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삼성전자 임직원 자녀 캠프

정말 오랜만에 수원에 간다. 정확히 말하면 삼성 디지털 시티. 나의 선후배들이 일하는 그곳. ㅋㅋ 임직원 자녀들 교육차 방문했다. 거의 하루 종일 수업이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삼성 크리에이티브 멤버십 선생님들과 함께 맞춰봤는데, 즐거웠다. 중학생 아이들도 처음 들어왔을 때 굉장히 수동적이었던 것에 비해서 마무리 할 때 쯤에는 적극적인 모습도 많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점심에는 혜림이와 양근이형을 만나서 잠깐 대화를 나눴고, 저녁에는 상근이를 만났다. 중간에 양근이 형이 이런 말을 했다. 여기 분위기가 어떻냐고. 나는 답답하다고 했고, 형도 동의했다.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생활하기 좋은 곳이다. 시설도 그렇고 밥도 맛있다. 하지만, 나의 일거수 일투족이 카드 한 장으로 다 체크되는 분위기는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물론 그 덕분에 참 편리한 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론 그것이 미셸 푸코의 ‘원형 감옥’과 다를 바 없이 느껴졌다. 그는 말한다. "감시의 시선은  보이는 듯할 필요는 있으되 확인될 필요는 없다. 시선은 확인되지 않을 때 더욱 공포를 자아낸다. 판옵티콘이야말로 단순히 시선 하나로 가동되는 이상적인 권력 장치이다. 이때 시선은 앎과 직결된다. 죄수를 바라보는 감시인은 죄수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게 되지만 감시인을 바라보지 못하는 죄수는 감시인에 대해 아무 것도 알 수가 없다. 시선의 불균형은 앎의 불균형을 낳고, 앎의 불균형은 권력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감시되고 있다는 생각. 그 생각 위에서 새로운 것, 혁명, 창조성이 탄생할 수 있을까? 나는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 어떤 권력구조로 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운 내 포지션에 감사한 마음도 함께 들었다. 상근이가 말했던 ‘넌 그래도 네가 좋아하는 일 하잖아. 난 그게 가끔 부러워’라는 말도 요즘 들어선 세삼스럽게 들리고 말이다. 

 
8월 11일
비교적 여유로운 하루 

오랜만의 여유다. 사실 여유있는 하루는 아니다. 계속 사람들을 만나야 하니깐, 그래도 최근 바빴던 것에 비해서 비교적 여유로운 날이었다. 오전엔 지현쌤과 친구분을 만나서 오랜만에 나의 옛날 관심사들 (영성과 명상 등등)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생각은 들었다. 어쨌든 나의 시행착오들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단, 조건은 내가 나의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하고, 성찰하고, 삶의 변화를 이뤄간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런 성찰 없이는 아무리 많은 경험을 한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영 코치님과 대화도 나누고, 저녁에는 심톡 미팅도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을 가까이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서로 배우는 것이 참 좋다. 한 달에 1-2번은 아예 날을 잡고 이런 식으로 사람들과 만나서 교류해야 겠단 생각도 했다. 

8월 12일
자신감 리더십 수업 

오늘 지난 3주간 캠프의 마지막 날이다. 용평 리조트도 이제 마지막이다. 처음 강의 했던 때가 2013년이니 벌써 2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컨텐츠도 많이 달라졌고 말이다. 처음에는 내가 원치 않는 활동도 해야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내가 하고 싶은 활동과 메시지 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 그래서 나의 만족도도 꽤 높은 편이다. (참가하는 학생들도 비교적 좋은 경험을 했다고 느껴지고) 나는 매번 수업마다 조금씩 조금씩 변화를 주는 편인데, 이번 캠프의 핵심은 ‘자신감’과 ‘리더십’이란 말을 나만의 언어로 재정의한 것이다. 그건 ‘의미 부여’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꽤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매번 연결하고 싶었던 개념인 데이비드 린저의 ‘부족 리더십’을 연결했다. 5단계의 리더십인데 중요한 것은 2-3-4단계다. 2단계는 ‘나는 안 돼’ 3단계는 ‘나는 최고야, 하지만 넌 아니야’ 그리고 4단계는 ‘우리는 최고야’라고 한다. 자신감은 2단계에서 3단계까지 필요하다. ‘나는 안 돼’라고 생각하는, 자신감이 없는 사람에겐 ‘너는 최고야!’란 생각을 불어넣어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타인’은 다소 중요한 개념이 아니다. 리더십은 그 다음에 시작된다. 3단계 나는 최고야에서 4단계 우리는 최고야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타인에 대한 인식과 인정’이 필요한데, 그걸 게임으로 풀어서 진행했다. 결론, 재미있었다. ㅋㅋ

8월 13일
시스템 씽킹 준비 

이번 2학기에 시스템 씽킹과 관련해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기존 내가 진행하던 디자인씽킹이 ‘문제 발견과 해결을 위한’ 좋은 방법론이라고 한다면, 이 시스템 씽킹은 좀 더 ‘구조지향적’이다. 전체 구조에서 어떤 변수가 ‘강화’과 ‘조절’을 낳는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생태계적으로 접근한다. 다시 말해서, 디자인씽킹을 잘 보완할 수 있는 좋은 방법론이라 생각한다. 디씽은 이러한 강점과 단점이 있다. 강점으론, 공감에 대한 중요성,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 빠른 실패를 통한 문제 해결, 올바른 문제 정의를 통한 올바른 혁등등 하지만 단점으론, 아직은 다소 상업적 관점이 지배적이라는 것. 그리고 상대의 만족을 위해 애쓰는 것이 ‘전체론적’ 관점에선 최선일지 아닐지 판단이 어렵다는 것. 등도 떠오른다. 시스템씽킹은 여기서 디씽의 약점을 잘 보완한다. 그리고 디씽의 강점은 시씽에게 잘 어울린다. 굳이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행동’과 ‘관조’의 변증법이라고나 할까. 내가 뭔 이야기하다 이렇게 왔을까. 아 맞다. 그래서 난 이번 학기에 시스템 씽킹 수업을 하기로 했고, 그걸 준비했던 하루였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끝. 


8월 14일
만족도 9.5의 하루

오전에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올해 3월 들어선 처음으로 ‘압박’이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거의 매주 ‘새로운 미션’(강의 준비)를 수행해야 했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다음 주는 다소 여유 있는 편이다. (물론 다다음주부턴 그럴 수 없다. 사실상 찰나와 같은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오전에 나만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여유로워 좋았다. 오랜만에 강의도 보고, 글도 쓰고. 오후엔 기분 좋은 낮잠을 잤다. 원래는 아내와 함께 놀려고 했지만, 날씨가 너무 무더워서 미루다가 결국 잠만 잤다. 하지만 너무 다행이었다. 그냥 기절하듯 2시간 잤다. 일어나서 아내와 산책겸 쇼핑을 갔다. 한강을 가로질러 상암 월드컵 경기장으로 갔는데, 가는 길에 대화도 많이하고, 또 날씨도 좋아서 기분이 엄청 좋아졌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물어봤는데, 9.5점 정도의 점수가 나왔다. 아내도 그 정도라고 말해줬다. 어떤 요인들이 있었을까. 충분한 휴식, 약간의 걷기, 즐거운 대화, 괜찮은 날씨, 멋진 풍광..등이 떠오른다. 삶을 잘 산다는 건, 이런 시간을 내 삶에서 부족하지 않게 채우는 것이 아닐까?


8월 15-16일
가족을 위한 주말

이번 주말도 푹 쉬었다. 재원이를 보면서 몇 가지 인식도 있었는데, 금방 다 까먹었다. 이젠 정말 기록하지 않으니 다 날라가는구나. 아쉽다. 토요일에 우리 가족은 잠실로 갔다. 제2롯데월드에 한번 놀러가보자고 해서 갔는데, 사실 요즘 롯데 좋아하는 사람 누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사람만 많더라. 막상 가서 대부분은 모유수유실과 롯데마트에 머물긴 했지만 ㅋㅋㅋ 그래도 오랜만에 이런 쇼핑몰에 나와서 아내는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젠 예전처럼 영화관에서 데이트할 수가 없으니, 이런 구경으로만 만족해야 한다. ㅎㅎ 반디앤루이스가 아주 이뻐서 맘에 들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잘 구경도 못했다. 일요일엔 종일 집에 있었다. 오전엔 청소, 오후엔 재원이랑 놀면서 티비도 봤고, 하스스톤도 조금 했다. 하스스톤은 중독만 안 되면 참 좋은 게임인데, 내가 그 조절이 좀 안 되는 편이다. 금방 훅 빠져서 하게 된다. 그럴 바엔 안 하는게 낫고. 오후 늦게부턴 나만의 시간을 좀 가졌는데, 막상 알차게 보내지도 못했다. 그나마 밤에 제 5경영 좀 읽고, 이렇게 글도 쓰니깐 좀 낫다. 이제 푹 자고, 다음 주 열심히 보내보자. :)  



8월 3일
독서토론 교사연수

오늘 용인 동막초에서 교사연수가 있었다. 어떻게 알고 연락을 주셨나, 했더니 다른 선생님 소개로 연락주셨다고 한다. 게다가 와서 보니 예전에 교사연수를 진행한 천천초 선생님 한분이 또 진행하시면서 내 이야기를 하셨다고 하더라. 세상이 참 좁구나 라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하고 있다. 선생님 연수는 할 때 마다 느끼지만, 그래도 즐거운 편이다. 선생님들께서 워낙 공감을 잘 해주시기도 하고, 나 역시 아이들을 대하는 입장이라서, 함께 이야기할 거리도 많다. 이번 주제는 독서토론에 대한 것이었는데 몰입도도 꽤 높았다. 첫 한 시간은 간단한 게임과 함께 ‘참여도를 높이는 법’에 대해서 토론했는데, 결과적으론 ‘적절한 시간, 공감되는 주제, 경청하는 자세’ 이런 것들이 나왔다. 뒤의 2시간 동안은 ‘스갱아저씨의 늑대’를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했는데, 어른들이 하기에도 손색이 없는 좋은 주제였다. 하면서도 주제 선정을 잘 했단 생각을 중간중간 했다. 중간에 어떤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생님께서 굉장히 신나 하시면서 수업하는게 느껴진다고. 그래서 우리들도 재미있게 수업듣고 있다고. 감사하다고” 좋은 반응을 얻으면 나도 기분이 좋다. 게다가 연륜이 많으신 이런 선생님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도 좋은 결과를 만들고 가는 길이라, 기쁜 하루다. 


