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책 <오리지널스>의 메인 질문은 꽤 매력적이다. “어떻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이 도발적 질문에 대해 저자가 답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본 책의 줄거리다. 생각해보자. 순응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독창성은? 누가 세상을 움직이며 그 원인은 무엇인가? 언듯보면 굉장히 식상할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에덤 그랜트는 이 책을 그야말로 흥미진진하게 몰고 나간다. 특히 돋보이는 미덕이 있다. 바로 다양한 ‘과학적 실험’에 밑바탕을 두었다는 점이다. 최근에 회사를 다니면서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임을, ‘가설과 검증’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느끼고 있던 터라, 이렇게 자신의 주장을 펴는 저자의 논리가 부러웠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중간 중간 인상깊은 3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리뷰를 쓴다.  

본론
1) 독창성에 대한 재미있는 접근 
"당신은 크롬을 쓰는가? 익스플로러를 쓰는가?” 이 질문이 한 사람의 독창성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면 믿어지는가? 1장 '창조적 파괴'에서 ‘독창성’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실험이 나온다. 매우 매력적인 도입이 아닐 수 없다. 

"웹브라우저로 파이어폭스나 크롬을 사용한 직원들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사파리를 사용한 사람들보다 재직 기간이 15% 더 길었다. … 그 직원들이 더 오래 재직하고, 더 성실히 일하고, 업무 수행 능력이 더 뛰어난 이유가 브라우저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브라우저 선호도가 그들의 습성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 파이어폭스나 크롬을 사용하려면 사람들은 수완을 좀 부려서 다른 브라우저를 다운로드해야 한다. 내장된 기능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주도력을 조금 발휘해서 더 나은 선택지를 찾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물론 약간의 비약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이런 접근이 좋다. 익숙한 일상에서 ‘아무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장면’을 잡아 채는 것. 그 누가 크롬과 익스플로러의 차이를 눈여겨 봤을까? 물론 '과연 그것으로 독창성을 구별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저자의 설명을 읽고 나면 ‘꽤 그럴듯 하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아무리 불편해도 그걸 바꾸려고 하지 않고 그냥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세상에는 더 많다. 특히 우리나라 공공기관에서 엑티브 X를 아직까지 쓰는 것. 놀라운 관성이 아닌가? 그 작은 차이가 삶의 태도를 반영한다는 것이 주목할 만 하다. 그와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직장에서의 업무란 한군데도 손대면 안 되는 조각품이 아니라 조립과 해체가 가능한 융통성 있는 집짓기 블록 같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자기 업무를 스스로 설계한 사람들의 사례와 자신의 관심사, 숙련 기술, 가치와 좀 더 부합하도록 자신의 업무나 인간관계를 개인 맞춤형으로 조정한 사례들을 소개해 주었다. … 구글 직원들에게 업무는 조정 가능한 것임을 알려주자, 행복지수나 업무 수행 능력에서 상승효과가 최소한 6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 현재 주어진 업무를 그냥 받아들이거나 기존의 기술만 이용하기를 거부하는 행위만으로도, 그들은 더 행복하고 더 유능한 직원이 되었다."
 
이것도 재미있는 비유가 아닌가? <블록과 조각품> 비유. 얼마 전, 총선이 있었는데 선거도 이렇게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이 ‘조각품'처럼 느껴지는 사람은 ‘투표’가 의미없다고 느낄 것이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같아!" 라고 외치는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조각품처럼 그저 바라 볼 뿐이다. 하지만 세상이 ‘블록’처럼 느껴지는 사람은 뭐라도 한다. 내가 개입해서 바꿔볼 수 있다는 것. 그 느낌을 선사하는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나에게 책임과 권한이 있다고 느낄 때 우린 좀 더 주체적으로, 독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법이기에. 다행히 이번 선거 결과는 나에게 세상이 ‘블록’이라고 느끼게 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는 것. 기득권층이 오만하고, 방심할수록 민중은 들고 일어난다는 것. 그 사실을 인식시킨 결과라고 느껴져서 좋았다.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하고, 더민주당이 호남에서 참패한 것. ‘민중의 메시지’를 보내기엔 모두 좋은 결과라고 느껴진다. 이러한 선거 결과를 받아 들일 때 시민들은 활기를 찾는다. 다음 날 아침에 사람들의 표정이 유난히 밝아보인 것은 그 때문일까. 

