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에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최근, 제 근황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에겐 이미 알렸던 소식이지만, 블로그에 방문해 주시는 분들에겐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하나 있었네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3월 7일을 기준으로 전 다시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2013년 2월 15일에 예전 회사를 나왔으니, 벌써 3년이 넘는 기간을 심마니스쿨이란 이름으로, 프리랜서로, 거의 혼자 활동했던 것 같네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불안했지만,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었던 시기였기에 참 고맙고 또 감사했던 기간이었습니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에 이런 말이 나온다고 합니다. “회사는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다.” 저도 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지옥을 피해서 전쟁터로 도망쳐 온 것인가?" 제가 회사를 간다고 했을 때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도 꽤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리랜서로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결국 견디지 못하고 3년만에 직장 생활로 돌아왔을까.’ 라는 시선은 아주 보편적이고, 실제로 그런 사례도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닙니다. 음. 아니구나. 일부는 진실이 맞습니다. 경제적 안정은 중요하지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지난 3년 간의 생활은 적어도 나에게는 지옥이 아니라 ‘천국에 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될까요? 적어도 전 그 소중한 기간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잘 났거나, 뭐 능력이 뛰어나서?" 전혀 아닙니다. 그랬다면 그 시간은 천국과는 거리가 멀었을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 정말 기적처럼 수 많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3년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저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었던 일지만, 저를 도와준 수 많은 인연들이 있었기에 그것이 가능했습니다. 

인연과 인연의 꼬리가 이어지고, 만남과 배움이 연결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회도 찾아왔습니다. 어쩌면 저는 평생 쓸 운을 지난 3년 동안 다 써버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운이 좋았습니다. 덕분에, 경제적 보람도 있었습니다. 조직에, 회사에, 어떤 것에도 기대지 않고 혼자 그리고 아내와 아기까지 먹고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 이룬 것이 없던 저에게 작은 성취였습니다. 대단한 목돈을 번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난 3년간 꾸준히 수입이 증가해서, 가장으로서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프리랜서 3년 차가 되었고, 작년 말과 올해 초를 건너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내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라고 질문을 던졌고, 그에 대한 답은 바로 ‘안정된 삶’이었습니다. 물론 프리랜서가 안정될리는 만무하죠. 실제로 매달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이 끊이지 않던 3년이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하나의 ‘패턴’이 보이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작년에 했던 것처럼 올해도 살아가게 되겠구나. 그러한 예측은 쉽게 할 수 있었고, 제가 정말 싫어하는 것이 바로 그 '예측 가능함'입니다.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철이 없어서 그런지 좀 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고 싶다는 것이 나의 숨겨진 욕망입니다. 저는 안정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니체가 했던 "질서는 무질서에서 나온다."는 말도 그래서 좋아합니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저의 성향이 '역설적으로' 회사 생활을 선택하게 한 주요 변수가 되었습니다. 성장에의 욕구. 그리고 나의 욕망에만 충실하지 말고, 사회에서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더 들어보고자 하는 욕구. 그 두 가지 바램이 섞여서 이렇게 놓여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른 아침 규칙적으로 울리는 알림도 낯설고, 지옥철이라 불리는 녹색 2호선 라인도 두렵습니다. 모두 고개를 숙인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도 아직은 생경하네요. 삼성역 계단으로 보이는 수 많은 직장인들의 발걸음들, 그 무거운 발걸음들이 이젠 내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맥락에 놓여진 것입니다. 앞으로 이 블로그는 내가 얼마나 ‘잘'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지, 자기 검열을 하는 과정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남들처럼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라고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에게 너무나 중요한 것을 잠시 내려놓고 함께 하는 활동이기에, 그 만큼의 중요성과 가치를 담아서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이제 업무를 시작할 시간이네요. 이 글을 읽는 모두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