8월 4일
함석헌 선생님 

지난 주에 이어서 시흥에서 <세계를 담은 수쿨>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수업 이야긴 요즘 많이 했으니 빼고,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바로 함석헌 선생님 이야기다. 월요일과 화요일에 걸쳐서 읽은 책이 바로 <함석헌 평전>이다.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선생님으로 파커j파머가 있는데, 그 분이 바로 퀘이커 교도이시다.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을 비롯한 <내게 삶이 말을 걸어올 때>를 읽으며 나는 파커 파머가 가진 세계관이 너무 궁금했고, (왜냐하면 내가 가진 세계관과 가장 흡사했기 때문에) 그렇게 퀘이커교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퀘이커교도가 누굴까? 바로 함석헌 선생님이다. 자연스럽게 그분의 책을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에 평전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 근 현대사 공부는 정말 필수구나”란 것이다. 특히나 역사를 보는 관점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왜곡되지 않은 역사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책이다. 선생님 사상의 핵심은 씨알이다. 씨알은 바로 우리들을 의미하는데, 우리를 각자가 참되게 살아가는 것.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현실에 참여해서 세상을 나아가게 하는 것. 그런 것을 말했다. 선생님은 기독교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상 체계를 배우시고, 삶에 녹아들도록 했는데, 그러한 점이 나에겐 가장 크게 와 닿았다. 결국 진리는 하나라는 것. 진리가 어느 하나에 갇히게 되면 그건 더 이상 진리가 아니라는 것. 나 역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공감했다. 요즘 나의 관심사의 흐름을 보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에서 헬레니즘 철학자 (에피쿠르소와 스토아학파), 노장사상을 비롯한 스피노자 (나는 이 둘이 비슷한 흐름이라고 여긴다), 그러한 스피노자에게 영향 받은 괴테와 니체등 독일 철학자, 문학가들. 톨스토이와 간디를 비롯한 이상적 개인과 공동체를 꿈꾼 사람들. 그리고 파커 파머와 함석헌 선생님을 비롯한 퀘이커 교도들. (그들의 현실 참여성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 이렇게 이어지는데, 나름대로 그들의 흐름을 잘 연결해서 나만의 생각으로 정리하고 싶단 생각을 한다. 이 흐름에 하나의 존재로서 올라타고 싶고, 그들과 관계를 맺고 싶다.


8월 5일
피곤한 일정

지난 주 휴가를 마치고 연이어 강행군 중이다. 오늘은 강원도에 가는 날. 수업을 잘 마무리 했다. 한 멘토 선생님은 감사하게도 일주일 강의 중에 내 강의가 가장 좋았다는 극찬도 해 주셨고, 나 역시 지난 번 보다 올해 버전이 더 마음에 들어서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체력이었다. 오는 길에 안상렬 코치님과 정말 즐겁게 대화하면서 서울에 왔지만, 그 이후에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에 나의 배터리는 모두 나가버렸다. 최근 거의 5시간씩 밖에 자지 못했고, 또 이동이 워낙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결국, 집에 가서도 짜증을 부리고 말았다. 내가 내 몸을 챙기지 못하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그러면 주위 사람들 마저도 폐를 끼치게 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 었음에도 말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관계는 결국 신체 건강에 달려있기도 하다. 건강 챙기자. 바부팅.


8월 6일 
칠보에서의 하루

오늘 칠보초 캠프 수업이 끝나고 숙소로 왔다. 빌린 김영하 작가의 ‘옥수수와 나’를 읽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마침 해가 질 무렵이라, 날씨는 시원했다. 발걸음도 가볍다. 조그만 도랑을 건너는데 물살에 꽤나 세보였다. 최근 전국적으로 내린 비 덕분인가보다. 이렇게 활발하게 흘러가는 물을 보는 것이 오랜만이라 기쁘기도 했다. “꽥 꽥” 오리 소리가 들리길래 가만히 들여다보니, 정말 오리 가족이 있다. 두 마리의 큰 오리와 열댓마리의 아기 오리들이 줄을 지어 헤엄을 친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애처로운지 한 참을 쳐다보다가 발을 옮겼다. 저녁은 이어도 회관에서 먹으려고 했지만, 문을 열지 않았다. 옆에 있는 소머리 국밥집에 들어갔다. 역시 전라도 음식은 담백하고 맛나다. 한 그릇 뚝딱 먹고, 반찬도 다 해치웠다. 밖을 나오니 이미 해는 저물고, 어두웠다. 시골길을 걸어다니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구나. 최근엔 이럴 일이 거의 없었구나. 그런 생각도 했다. 숙소로 들어와 샤워를 하고, 책을 보면서 몇 문장을 옮기고자 노트북을 켰다. 습관처럼 노래를 틀었다.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는데, 귓가에 “찌르르 찌르르”란 소리가 들렸다. 노래를 껐다. 그러자 들리는 수많은 오케스트라 소리들. 내 주위의 곤충들이 하나같이 화음을 맞추고 있었다는 걸 나는 몰랐다. 눈을 잠시 감았다. 입가엔 미소가 고인다. 오늘 이 시간들이 나에겐 낯설지만, 그래서 어쩌면 나를 채워주는 것일지도. 그래. 나는 문득 다짐했다. 자기 전, 다시 밖으로 나가기로. 별을 보고 오기로 말이다. 


8월 7일
칠보 캠프

지난 이틀 간 캠프가 끝났다. 이번 캠프에서 새롭게 시도했던 것이 '팅커링 게임 만들기'이다. 사실상 디자인씽킹 중, '프로토타이핑'에 방점을 찍은 것인데, 아이들에게 제한적인 도구들만 주고, 게임을 만들어보게 했다. 나는 그걸 아래에 나오는 브리콜라주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게임과 놀이를 사고 소비하는 데 익숙한 아이들이, 스스로 게임을 창조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에서 진행했는데, 역시 우리 아이들은 이미 훌륭한 크리에이터였다. 처음에는 각자 하나씩 만들어보고, 나중에는 팀별 게임까지 만들었다. 우리가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되는 길은 단순하다. 사지 않고, 직접 만들고 표현하면 된다. 브리콜라주의 마법은, 그 거친 창조성과 다양성에 있다. 그리고 거기에 인간성의 회복이 달려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브리콜라주란 레비 스트로스의 <야생적 사고>에 나오는 말로 원주민들의 ‘손재주’를 뜻한다. 브리콜뢰르, 곧 장인들의 작업장에는 별 연관도 없는 재료들과 기구가 널려 있다. 하지만, 일거리가 있을 때마다 장인들은 이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상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들에게 제멋대로 배열된 재료와 도구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미다스의 손이 모든 걸 ‘화폐화’해 버린다면, 브리콜라주는 그 반대다. 최소한의 화폐로 다양한 삶을 연출해 낸다."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p.121





8월 8일-9일
하루 종일 콕

집에 붙어있기 신공을 발휘한 주말이었다. 사실상 재원이와의 사투?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이번 주말 내내 집에 있었다. 정말 아빠가 되면서 나 자신에 투자하는 시간들(독서, 공부, 관계, 교육 등등)은 많이 줄었다. 토요일만 해도 책 한번 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마음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틈만 나면 책을 보려고 했으나, 무리하진 않았다. 지난 2주 동안 나도 캠프 때문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제대로 집안을 못 챙긴 것 때문에, 가급적 재원이랑 놀았으니 말이다. 이제 재원이는 꽤 잘 뒤집는다. 그리고 잘 기어다닌다. 뒤로. ㅎㅎㅎㅎ 뒤로 갔다가 같은 자리에서 뱅뱅 돌다가 아주 웃긴다. 그리곤 우리를 보면서 헤헤헤 웃는다. 우리도 헤헤헤. 그렇게 함께 헤헤헤 거린다. 토요일 저녁에는 한강에 나갔다. 군포에서 이모와 이모부가 올라오셔서, 함께 한강에서 한잔 했다. 한강이 옆에 있어서 참 좋구나. 란 생각도 다시 했다. 일요일엔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청소하고, 쉬고, 영화도 보고 그랬던 것 같은데. 재원이랑 함께 있으면 뭐 그냥 시간 따윈 사라지는 것 같다. 아마 재원이가 다 먹어 치워버리나보다. 




7월 27일
7월 심톡

오늘은 7월 심톡이 있는 날이다. 거의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주제는 한번도 같았던 적이 없다. 하지만 장소와 포맷은 거의 동일했다. 합정역 근처 ‘허그인’이란 카페에서 주로 만나서 대화를 나눴었는데, 이번에는 장소가 바뀌었다. 이미영 코치님의 마음챙김 명상과 요가를 제대로 체험하고 싶은 마음에 고른 장소는 젠 내츄럴 힐링센터였다. 사람들이 앉아서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눕거나 혹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있는 공간. 아주 훌륭했다. 10분 정도가 오셨다. 공간에 맞는 적절한 인원이 모였고, 우린 함께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요가도 했고, 호오포노포노도 배워보고, 요가니드라도 했다. 짧은 3시간이었지만 나름 알차게 진행되었고,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서 그런지 나 역시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 생각을 했다. 3번의 한번 정도는 이런 식으로 심톡을 꾸려가고 싶단 생각. 대화도 좋지만 가끔은 대화가 아닌 몸 동작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것도 참 좋구나 라는 생각. 그리고 언제나 일어날 일이 일어나는구나. 적절한 사람들이 자신의 관심사, 혹은 일정에 따라 움직이고, 내가 할 일은 공간을 열고, 좋은 컨텐츠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초대장을 보내는 일이구나. 그런 것이 참 즐겁단 생각을 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기분 좋게 집에 들어갔다. 


7월 28일 
월드 카페를 진행하다

이번 7월에 가장 많은 수업을 진행하는 곳은 바로 시흥 <세계를 담은 스쿨>이다. 외국인 대학생들과 한국인 고등학생이라는 재미있는 조합 덕분에, 매 수업 시간마다 즐거운 일이 많이 벌어진다. 전체적인 프로그램 과정 역시 스스로 주제를 뽑고,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는 프로젝트 형태이다. 그러다 보니, 통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려움도 많다. 하지만 좋은 점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이번 시간에는 프로젝트별 주제를 결정하고, 서로간의 피드백을 주고 받는 시간을 가졌다. 형식은 <월드 카페> 토론 방식을 취했는데, 각자 프로젝트를 열심히 설명하고, 피드백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오늘 수업을 하면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앞으로 나만의 단단한 사상적 체계를 가진, 그러면서도 참여자들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그런 퍼실리테이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서 배우되 한번씩 깊이 있는 피드백을 통해 인식의 변화를 꿰하게 만드는 역할, 그런 역할을 담당할 때 개인적으로 가장 신나고 즐겁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수업도 즐거웠다는 :) 


7월 29일
EBS 프리미엄 캠프

오늘은 2015년 하계 EBS 프리미엄 캠프를 진행하러 용평 리조트로 갔다. 2013년 여름부터 진행했으니, 벌써 2년이 다 되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진행하는 경우는 나로선 처음인데, 나름대로 대규모 캠프임에도 잘 진행되고 있어서 감사하다. 생각해보면, 참 어려운 대상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한번에 몰아서 있을 뿐더러, 인원도 많다. 가장 많았을 때는 70명 가까이 된 적도 있었고, 여름에는 보통 50명 정도 된다. 인원이 다양하고, 많다보니 할 수 있는 활동도 한정적인 편이다. 그래서 난이도가 높은 편인데, 그래도 이렇게 매년 2번씩 반복해서 진행하다 보니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겼다. 그리고 나는 매번 조금씩 변화를 주는 편이다. 이번에도 지난 겨울과 비교했을 때도 조금 다르게 진행했다. 핵심은 <부족 리더십>이다. "나만 최고야"에서, "우리가 최고야”로 도약하는 지점을 설계하고자 애썼다. 그리고 오늘 아이들에게 즐겁게 전달된 느낌이다. 중간 중간 멘토들도 아이들이 이렇게 집중하는 모습을 처음본다고 말해줘서, 기뻤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내내 수업이구나. 아이고 바쁘다. 