2) 현장에서 답을 찾아라. 
이 책은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에게도 잘 어울리는 책이다. 특히 요즘 스타트업을 다니면서 ‘내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달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 유명한 발명품 ‘세그웨이’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참신한 아이디어가 성공할지 여부를 평가할 때, 그 아이디어를 낸 사람의 열정에 쉽게 매료된다. … 카멘은 다른 사람들이 제기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는 뛰어났지만, 풀어야 할 문제를 찾는 데는 그다지 재주가 없었다. 세그웨이의 경우, 카멘은 먼저 해결책을 찾은 후에 비로소 그 해결책이 쓰일 문제를 찾아 나섰다. 그는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시장 견인의 전략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만든 신기술을 시장에 공급하는 기술 주도 전략을 밀어붙이는 실수를 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세그웨이라는 희대의 발명품을 만든 카멘은 놀라운 실수를 저질렀다. 먼저 ‘해결책'을 찾은 후에 ‘문제’를 찾아나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소비자들이 이 물건을 필요로 한 것이 아니라, 이 물건이 소비자를 필요로 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 그건 아주 먼, 요원한 일이다. 소비자들은 필요없는 일을 하고, 필요없는 것을 살 만큼 그리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지난 달 오랜만에 업무를 시작할 때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 부끄럽지만, 그때 썼던 글을 잠시 옮겨보기로 한다. 회사를 다닌 지 3일째 되는 날 쓴 글이다. 

"직장 생활을 한지 3일이 지났다. 이제 목요일이다. 프리랜서를 아무리 오래 해도 느낄 수 없는 것, 혹은 엄청나게 오래 해야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지난 3일 동안 느꼈다. 마치 직장 생활은 나에게 ‘동아줄’이다. 비유를 들자면, 하늘에서 있던 내가 땅으로 조금씩 내려오고 있다는 느낌? 원래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지만, 나는 되려 내려오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을 원했기에. 그것이 나의 부족한 점이었으므로. 그 동안 느낀 점 3가지만 써보자. 가장 많이 느끼는 어려움은 나의 오랜 습관이다.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겠는 것이, 나는 정말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하나의 패배감을 맛 본다. 나의 강의도 하나의 논리보단 통찰이었고, 삶의 방식도, 아이디어도, 모든 것들이 그랬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다시 말해 논리가 아닌 통찰. 두 번째는 나는 철저히 주관적인 사람임을 다시 느낀다. 객관이 아닌 주관. 그래서 어떤 컨텐츠를 보거나 했을 때 그것을 파악하고 ‘나의 맥락’으로 가지고 오는 것은 잘 한다. 성찰 지능이 높은 것도 그런 유익을 줬을 것이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파악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한다. 게다가 철저히 자기중심적이어서, 내가 좋은 것 누가 뭐래도 하지만 나에게 요구되는 것이나 필요한 것은 최대한 미루거나 안 하려고 한다는 것도 본다. 굉장히 유아기적 성향이다. 마지막으로 너무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솔직히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 예전 회사에서 일을 했지만, 그건 정말 노다가에 가까운 일을 한 것 같다. 내가 정말 이 회사를 얼마나 아는가? 그들의 눈으로 보려고 하는가? 그런 훈련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음을 본다. 그게 나의 지난 3일 동안의 솔직한 회고다. 
 
예를 들면 이렇다. 지난 2일 동안 나는 이런 저런 산출물을 만들었다. 어떻게 만들었냐면, 일단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중심에 놓았다. 첫 날에는 "10대 운영원칙을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라는 주제로 ‘신규입사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물론 기초 역량과 관련된 것이긴 하지만, 핀트는 어긋났다. 나에게 요구된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래도 그건 뭐 나의 개인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계속 진행되어도 괜찮을 법한 재미있는 시행착오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튿날이다. 첫날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나는 ‘어떻게 하면 서로 자연스럽게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게임 혹은 룰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것을 주제로 삼았고, 개인적으로 이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지식경영에 대해서 공부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사실 그 과정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즐거웠다. 퇴근 길에, 출근 길에, 심지어는 집에서 내내 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고, 중간 중간 떠오를 때 마다 적은 메모도 10장이 넘는다. 왜냐? 내가 하고 싶은 주제로 맘대로 하니 그럴 수 밖에. 하지만, 그렇게 내놓은 아이디어에 팀장님이 주신 피드백은 ‘이건 일이 아니다’라는 것.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이건 일이 아니다. 그냥 나의 유희였을 뿐이다. 굳이 포장하면 전체적인 개념을 잡기 위해서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면서 공부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건 알아서 스스로 해야 한다. 회사에선 일을 해야한다. 그렇다면 일은 무엇일까? ‘공감’에서 시작한다. 나는 지금 뜬구름만 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이고, 누가 일하고,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실수다. 분명 24시간 내내 몰입했고, 무언가 쉰 적도 없고, 내 가치와 일치하는 주제를 탐구했지만 결과가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감’의 부제. 디자인씽킹 1번째 원칙을 잊어버렸다. 

