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오늘은 자유학교 수업일. 나만의 강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건 참 재미있다. 오늘도 ‘가치’에 대해서 다루고, 바로 ‘5달러 프로젝트’를 건냈다. 꽤 의미있는 연결이었다고 자평한다. 수업 내용도 나쁘지 않았고, 앞으로도 기대되는 수업이다. 오후에는 간단히 일 하고, 저녁에는 심마니 미팅이 있다. 요즘 일 할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한데,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고민 고민 중. 저녁에 심마니 미팅을 하는데, 또 소시오패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쩌면 내가 공감 능력이나 디자인씽킹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소시오패스라는 중요한 개념에 대해서 일반 사람들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생각하면 사례들을 잘 정리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단 생각도 들다. 그리고 육아와 관련해서도 아주 중요한 메시지가 들어있고 말이다. 아,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생각하고 고민하는 모든 주제는 내 삶의 경험과 연관되어 있구나. 그래서 내가 공부하는데 별로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내 삶의 이슈로부터 시작하는 공부가 정답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슈가 자연스런 호기심으로 연결되고, 그것에 결국 내 삶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삶을 나아가게 만들기에. 

3월 31일
나는 지금 도곡역 근처 카페에 와 있다. 이따 저녁에 여기 근처에서 수업이 있기도 해서, 일찍 와서 일하려고 구석에 자리잡았다. 그랬는데, 주위를 살펴보니 모두 아줌마들이다. 아, 그렇지 이 근처는 학구열에 높은 곳이었지. 아차 싶었다. 좀 더 조용한 곳으로 갔어야 했는데 이미 음료는 주문한 뒤다. 일단 앉았다. 나는 원래 카페에 가서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다. 그건 예의가 아니니까. 하지만 예외가 있다. 너무나 크게 들려올 때는 어쩔 수 없이 듣게 된다. 게다가 그 주제가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라면. 살짝 살짝 들려오는 이야기 중에 몇 가지 걸리는 단어가 있다. ‘서울대’ ‘내신’ ‘입시’ 등등. 아, 이게 소문으로만 듣던 강남 학부모들인가. 선입견 때문인지 인상들도 다들 비슷해보인다. 무슨 이야기를 그리 집중하는지 놀라웠다. 아줌마들이 하는 이야기의 99%는 모두 자기 자식들 이야기 였다. 그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디에 관심을 갖고, 최근 무얼 하면서 놀았는지가 아니다. 누구는 몇점이고, 누구는 어디로 갔으며, 누구는 서울대를 가느니 마느니. 잠깐 잠깐 흘려 들어오는 단어들만으로도 기가 빠진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만약, 우리 엄마가 이러고 있었다면 나는 지금 내가 엄마를 존경하는 만큼 존경했을까? 아닐꺼다. 엄마를 사랑하는 것과 존경하는 것은 다르다. 존경받기 위해선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 본인이 스스로 세상을 마주해야 한다. 존경을 얻는다는 건 쉬운게 아니다. 이런 말이 있다. ‘부모가 하라는 대로 하는 자식 없고, 부모가 하는대로 안 하는 자식 없다’고. 그 말이 정답이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소리쳤다. ‘자녀들에 대해서 말하지 마시고, 본인들에 대해서 말 하시라고. 아이에게 반성하라고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더 나아질 것이 없는지 자기 반성적 삶을 실천하라고.” 뭐 그런 말을 하고 싶은 날이다. 나부터 그러한 부모가 되어야 겠지만 말이다. 

4월 1일
오늘은 아침부터 재원이가 난리다. 안아달라고. 침대로 갔다가, 쇼파로 갔다가, 침대로 갔다가 돌아다니며 안아줬다.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곤히 자는데 혼자 있음 심심한가보다. 이해가 간다. 하지만 부모는 죽어난다. ㅎㅎ 나는 아직 좋지만. 아내는 힘들거다. 나도 하루종일 그러면 힘들것이고. 어제 너무 늦게 들어온게 미안해서, 오전에 집에 있으면서 아내를 도왔다. 잠깐 짬을 내서 육아일기도 쓰고. 이번에 느낀 것인데, 확실히 글쓰기는 습관에 가깝단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글을 쓸려고 하면 뭔가 자리를 잡고 써야 할 것 같은, 그리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하지만 이젠 그렇진 않아졌다. 그냥 쭉 써 내려가면 왠만큼 글이 된다. 잘 쓴다는 것이 아니라 많이 쓴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다보면 나중에 잘 쓸 수도 있겠지. 어쨌든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와우프로젝트가 많은 도움을 준 듯 하다. 오후에 당산역 근처에서 강의가 있어서, 지금은 당산 스타벅스에 와 있다. 강의 준비를 하면서 홀로 있는 이 시간은 정말 금쪽 같다. 이 행복을 글로 붙잡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내일 정읍 가는 날이구나. 강의 준비를 해야겠다.  

4월 2일
정읍에 가는 날이다. 일주일에 한번 있는 이 날은 나에게 금쪽같은 6시간을 선사한다. 나는 버스 안에서 공부를, 글쓰기를, 생각을, 강연 준비를 한다. 아직은 없지만, 피곤하면 올라오는 길에 영화도 보고 싶다. 어쨌든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나에게 정읍에 왔다 갔다 하는 이 하루는 꽤나 좋은 충전지 역할을 한다. 오늘 초서할 책은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을 통해 온전함을 회복하는 커뮤니티를 꿈꾸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심마니스쿨의 모습은 아마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이루고 싶은 나의 꿈이 되었다. 지금부터 초서를 시작하자. (…) 수업이 끝났다. 오늘은 강점을 스스로 분석하고, 서로 간의 강점을 발견하는 시간으로 이루어졌다. 아이들은 참 잘 따라와줬다. 아쉬운 것은 내가 아이들의 발표를 못 들었다는 것. 다음 시간에 발표를 하고, 앞으로 더 나아지고 싶은 것을 사진으로 찾아보면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 혹은 난 말이야 등의 책을 함께 보자. 서울 올라오는 길에 ‘강신주’의 EBS초대석을 조금 봤다. 그는 말한다. 21세기 한국에서 고민했던 철학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맞다. 나는 한국 사람이다. 이 시기에, 이 공간에 내가 존재한다. 그것은 지금 내가 가진 생각을 결정하는 아주 결정적인 요소다. 나중에 보편적인 이야기를 펼쳐내기 위해선, 지금은 특수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부딪쳐야 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나만의 이론으로 무장해서 세상에 펼쳐 놓아야 할 것이다. 철학자는 진짜와 가짜를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도 그런 의미에서 철학자가 되고 싶다. 아니 되어야 한다. 

강신주 <공구함>의 비유. 일단 공구함에 다양한 공구가 있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것들로 현실의 자물쇠를 따기 위해 막 써봐야 한다. 예를 들면 플라톤이란 공구로 우리 사회를 설몀하기 위해 노력해본다고 치자. 그럼 이런 반응이 나온다. “아, 우리 사회의 고민이 이거 였는데, 플라톤이 이것을 보았구나!”라는. 현대 학자들의 문제는 현실이라는 텍스트를 읽으려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오로지 과거의 텍스트들만 쳐다 볼 뿐이다. 

‘No’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의 ‘Yes’만이 의미가 있다. 
강한 예술가가, 강한 철학가, 강한 소설가가 없다. 우리나라는 남루한 사회다. 
사랑과 자유는 같은 것이다. 내가 아무리 약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땐 강해진다.
자유가 없는 사랑, 사랑이 없는 자유는 아무것도 아니다.  

4월 3일
금요일. 자유학교 디자인씽킹 프로젝트가 기다린다. 2팀으로 나뉘어 5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정말 다들 잘 해줬다. 한 팀은 5000원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야 가장 극대화 될까? 하다가 만두피를 사다가 포춘쿠키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 메시지를 넣어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키워드는 ‘공감’이었다. 두번째 팀은 누군가에게 필요없는 물건을 모아서 꼭 필요한 이들에게 전해주기로 한다. 그런데 아파트 방송으로 물건을 모으려고 했더니 막상 절차가 복잡했다. 그대로 물러설 수 없었던 그들은 결국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전화해서 물건을 모은다. 그렇게 모든 물건에 거의 3박스 정도 되었다. 역시 3명이 모이면 불가능도 가능할 수 있었단 느낌이다. 서로 피드백을 하고, 디자인씽킹에 대한 간략한 개념만 정리했다. 최근에 내가 진행하는 수업 중에선 가장 만족스런 수업이다. 앞으로도 잘 준비해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 마지막 3의 법칙을 보여주고 했던 피드배은 좋았다. 만약 각자에게 5000원을 주고 혼자 이 프로젝트를 하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함께 해야 한다. 

