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그것은 진짜 다룰 만한 문제인가? 

월요일. 나는 일반 직장인이 아니기에 월요병은 없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일하고, 미팅을 갔다. 이번 주가 좋은 건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에겐 아주 꿀맛 같은 한주가 될 것 같다. 오후엔 용마중 수업이 있었다. 포인나인의 손민희 쌤이 특강을 진행해 주셨는데, 아이들도 잘 해 주었다. 다만 한 가지 고민은 계속 되었다. 아이들이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진짜 어려운 것은 문제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주변의 불편함이나 고민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공감하는 것, 그런 것들을 전하기란 참 어렵다. 디자인씽킹에서 핵심은 이것이 다룰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인지, 그것이 진짜 문제인지, 그리고 내가 정말 다루고 싶은지? 그 대답을 해야 하는데 그 답이 어렵다. 내 삶에 적용해봐도 그렇고. 나 역시 관심이 한정적인 편이라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가 아니면 완전히 무심하니 말이다. 그 고민은 쭉 계속 될 것 같다. 


6월 9일
디자인씽킹 교사연수 진행하다

오전에 검단초에서 수업을 하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메르스 때문에 휴교를 하느냐 마느냐. 아주 여기저기서 난리다. 결국 검단초는 일단 휴교하지 않는 걸로 결정이 났다고 한다. 나도 사람들이 모여야 뭔가 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있기에 타격이 있다. 다음 주 시흥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강의는 연기되었다. 암튼 그랬다. 수업이 끝나고 디자인씽킹을 활용한 수업과 관련해서 교사연수가 있었다. 창덕여중 근처 스타벅스에서 머물면서 일도 하고, 수업 준비도 했다. 저녁에 있었던 교사연수는 좋은 경험이었다. 중요한 것은 디자인씽킹이 아니라 디자인씽킹을 내 수업에서 어떻게 적용하느냐인데, 나름대로 내가 적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선생님들도 많이 공감하시는 느낌이 드셨고, 특히 몇몇 선생님들은 이제 감을 잡으셨다고 하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족한 시간덕에 마무리가 다소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만족하면서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6월 10일
니체와 함께 한 하루

오늘은 청년허브에 놀러왔다. 그리고 그저 내 관심과 흐름에 따라서 주욱 공부하고 있다. 오전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간단히 보면서 생각해보고, 집에서 가져 온 <30분에 읽는 니체>를 보면서 생각을 나름 정리하고 있었다. 강신주 박사가 니체와 관련해서 했던 강의도 찾아보면서 오늘은 니체를 만나고 있다. 일은 잠시 뒤로 미뤘다. 무언가 일과 상관없이 순수하게 공부하던 기억이 최근에 드물었는데, 오늘은 그래서 의미있는 날이다. 즐겁다. 니체 옆에 앉아 있던 쇼펜하우어도 잠깐 만날 수 있어서 더 즐거웠다. (…) 하루를 마무리 했다. 오늘을 점수로 매긴다면 6점이다. 10점이 아닌 이유. 게임, 게임, 게임. 아까 글을 쓸 때만 해도 8-9점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 이후에 게임방송을 본다거나 하면서 완전히 놀아버렸다. 그나마 0점이 아닌 이유. 니체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팩스를 보냈다. 나름 회의도 하고 글도 썼다. 마무리 짓지 못해서 그렇지. 하지만 이건 불만스럽다. 


6월 11일
어린 시절과 이른 아침은 내 삶에 결정적이다

어제 뭔가 불만스런 것들이 있었다.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책을 보고, 생각하고, 또 책을 보고 연결짓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그랬더니 다시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나는 순간 순간 구성된다. 나라는 자아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특히나 지금처럼 수 많은 정보가 교차하는 시대에는 더욱. 나는 일어나면서 새롭게 태어난다. 그래서 처음 접하는 정보가 중요하다. 마치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인생을 결정하는 것처럼. 일어나자 마자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금물이다. 그건 마치 어린 아이에게 TV를 틀어주는 것과 같다. 어린 시절일수록, 이른 아침일수록 정보에 민감하기에, 편향성도 강하다. 아침에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았다. 그리곤 책을 쥐었다. 저자의 다양한 생각들이 내 머릿 속을 지나간다. 그리고 이런 저런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걸 놓치지 않고 기록한다. 그리고 글을 쓰고, 또 쓴다. 무언가 풀리지 않던 것들이 해소된다. 그래, 이게 나의 삶이다.  


6월 12일
읽고 쓰고, 나누는 것, 그것을 반복하는 것. 그것이 나다. 

오늘 11시에 와서 니체에 대한 글을 마무리했다. 마무리 한 시간이 결국 4시 20분. 하루를 꼬박 썼다. 사실상 수요일에 한 작업과 다 합치면 10시간은 쓴 글이 아닐까. 왠지 그저 하나의 시험을 친 느낌이다. 기분이 시원하면서도, 찝찝한 그런 느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성취감은 꽤 있는 편이다. ‘포트폴리오 인생’을 읽다가 찰스 핸디가 받은 첫번째 에세이 주제가 떠오른다. 그는 옥스포드대학 고전문학을 전공했다. 그가 처음으로 받은 에세이 주제는 바로 ‘진리란 무엇인가?’이다. 그걸 3000자로 정리해서 갖고 오라고 했다는데, 얼마나 많은 공부와 생각을 필요로 했을까? 대학을 부러워하는 편은 아니지만, 옥스퍼드 대학은 나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만약 내가 그 어린 시절에 그런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상상해보면 그저 지나가버린 시간 같아서 아쉬울 때가 많다.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는 법이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쌓아야 한다. 분명 나에겐 이런 경험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니, 지금부터라도 내 시간을 할애해서 이렇게 쓰자. 마치, 대학교 에세이를 쓰는 것 처럼. 읽고 쓰고, 나누는 것. 그것 말고 어떤 다른 일이 중요한가? 이제 와서 내가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없지 않은가? 

6월 13일
건강이 무너진 날

처음으로 탈이 났던 날. 일어나자 마자, 느낌이 싸했다. 사실 어제부터 앉아서 글을 쓸 때 허리 쪽에서 종종 전기가 짜르르 흐르는 느낌이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한번은 우연일 수 있지만, 두번은 패턴이고 습관이다. 이건 분명 우연이 아닌 것이다. 다시 돌아봤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 절대적으로 ‘앉아 있는 시간’ 때문일 것이다. 나는 거의 앉아있다.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경우도 많다. 육체적인 활동으론 걷기 말고는 없는 편인데, 의사 말로는 허리엔 걷기가 전혀 도움이 안 된단다. 지금 내 허리는 일자허리라고 한다. 심해지면 디스크가 되는. 너무 부끄러웠고 무력했다. 허리가 아프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아내도 유일하게 주말에 나에게 의지하는 편인데, 나도 아프고 재원이도 장염 때문에 속이 아픈 상태라 너무 힘들어했다.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는 내 신세도 처량했고. 나는 참 멍청하다. 가장 중요한 걸 나는 왜 이리도 쉽게 무시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주말이다. 

6월 14일
프로듀사를 보면서

허리가 쉬이 낫지 않았다. 어제에 이어서 계속 기어다니고 있다. 그나마 걷는 것 보다, 기어다니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고양이 자세도 많이 하라고 했다. 그나마 하나 활동이 있다면, TV다. 요즘 아내와 유일하게 보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프로듀사’가 그것이다. 드라마라는 것, 스토리라는 것이 대단한게, 유연히 1회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는 꾸준히 보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아예 시작을 안 하는 편인데, 또 시작을 하면 끝을 보는 성격인 것 같다. 사실, 별에서 온 그대를 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박지은 작가가 얼마나 글을 잘 쓰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렇게 드라마를 보고 있다. 헌데 상당히 재미있다. 4명의 주인공들의 러브라인도 꽤 재미있지만, 나에게 더 재미있는 것은 예능국 일상과 러브라인 그리고 제목과의 연결점이다. 내가 워낙 의미부여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지 그런 것이 잘 보였다. 예를 들어, 결방의 이해라는 편에선 실제로 러브라인에서의 결방 (차태현의 결방 프로그램이고 김수현의 파일럿 프로그램인듯)으로 연결 짓고, 또 그 곳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집어넣는 구성이 반복되는데 꽤 재미있게 보고 있다. 상관없어 보이는 것을 서로 연결짓는 것. 그것에 관심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잘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 한다는 것. 나의 강점과 갈망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2015년 봄, 성남 검단초등학교 아이들과



6월 1일
나는 무엇을 얻는가? 나는 무엇을 얻게 하는가?

새로운 한주다. 지지난주까지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다가, 아마 허리를 다친 이후에 멈췄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일어나서 으샤으샤 열심히 운동했다. 오늘 중으로 할 일이 꽤 많았다. 그래서 틈틈히 시간을 내서 일하고자 한다. 오전에는 주정미 코치님을 만나서 질문에 대한 연구 및 스터디를 진행했다. 기억에 남는 질문 2개. 나는 여기서 어떤 유익을 얻어가고 있는가? 나는 여기서 중요한 사람인가? 참 좋은 질문이다. 심플해서 좋다. 첫 번째 질문은 다들 하는 질문이지만, 두 번째 질문은 색다르다. 사실 이 부분을 충족시켜 주는 교육에서 우린 배웠다고 느낀다. 디자인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그렇지. 이후 용마중 수업을 갔다. 첫 시간이 비교하면 일취월장한 실력들이었다. 5달러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인상깊었던 활동은 3가지다. 첫 번째는 지난 번에 이미 예산을 다 사용해서, 이번에는 예산 없이 그저 매일 매일 친구들을 칭찬해주는 팀. 돈과 가치는 그리 상관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두번째로는 선생님들께 편지와 함께 커피를 건낸 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교장선생님께도 전달하고 같이 사진도 찍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론 친구들에게 사탕과 편지를 나눠준 팀. 사탕만 나눠주니 피드백이 별로 였지만, 편지와 함께 나눠주니 너무 좋았단 그 메시지 자체가 좋았다. 그렇다. 가치는 언제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 그곳에서 가치가 출현한다. 나도 많이 배웠다. 

6월 2일
토론, 생각하게 한다는 것. 

오늘은 검단중에서 새로운 독서토론 컨텐츠로 진행했다. 나름대로 철학 토론이란 이름을 붙였는데 참 재미있었다. 아이들의 상상력도 좋았고. 특히 하브루타 형식으로 둘이 1:1로 토론하는 것이 좋았다. 다들 활발하게 토론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후엔 홍대로 왔다. 저녁에 인문학 강의를 듣기 위해서 미리 왔는데, 오랜만에 블로그에 포스팅도 하고, 강의도 듣고, 또 이런 저런 생각도 했다. 이렇게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그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이번에 글을 쓰면서 ‘현재를 붙잡자’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최근의 헤이한 모습과도 이제 결별이다. 배고프다. 저녁을 먹고 강의를 들으러 가야겠다. 기대 기대 중. 

6월 3일
삶에서 배운 것을 나누고, 다시 배움을 얻기

연남동 인디언 모임과 당산서중 디자인씽킹 수업이 있는 날. 오늘 오전은 연남동에서 보냈다. 지난 번에 이어서 다양한 주제들이 오고 갔는데, 인상 깊은 내용이 있었다. 지난 2주 동안 각자 배우고, 생각한 것들을 함께 나누는 것 자체 만으로 많은 도움을 얻는다. 아직 학습조직에 대한 내용을 본격적으로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흐름이 나쁘지 않다. 즐겁다. 당산서중의 경우 이제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4팀이 있는데 각자 주제는 다양하다. 비흡연자를 위한 팀, 스마트폰 중독자를 위한 팀,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팀, 왕따 문제 해결을 위한 팀. 특히 왕따 문제는 참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인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가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다음 수업까지 텀이 길다는 점이다. 그때까지 아이들이 잘 해올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한편으론 무지 기대된다. 

6월 4일
감정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 칠보초 수업이다. 2주 만에 정읍에 가는 날이라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 간단한 수업 리뷰를 해보자. 3학년 수업. 요즘 가장 어려운 수업이다. 3학년들을 장기간 가르쳐 보는 것은 처음이라 조금 헤매고 있다. 사실 진짜 문제는 그 중의 몇몇 아이들이다. 감정기복이 너무 심해서 수업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경우, 타일러도 윽박질러도 안 된다. 4학년과 3학년에게 내가 뭔가 인지적인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그들의 감정부터 먼저 작업해야 겠단 생각을 했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기 때문이다. 5,6학년은 잘 진행되고 있다. 어려움은 좀 있지만 그래도 내가 다룰 수 있는 범위 내에 있고, 아이들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 아이들과는 앞으로 디자인씽킹 수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3,4학년은 따로 진행해야 겠다. 집에 가서 미술을 활용한 방법을 알아봐야 겠다. 

6월 5일
메르스로 인한 수업 환불

오전에 신촌에 갔다. 아내가 원래 수업을 듣기로 했는데, 그 강좌를 환불하기 위해서. 사실 요즘 메르스 때문에 난리다. 특히 애기엄마들은 혹시나 모를 위험 때문에 많이 두려워하고 있다. 나도 안타깝다. 어쨌든 나도 사람들과 함께 모여야 뭔가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강의들이 취소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 많다. 생각해보면 나는 문제도 아니다. 진짜 힘든건 문화, 예술, 공연 분야일 것이다. 안 그래도 일년에 몇번 할까 말까 하는 공연을 이런 일로 그냥 날려버리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작년에도 세월호 때문에 힘들었을 텐데 올해는 메르스까지. 정말 하늘도 무심하시지. 에효. 암튼 그랬다. 오늘 오후엔 일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집이라 그런지 영 집중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봤다. 아내가 날 배려해 준다고 재원이 데리고 친정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난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지 못했다. 에효. 왜 이럴까. 나는. 