결국, 맨 처음 말했던 나의 성향 3가지가 그대로 드러난 결과물이었다. 이런 저런 자료를 보고 책을 보면서 공부하다가, ‘몇 가지 개념’이 번쩍 떠오른다. 현실에 기반한 논리는 시간이 걸리니 접어두고, 일단 그럴 듯한 통찰에 목을 맨다. 그리고 회사에서 나에게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관심갖기 보다는 ‘내가 재미있는 것’에 빠져서 허우적거린다. 그래도 한 가지 잘한 것이 있다면, 이런 시행착오를 일단 빨리 하고, 피드백 받았던 것이다. 3일째에 피드백 받지 않았다면 아마 계속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이것을 일이라고 착각하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어제 피드백을 받고 다짐했다.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 번째, ‘현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현실 파악이 추상적이면 기획도 추상화가 된다. 두 번째, 대표와 부서장, 그리고 팀장님의 머릿 속을 들어간다. 그들의 일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어야 한다. 마지막, 지금 몸 담은 조직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을 파악하라. 사실 그 답도 그들이 안다. 그 기반 위에서 놀자."

위의 글의 결론은 바로 “이제 땅으로 내려오자”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나는 다르게 행동하고자 애썼다. 그렇게 2주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30분 이상 걸리는 심화인터뷰를 총 9분과 진행했고, 간단한 테스트는 대략 60여분을 만나서 진행했다. 그러면서 정말 많은 컨셉이 바뀌어 나갔다. 첫 번째 아이디어는 어느새 사라졌다. 그것은 마치 ‘기획’이 아니라 ‘발견’을 한다는 느낌이었고,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기 전까지는 ‘상상’으로만 존재했던 것들이 갈수록 더 ‘단단한 현실’를 만나며 변해갔다. 쉽지 않았지만, 즐거웠고, 특히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이 접근법은 정말 중요하다. 나만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 요즘 미국에서 정말 핫하다는 와이파커도 그랬다. 그러니까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생각만 하지 말고, 직접 물어보라. 그게 답이다. 

"와이파커가 성공한 비결은, 그들이 아이디어를 평가할 때 동료들의 의견을 구했다는 점이다. … 최선의 방법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무작정 낸 다음에 동료 발명가들로부터 의견을 구하고 나서, 어떤 아이디어가 실용성이 있는지를 식별해내는 능력을 더 연마하는 일이다."

3) 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법 
질문이다. "전문성, 가능성, 그리고 헌신을 강조하는 조직 문화 중에서 가장 성과가 좋은 조직은 어디일까?” 우리의 직관과 위배되는 결과일 수 있다. 결론은, 헌신이다. 창립자들이 헌신을 강조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한 기업들은 나머지 두 가지 청사진 (기술, 잠재력)에 비해 월등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같은 열정과 목표를 공유한 사람들에 둘러싸인 랜드의 직원들은 강한 소속감과 유대감을 느꼈다. 자신이 몸담은 조직과 동료들에 대해 그 정도로 강한 결속력과 유대감을 느끼게 되면 다른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나는 예전에 스타트업을 다닐 때 이런 느낌을 가졌다. 그 특유의 소속감과 유대감은 아직도 작은 커뮤니티로 유지되고 있을 정도다. 그때를 돌아보면 다들 뭐 그리 뛰어난 능력이나 전문성은 없었다. 하지만 몇 가지 가치로 우린 똘똘 뭉쳤었고,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속되진 못했다. 정말 많은 사람이 들어왔지만, 결국 더 많은 사람이 퇴사했기에. 이 책에 따르면, "조직의 생애주기의 초창기에는 헌신형 문화가 결실을 거둘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효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조직이 나이가 들어가면 헌신형 문화에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헌신형 기업들은 다양한 인재를 유치하고, 보유하고, 통합시키는데 훨씬 어려움을 겪는다. … 심리학자 벤저민 슈나이더는 조직은 시간이 흐를수록 동질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조직은 비슷한 사람들을 뽑고,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비슷한 사람들을 보유하기 때문에 사실상 사고나 가치의 다양성을 솎아내게 된다는 것이다. … 이러한 기업들에서는 유사성이 직원 채용의 기준이 되고, 직원들은 조직문화에 순응하라는 강한 압박에 직면하거나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게 된다."