4월 4일
오늘은 5시부터 아가랑 함께 보냈다. 물론 계속 깨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침대에서 같이 껴앉고 잤다. 아가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잘 잔다.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엄청 낑낑대로 칭얼댄다. 그렇게 2시간을 잤는데, 아가가 더운지 불편한지 울어대기 시작했다. 데리고 마루로 나갔다. 다시 배에 올리고 쓰다듬어 주었더니 코~ 하면서 잔다. 더웠나보나. 나는 그렇게 재원이를 보다가, 갑자기 행복감에 빠진다. 모든 것이 감사했고, 경이로웠다. 그리고 나선 좀 심심해져서 책을 읽었다. 8시가 되자 다시 운다. 이젠 정말 배가 고픈 시간이다. 그때부터 우리 하루는 시작되었다. 아내는 맘마를 먹이고, 나는 이런 저런 일을 한다. 그리고 내가 데리고 있는 동안 아내는 아침을 준비한다. 다행히 장모님이 오셔서 집안일을 더 할 수 있었다. 나는 오후에 삼성크레이티브 수업이 있어서 일찍 나왔다. 해야 할 일들이 쌓여서 빨리 해야 한다. 

4월 5일

오늘은 오전부터 서둘렀다. 준화 결혼식에 가는 날이었기에. 아내도 축하를 할겸, 바람도 쇨겸 함께 나왔다. 그런데 확실히 아이가 있으니 준비하는 시간은 2-3배가 되더라. 나름 서둘러 갔음에도 겨우 겨우 맞춰서 도착했다. 다행히 준화는 식장에 들어가기 전이었고, 겨우 인사를 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 집안일을 하고, 저녁에는 일을 했다. 프리랜서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일을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시간이 일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요즘은 시간만 나면 일한다. 일이라고 해봐야. 글쓰기, 미팅, 블로그 포스팅, 강의 준비, 공부하기 정도겠지만. 그것도 따라갈려면 쉽지 않다. 


3월 23일
요즘 카페에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글쓰기! 일상을 살고, 기록하는 것의 중요성을 몸소 체감하고 있는지라. 손에 익어가고 있다. 21일과 22일 일기를 마무리했다. 이제 몸은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조금만 더 무리하면 다시 심해지는게 감기라서. 더욱 조심해야 한다. 오전에 자유학교 10학년 수업은 잘 마쳤다. 즐거웠다. 무엇보다 수업 의도가 심플했고, 그 의도에 맞춰서 진행되었던게 즐거웠다. 복잡한 의도는 언제나 실패한다. 단순하게 가자. 간단히 설명하자면, 자기소개 시간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자기소개가 아니라, 내가 가진 장점을 서로를 통해 인식하게 하고, 내가 앞으로 가졌으면 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서로를 통해 일깨워주는 작업이었다. 이것은 그리 단순한 작업만은 아니다. 하지만 다들 서로를 잘 알고 있어서인지 잘 해주었다. 그리고 나 역시 소규모 수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친밀함과 안정감이 마음에 들었고. 어쨌든 요약하자면 즐거웠던 시간! 수업을 마치고 병원에서 감기약을 타서 지금은 스벅이다. 나의 사무실 ㅎㅎ 5시 미팅 전까지 보고서 작성하자. 저녁에는 심톡. 이번에는 처음으로 지현쌤이 호스트로 진행을 해주셨는데,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나름의 삶과 관점을 나누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매달 이런 식으로 새로운 주제와 호스트를 발굴하고 싶단 생각도 했고. 하하. 2015년 심톡은 계속 잘 진핼될 듯 하다!

3월 24일
아직 몸살이 다 낫지 않았다. 하지만 토요일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상태. 아침에는 재원이 병원을 가야했다. 목욕도 시키고, 아침도 먹고, 포대기에 싸서 근처 소아과로 갔다. 갔더니 너무너무 잘 크고 있다고 하신다. 오히려 체중과다를 걱정해야 할 정도. 모자라서 문제지 넘치는 건 뭐 그리 문젤까. 기분이 좋았다. 주사 두방을 허벅지에 맞고 으앙 울던 재원이는 어느새 안고 집에 오는 길에 잠이 들었다. 집에 와서 밥먹고 오후에는 검단초를 잠깐 방문했다. 토론 교사 계약서 작성 때문에. 작년에 인연이 되었는데 올해도 1년에 걸쳐서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좀 멀긴 하지만 그래도 믿고 맡겨주심에 감사하다. 왔다 갔다 하고 나니 벌써 5시. 집에 와선 재원이를 안고 좀 잤다. 나도 피곤하고 아내도 피곤하고. 푹 자고 일어나서 저녁먹고, 집안일 좀 하고, 잠도 재우고 하니 벌써 12시. 하루가 이렇게 갈 수도 있구나. 그래도 아내가 주말에 이어 계속 힘들어했는데 도와줘서 다행이다. 낼은 위플래쉬 보고 다시 충전해야지!

3월 25일
위플래쉬를 보고. 아내님의 무한한 아량과 배려 덕분에 지난 번 <킹스맨>에 이어서 또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평일 아침에 조조로 혼자 가서 보는 영화감상이란, 직장인들은 꿈도 못 꿀 호사다. 나도 직장 다닐 때는 그랬고. 위플래쉬에 대한 워낙 높은 관심들과 극찬의 리뷰를 미리 봐서인지, 음악적 두뇌가 그리 발달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남들처럼 기립박수가 나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그런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렬한 비트와 메시지는 분명 내 머릿 속에 하나의 자취를 남겼는데, 이는 위플래쉬가 ‘가볍게 지나갈 만한 영화’도 아님을 말한다. 내가 ‘듣고 느낀’ 위플래쉬를 3가지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1) 재즈의 매력! 재즈를 더 알아보고 싶다!는 느낌을 남겼고 2) 탁월함과 평범한 일상이 어떻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남겼으며 3) 두 주인공의 미친 광기를 내 삶에서도 표현하고 싶다!는 갈망도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플레쳐 교수의 교수법과 인성은 전혀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가 지향하고자 하는 탁월함의 수준은 동의했기에 꽤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이 막판 10분쯤 보이는 미친 인생 연주는 두고두고 남을 것 같은 느낌. 

오늘 광화문에서 있었던 일. 하나 더. 묘목을 나눠주는 행사였던 것 같다. 사람들 몇 백명이 쭈욱 길을 서 있었다. 마지막에 새롭게 줄을 서려는 사람이 그 앞에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거 뭐 나눠주는 거에요? 그랬더니 앞 사람이 이랬다. 글쎄요. 저도 몰라요 막 줄 서서. 지나가는 길에 스쳐 들은 대화였지만 정말 흥미진진한 대화였다. 우리나라가 이 대화에 담겨 있었다고 본다. 무슨 이야기냐?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인데, 일단 줄이 길면 그 줄에 선다. 그리고 물어본다. 뭐 주는지?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특징과 유사한데, 일단 줄이 긴 과에 들어간다. 예를 들면 의대나 법대. 그리고 물어본다. 어떤 전공인지? 이는 우리나라 취준생들의 특징과 유사한데, 일단 줄이 긴 회사에 들어간다. 예를 들면 삼성. 그리고 물어본다. 무슨 일 하는지?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하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다수는 ‘다른 사람이 무엇을 선택하는지’가 자신의 선택이 된다. 그것이 너무나 무의식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스스로 그러한 선택을 내리는지도 잘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다시금 생각한다. 이 줄이 내가 스스로 판단해서 선 줄이 맞는가? 이 줄 끝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있는거 맞는가? 만약 중간에라도 그 줄이 아니라면 나는 이 줄을 포기할 수 있는가? 이러한 생각을 했던 짧은 일상이었다. 