6월 6일
재원이랑 하루 종일 놀다

최근 들어 가장 편안한 토요일이다. 아내가 그토록 원하던 토요일. 내가 밖에 나가지 않는 날이 별로 없어서, 아내는 기분 좋아했다. 나 역시 별다른 일정 없이 그냥 쉬는 것이 좋았다. 쉰다고 표현하기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사실 거의 재원이와 시간을 보냈으니. 누군가에겐 스트레스 받는 것일수도 있지만, 나는 재원이랑 노는 건 그냥 재미있다.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논다. 특히 요즘에는 서있는 것을 곧잘 한다. 모유를 먹어서 그런지 두 다리도 튼실하고, 서 있어나 엎드려 있으면 고개도 빠빳하다. 오늘은 넘 꼬부기를 닮은 모습이 귀여워서 영상도 많이 찍었다. 나중에 크면 보여주고 싶다. 얼마나 귀여웠었는지 본인은 알까. 독서축제를 위해서 노트북을 좀 보고, 책을 좀 보고, 한 것 이외에는 거의 재원이와 시간을 보냈다. 아내도 좀 쉬게 할 겸. 저녁에는 오랜만에 치킨도 시켜 먹었다. 지금까지 연애기간을 합쳐 7년을 함께 지내면서 치킨을 시켜 먹은 기억이 3번 정도 된다. 그 중의 하나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ㅎㅎ 

6월 7일
온전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다

오늘 오전에 독서축제 제출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이번의 책의 분량이 워낙 많았기도 했지만, 나의 게으름과 기만도 한몫을 했다. 이렇게 보내지 말자고 마음먹인지 일주일이 되지도 않았음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게 인간인가. 아니다. 인간이란 보편성으로 회피하려 하지 말자. 이것은 나의 문제이자, 개인의 의지력일 따름이다. 그런 식으로 계속 원인을 복잡하게 돌리면 돌릴 수록 답은 불분명해진다. 답은 단순한다. 하기로 한 것을 하지 않은 것. 그것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온전한 것이 아니다. 온전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다고 배웠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다. 나는 온전하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 되는 일이 없다. 회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다시 말한 것을 하는 것.  





2015년 5월 31일 망원동 동네 카페에서



5월 25일
철학, 위험한 생각을 하고 하게 하는 것.

오늘은 완전히 퍼져버린 날이다. 오전에 일어나서 TV를 봤다. 어제 광고를 보다가 강신주의 해탈프로젝트라는 매력적인 소개를 봤기에. 강신주 박사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은 분명 일부분 강신주 박사를 닮아있다. 가장 닮고 싶은 것은 바로, 가장 먼저 스스로 위험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위험하게. 도끼나 망치처럼. 말과 글로 사람들의 머릿 속을 헤집어놓는 것. 다만 나는 좀 더 듣고, 기다리고, 질문을 하고 싶다. 강신주 박사의 성향상 빨리 파악하고, 빨리 솔루션을 내놓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이 기질이라 생각하긴 하지만, 가끔은 다그친다는 느낌도 들고. 오후엔 거의 뻗어있었다. 청소하는 것 이외에는 재원이랑 놀거나 잠깐씩 책을 보았다. 어제 거의 나가있었기에 오늘은 집에서 보냈다. 저녁에 잠깐 그 동안 못 하고 있던 사진첩 정리를 했는데 그게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몸이 안 좋으니 그리 생산적이지 않게 된다. 쉽게 퍼진다. 스피노자는 그래서 신체와 정신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나보다. 둘 다 본질이다. 

5월 26일 
온전함을 회복하는 시간, 2일

화요일. 연휴가 끝났다. 하지만 지난 주 월요일부터 이어진 컨디션이 문제다. 몸이 안 좋으니 마음도 헤이해진다. 최근 안 하던 짓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하스스톤이란 게임에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동 중에 충분히 잘 보낼 수 있는 시간에 딴짓을 하기 시작했다. 오전에 토론 수업을 마치고, 저녁에 미팅을 하기까지 시간이 있었지만 시간 활용을 잘 하지 않았다. 지금의 이 글도 모든 정신이 제자리로 돌아온 목요일에 쓰는 것이다. 그날 이 성찰 일지를 썼더라면 어땠을까? 그 행동을 즉각 바로 잡을 수 있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나라는 사람의 끈질김에도 가끔 놀란다. 나는 종종 끈질기게 딴짓을 한다. 어린 시절에 비해선 그런 시간이 별로 없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종종 나를 기습한다. 그건 마치 술이나 마약과 같다. 잠깐의 기분을 좋게 만들지만, 결국 장기적으론 내 삶의 생생함과 충만감을 뺐어간다. 성찰하고, 반복해도 또 실수하고 그렇더라. 그래도 이번에는 2일 만에 정신 차렸다. 누구나 온전함이 무너지는 순간은 온다. 하지만 온전함을 회복하는 시간을 줄이면 된다. 이번엔 2일이었다. 다음엔 하루만에 깨닫길. 이 성찰일지가 그 역할을 하길. 

5월 27일
문제의식이 진짜 문제다

오전엔 부천역으로 향했다. 부천시 청소년 국제 교류 프로그램의 기획과 진행을 내가 맡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것과 관련하셔 담당자와 함께 조율하는 시간이었다. 외국인 대학생들과 한국인 고등학생들 간의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잘 될 수 있을지.. 나도 설렘반 기대반이다. 이후엔 당산역으로 갔다. 오후에 당산서중 디자인씽킹 교육 때문에. 날씨가 무지 더운 날이었다. 나는 원래 추위에 약해서 한 여름에도 긴팔 남방이나 자켓을 걸치고 돌아다닌다. 더위에 약한 사람들은 절대 이해 못할 짓을 나는 자주 한다. 오늘이 그랬다. 나 혼자 자켓을 걸치고 돌아다니는 느낌. ㅎㅎㅎ 수업은 이제 막바지를 향하고 있었다. 워낙 수업 차수가 작아서 어떻게 어떻게 여기까진 왔다. 공감하는 대상을 정하고, 그들과 인터뷰를 해 오는 것. 거기까진 성공했는데, 막상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라는 피드백이었다. 나는 말했다. 초반에 실패하는 것은 괜찮다고. 정말 공감하지 못한다면 지금 대상이나 문제를 바꿔도 괜찮다고 말했다. 왜냐면, 마음에 없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더 고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문제를 잘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면 나는 실패한 프로젝트라고 본다. 만약 변화의 폭이 작더라도, 그 문제가 정말 내가 해결했음 좋겠다는 바람이 있는 것이라면 그건 성공한 것이다. 그 문제의식을 가지고 앞으로 잘 살아갈 수도 있기에. 암튼 그렇게 수업을 마무리했다. 그리곤 여름이를 잠깐 만나서 탈모 방지 샴푸도 받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학교 바로 앞이라 신기신기. 저녁엔 불광으로 가서 서울 크리에이터 수업을 듣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끝.  

5월 27일
나는 4시반에 무엇을 하고 싶어했나

오늘 4시반에 일어났다. 정확히는 재원이와 아내랑 함께 눈을 떴다. 요즘 재원이가 기침을 자주 한다. 오늘 병원에 데려갔더니 심한 감기는 아니고 지나가는 감기라고는 한다. 아가가 처음 감기를 걸리는거다 보니 신경이 많이 쓰였다. 어쨌든 4시 반에 일어나서 다시 자려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 마음을 들어보니 나는 책을 읽고 싶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책을 읽으러 방으로 갔다. 아내는 자라고 했지만, 이런 기회 아니면 새벽에 일어나서 뭔가를 할 시간이 없을 것 같기도 해서 그냥 나갔다. 새벽에 읽은 책은 에커만의 <괴테와의 대화>란 책이다. 내가 배우는 연지원 선생님께서 추천한 책이기도 한데, 기존에 괴테의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번 책을 계기로 하나씩 읽고 싶단 생각도 했다. 1시간 남짓 책을 읽고, 간단한 글을 블로그에 썼다. 그리고 크리슈나무르티의 <올바른 생계수단에 대하여>를 옮겨적어 보지 못했단 생각에 인상깊은 구절을 중심으로 옮겨 적었다. 뭔가 충만한 새벽시간이었다. 다시 반복하고 싶은 그런 시간. 그리곤 아침을 먹고 오전에 정형외과를 갔다가 신사역으로 왔다. PXD에 프로토타이핑 툴 만들기를 하러. 어제 정신 차린 이후엔 다시 좋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오래 가보자. 

5월 28일
망원동 나들이 가는 날 (1)

아침에 병원에 갔다가 신사 PXD가서 미팅하고 집에 돌아온 일정이었다. 중간에는 잠깐 독서축제 마무리도 하고. 그외 별다른 일은 없는 하루였다. 다만, 저녁에 아내랑 산책 나갔던 일정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집은 한강 근처다. 시장도 가까이 있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지하철과 거리가 있다는 점 (보통은 합정역이나 망원역에서 마을 버스를 타고 들어간다.)이지만, 장점이라고 한다면 시장과 한강이 3분-5분 거리라는 점이다. 특히 한강이 가깝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왜냐면, 어설프게 한강이랑 가까우면 사실 잘 안 나가게 되는 것이 인간인 것 같다. 게다가 한강 유수지 근처라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분위기가 더욱 좋다. 예전에 당산에 살 때도 한강과 그리 멀진 않았지만, 지금처럼 자주 가진 않았던 것 같다. 저녁에 아내랑 아가랑 같이 한강을 갔다. 요즘 하나 느끼는 점은 1인 이동도구가 유행한다는 느낌이다. 퀵보드를 비롯한 다양한 탈것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예전에 잠깐 이슈였던 세그웨이 비슷한 것도 많이 봤고, 두발만으로 움직이는 것도 봤는데, 좀 신기했다. 산책하고 집 근처 카페에서 고구마 라떼를 시켜서 먹었다. 집 근처 카페도 매일 구경만 하다가 이번에 처음 갔는데, 노랫 소리가 바깥으로 흐르고, 분위기도 좋고, 사람도 적당했다. 예전에 필리핀에서 펍을 가면 이런 분위기였는데, 왠지 외국에 나온 느낌이었다. 저녁 산책 좋았다. 

5월 29일
피터 드러커, 칼 폴라니 그들은 친구였다

오늘은 오산 대호초등학교에서 교사연수가 있는 날이다. 작년에 독서토론 때문에 일년 동안 갔던 학교인데, 오랜만에 방문했다. 아이들도 착하고, 선생님들 인상도 참 좋은 학교로 기억하고 있다. 집에서 오산까지 거리는 2시간 남짓 걸린다. 가는 길에 쓸데없는 짓도 많이하고, 책도 많이 읽었다. 허허. 가서 진행했던 교사연수는 절반의 성과였다.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서 진행했지만, 앞부분은 괜찮았던 것 같고, 뒷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특히 요즘 독서 토론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어서, 대립 토론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은 별로 드리지 못했다. 개인적으론 초등학생들에겐 경쟁토론이 아닌 비경쟁 토론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다시 할 수 있었고. 암튼 오랜만에 교사연수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었다. 오는 길에 '피터드러커 자서전'을 읽는데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다. 피터드러커가 가까이서 관계 맺었던 사람 중에 '칼 폴라니’가 있었다는 사실. 그는 <거대한 전환>이란 책을 쓴 경제학자인데, 최근 사회적 경제 관련해서 많이 언급되는 사람이다. 나 역시 거대한 전환을 보려고 책 리스트에 넣어두고 있었고 말이다. 내가 공부하는 것들, 관심있는 키워드 들이 이런 저런 곳에서 연결되고, 보일 때 정말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조만간 이 책 봐야겠다.

5월 30일
5번째 와우 수업 그리고 7번째 SCM 

5번째 와우 수업, 그리고 삼성 크리에이티브 멤버십 7번째 수업이 있는 날. 원래 매월 2번씩 수업이 있는 SCL과, 매월 1번 수업이 있는 와우는 겹칠 가능성이 많았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이번 학기에는 1번 밖에 겹치지 않았는데, 그게 바로 오늘이다. 수업 중간에 나가야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빠질 수 있다는 것에 위안 삼을 수 있었다.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아침에 일찍 집을 나섰다. 비가 오기도 했고, 왠지 일찍 가서 좀 걷고 싶었거든. 수업 시작 시간이 넉넉해서 근처 사직공원으로 걸어갔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종묘는 동쪽에 사직은 서쪽에 이렇게 모신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비오는 날 아침의 사직공원은 산책하기 참 좋았다.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동상에서 머물면서 참 큰 사람들이라 라는 생각도 했고. 오전의 와우 수업은 알찼다. 시간에 대해서 생각도 해보고. 내가 생각보다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단 생각도 했다. 오늘도 그렇다. 불만 불만이다. 나에게. 점심을 먹고 SCM 수업으로 갔다. 아이들을 보면서 한편으론 참 대단하고, 한편으론 안타까웠다. 특히 자기가 잘 하는 분야가 아닌 공부 때문에 너무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미술과 운동을 잘 하는 아이가 왜 영어 때문에 그렇게 골머리를 썩어야 하는지. 나중에 때가 되고 필요가 있으면 스스로 알아서 잘 할 아이인데. 에효. 수업은 꽤 잼있게 완성되었다. 이제 딱 1차시만 남았다. 마무리 잘 하자. 