7월 30일 - 8월 2일
여름 휴가 

장장 3박 4일에 걸친 휴가였다. 대구에서 부모님이 수요일에 올라오셨는데, 사실상 나는 목요일부터 함께 놀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 부모님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재원이다. 재원이를 너무너무 보고 싶었지만, 평소에 잘 볼 수 없기에 이번 휴가 시즌에 맞춰서 올라오신 것이다. 5개월만에 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낯설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재원이는 잘 적응했다. 종종 힘들다고 앙앙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꽤나 수월하게 잘 지낼 수 있었다. 목요일 오전엔 부모님과 홍대로 놀러가서 팥빙수를 먹고 놀았고, 오후엔 용인의 누나집으로 갔다. 누나도 12월 출산이 예정이라 꽤 힘들었을 텐데도, 재원이를 많이 이뻐해 주었다. 저녁엔 영화도 봤다. <쥬라기 월드>를 봤는데 정말 오랜만에 보는 영화에 난 감동했다. ㅠㅜ  담날은 다 같이 코다리 냉면을 먹고, 이천에 있는 롯데 아울렛에 갔다. 간단한 쇼핑을 끝으로 집으로 오니 벌써 저녁. 다들 녹초가 되었다. 토욜은 오전 오후 편히 쉬면서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서 놀았고 (정광수 돈까스 가게에서 돈까스도 먹었다) 저녁엔 장모님과 장인어른을 만나서 저녁 먹고 한강에서 놀았다. 이번 휴가에서 느낀 것은 3가지다. 1. 가족이 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가족은 세상과 내가 이어지는 가장 강한 연결선이구나. 그렇기 때문에 넘어지고 싶을 때도 가족이 주는 힘으로 버틸 수 있는 것이다. 2. 휴가가 별게 아니구나. 그저 마음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잠도 푹 자고, 재원이 재롱도 보면서 같이 웃을 수 있는 것. 그게 최고의 휴가구나. 3. 집안에 아이가 있으니 분위기가 바뀌는구나. 특히 아빠는 재원이를 완전 물고 빨고 했는데, 그렇게나 좋아하실 줄은 몰랐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서 자라는 재원이가 참 부럽기도 하고, 또 고맙기도 했다. 올해 중으로 조카도 다들 태어날 텐데, 나중에 다 같이 여행다니면 정말 정신 없을듯 ㅋㅋㅋ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재원이



+
성찰일지가 밀렸다. 게다가 블로그 포스팅도 더 밀렸다. 올해 들어서 개인적으로 가장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이것임에도. 이 꾸준함이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이번에 놓치고 말았다. 아쉬움과 약간의 자책도 든다. 하지만, 다시 나아가자. 머물러 있을 시간도 없다. 성찰이 실행이 되고, 실행이 내 삶이 되고, 그렇게 내 삶의 지혜로워질 때까지 쉴 틈이 어디에 있겠는가? 


7월 20일
자소서 캠프

오늘, 당산서중에서 자기소개서 캠프가 있었다. 최지은 코치님과 함께 하게 되었는데, 이 교육을 하게 된 것도 사실 우연의 일부다. 올해 1학기, 당산서중에서 ‘디자인씽킹을 활용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좋게 본 선생님께서 함께 진행한 최지은 코치님이 기자셨다는 사실을 알고, 자소서에 대해 물어보셨다. 사실 작년에 부천대에서 최지은 코치님과 나는 함께 자소서 컨설팅을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할 수 있다고 답변드렸고, 그렇게 만들어진 기회가 이번 캠프가 되었다. 사람의 일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는 정말 모를 일이다. 매사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어쨌든 그렇게 캠프를 했다. 다들 자사고를 준비하는, 꽤 똑똑한 친구들이었다. 나는 한명 한명 만나서 봐주기 시작했는데, 정말 많은 아이들이 한 이야기가 있었다. ‘나는 특별한 것이 없어요.’라는 말.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아이들이 계속 출현하자, 나는 애원했다. "제발 나는 특별한 것이 없어요. 라고 말하지 말고, 아직 찾지 못했어요. 라고 말해달라고” 언어는 생각의 틀이다. 일단 언어로 가능성을 닫으면 실제로 뇌는 그런 정보만을 진실로 인식하기에, 나는 그것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자신만의 고유성’을 발견하고 싶은 아이들은 나에게 오고, 자소서 자체를 코칭받고 싶은 아이들은 최지은 코치님께 가라고. 그리고 꽤 많은 아이들을 만나서 대화했다. 한 아이는 7년이 넘도록 배드민턴을 쳐 온 친구도 있었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꿈인 아이도 있었고, 학원을 다니지 않은 아이도, 낮잠을 자는 아이도 있었다. 적어도, 나에겐 모두가 특별했다. 그리고 그걸 찝어주었다. 아이들도 신기해 하는 눈치더라. 그러한 ‘가능성’의 대화가 나는 즐거웠고, 한편으론 ‘가능성’을 말하지 않는 사회와 학교가 다소 안타까웠다. 


7월 21일
연지원 선생님과의 대화

오늘 와우 스토리 연구소 연지원 선생님과 대화를 나눴다. 사실 지금까지 1:1로 만날 기회가 많이 없었던 터라, 오랜만의 만남이었고 대화도 정말 즐거웠다. 몇 가지 피드백이 인상 깊었는데, 그 중 하나는 ‘글쓰기’에 대한 것이었다. 우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최근 쓴 니체의 글을 유심히 보셨고, 특히 작가보다 편집자의 역량이 돋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핵심을 잘 파악한다는 것도 뛰어나다. 다만, 자의적인 해석이 눈에 띄는 편이긴 하지만, 그것도 정도를 넘어가지 않는다. 납득할 정도로 표현한다. 다만, 인용을 할 때 너무 많은 작가를 인용하면 되려 전문적이지 않게 보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인용하는 문구도 맥락에 맞게 해야 하기에 인용하려는 작가의 책도 어느 정도 읽고 쓰는 것이 좋겠다. 라고 하셨다. 동감하는 바이다. 그리고 이어서 권했다. 내년부터 (아님 올 하반기부터) 진짜 좋은 책 1권을 반복해서 읽어보라. 니체, 푸코, 벤야민을 권한다. 그런 수준의 작가들의 책을 보기 위해선 사전 작업도 필요한데, 그것도 좋다. 어쨌든 그런 작가들의 책을 읽고 글을 한번 써보라.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책을 읽고 그것을 쉽게 전달하는 역할이 잘 어울린다. 글을 계속 써라. 라고 하셨다. 음. 올해 들어서 나에게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어쨌든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는 것인데, 글쓰기에 대해서 이렇게 좋은 피드백을 받으니 어리둥절 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면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 이후에도 이런 저런 대화를 했지만, 나머진 나만의 기억으로 남기기로 한다. 쨌든, 오늘의 결론은 이것이다. 깊이 공부하고, 계속 쓰자.  


7월 22일
인디언 계모임 

오늘 오전엔 인디언 계모임이 있었다. 학습조직에 대한 학습조직. 그것에 내가 꿈꾸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선 일단 각자에 대한 역량도 높아져야 하고, 성찰 능력도 필요하다. 서로의 갈등을 해결하는 퍼실리테이션의 능력도 필요하고 말이다. 어쨌든 내가 기억에 남는 말을 적어보면 이렇다. 우선 핵심은 <상황의 원인>을 <나>로 돌리는 것이다. 뒷담화와 뒷담화 아님을 구분하는 기준도 결국 ‘원인’을 ‘나’로 돌리느냐, 아니면 ‘상대 혹은 상황’을 탓 하느냐 이다. 하지만 그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인디언들 중 몇몇은 퍼실리테이션에, 몇몇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서 사는 삶’에, 몇몇은 디자인씽킹에, 몇몇은 독서와 철학, 그리고 인문학 공부에 열을 올린다. 그 각자의 자기다움이 서로에 대한 신뢰로 시너지를 이뤄서 결국 위대함을 함께 만드는 것, ‘공동 창조’에 이르는 것. 그것이 모든 조직의 최고의 목적이자. 최고 난이도의 시험이자, 최고의 기쁨이 아닐까. 이번에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을 꿈꾼다. 계속 실험하고 싶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삶에서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7월 23일
미술영재교육원 원데이 디씽 캠프     

오늘 하루 종일 디자인씽킹 캠프가 있었다. 이것도 참 재미있는 인연으로 연결되었는데, 지난 번 미술과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교사연수를 진행했었다. 그 당시 한 선생님께서 ‘이거 우리 아이들에게도 필요할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셨고, 바로 캠프 날짜를 잡아버렸다. 나 역시 마침 지난 주 목요일에 칠보초 수업이 끝나서 시간이 괜찮기도 했고. 그렇게 소개로, 혹은 우연으로 이렇게 수업이 열리는 상황이 참 흥미롭다. MBTI를 보면 나는 ‘인식형’으로 나오는데, 인식형은 뭔가 정해져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것, 예상 가능한 것을 좋아하기 보단, 불안정하지만 그럼에도 흥미롭고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고 한다. 내가 그렇다. 어쨌든, 그렇게 캠프를 했다. 2가지 주제가 있었는데, 오전에는 지갑, 오후에는 리모콘이었다. 둘 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일부러 가지고 왔다. 그리고 리모콘을 고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문제가 많다. 그리고 만들기 쉽다. 이 아이들은 표현력은 정말 좋았다. 원래 미술을 하던 아이들이라 그런지, 프로토타이핑 만드는 실력이 수준급이었다. 8분 이란 시간 안에 글루건을 써서 만들 정도니.. 하지만 어려워하는 건 바로 ‘인터뷰’였다. 특히 몇몇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도 보았다. 그 시간에 끄적끄적 그리는 것에 더 익숙했던 탓이겠지. 하지만 이번 시간을 통해 조금이나마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 다행히, 캠프가 끝나고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본다고 말씀해 주셨다. 몇몇 아이들도 나가면서 재미있었다고, 다음에 또 보자고 말해 주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공감하고,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사람들에게 나누고 의견을 주고 받는 것. 우리는 이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 아닐까. 그 경험을 짧게 나마 할 수 있었다면 나야 말로 참 다행이다. 조금이나마 의미가 되었길. 


7월 24일
아나모 모임

오늘 저녁에 오랜만에 아나모 모임이 있었다. 아나모란, 아띠를 나온 사람들의 모임의 준말이다. (맞나? ㅋㅋㅋ) 좀 더 정확하게는 2012년을 중심으로 창의력학교 아띠에서 몸을 담았던 사람들이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며, 성장을 돕고 서로를 격려하는 그런 모임이다. 내 생각에는 그렇다는 뜻이다. 벌써 3년이 지났으니 꽤 시간이 흘렀다. 그 당시만 해도, 군대 갈 걱정이 한창이던 아이들이 벌써 전역이 한창이다. 관희는 전역을 했고, 경민이도 담주에 전역이다. 남은 건 현식이 밖에 없다. 아, 원이도 있구나. ㅋㅋ 그리고 당시에 고1이던 정희는 벌써 대학생이 되어서 함께 맥주를 먹을 나이가 되었다. 나의 추천으로 ‘연남동’에서 만남을 가졌다. 처음에 6명 정도 모였었는데, 점점 스믈스물 오겠다고 하더니 결국 12명이나 되는 인원이 모이더라. 누가 있었냐면, 관희 (요번에 전역하고 사업에 완전 몰입중이다), 해리 (드디어 작업을 시작한 그림쟁이:), 부선 (이 녀석도 호주 다녀와서 오랜만이었다), 경민 (에피소드 메이커 이번 건 정말 대박이었음), 원이 (원이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스위스에서 공부하고 있는 글로벌 리더의 표본 ㅋㅋㅋ), 은정 (요즘 많이 아팠다고 한다. 맘이 쓰였다), 여름 (그나마 종종 봐서 다행인), 정선 (캠프임에도 잠깐이라도 얼굴 비춰준), 진욱 (사업 때문에 바쁨에도 와준), 유리 (육아와 일 때문에 바쁨에도 와주었구나), 정희 (같이 맥주를 먹을 수 있다니 신기한 일이구나) 이렇게 있었다. 모여서 이런 저런 근황을 나누다보니 참 대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들 한명 한명이 고마운 인연이고, 또 오래 가고 싶은 사람들이구나. 그런 생각도 했다. 정말 많이 웃을 수 있었다. 그래서 좋았다. 