3월 26일
오늘은 정읍에 가는 날이다. 칠보초 가는 길은 그나마 내가 일주일 중에서 가장 ‘나만의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올라오는 길은 피곤해서 잘 활용하지 못하는 편인데, 내려가는 길은 확실히 오전이라 잘 쓴다. 오늘은 이번 주 와우 수업축제를 준비하기 위해서 글을 썼다. 칠보초 수업은 너는 특별하단다라는 주제로 진행했는데, ‘특별함’에 대해서 다루기 위해서 <미션 임파서블>을 준비했다. 내가 워낙 즐겨쓰는 프로그램이라 아이들 반응은 좋았는데, 앞으로는 계속 걱정이다. 허긴 어쩌면 새로운 실험을 하기에는 최고의 자리이기도 하다. 나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실험소이기도 하고. 다양한 협동학습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가서 실험하고, 아이들의 성장을 일구어나갔으면 한다.  

3월 27일
오늘 오전은 자유학교에서 수업이 있었다. 팀을 꾸리고, 배움에 대해서 간략하게 의견을 주고 받았던 시간. 던지는 건 많이 던졌고, 앞으론 내가 어떻게 하냐에 달렸다. 지금까지 분위기는 좋다. 별명도 좋고. 사실 하나인학교에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작년에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쉽다. 오후에는 소셜크리에이티브랩에 왔다. 시스템 사고도 참 매력있는 듯. 복잡계 공부도 꾸준하게 하자. 흐름을 끊기지 말자. 

3월 28일
오늘은 와우수업이 있는 날. 하루 종일 수업에 몰두한 날이다. 자세한 내용은 수업 리뷰를 통해서 전달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패스!

3월 29일
오랜만의 일요일. 오늘은 정말 부끄럽지(?) 않을 만큼 가정에 충실했다. 재원이 보고, 청소하고, 바닥도 닦고, 설거지도 하고, 재원이 응가 치우고, 재우고, 쓰레기도 비우고, 창문틀도 닦고 등등. 육아와 집안일을 평소에 해내는 우리의 어머니들이 다들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대충 청소가 다 마무리 되니까 4시 정도 되더라. 집안일은 끝이 없다. 5시부턴 내가 유일하게 보는 티비 프로그램, 케이팝스타. 원래 무한도전을 빼먹지 않고 보는 무도빠였지만, 물론 지금도 무도빠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시간 관계상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케이팝스타는 시간대가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챙겨보는데 참 재미있다. 심사의원들 멘트 중에서도 귀 기울릴 만한 것도 많고. 물론 무시해야 하는 말들도 많지만. 그렇게 잠깐 보고, 저녁 먹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잘 시간이 되었다. 아이와 함께 하는 하루는 이리도 빠르다. 


3월 16일
일주일 정도 일기를 썼더니 작은 성취감이 쌓인다. 나는 알고 있다. 성취감은 복리라는 것. 이 작은 성취감은 매일 매일 지속될 때, 그리고 오래할 때 극대화된다. 복리이자로 늘어나는 적금처럼. 일상의 성찰이라는 복리의 기쁨을 놓치지 말자. 오늘은 오전에 재원이를 계속 봤다. 프리랜서로서 참 좋은 점이자 안타까운 점은, 일정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스스로 자기규율이 엄격하지 않으면 어느새 집안일이나 다른 일정들로 인해 무너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를 보는 것은 너무 행복한 일이지만, 그것도 너무 지나치면 아이를 편안하게 볼 수가 없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아직은 괜찮다. 재원이를 보고 청소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의 친구가 놀러왔다. 아이를 낳은지 몇년 되어서인지 재원이를 안고 너무 행복해 하는 표정이었다. 3명이서 중국집에서 음식을 시켜서 먹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오늘 오후 업무는 SCM보고서 작성 및 용마중학교 일정 조율이 있다. 집중해서 하려고 하는데 중간 중간 계속 주의가 흐트러진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은 4시이다. 5시까지 초집중해서 보고서 마무리 짓기로 하자. 나는 행동한다. 마음의 평화를 얻기위해. 

3월 17일
어제 마음의 평화를 얻었는가? 얻지 못했다. SCM보고서를 마무리 짓기 못했기 때문에. 물론 중간중간 오는 전화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크다. 오늘부턴 몰입을 위한 훈련을 하나 하기로 한다. 그것은 바로 ‘30분 업무 5분 휴식’ 내가 만든 습관이다. 그 누구도 딴지 걸 필요 없다. 그냥 내가 하는거니깐! 지금 시간은 11시 13분. 오늘 업무를 시작한다. 두둥. 지금 시간은 15시 40분이다. 결과는? 앞서 2시간은 좋았다. 그리고 중간의 1시간 반은 실패. 마지막 1시간은 좋았다. 중간의 1시간 반은 왜 실패인가? 관심사가 급히 바뀌었거든. 물론 그것도 의미있는 일이긴 했다. 하지만 긴급도에선 훨씬 밀리는 일이었음에도 그냥 해버렸다. 남은 시간은 대략 4시간. 정말 몰두 있게 일하고자 한다. 1시간 단위로 하자. 1. 자료분석 2.정리 3.강의만들기 4.독서축제 이렇게 하면 후회는 없다. 시작하자. 지금은 5시 40분. 자료분석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정리하고 강의를 만들자. 고고

3월 18일
일정들이 조금씩 밀린다. 속상하다. 어제 저녁에 심톡 미팅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서 필사를 좀 하려고 했는데,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았다. 내가 딴짓을 해서 그런 것도 있고, 아가를 보느라 그런 것도 있다. 후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일이기에 후회도 없다. 중요한 것은 딴짓이다. 이건 내가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시간을 쓴 것이고, 기분이 썩 좋지 못하다. 오늘도 일찍 나오려고 했으나 재원이가 폭풍응가(나는 잠깐 똥의 바다를 보았다.)를 하는 바람에 지금에서야 일하러 앉았다. 지금 시간은 10시 20분. 오늘 일정은 12시에 티움 컨설팅 놀러가는 것. 그리고 16시에 광화문에서 손민희 대표님 미팅. 중간에 조금 시간이 있으면 일 해야 겠다. 일은 크게 담주 강의 준비, 독서축제, 내일 강의 준비가 있다. 어느새 학기 중에는 강의 준비하고 강의만 하다가 끝날 것 같다.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을 붙들어 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때 일수록 더 더. 중요한 것들은 모두 놓치지 않는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추격한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절대 따라가선 안 된다. 그 시간에 차라리 토끼를 더 쫓는다. 오케이? 지금 시간 17시 반, 오늘 어땠는가? 우선 티움은 정말 놀러갔다 온 느낌이다. 보드게임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나도 그 관심을 놓치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후에는 해야 할 일을 간략히 마쳤다. 아직 다음 주 월요일, 금요일 그리고 이번 주 토요일 강의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잘 만들어 놓으면 앞으로 잘 활용할 수 있으니 낼 수업하러 가는 길에 만들자. 그리고 잘 쓰자. 오늘 저녁에는 독서축제랑 성남 독서토론 수업 준비하기 그 정도 마무리하자. 

3월 19일
오늘 아침에 수업하러 가는 길. 참 좋은 시간이다. 허나 오늘은 잠이 너무 온다.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찾아내어 바꾼다. 오늘 수업할 내용을 정리하고, 독서축제를 마무리하자. 오전에 독서축제 초서는 다 끝냈다. 이제 가는 길에 생각들을 옮겨적으면 된다. 오늘 한 가지 미션이 떠올랐다. 다음 주 까지 ‘숨어있는 봄’을 발견해 오라는 것. 곳곳에 숨어있는 봄을 발견하기! 생명력을 느끼기! 나도 그러해보자. 가끔은 하늘을 보자 ㅋㅋ. ‘너는 특별하단다’ 이것을 하나의 디자인씽킹 과정으로 생각해보자. 무엇을 하면 좋을까? 자존감을 향상 시키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있을까? 막 떠오르진 않는다. 하지만 어쨌든 3주 동안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자. 오예. ㅋㅋ 자존감이란 하나의 테마를 독서토론하고, 프로젝트로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알리고 그것 성찰하고. 또 다른 주제를 선정하고. 그것을 되풀이한나면 재미있을 듯. 상처를 주는 우리 교실을 더 배려하는 교실로 만드는 방법! 특별한 우리 교실 만들기 프로젝트! 1주일 동안 우리 교육을 살펴보자. 최고 3명의 사람들에게 질문해 보자. 우리 교실의 문제는 무엇인지? 막 찾는다. 그리고 그 문제 중에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를 모둠별로 결정한다.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한다. 그리고 나서 우리 교실의 문제를 발표한다. 그리고 그것을 더 낫게 만들 방법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시도해본다. 뭐 그렇게? 캠페인도 진행하고, 규칙도 만들어보고. 뭐 그렇게. 

