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책을 보고, 간단한 리뷰를 공유하는 것. 이것은 내가 세운 목표였다. 
내가 어떤 책을 보는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고,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연결되기에도 좋은 통로라서 생각해서다.
그리고 그건 나에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벌써 6개월이 넘게 밀리고 있는 일이다. 
나는 한번 미뤄지면 끝도 없다. 일들이야 언제나 바쁘게 돌아가고, 블로그 안 올린다고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기에. 게다가 요즘 다양한 성찰 글들이나 독서 리뷰를 올리고 있는 것도 이미 만족이 되기에. 

처음엔 그냥 없었던 일로 할까.. 지금 올리던 컨텐츠나 꾸준히 올릴까.. 하다가, 성에 차지 않았다. 
아니 뭐 대단한 거라고 미루긴 미뤄. 대충 써서 올리면 되지 까짓꺼. 사람들에겐 좀 늦었다고 하면 되지. 
생각해 보니 그렇다. 이 블로그 누가 본다고. 그냥 내 맘대로 하자. 그래서 쓴다. 
작년 10월에서 12월까지 읽은 책 리뷰다. 지난 9월까지 읽은 책이 78권이었더라. 79에서 쭉 이어진다. 


2014년 10월 
79. 질문의 힘_사이토 다카시 : 질문을 몇 가지 기준으로 나눈 점이 꽤 인상적이었던 책이지만, 그리 좋은 책이란 느낌은 받지 못했다. 전형적으로 일본 사람이 쓴 책. 그 느낌 그대로. 

80. 스토리_티모시 윌슨 : 좋은 책이었다. 사람의 네러티브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쓴 책이다. 각자의 세계관이 어떻게 인생을 좌우하는지, 그리고 그 세계관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런 것들을 고민하는 나에게 생각을 정리할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이다. 

81.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_고미숙 : 고미숙 작가의 책은 언제나 읽기 편하다. 그리고 내가 공감하는 주제를 어쩜 그렇게 콕콕 잘 뽑아내는지. 수유+너머와 같은 학습 공동체를 꿈꾸는 나로선 이런 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위안이 된다. 

82. 공감하는 능력_로먼 크르즈나릭 
2014년 10월 최고의 책. 작년 한해 공감에 대해서 공부해보자고 마음 먹고 본 책이 4-5권 정도 되는데, 공감의 시대와 더불어 최고의 책이었다. 공감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에 대해서 다양한 실험과 근거로 제시한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83. 원피스식 세계 최강의 팀을 만드는 힘_야스다 유키 : 10월 중순이었나, 우연한 계기로 한일청년포럼에서 강의를 맡게 되었다. 주제는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해서, 예전에 했던 원피스를 다시 꺼내들었다. 강의 주제로 원피스를 고른 이유는, 일본인들도 있을 거란 기대를 하기도 했고, 메시지를 잘 정리하면 괜찮을 거란 생각에. 하지만 결과적으로 강의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건, 강의란 형식이 내 맘에 들지 않았다. 사람들과의 소통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나는 사람들의 피드백이 없이 혼자 주절주절 하는 것을 참 어려워 하는구나. 그런 생각도 했던 강의였다. 좋은 기회였지만,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84. 예술가들에게 슬쩍한 크리에이티브 킷 59_케리스미스 : 중고책방에서 혹 해서 산 책이었다. 엄청 유용하게 쓸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ㅠ 


2014년 11월 
85. 체인지메이커 혁명_베벌리 슈왈츠 : 아쇼카 재단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례들을 모은 책. 우리 집에 이런 책들이 몇 권 있다. 수업 준비 겸, 나도 볼 겸 사는 책들인데, 공통점도 있다. 좋은 책이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끝까지 잘 안 보게 되는 책들이라는 것. 내 성향은 남의 사례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구나. 그런 배움도 얻는다. 

86. 인문학 명강_플라톤 아카데미 : 2014년 11월 부터 내가 다루는 주제가 조금씩 이동하기 시작했다. 공감과 스토리에서 ‘인문학’으로. 공감은 내가 잘 하고 싶은 분야이지만,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더라. 공감의 중요성은 뼈져리게 알지만, 공감은 결국 공감받는 경험으로서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로선 육아과 교육을 통해서 공감을 배우고 있는 것이고. 그렇게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인문학’공부로 넘어갔다. 원래 관심은 무지 많았지만 시작이 늦었다. 이 책은 그런 관심의 일부로 가볍게 본 책이었다. 

87. 위베르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 : 내가 당시에 수업하던 <하나인학교>에 있던 책이라 슬쩍 슬쩍 봤던 책. 옛날에 우주 참 좋아했는데 ㅠ

88. 몸으로 하는 공부_강유원 
2014년 11월 최고의 책. 철학자 강유원이 쓴 산문집이다. 이 책의 중간 중간 통찰도 좋지만, 백미는 바로 마지막에 위치한 <공부하는 방법>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공부하는 방법을 공유했고, 나 역시 꽤 많은 분들을 알지만, 이렇게 이치에 맞게 그리고 재미있게 쓴 글은 드물다. 나는 정말 종종 생각나면 그 부분만 읽는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직 '몸으로 하는 공부’ 블로그에 올리지도 않았구나. 난 정말 몸이 아니라 머리로 공부하나 보다. 읽고 쓰고, 행동하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렵다고 이렇게 시간을 쓰는지. 혀가 찬다. 쯧쯧. 