이러한 헌식형 문화의 가장 큰 문제는 ‘독단성’이다. 구성원들이 하나의 가치로 정렬되는 것은 엄청난 퍼포먼스를 끌어내기 마련이지만, 그것은 ‘다른 가치’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유사성이 직원 채용의 기준이 되는 순간 그 조직의 역동성은 사라진다. 근친 교배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 버리는 것이다. 특히나 독단적 리더 밑에서 길들여지는 직원들은 말할 것도 없으며, 당시에 내가 속한 조직도 딱 그런 모습이었다. 사실 돌아보면, 그곳에선 단 한가지 목소리 밖에 존재하지 못했다. 바로 ‘대표의 목소리' 뿐이었다. 

다양성은 곧 생태계를 의미한다. 하나의 종만 건강하게 살아남는 일은 없다. 내가 다니는 이 회사에서도 지혜가 필요하다. 워낙 강한 조직문화가 있는 곳이고, 또 최근 몇년 사이에 급격한 인수합병이 이뤄지고 있는 터라,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품기에 엄청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다른 의견을 포용할 줄 아는 강한 조직문화를 조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역설적인 질문이 나의 고민이며,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분명 쉽지 않은 일이지만, 꼭 해내고 싶은 나의 과업이다. 예전의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진심으로 말이다. 


결론
다 쓰고 나니, 뭔가 촉박하게 마무리 된다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사실 그랬다. 지난 한 달은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였다. 이렇게 바쁘게 살아 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와 교육에 투자했다. 2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했기 때문에 아침에도 글을 쓰기 보단 일을 해야 했고, 특히 퇴근 이후에는 집에 와서 잠들기 바빴다. 그러다 보니, 작년에 책을 읽고 리뷰를 쓰던 시간보다 훨씬 적은 시간을 ‘오리지널스’를 쓰는데 들일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조금은 불만족스럽다. 특히 워낙에 좋은 책이라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했다는 것에 또한 의의를 둔다. 심북스라는 약간의 강제성이 아니었다면 이 글도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이젠 나에게 물을 시간이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순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회사에 다니면서 독창성을 계속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가 떠오른다. 첫 번째,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초심자의 눈’을 잃어버려선 안 된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는 것이 인간이다. 최대한 늦추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고, 또 그냥 익숙해지는 것에 체념하는 사람이 있지만, 적어도 나는 최대한 늦추고 싶다. 아니, 할 수만 있다면 퇴사하는 그 날까지 늦추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노력하는 것은 바로 ‘기록’이다. 지금 내가 경험하는 일들을 최대한 날것으로 적는 것. 그것이 내가 나에게 주는 유일한 ‘시각 보호장치’다. 시간이 지나서 내가 지금 쓴 글을 읽을 때 조금이나마 시력을 회복하지 않을까? 그 기대를 한다. 매일 30분은 반드시 글을 쓰는 것. 그렇게 나의 눈을 새롭게 뜨는 것. 그것이 내가 반복해야 할 나의 첫 번째 과제다. 

한 가지 방법이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실천’이다.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는 것은 수동적일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을 새롭고 독창적인 일을 ‘몸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 몸으로 새긴 일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여기서 난 내 이름을 건 서비스 하나를 만들고 싶다. 누가 보더라도 ‘아, 이건 강정욱이 만든거지!’라는 이야기가 나오도록 하고 싶다. 강정욱다운 것.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그 결과물로 말하고 싶다. 그것은 결코 회사의 방향과 위배되어선 안 되지만, 나와도 멀어져선 안 된다. 회사와 나, 그 둘 사이에서 최적의 거리에 있는 그것. 그것을 만들고 싶다. 그것이 내가 이 회사에 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마음을 먹는 찰나, 책에 이런 글이 봤다.  

“내 주장이 받아들여진 이유는 그동안 내가 쌓아온 실적과 영향력 덕분이었다. 직원들은 나를 맡은 일은 반드시 해내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맡은 일을 해내는 사람, 그것도 훌륭하게 해내는 사람으로 알려지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중받게 된다.” 

아차.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었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바로 ‘누가 그 일을 하는가?’이다. 욕심부리지 말자. 앞으로 1년, 내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책임'이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것에 나를 담아서 해낼 수 있어야 한다. 맡은 일을 해내는 사람, 그것이 바로 내가 될 수 있도록 한다. 독창성과 변화는 그 다음이다. 몸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이 사실을 잊지 말자. 많이 빙 돌아갔지만 결국 돌아온 곳은 ‘기본’이라는 자리다. 결코 잊지 말자는 각오와 함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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