3월 20일
오늘은 21일 이다. 하루가 지났다. 어젠 노트북을 쓸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다. 요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재원이 밥먹을 시간이 7시쯤인 경우가 많다. 보통 3-4시쯤 밥을 먹는데, 그래도 이제 3-4시간은 잘 정도가 되었다. 위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보다. 허긴 볼록 튀어나온 배를 보면 충분히 그럴테지. 어제는 아침에 불광역 청년허브로 갔다. 미팅도 있고, 일할 거리들도 많고. 주로 했던 일은 와우프로젝트의 3월 독서축제를 마무리 하는 것. 독서축제는 간단하다. 책을 읽고, 초서를 하고, 그 초서에 대한 느낀 점을 쓰는 것. 간단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독서축제를 잘 하기 위해선 다른 시간을 잘 관리해야 한다. 아마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숙제일 것이다. 오후에는 시스템사고 수업을 들었다. 시스템사고는 워낙 관심이 많았던 분야인데, 역시 앞으로도 주의 깊게 공부하고 학습해 볼 만한 분야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요즘 사람들이 단기적 사고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든데, 이 시스템 사고는 언제나 생태계적, 장기적 사고를 점검해 보게 한다. 좋은 툴이다. 하나의 아이디어는, 교육이나 육아에 대한 좋은 글을 보고 그것을 시스템 사고 한 장으로 정리해서 공유하는 것. 그것이 떠올랐다.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좋을 컨텐츠일듯. 저녁에는 아내 이모님과 이모부, 장모님과 함께 이마트를 갔다. 재원이도 함께. 이젠 포대기를 하고 밖에 나올 정도가 되었다. 신기하게도 재원이는 밖에만 나오면 보채지 않고 곤히 잠을 잘 잔다. 이뻐 죽겠다.

3월 21일
오늘은 오전에 삼성 크레에이티브 수업 준비 겸 독서축제 마무리로 압구정에 빨리 나왔다. 할일을 빨리, 잘 마무리 하면서 집안 일도 잘 도와주고 싶은데 아직 둘 다 능숙하지 못해서 큰일이다. 주말에 일찍 나오는건 항상 미안하다. 아내에게도 재원이에게도. 그런 소중한 시간이기에 더 잘 써야겠지. 자, 이제 일하자! 21일 오후에 수업이 끝나곤 거의 기억이 없다. 수업은 잘 진행되었는데, 점차 슬으슬한 느낌이 강해지면서 결국 몸살에 걸렸음을 ‘확인’했다. 사실 토욜 아침에 일어났을 때 뭔가 이상했음을 느꼈는데, 오후에 들어서자 좀 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평소에 잘 아픈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꽤나 힘들었다. 특히 수업 이후에 회의할 땐 계속 엎드렸다가 일어났다가 앉았다가를 반복했고, 멘토쌤들이 집에 먼저 보내주셨다. 나도 제 정신이 아니었고. 게다가 혼자 아프고 말면 괜찮은데 집에는 면역력이 너무 약한 재원이가 있지 않은가? 그 걱정도 많이 들었다. 가자 마자 작은 방에 잘 준비를 마치고 좀 쉬다가 겨우 일어나서 밥먹고 약먹고 다시 누웠다. 

3월 22일

일어났는데 몸이 계속 좋지 않더라. 새벽부턴 잠을 꽤나 설쳤다. 머리에 열이 많이 나서 어지러웠고, 빙빙 돌았다. 진짜 힘든건 아내였다. 주말에 그나마 내가 재원이를 좀 돌볼 수 있었는데, 이건 뭐 두명의 수발을 들어야 하니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게다가 나는 방에서 나갈 수도 없고. 집안일은 쌓여 있고. 정말 힘들어했다. 나는 안타까웠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역시 건강이 최고다. 평소에 잘 하자. 아내에겐 너무너무 미안했지만 일요일 오전 오후를 마음대로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덕분에 가벼운 독서도 마쳤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이란 소설도 읽었고, 인문학 강의도 들었다. 오후에 또 낮잠을 자고 일어난 시간은 4시. 아내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고, 나도 몸이 좀 나아진 느낌이라 집안일을 도왔다. 저녁에는 장모님이 오셔서 재원이 목욕을 시켜주셨고, 나는 방에 들어가서 나머지 시간을 보냈다. 미안하면서 고마운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어서 낫기를. 



3월 9일

아침 일찍 신흥역을 갔다. 6개월 정도 걸린 임플란트의 마지막 과정이 남았기에. 젊은 나이에 임플란트라니. 아니 오히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다는 반증인가. 무사히 끝 마치고 스켈링도 받았다. 스켈링을 하고 나면 양치질 한번에 100번 정도 한 느낌이든다. 혀로 이빨을 만지면 하나하나가 만져지는 이 느낌이 좋다. 물론 금방 사라지더라. 이후에 광화문 드림엔터에서 민희쌤 미팅. 앞으로 교육을 할 때 어떻게 서로 협조할 지 미팅을 했다. 민희쌤은 요즘 한창 회사가 성장하고 있어서인지 성장통을 겪는 느낌. 안 쓰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우리 심마니스쿨은 언제 회사가 되는걸까 ㅋㅋ. 지금은 거의 동호회에 불과하지만 언젠간 훌륭한 커뮤니티로 성장하겠지! 이후 4시엔 최승표쌤을 만났다. 우리나라 유소년 스포츠계의 희망! ㅋㅋ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유소년 스포츠 문화를 좀 더 선진적인 문화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계신다. 정말 척박한 땅에서 씨앗을 하나하나 뿌리는 모습이 멋지시다. 종종 만나서 함께 비판도 하고, 또 공감도 하고, 아이디어도 모으고 그런다. 미팅을 마치고 잠깐 일을 하고 7시 종각에서 ‘심톡’ 관련 미팅. 올해 심톡은 마치 월간 윤종신처럼 1분의 게스트를 모시고 함께 과정을 만든다. 첫번째 게스트는 VTON 김지현쌤! 정선이랑 해리랑 지현쌤이랑 같이 뭐하고 놀까 얘기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언제나 그렇듯 심톡 관련 미팅은 즐겁다.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하지만 성과는 꽤 좋은 미팅. 아마도 그 이유에는 서로 지금까지 만들어 온 신뢰가 바탕이 되기 때문이리라. 미팅을 마치고 집에 오니 10시 반. 아내와 재원이가 나를 반긴다. 재원이 안아주고, 집안일 좀 도와주고 잠들었다. 

3월 10일
아침에 시흥시 진로도서관에서 ‘미래사회와 인재’라는 제목으로 강의가 있었다. 20여분 정도 진로 상담하시는 선생님들을 모시고 한 강의였는데 내가 꽤 좋아하는 대상이셨다. 그건 바로 ‘아이를 기른 경험이 있는 여성분들’ 쉽게 말해 아주머니들. 예전에도 한번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정말 잘 몰입해 주시고, 공감해 주신다. 강의하는 사람 입장에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보다 120% 더 말이 나오는 느낌? 2시간 정도 강의를 쉼없이 달렸는데, 모두 몰입해 주셨고 또 결과도 좋았다. 하는 사람, 듣는 사람, 기획한 사람이 모두 기분이 좋은 강의는 참 행복한 경험이다. 그 이후에 저녁 삼성크레이이티브멤버십 미팅 때문에 압구정으로 갔다. 압구정으로 가는 길엔 깜빡 졸다가 역을 지나치기도 하고~ 비몽사몽~ 요즘 밤에 잠이 부족하다. 압구정 스타벅스에 도착해서 1시간 정도는 내가 보고 싶었던 강의 하나를 보고, 이후에 2시간 정도 일을 했다. 7시반부턴 SCM 미팅을 했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이번 주 토요일부터 시작인데, 그것또한 기대된다. 집에 오니 11시. 아내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짦다. 내일은 좀 더 일찍와서 집에 있어야지.

