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원이의 탄생과 육아의 시작
2015년 1월 22일, 나와 아내의 인생에 커다란 분기점이 된 날이다. 올해를 돌아봤을 때 역시 가장 큰 변화는 재원이라는 존재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내 뱃속에서 꼬물꼬물 놀기만 하던 우리 아가는, 올해가 시작 되자 마자 세상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한달이나 빨리 나오는 바람에 내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재원이가 태어나고 나서, 우리 삶은 180도로 바뀌었다. 이제 어딜 가더라도 유모차 가 가능한지, 수유실은 있는지, 그런 것부터 찾는게 우리다. 그렇게 아내와 나는 엄마 아빠가 되었다. 올해 목표 중에 매월 육아일기를 쓰는 것도 있었는데, 잘 하고 있다가 10월부터 바쁜 일정 탓에 지속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꾸준히 쓰고 싶다. 올해는 육아의 시작이 되는 해로 강하게 기억될 것 같다. 배운 것은 이것이다. ‘기다림과 아픔 없이는 태어날 수도, 성장할 수도 없다.’는 것. 




2. 매일 쓴 성찰 일지와 실천 일지
전체적 측면에선, 앞선 재원이의 탄생이 나에게 가장 큰 의미였다면, 개인적으론 ‘성찰 일지’ 작성을 중요한 일로 꼽고 싶다. 첫 시작은 ‘희망의 인문학’이란 책이다. 그 책은 말한다. '성찰적 삶’이 부재할 때 얼마나 위험한지를. 그것이 부의 격차를 비롯해 문화적, 정치적 격차를 낳는다고 주장하는데, 나 역시 강하게 공감되었다. 대중이 생각하지 않을 때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쉽게 예상 가능했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을 봐도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성찰의 시작이다. 우선 나부터 말이다. 이후 와우 수업을 통해서 성찰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고 나서, 내가 시작한 것은 ‘매일 일기를 쓰자’!는 간단한 행동 지침이었다. 처음 글을 쓴게 2015년 3월 9일이니, 이제 10개월을 다 채워가고 있다. 중간에 며칠 빼먹은 적도 있지만, 그대로 올해 가장 꾸준히 했던 행동이라 나에겐 의미있다. 배운 것은 이것이다. ‘성찰과 실천이 조화를 이룰 때 삶은 변화할 수 있다.’는 것.




3. 디자인 씽킹 교육의 본격적 시작 
일의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뉴스다. 기다림과 만남. 이란 키워드가 떠오른다. 내가 디자인 씽킹이란 개념을 처음 접하고, 그것을 가지고 수업을 시작했던 것은 2012년이다. 창의력학교 아띠에 있을 때였는데, 그 당시 ‘체인지 메이커를 만드는 방법론’이란 개념을 들고 나온 것이니 내가 생각해도 시대를 앞선 것은 분명하다. 먼저 뛰어든 것은 맞지만, 체계적이진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왜냐면, 나는 디자인 베이스도 아니고, 디스쿨에서 수업을 들은 것도 아니므로. 그저 내가 좋아서,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디자인 씽킹으로 잘 설명할 수 있어서, 혼자 공부한 것이니까. 그렇게 관심을 가진지 3년이 지났다. 재작년에는 캠프 딱 한번 했고, 작년에는 대안학교에서 조금씩 수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는 드디어 공교육에 들어가서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PXD에서 디자인 툴킷 만들기도 참여했다. 어찌보면 감회가 새롭다고 할 수 있다. 내가 관심을 가진 주제에 시장의 수요가 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으니. 이렇게 한 가지 주제로 꾸준히 관심 갖고 머물렀더니 관련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결과 교육할 수 있는 기회도 열리는구나 싶다. 배운 것은 이것이다. ‘기다리고, 만나고, 머물면, 기회는 찾아오게 되어 있다.’ 는 것.  




4. 와우 스토리 연구소 10기, 와우 광땡! 
학습의 측면에선 와우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실상 우연히, 그리고 급박하게 합류하게 되었지만,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다. 워낙 광땡 멤버들의 성향도 비슷한 덕이다. 나로썬 한달에 한번, 종일 수업하는 형태도 처음이었고, 독서 축제나 수업 축제 준비하는 시간도 월등히 많았다. 어찌보면 칭찬할 만한 기억이다. 많은 강의를 진행하고, 수업을 준비하는 중에서 짬짬히 책을 읽고, 독서 축제를 하고, 블로그에 육아 일기까지 썼으니 말이다. 게다가 나는 숙제 때문에 주말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미리 끝냈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주중에 온갖 시간을 다 만들어야 했다. 이러한 유비무환의 자세를 올 한해 거듭하며 성실함의 미덕을 배울 수 있었다. 봄에 떠난 안동 엠티도 자유로웠고, 수업 시간도 내내 행복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머물며 자기 자신에 대해서 더 알아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선물이었다. 내가 앞으로 보다 균형잡힌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건 와우 수업의 덕이 크다. 이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이것이다. ‘우연히 만났지만, 필연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밖에 없었던 인연이 있다’는 것. 왜냐? 결국 가고자 하는 길이 같으니까.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 