7월 25일
와우 수업날.

와우 수업 날이다. 대부분은 수업 후기에 적었고, 짦은 성찰 거리만 옮겨본다. 수업 날은 언제나 즐거운 날이다.
짦은 성찰 1. 번역에 대한 설명이 좋았다. '나'를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도 알 것 같다. 그래야 ‘인지'되고, ‘인지'되어야 그 부분만큼은 ‘변화'할 수 있기에. 다시 말해 내 안의 무의식적 공간을 계속 개척함으로써 ‘의식화’하는 것이 선생님이 말한 번역 작업이 아닐까. 하이데거 였나,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는 말도 이러한 맥락에서 연결되어 떠오른다. 내가 성찰를 나누면서 고미숙 선생님의 <호모 쿵푸스>이야기를 했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있더라. 공유하면 이렇다. “리더란, 상황을 언어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주변을 살펴보라. 어떤 그룹이든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이는 ‘썰을 푸는’ 인간이다. 상황을 언어화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그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만약 새로운 말과 이야기로 세상을 보는 눈을 홀라당 뒤집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혁명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혁명은 늘 새로운 말, 낯선 이야기들과 함께 등장했다.”

짧은 성찰 2. 나는 칭찬 하는 것도 어려워하고, 칭찬 받는 것도 어려워한다. 지난 번에 선생님과의 벙개에서도 그랬고, 이번 수업에서도 그랬다. 선생님이 니체에 대해 썼던 글을 잘 썼다고, 어떤 부분은 부럽기도 하다며 칭찬해 주셨다. 굉장히 부끄러웠다.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 아니다. 속으론 좋다. 하지만 겉으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는 느낌이다. 그저 빨리 이 시간이 갔으면 좋겠다는 그런 민망함?이 대부분의 감정을 차지한다. 칭찬에 왜 이렇게 익숙하지 않은지, 한번 들여다 봐야 겠단 생각을 했다. 내가 워낙 익숙치 않으니, 사실 나는 다른 아이들에게 칭찬을 잘 하지도 않더라. 지시적 피드백에 대한 필요성, 그리고 칭찬에 대한 나의 인식을 약간은 알 수 있었다. 


7월 26일
꿀잠

낮잠은 참 좋은 것이다.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힘들었는데, 마침 오늘 아내가 나에게 시간을 주었다. 장모님과 코스트코를 다녀오면서 나에게 낮잠 잘 시간을 준 것이다. 게다가 맛있는 옥수수도 만들어 놓고 가셨다. 나는 옥수수를 오독오독 먹고, 단점에 취했다. 그렇게 2시간을 내리 잤다. 오랜만에 맛보는 꿀잠이었다. 역시 잠 중의 잠은 낮잠이다. 이러한 기회를 제공한 아내게에 다시 한번 감사를. 요즘 좀 피곤했었는데 그래도 이런 기회 덕분에 살 것 같단 생각도 했다.   


7월 13일
용마중 마지막 수업

성찰이 늦었다. 며칠 밀렸던 것이다. 사실 지난 시흥 캠프부터 정신이 없었는데, 왜냐하면 강의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속도가 너무나 밀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어려워하는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을 비롯한 몇 가지 잡무들이 있었다. 다른 것도 대부분 약하지만 내가 그런 회계나 숫자엔 더더욱 약하다. 월요일은 용마중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이번 주에 대부분의 수업들이 마무리 된다. 여름 방학때는 조금 다른 스케쥴이 기다리고 말이다.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론 섭섭도 하다. 매번 학기 말에 느끼는 감정은 비슷한 것 같다. 그래도 잘 따라와준 학생들에 대한 고마움이 크고, 또 이렇게 인연이 일단락 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크다. 그나마 요즘은 페북을 통해서 교류를 하는 편이긴 하지만. 수업을 마치고 종각에서 심톡 관련 미팅을 했다. 이번 주 호스트는 이미영 코치님이다. 미팅은 잘 끝났다. 기존 심톡 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날이 될 것 같은 기대가 들었다. ㅋㅋㅋ 


7월 14일
이동 또 이동

사람은 참 이상하다. 낯선 곳에 갈 때, 익숙한 곳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것 같다. 절대 이성적으로 판단이 되지 않는 것이 인간이란 생각도 든다. 오늘 간 곳은 4호선 끝자락, 정왕역 근처 한국산업기술대학교이다. 평소 잘 가지 않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오이도를 가 본적도 없다. 아, 그 근처 월곶포구와 소래포구는 최근에 한번 가 봤다. 그것도 자동차를 갔기 때문에 느낌은 다르다. 이번엔 수업을 하러 갔다. 지난 주 부터 이어진 세계를 담은 스쿨 수업 때문에. 나는 사실 매주 정읍을 간다. 하지만 정읍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2012년부터 꾸준히 다녔던 곳이라 그런지, 익숙하다. 왔다 갔다 8시간이 걸리지만. ㅋㅋ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잘 가지 않는 지역이라 더 멀게 느껴졌다. 왔다 갔다 대략 4시간 정도 소요되더라. 그래도 지난 번엔 정말 멀리 갔다온 느낌이었는데. 한 2번 왔다 가니깐 조금 편해졌다. 수업도 즐거웠고, 학생들도 반가이 맞아주었고. 암튼 나는 역마살이 끼었나보다 일주일 내내 전국을 돌아다닌다. ㅋㅋ


7월 15일
당산서중 마지막 수업 

당산서중 마지막 수업. 발표를 다들 잘 해줬다. 용마중과 당산서중을 하면서 느끼는 점. 중학생들이기 때문에 경험하는 한계와 가능성이 동시에 보인다. 그 친구들의 한계라기 보단 사실상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한계’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활동을 하기에 그 아이들에게 충분한 여유가 없더라는 것이다. 시간적 여유가 아니다. 정신적 여유를 말하는 것이다. 마음이 조급하지 않아야 세상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고, 누군가를 공감할 수 있다. 그래야 문제도 발견되는 법이고, 해결책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중학교는 그런 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그저 즉각즉각 수업 시간에만 문제를 한번씩 생각해보는.. 그런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있었다. 가능성도 있다. 그건 바로 어쨌든 이러한 시도가 공교육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운이 좋게 빨리 시작하게 되었지만, 이런 식으로 공교육 혁신이 일어나는 것에 약간은 기여하고 있단 느낌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이 아이들도 느낀 점을 봐도 그렇고. 암튼 이제 1학기가 마무리 된다. 


7월 16일
꿈을 꼭 찾아야 하나?

칠보 초등학교에서 어떤 아이가 쓴 시를 봤다. 전체적으로 ‘꿈’에 대한 내용이었다.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마지막 문장이 나에게 들어왔다. ‘빨리 꿈을 찾아야 겠다.’라는 문장과 함께 마무리 되었다. 그 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우리 사회는 꿈을 찾으라고 권하는 사회다. 원대한 꿈을 꾸라느니, 비전을 세워보라느니, 심지어는 꿈 너머 꿈을 꾸라는 말도 들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꿈을 꾼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 꿈을 찾는 것이 중요할까?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나는 꿈이 아닌 ‘자신’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꿈을 찾으러 멀리 떠날 것이 아니라, 자신을 찾으러 떠나야 한다. 자신을 찾아야 ‘나의 꿈’을 찾을 수 있기에. 자신을 찾지 못한 사람이 꿈을 꾸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타인의 꿈’을 쫓게 된다. 현대 사회의 각종 욕망과 욕구가 점철된 ‘다른 사람의 꿈’이 진정 나의 꿈이라고 믿은 채로 산다. 백번 양보해서, 그런 삶도 뭐.. 좋다. 본인만 만족한다면. 하지만 진짜 문제는 ‘만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계속 허무하고, 의미를 발견할 수 없다. 그리고 또 다른 꿈으로 그 허망함을 달랜다. 혹은 쾌락의 중독으로. 


7월 17일
집에서 일하기 

오늘 잡일들을 처리한 날이다. 나는 정말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큰 흐름만 보려고 하지 디테일한 쪽으로 가면 영 귀찮다. 그렇게 일이 쌓인게 2주다. 오늘을 그렇게 회피하고 살았는데 드디어 온 것이다. 내가 귀찮아 하는 일들은 주로 이런 것들이다. 견적서 보내기, 부가가치세 신고하기, 세금계산서 보내기, 기획서 쓰기, 공지 올리기 등등. 일 하나 하나는 1시간 정도 걸리는 일이지만, 막상 닥쳤을 때 처리하기 보단 이렇게 몰아서 한번에 처리하는 편이다. 요즘 사실 좀 바빠서 시간도 없었지만, 진짜 이유는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오후 4-5시가 되어서 일이 마무리 되었다. 마치 미룬 방청소를 끝내는 느낌이랄까. 시원했다. 사실 중간 중간 재원이랑 놀기도 했고, 밥도 먹었다. 하루 종일 이렇게 집에서 일하는 것도 좋았다. 나중에 좀 더 글을 잘 쓰게 될 때 집에서 작업하는 시간을 더 늘리고 싶단 생각도 했으니 말이다. 


7월 18일
퀴즈쇼

최근 내가 읽고 있는 소설이 있다. 바로 김영하 작가의 ‘퀴즈쇼’ 김영하 작가는 익히 들어왔던 소설가다. 팟케스트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으로도 만나고 있고, TED를 비롯한 강연도 재미있게 들었다. 언젠가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막상 잘 읽지 못했던 작가. 그렇담 나는 왜 소설을 잘 읽는 편이 아닐까? 나는 소설을 싫어할까? 아니다. 그건 아니다. 나도 소설을 좋아한다. 재작년과 작년에 읽은 소설들도 좀 있다. 신, 빅픽처, 천개의 빛나는 태양, 또.. 또.. 음 뭐가 있더라. 정말 안 읽는구나. ㅋㅋㅋ 내가 소설을 읽을 때 마인드는 사실상 ‘휴가’다. 나는 좀 쉬고 싶을 때, 뭔가 빠지고 싶을 때 소설을 읽는다. 그리고 그 자체가 힐링이 된다. 예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을 아내님(당시 여친님)께 선물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걸 1년 가까이 보지 않았다. 이유는 이것이다. ‘몰아서 볼 수 있는 때’를 기다리고 싶다는 것. 그런 때가 올까? 사실 그런건 없다. 하지만 바쁜 일정이 끝나고 한 달에 걸쳐서 전권을 몰아서 보는 그 쾌감은 이루말할 수 없이 크다. 나는 그래서 소설 만큼은 신중하게 보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번 ‘퀴즈쇼’는 좀 다르다. ‘그냥’보고 싶었다. 분명 요즘 너무 바쁘긴 한데, 그래도 그냥 아무 이유없이 읽고 싶었다. 그래서 읽었다. 주말 동안 틈틈히, 아내 눈치, 재원이 눈치 보면서 읽어 나갔다. 현실에 반틈, 소설에 반틈 걸쳐져 산 느낌이었다. 좋았다. 