3월 11일
오늘은 5시부터 일어나서 재원이를 봤다. 아내가 힘들게 재웠는데, 계속 칭얼대기에 내가 안고 있었다. 아내는 정신이 나가기 직전! 내가 살려야 한다. ㅎㅎ 재원이는 자주 낑낑거린다. 그런데 안아 주면 훨씬 더 잘 잔다. 그래서 좀 안고 있다가 침대에 같이 누웠다. 몇몇 전문가들은 아이가 위험할 수 있기에 어른 침대에 같이 눕히면 안 된다고들 하는데, 내가 좀 조심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팔배개를 했다. 아이는 곤히 잘 자더라. 그리고 나는 아이가 옆에 있어서인지 깊은 잠에 빠지기 보단 중간 중간 재원이 돌보면서 잤다. 그랬더니 한참을 자는 재원이. 역시 엄마 아빠의 품이 최고다. 매일 그럴 순 없어도 가끔 침대에서 같이 자야지. 8시 40분에 일어나서 일을 했다. 오늘은 기획서 쓸 일이 많았다. 집에서 일 하는 걸 선호하진 않는데 그래도 집중은 잘 한편이다. 중간 중간 심톡 공지도 하고, 아기도 보고. 4시에 고양 자유학교 미팅이 있어서 나갔다가 들어왔다. 약 11차시 정도 대안학교 아이들과 디자인씽킹 수업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기대된다. 긴 흐름으로 보면 ‘문화’를 디자인하자는 기획이라, 선생님들도 기대하고 있고. 집에 와선 집안일 좀 하고, 재원이 보고, 아내랑 대화하다 보니 11시. 그때부턴 일 좀 하다가 12시반에 재원이 밥 먹이고 1시 좀 넘어서 잠들었다. 나름 알찬하루. 

3월 12일
오늘은 정읍 수업가는 날. 5시 45분에 일어났다. 평소 일찍 일어나는 편이 아닌데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많은 걸 배운다. ‘아 이렇게 일찍부터 사람들은 돌아다니는 구나.’ 약간의 반성을 하게 된다. 금방 잊어버리지만. 지금도 버스 안에서 글을 쓰는 거지만, 매주 버스 안에서 총 6시간을 보내야 한다. 사람들은 힘들겠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난 오히려 정반대다. 버스 안에서의 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에 하나다. 나는 주로 이때 읽고 싶었던 책을 보거나, 다큐를 보거나, 수업 준비를 한다. 돌아다닐 수 없기에 제약이 생겨서 오히려 좋다. 집중할 수 있어서. 헌데 아이들 수업은 조금 걱정이다. 아직 저학년 아이들과 어울리는 게 낯설다. 고학년 아이들은 좀 편한데 ㅎㅎ 더 고민해보자. 뭐하고 놀지 말이다. 

수업에 끝났다. 3-4학년 꼬맹이들 수업은 혼돈이다. 3학년 아이들은 장난끼 많지만 참 착하다. 괜찮다. 하지만 우리 4학년 악동들이 골머리를 썪게 생겼다. 오늘은 성민이와 무교, 그리고 설희 간의 갈등의 실체가 드러난 날이다. 아이들은 울고 불고 철영이는 계속 깐죽대고. 일단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이야기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갔지만, 잠재적 폭탄이다. 5-6학년 수업은 수월했다. 언니 오빠들이라 그런것도 있고, 아이들 성향이 온순하다. 이쁜이들. 저녁에 와서 거의 바로 잤다. 

3월 13일
오늘은 일어나서 재원이를 한참 안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아내랑 같이 보고 있는 책이 ‘엄마냄새’라는 책인데, 육아를 시작하는 입장의 엄마, 아빠들에게 참 추천할만한 좋은 책이더라. 아이를 안고 책을 보는 아침이라. 충만한 느낌. 오늘 일정은 오전에 기획서 하나 보내고, 11시까지 종로 3가에서 미팅이 하나 있고, 14시부턴 서울 크리에이티브랩에서 ‘내일의 도시를 꿈꾸는 사람들’ 수업이 있다. 시스템 사고 수업인데 저번 시간이 재미있어서 기대기대 중. 수업은 역시 재미있었고, 이후엔 평소와 다를바 없는 금요일 저녁이었다. 

3월 14일
오늘은 삼성크리에이티브 멤버십 수업이 있는 날. 메인 진행을 맡은 터라, 평소보다 조금 더 준비했다. 오늘은 주로 질문에 대해 써보고 대화나누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대부분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오늘 따라 유난히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이 느껴졌다. 한참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아야 할 나이에 3-4시간씩 자면서 공부하는 걸 보니 참 안타까웠다. 아이들에게 너무 가까운 것만 볼 것이 아니라 멀리도 봐야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학교, 부모, 친구들에게 거의 포위된 아이들에게 그 말이 얼마나 효력이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첫 시간이 끝나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아서인지) 많이 힐링되었다는, 그리고 스스로를 좀 더 알게 되었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수업을 마치고는 급하게 ‘꽃다발’ 멤버들 모임으로 건너갔다. 이번에 정민형과 아미누님이 결혼식을 하게 되는데, 축하하는 의미로 모인 것이다. 잠깐 가서 대화나누고 빨리 나와야 했지만, 5년 정도에 걸쳐서 모임을 하고 있다는 것도 참 놀라웠고, 좋았고, 고마웠다. 나중에 다들 결혼하고 아이를 가진 상태에서 만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날이었다. 

3월 15일
오늘은 재원이 50일 사진 찍으러 가는 날! 유난히 아내가 많이 기뻐했다. 요 몇달 동안 거의 밖을 나가지 못해서인지 오랜만의 외출이 정말 반가워보였다. 그럴 수 밖에. 얼마나 답답했을까. 다행히 날씨도 좋아서, 금상첨화랄까. 강남역 근처 아이민 스튜디오에서 촬영이 있었는데, 아직 차가 없어서 지하철로 이동했다. 확실히 아기랑 같이 이동하면 사람들이 많이 쳐다본다. 특히 할머니들이나 아주머니들은 와서 이렇게 계속 보고 계신다. 지하철에서 한 아주머니도 2달 뒤에 자기 딸이 출산한다고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왠지 기분이 좋다. 스튜디오가 갔는데 진짜 웃겼다. 아가가 살이 쪄서 웃긴 것도 있고, 촬영 내내 움직이고, 꾸벅꾸벅 하고, 찡그리고 ㅎㅎ 작가님들이 힘들었을듯. 그래도 한번 환하게 웃었다. 그럼 된 것이지 모. 아이고 이쁜 것. 촬영 마치고 장모님댁에 가서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집에 왔다. 친할머니랑 외할머니가 재원이를 너무너무 이뻐하셔서, 그 사랑이 나에게도 전해진다. 가족의 힘은 정말 세다. 저녁에는 밥먹고 나서 아내랑 ‘퍼펙트 베이비’ 2편을 봤다. 결론은, 부모가 감정조절 능력이 강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 아가가 실수를 하거나 놀랄 때 1. 자신의 감정을 먼저 추스리고 2. 아이의 감정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위로받고 자신감을 가진 아이들은 1. 새로운 것에 더 호기심을 보이고 2. 참을성이 생기고 3. 사람을 배려하게 된다. 아내랑 같이 보면서 ‘훈련’한다고 생각하자고 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미성숙한 부모가 함께 성숙해지는 과정인것 같다. 


2015.02.13


이게 나라인가 도둑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열받네. 2년 전, 결혼 하려고 집 알아보니 옵션은 월세 전세 매매가 있더라. 월세에 사는 건 잎으로 돈을 못 모으니 패스. 전세를 알아보는데 물량이 없더라. 그러던 차에 은행을 알아보니 신혼부부가 집을 사면 엄청 저금리에 대출해 준다고 했다. 전세랑 매매차이가 얼마 나지도 않고, 2년마다 이사할 자신도 없어서 대출 좀 더 받고 집을 구입했다. 