89. 겁쟁이가 세상을 지배한다 : 제목이 흥미로워서 잠깐 빌려본 책. 결국 진화론 적 관점에서 용기있는 척하던 생명체들은 다 죽었다. 오히려 겁이 많은 동물이나 식물들이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존재’가 단지 몸이라면 이 작가의 주장에 맞다. 하지만 나는 어떤 ‘존재’가 꼭 몸으로만 해석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린 인간이기에. 예를 들어 안중근 의사는 그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으니 진화론 적으론 실패이고, 수 많은 친일파들은 오래 오래 부유하게 (현재까지도) 살아가고 있으니 성공적 진화인가? 그런 의미에선 비판 받을 면이 너무나 많은 책이다. 존재의 정의에 따라서 해석이 다 다를 수 있기에. 나는 반대다. 겁쟁이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해도, 나는 그런 세상을 거부할꺼다. 메롱이다. 


2014년 12월 
90. 책은 도끼다._박웅현 : 광고하는 인문학자. 혹은 인문하는 광고쟁이(?) 라 불릴 수 있는 박웅현 CD의 책이다. 꽤 글을 잘 쓰시는 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본인 본 책을 나름의 개념과 느낌으로 잘 정리해두고 계시는구나. 참 똑똑하신 분이다. 그런 감탄을 많이 했다. 인간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도 함께 공유되었고. 인문학을 쉽게 접하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책이다. 

91. 학교 없는 사회_이반 일리히 : 
2014년 12월 최고의 책. 이 책은 단순하다. 가치의 제도화가 인간의 자율성과 자생력을 되려 방해한다는 것. 병원 때문에 인간은 공동체에서 스스로 병을 치유하는 방법을 잃어버렸고, 교회 때문에 인간은 신과 직접 연결되는 방법을 잃어버렸고, 학교 때문에 인간은 삶에 꼭 필요한 공부를 하는 법,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제도에 의지하고, 그렇게 길러지는 나약한 인간만이 남았다는 것. 이것이 이반 일리히가 던지는 담론이다.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 필요한 질문이다. 그렇다. 이게 바로 지성인들이 해야 할 역할이다. 꼭 던져야 할 질문을 두려움 없이 세상에 던지는 것. 이건 내가 글을 써서 올린바가 있다.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셔요. 링크 - [책] 학교 없는 사회_이반일리히






92. 황홀한 출산 : 당시 아내가 만삭을 앞두고 있었다. 출산 준비를 하면서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의 전반부는 매우 흥미진진하다. 중반 이후엔 다소 떨어지지만. 결국 핵심은 이것이다. 우린 스스로 생명을 낳을 권리가 있다. 이것을 남에게 넘겨버리는 순간, 더 두려워하게 되고, 그 두려움이 고통을 자극한다. 출산은 철저히 개인적이어야 하고, 자율적이어야 하고, 축제여야 한다는 것. 앞서 말한 학교 없는 사회의 맥락과도 연결된다. 되려 산부인과가 생겨남으로써 출산의 과정은 고통과 두려움이 되었다는 것. 우리에겐 이미 힘이 있음을 기억하라는 것. 아내와 함께 자연출산을 준비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은 책이다. 

93. 초인수업 : 니체가 말한다. 네 운명을 사랑하라고. 나는 듣는다. 귀 기울여 들을 것이다. 리뷰를 썼던 책이라 주소를 옮긴다. 사실 돌아보니, 쓰고 나서 꽤 마음에 들었던 글이었다. 링크- [철학] 초인수업_박찬국


2014년 4분기 리뷰

지난 3개월의 내 생각의 흐름을 정리해보면, 10월에 ‘공감’에 대한 공부의 방점을 찍었다. 안타까운 것은 그 결과물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 내 생각을 담은 글 하나가 없다는 것. 농사로 비유하자면 씨앗을 그렇게 뿌리고 물도 줬는데 열매를 맺기 전 다른 농사로 떠나버린 느낌. 그 당시만 해도 글을 쓰는 것에 두려움이 컸었다. 올해 들어서 공감에 대한 글을 좀 쓰려고 하는데 다시 들춰보려니 정리 안 한 나의 과거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11월부터 시작한 공부는 ‘인문학’이다. 나에게 인문학 공부는 결국 ‘인간 본연의 힘을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이반 일리히가 말했듯, 학교가 공부는 동의어가 아니기에. 소중한 가치는 누군가에게 맡겨져선 안 된다. 내가 직접 챙겨야 한다. 그 본질을 잊지 않기 위해, 그 힘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나는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다. 스스로,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갖도록 말이다. 그러한 존재에 대한 사랑 위에 ‘공감’도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니까. 

나는 그렇게 2014년을 마무리했더라. 예상했던 권수는 100권이었지만 결국 93권을 읽었었다.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일년 동안 단 1권을 읽어도 내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지난 1년간 아쉬운 것은 분명하다. 글쓰기기와 실천에의 결과물. 책은 꽤 읽었지만 성찰이 한참이나 부족했다. 그에 걸맞는 실천도 그렇고. 올해는 그것을 반복하기 싫어서 궁시렁 궁시렁 계속 글을 쓴다. 성찰하고, 반복하지 않고자 노력한다. 이번 달 안으로, 시간이 허락하는 한 2015년의 내 공부 흐름도 공유할 생각이다. 여기까지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신 분들이 있다면 감사를 전합니다. :)


  1. 조아하자 2015.05.16 13:47 신고

    책 '예술가들에게 슬쩍한 크리에이티브 킷 59'는 저도 읽었는데 공감가네요. 저도 이 책 보면 창의적인 뭔가를 실천할 방법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ㅠㅠ

    • 하하 재미있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꽤 잘 디자인된 책이라 그런 기대를 만드나봐요. 그래도 아주 드물게 도움이 되는 재미있는 질문도 있던것 같습니다만 하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