7월 19일
퀴즈쇼 2

"나는 말이야, 아무래도 너랑 가는 길이 다른 것 같아."
“달라? 뭐가 달라?"
“나는 말이야, 아직 철이 덜 들었나봐. 나는 좀, 그러니까 뭐라고 말 해야 하나. 그냥 좀 무의미한 일을 하고 싶어.” 
“무의미한 일?"
“사람들은 대부분 의미 있는 일들을 하잖아. 돈을 벌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근데? 그게 당연한 거 아니야?"
“뭐랄까, 인생에는 그런 것보다 더 높은 차원의 뭔가가 있는 것 같아. 잘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런 세계가 전부는 아니라는 거지. ... 이간이 그런 일간지 경제면 같은 세계에만 매물돼서 산다는 건, 그렇게 살다가 죽는다는 건, 너무 허망한 거 같아."

나는 퀴즈쇼에 나오는 주인공 ‘이민수’를 보면서 나를 떠올렸다. 나도 그랬거든. 나도 20대 중후반은 거의 무의미한 일에 매달린 편이다. 여기서 ‘편’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렇다고 해서 전적으로 몰입했던 것도 아니라. 어쨌든 일반사람들이 보기에 이해가 안 되는 짓을 많이 했던 건 사실이다. 희안한 사람도 많이 만나고, 허송세월을 많이 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그랬던 나 자신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그 당시 나는 분명 ‘타자화’가 잘 되지 않는, 굉장히 주관적인 사람이었다. 이 책에서 그런 성향을 만나니 반가웠다. 20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들고, 지금 내 모습은 무엇이 바뀌었는지,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소설책을 봤다고 해서, 그저 논 것은 아니다. 나름 가장의 역할은 충실히 하려고 애썼다. 토요일엔 타임스퀘어가서 놀고, 코스트코도 다녀왔고, 일요일엔 두레생협 가서 장도 보고, 홈플러스도 갔다. 아내가 대형 마트를 좋아하는 편이라 자주 돌아다녔다. 대청소도 했고, 재원이랑도 신나게 놀았다. 한 권의 소설책과 가족과 함께 한 소소한 일상. 음. 좋은 주말이었다고 자평한다. 


7월 6일
심톡 회의

오늘은 이런 저런 일 때문에 하루 종일 카페에 있었다. 일도 하고, 또 건강에 대한 영상도 보고.. 혼자서 잘 놀았다. 저녁에는 심톡 회의가 있었다. 우선 지난 번 심톡에 대한 피드백이 이어졌다. 해리의 성찰이 재미있었는데. 해리의 경우 지난 1년 반 동안 ‘서브 호스트’ 역할에도 불구하고, ‘참가자’ 역할에만 몰두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번 심톡에서 그나마 ‘서브 호스트’로서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참가자들과 함께 참가는 하지만, 한발짝 떨어져서 그들의 경험을 더욱 촉진하는 역할. 그 역할에 대한 인지가 반가웠다. 정선이는 지난 번 심톡 이후로 좀 더 사람들을 모아볼까? 라는 욕심이 생기더란다. 그러한 책임감이나 건강한 욕심은 반가운 일이다. 나도 욕심이 난다. 앞으로 좀 더 활발하게 공지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다. 나의 목소리가 들어간 자그마한 활동을 지속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 그것이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들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7월 7일
감정에 대한 감정

오늘 느낀 점이 하나 있다. 내가 자주 스스로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묻는 질문은 바로 ‘네 생각이 뭐야?’라는 질문이다. 하지만 잘 묻지 않는 질문이 있다. 바로 ‘네 느낌은 뭐야?’이다. 나는 감정을 잘 물어보지 않는다. 관심도 없다. 나에게 감정이란 아직도 낯선 것이다. 지난 와우 수업 때부터 느끼고 있던 테마였는데, 오늘도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 오늘 오전에, 이미영 코치님과 짧은 코칭 세션이 있었다. 조만간 심톡 호스트로 모실려고 생각하고 있는 코치님인데, 그에 앞서서 직접 한번 코칭을 느껴보고 싶었기에 부탁드렸다. 그렇게 시작된 1:1 코칭에서 내가 ‘나의 감정’에 대해서 얼마나 억압하고 있는지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비유를 들자면, 커다란 두 문이 나와 감정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느낌? 게다가 그 문은 어찌나 오랫 동안 닫혀있었는지 녹이 슬고, 때가 잔뜩 낀, 게다가 서슬퍼렇게 차가운. 그런 이미지가 떠올랐다. 내가 나에게 얼마나 무심한지. 안타깝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앞으론 성찰일지를 적을 때 감정에 대해서도 적어보겠다고. 지금 나의 감정에 대해서 더 자주 인식하고, 표현하기로. 작은 결심이지만 잊지 않기로 하자. 쨌든, 지금의 내 감정은 다소 가벼워졌음이다. :) 


7월 8일
습관 고치기

지난 번 심톡을 연지 일주일이 넘었다. 지난 번 심톡에서 내가 고치기로 한 습관이 하나 있다. 그 습관은 바로 일어나자 마자 스마트폰을 켜고, 인터넷에 빠져드는 것이다. 페북이나 블로그를 확인하는 정도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네이버 메인 페이지로 향하고, 뉴스를 보게 된다. 그렇게 하루에서 가장 중요한 오전이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들로 흐트러진다. 그러지 않고 책을 본다거나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그럴 경우 훨씬 더 만족스럽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존의 습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곤 심톡에서 말했다. 매일 체크하겠다고. 체크해보니, 일주일 동안 단 1번 성공했다. 첫 3일은 인지조차 하지 못했고, 나머지 3일은 인지는 했으나 습관을 바꾸는 것에는 실패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정말 강력한 것이 습관이다. 별 수 없다. 다시 인지하고, 아주 사소하게 일상을 바꾸는 것. 최근 들어서 내 몸과 감정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매일 아침은 나의 몸과 감정을 알아주고, 사랑해주는 그런 시간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자기 전에도 그렇고. 


 7월 9일
세계를 담은 스쿨 1

오늘부터 3일 동안 연속 교육이다. 교육은 바로 시흥 국제교류팀에서 주최하는 세계를 담은 스쿨. 처음 의뢰를 받았을 때, 다소 생경한 대상과 교육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첫날 교육을 마치고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취지는 이렇다. 18명의 외국인 대학생들과 18명의 한국인 고등학생들이 함께 팀을 이뤄서 주제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그 과정에서 시흥시의 명소나 문화도 알리고, 학생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고, 대학생들은 한국어 교류도 많이 할 수 있고.. 그리고 모두에게 진로나 자신의 적성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여러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도록 구상해야 했고, 그래서 다소 준비가 많이 필요했다. 모든 강의가 그렇지만, 이렇게 또 대상이 특별한 경우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첫날 강의가 끝나고 느낀 점. 일단 나에게 도움이 된다. 왜냐면,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을 하다 보니 (물론 영어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더 친절해지고, 말이 더 느려지게 되었다. 평소 말이 다소 빠른 편이라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 부럽고, 또 하고 싶었는데 이번 첫 시간은 어느 정도 천천히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학생들의 반응도 괜찮았다. 집에 가는 길이 너무 멀다는 점을 빼곤 다 좋았다. ㅎㅎ


7월 10일
세계를 담은 스쿨 2

어제에 이어서 1박 2일 캠프가 있었다. 원래 어제 오리엔테이션이 6월 중에 진행되기로 했는데 ‘메르스’ 때문에 미뤄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내 입장에서도, 학생들 입장에서도 잘 된 것 같다. 왜냐하면, 이런 일정일수록 시간 지연이 발생할 수록 의욕은 떨어지게 되기에. 차라리 한번에 몰아서 진행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캠프라 그런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특히 어제 보다 더 쾌적하고 넓은 강의장이다 보니, 또 어제 한번 친해진 덕분에 분위기는 더 뜨거웠다. 나 역시 진행하는 입장에서 어제보다 더 여유있어 졌고. 아이스브레이킹을 비롯한 팀빌딩 게임을 했다. 내가 워낙 레크레이션에 강한 편은 아니어서, 주로 미션을 주고 피드백하는 분위기로 진행했지만, 나름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성공했다. 이후 피드백에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나 같은 경우 내가 스스로 웃긴 상황을 만들어내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약간의 웃긴 상황만 만들어진다면, 그것을 콕 집어서 배가 시키고, 확장 시키는 것에는 능하다. 이번의 경우 외국인 대학생들이 워낙 스스럼없이 웃겨주었고, 나도 그런 분위기를 활용해서 자주 웃겼다. 재미있었다. ㅋㅋ


7월 11일
세계를 담은 스쿨 3

캠프 마지막 날. 오늘은 아침부터 미션이 주어졌다. 일정 예산을 주고, 시흥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UCC를 만드는 미션. 가장 어려웠던 점은 날씨다. 거의 20년 만에 찾아오는 폭염이라는데 정말 나가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땀이 줄줄, 숨이 턱까지 찼다. 학생들이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으리라. 그래도 다들 잘 만들었다. 내가 좀 아쉬웠던 점은 바로 ‘시간 관리’다. 11시까지 다 업로드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연수원이 생각보다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았고, 그 때문에 전반적인 작업 속도가 느려졌다. 그런 상황에서 좀 더 철저하게 확인했어야 했는데, 다시 돌아봐도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다. 그렇게 해서 12시에 마무리 되어야 할 일정이 12시 20분이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그래도 다들 잘 해줬다. ㅎㅎㅎ 찜통같은 날씨에 집으로 오는데 정말 힘들었다. 와서 바로 샤워하고 저녁에 아주버님의 생일 축하 겸 저녁 식사가 있어서 장모님 댁으로 갔다. 처제와 처남, 그리고 아윤이도 왔는데 재원이보다 4개월 빠른 아윤이는 정말 에너지 넘치더라. 이제 막 기어다니고 서고 그럴 때가 처제가 한시도 마음을 놓치 못했다. 아윤이가 살이 많이 빠졌던데, 그렇게 움직여서 빠진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재원이도 그렇게 돌아다닐 때가 오는데,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 :) 




세상을 담은 스쿨



요즘 #끄적끄적 거리는 중이다. 

보통은,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고 마는 편인데 한번씩 모아서 블로그에도 올리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1.
길을 걷다가 자세가 꾸부정한 사람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자연스래 내 자세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잠깐이지만 바로 서고자 노력하는 나를 본다. 교사든, 반면교사든 결국 우리는 서로를 통해 자신을 보고 삶의 자세를 바로 잡는다.

타자는 나의 거울이고, 나는 누군가의 거울이다. 혼자선 결코 자신을 볼 수 없다. 그러므로 관찰과 성찰은 언제나 함께 걸어야 한다. 관찰이 없는 성찰은 자서전적 해석에 빠지기 쉽고 성찰이 없는 관찰은 삶의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기에.


2.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사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하나는 좋은 영향을 주는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 둘째는 자신의 때를 기다리는 것. 관계론의 핵심은 '다양함'이고, 존재론의 핵심은 '기다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꽃과 나무는 알아서 자란다. 좋은 토양과 물, 비료를 만난다면 말이다. 다만 기다림이 필요할 뿐. 하지만 기다리는 것 이것이 진정 어렵다. 카프카는 모든 인간의 실수는 ‘Ungeduld’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모든 죄를 파생시키는 주된 죄는 이것 한 가지일지 모른다고도 했다. 독일어 ‘Ungeduld’의 뜻은 사전에 딱 네 단어로 풀이되어 있다. ‘조급, 성급, 초조, 안달’


3.