그런데 이젠 집을 가지고 있다고 국가에서 받는 대부분의 혜택이 사라졌다. 게다가 건강보험은 회사 안 다니니 지역가입자라고 매월 십몇만원 나온다. (한 6배 정도 오른듯) 수입은 간단간당한데. 수입이 조금 발생하니 국민연금 내라고 연락오고. 전기세 가스비, 대출은 꾸준히 나가주시고. 아이는 생겨서 기쁜데 갑자기 나랏일을 생각하니 열이 받는다. 그래놓고 보니 은행 콜금리는 1퍼센트에 진입하고, 가계대출은 엄청나게 많아질텐데 아이는 하나 아닌 둘 낳아서 행복하라니. 이게 나라인가 도둑인가. 조선왕조실톡 '대동법' 에피소드 보다가 내 처지를 생각하니 급 열받네. 속상해서 올려봅니다.

조산왕조실톡 <눈물의 세금고지서> 편 바로가기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642598&no=16


어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오랜만에 봤다. 흥미로운 주제라, 안 볼 수가 없었다.
내용인 즉슨, 2015년 연초 최대 화두인 '갑질 논란'에 대한 내용이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관적으로’ 세 가지가 인상에 남는다.



1. 
방송을 보던 중 백화점 VIP 모녀가 하는 표현 중에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가장 이상하게 들리는 말은 이것이었다. “돈을 기쁜 마음으로 쓰러와서” 라든지. “당일 600-700만원을 쓰고 왔는데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나 싶었다.” 라는 말. 

돈을 쓰는 것과 주차요원과의 사건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그런 논리가 아닐까, 나는 (기쁜 마음으로) 돈을 많이 썼다. 그러니 그만큼 대접받아야 한다. 그런데 주차요원은 그렇게 날 대접하지 않았다. 그러니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내가 무릎을 꿇였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논리적 헛점을 찾아본자. 다시 말해, 돈을 많이 쓰면 더 잘 대접해야 하고, 돈을 안 쓰는 고객은 대충 대접해도 된다는 뜻인가? 다시 말해, 본인이 만약 그날 백화점 와서 3000원 어치 반찬꺼리를 사고 집에 돌아가는 상황이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인가? 난 도대체 돈의 액수가 왜 자꾸 언급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만약, 돈의 액수가 아니라 한 사람의 고객으로서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하면 조금은 더 이해가 되지 않을까. 뭐 오해는 할 수 있으니. (물론 그 이후의 무례한 행동을 이해하긴 어렵지만)

이렇게 계속 돈을 쓰러 왔음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우리 나라에서 얼마나 ‘시장 만능주의’가 만연해 있는지 알 것 같다. ‘돈’이 우리의 삶의 가치를 모두 재배열 해버리는 느낌. 굉장히 슬프다.


2. 
방송을 보면 조현아 부사장에 대한 언급도 많이 나온다. 대한항공에 몸을 담았던 사람들은 이젠 별 상관이 없어진 회사를 향해 작심하듯 소신껏 대답한다. 헌데, 왜 그 누구도 회사 안에서는 그런 말을 하지 못했을까. 게다가 직접 서비스를 했던 그 승무원은 그러한 모멸감에도 불구하고 벌써 회유에 넘어가서 회사 편이 되었을까. (조사 받으러 가면서 웃을 때는 좀 무서웠다)

그 사람들이 잘못했다가 아니라, 이 사회의 무엇이 그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들었을까? 가장 큰 원인은 우리가 스스로 생존이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어서는 아닐까. 옛말에 ‘의식이 족해야 예를 갖춘다’라는 말이 있다. 일단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는 누구나 약해질 수 밖에 없고, 그 상황에서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사치처럼 보이기도 하겠지. 이해한다. 그 누가 회유당한 그들에게 쉽게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묻는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똑같은 상황에서 회유 당하지 않고 박창진 사무장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상황에서 말이다. 어제 방송을 보면서 가장 많이 시뮬레이션 해 본 것도 그것이다. 결론은 이상하게도, 내가 여태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 ㅋㅋㅋ 나는 그런거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결론. 아내에게도 미리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저 상황에서 그냥 나와버리겠다고. 뭐 그게 내 팔자다. 

3.
마지막, 짧게 쓰자. 내가 들은 가장 이상한 표현은 이것이다. 내 돈, 내 비행기, 내 회사, 내 것…!!
여기서 내가 가장 떠오른 책은 에리히 프롬의 <소유와 존재>다. 오랜만에 꺼내서 잠깐 옮겨본다.

p.59
"차이의 요점은 권위를 소유하고 있느냐, 아니면 권위로 존재하느냐이다. (…) 합리적 권위는 그 권위를 의존하는 인간의 성장을 촉진시키며, 권능을 바탕을 한다. 비합리적 권위는 권력을 바탕으로 유지되며, 권력에 굴하는 사람들을 착취한다."

P.110
"소유적 실존양식은 사유재산에서 파생되어 나온다.(…) ‘나는 무엇을 가지고 있다’는 진술은 객체를 소유하고 있음을 빌려서 나의 자아를 정의하고 있다. 나 자신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그것이 나를 존재하게 하는 주체이다. 나의 소유물이 나와 나의 실체의 근거가 된다. (…) 내게 그것을 소유할 가능성이 주어졌기 때문에 지금 나는 그것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관계도 있을 수 있어서, 그것이 나를 소유하기도 한다."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말이 나온다. 내 회사, 내 비행기는 지금 내가 갖고 있다. 내가 아니라 나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나라고 착각하는 순간, 그것이 사라졌을 때 무엇이 찾아올까..? 나의 소멸이 찾아온다. 쉽게 견딜 수 있을까? 스피노자가 말하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p.134
“무엇보다도 돈, 재산, 명성에의 욕구에 따라서 움직이는 사람을 정상적이며 적응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오늘날의 지배적 통념과는 반대로, 스피노자는 그런 사람들을 지극히 수동적인 인간으로, 근본적으로 병든 인간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스피노자 자신이 몸소 구현했고, 그가 의미했던 바의 능동적 인간유형은 지나간 역사 동안 이미 예외적인 인간이 되어버렸다."

결국,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하는 것은 인간의 ‘능동성’과 ‘자유’를 찾은 것이 아닐까. 인간성을 되돌리고, 가치를 회복하는 것. 내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이 말을 기억하자. 소유에 의해서 규정되지 않고 존재에 의해서 규정된 인간은 참 자아에 이르게 되며 순잔히 바쁘다거나 일에 메달린다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내면의 능동성을 전개한다. 이런 인간에게는 소유는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에게 사랑은 모든 것이다. 기억하자. 





새해 첫날, 오전 느즈막히 일어났다. 어릴 적에는 새해 첫날이면 뭔가 특별한 일이 벌어지는 줄 알았는데, 살면서 꼭 그런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와 다름 없는 아침일 뿐. 다만 이런 경계가 되는 날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기에 좋다. 경계가 없다면 매듭을 짓기도 어렵기에 말이다. 특히나 일년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그래서 1월 1일은 소중하다. 아빠가 되는 첫해이기도 하고. 

일어나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아내와 산책을 나갔다. 이제 막달을 앞두고 있는 아내는 많이 움직여 줘야한다. 결혼 하고 나서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는 대충 차려입고, 아내와 손 잡고, 한강과 시장을 쏘아 다니는 것이다. 둘 다 격한 운동은 싫어하지만 걷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산책을 나가는데 겨울 냄새가 완연하다. 날씨가 좀 나아지려나 했더니 다시 추워진다. 찬 바람이 쌩쌩 불어닥치고, 귓가가 매섭다. 나는 워낙 수다스러워서 산책하는 내내 떠든다. 한 시간 정도 다녀왔다. 산책 후에는 뭐 할까 하다가 그 동안 못 봤던 힐링캠프를 보기로 했다. 보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거든. 그래서 보게 된 것이 양현석편부터 김봉진, 김영하 소설가 까지다. 쭉 이어서 봤다. 벌써 하루가 지나니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그래도 각 편마다 인상깊은 말이 하나 이상은 남아 있다. 가만 두면 잊혀지니 옮겨본다. 

