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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노트/어쨌든 내 생각들

[공부]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 공부하는 이유

얼마 전에 피터 드러커의 <피터 드러커 자서전>이란 책을 봤다. 그 중간에 폴라니 가문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내가 만난 가문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가문이었고,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해진 사람이 칼 폴라니다. 그 가문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옮겨보면 이렇다. 


네 사람 모두 나를 쳐다보며 합창이라도 하듯이 동시에 말했다. “아주 훌륭한 생각이군요. 월급을 자신을 위해 쓰다니! 우리는 그런 소린 생전 처음 들어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살아요.” 나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카를의 아내인 일로나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니에요. 우리는 논리적인 사람들이죠. 빈은 헝가리 피난민들로 넘쳐나고 있어요. …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없지만 카를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그러니 카를의 월급은 다른 헝가리 사람들에게 넘겨주고, 우리가 나가서 필요한 돈을 벌어오는 것이 논리적인 일이죠.” p.286 


이 얼마나 재미있는 생각인가? 그리고 얼마나 드문 생각인가? 그들은 논리적인 사람들이며, 이상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이상적인 사회를 꿈꿨고, 그저 꿈을 꾸는 정도가 아니라 그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삶을 바쳤다. 형제들의 다양한 실험이 나오며, 그 중 하나의 실험이 칼 폴라니가 쓴 <위대한 전환>이다. (피터 드러커 자서전에선 위대한 전환이 위대한 변환으로 변역되었다.) 내용을 잠깐 보자.


"<위대한 변환>에서 폴라니는 산업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려고 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영국 사회와 경제를 바꾼 것은 기계가 아니었다. … 카를에게 <위대한 변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경제와 그가 개발한 사회의 이론적인 통합 모델이었다. 시장만이 유일한 경제 시스템이 아니다. 또한 가장 진보적인 것도 아니다. 경제와 공동체를 조화시키면서 경제적 성장과 개인적 자유를 허용하는 대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 그는 초기 경제학에 대한 이해와 원시적인 경제제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문화인류학과 경제선사학에서 카를 폴라니는 권위자가 됐다." p.305

 

나 역시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꾸준한 편이다. 이번 기회에 칼 폴라니에 대해서 간략하게 나마 공부해보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칼 폴라니 사회경제 연구소가 생겼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몇 군데에서 영상을 보면서 간략히 내용을 옮겨적었다. 참고 하실 분들은 보시길. 


칼 폴라니 - 거대한 전환



1.
폴라니의 명제는 단순하다. 19세기에는 인간의 모든 경제 활동을 ‘시장’으로만 조직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런 세상은 필연적으로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파시즘, 공산주의 혁명, 대공황,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것이다. 

2.
인간의 모든 활동을 시장에만 맡겨서 인간의 만물을 다 상품으로 만들자. 그렇다면 가격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것이다. 이것이 ‘자기조정시장'이다. 하지만 이것이 달성되기 위해선 사람, 자연, 화폐가 모두 똑같이 상품으로 거래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실제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거의 상품으로 다뤄지고, 자연도 그렇게 거래된다. 그것이 얼마나 큰 저항과 혼란을 낳는가. 사람과 자연을 계속 상품으로 만들게 되면 그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사람으로서, 자연으로서 모습을 보호해달라고 '자기보호 운동'을 만들어낸다. 한쪽에선 상품화 시키고, 한쪽에선 그것에 반대하는 모순된 두 개의 운동이 나타난다. 그것을 폴라니는 ‘이중운동’이라 칭한다. 그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 제국주의, 세계대전, 대공황이다. 

3.
자기보호 운동과 막시즘은 다르다. 계급투쟁은 폴라니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 개별 계급의 투쟁과 싸움이 성공하느냐 마느냐의 성패는 사회 전체가 거기에 호응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 이 사회자기보호 운동은 이념과 계급을 초월해서 벌어진다. 예를 들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저항이다. "돈도 다 좋은데, 사람 먹는 것 가지고 그럴 수 있는가?" 라는 것. 이것까지 상품화 해선 안 된다는 것. 

4. 
모든 것을 상품화하자라는 개념은 19세기보다 지금 훨씬 강력하다. 사실 1940년대부터 70년대 까지의 수정 자본주의에선 국가의 규제, 노동조합, 사회복지도 있었기 때문에 이땐 칼 폴라니의 책은 별 의미 없었다. 하지만 1990년대 부터 신자유주의가 등장하면서 인간 만사를 모두 상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 부턴 다시 이 <거대한 전환>이 각광 받기 시작한다.

다호메이 왕국과 노예무역



5.
책 <다호메이 왕국과 노예무역>에 관한 내용. 폴라니는 원시경제, 고대경제, 근대경제 이렇게 3개의 시대 구분을 한다. 원시경제는 원시 시대 사람들이 공동체를 만들고 선물교환을 하는 국가가 없는 시대다. 이후 조직국가가 나타나면 초기 시장형태가 나타난다. 그것을 고대경제라고 하고 역사적으론 4,5천년 정도의 기간을 커버한다. 200-300년 전에 조직국가를 넘어서 사람들끼리 자기조정 시장을 만드는 경제가 나타난다. 그것을 근대경제라 부른다. 

6. 
다호메이 왕국의 고대경제는 무엇인가? 이 국가는 굉장히 강력한 중앙계획을 시행했다. 이 나라 안에는 자유로운 마을 시장도 있었고, 또 유럽 국가들과 활발한 대외 무역을 수행하기도 한다. 맨 아래 경제공동체들은 자급자족을 원리로 살아가고, 다른 공동체와의 선물교환, 상호성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조직국가는 이들로부터 조세를 수탈하고, 그것을 재분배한다. 남는 물자로 군대를 만들고, 외국과 원거리 무역도 한다. 아래 자급자족 구조와 위의 조직국가 구조가 겹쳐진 모습이다. 

7. 

1950년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첨예하고 시절이었다. 자본주의는 모든 것 시장에 맡기는 것이 우월하다고 했고, 공산주의는 모든 걸 중앙계획으로 조직하는 것이 우월하다고 한다. 자유시장과 중앙계획이 이념적으로 정면 충돌하는 것. 폴라니는 양 극단을 다 반대했다. 인간이 수행하는 경제활동과 조직도 무수히 다양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유로운 시장과 강력한 중앙계획이 잘 통합되어 존재하는 경제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다호메이 왕국>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다원적 발전 모델이란, 시장 혹은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 국가, 시민사회, 생태적 문제 모두가 어우러지는 경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