어제 저녁엔 심톡이 있었다. 대략 지금까지 10번 넘게 진행되면서 하나 느낀 점이 있다. 나는 심톡 한번 한번의 성공이나 실패 혹은 사람들의 반응보다, 그것을 꾸준히 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는 것. 잘 하고 못 하고가 있는게 아니라, 하고 안 하고가 있을 뿐이니까. 그리고 앞의 것들이 행동에 초점을 맞춘 거라면, 뒤의 것은 ‘정체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마치 작가들이 ‘글을 잘 쓰는 것’ 보다 ‘글을 매일 쓰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듯. 

그리고 한가지 더. 사람들에게 나눌 만한 질문을 던지고, 적절한 사람들(진지하면서도 한편 가벼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초대하면, 의미있는 대화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는 것. 결국 핵심은 ‘적절한 사람’ 그리고 ‘적절한 주제’다. 그 두 가지가 ‘주연'이고, 나를 비롯한 나머지는 ‘조연’에 불과하다. 그렇게 매번 주연이 빛나게 하는 것이 앞으로 심톡의 중요한 역할이 될 듯 하다. 다음 호스트는 또 누가 될지.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서 설렌다. 그 누구도 함께 할 수 있고, 또 어떤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으니까. 어제와 같은 일이 벌어질 거라곤 한달 전에 생각해보지 않았으니까. 어제 즐거웠습니다.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6월 29일
내 안의 스승과 대화하다

오늘 우연히 유투브에서 ‘쿠마레’라는 다큐 영화를 보았다. 스스로 거짓 스승이 되어, 사람들에게 ‘진짜 스승’은 스스로에게서 찾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 매우 놀라운 이야기였다. 이런 수준의 다큐를 공짜로 (번역까지 되어서) 볼 수 있음에 일단 감사한 하루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만났던 몇몇 스승(이라 칭하는)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내가 무엇을 바랬는지도 좀 더 알게 되었다. 나는 나를 믿지 못한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한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스승을 찾았다.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사람을 찾았다. 그들에게 묻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하지만 이 ‘쿠마레’는 말한다. 그 답은 오로지 나만이 알고 있다고. 나는 내면의 스승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스승이여. 앞으로 나에게 중요한 3가지 일은 무엇인가요? 라고 물었다. 스승이 답했다. 첫 번째. 관계를 소중히 여겨라. 가까운 관계든 먼 관계든 진심을 다하라. 두 번째. 글을 써라. 더욱 밀도 깊게, 더욱 정기적으로, 더 많은 글을 생산하라. 마지막 가르침. 그건 바로, 침묵하라. 말을 줄여라. 말하려는 스스로를 인식하라. 그리고 더 천천히 말하라. 말에 힘을 실어라. 정리하자면 이렇다. 말을 줄이고, 글을 쓰고, 관계를 소중히 여겨라. 스승의 말이 옳다. 맞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이 3가지 맞다. 

쿠마레 링크


6월 30일
진욱이와 대화

오늘 오전에 오랜만에 진욱이를 만났다. 진욱이는 나와 가치중심적 성향임은 비슷하지만, 실제 행동양식은 거의 정반대다. 나는 교육쪽 관심사가 많다보니 책을 읽고, 수업을 하고, 가까운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긴다면 진욱이는 좀 더 사업가에 가깝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도 이제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던데, 대단한 일이다. 1년 만에 이 정도로 법인을 만들고, 다양한 사람들과 연계되어서 무언가를 벌이는 것. 어쨌든 나는 진욱이의 지난 1년간의 홀로서기가 대단해 보인다. 나를 돌아본다. 나는 지난 2년이란 시간 동안 무엇을 헌신하고 있는지. 내가 좋아서 움직이는 활동은 늘었지만, 해야 해서 하는 것들 (사업화, 마케팅, 브랜딩 등)은 분명 많이 줄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악순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일의 조화, 그것이 지혜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놓친다. 저녁엔 심톡이 있었다. 대략 지금까지 10번 넘게 진행되면서 하나 느낀 점이 있다. 나는 심톡 한번 한번의 성공이나 실패 혹은 사람들의 반응보다, 그것을 꾸준히 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는 것. 잘 하고 못 하고가 있는게 아니라, 하고 안 하고가 있을 뿐이니까. 그리고 앞의 것들이 행동에 초점을 맞춘 거라면, 뒤의 것은 ‘정체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마치 작가들이 ‘글을 잘 쓰는 것’ 보다 ‘글을 매일 쓰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듯. 그리고 한가지 더. 사람들에게 나눌 만한 질문을 던지고, 적절한 사람들(진지하면서도 한편 가벼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초대하면, 의미있는 대화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는 것. 결국 핵심은 ‘적절한 사람’ 그리고 ‘적절한 주제’다. 그 두 가지가 ‘주연'이고, 나를 비롯한 나머지는 ‘조연’에 불과하다. 그렇게 매번 주연이 빛나게 하는 것이 앞으로 심톡의 중요한 역할이 될 듯 하다. 다음 호스트는 또 누가 될지.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서 설렌다. 그 누구도 함께 할 수 있고, 또 어떤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으니까. 어제와 같은 일이 벌어질 거라곤 한달 전에 생각해보지 않았으니까. 

심톡 전체 사진


 
7월 1일 
시스템 사고 교육

오늘 오전엔 인디언 계모임이 있었고, 오후에는 어린이를 위한 시스템 사고 교육을 선보이는 자리가 있었다. 진행되었던 곳은 이화여대 종합과학관이었는데,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대를 가보게 되었다. 사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간다는 건 언제나 낯섬과 설렘을 준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이대가 얼마나 넓은지, 그리고 얼마나 언덕이 많은지 알았더라면 나는 아마 다른 방법을 찾았을 터인데, 그냥 무작정 지도만 보고 찾아가다보니 엄청난 스트레스가 찾아왔다. 날씨는 덥고, 생각보다 크기는 크고, 방학이라 그런지 물어볼 사람은 없고, 또 강의실 찾는건 왜 이렇게 어려운지. 한참을 해메다 겨우 찾아서 들어갔다.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건물배치가 아닌가. 그런 원망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힘들었다. ㅠ 암튼, 들어갔더니 시스템사고 교육은 한창이었다. 5-6개 정도의 게임을 통해서 쉽게 접근하도록 디자인되었더라. 워낙 미국에서 잘 개발된 프로그램이라 그런지 나도 재미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임은 바로 ‘감염 게임’ 이 게임은 정말 재미있었다. 나중에 사람들 한 100명 정도 모아놓고 진행하면 대박일듯. 변수도 좀 더 다양하게 넣고 말이다. 2학기에 기회가 닿으면 한 학교 정도 시스템사고 교육 진행하면 재미있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나는 아직 배우는게 너무 좋은가봐. 


7월 2일 
피드백이란

어제 시스템사고 교육에서 이런 게임이 있었다. 2명이 나온다. 랜덤으로 2명의 사람을 뽑는다. 그럼 그 사람들이 다시 나온다. 다시 2명을 뽑느다. 그런 식으로 새로운 친구들이 늘어나면 전체 친구도 일정하게 늘어난다. 산술급수라고 하나? 암튼 그런 식으로 매 라운드마다 2명씩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2번째 게임에선 방식을 바꿨다. 2명이 나온다. 새로 2명을 뽑는다. 그리곤 앞서 뽑은 친구를 포함해서 4명이 다시 친구를 뽑는다. 그 다음엔 8명이 뽑는다. 그런 식으로 뽑다보니 금방 모든 친구들이 뽑혔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관계를 그리자면 앞의 실험은 새로운 친구 -> 전체 친구 / 뒤의 실험은 새로운 친구 <-> 전체친구 인 것이다. 

이 둘은 확연히 다르다. 원인과 결과가 일차적 관계를 맺을 때 이를 선형 인과라고 한다. 이것은 그야말로 단순하다. 예측하기도 쉽다. 10라운드가 지났을 때, 결과가 어떻게 될지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원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가 다시 원인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때 이를 비선형 인과라고 하며, 이것은 복잡하다. 예측도 어렵다. 확산의 속도도 매우 빠르다. 이 둘의 차이를 만든건 무엇일까? 바로 ‘피드백 고리’다. 결과가 원인에게 영향을 주는 것. 그것이 지금처럼 가파르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양의 피드백 고리, 혹은 균형을 위해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음의 피드백 고리라고 한다. 이러한 피드백 고리는 ‘시스템 씽킹’의 핵심이다. 

이 피드백 고리는 디자인씽킹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무언가를 만들고, 실제 유저에게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다시 개선한다. 하물며 성찰이나 일기쓰기도 하나의 ‘피드백 고리’라고 볼 수 있다. 내가 한 행동(결과)가 다시 나의 계획(의도)에 영향을 주고, 나 자신을 바로 잡는 것이다. 그렇게 피드백 고리를 삶에서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사람은 ‘비약적으로 성장(양의 피드백)’하거나, 혹은 지나치지 않게 '균형을 잡는(음의 피드백)’다. 나는 그것을 ‘비선형적 인생’이라고 본다. 그들은 어찌 되었든 범인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간혹 피드백 고리가 없는(혹은 약한) 사람들이 있다. 같은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옴에도 불구하고,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 이처럼 자기인식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결국 ‘선형적 인생’을 산다. 

소통하지 않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말을 인정하지 않거나,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들. 무엇이 옳은 삶인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무엇이 좀 더 생생하고, 역동적인 삶일지는 쉽게 예상 가능하다. 인생을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뽑으라면 바로 이 ‘피드백 고리’가 아닐까.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결과를 시인하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하려는 탐구적인 태도. 이 모든 것이 ‘피드백’이라는 말에 있는 것이 아닐까. 결국 이 '피드백 고리'는 '나는 모른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니까. 


7월 3일
칠보초 발표 수업 - 나는 나야! 