5월 31일
망원동 나들이 가는 날 (2)

대청소의 날이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청소했다. 일주일을 편안하게 살기 위해선 일요일이 중요하다. ㅎㅎ 청소를 다 끝내고 밥을 먹으니 거의 1시가 되었다. 잠깐 산책을 나갔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집 근처에 새롭게 문을 연 카페에 놀러갔다. 고구마라떼를 시켰는데 맛이 좋았다. 가격도 착했고. 4000원이었으니까. 다만 아직 인테리어 공사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새집 증후군 같은 냄새가 조금 신경쓰였다. 그리곤 망원 시장을 돌아다녔다. 매번 느끼지만, 주말에는 낯선 사람들이 많다. 동네 주민들 보단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일 것이다. 어떻게 그걸 느낄 수 있냐면, 유독 메스컴을 많이 탄 고로께 집이나 닭강정, 칼국수 집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솔직이 망원시장 근처에 사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집들에서 잘 사먹지 않는다. 평일엔 생각보다 조용하기도 하고. 누가 그랬다. 유명해서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언론에 노출되어서 유명해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나는 종종 불편하다. 닭강정만 해도 예전에 2000원에 맛있게 잘 먹었는데 이젠 3000원으로 올랐더라. 그게 단기적으론 수익이 날 지 모르지만, 주위 사람들(로컬)의 마음을 잃을 정도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외부에 유명한 집이라고 해도, 결국 그들은 그 지역 사람들의 기반으로 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망원시장도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으면 좋겠다. 그냥 내 바램이다.  


5월 18일 
요즘 뭐가 그리 바쁜지. 바쁜 것도 아닌데 바쁘다. 성찰일지가 밀린다. 정말 원치 않던 일인데 그렇게 되었다.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시간낭비하는 일도 없는데.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바쁘게 사는 것도 아니고. 뭔가 어중간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어중간함이 좋다. 그저 2015년 5월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좋다. 월요일에 나는 어깨 때문에 또 병원을 갔다. 다 나은 줄 알았다가 방심했다. 어제 무거운 걸 들다가 어깨를 다쳤다. 지금의 내 근육이 워낙에 상하기 좋게 되어있나보다. 짜증도 났고, 한편 이런 지경까지 돌보지 못했던 어깨에게 많이 미안했다. 그리고 나선 주정미 코치님과 질문에 관한 스터디를 했다. 이번 달 까지는 일단 각자 관심사항을 털어놓기로 해서, 자연스런 흐름에 따라서 대화를 이었다. 워낙 탐구하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다보니, 관심사에 따라 각자의 관점을 털어놓으며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요즘 이런 류의 대화가 작년보다 좀 더 많아졌는데, 대화 자체도 즐겁고, 대화 이후에도 많이 배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다. 그리곤 용마중 ‘나도 영체인지메이커’ 수업이 있었다. 세은쌤과 함께 한 수업이었는데, 지난 번에 비해서 더 좋아졌다. 아이들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미션 수행을 해오지 못한 상황에서 즉흥적이지만 꽤 잘 이끌었다고 자평한다. 나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으리라. 함께 하는 이유를 알아가고 있다. 저녁엔 불광으로 향했다. 서울 크리에이터 수업을 들으러. 치료하고, 이야기하고, 강의하고, 강의듣고 집으로 간다. 

5월 19일
토론 수업이 있는 화요일. 예전엔 그런 패턴들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많이 접하다 보니 패턴이 보인다. 한 가지 재미있는 부류가 있다. 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종종 보인다. 그런 아이들일 수록 발표도 잘 한다. 어떤 아이는 자꾸 나에게 자신이 적은 걸 보여준다. 어필하고 인정받고 싶은 게다. 장점은 적극적이다는 것. 단점도 적극적이다는 것이다. 적극적이어서 다른 친구들의 기회를 뺐는다. 그리고 승부욕도 다소 높다. 다른 친구들의 의견에 잘 호응하지 않는 경우도 봤다. 물론 나에겐 다들 이쁘다. 하지만 지나치게 내 눈치를 보는 아이들은 매력이 떨어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내 눈치 보지 않고 떳떳하게 자기 주장하는 아이들에게 더 눈길을 준다. 오후에 PXD에 갔다가 저녁에 오랜만에 여름이와 송비를 만났다. 2년에 걸쳐서 동화책을 만들고 있는 친구들. ㅋㅋㅋ. 헌데 앞서 오전과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여름이가 최근에 만난 남자 이야기다. 3번을 만났다고 한다. 헌데 왠지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왜 그런가 봤더니, 너무 자기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저 사람이 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걸 본인이 느껴버릴 때, 그는 더 이상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앞서 아이들의 경우도 그런 걸지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서로를 필요로 한다. 아마 그 남자도 여름이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 것이다. 그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 하지만 이것 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만큼 자신의 공간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우리에겐 그 사람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노력이 더불이 요구된다. 덧붙이자면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도. 자신의 공간이 없는 사람들은 타인의 공간에 의지하거나, 그게 안 되면 빼앗으려 한다. 자나치게 좋아하다가 그가 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뭔가 섭섭하면 완전히 돌아서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우린 다른 사람이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없다. 우린 오로지 우리가 될 수 있을 뿐이다. 그것 깨닫지 못하면 관계는 언제나 고통이고, 그걸 깨달으면 그 곳이 행복이다. 

5월 20일
지난 번에 이어, 연남동에서 모인 인디언 계모임. 5월 들어선 정말 많이 본다. 3번을 만났다. 이번 5월의 가장 인상깊은 공간을 하나 꼽으라면 연남동이 될 것이다. 내가 처음 연남동에 온게 5월 2일인데, 이번 달은 정말 연남동에 흠뻑 빠졌다. 나뿐만이 아니다. 다들 그런 것 같다. 무엇이 나를 이리로 이끌게 한 것일까. 연지원 선생님의 철학에 공감하는 것이 가장 클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많이 한 것이기도 하고. 내가 지향하는 것이 바로 이런 고유함에 있다. 생태계를 위해선 그것이 최선이다. 복제될 수 없는 수 많은 고유성들이 서로 간에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 어느 하나가 무너져도 다른 하나가 다시 언제든 생성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 그런 것을 온몸으로 배우는 5월이다. 오후엔 당산서중에 수업을 갔다. 이번 수업도 용마중 처럼 지난 번 보다 나아졌다. 아마 지난 번 수업이 나에겐 최악이었나 보다. ㅎㅎㅎ 수업을 잘 마치고 아내와 집에 왔다. 재원이 목욕을 시켰다. 헌데 이건 왠일. 욕조를 나르다가 느낌이 이상했다. 허리가 이상하다. 아프다. 투비컨티뉴드.

5월 21일
허리가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 태어나서 허리가 아파 본 경험은 거의 없는데 이상하게 아프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읍에 갈 때까진 괜찮았다. 역시 잠을 자고 났더니 괜찮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차에게 앉아 가는 동안 허리가 눌려서 그런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정읍에 내리자마자 허리가 많이 아팠다. 돌아오는 지금 생각하면 가까운 한의원이라고 갈껄. 오전엔 그런 생각도 못했다. 학교에 갈 때도 고생해서 갔다. 헌데 문제는 더 아파지는 것이다. 수업 시간 내내 나는 앉아있었다. 가끔 일어날 때마다 너무 아팠다. 원래 저녁에 돌아오면서 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하나도 하지 못했다. 책을 좀 보다가, 꾸벅 꾸벅 졸다가, 노래만 들었다. 그러다가 성찰일지를 쓴다. 몸이 아프니 섬세한 활동이 어렵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가야한다. 참 미련하다. 나는. 

5월 22일
금요일. 전날 허리가 아파서, 결국 아침에 병원을 갔다. 오후엔 뭐했더라. 다음 날 수업 준비한 거 이외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면, 몸이 안 좋으면 다른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다시금 세삼 느낀다. 참 미련하도다. 나는. 

5월 23일
5월 심톡있는 날! 이번에는 지난 번에 몇번에 걸쳐 진행된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를 다시 진행했다. 지난 번에 오후 4시간 정도에 걸쳐서 했는데, 충분히 다뤄진다는 느낌이 적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11시부터 6시까지 7시간 동안 해 보면 어떨까? 해서 개최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은 바로 황금연휴의 첫날이었다는 것. 그리고 결혼식도 많고, 날씨도 좋고, 암튼 워크샵을 열기에는 참 좋지 못한 시기였다는 것이다. 나에겐 이번 시간 말고는 별로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그랬는데 ㅠ 그래서 오기로 한 분들도 잘 오지 못하고, 심톡 역사상 최소 인원 5명과 함께 워크샵을 했다. 사실상 게스트는 2명이었던 셈. 나의 과욕이 불러온 참사다. 다음에는 좀 더 사람들의 스케쥴을 고려해야겠단 생각도 들면서, 그래도 일단 내가 시간 날 때 열어야지 라는 생각도 했다. 솔직히 나는 그런 인간이다. 워크샵은 적은 인원에 맞게 진행되었는데, 정말 시간가는지 모르게 진행되었다. 특히 오후부터 진행된 ‘6개의 인물 원형’과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에선 시간이 또 모자라게 느껴졌다. 하루 종일 했음에도 모자라다면, 이건 뭘까. 다음에는 어떻게 시간을 만들어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된다. 그리고 이번에 3번째 하는데, 다음에는 몇 가지 보완해야 할 것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기대기대. 
 
5월 24일

아내가 고대하던 일요일. 오전부터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한강으로 나갔다. 지난 번에 구입한 텐트를 치고, 안에서 도시락도 까먹고, 놀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매번 밖에만 나가면 조용히 잠을 잘 자주던 우리 재원이가 이날은 엄청 자주 울었다. 말은 못해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추측컨대 아마 다소 더웠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잠을 잘 못 잤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짜증이 많이 났을 것이다. 평소에 낮에 3-4시간을 자는 재원이가 오늘은 별로 자지 못했다. 날씨가 너무 덥다보니, 우리도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리고 재원이가 계속 우는 바람에 제대로 쉬지도 못할 것 같았고. 결국 장모님 댁으로 갔다. 가서도 재원이는 많이 보챘다. 나는 허리가 아프단 핑계로 푹 잠들었지만. 저녁에는 어머님이 해주신 닭도리탕을 먹고, 놀다가 집에 들어왔다. 아가랑 함께 할 땐 아무리 쉬워보이는 일도 생각처럼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하루였다.  


5월 11일
월요일. 그 동안 날씨도 좋고 연휴란 느낌이 있어서인지, 오랜만에 일하는 기분이다. 오늘은 오전에 더배움연구소 주정미 코치님과 미팅이 있었다. 앞으로 질문과 관련해서 개념도 정리해보고,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고, 나아가 책도 내보고 싶다는 전체 계획을 들었다. 관심사는 비슷하지만, 그 관심사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각은 꽤 다른 편이라 즐거울 것 같았다. 어차피 월요일 오후에는 수업이 있기 때문에 오전에 미리 만나서 한번 대화해보기로 했다. 나로선 다양한 형태로 공부해보고, 결과를 만들어보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것이 나로서 시작되든,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끌어지든 말이다. 오후에는 용마중 수업이었다. 이번 주 5달러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날이다. 끝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데, 많은 의문이 드는 수업이었다. 우선, 나로선 학생들이 스스로 해내길 원하고, 어렵게 미션을 줘도 그걸 잘 조율해나가면서 성장했음 하는 바램이 있다. 하지만 그걸 중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또한 든다. 세은쌤 피드백도 일리가 있었다. 중학생들은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나아가야 한다는 말.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혼란을 유도하고, 스스로 그것을 극복하느 과정도 지켜보고 싶었다. 뭐가 정답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해답은 나와있다. 나로선 좀 더 친절하게 해야 하고, 아마 세은쌤은 좀 더 덜 친절하게 관여해야 한다는 것.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되, 그 강점이 지나쳐서 교육 효과에 피해를 줘선 안 된다는 것. 나는 더 꼼꼼하고 친절해야 하고, 아마 세은쌤은 덜 꼼꼼하고 덜 친절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학생들은 더 균형잡힌 배움의 기회와 자립의 기회를 얻을 테니 말이다. 저녁에 디자인씽킹 교사 연구회 렛츠 디에서의 미팅도 즐거웠다. 아쉬움, 질문 그리고 성찰이 있는 하루였다. 