우선 양현석 편. 양현석이 이야기 했던 것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2가지다. 첫 번째는 양현석은 책을 한권도 읽지 않았다는 점. 스스로가 난독증이라고 한다. 유명한 난독증자 중에 톰 크루즈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다른 분야에서 엄청난 탁월함이 있다고 들었다. 아마 양현석은 춤과 노래에 대한 센스가 아닐까. 두 번째로는 양현석이 생각하는 전생은 부모, 현생은 나, 후생은 자식이라는 점. 꽤 공감되었다. 부모의 삶은 나에게 나타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내가 쌓은 업으로 내 삶 후반부와 내 자녀의 삶은 책임져야 한다. 부모의 덕을 평생 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 부모의 덕으로 좋은 환경을 갖게 되었다면, 나는 더 큰 덕을 쌓고, 내 후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관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내가 평소 생각하는 바와 같아서 그렇겠지. 

이어서 김봉진 편. 김봉진 대표는 배달의 민족이란 어플을 개발해서 성공한 사업가로 나왔다. 사실 나는 재작년에 그 회사에 직접 찾아가서 만났었다. 회사에서 강의가 있다고 해서 듣고자 찾아갔는데, 강의도 좋았고, 정말 특이한 회사란 생각이 들어서 유심히 보고 있었다. 힐링 캠프에서 기억에 남는 건 한 가지다. 그게 무엇이든 정의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의자를 디자인해보자>라는 미션이 있다면 그거에 꽃히지 말고, 먼저 의자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의자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나온다. 예를 들면 ‘앉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하자. 이어서 묻는다. 그럼 산에 있는 큰 돌을 가지고 오면 그건 의자인가? 맞다. 돌도 앉을 수 있다면 충분히 훌륭한 의자다. 다시 돌아가서, <의자를 디자인해보자>라고 했을 때 그렇다면 우린 돌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왜냐면 이미 머릿 속에 정형화된 의자를 그리고 있기에. 이 점이 핵심이다. 좋은 디자이너와 디자인은 정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좋은 말이었다. 

마지막으로 김영하 편. 김영하 소설가는 테드에서도 멋진 강연을 했는데 여기까지 나왔구나. 느끼는 점 하나, 책을 많이 읽고 쓰는 사람의 어희는 일반인과 조금 다르다. 꽤 정돈되어 있단 느낌을 받았다. 나의 지향점이기도 하지. 그는 말한다. 본인이 지나왔던 시대는 낙관의 시대였다고. 하지만 우린 기대감소의 시대, 저성장의 시대를 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린 보란 듯 성공할 수 없다. 특히 완벽한 성공이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젠 남과의 비교가 아닌 내 것을 만들어야 하며, 스스로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감정 근육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오감을 활용해서 글쓰기>를 해본다거나, 내 몸의 감각을 총동원해보라는 것. 그런 훈련을 통해 우린 내면을 지킬 수 있다. 어려운 일이 와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되는 것이다. 더 단단해지고, 더 많이 느끼는 삶. 내면이 건강한 삶을 말한 것이다. 정말 공감이 되었다.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 안에서 각자의 해답을 찾는 것. 한 가지 더 추구한다면, 물론 내면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회를 바라보고,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양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내면의 근육만 기르다 보면 그저 스스로 자족하는 삶에 만족할 수도 있기에.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질 수도 있기에. 

주절 주절 한참을 썼네. 제 기억에 혼동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은 미리 말씀 드립니다. 그렇게 1월 1일 오후를 보내고 아내와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청소를 했다. 청소는 매번 느끼지만 끝도 없다. 그리고 하루에 정말 많은 시간을 써야 하지만 그게 비해서 결과는 그저 ‘깨끗함’이라는 것.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아내는 청소에 예민한지라 같이 열심해 해야 한다. 아니면 평온한 가정을 지킬 수 없다. 그리고 나서 저녁에는 영화를 보러 나갔다. 신촌 cgv로. 내가 좋아하는 중간계 6부작의 마지막, 호빗 <다섯 군대 전투>를 보러. 




난 반지의 제왕을 참 좋아했다. 엘프와 드워프가 나오고 전사들과 마법사가 나오는 세상. 남자들은 모두 판타지를 좋아하겠지만,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호빗은 작년에 소설로 한번 다 본적이 있는데,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영화도 약간 각색을 해서인지, 소설 내용과 달라진 것 같더라. 쨌든, 영화가 시작되고 나는 또 오랜만에 초몰입해서 봤다. 명 장면 3개만 고르라면. 우선 초반에 스마우그가 마을을 휩쓸고 간 장면은 정말 명장면이다. 내가 상상했던 드래곤 브레스를 가장 잘 표현한 것 같다. 불 타는 마을에 용이 휘젓고 다니는 그 장면. 캬. 두번째 장면은 역시 대규모 전쟁씬. 반지의 제왕의 3편에서도 나온 장면이지만 더욱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지겹도록 싸우지만 생각보다 지루함은 덜했다. 다양한 레퍼토리 덕분일 듯. 마지막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어쩌면 사람들에겐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썰을 풀어 본다. 스포가 있으므로 영화를 안 본 사람은 아래 단락은 보지 마시길.

모든 여정을 마치고 빌보 베긴스는 간달프와 함께 샤이어로 돌아온다. 마을 입구에서 간달프는 말한다. ‘너 반지 갖고 있는거 다 안다’ 뭐 이렇게. 거기서 베긴스는 약간 멋적어 하면서 잃어버렸다고 또 거짓말 한다. 그러면서 ‘반지는 걱정마, 내가 알아서 잘 할께’라고 한다. 훈훈하게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그 장면에서 간달프는 마지막에 촌철살인 같은 말을 한다. (물론 나에게 그렇게 들렸다는 뜻임) ‘너도 결국 이 전체 중에서 작은 하나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을 잊지마’ 왜 그렇게 말 했을까? 그냥 알겠어. 라고 해도 되는데. 왤까? 아마 간달프는 끝까지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는 것을 말한게 아닐까? 인간의 본성은 그렇기에. 내가 보는 인간은 희안하게도 모든 사건에서 자기 자신만 예외로 두는 경향이 있다. 로또를 살 때도, 나는 될 꺼야. (나는 특별해) 아이를 낳아도, 내 아이는 달라 (나는 특별하니까) 반지를 가져가도, 나는 별일 없을꺼야 (나는 특별하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자 간달프의 생각은 달랐다. 너도 결국 욕망을 가졌음을 잊지 말라는 것. 우린 모두 특별하지만 또한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외는 없다. 모두 강인하지만, 나약한 인간이다. 

이후 빌보 베긴스도 다른 이들과 마친가지로 그 애착(소유욕과 의심)을 완전히 벗어버리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잘 버티게 되고 이후 프로도에게 물려주게 된다. 그리고 반지 전쟁이 시작되지. 정말 그렇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임을 잊어선 안 된다. 나 역시 새해를 다짐하면서, 이를 잃어버리지 않고자 한다. 스스로 나약하다고 믿을 때 우린 서로에게 기댈 수 있다. 나의 의지는 언제나 나약했다. 하지만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줘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올해도 함께 하고 싶다. 그래야 나의 소유욕과 의심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음에. 이제 다시 시작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작지만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행동이 어둠을 물리친다." / 간달프

2014.11.25


1.

요즘 꿈을 많이 꾼다. 그래서인지 일어날 때마다 힘들다. 마치 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랄까. 원래의 나는 꿈을 많이 꾸지 않는다. 불면증도 거의 없다. 눈을 딱 감으면 바로 잠들고, 눈을 뜨면 깨는 정도의 깔끔함.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거의 매일 꿈을 꾸고 있다. 신기하게도. 어느 날은 일어나서 한참이나 가만히 앉아 꿈을 반추해 보기도 한다. 그러면 꿈이 휘발되어 날라가기 전에 조금이나마 머금게 된다. 그럴 때는 자그마한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2.

꿈을 꾸는 건 왜일까? 딱히 이유가 있을까? 칼융이나 프로이드에게 물어본다면 뭐라 뭐라 할 수도 있겠지. 나의 잠재의식 속의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편의대로 답을 찾아본다면, 이제는 그만 꿈을 깨라는 뜻이 아닐까. 난 그렇게 해석하고 싶다. 사실 최근에 나는 현실에서의 활력을 조금 잃어버렸다. 고민 만큼 행동은 따르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일이 중요한 시간들을 차지하고, 어디로 가야하나 긴 방향성은 있지만 무엇을 해야할까 짧은 액션플랜은 없다. 분명히 꿈을 위해 달려가고는 있지만, 그 꿈을 현실화시킬 방법은 잘 생각해보지 않는 것이 나다. 꿈을 깨고 발을 땅에 붙여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 


3.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존재가 아닌 말만 빛나는 사람. 기회를 따라서 행동하는 사람. 겉으로는 꿈을 얘기하면서 실상은 삶을 살아가는데 허덕이는 사람. 소외된 삶을 사는 사람. 그런데 돌아보면 내가 이런 삶을 살고있진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습에 빠져서 깨어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 나이가 들고, 아빠가 되어가고, 책임감이 커지면서 자연스래 생기는 고민일거라 위로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더 온전히 이 시기를 넘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보다 더 온전하게 말이다. 