5. 심톡 시즌 2! 흥미진진한 실험소.
다양한 시도를 거듭할 수 있는 실험소가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특히 나같은 ‘P형’들에겐 더욱 그렇다. 정형화 된 어떤 것도 거부하는 나로썬, 심톡이 하나의 실험소이자 욕망의 배출구가 된다. 매월 1번의 새로운 과정을 연다는 것. 그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인식을 깊이 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과정이 주요 목적이다. 특히 올해는 다양한 호스트를 모시고 과정을 진행했다. 그 주제도 매우 다양했고, 무엇보다 내가 재미있었다. (두려움, 미움받을 용기, 현실과 이상, 마음챙김, 인사이드 아웃, 꿈 해석법, 춤 테라피..) 아쉬운 점도 있다. 워낙 새로운 시도를 하다보니 사람들에게 ‘안정된 경험’을 선사하진 못했겠다는 반성. 그리고 일반인들도 올 수 있도록 홍보 채널을 열어두기로 했는데, 초반에 조금 하다가 말아버렸다는 점. 그래서 우리반의 잔치가 되어버렸다는 점은 반성할 부분이다. 배운 것은 이것이다. ‘누구나 교육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을 배웠다.  



6. 새로운 즐거움의 발견, 글쓰기.
지금까지의 목표 중에서 가장 뿌듯한 것 중 하나는 ‘1년에 100권 읽기’다. 처음 시작했을 시점인 2009년의 나에겐 큰 도전이 되는 목표가 분명했고, 리스트를 채워가며 느끼는 성취감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그것도 5년이 지나자 더 이상 나에게 도전으로 느껴지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 초, 새롭게 만든 목표는 이것이다. 책 50권 읽기, 블로그 포스팅 100개. 처음엔 대담해 보였던 이 목표는 절반의 성취를 이뤘다. 책은 결국 50권을 넘기고 말았다. 양서를 선정해 반복해서 읽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결국 이 몹쓸 놈의 호기심을 억누르진 못했다. 내년에도 50권을 성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포스팅 100개는 성공했다. 물론 이러한 양적 목표가 ‘질적인 수준’을 보장하진 못하지만, 글쓰기의 시작점으론 괜찮았다고 본다. 양질변환의 법칙을 믿는다. 지금까지 쓴 글이 130개니, 나름대로 초과 달성이다. 그리고 상반기에 썼던 몇몇 글들은 지금 돌이켜봐도 몰입감있게, 즐겁게 썼었다. 새로운 즐거움의 발견이었다. 이번에 선생님과 대화를 하며 새로운 목표를 만들었다. 내년, 2016년에는 한달에 1번 10페이지 정도의 긴 글을 쓰는 것! 그렇게 1년을 모으면 120페이지의 나름의 책이 나온다. 그렇게 글을 계속 쓰기로 했다. 마음에 쏙 드는 목표다.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이것이다. ‘세상엔 맛있는 글이 많지만, 그 중에 가장 맛있는 글은 내가 만드는 글이다.’는 사실. 까먹지 말자. 


7. 선택을 통한 진정한 나의 발견. 
이것을 뉴스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올해를 정리하며 꼭 다루고 싶은 주제다. 올해 나는 몇 번이나 선택의 갈림길에서 머물러야 했다. ‘말과 글이 그 사람이 아니라, 선택과 행동이 그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나 역시 많이 고민했다. 어떤 선택을 해야, 나다운 선택인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되는 상황에 몇번이나 처했다. 와우 수업을 들을지도 큰 고민이었고, 사회적 기업가 육성 과정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고 회사를 키울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1인 기업가이자, 작은 커뮤니티의 대표로 계속 갈 것인지도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매주 정읍에 내려가서 아이들을 가르칠 것인지도 고민이었고, 강의를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는 상황도 많았다. 그 선택의 순간에서 내가 모두 현명했던 것은 아니다. 가끔은 지르고 나서 후회하기도 했으니. 하지만, 그 선택이 옳았든, 아니었든, 그 결과를 통해 나를 더 잘 알게 된 것은 맞다. 그렇게 나는 나를 더 알아갔다. 아, 나는 교육 회사를 만들 생각이 없구나. 아,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구나. 아, 나는 강의보단 소규모 그룹 수업을 더 좋아하는 구나. 아, 나는 정말로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는구나. 아, 나는 일보다도 가족과의 시간이 더 소중하구나. 배운 것은 이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말이 아닌 선택으로 말하자.' 