5월 12일 
비가 그친 화요일이다. 어제는 비가 왔는데 오늘 아침엔 그쳐 있었다. 비가 그친 날 아침의 공기는 참 좋다. 날씨가 꽤 쌀쌀해졌다. 오늘 오전엔 토론 수업이 있었다. 즐거웠다. 하지만 그것과는 반대로 막상 4시간 정도 수업을 하고 나면 생각보다 기가 빨린다. 수업이 끝나면 당분간은 아무 말도 하기 싫은 상태를 맞이한다. 나는 이걸 기가 빨렸기 때문에 그렇다 라고 스스로 평가하고. 그렇게 말하기 좋아하는 내가 말하지 않게 되는 경우는 별로 없기에. 오늘 토론 수업 중에 몇몇은 나에게 스승의 날이라고 편지도 써줬다.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 나는 몇번 수업하지도 않는데 잊지 않고 챙겨주다니. ㅠㅜ 수업을 마치고는 지난 주 pxd에서 프로토타이핑 한 결과를 테스트하기 위해 서강초등학교로 갔다. 초등학생들 1명 그리고 2명을 대상으로 지난 주에 만든 도구를 실험했다. 혼자 하는 친구는 깊이 생각할 수 있지만 다양한 생각들은 조금 떨어졌다. 그리고 함께 하는 친구들은 깊이 생각할 여유는 없었지만 꽤 다양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에 맞춰서 관찰했고, 간단히 인터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테스트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결과물도 꽤 의미있게 나오고 있어서 좋았다. 이번 달 안으로는 왠지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에는 심톡 준비 때문에 다시 종각으로 왔다. 종각에서 저녁이 미팅하고 집에 가면 벌써 화요일이 지나간다. 시간은 참 빠른데, 나는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잊지 말자. 

5월 13일.
오늘은 학습조직에 대한 학습조직, 인디언 계모임(가제)이 있는 날이다. 어찌보면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지만, 나에게 있어선 계속 관심있던 주제라 만남 자체가 좋았다. 홍대입구역 쪽 연남동에서 모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우리 집에서 가까워서 걸어갈 수 있기도 했고, 또 로컬에 대한 공부 장소로서도 적합하기 때문. 지난 번에 와우 로컬투어를 다녀와서 어느 정도 안내해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연남동은 참 이쁘다. 만나서 밥을 먹곤 주욱 카페에서 미팅을 했다. 근황도 나누고. 쨌든 다들 교육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멤버들이라 관심사나 고민거리가 비슷비슷했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서 경청하고 해결해 나가는 분위기가 좋았다. 아이디어도 중간 중간 표현하고. 허긴 그러고 보니 이 모임에서 가장 연장자는 나다. 심마니에서도 오랫 동안 내가 가장 연장자고. 나 별로 그런거 안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그렇게 되었다. 물론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슬프다. 내 나이가 벌써 서른 셋이라니. 예전에 서른 셋을 보면 진짜 아저씨라고 느껴졌는데 내가 벌써 그 나이라니. 늙기 싫다. ㅎㅎㅎ 그렇게 카페에서 한참을 대화를 나누고, 각자 헤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지는 모르지만, 나는 스스로를 한량이라고 생각한다. 이리 저리 강의나 하러 다니고, 책이나 읽고, 사람들 만나고. 그것 말고 하는 일이 없으니까. 오늘의 동선이나 일정만 봐도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꿈도 못 꿀 일정이 아닌가. 아직 더 게을러지지 못하고, 더 여유부리지 못 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한량. 그러면서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한량. 나도 참 이중적인 모습이다. ㅎㅎㅎ 미팅이 끝나고 나는 남아서 5월 원데이 심톡 공지를 했다. 자주, 그리고 꼭 하고 싶은 워크샵이지만 시간의 한계 때문에 거의 열지 못하는 수업이다. 개인적으로 진행할 때 가장 즐거운 경험이 되기도 하고. 이 워크샵이 사람들이 각자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아내와 저녁 시간을 함께 보냈다. 낼 정읍 가는 날이라 일찍 잤다. 

5월 14일 - 책 리뷰
어제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김정운 교수가 쓴 <남자의 물건>이란 책을 봤다. 요즘 스파노자 ‘에티카’랑 피터 센게 '제5경영' 같은 무거운 책만 보다 보니, 다소 가벼운 책을 읽고 싶어서 즉흥적으로 집어들었고, 빨리 읽었다. 1부와 2부가 나뉘어 있는 책인데, 솔직히 1부는 별로 임팩트는 없었다. 이미 ‘노는 만큼 성공한다’와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비롯한 책과 다양한 강연에서 전하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김정운 교수를 처음 접한 사람들에겐 재미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2부 남자들과의 인터뷰는 꽤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다. 이어령의 책상, 안성기의 스케치북, 문재인의 바둑판 등 한명 한명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물건에 대한 애착도 느껴보는 경험은 꽤나 즐거웠다. 나에게도 물어보았다. 내가 애착을 가진 물건은 무엇인지. 하나를 꼽을 순 없었다. 3개를 추려 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책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아니었다. 그건 바로 책상이었다. 우리 집엔 꽤 큰 책상 하나가 있다. 결혼 할 때 아내가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 뭐냐고 물었다. 보통 남자들은 축구를 보거나 게임을 하기 위해 TV를 큰걸 원한다고 하는데 나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TV는 필요없다고 말했고, 되려 크기는 내가 더 나서서 줄였다. 그 대신 나는 직접 공방에서 제작한 책상을 사달라고 했다. 그게 내가 원한 조건이었다. 기성 가구점에선 내가 원하는 사이즈는 살 수 없었다. 그렇게 얻게 된 우리 집 책상은 정말 크다. 한 6명이 함께 공부할 수 있을 정도다. 일상이 바쁘다 보니 나도 생각보다 그 책상 앞에 앉아있을 시간은 적다. 하지만 볼 때마다 기분이 탁 좋아진다. 아내 입장에선 방을 좁게 만드는 그 책상이밉상이겠지만  :) 두 번째로 수첩이다. 나는 10년전 부터 쓰던 수첩을 아직도 모아둔다. 2-3년 전부턴 그 역할을 에버노트가 거의 대신하기에 수첩에 끄적거리는 양은 확연히 줄었다. 하지만 그 애착은 아직 줄지 않았다. 재작년 이탈리아 놀러 갔을 때, 내가 가장 기뻤던 순간 중의 하나는 피렌체 가죽 공방에서 작고 이쁜 수첩 하나 샀을 때다. 다소 여성스런 취향이라는 거 나도 안다. 하지만 좋을 걸 어째. 마지막으론 역시 책이다. 나는 책을 사는 것에는 대범하다. 하지만 책을 나누어 주는 것에는 인색하다. 이 인색함이 나이가 들 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마 올해 안에 책을 대거 나누어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아직은 역시 주저주저한다. 내가 산 책에 대한 애착은 어지간한 편이다. 책을 하나 사서 좋은 문장에 줄을 치고, 가끔 들여다 보는 것. 그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 그게 나다. 한 권의 책 <남자의 물건>을 통해 내가 어디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성찰해 봤으니, 이번 책도 읽은 값은 잘 치른 것 같다. 내가 가진 욕망을 잘 들여다보고, 솔직해 지는 것. 그리고 표현하는 것. 그것은 한번에 되는 것이 아니다. 연습이 필요하다. 디테일이 필요하다.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에. 자기 자신을 발견해야 더 자연스럽게, 더 나답게 살 수 있기에. 이런 작업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나를 아는 것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5월 14일 - 수업 리뷰
오늘은 수업 리뷰로 바로 들어가자. 할 말이 많다. 3학년 수업. 내가 원하는 형태로 진행은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효율적이진 못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삶과 교육의 흐름이 일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관심사를 잘 관찰하고 있다가, 그것이 갈등의 소제가 되거나 다룰 수 있게 되었을 때 즉각적으로 수업에 반영하는 것. 그리하여 수업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고 삶이 더 나아지는 것.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삶의 기술들 (협동, 배려, 공감, 지식 등)을 배워가는 것. 그게 내가 원하는 이상적 수업 모습이다. 준비한 것만 진행하는 모습은 별로다. 3학년들에게 하나의 문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은서’다. 은서는 다른 친구과 조금 다르다. 인지적으로 아주 떨어지는 것은 아닌데, 어쨌든 수업에 집중하진 못한다. 그리고 본인이 좋아하는 활동은 엄청나게 집착하지만 나머지는 아예 하려하지 않는다. 선생님들에게 달라 붙어서 징징대는 경우도 많고. 아이들이 계속 받아주기에 어려웠나 보다. 오늘도 아이들은 역정을 내면서 은서에게 화를 넀다. 은서는 결국 교실을 나갔고, 나는 토의를 시작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다보니 왜 화내는 지는 알것 같았다. 듣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결론이 쉽게 나진 않았다. 은서에게도 다짐을 받긴 했지만, 그것이 효과적일지는 모르겠다. 난이도 중의 수업이었다. 4학년 수업.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한번도 내 의도대로 완벽히 진행해 본 적이 없는 극강의 4학년들. 오늘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줬다. 조편성을 다시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이들은 또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 사이에 몇몇은 서로 다투다가 울고 말았다. 너무나 예측하지 못하는 타이밍에 눈물들이 나와서 놀랄 때가 많다. 감정에 예민한 민성이, 과격한 철원이, 흐물거리는 성재, 까부는 이안, 한 고집하는 설희와 무교. ㅎㅎㅎ 이 어벤져스급 4학년들은 나에게 큰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그나마 희망을 찾는 다면 처음보단 쬐끄음 나아지고 있다는 것? 그래도 내 말을 듣긴 한다는 것? 정도다. 다음 주에 조편성 마무리 지을 예정. 5-6학년. 이들은 철이 들었다. 말이 통한다. 그래서 제대로 진도를 나갈 수 있다. 거의 유일하게. ㅎㅎ 지난 주 까진 관계를 중심으로 다뤘다면 이제부턴 창의성, 상상력을 다루고자 했다. 준비한 수업 내용에 한 가지는 즉흥적으로 했다. 그 질문은 바로 ‘어떻게 해야 우린 가장 창의적이 되는가?’라는 것. 스스로 의견을 내고 종합해서 발표하게 했는데, 꽤 훌륭한 발표였다. 요녀석들 덕분에 그래도 밥값은 했음을 위안을 삼으며 서울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음에 참 좋다. 

5월 15일
오늘은 스승의 날. 나중에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을까. 언제나 반성이 되는 날이다. 오늘은 와우 스토리 연구소를 이끌어가시는 연지원 선생님께 감사함을 전했다. 그리고 이번 주 독서축제인 <강점에 집중하라>를 옮겨적고, 생각들을 적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요즘 들어 이런 저런 생각을 적는 기회가 많다. 성찰일지도 꾸준히 쓰다보니 좋고, 매주 목요일마다 하나의 글을 쓰고 싶은 마음도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다. 그렇게 단절적인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그래도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매월 2권의 책을 읽고 쓰는 독서축제를 하면서도 글을 많이 쓰게 되고. 글을 어느 정도 쓰다 보니 이제 고민은 자연스럽게 퀄리티로 향하게 된다. 그런 걱정도 한다. 너무 양에 치우친 글을 쓰는 건 아닐까? 이젠 질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자연스런 고민이리라. 양질변환의 법칙이 있는데, 나는 글쓰기에서도 그 법칙이 적용되리라 믿는다. 일단 쓰고, 쓰자. 창조적 자아가 활동하게 하자. 그래야 나중에 비판적 자아가 할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5월 16일
오늘은 오전에 재원이 50일 앨범은 가지러 갔다. 50일 앨범을 펼쳐보는데 얼마나 웃기던지. 볼살이 아주 두툼한 것이 아기 불독같은 느낌. 내 아들이라 그런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너무 귀여웠다. ㅋㅋ 토욜 오후엔 삼성크리에이티브멤버십 수업이 있다. 벌써 6번째 수업. 그 전에 잠깐 시간을 내서 어제 하던 <독서축제>를 마무리했다. 시간을 꽤 쓰는 작업이지만, 그래도 하고 나면 기쁨이 크다. 다행히 잘 마무리하고, 오후에 멘토링을 진행했다. 이번 주 주제는 <나의 빛나는 순간>이다. 한 멘토님이 자신의 지인들에게 <당신의 빛나는 순간은 언제였나요?>라는 질문을 던져서 그 사진들을 모아왔다. 브라질에 3년 정도 체류하셨을 때 만든 인맥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 인맥에 일단 놀랐고, 두 번째 놀란건 ‘공통성’이었다. 각자 사진은 달랐지만, 그 사진들이 함의하는 가치는 다들 비슷했다. 빛나는 순간이란 무엇일까. 그 사진들은 가족, 관계, 성취, 꿈, 몰입, 휴식 등 다양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특히 인상깊은 사진이 있었다. 생태지향적 건축가가 자신의 집을 지었다. 헌데 그 집 안에 바닷물이 흘러서 다시 바다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흐름이 있고, 다이빙할 수 있는 풀이 있었다. 그 풀에서 자신의 아들이 다이빙하려는 직전의 모습. 그 사진이 나에게 큰 공감을 선사했다. 2가지 만족이 있었다. ‘내 생각을 반영한 결과물’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결과물로 행복감을 누리는 것’ 정말 어마어마한 만족이 아닐까. 나도 그런 유산을 남기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만든 결과물로 더 기뻐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걸로 인생은 끝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시간이어야 하는데, 되려 나에게 꽤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좋았다. 

