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을 보며 좋아하는 재원이
백일이 지난 재원이는 이제 꽤 잘 웃는다. 얼마 전, 5월 31일이었나 일요일 저녁이었다. 아내의 체력은 이미 방전되었고, 아이는 막 쌩쌩한, 그런 상황이었다. 나도 뭐 아주 힘이 넘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런 상황에서 재원이가 보채기 시작했다. 한참을 자고 일어난 상황. 맘마도 먹었겠다, 재원인 아마 놀고 싶었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도 오전과 오후 내내 놀아주었기 때문에 좀 쉬고 싶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 아이를 침대로 데리고가서 모빌을 보여주기로 했다. 나는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이패드로 놀기로 했고. 이것이 거절할 수 없는 나의 제안이다. 재원이 침대 위에는 3마리의 동물 인형이 노래와 함께 돌아가는 모빌이 있다. 처음엔 (아마 시각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을 시점) 이 모빌에 관심이 없던 재원이가 요즘엔 부쩍 자주 쳐다본다. 유난히 좋아하는 모습이다. 모빌을 틀자, 나의 예상대로 재원이는 흥미가 동했다. 발을 팔딱팔딱,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좋아한다. 그걸 보는 나도 즐겁다. 

재원이는 한참을 놀았다. 재원이의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우리 아이여서가 아니라) 웃는 상이라는 점이다. 아주 미남은 아니지만 인상이 푸근하고 좋다. 마음 넓은 아저씨 의 미소를 가끔 보는 듯 하다. 어릴 적부터 엄마랑 아빠랑 자주 웃어서 그런지, 언제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하다. 이빨이 하나도 없는 채로 우리를 향해서 씩 웃으면 얼마나 거북이 같고 귀여운지. 아, 거북이는 좀 그렇다.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꼬부기랑 비슷한 얼굴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암튼 한참을 놀던 재원이는 갑자기 옆에 있는 나를 본다. 재원이가 날 쳐다보는 걸 느끼는 순간, 나는 웃으며 재원이 볼에 뽀뽀를 했다. 쪽쪽쪽. 그러면 다시 재원이는 고개를 위로 돌려서 한참을 논다. 처음에 난 그게 그저 우연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난 그때서야 재원이의 마음을 조금 헤아릴 수 있었다. 

모빌을 보다가 나를 보고, 서로 뽀뽀를 하고, 다시 모빌을 보는 패턴은 계속 되었다. 처음엔 그저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나도, 그 패턴이 반복되자 느낄 수 있었다. '아, 재원이가 지금 안정감을 느끼고 있구나.' 라는 것. 재원이는 그 어느 때 보다 신나하고 있었고, 어느 때 보다 오래 놀았다. 난 그렇게 즐겁게 노는 재원이를 본 적이 없었다. 아내는 종종 본다곤 하지만, 나에겐 처음이었다. 발을 하늘 끝까지 차는 것처럼 팔짝 팔짝 뛰는 모습이 마치 첫눈 오는 날 뛰어다니는 강아지 같았다. 너무너무 귀여워서 보던 아이패드를 끄고 재원이를 한참 구경했다.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었다. 이 조그만 녀석이 주는 감동은 그렇게나 컸다. 

꼬부기를 점점 닮아가는 재원이

퍼펙트 베이비 2부 <감정조절능력>을 다시 보다.
아직 분리 불안을 분명하게 느낄 시기는 아니지만, 아이는 본능적으로 안다. 일어나서 가장 먼저 찾는 건 엄마다. 엄마 없이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저 소리를 빽 지른다. 서러우리만큼 울어댄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놀랄만큼. 예전에 어디선가 이런 광경을 본 것 같아서 다큐를 찾아봤다. 언젠가 포스팅하려고 모아 둔 자료가 있었다. <퍼펙트 베이비> 2부에서 나오는 내용이 이와 유사했다. 애착 형성이 안 된 아기가 보여주는 무덤덤함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를. 그 방송에선 몇 가지 실험을 한다. 엄마가 없는 상태에서 아기가 어떻게 노는지 관찰하는 것. 어른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엄마 없이 잘 노는 아이에게 효도한다고, 벌써부터 의젓하다고 칭찬한다. 그리고 엄마가 사라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를 찾는 아이에겐 차갑다. 엄마 고생시킨다는 이야기가 저절로 나온다. 

엄마 입장에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서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 실험에서 3가지 사례가 나왔다. 안정애착과 저항애착, 그리고 회피애착. 안정애착은 엄마를 만나는 순간 스트레스가 내려가는 유형, 반응을 잘 해줄 때 가장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이다. 저항애착은 그 반대다. 되려 엄마를 만났을 때 스트레스가 올라가기도 한다. 그 이유는 일관되지 않은 육아 때문이다. 어떤 때는 잘 해주고, 어떤 때는 무시하거나 그럴 때, 아이는 엄마가 항상 잘 해줄 거란 확신이 없다. 그래서 되려 스트레스가 올라간다. 더 무서운 것은 회피애착이었다. 그 아이들은 엄마 없이 잘 노는 것 처럼 보이나, 실은 혼자 있을 때, 엄마와 있을 때, 언제나 같은 상황이었다. 자기 감정을 위로 받아본 적이 없는 그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언제나 최고조에 이르렀던 것이다. 여기서 사례에 나온 아이의 경우, 어릴 때 부터 아기 모델로 활동했다고 한다. 그 결과 엄마와 함께 보내야 할 시간에 혼자 놓여진 경험이 많았고, 이런 애착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결국 아기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면 아기는 불안정애착을 형성하게 된다. 슬픈 일이었다. 




육아 일기를 쓰다보면, 계속 애착 문제로 마무리 되곤 한다. 이 포스팅 시리즈를 몇 번 보는 사람들은 아마 지겨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이 애착, 그리고 정서적 안정감은 단순한 정도가 아니다. 나는 이 애착을 삶의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본다. 애착은 정서적 문제와 결부된다. 그리고 초기에 형성된 애착은 이후 관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삶은 관계다. 그러니 애착이 중요할 수 밖에. 게다가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적 사랑을 느끼는 상태에서 뇌는 무럭무럭 자란다. 그리고 뇌의 중요한 영역 중의 하나인 전두엽. 그 부분은 나중에 ‘주의력’과 관련한 기능에 영향을 주는데 이 주의력이 ‘마시멜로 이야기’에 나오는 그 힘이다. 자기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 상황을 다시 볼 수 있는 힘. 그 힘은 나중에 자기인식 능력, 그리고 공감 능력과도 연결되며, 이러한 힘이 조화롭게 길러진 사람이 창의적인 인재가 된다. 그저 나만 잘 났고,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그런 창의성이 아닌, 진짜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 공자가 말하는 군자 말이다. 그러니 이 힘은 중요할 수 밖에. 그 힘이 초반에 길러지고 안 지고는 어떤 특별한 ‘영재 교육’이 아니라 ‘부모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이 아닐까. 이 세상에 어떤 것이 이보다 더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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