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이는 나를 닮았다. 
재원이는 이제 5키로를 넘어섰다. 태어난지 2달이 넘었고, 엄청난 속도로 크고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원래 작게 태어난 아이들이 모유 수유를 통해 몸무게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쨌든 엄청나게 잘 크고 있다. 태어날 때 그 작던 아기를 생각해보면 너무 감사하게도. 이제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자. 눈은 추욱 쳐진 것이 꼭 나를 닮았다. 선하게 보인다는 장점과 사기 당하기 좋게 생겼다는 단점을 가진 ‘쳐진 눈’이다. 속쌍커풀은 살짝 있는 것 같다. 특히 왼쪽에 더 짙게 있어서, 왼쪽 눈이 상대적으로 더 커 보인다. 이 또한 나를 닮았다. 나도 눈이 짝짝인데, 왼쪽 눈이 더 크다. 눈썹은 정말 길다. 여자처럼 길어서 눈을 감으면 놀랄 때가 많다. 그 다음에 머리통을 보자. 머리통은 완벽한 앞, 뒷 짱구다. 여기까지도 나의 판박이다. 뒷 머리가 툭 튀어나와서 똑바로 누워있는걸 힘들어 한다. 자꾸 한 쪽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짱구배게를 사줬다. 누군가에겐 뒷통수를 동그랗게 만들고자 함이지만, 우리는 그저 똑바로 누워서 자게 할 목적이다. 나의 경우, 아직도 높은 배게는 힘들다. 잠도 거의 옆으로 누워잔다. 그게 더 편하다. 우리 재원이도 그럴 것 같다. 코를 보면 나름 오똑하다. 재원이가 갓 태어났을 때 사람들이 하던 가장 많은 피드백이 바로 ‘콧대가 높다’는 말이었다. 동양 쪽 특히 우리나라 아기들은 태어날 때 콧대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재원이는 작게 태어났음에도 코가 높았다. 그래서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아가랑 같이 코끝을 비비는 걸 좋아하는데, 내 코를 재원이 코끝에 톡톡 간지럽히면 참 기분이 좋다. 코는 누구 닮았나 모르겠다. 아내도 나도 비슷하다.

재원이는 아내도 닮았다.
입은 아내를 닮았다. 아내의 입은 약간 ‘참새’입이라고 해야하나, 윗 입술이 아랫 입술에 비해 쏙 튀어나왔다. 내가 참 좋아하는 입술이다. 그런데 재원이도 그렇다. 배고플 때 쩝쩝 거리면서 입술을 오무렸다 펼 때 너무 귀엽다. 참새같은 입술. 그리고 볼살과 턱살은 지금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믿고 싶다. 딱 떠오르는 캐릭터는 바로 ‘놀부’다. 아니 ‘아기 놀부’가 되겠지. 엄청난 볼살과 3겹 정도는 되어 보이는 턱살은 놀부 정도말고는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없다. 나중에 다 키로 갈거라 믿는다. 아니, 믿어야 한다. 나는 부모니까. 마지막으로 귀. 사람들이 재원이 귀가 크단 이야기도 많이 했다. 키가 크면 복이 많다는데, 정말 그렇겠지? 내가 보기에도 귀는 잘 생겼다. 무엇보다 귀는 말랑말랑해서 내가 참 좋아한다. 귓살이 부드럽고 말랑해서 귓가에 속살일 때 그 느낌이 너무 좋다. 또 어떤 부분이 있을까. 손과 발은 모든 아기가 그렇겠지만, 참 작고 귀엽다. 특히 손이 이쁜데, 여자 손처럼 가늘고 길다. 색깔도 하얗고. 손톱이 자주 자라는 편이라 나를 껴앉을 때 꽤 아프다. 토실토실한 손에 내 손가락을 끼우면 요즘은 곧잘 잡는다. 그럼 같이 쎄쎄쎄 하면서 논다. 지금 아가는 엄마와 함께 있다. 엄마한테 달라 붙어서 맘마를 먹는 중인데, 뒷모습이 동그랗게 보인다. 떠오르는 건 ‘비엔나 소세지’다. 자꾸 이런게 생각나서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지금 모습은 아주 큰 소세지 같다. 동글동글하고 탐스러운 녀석. 킹킹 대면서 밥을 먹는 모습이 참 애처럽고 대견하다. 갑자기 어른처럼 방구 뿡뿡 뀔 때는 아직 적응이 안 되지만. 

애착육아란 무엇일까

재원이는 이제 태어난지 70일이 되었다. 안아주면 안 울고, 혼자 있으면 우는, 소위 말해서 어른들이 ‘손 탄다’라고 말하는 시점이다. 사실 재원이는 이미 손이 탔다. 우리가 안고 있으면 천사처럼 조용하지만, 혼자 있으면 기차처럼 운다. 아내가 그래서 많이 힘들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하니까. 하지만 잘 해나가고 있다. 내가 많이 못 도와줘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진 철학이 맞다고 믿는다. 아이는 손을 타야 한다. 아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엄마의 냄새를 맡고, 몸을 부대끼고, 연결되면서 자연스래 애착이 생기고, 안정감도 생기기라 믿는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절대 시간’이다. 이러한 애착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져선 안 된다. 아웃소싱은 금물이다. 부모가 직접 아이와 맺는 시간이 중요하다. 그래서 가급적 나도 많이 안으려 한다. (아내에겐 찰나의 순간이겠지만) <하루 3시간 엄마 냄새>란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자식이 심리적으로 완전하게 독립하는 것은 부모의 간절한 기도이자 모든 양육의 종착점이다. 이 기도가 완성되려면 아기가 어렸을 때 애착이 견고해야 한다. (…) 애착이 심하게 불안정하거나 아예 애착이 형성되지 않으면 마음이 튼튼하게 뿌리내리지 못해 건강한 줄기를 뻗지 못한다. 그 결과 성격과 정서에 문제가 생겨 삶이 위태로워진다.” 이 말에 동의한다. 앞으로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이다. 결정적 시기임을 부모가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할 듯 하다. 돈도 중요하고, 커리어도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생명, 한 사람을 오롯히 키워내는 것.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을 가장 가치있게 대하는 것. 그 마음가짐이 아닐까 한다.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재원이는 지금 엄마 허벅지에 매달려 곤히 뻗어있고, 아내는 잠시 숨을 돌리고 있다. 이제 식사 준비하러 가야겠다. 


  1. aquaplanet 2015.04.02 13:53 신고

    ㅎㅎ 글을 재밌게 잘 쓰시네요 :)
    아가랑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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