칠보초에서 이번 1학기를 마무리하면서 대대적인 개인 발표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 사실 발표 시간을 많이 갖지 않은건, 무언가 앞에 나와서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각하는 것, 함께 문제를 해결해보는 것, 협업하는 것,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학기에 한번 정도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마지막 과제로 10장의 PPT를 만들어서 ‘나’에 대해서 발표하게 했다. 주제는 ‘나, 나의 가족, 내가 잘하는 것, 못하는 것, 화날 때, 슬플 때, 기쁠 때, 10년 뒤 내모습..등등’ 다양하게 주었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것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평소 수업 태도가 게으른 친구들도 이번 시간 만큼은 꽤 열정적으로 임했다. 다들 정말 잘 했다. 그리고 특히 개인적으로 감동했던 친구는 5학년의 선아와 민균이다. 선아와 민균이 모두 가정 환경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둘 다 그리 친구들 사이에서 도드라지지 않는다. 민균이는 착하고 배려심이라도 많은데, 선아는 그런 편도 아니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친구들이 꽤 많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둘 다 너무 잘 해줬다. 발표를 할 때 침착하게 한 것은 물론이요,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까지 드러낼 수 있었다. 친구들이 서로에게 준 피드백을 보니, ‘평소와는 다르게 발표를 잘 했다.’ 라거나 ‘진심을 말했다’라는 말이 종종 있었다. 나에겐 기분 좋은 일이었다. 누가 알 수 있을까?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나 역시 어릴 적 한번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칭찬을 받았다. 아직도 기억한다. 목소리가 좋다는 그 칭찬을. 그런 작은 단서들이 쌓여서 지금 내가 강의를 하게 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7월 4일
와우 수업 6번째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느낀 점을 나누고 싶다. 우선, 함께 모이니 좋았다. 특히 MBTI에 대한 사전 지식 덕분에 서로에 대한 차이점을 좀 더 ‘공유된 개념’으로 인식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초반에 선생님이 ‘다양성’에 대한 언급을 했었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가급적 다양한 성향과 성별을 모으려고 노력하셨구나. 그런 생각도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혼란스러웠다. MBTI를 제대로 공부해 본 것은 처음이라 그런지, 그리고 아직 나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가 별로 없어서 인지 내가 어떤 유형인지, 무엇이 더 나다운 것인지 헷갈렸다. 나 덕분에 다들 더 헷갈려하시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혼란스러움이 나로썬 더 반가운 일이기도 했다. 이렇게 탐구할 만한 거리가 주어진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다. 이렇게 절반이 끝났다. 생각해보면 올해도, 인생도 대략 절반 정도 온 것 같다. (물론 내 인생은 좀 더 남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활력있는 시절은 절반 정도 남지 않았을까) 아직 뭔가 해보기도 전인데, 승부를 걸지도 않았는데, 벌써 시간이 반이나 흐른 느낌이다. 자기다움 5장면에서도 나왔지만, 나는 뭔가 지지부진하고, 이것이 내가 가야할 길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 그렇게 절박할 때 움직인다. 이젠 나이가 더 들었다. 더 현명해지고 싶다. 건강에 절박해졌을 때는 이미 늦다. 삶도 마찬가지다. 이젠 더 빨리 내다보고, 먼저 움직이고 싶다. 아쉬움을 뒤로 남기고 싶진 않다. 전심전력으로, 생생하게, 살아나가고 싶다. 와우도, 올해도, 내 인생도. 


7월 5일
일산 호수공원

한 차례 메르스 태풍이 지나간, 평화로운 오후다. 아내는 오늘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듯 보였고, 나 역시 그저 집에서 쉬는 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결정한 목적지는 바로 ‘일산 호수공원’이다. 서로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 아내는 원래 일산을 좋아한다. 그 깔끔한 분위기. 그리고 나는 ‘알라딘’이 목표였다. 일산 지점이 예쁘다는 소식을 이미 접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우린 일산으로 향했다. 아웃백에서 맛있는 밥도 먹고, 호수공원을 가로질러 걸었다. 중간에 뽑기도 했는데, 아내는 엄청난 실력으로 정확히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근처 초딩들이 굉장히 부러워한다는 걸 난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달아서 반쯤 버린건 함정. 어릴 적 추억이 파릇파릇 돋아났다. 즐거웠다. 라페스타를 구경하다가, 홈플러스가서 재원이 맘마도 먹였다. 결국 마지막 종착지는 알라딘. 둥근 구조가 참 예뻤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나는 2권의 책을 구입했고, 아내 책도 하나 사주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자 하루가 다 지나갔다. 피곤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바깥 나들이를 나갈 수 있음에 행복한 일요일이라 총평한다. 



6월 22일
작가란 무엇일까

오늘 아침, 작가수업이란 책을 꺼내 들었다. 인상 깊은 구절이 2개 있다. 첫째. 글을 잘 쓰는 것과 작가가 된다는 것은 다른 것이다. 맞다. Doing과 Being의 차이점은 생각보다 큰 법이다. 작가의 삶을 산다는 것과 작가처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작가의 삶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창조적 자아와 비판적 자아를 키우는 것이다. 그것이 두번째 인상깊은 구절이다. 이것을 처음 들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다시 읽어보니, 그리고 요즘 창조적 자아와 친해지려고 노력하다 보니 더 와닿는다. 어쩌면 둘 다 내 안에 있는 친구다. 내가 일찍이 잘 놀아주지 못했던 친구들. 그 친구들을 새롭게 만나고, 놀고, 친해지고, 그들과 통합되는 것. 그것이 작가가 아닐까. 그러므로 당연히 작가는 글쓰기와는 좀 거리가 있다. 그렇게 논 결과가 글로 나오는 것이 책일 뿐, 굳이 책을 쓰는 것이 작가라고 부를 필요는 없다. 나는 여기서 한 명의 친구를 더 추가하고자 한다. 창조적 자아와 비판적 자아와 함께 놀면 좋은 자아는 바로, ‘관찰적 자아’다. 이 모든 상황을 내려다 보면서, 어떤 자아가 활동하고 있는지, 어떤 자아는 숨죽이고 있는지, 관찰하고 나에게 알려주는 역할. 즉, 깨어있기 위해선 관찰적 자아의 힘이 필요하다. 관찰적 자아는 서로 거리가 먼 두 자아들의 연결고리가 되어 준다. 내 안에 많은 친구들을 만들어 나가는 재미. 그것이 예술가의 특권이자 의무가 아닐까. 삶의 예술가가 되고 싶은 나에게도 이 사실은 중요하다.  


6월 23일
검단초 수업을 마치고

오늘 성남에 있는 검단초 수업을 마무리했다. 4학년들과 지난 3개월에 걸쳐서 5번 정도 수업을 진행했는데, 작년보다 더 재미있었다. 왜냐면, 좀 더 오랫동안 수업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아이들 한명 한명이 눈에 들어올 수 있었기에. 그리고 나 역시 새로운 수업 자료를 만들어 보고, 또 실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새롭게 만들어 본 2개의 독서토론 주제는 ‘경쟁’과 ‘자유’다. 그것을 나는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과 ‘스갱아저씨의 염소’라는 책을 기반으로 아이들과 나누었는데 꽤나 즐겁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실제 이슈를 가지고 토론을 해보기까지 했으니 더욱 좋았고. 아이들의 피드백을 받아보았다. 끝나서 아쉬워하는 아이들이 많았고, 그 중 몇몇은 별 느낀 점이 없었는지 쿨하게 “안녕히가세요”라고 한 글자씩 쓴 아이들도 있었다. ㅋㅋ 마지막 반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려는 길에 몇몇 아이들이 손을 내밀더라. 뭘 주려는지 보니 자기들이 쓰는 샤프랑 볼펜 이런걸 주는 게 아닌가. 헐. 내가 아이고 괜찮다고 너희들 써야지 나한테 주면 어떻하니. 하면서 아무리 만류하고 다시 도로 집어 줘도 막무가내로 나에게 집어넣는다. 끝까지 씨름했지만 아이들이 결국 이겼고, 나는 아이들이 주는 걸 가지고 왔다. 아이고.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참 짠했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무엇으로 보답해야 하나. ㅠ 

어떻게 갚아야 하나 ㅠ


6월 24일
의존성, 독립성, 그리고 상호의존성
 
근대 철학은 말한다. 인간은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라고. 하지만,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을 까먹어버려서 일어나는 착각이다. 무슨 얘기냐면, 재원이를 키우면서 느낀 것이다. 우리 아가는 철저히 의존적인 존재다. 심지어 처음 태어났을 때는 스스로 몸을 가둘 수도 없다. 옆의 사람들이 목을 잡아주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는 존재가 인간이다. 하물며 그것 뿐이랴. 2-3시간 단위로 밥도 먹어야 살 수 있고, 혼자선 옷도 못 입는다. 똥이랑 오줌도 다 갈아줘야 한다. 그렇게 약 3년의 시간이 흘러야 그제서야 인간은 부모의 행동과 태도를 모방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허긴 그러고도 30년 정도가 흘러서 아이를 낳을 때 쯤에 인간이 되지만. 나처럼 말이다. ㅎㅎ 이처럼 인간은 철저하게 의존적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느낀다. 아, 내가 혼자 잘나서 지금까지 살아온게 아니구나. 나 역시 철저히 의존적인 상태가 있었고 그 당시 부모님의 헌신이 아니었지만 지금의 나도 없겠구나. 지금까지도 어떤 영역에선 의존적이고 말이다. 그러한 ‘관계’에 눈을 뜨지 않으면 자신의 1/3만 보고 있는 것이다. 스티븐 코비가 말했다. 의존성을 넘어 독립성이 있고, 그것을 넘어 상호의존성이 있다고. 독립성으로 나아가야 서로의 힘을 보태서 더 큰 것을 만들어내는 상호의존성, 즉 시너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그 첫 시간은 철저히 의존적이었음을, 그 기간에는 충분히 의존적이어야 함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그것이 인간이 가진 디폴트값이기에. 아침에 재원이를 보면서 느낀 점이다. 


6월 25일
에피톤 프로젝트

나는 노래를 즐겨 듣는 편이다. 하지만 듣는 수준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교양 있는 편도 아니다. 그저 내가 듣기 좋으면 그게 좋다. 장르는 가리지 않는다. 케이팝도 자주 듣고, 팝송도 끌리는대로 듣는다. 그런 내가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듣고 있는 가수가 있다. 바로 에피톤 프로젝트다. 몇년 전에 우연히 듣고 나선, 이후 발매되는 대부분의 앨범을 듣는 편이다. 비록, 콘서트엔 가본 적은 없지만 이렇게 나와 맞는 뮤지션을 발견하고, 함께 한다는 건 기쁜 일이다. 사실 오늘은 정읍 가는 날이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오전은 자연스럽게 개인 작업 시간이 되었다. 밀린 책도 보고, 초서도 하고, 못 다 만든 강의도 손 보는 그런 나만의 시간. 나는 이 시간을 참 좋아한다. 오늘도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를 들으니 참 좋더라. 따뜻한 햇살, 흔들리는 창가, 적당히 조용한 버스.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널리 홍보하지 않아도, 자신의 목소리나 생각을 꾸준히 알리고, 그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그의 결과물을 기다리고. 그렇게 새로운 결과물을 가지고 대중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창조적인 작업을 하러 들어가고. 작가나 음악가, 미술가.. 등 내가 생각하는 모든 예술가들은 일정한 흐름이 존재한다. 나도 그 흐름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나만의 창조적인 시간을 갖고, 결과물을 만들고, 그것으로 다시 사람들과 공유하고, 더 큰 것을 공동 창조하는 것. 그런 멋진 화음을 만들어내고 싶다. 

6월 26일
청년참 인터뷰, 디씽 교사연수 있던 날

오늘은 청년참 인터뷰가 있는 날이다. 커뮤니티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프로그램인데, 나도 한번 지원해봤다. 그래서 불광동 청년허브로 갔다. 인터뷰를 하고, 청년허브에서 일도 좀 했다. 그나마 여유있는 오전, 오후였다. 오후 늦게부턴 ‘디자인씽킹 교사연수’가 있었다. 지난 주에 미술과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어봤는데, 이번 주는 그 2번째 시간이다. 이번 주제는 ‘미술 교실’을 더 낫게 디자인하는 것! 다들 미술쪽 분야 선생님들이셔서 그런지 정말 멋진 아이디어와 프로토타이핑 실력을 보여주셨다. 내가 한 수 배운 느낌. 워크샵을 마치고 몇몇 선생님들이 말씀을 걸어주셨다. 한 선생님은 지난 수 수업 끝나고 오늘이 굉장히 기다려졌다는 분도 계셨고. (황송하게도) 어떤 선생님은 방학 중 프로그램을 같이 해보자는 분도 계셨다. (황송 황송) 다행히 워크샵이 좋게 느껴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수업을 하고도 힘이 빠지기 보다는 함께 공감하고 이야기나눌 수 있어서 더 힘이 나는, 그런 행복한 수업을 했단 생각이다. 요즘 그런 수업이 많다. 감사하게도 말이다. 