8. 청년참 커뮤니티 활동, 인디언 계모임
올해, 작은 실험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인디언 계모임이란 커뮤니티 활동이다. 처음에 모이게 된 건 우연이었다. 나를 포함해 4명의 젊은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고, 대화를 나누던 중에 ‘학습 조직’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다들 학습 조직에 관심이 많았기에 우린 일단 가칭으로 ‘인디언 계모임’이란 이름을 짓고 지속적인 만남을 가졌다. 인디언이란 이름이 붙은 건 나 때문이다. 워낙 인디언 코뮌에 관심이 많았기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절거렸고 다들 공감해 주는 바람에 이름이 그렇게 정해졌다. 가장 좋았던 것은 ‘공감과 시간’이었다. 평일 오전이나 오후에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 나에겐 큰 메리트였다. 보통 모임을 하고 싶어도, 주말에 해야 하는데 나는 그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친구들과 평일 낮에 연남동, 연희동, 삼청동 등 다양한 골목도 돌아다니고, 일상도 공유하고, 함께 배운 것도 나누었다. 중간에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지원하는 청년참 커뮤니티 활동에 신청해서 활동금을 받기도 했다. 중간에 한명의 멤버가 더 커다란 모험을 쫓아 ‘스페인’으로 갔고, 그와 동시에 나머지는 ‘커뮤니티 디자이너 양성 과정’을 함께 진행하느라 모임 초반의 학습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사라졌지만, 그 자유롭게 대화하고 성장을 지향하던 분위기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배운 것은 이것이다. ‘나는 결국 인디언 코뮌을 지향하고 있구나, 내년에는 더 나답게 만들어보자!’는 것.




9. 내 몸이 보내는 신호, 가만히 들여다보기.
신체적 측면에서의 올해 뉴스다. 나는 만성적으로 어깨가 좋지 못하다. 담도 잘 걸리는 편이다. 예전에는 맛사지를 받으러 종종 갔었는데 갈 때마다 선생님이 ‘담'은 단순히 어깨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허리와 배를 비롯해 전반적인 자세가 좋지 못하기 때문에 반복될 거라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일도 거의 앉아서 하고, 돌아다닐 때도 가방이 무겁다 보니 무리가 가나보다. 올해도 어깨와 허리가 지속적으로 아팠고, 결국 침을 맞고 통증의학과에서 주사를 맞았다. 이러한 악순환을 멈추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운동을 하더라도 시간이 거의 나지 않았고, 결국 11월이 되어서야 짬이 생겼다. 나는 태극권을 다니기로 선택했다. 아직은 시작이지만, 그대로 느낌이 좋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앞으론 무시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까지 몸은 나에게 가장 소홀했던 영역이지만, 앞으론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우선 순위 3위 안에는 들어갈 수 있도록 중요하고 다루고자 한다. 배운 것은 이것이다. ‘몸과 마음과 영혼은 하나다.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것. 올해가 그 통합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10. 인문과 철학 독서의 시작. 

마지막 주제, 바로 책이다. 내가 주로 읽는 책은 해마다 그 종류가 다른 편이다. 2009년에는 주로 시크릿이나 영성과 관련된 책을 봤다. 애니어그램도 그 당시에 접했고, 리얼리티 트렌서핑이나 호오포노포노 같은 책이 인상깊게 읽은 책이었다. 2010년부턴 경제 경영 서적을 많이 보기 시작했다. 짐 콜린스의 굿투그레잇을 비롯해, 새로운 미래가 온다, 린치핀 같은 책도 기억에 남는다. 피터 드러커를 읽은 것도 그때다. 2011년-2012년도 그런 흐름이 이어졌다. 마케팅 관련 서적도 많이 읽었고, 그 과정에서 링크와 셀프 오거나이징을 비롯한 복잡계 공부도 시작되었다. 2013년부턴 인문학과 관련한 책을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조셉 캠벨의 책, 신화와 인생도 그때 읽었다. 작년엔 공감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주로 공감에 대한 책을 봤다. 특히 공감의 힘과 공감의 시대가 기억난다. 소피의 세계를 비롯한 기초 철학 책도 꾸준히 보긴 했지만, 나에겐 올해가 본격적으로 인문학 책을 해다. 와우 수업의 영향도 있었고, 개인적인 관심도 자연스럽게 향했다. 올해 희망의 인문학을 필두로, 알랭 드 보통을 비롯해 강신주나 고병권 작가 책이 재미있게 읽혔다. 그리고 니체와 스피노자, 벤야민도 조금씩 기웃거릴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흠뻑 빠질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인데, 요즘은 주로 철학책을 읽으며 그런 기분을 느낀다. 다방면에 관심을 기울릴 수 있어서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공존한다. 이러다가 이황 선생님이 말씀하신 "경솔하게 자기 자신을 대단하게 여기다가 끝내 아무런 성과도 없는 사람”이 될까 두렵다. 배운 것은 이것이다. “이제는 그만 정착하자. 인문학이란 산에 베이크 캠프를 설치하자. 앞으로 뒤도 돌아보지 말고, 쉬지 않고 오르자.’ 이게 나의 배운 점이다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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