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4일 오후 5시 13분

제목 : 바쁘다 혹은 느리다 


나는 서른 둘. 조금 지나면 한 아이의 아빠가 된다. 그래서인가, 일상이 바쁘다. 작년만 해도 꽤 여유가 있는 삶이었다. 아침에 일어나고, 오전에 카페도 가고, 여유있게 책도 읽는 하루가 꽤 있었다. 그리고 물론 돈도 얼마 벌지 못했지. 힘들었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니 말이다. 이 비유가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변했다. 사주를 맹신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하는 편은 아니어서, 가끔 1월에 한 해 운을 보러 가기도 하는데. 올해 초에 갔을 때 선생님이 말했던 건 단순했다. 

'앞으로 이동이 많아질 것이여' 응? 역마살이 낀다는 뜻인가?  


난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다. 그런데 2014년이 2달도 안 남은 지금은 조금 이해된다. 정말 이동이 많았던 한 해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벌었냐? 그건 아니다. 물론 작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수업을 바삐 다녔다. 오산으로, 일산으로, 성남으로, 시흥으로, 남양주로.. 나는 서울에 사는데 서울만 빼고는 다 다닌 것 같다. 나에게 역마살이 낀 것인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바쁘게 다녔다. 


그렇게 바삐 보내던 최근 어느 날 지나가던 생각이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상대적이라고 한다. (나야 물리학자가 아니니 정확히 이해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당신의 삶에서 시간이 상대적이라 느낀다면? 예를 들어 어느 날은 구름처럼 천천히 움직이고, 어느 날은 번개 처럼 빨리 지나가고, 어느 날은 바위처럼 시간이 멈춰진 것 같다면? 이 모든 스팩트럼을 삶에서 경험하고 있다면?


나는 생각한다. 그러한 '상대적 시간'을 많이 경험할 수록 삶을 잘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다양한 뷰와 속도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더욱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지금까지 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그런 이야기. 하지만 만약 시간이 절대적이라고 느껴진다면 어떨까? 어제도, 오늘도, 아니 내일도 흐르는 시간이 같다면? 


나는 그러한 시간의 절대성에 우리의 삶이 놓여지는 순간, 우리의 생각 또한 고정되진 않을까 생각한다. 어제도 24시간, 오늘도 24시간. 내일도 24시간. 똑딱똑딱. 시간과 공간의 정체 속에서 생각도, 변화도 멈춰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 물론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세상에 치이고 사람에게 소외될 때 이러한 삶을 살도 있단 생각도 든다. 나도 20대 중반에 그런 시절이 있었고.  


어쩌면 삶을 산다는 것은. 아니 음미한다는 것은 그런 것 아닐까. 시간의 상대성에 삶이 놓여지는 것이라고. 다른 사람의 삶이 나에게 맞닿는 것이라고. 우리의 삶은 역동적으로 지탱되고 흔들리는 것이라고.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두렵지만,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믿기에 신나는 일이라고. 빨간 머리 앤은 어쩌면 엄청난 말을 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남은 시간 동안 나에게 어떤 시간이 필요할까? 멈춰진 것 같은 시간. 구름처럼 서서히 움직이는 시간. 삶을 충분히 음미하는 시간이라고 느낀다. 더 온전한 2014년을 위해 필요한 시간은 바로 그런 시간이다. 그래. 글을 쓰자. 내일 또 까먹을 수는 있겠지만, 놓치는 말자. 이렇게 막 쓰면 되지 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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