5월 17일

일요일. 매주 일요일은 집안일과의 전쟁이다. 아니 전쟁이 아니지, 전쟁을 피하기 위한 필연적 부산함이라고 할까. 어쨌든 일요일은 바쁘다. 일요일 오전이 충분히 바빠야 나머지 주말 및 한주가 편안하다. 그래서 오늘도 역시 청소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전이 다 지나갔다. 주말에는 재원이와 함께 노는 시간이 많다. 많이 보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물론 아내에겐 성이 차지 않겠지만. 이번 주 일요일 오후에는 합정역으로 놀러갔다. 밥을 먹고, 메세나 폴리스를 조금 구경하다가 집으로 왔다. 사람들이 많더라. 특히 우리 또래들 (아기를 대리고 다니는 젊은 부부들)이 많아서, 우리가 참 베이비붐 세대구나! 라는 세삼 놀라울 것도 없는 인식을 다시금 했다. 장모집 집에 가선 복면가왕을 봤다. K팝 스타 이후에 보는 TV프로그램이 하나도 없었는데, 유일하게 다시 보게 된 프로그램이다. 얼굴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이리도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라니.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존 롤스의 ‘무지의 장막’을 떠올렸다. 무지의 장막이란 이런 것이다. 개인이 원초적 입장에 서서 자신의 개인적 특성이나 사회적 지위 등을 모른다고 가정하는 것. 뭐 굳이 연결하자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무지의 장막 뒤에서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분별하는 것. 나는 기회의 균등에 있어서 이 사유실험은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저런 생각을 이리저리 굴려보았던 시간이다. 


5월 4일
오늘 오전은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공짜라서 받긴 했는데, 매번 받을 때 마다 대충 해준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까지 별 이상은 없었기도 했고. 그리고 나선 홍대에서 정선이, 해리를 만났다. 맨날 평일 저녁에 급하게 보고 미팅하고 헤어졌는데, 오랜만에 조금 여유있게 본 느낌이었다. 카페에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서로의 고민도 주고 받고. 심마니스쿨이란 이름으로 활동은 같이 하지만, 아직 회사란 느낌 보단 커뮤니티에 가깝다. 하지만 온전함을 기반으로 한 진짜 커뮤니티는 분명 회사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리라 나는 믿는다. 오늘 이야기하면서 슬라보예 지젝이 언급한 유사 행동과 행동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한번 글로 정리하고 싶단 생각도 많이 한다. 마지막으로 미팅을 끝나곤, 공간민들레로 가서 오랜만에 필립쌤 만나서 이런 저런 근황도 주고 받았고, 이후엔 집으로 돌아서 재원이를 돌보았다. 요즘 들어서 재원이가 낮에 잠을 안 자고 계속 칭얼 거린다. 100일의 기적이 아니라 100일의 기절이 온 건지는 아닌지 걱정이다. 그나마 내가 있을 때는 괜찮은데, 혼자 있을 땐 거의 맨붕일듯. 육아는 참 쉽지 않다. 

5월 5일
오늘은 어린이날! 재원이가 처음으로 맞이하는 어린이날이다. 아직은 그것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오늘은 아내 친구들과 함께 난지도 캠핑장에 가기로 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아기와 함께하는 외출은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겨우 짐을 챙겨서 길을 나섰다. 걸어서 가기로 했는데, 왼쪽으로 보이는 반짝이는 한강도 좋았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노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한참을 걸어가서, 도착했는데 정말 사람이 많았다. 어마어마한 군중을 뚫고 겨우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지나서 다들 모였고, 고기를 구워먹었다. 엄청나게 맛있었다. 다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고. 더 놀고 싶었지만, 재원이를 데리고 오래 있을 수 없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완전 뻗어버린, 재원이와 처음으로 함께한, 그런 어린이날이었다.  

5월 6일
요즘 매일 아침에는 스트레칭을 한다. 의사 선생님도 매번 말한다. 치료 받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침에 체조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이라고. 나는 매번 규칙적인 셋트를 진행하진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나름의 동선을 만들어서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한다. 15분 가량 몸을 풀고 하루를 시작하기! 이 일상의 성찰처럼 반복해서 해 보자. 중요한 것을 중요하게 행동하자. 오늘 오전에는 인디언 계모임(가안)이 있었다.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학습조직을 꿈꾸는 사람들이라고 일단 해두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뭔가 생각을 나누고, 활동을 공유하고, 배움을 얻는다는 건 시간 가는지 모르는 즐거움이다. 2주에 한번 만남으로 통해서 나도 많이 배울 것 같다.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기대되는 모임이다. 그리고 나선 당산서중 수업을 갔다. 영체인지메이커 수업을 했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 내 진행의 미숙함이기도 하겠지만, 수업에서 상호작용이 활발하지 않은 느낌이라 좀 아쉬웠다. 나는 퍼실리테이터로서 역할을 하고 싶은데, 아직 어설프다. 그리고 동기부여는 언제나 어렵다. 반응이 별로 없을 때는 더욱 그렇고. 다음에는 좀 더 잘게 잘게 나누어서 아이들에게 친절한 수업을 해야 겠단 생각을 했다. 저녁에는 서울 크리에이터 수업을 갔는데, 시민연대 대표님께서 강의했다. 걷고 싶은 서울이라든지, 서울 시청 광장이라든지, 정말 많은 일들을 실천하는 분이셨다. 시민 활동가로서 내가 직접 본 분들 중에선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주민들의 참여만 있으면 다 된다는 식의 ‘미신’에도 적절하게 비판하는 강의 내용도 의미 있었다. 앞으로 수업들도 기대기대. 

5월 7일
오늘 정읍가는 날. 6시간이란 개인적인 시간이 주어지는 고마운 날이다. 남들에겐 어떠할 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너무 필요한 시간. 오늘 오전에는 주로 <그림책 읽는 즐거운 교실>이란 책을 초서했다. 수업을 진행할 때 필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길래 준비 차원에서. 그리고 수업 준비도 마무리하고, 이런 저런 일도 처리했다. 많은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진 못했지만 나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칠보에서의 수업 이야기로 넘어가자. 3학년 수업과 4학년 수업에서 다 눈물이 발생했다. 3학년 중에 성민이와 우진이가 집중하지 않고 놀고 있는 걸 봤다. 분명 집중 하자고 했는데 하지 않길래, 조금 혼냈다. 그랬더니 가만히 있다가 눈물을 흘렸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눈물이 나와서 놀랐다. 아이들은 참 다루기가 어렵더라. 나도 화를 안 내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요즘 그래도 3학년 따로, 4학년 따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분위기가 더 좋아져서 기뻐하고 있었는데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은서는 계속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는데, 그것도 어렵고 말이다. 4학년들은 오늘 그래도 좋았다. 몇명 떠드는 친구들이 늦게 오기도 했고, 그들이 조금 찢어진 것도 주효했나보다. 수업이 왠일로 잘 굴러나가 했는데 방심은 금물이다. 막판에 자기들끼리 다투다가 또 한명이 운다. 내가 잠깐 돌아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아이고 어렵고 정신없더라. 5-6학년 수업은 그래도 별 문제 없이 할 수 있었다. 몇몇 아이들은 매우 탁월한 성품과 실력을 가진 아이들도 있더라. 그래도 오늘 한 가지 좋았던 점은 평소 잘 참여를 어려워하던 친구들도 모두 의견을 내고,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다. 그런 모습을 보는게 나에겐 힘이 된다. 

5월 8일
오늘 방문한 곳은 pxd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디자인씽킹 툴을 함께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오전에는 지난 번 프로토타이핑에 대한 피드백을 진행했고, 점심 먹고 나서 1시간 정도는 강의를 들었다. 회사 자체에서 월별로 한번 씩 특강을 여는 것 같았다. 참 좋은 분위기라고 일단 외부에선 그렇게 느껴진다. 진욱님과 소영님과 함께 프로토타이핑을 하고 피드백을 하면서 느끼는 점 2가지. 하나는 확실히 생각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 보면서 얻는 통찰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디자인씽킹의 가장 핵심적인 철학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말로 떠들어봐야 직접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글쓰기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적용되는 법칙인 것이다. 두번째,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 때 시너지가 난다는 것. 그 이유는 눈으로 무언가를 볼 때 우린 각자의 필터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각게각층의 다양한 필터로 피드백했을 때 같은 상황도 다르게,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상황을 입체적으로 볼 때 진짜 문제를 더욱 잘 찾을 수 있다. 다음 주 화요일에 이번에 만든 프로토타이프를 가지고 테스트 하기로 했다. 기대 중. 

5월 9일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노는 토요일이다. 원래 토요일은 대부분의 직장인에겐 노는 날이지만, 나에겐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프리랜서니까. 주로 격주로 SCM 수업이 있고, 게다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와우 수업이 있다. 그래서 나에게도, 아내에게도 이번 토요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아내가 아침부터 표정이 좋아보였다. 우리가 아침에 간 곳은 김포공항 몰이다. 나는 김포공항을 가본 적은 있지만, 몰을 가본 적은 없었는데, 아주 크게 잘 만들어진 곳이었다. 백화점, 호텔, 하이마트, 롯데마트, 롯데몰 등 없는 게 없었다. 롯데 월드 빼고는 다 있었다. 사람도 아주 많았다. 김포공항을 간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 집에서 유모차를 쉽게 끌고 갈 수 있는 쇼핑몰이었다는 사실. 이젠 데이트 할 장소 선택도 ‘아이’에게 맞춰지게 된다. ㅎㅎㅎ 가서 별로 한 것은 없다. TGI가서 밥 먹고, 몇 군대 돌아다니고, 마트가서 장 보고. 별 다른 점은 없었지만, 그래도 야외에 설치된 공원과 분수쇼,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몇 가지 놀이터는 인상깊었다. 날씨가 좋아서 좋았던 것 같다. 저녁에는 군포에서 이모와 이모부도 올라오시고, 장모님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장어랑 고기랑 많이 많이 먹었다. 요즘 살이 부쩍 찌는 듯. 

5월 10일

일요일 오전에 어제 저녁에 이어서 온 가족이 다시 만났다. 백석역 코스트코를 갔다. 장모님이 바지를 하나 사 주셨는데, 허리랑 허벅지랑 꽉 껴서 좀 민망했다. 더 큰 사이즈로 사면 편하긴 한데 멋인 안 난단다. 걱정이다. 지금 사이즈는 계속 유지해줘야 한다. 쇼핑 후 내가 간 곳은 미용실이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어떻게? 앞머리를 내릴꺼다. 사람들의 생각도 그렇고, 내 생각도 나는 앞머리를 올리는 것이 낫다. 이마가 지나치게 넓긴 하지만, 그래도 인상도 시원시원해 보이고, 그냥 내리면 넘 답답해 보인다. 하지만 내가 머리를 내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탈모 때문이다. 나이가 아직 어리지만, 벌써 탈모의 조짐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이마는 갈수록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고, 그 위로 정수리까지 두피와 모공은 갈수록 좁아지고 가늘어지고 있다. 그게 나에게 꽤나 스트레스를 준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체질이나 유전,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나는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그건 바로 모공 관리! 일단 왁스를 안 쓰려고 한다. 그 동안 10년이 넘게 왁스를 썼는데, 확실히 지워지지도 않고, 쓰는 나도 좀 찝찝했다. 두번째로는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한 스트레칭이다! 운동을 꾸준히 함으로써 피를 잘 돌게 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론 검은콩을 좀 많이 먹고, 민간 요법을 하려고 한다. 뭐 나의 노력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작은 것부터 해보자. 나의 젊음을 지켜야 하기에. 사막화를 막아야 하기에. 


4월 27일
월요일. 자유학교 수업 마지막 날이었다. 느낀 점을 다들 이야기하는데, 조금 짠했다. 한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정말 한명 한명 깊이 들어왔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더랬다. 개인적으로도 재미도 있었고, 의미도 있었고 말이다. 다음에 또 기회가 생기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내가 원하는 형태의 디자인씽킹 수업을 그나마 이번 기회에 했단 느낌이어서 더욱 좋았다. 마무리하고, 미팅하러 간 곳은 이촌역. 세은쌤과의 용마중 수업 준비였다. 요즘 에르디아 활동으로 힘든 세은쌤과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앞으로 용마중 수업 어떻게 할지 고민도 하고 그랬다. 좀 더 의미있는 수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모이면 언제나 즐겁다.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가 애기를 보았다. 사실 아내의 이모네가 개인 사정으로 문제가 좀 있어서. 아내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이 지고 있다.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고 싶은데 그 현명한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 걱정이다. 

4월 28일
오전엔 토론 수업을 재미있게 하고, 오후에 간 곳은 pxd다. ux디자인 하는 회사. 송영일 형님과는 몇년 정도 인연이 깊은데, 이번에 초등학생들을 위한 디자인씽킹 툴을 제작한다고 해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나는 지금까지 나름대로(?) 디자인씽킹을 관심가지고 공부하고, 강의하는 거였는데, 이번 기회에 좀 더 체계적으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되었다. 어떤 방식으로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3시간 가량 신나게 문제 정의 및 아이데이션, 프로토타이핑을 했다. 역시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만고의 진리다. 서로 이해의 폭이 훨씬 줄어들었고, 공감하고 공유되는 생각도 비슷했다.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음에 좋았다. 저녁에는 4월 심톡이었다. 미정쌤의 진행으로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이번 달에도 11명 정도 와 주셨다. 신기하게도 언제나 10-12명 정도의 게스트가 와서 함께 심톡을 이뤄나가게 된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인원이다. 특이 이번 달엔 새로온 분들이 5분이었다. 한분 한분 다 감사하더라. 대화는 재미있었다. 아침부터 서두르는 바람에 막판에 다소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활동이니, 마음의 충만함은 가득했다. 집에 돌아가서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가 잤다. 

