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화초가 죽어가고 있다. 화초에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라.



이 질문은 그저 상상이 아니다. 놀랍게도 ‘실제 상황’에 가깝다. 글을 쓰고, 나의 시선이 향한 곳은 오른쪽이다. 그곳에는 우리 집의 유일한 식물이 하나 있다. 2014년이었나, 집들이 선물로 받은 식물인데 이 험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열심히 살아준 고마운 친구다. 나와 아내, 재원이를 제외하곤 유일하게 존재하는 ‘생명체’라고도 볼 수 있다. 이파리를 보니 이미 노랗게 물든 흔적이 보인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여지껏 식물을 제대로 키워본 적이 없다. 그나마 아내가 가끔 물을 주는데, 이번에는 물 주는 시기가 조금 지났나 보다. 화초를 노트북 옆으로 가지고 왔다. 그리곤 자세히 봤다. 같은 방에 있었던 세월은 이미 2년 가까이 되었지만, 이렇게 '들여다 본 적'은 처음이다. 우선, 참 예쁘다. 이 식물의 이름은 잘 모르지만, 분명 ‘혈통(?)’이 좋은 녀석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파리의 생김새도 단단하고, 무엇보다 줄기 색깔이 옅은 녹색인데, 꽤나 고풍스럽다. 이미 아래 쪽 이파리는 갈라지고 바래져서 생명을 잃어버린 부분도 있다. 자신의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갈 때, 이 녀석은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너무 늦었지만, 이 녀석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붙여 주고픈 마음이 들었다. 마치 어린왕자가 된 기분이다. 음.. 잠시 고민한 결과, 이름은 바로 ‘금순이’로 정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굳세다’이다. 가만히 보니, 줄기의 단단함과 이파리의 푸르스름함이 어울려서 참으로 ‘굳세다’라는 느낌이 왔다. 그리곤 곧 이어 연상되는 제목이 ‘굳세어라 금순아’였다. 이게 뭐길래 자동적으로 떠오르는걸까? 검색 했더니 유명한 노래이자, 드라마, 영화 제목이다. 굳세어라 금순아 ㅋㅋㅋ 어쩐지 익숙하더라. 그렇게 이 ‘식물’은 오늘에서야 ‘금순이’가 되었다. 금순이가 살아야 할 이유를 3가지로 말해주고 싶다. 첫 번째 이유. “금순아, 내가 네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도 너는 분명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서 있었겠지, 그 동안 정말 미안했어. 앞으로 나에게 좀 더 신경쓸 기회를 줘. 잘할께.” 두 번째 이유. “금순아, 넌 우리 집에 있는 유일한 식물이야. 우리가 비록 여러가지 식물을 키우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네 친구들을 만들어 줄 자신은 없지만, 너 하나 만큼은 책임지고 싶다. 우리 집 유일한 식물이라는 자긍심을 가져줘.” 그리고 마지막 이유. “금순아, 아마 마지막 이유는 네가 더 잘 알고 있을거야. 너는 나에 의해서 살아야 할 이유가 붙여지는 존재가 아니라, 분명히 자기 자신의 생명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이유를 가진 가진 생명이기 때문이지. ‘그 이유’을 스스로 지켜갈 수 있도록 꼭 살아줘, 내가 도와줄께.” 이상, 글을 마쳤다. 나는 이제 금순이 밥 먹이러 가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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