게 된다. 나에게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 가능해지는 순간이 바로 그럴 때다. 그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성장하고, 성숙한다.
사랑하자. 더 사랑하자.
나는 삶을 깊이 사는, 그리고 더 나아지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알고 보니, 아내가 아이를 옆에 두고 다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계기에는 내가 전했던 이야기가 있었다. 예전에 아내와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가, 내가 그랬다고 한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내 앞에서 거의 안 싸우셨던 거 같아. 나는 싸운 걸 본 적이 없거든. 나 없을 때 조금 다투시거나 그랬겠지.” 나는 잘 기억나지 않았는데, 아내에겐 그 말이 꽃혔나 보다. 그래서 노력하려고 했나보다. 나도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보여준 몇 가지 면들을 높이 산다. 참고로, 나는 태어나서 단 한번도 맞아본 적이 없다. 어릴 때만 해도 부모가 매를 드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매를 들지 않으셨다. 어떤 일에도 끝까지 믿어주시는 것도 너무나 대단해 보인다. 그런 부모님의 훈육법을 잘 추리고, 익혀서 우리도 재원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자고 서로 다짐했다.
이처럼, 사랑하는 존재 앞에서 우린 변화하고자 한다. 주위의 좋은 사례를 듣고, 그걸 우리의 삶에서 적용시키고자 한다. 어쩌면 부모가 된다는 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하늘이 한번 더 던져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아이를 생각하고, 아이가 보는 좋은 동화책을 함께 읽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고민 하면서 우리가 한 차례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나는 육아, 그 자체를 애찬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사랑이다. 오늘 슬라보예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를 보는데 사랑에 대한 정의 하나가 와 닿았다. “사랑이란 하나의 추상명사이며 흐릿한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뒤집히고 화면이 먹통이 되는 순간,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하게 견고한 부분은 바로 사랑임이 드러난다.” 나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통해 흐릿했던 사랑을 분명하게 세긴다. 그러니 우리 사랑하자. 부모라면 더욱 사랑하자. 그게 우리의 삶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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