4월 29일
오전에 정형외과를 갔다. 요즘 일주일에 2번은 치료 받는다. 어깨와 목이 말썽이다. 자세가 약간 구부정해야 오히려 좋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나의 잘못된 지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내 자세가 좋지 않았구나. 란 생각도 했고, 앞으론 아침 체조를 더 열심히 해야겠단 다짐도 했다. 그리곤 2시간 반 정도 지금까지 미뤘던 일들을 처리했다. 심톡 주소록 정리, 와우 리뷰 쓰기, 일정 정리하기 등등 나름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 업무 시간은 3시반에 종료다. 이후엔 금요일 재원이 100일을 함께 준비하기로 했기에. 서둘러서 업무를 마치자. 쑝

4월 30일
오늘은 정읍 가는 날. 나의 한계를 절감했다. 3학년, 4학년 악동들을 동시에 상대하기엔 부족하다는 사실. 지난 시간에 나의 야심작 ‘난파선 게임’을 진행했음에도, 진행이 어려웠음을 보면 이건 내가 문제가 아니라 고녀석들이 강적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합리화하고 싶다. ㅎㅎ 그리고 선생님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3-4학년을 섞어놓았을 때 수업 진행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이번 시간엔 3학년 따로, 4학년 따로 진행했다. 그랬더니 좋은 점이 보이더라. 평소 말을 잘 하지 않던 수빈이나 성준이가 눈에 보이더라. 그리고 유환이도. 그 전에 워낙 형들에게 기가 눌려 있었다 보다. 4학년 수업을 어땠을까. 음. 문제는 성재와 철원이인 것 같다. 민성이도 어렵고. 특히 성재는 처음엔 눈에 띄지 않았는데 요즘 유독 흐물흐물 말썽이다. 거의 내 말을 안 듣는 것 같다. 철원이는 꾸준하고. 다른 친구들도 싫어하는 눈치이긴 한데, 대놓고 말은 못 하고. 암튼 쉽지 않은 상황임은 틀림없다. 그래도 같이 하는 것 보단 좀 나았다. 매번 게임도 하고, 즐겁게 진행하고자 하는데 모르겠다. 정읍 왔다 갔다 하면서 독서축제 <강점혁명>을 마무리했다. 나에겐 정말 보석같은 시간이다. 아마 이 시간이 없었다면 다른 일들을 제대로 처리하는게 어려웠으리라. 갑자기 이 모든게 감사하다. :) 


5월 1일
아침에 정형외과를 갔다가, 오후엔 와우 로컬투어 겸 미팅을 했다. 저녁에는 재원이 100일 잔치. 요즘 정형외과를 가면서 느끼는 한 가지, 나는 정말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는 것. 자세도 그렇다. 오히려 잘 모르면 고집이라도 부리지 않을 텐데, 이상하게 혹은 어설프게 알고 있는게 많다보니 실수를 자주 한다. 나의 경우, 허리를 쫙 펴서 앉는 버릇이 있는데 난 그게 좋은 줄 알았다. 구부정하면 안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나보다. 제대로 자세에 대해서 배운 것도 아닌데, 나는 주로 허리를 꼿꼿히 세워서 다니곤 했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의 의견은 정반대였다. 결코 그러면 안 된다는 것. 척추는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은데, 무리해서 세우다 보면 더 무리가 간다는 것. 오히려 힘을 빼고, 어깨를 축 내려뜨리면 더 좋다고 한다. 에잇. 결국 자세를 다시 교정해야 한다. 제대로 알자. 오후엔 연남동과 연희동을 돌아다니기도 했고, 미팅도 했다. 오랜만에 걷기도 많이 걷고, 연남동과 연희동의 골목 골목을 잘 알게 되어서 더 좋았다. 저녁은 재원이 100일상 준비를 했다. 과일과 떡과 케잌을 사고, 아내는 예쁘게 인테리어를 꾸몄다. 아가는 본인이 100일인지도 모를텐데 말이지. 어쨌든, 장모님, 장인어른, 이모님, 이모부, 그리고 형님과 아주버님이 모두 오셔서 축하해 주셨다. 흥부골에 가서 고기를 먹고 와선, 100일 상에 재원이를 앉히고 사진도 찍었다. 계속 꾸부정 하면서 고개가 아래로 떨어지는 바람에 사진을 찍는게 참 어려웠다. 찍고 나니, 나 100일 때 모습이랑 너무너무 똑같아서 놀랐다. 다들 엄청 놀라했다. ㅋㅋ 나도 신통방통이다. 

5월 2일
오늘은 SCM 수업이 있는 날이다. 시간의 여행자라고,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공간에서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이다. 이번 장소는 압구정역 근처, 도산공원으로 정했다. 개인적으로는 도산 안창호 선생님을 워낙 존경하기 때문에 좀 더 좋았다. 날씨가 좋아서 아이들의 기분도 좋아보였다. 나 역시 오랜만에 1:1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서로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 느낌이었고. 수업 시간을 마치고 간 곳은, 기흥에 사는 누나집이다. 얼마 전에 결혼 한 누나의 신혼집에 처음으로 가는 것이었다. 재원이도 구경할 겸, 겸사겸사. 다 좋았지만 가는 길이 너무 멀었다. ㅠ 아이를 데리고 기흥역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더욱. 그래도 도착하고 나니 편했다. 집도 새롭게 인테리어 해서인지 예뻤다. 아가를 재우고 저녁에는 같이 티비 보며 놀았다. 

5월 3일
다음 날, 오전에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요즘엔 매번 그렇지만, 내 의지로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의 재원이의 의지로 내가 일어나게 된다. 누나집에서도 마찬가지. 일어나서 재원이를 안고 돌아다녔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랫동안 재원이는 잠을 안 자고 칭얼대었다. 나는 결국 거실로 나가서 내 무릎 위에 재원이를 눕혔는데, 그제서야 잠이 든듯 조용하다. 일어나기도 그렇고 해서, 그 상태에서 책을 봤다. 신영복 교수님의 ‘강의’라는 책. 요즘 읽는데 너무 재미있다. ㅜㅠ 책을 보는데 바깥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산 바로 옆에 아파트를 지었는지, 창밖의 광경이 아주 예술이었다. 푸르른 숲이 눈에 한 가득 들어오니, 마음도 조금 맑아지는 느낌도 들고 좋았다. 그렇게 오전이 지나나고, 오후에는 다 같이 세기의 명경기라고 불리는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권투 경기를 봤다. 엄청 나게 기대하고 있었는데, 경기 내용은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이후 낮잠도 자고, 일어나서 한우고 구워먹고 집에 왔다. 집에 오니 완전 다들 뻗어버린 느낌. 그래도 잘 놀다 왔다. 


4월 20일
오늘은 월요일. 자유학교 수업이 있는 날이다. 프로젝트는 결국 2개로 확정되었다. 하나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자전거 이용자가 즐겁게 라이딩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을까?” 두번째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학교 앞 쓰레기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데, 모쪼록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처음에 ACT와 ACTION을 구분했다. ACT란 돌파구를 만들기 위한 진짜 행동, ACTION란 하는 척 하는 행동이다. 이것을 구분할 수 있는 건 자기자신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그냥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 하기 위해서 할 수도 있고, 진짜 조금이라도 진심으로 변화를 만들기 위해 움직일 수도 있단 뜻이다. 사실 그렇다. 나는 체인지메이커가 되기 위한 교육을 하고 싶다. 체인지메이커인척 하는 교육은 하고 싶지 않다. 변화를 만드는 것이 그 자체로 목적이었으면 좋겠다. 변화를 만드는 것이 나의 진로에 도움이 되거나, 내 스팩을 쌓기 위해서, 혹은 선생님에게 덜 미안하기 위해서 하는 거라면 안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이 메시지가 꼭 전달 되었으면 좋겠다.

4월 21일
오늘은 토론 수업이 있는 날. 요즘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 정신이 딴데 팔려있나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게 아닌데 또 나쁜 습관이 고개를 든다. 더 잘하자. 성찰로는 변화를 이끌지 못한다.성찰 뒤에 오는 실천. 그것이 변화를 이끈다.  이 글은 내가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쓰는 글이 아니다. 내가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내가 더 나답게 살기 위해 쓰는 글이다. 실천이 없다면 이 글은 그냥 쓰레기다. 반복하고 싶지 않으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4월 22일
오늘 오전부턴 VTON멤버들 지현쌤과 한수쌤과 미팅했다. 정말 다양한 주제가 오고 갔다. 최근에 내가 가진 이슈들도 자연스래 나왔다. 키워드만 뽑아 본다면, 회복력, 커뮤니티, 학습조직, 온전함의 회복 등이었고, 책으로는 학교 없는 사회, 학습하는 조직, 폭력이란 무엇인가, 호모 코뮤니타스 등이 언급되었다. 3시간 정도의 대화 나눔이었지만, 밀도가 높았다. 배움이 별거인가. 이런게 배우는게 아닐까. 대화를 나누던 중에 내가 이렇게 말했다. “뭘 하기 위해서 모이는 것이 아니라, 모여서 뭘 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맞다. 그냥 모이는 것이 좋다. 꼭 목적을 가져서 모이는 것 보단, 그냥 모여서 뭘 할까를 함께 정하고 가는 것. 그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다. 학습 조직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해서, 내년에는 꼭 시도하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영역이니. 오랜만에 환기도 했고, 일도 했다.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4월 23일
요즘 내 생각의 흐름을 가속화주는 책도 읽고, 변화를 주는 책도 많이 읽게 된다. 가속화하는 책들은 예를 들면 고민하는 힘, 희망의 인문학,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 호모 코뮤니타스 등이 있다. 내가 추구하는 생각을 이미 이뤄가는 사람들의 사례이고, 그로 인해 얻는 것이 많다. 하지만 변화를 주는 책들도 있다. 슬라보예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 그러하다. <폭력이란 무엇인가>는 생각만 해도 너무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다음에 다루기로 하자. 오늘 오전에는 <읽지 않은 책..>을 옮겨적었다. 이 책은 독서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인 나에겐 낯설고 불편할 수도 있는 책이다. “책 읽는 거? 그거 정말 중요해?”라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의 나는 저자의 생각에 거의 동의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맥락이다. 독서가 중요하다 아니다가 아니라, ‘지나친 독서에의 맹신’이 주는 폐악을 보자는 것이다. 결론은 단순하다. ‘네 생각을 말하라.’ 책을 읽고 안 읽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되려 독서에 대한 지나친 맹신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거나 성찰할 시간을 빼앗아버리게 된다. 이러한 관점으론 최근 최진석 교수가 쓴 책 <인간의 그리는 무늬>도 비슷하다. 이 책을 본 것은 아니자만, 저자의 강연을 듣고, 인터뷰를 듣고, 책의 리뷰를 보고 내린 나의 판단이다. 나도 읽지 않은 책에 말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하. ‘나는 이 정도 책을 봤으니 이 정도야’라는 생각. 그건 하나도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지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가? 자기 생각을 얼마나 말했는가? 그것이 본질이다. 우리는 모두 수용자가 아닌 생산자, 소비자가 아닌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 이 말을 기억하라. 책은 읽는 사람의 생각음 움직일 수 있고, 동시에 그가 가진 가장 독창적인 부분으로부터 그를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 나도 앞으로 기죽지 않으련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당당히 말하련다. 틀리면 뭐 어때. 

4월 24일
올해 들어서 일기 쓰는 일을 거의 빼먹지 않았는데, 이번에 거의 처음으로 3일이 밀렸다. 그 이유는 와우 엠티 때문이리라. 그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금요일 일기를 적지 못한 건 내 불찰이다. 금요일에 무슨 일이 있었더라. 되돌아보자. 그래 금요일에 자유학교 발표가 있었다. 아이들의 마지막 발표였지. 나름 잘 해주었다. 금요일 오후에는 병원을 갔다. 오른쪽 어깨가 자주 아파서 정형외과를 갔는데, 근막통증이라고 하더라. 금요일엔 왼쪽 어깨도 치료받았다. 의사가 말하길, 아무리 이렇게 치료받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아침에 일어나서 체조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체조하는 습관. 이젠 더 이상 늦어질 수 없다. 피터 드러커는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건강을 중요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정작 본인은 하루에 1시간은 꾸준히 수영을 했다고 하니,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내가 드러커보다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닐텐데. 체조를 빼먹는 일은 없도록 하자. 

4월 25일-26일 (엠티 후기)
오늘은 와우 엠티를 가는 날. 엠티의 행선지는 바로,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안동이다. 이 엠티를 가기 위해 아내의 엄청난 배려가 필요했다. 무려 1박 2일의 일정이었기에. 아기가 배가 조금 아픈 상황이기도 했고, 떠나는 나도 마음은 다소 무거웠다. 쨌든, 아침 일찍 서둘러서 떠났다. 서울팀은 8시반, 양재역에 모여서 출발했다. 오랜만에 보아서 더욱 반가웠다. 아름다운 덕평 휴게소를 지나 나는 지명(형)님 차로 옮겨 탔다. 이번 엠티에서 누구보다 이야기를 많이 한 게 지명(형)님이 아닐까 싶다. 안동으로 가는 길, 거의 대서사시이자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지명(형)님의 인생을 들었고, 나도 내 삶을 나누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들 한번 들어보시길 강추한다. (ㅎㅎㅎ) 시간 가는지 모르고 수다를 떨다보니 이내 도착한 곳은 하회마을이었다. 하회마을은 워낙 유명한 곳인데, 팀장님의 설명을 들어보니 강이 돌아서 나간다고 해서 하회란 이름이 붙었단다. 아무것도 모르고 좋다고 돌아다니는 내가 부끄럽다. (ㅎㅎㅎ) 도착 후 가장 먼저 먹은 건 안동찜닭. 워낙 식도락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지만, 왜 안동찜닭이 여기서 유명해졌는지는 궁금했다. 나름 검색해보니 1970년도 부터 유명해졌다고. 아주 과거 (조선시대) 부터 유명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맛은 너무 좋았다. 달콤달콤. 그 이후엔 화천서원을 들려서 서원과 서당(정사)를 구분하는 법을 배우고, 부영대를 올라갔다. 