4. 

내가 올해 초, 재미있게 봤던 <불완전함의 영성>이란 책에 이러한 글이 나온다. 인간은 부족하지만 완성을 추구하며, 불확실함 속에서 확실함을 구하며, 미완의 존재로 완전을 꿈꾸고, 깨어졌지만 온전하기를 원한다. 그럼 바람들은 물론 충족되지 못한다. 인간에게 완벽과 확실함, 완전, 온전함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이라면 피하지 못할 역설이다. 역설은 인간 존재, 곧 인간됨의 본성이다. 그러므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는 것이 삶의 첫걸음이다. 


5.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대면하는 것이 삶의 첫 걸음이다. 많이 듣는 말이고, 나 역시 많이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을 체득시키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인듯 하다. 인정하려 해도, 잘 수용되지 않는 지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과 친밀해지는 것. 나와 다시 만나는 것. 내 안의 욕구를 다시금 들어보는 것. 내 안의 수용되지 못한 이야기들을 다시 들어보는 것. 작은 것 하나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이 글이 그 시작이 될 수도 있으니까. 


2014년 10월 24일 오후 5시 13분

제목 : 바쁘다 혹은 느리다 


나는 서른 둘. 조금 지나면 한 아이의 아빠가 된다. 그래서인가, 일상이 바쁘다. 작년만 해도 꽤 여유가 있는 삶이었다. 아침에 일어나고, 오전에 카페도 가고, 여유있게 책도 읽는 하루가 꽤 있었다. 그리고 물론 돈도 얼마 벌지 못했지. 힘들었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니 말이다. 이 비유가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변했다. 사주를 맹신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하는 편은 아니어서, 가끔 1월에 한 해 운을 보러 가기도 하는데. 올해 초에 갔을 때 선생님이 말했던 건 단순했다. 

'앞으로 이동이 많아질 것이여' 응? 역마살이 낀다는 뜻인가?  


난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다. 그런데 2014년이 2달도 안 남은 지금은 조금 이해된다. 정말 이동이 많았던 한 해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벌었냐? 그건 아니다. 물론 작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수업을 바삐 다녔다. 오산으로, 일산으로, 성남으로, 시흥으로, 남양주로.. 나는 서울에 사는데 서울만 빼고는 다 다닌 것 같다. 나에게 역마살이 낀 것인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바쁘게 다녔다. 


그렇게 바삐 보내던 최근 어느 날 지나가던 생각이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상대적이라고 한다. (나야 물리학자가 아니니 정확히 이해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당신의 삶에서 시간이 상대적이라 느낀다면? 예를 들어 어느 날은 구름처럼 천천히 움직이고, 어느 날은 번개 처럼 빨리 지나가고, 어느 날은 바위처럼 시간이 멈춰진 것 같다면? 이 모든 스팩트럼을 삶에서 경험하고 있다면?


나는 생각한다. 그러한 '상대적 시간'을 많이 경험할 수록 삶을 잘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다양한 뷰와 속도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더욱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지금까지 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그런 이야기. 하지만 만약 시간이 절대적이라고 느껴진다면 어떨까? 어제도, 오늘도, 아니 내일도 흐르는 시간이 같다면? 


나는 그러한 시간의 절대성에 우리의 삶이 놓여지는 순간, 우리의 생각 또한 고정되진 않을까 생각한다. 어제도 24시간, 오늘도 24시간. 내일도 24시간. 똑딱똑딱. 시간과 공간의 정체 속에서 생각도, 변화도 멈춰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 물론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세상에 치이고 사람에게 소외될 때 이러한 삶을 살도 있단 생각도 든다. 나도 20대 중반에 그런 시절이 있었고.  


어쩌면 삶을 산다는 것은. 아니 음미한다는 것은 그런 것 아닐까. 시간의 상대성에 삶이 놓여지는 것이라고. 다른 사람의 삶이 나에게 맞닿는 것이라고. 우리의 삶은 역동적으로 지탱되고 흔들리는 것이라고.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두렵지만,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믿기에 신나는 일이라고. 빨간 머리 앤은 어쩌면 엄청난 말을 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남은 시간 동안 나에게 어떤 시간이 필요할까? 멈춰진 것 같은 시간. 구름처럼 서서히 움직이는 시간. 삶을 충분히 음미하는 시간이라고 느낀다. 더 온전한 2014년을 위해 필요한 시간은 바로 그런 시간이다. 그래. 글을 쓰자. 내일 또 까먹을 수는 있겠지만, 놓치는 말자. 이렇게 막 쓰면 되지 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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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5일 오후 10시 55분

제목 : 치통과 함께 한 3일


약 3주 전에 썼던 글이다. 그때 급하게 쓰고나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혼자 갖고 있음 뭐하나 해서 다시 올린다. 3주 전 시점에서 다시 시작이다.  


며칠 전부터 심한 치통이 왔다. 처음엔 시큰시큰한 느낌이 걍 견딜만해서, 치과 가야지 하면서 버티고 있었다. 그러다가 운명의 목요일 밤, 내가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짜릿한 고통이 찾아왔다. 


이건 마치 생니를 마취없이 뽑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1시간에 걸쳐서 천천히 돌려가며 뽑는 그런 느낌. 당신은 상상할 수 있겠는가? 고통이 척추를 타고 뇌까지 전해지고.. 결국 다음날 6시간 강의가 있었음에도 잠을 1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사람이 고통으로 미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개소리.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 치통이 오면. 


토요일 강의를 하면서 연신 아이들에게 '나의 어금니'를 위해 다 함께 1초만 기도해 달라고 졸랐다. ㅋㅋㅋ 아이들은 순순히 기도해주었다. 그리고 토욜 오후에 강의를 마치고 나왔을 때는 이미 모든 치과가 문을 닫았고, 나는 다시 한번 고통의 하루를 보냈다. 기존에 내가 가진 신념, 고집은 다 필요없는 말이었다. 태어나서 진통제를 한번도 먹지 않았던 내가 약국가서 한 첫 번째 말은 이거다. "선생님, 이 약국에서 가장 강력한 진통제 2통 주세요. 제가 지금 죽을 것 같아요." 


붓다는 말했다. "하나의 관점에 집착하여 다른 것들을 열등하다고 멸시하는 것, 현명한 사람은 이거을 족쇄라고 부른다." 나는 하나의 족쇄에서 풀려났다. 지금까지 진통제 먹는 사람들을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던 미천한 저를 용서해 주시길.


일요일 아침에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119에 전화했다. 주말에 문 여는 치과를 찾았고, 달려갔다. 그쯤 되니 돈이 중요한게 아니더라.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면 누구든 얼마든 상관없었다. 그것이 설사 악마라도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딴게 별거임? 그렇게 신경치료를 받고 나왔다. 


이후 3일이 지났다. 고통은 거의 사라졌고 감사함도 거의 사라졌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마치 군대 다녀왔을 때와 비슷한 그런 간사함을 느낀다. 그땐 나가기만 하면 정말 멋지게 살거라 다짐 또 다짐했는데 막상 그렇게 되던가? 아니었다. 나 역시 치통이 사라지면 정말 감사하면서 살리라 다짐했건만. 별로 그렇게 되진 않더라. 그냥 인생은 마치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흘러갈 뿐이었다. 


육체는 정신을 지배한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가끔 육체에 고통을 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깨어날 수 있게 말이다. 치통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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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미정 2014.10.07 21:41

    오른쪽에 선생님 프로필 사진이 웃고 있고...
    개소리라는 단어를 읽을 때!!!


    대략.......난감함?!!!

  2. ㅋㅋㅋㅋㅋ 절박한 제 감정을 담은 단어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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