부영대에서 내려다 본 하회마을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정말 완벽한 그림. 산은 보기에 딱 좋을 만큼 높았고, 하늘은 구름 한점 없었고, 마을을 둘러싸고 흐르는 낙동강은 반짝 반짝. 그리고 그 사이에 소복히 내려앉은 듯한 마을은 이 그림의 정점이었다. 놀라운 경치였다. 다들 놀라운 광경에 사진을 찍느라 정신 없었다. 그리고 나는 예전에 로마에서 본 포로로마노가 문득 떠올랐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하나 정하라고 하면 나는 포로로마노를 꼽는다. 그 이유는 건축물이 웅장해서도 (콜로세움이 더 웅장하다), 주위 풍경이 더 멋져서도 (베니스가 풍경은 낫다) 아니다. 그 이유는 포로로마노에선 내가 ‘그 때 그 시절’을 그려보았기 때문이다. 수 많은 로마인들이 광장에 모여 토론하는 모습, 물건을 파는 모습, 걸어다니는 모습. 그런 모습이 총체적으로 떠올라서 일 것이다. 하회마을이 한 눈에 들어왔을 때도 슬쩍 스쳐지나갔다. 공부하는 조선의 선비들과 밥을 짓기 위해 부산스런 아낙내들. 강으로 물자를 나르던 상인들과 뱃사공들. 옆 마을과 교류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그걸 상상하는게 좋았다. 광땡들과 사진을 찍고, 잠깐 머문 뒤, 내려왔다.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도 많은 것을 배웠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 5대 서원이 무엇인지. 18대 현인은 누구인지 등등. 내가 남명 조식 선생을 비롯한 몇몇 유학자들은 왜 5대 서원에 들어가지 않냐는 질문도 했고, 팀장님이 잘 답변도 해 주셨다.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는 것. 내려오는 길에도 많은 생각을 했는데, 어서 이 빈칸들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런 게 자연스런 공부가 아닐까.

부영대에서 내려와선 옥면선사에 들렸다. 류성룡 선생님이 내려와서 ‘징비록’을 지은 곳. (기억이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다.) 하회 마을이 더 가까이 보이는 곳이었는데 이런 곳에서 공부가 잘 될까. 싶긴 했다. 아마 풍류를 즐기느라 더 바쁘셨을 지도. 이후에 자리를 옮긴 곳은 병산서원이다. 가는 길도 너무 이뻤지만, 도착해선 더 놀랐다. 어마어마한 병풍들. 그 앞을 흐르는 강. 그리고 그것들과 한치의 어긋남 없이 자리잡은 병산서원. 병산서원의 툇마루에서 내려다 보는 산수의 모습은 하회마을을 능가하는 절경이었다. 내가 기존에 한국 땅을 많이 보지 않은 이유가 더 크겠지만, 이번 여행에서 얻은 중요한 나의 시야는 바로 ‘산과 물’이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렇게 산과 물이 잘 어울어지는 땅이었나? 안동이 유독 그런 것인가, 내가 너무 돌아다니지 않은 탓인가, 그것도 아니면 내가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한 것인가. 지금까지 이런 것을 잘 알지 못했기에 조금은 후회스러웠고, 더욱 놀라웠다. 서원을 둘러보고 나선 강가로 나아갔다. 잔잔한 강을 보면 생각하는 놀이가 있지. 돌을 던져 통통 튕기는 전설의 그 놀이! 물수제비. 거의 초등학교 때, 아니 중학교 때 까진 했던거 같은데 그 이후론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돌맹이를 손에 쥐고 던져봤다. 잘 안 되더라. 물과 돌, 그리고 사람의 힘이 적절해야 잘 되는데 우리에게 그리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오기로 몇번 더 튕기긴 했지만 망신만 당하고 말았다. 1등은 팀장님이 튕긴 5개. 나는 3개인가 4개인가. 암튼 재미있었다. 그거 조금 운동했다고 담날 어깨가 약간 아프긴 하더라 ㅋㅋ 물가에서 놀고, 사진도 찍다가 자리를 옮겼다. 월영교로 가는 길이 꽤 멀었기에 서둘렀다. 

월영교에 도착해선 헛제삿밥을 맛있게 먹고 (내가 지금껏 먹는 탕국 중에 베스트였다. 제사 음식 답게 반찬이 차서 좀 아쉬웠지만) 월영교에서 산책을 즐겁게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물 위에 비친 달이 참 멋진 곳이었다. 안동에 관광하러 온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도 많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길었지만, 차에 탄 영남 누님과 연주르와의 수다로 즐겁게 올 수 있었다. 숙소인 온계 종택도 멋졌지만, 차에서 내렸을 때 별빛이 더욱 멋졌다. 얼마만에 보는 밤 하늘인지. 팀장님이 아프셔서 이후엔 참석하지 못하셨지만, 다들 그래도 즐겁게 와인과 다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비록 나는 술은 잘 못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즐겁고 편안했다. 다음 날 일어나서 주위를 산책하려고 하는데 진경이가 벌써 부지런히 나와있었다. 함께 집 근처를 돌아봤다. 옆집의 할머니가 따뜻한 고구마를 건내시며 하나 먹어보라고 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ㅠㅜ 이런 시골 인정 정말 어쩔꺼야 ㅠ  이후 궁금했던 것들을 부지런히 물어봤다. 저건 무슨 밭이에요? 여긴 왜 소나무가 많아요? 할머니는 뭐 키우세요? 저건 무슨 나무에요? 무슨 꽃이에요? 등등 할머니는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셨다. 넘 감사한 할머니를 만나서 산책길이 충만했다. 이후 팀장님과 지명형님도 산책 나오셨기에 건강을 여쭙고 퇴계태실에 들렀다가 왔다. 이후 아침을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여기 와서 장난아니게 살찔 듯. 오전에 집주인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듣고, 단체 사진도 찍고, 집을 나섰다. 다음 코스는 농암종택.

농암 종택에 가는 길은 정말이지. 절경이었다. 굽이 굽이 자동차 길을 따라서 강이 흐르고, 그 뒤로는 산과 절벽이 가득한. 이런 코스를 걸어다니면 백정도 저절로 선비가 되겠더라. 농암종택은 내가 방문 했던 국내 여행지 중에서도 손 꼽히는 곳이었다. 정말 자연과 잘 어우러졌다. 여행을 마치고도 어제 들린 병산서원과 농암종택을 난 최고로 쳤다. 그 만큼 종택에서 머물 때의 감명이 깊었다. 그리고 하나 느낀 건 내가 원래 자연에 반응하는 사람이 아니었던거 같은데 나이가 들 수록 자연이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 자주 접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 그런 변화도 느낄 수 있었다. 사진도 찍고, 대화도 나누고, 쿠사리도 먹고 (강각이었나. ㅋㅋ 나가세요 당장 나가세요 ㅋㅋ) 재미있었다. 언젠가 한번 꼭 따로 와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자고 싶단 생각을 했다. 아버지, 어머니, 아내, 재원이와 함께 꼭 한번 와야지. 이후 점심으로 간고등어랑 더덕무침을 먹었는데 그것도 꿀맛이었다. 도산서원에 도착해선 공사 중이라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오래 된 느티나무들이 인상적인 곳이었고, 무엇보다 스승의 뜻을 소중하게 여기고자 하는 제자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더 애틋한 곳이었다. 도산서원 앞으로 내려다 보는 강물의 반짝거림이 아직도 머릿 속에 남아 있다. 

돌아가는 길. 나는 로디우스 뒤에 짐들과 함께 큰 짐이 되었다. 처음엔 많이 불편했는데, 그래도 적응하니 좀 괜찮았다. 하지만 대화하기 적합한 자세는 아니어서 그냥 혼자 책도 보고, 졸기도 하고, 광땡들 이야기도 훔쳐 듣고 하면서 왔다. 다들 맨 뒤에 있는 날 걱정해 주셔서 감사했다. 어쩌면 이 상황 때문에 그날 아침에 잘 생겼다고 띄어준 것은 아닐까? 이 모든게 큰 계획의 일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은 그 당시 하지 못했다. 지금 글을 쓰면서 한다. (ㅋㅋㅋ) 농담이다. 쨌든, 돌아오는 길은 아무래도 마음이 급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나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지명(형)님이 더 걱정 되었지만) 최대한 빨리 가겠다고 말했기에 지켜야 했고. 국수역에서 급하게 내리는 바람에 한명 한명 인사도 제대로 못 했다. 미안하게도. 그래도 유진 누님과 함께 타서 좋았고, 지하철에서도 내내 이야기하고 놀았다. 이틀 내내 행복하게 잘 놀다 가는 느낌이다. 도산서원에서 리뷰할 때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원래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이번 여행은 나에게 혼자하는 여행의 즐거움 (여유로운 시간, 산책)과 함께하는 여행의 즐거움(친밀감, 대화, 배려)을 둘 다 맛본 여행이라 더 좋았다고. 정말 그랬다. 애써주신 팀장님을 비롯한 모든 광땡들에게 감사함을 깊이 전하며 이만 총총. 


4월 13일
오늘은 엄청난 거리를 돌아다녔다. 덕분에 책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거의 다 읽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책을 부쩍 많이 읽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독서시간은 이동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사실 이동하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정읍에 내려가는 것을 기뻐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 이동거리는 책이고, 책은 삶에서의 도피 수단이다. 책을 읽을 때 좀 더 일로부터 도망갈 수 있기에. 과거 영업을 하러 돌아다닐 때는 일부러 먼 거리에 미팅을 잡기도 했다. 그러면 안 되지만, 솔직히 어쩔 때는 책을 읽고 싶어서 그렇게 했더랬다. 그래서 나같은 신입사원이 있으면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ㅎㅎㅎ 오전에는 일산에서 수업, 오후에는 용마중학교에서 <영체인지메이커> 첫 수업이 있었다. 언제나 첫 수업은 긴장된다.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나는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느껴지기 때문에. 오전이야 뭐 자주 피드백했으니 패스. 오후 수업을 피드백 하자면, 공통적으로 좋았던 것은 ‘전체적 흐름이 스무스하게 진행되었다’는 것, ‘활발하게 진행되었다는 것’ 정도가 있었다. 그리고 아쉬웠던 것은 ‘설명할 때 너무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 ‘팀 구성할 때 좀 더 친절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것’ ‘전체적으로 한명 한명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 정도가 있다. 빠른건 정말 문제다. 말을 더 천천히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팀 구성은 확실히 다음 번엔 더 나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에 쫓겼다는 점도 있다. 시간 안배를 잘 해야 진짜 잘하는 것인데, 아직 멀었다. 그래도 나름 즐겁게 첫 스타트를 끊었다. 

4월 14일 
오늘은 오전은 토론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지난 2학기에 수업을 했던 학교인데, 올해도 함께 하기로 했다. 성남이라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불러주시는 고마움과 인연이란 좋은 단어가 나를 기꺼이 움직이게 한다. 나와 만나게 될 아이들도 어찌되었든 고마운 인연이니까 :) 첫 수업을 했는데, 아이들이 다행히 (?) 반겨주었다. 그리고 3학년이었던 아이들이 4학년이 되었다고 제법 말도 잘 하고, 잘 듣고, 이쁘게 굴었다. 다들 이쁘지만, 나는 개인적으론 4학년 아이들이 가장 이쁘더라. 5-6학년만 되어도 머리가 좀 굵었다고 발표를 잘 안 한다. ㅎㅎㅎ 그래도 다들 이쁘다. 첫 책으론 ‘난 말이야’라는 쉬운 동화책을 골랐다. 이 책으로 전하고 싶은 건 단순했다. 쉽게, 즐겁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 그리고 자신감을 얻는 것. 자신감을 얻게 하기 위해서, 자신의 잘 하는 점을 적게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장점을 적어주게 했다. 그리고 각자 발표를 했다. 그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나도 잘 할 수 있는게 있어!’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으면 좋았으리라. 이후, 서울대입구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갈 수 있으리, 근처 있는 중고책방에 들려서 잠깐 흝어주고 스타벅스로 와서 일하고 있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승환이 보기로 했기에 얼른 일해야 겠다. 일 하다가, 김영하의 <자기 해방의 글쓰기>란 강의를 봤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어두운 곳을 들춰보게 되고, 그로 인해 자기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이 만만한 사람이 아니란 뜻이다. 왜냐, 글을 쓰면서 우리는 발전하기에. 작가란 은퇴가 없다. 작가가 한번 되는 순간, 죽기 전까지 쓰는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 살아있다는 뜻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최후의 자유다. 

4월 15일
아침에 하나의 글을 올렸다. <내가 경계하는 사람들>이란 주제로. 이 글을 쓰면서 한 가지는 분명했다. 아,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내 생각을 나누는 방식으로 말보다 어쩌면 글이 더 어울릴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말을 하다보면 분위기 때문에, 혹은 순간적으로 상대의 기분을 생각해서 해야 할 말을 못 하거나, 스스로를 속일 때가 있다. 과장할 때도 적지 않고. 하지만 글은 그 경우가 좀 더 적다. 왜냐면, 일단 찬찬히 한 글자 한 글자 쓰다보면 그것이 그른지 아닌지 좀 더 분명하게 분별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즉흥성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놓치는 기만도 많이 없앨 수 있다. 쨌든, 글을 올렸는데 오랜만에 스스로 쓰고 자족하는 글이 되었다. 내 삶의 문제의식을 따라 자유롭게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을 했다. 오전에는 민방위 훈련이 있었는데, 그 시간 내내 슬라보예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주관적 폭력, 상징적 폭력, 구조적 폭력으로 구분된 이 폭력에 대한 담론은 너무나 흥미로웠다. 내일이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지 1년이 되는 날인데, 진짜 폭력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듯하다. 오후에는 당산서중에서 강의가 있고, 지금은 잠깐 점심을 먹고 스벅에서 일하는 중이다. 책을 옮겨적고, 강의 준비를 하고, 즐겁게 아이들을 만나러 가자. 

4월 16일
오늘은 정읍가는 날. 나에게 있어 일주일 중에 가장 큰 도전이자, 즐거움이기도 하다. 오전에는 하스스톤 모바일 버전이 나왔다고 해서 깔아봤다. 어떤지 궁금했기에. 와 정말 잘 만들었더라. 역시 블리자드다. 예전에 빠졌었던 게임이라 또 다시 빠져들 수 있겠단 위협감이 스친다. 그래서 다시 지운다. 내가 관리할 수 없는 즐거움은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니더라. 그건 그저 즐거움의 노예가 되는 길일 뿐. 내가 즐겁게 놀 수 있으려면, 시간이 지난 후에도 ‘즐거웠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 즐거움은 나로 인해 통제 되어야 한다. 내가 멈출 수 있을 때 멈출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건 도박이나 술, 마약과 다를 바가 없다. 내 삶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나는 약한 존재다. 내 의지는 그리 강하지 않다. 그래서 사람과 환경을 다스려서 나를 다스리고자 한다. 오늘 수업을 마치고,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다음 시간까지 함께 수업을 하고, 일단 3-4학년은 분반을 한다는 것. 아이들의 기틀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끌고 나가는게 무의미해 보인다. 선생님도 동의한 부분이고. 5-6학년은 그냥 진행하되 3-4학년은 변화를 주자. 지금은 그게 최선이다. 인정하자. 아, 그리고 오늘이 세월호 1주년이었다. 요즘 슬라보예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를 보고 있는데,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조만간 정리해서 올려보자. 세월호에 대한 내 생각을. 

4월 17일
오늘은 오전에 자유학교 수업. 아이들이 대상을 찾고, 문제를 정의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헌데, 그 성공여부를 떠나서, 과정이 참 의미있다. 어려운 미션에 도전하면서 겪는 시행착오, 피드백 그런 것들이 정말 의미있다고 여긴다. 창의력하교 아띠를 했을 땐 그 느낌을 받지 못했다. 분명 성과는 높은 편이었는데, 아이들 개개인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그에 대한 아쉬움이 커서 지금 이 활동에 만족을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오후에 어깨 통증으로 인해서 정형외과를 갔다. 태어나서 몇 번 되지 않는 병원행이다. 작년 부터 가끔씩 어깨가 매우 아플 때가 있었다. 며칠 아프다가 건드리지 않으면 좋아지길 반복하는 바람에 신경쓰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또 재발했다. 이번에는 그냥 놔두면 안 될 것 같아서 일단 병원에 왔다. 목과 어깨가 자주 결리는 것도 신경쓰이고. 의사말로는 내가 자세가 안 좋단다. 그리고 어깨 쪽 문제도 있어서 몇번씩 와서 치료 받아야 한단다. 시간이 엄청 걸리더라. 그리곤 저녁엔 장모님과 이모님을 만나서 같이 서오릉에 있는 주막집에 갔다. 보리밥을 먹었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완전 감동이었다. ㅋㅋ

4월 18일
오늘은 SCM 있는 날. 아내도 외출 예정이었기에, 오전엔 외출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오후엔 아이들을 만나서 멘토링 진행했는데, 재미있었다. 특히 인터뷰 2번 다 진정성 있게,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셔서 더욱 그랬다.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단 생각을 했다. 아이들의 반응도 좋았고. :) 끝나고 합정에서 아내와 아가를 만났다. 간단히 장을 보고 들어왔는데, 갑자기 비가 와서 난리가 아니었다. 정신없이 집에 돌아와선 정리 좀 하고 잠들었다. 저녁에 아가랑 노는데 요즘 너무 이쁘게 웃어서 정말 이쁘다. 오늘은 더더욱 이뻤다. 아이코 하트 뿅뿅. 

4월 19일 

오늘은 일요일. 거의 집안일에 주력한 하루였다. 날씨가 그리 맑지 않았기에, 외출할 계획도 없었고, 집안일도 밀려 있었기에. 참고로 아내는 정말 깔끔해서, 2주에 한번씩 이불을 빤다. 오늘도 이불 빠는 날이라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아가는 아침부터 일어나서 잠도 안 자고 생글 생글. 넘 귀엽긴 한데, 오후에 2-3시간 칭얼거릴 땐 좀 힘들었다. ㅋㅋ 땀이 삐질삐질. 요즘은 팔도 허리도 아프다. 아내는 오죽할까. 아가가 잠투정이 있는 편이다. 사람이 안아주면 좋아하지만, 땅에 두면 곧잘 일어난다. 그나마 주말에는 내가 많이 챙기려고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집안 정리가 다 되는 걸 보면 기분은 좋아진다. 오늘은 오후에 저녁에 아가가 응가를 한번씩 하는 바람에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라. 정말 시간감각은 육아와 함께 안드로메다로 날아간듯 하다. 퓨웅!


4월 6일
오늘 오전에는 자유학교 디자인씽킹 수업. 리모콘을 새롭게 디자인하라는 미션을 줬는데, 꽤나 재미있었다. 문제점을 공감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토타이핑을 하는데 아이들이 즐거워했다. 그 결과물도 의미있었고.  지금까지 내가 가르치고 있는 내용 중에서 내적, 외적 만족도가 가장 높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가장 좋다. 어딘가 소속되어서 강의해야 한다면 이렇게 하진 못했을 껄. 남은 시간동안 정말 알차게 잘 만들어서 좋은 디자인씽킹 커리큘럼 완성하고 싶다. 그게 이번 4월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이후 시간에는 2시간 가량 독서했다. 크리슈나무르티의 <올바른 생계수단에 대하여>를 읽었다. 상반기 안에 ‘아는것으로부터의 자유’를 읽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역시 그는 구루다. 이후에 시스템사고 프로젝트 하나 완성하고, 독서축제도 거의 마무리했다. 2시간 정도 웹서핑을 비롯한 쓸데없는 일에 쓴 것이 아쉽다. 

4월 7일
오늘은 SCM보고서를 작성하고, 오후에는 오랜만에 정희와 미팅했다. 대학생활에 대한 이야기에서 팀창업입문에 대한 궁금증까지. 즐거웠다. 무엇보다 대학생활을 막 시작하는 입장이 너무 부러웠다. 내가 만약, 지금 대학교 1학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보낼까? 분면 나의 2001년과 2002년보다는 더 잘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우선 전공을 전자공학으로 가지 않았을 것 같다. 좀 더 인문적인 학과, 철학과나 사회학과 혹은 교육학과도 재미있었을 텐데. 그리고 컴퓨터 게임을 하는 시간을 줄이고 더 많은 독서와, 더 많은 실천이 있었을 텐데. 이렇게 과거로 돌아가다 보면 끝이 없다. 그리고 뭐 또 그런 방황과 낭비하는 시간이 있었기에 더 시간을 아끼려고 하고, 더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일테니. 후회는 멈추기로 하자. 미팅이 끝나고 블로그에 간단한 포스팅을 했다. 저녁에는 심미팅이 있었다. 이번 심톡의 호스트는 ‘미정쌤’이다. 개인의 이슈로 시작해서 워크샵을 함께 디자인하는 작업이 이번 심톡의 핵심인데, 그 과정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우리는 다양한 관점을 던지지만, 그 선택을 최종적으로 호스트가 하는 것! 호스트의 이슈가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해결되는 것. 그런 것들을 상상한다. 

4월 8일
오늘 오전 미팅은 동그라미 재단에서 진행되었다. 포인나인의 민희쌤, VTON의 지현쌤과 한보쌤. 그리고 심마니스쿨의 나 ㅋㅋ 그렇게 모였다. 일단 근황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결국 인간관계의 갈등과 해결로 이야기는 급진전되었다. 학교 다닐 때 나중에 사회에 나와서 가장 많이 부딪치는 문제가 인간관계라는 걸 상상이나 했을까? 그걸 알았다면 학교 다닐 때 배워야 하는 과목이 바뀌어야 하는건 아닐까? 요즘은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더 온전해지고, 더 진실된 소통을 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성인이 되고 이렇게 혼란스러워 하지 않을텐데. 점심은 곤드레 비빔밥을 먹었다. 완전 맛있었다. 오후에는 강의안을 만들어야 한다. 대략 4개 정도의 강의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3시간이다. 시작하자. 

4월 9일
오늘은 정읍가는 날. 날씨가 지난 주에 비해서 풀리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차갑다. 오늘 수업은 <너는 특별하단다> 자신의 강점에 대해서 인식하고, 서로의 강점을 찾아주는 수업의 마지막이었다. 아이들 한명 한명 일어나게 해서 강점을 찾아주고, 서로를 이해시키려고 했는데. 5-6학년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느낀 점도 잘 말해 주었고. 헌데 문제는 3-4학년이다. 생각보다 너무 떠든다. 뭔가 내가 말하고 있을 때 집중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냥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단 느낌. 오늘도 3번 정도 수업을 멈추고 분위기를 무겁게 가져갔다. 즐거운 미션을 할 때는 그래도 잘 따라하는데. 그렇다고 수업 시간 내내 그렇게 할 수도 없으니. 조금 힘들다. 특히 한 녀석이 있는데 유난히 반감을 가진 듯 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주 까지 스스로 태도에 대해서 적어오라고 숙제를 내줬는데 잘 할지 모르겠다. 에효. 

4월 10일
금요일 오전은 자유학교에서의 수업. 이후엔 시스템사고를 배우러 서울크리에이티브랩으로. 오늘의 불광동 청년허브 건물은 너무 멋졌다. 벗꽃이 그렇게 만발하는 곳인지 몰랐는데, 막상 보니 아주 아름답더라. 내일의 도시를 꿈꾸는 사람들 4시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각자 프로젝트를 사고, 그걸 발표하는 시간이었는데, 우리 팀 <마을 만들기 A>는 4주부턴 나 말고 아무도 출석하지 않더라. 그래서 그냥 나 혼자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마무리했다. ㅋㅋㅋ 사실 그렇게 열심히 안 해도 되는, 강제성은 없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다. 시스템 사고도 나에게 맞는 것 같다. 어쩌면 디자인씽킹은 내가 닮아가고 싶은, 내가 배우고 싶은 영역이고, 시스템씽킹은 원래 나의 기질에 맞는 영역이란 생각. 재미있었다.  

4월 11일
토요일이다. 오늘은 오후에 바즈 나누기 체험이 있었다. 예전에 같이 공부하던 분이 소개해줘서 갔는데, 뭐랄까. 과거에 배웠던 것들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면서 또 다르게 보니 완전 새로웠다. 엑세스 컨쳐스니스랑 바즈에 대해서 처음 들어봤지만 그리 낯설지 않았다. 그렇게 바즈를 받고 나니 이완도 깊어지고, 에너지 흐름도 잘 느껴졌다. 요즘엔 명상이나 그런 것들을 잘 안 했는데, 아이들에게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앞으로도 흥미를 가지고 임하기로 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말이다. 왔다 갔다 책도 읽고, 강의 준비도 하고, 하루를 아주 알차게 보냈다. 

4월 12일

일요일 오전은 언제나 게으름을 부리고 싶은 때다. 하지만 오늘은 결코 그럴 수 없었다. 평화로운 오전을 보내고 있었던 찰나, 우리 아가는 또 응가를 퍼질렀기 때문이다. 헌데 보통의 경우라면 별 문제 없었을지 모르나, 이번엔 달랐다. 새로 산 하얕고 뽀얀 매트 위에서 응가를 했고, 그 응가가 번졌고, 매트에 다 묻었다. 워낙 깔끔하고 깨끗한 걸 좋아하는 아내는 당황했고, 그 길로 우리는 대청소를 시작했다. 오전은 그렇게 끝. 오후에는 예정된 나들이를 떠났다. 윤중로로 벗꽃 구경을 가기에는 너무 멀기에, 우린 유모차를 태우고 홍대로 향했다. 망원시장을 지나, 합정역을 지나 홍대로 걸어가는 길은 참 좋았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졌고, 벗꽃이 떨어지는 풍광도 멋졌다. 우린 그렇게 홍대 길목에 있는 카페로 들어가서, 간단한 음료와 디저트를 먹고, 다시 걸어서 집으로 왔다. 남들에겐 별거 아닌 외출일지 모르나, 육아에 지친 우리에겐 꿀맛같은 휴식이었다. 좋았다. 그리고 케이팝스타4 결승전을 보고, 쓰레기도 버리고, 나는 잠깐 앉아서 초서를 했다. 책을 옮겨적는 것을 이젠 시간을 짬내서 겨우 만들어 해야 하니, 참 이 시간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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