6월 27일
합정 메세나폴리스

오늘 오전에는 소아과 병원에 들렸다가 왔다. 재원이가 요즘 계속 응가를 자주해서 갔는데, 그래도 속 상태는 좋단다. 시간을 갔고 지켜보자고 말씀하신다. 집에 와서 잠깐 쉬었다가 오후에는 합정 메세나폴리스에 갔다. 집에서 걸어서 15-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아내랑 평소에도 자주 왔다 갔다 하는 편이다. 최근 유행하는 메르스 때문에 사람들이 적지 않을까 했었는데, 날씨가 좋아서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특히 메세나 폴리스는 동그란 광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하는 편인데, 그 분위기가 참 좋다. 뭔가 가족적인 분위기. 과거에 어딘가에서 ‘둥근 구조의 집’에 사는 사람들이 ‘딱딱한, 네모형의 집’에 사는 사람들 보다 스트레스가 적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나에겐 메세나폴리스에서 그러한 ‘둥근 구조’가 주는 긍정적 힘을 느낄 수 있다. 아, 다른 좋은 예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도 있다. 다만 단점은 그렇기 때문에 길이 헷갈리기 쉽다는 점. 그리고 자주 이용하는 길 이외에는 잘 가지 않게 된다는 점. 뭐 몇 가지 단점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둥근게 더 좋다. 홈플러스에서 몇 가지 필요한 걸 사고, 망원동 미스터피자에서 피자를 먹고, 망원시장을 거쳐서 집으로 왔다. 시장을 거쳐서 오는 길에 수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거의 나이 많으신 할머니들은 꼭 재원이를 보면서 한 마디씩 하시더라. 인상깊은 말은 ‘참 편안해 보인다’ 그리고 ‘장군감이다’ ㅋㅋ 지금 살이 많이 쪄서 그렇게 보이나보다. 그런 주말이었다. 재미있었다. 

참 예뻤던 우산과 하늘



6월 28일
빠르다. 일요일은. 

오늘 일요일은 여느 일요일과 좀 달랐다. 보통 4-5시에 한번 깨는 재원이는 오늘은 새벽 2시 50분쯤 깼다. 한참을 울고 불고 하길래, (아내는 몸이 좋지 않았다) 내가 재운다고 재원이를 포대기로 품었다. 새벽 3시 반이었나, 그때부터 포대기를 했는데 한참을 돌아다녔다. 재원이가 푹 잘 수 있도록. 4시 넘어서 재원이를 다시 눕혔더니 내 잠이 다 깨버렸더라. 그래서 난 오랜만이다 싶어서 책상 앞으로 갔다. 요즘 주말에는 강신주의 <철학 VS 철학>을 보고 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진도가 안 나가던 차였다. 이왕 잠이 깬거 그냥 읽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7시 넘어서까지 책도 보고, 중간 중간 놀기도 하면서 개인 시간을 보냈다. 아침이 되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잠이 너무 모자랄 것 같은 걱정. 8시쯤 다 되어서 다시 누웠다. 아내는 눈을 뜰려고 하고 있었고, 마치 바톤 터치처럼 나는 뻗었다. 그렇게 2시간을 더 자고 일어났다. 그리곤 뭐 1시까지 청소하고, 오후엔 책도보고 티비도 보다가, 오후 늦겐 장모님과 이모님, 형님, 아주버님과 밥먹고 들어왔더니 하루가 다 갔다. 아기와 함께 하는 일요일은 참 빠르다. 정말로 말이다. 찰나라고나 할까. 



6월 15일
디자인씽킹으로 가르치고, 나누고

아침에 원래 주정미 코치님과 미팅이 있는데, 이번 주는 한번 미뤘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을 갔어야 했기에. 그래야 용마중학교 수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 내내 병원에 갔다가 오후에 용마산역 근처로 이동했다. 카페에 들어가서 수업 준비를 하는데, 그나마 주말에 좀 쉬고 병원을 갔다 와서인지 주말보단 나았다. 그나마 감사하단 생각이 든다. 만약 평일 중에 이렇게 아팠다면, 게다가 특히 큰 강의를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얼마나 난감했을까? 생각해보니 감사할 일이다. 용마중 수업은 아쉬웠다. 내가 진행했지만, 나에겐 참 디테일이 부족하단 생각을 한다. 큰 흐름을 짚어주는 건 좋아하고, 잘 하는 편이지만, 작게 작게 아이들이 충분히 경험할 수 있게 배려하는 세심함은 나에게 잘 없는 약점이다. 왠만한 약점은 그럴 수 있지만, 이런 약점은 나에겐 치명적이다. 결국 학습 경험을 더 끌어내지 못하도록 막는 제약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성하고 다른 분들을 통해 더 배워야 할 것이다. 저녁엔 디자인씽킹 교사모임에 갔다. 지난 주에 진행한 사례를 공유했다. 나의 강의안을 가지고 강의를 하듯이 발표헀는데, 전반적으로 다들 호의적인 반응을 해 주셨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가 발표를 하면서 나의 깊이에 대한 불만이 들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인터뷰나 관찰 정보를 가지고 그 속에서 숨겨진 통찰을 찾아내는 것이 디자인씽킹에서 중요한 부분인데, 그런 연습이나 통찰을 발휘할 기회가 많이 없었고, 또 아이들과 그렇게 진행하기엔 적합하지 않아서 넘어간 부분이 있다. 그걸 좀 보충하고 싶다. 


6월 16일
무지는 죄다. 특히 건강에의 무지는 더욱

지난 며칠이 공백이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건강’이다. 허리가 아프니 아무것도 잘 되지 않더라. 건강에의 소중함은 언제나 머리로 알고 넘어가는 것. 내가 가진 크나큰 죄악이다. 죄라는 말을 정말 안 쓰는 나이지만, 이번엔 쓰고 싶다. 무지는 죄다. 멍청아. 아침에 스트레칭을 하는 습관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간다. 하지만 뭔가 아쉬웠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 허리 상태가 어떤지. 어떤 운동을 주로 해야 하는지. 그런 고민을 해결해 줄 전문가 어디 없을까. 몇년 전에 알렉산더 테크닉에 관심이 있어서 본 적이 있는데, 그건 넘 비싸고. (요즘 여윳돈이 없다.) 몸살림 운동인가? 그것도 좋다고 들었는데 집이랑 멀고 (핑계도 가지가지). 1:1 PT를 받기엔 또 비싸고. 이리저리 도움을 받을 곳은 많지만, 또 마땅한 곳은 없더라. 고민 고민이다. 정말. 


6월 17일
가볍게 시작하되 깊이 있게 진행하기

인디언 모임이 있는 날. 종로 3가 뒷골목으로 갔다. 나는 처음 가보는 골목길이었는데, 꽤 좋았다. 뭐랄까. 예전에 전통 가옥들과 현대식 카페들이 잘 어우러진 느낌. 요즘 통의동, 연남동을 비롯한 골목길이 유행인데, 여기도 사람들이 꽤 몰릴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간 곳은 ‘카페 식물’이었다. 의자가 다소 불편하긴 했지만, 분위기는 갑이었다. 첨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어느 새 자리도 꽉 차더라. 어떻게 알고 오는 건지 참 신기했다. 오늘 이야기 나누며, 청년허브에서 지원한다는 ‘청년참’이란 것도 신청했다. 되든 안 되든, 일단 재미있으니 절반은 성공이다. 요즘 그 자유로움이 참 좋다. 목숨 걸고 ‘꼭 되어야 해’라는 중요성 없이, 그저 좋으니깐 가볍게 툭툭 하는 것. 하지만 그 가벼움 속에서 진지함 그리고 헌신이 더 추가된다면 완벽하지 않을가. 가볍게 시작하되 깊이 있게 진행하는 것. 내가 배워야 할 지혜는 언제나 ‘중용’에 있더라. 그러니 가벼움만 쫓지는 말자. 


6월 18일
칠보초등학교 수업 이야기

칠보초 수업 이야기를 좀 하자. 오늘 3학년 선생님이 수심 깊은 얼굴로 나에게 물어봤다. 수업 태도가 어떠냐고. 분명한 건, 그리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 보다는, 내가 편하고 좋은 쪽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때쓰고, 고집부리기 선수들이 많다. 초등학생 3학년들과 이렇게 오래 수업을 해보는 건 나도 처음인데, 사실 어떻게 다뤄야할지 어렵다. 꾸짖는 것도 조심스럽고, 그렇다고 계속 좋은 말로 하면 수업이 나아가질 않는다. 담임 선생님도 같은 고민을 하고 계셨다. 어렵다. 4학년들은 지금 수업을 조정 중이다. 함께 하는 작업 보다는 개인별로 하는 쪽으로. 아무래도 이 아이들에게 협동학습은 아직 시기상조다. 아무리 함께 하는 것을 강조하는 나라지만, 아이들 상태를 반영하지 않는건 내 고집일 뿐이다. 확실히, 개인 작업으로 돌리니 수업 분위기는 좋아진다. 아이들의 마음을 듣고, 가슴을 여는 것에 초점을 두고 수업했다. 오늘 주제는 ‘내 인생의 최고의 장면’이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성찰해 볼 수 있도록 했는데, 그나마 좋았다. 오늘 마지막은 5-6학년 수업. 지난 주 프로젝트 과제를 주었고, 오늘 발표를 했다. 발표를 들었는데 꽤 잘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바로 ‘발표’다. 발표를 못해서? 아니다. 발표를 너무 잘 해서다. 아띠의 잔재가 남아있더라. 아이들이 발표 수업을 좋아하고 잘 하는 건 좋지만, 활동보단 그것에 너무 몰입하는 것  같아서 아쉬운 소리를 좀 했다. 돌이키면서 바로 후회했지만. "나는 왜 이렇게 아이들에게 잘 했다는 칭찬이 박할까?” 자괴감에 빠진다. ㅠ

6월 19일
오랜 벗들과 마주하는 즐거움

오늘은 오랜만에 그간 못 봤던 사람들을 만나는 날이었다. 비록 오랫동안 보지 못하거나 멀리 있어도, 비슷한 가치로 살아가는 분들은 나를 ‘벗’이라 부르고 싶다. 다들 나의 ‘벗’이다. 오전에는 이코치님을 만났다. 원래 올해 초에 한번 뵙기로 했는데, 재원이 태어나는 시기랑 겹쳐서 못 봤었다. 꾸준히 훈련하시고, 또 공부하시는 코치님이라 배울 점이 많다. 특히 요즘엔 한 분의 선생님께 지도를 받고 있다고 하셨는데, 나도 아는 분이라 호기심이 생겼다. 삶에서 ‘고수’ 혹은 ‘대가’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별로 없는데, 그런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연결되는 경험은 중요하다. 나 역시 한창때는 언제나 스승을 찾아서 돌아다녔고, 지금도 그 여정은 지속되고 있다. 올해는 인연이 닿지 않겠지만, 내년 혹은 내후년에는 나도 인연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그 다음에 만난 선생님은 예전에 토론 수업 같이 했던 쌤인데, 오래만에 다시 교육으로 복귀하셨다고 해서 만났다. 지속적으로 독서 및 토론 쪽으로 관심 갔고 계시더라. 그리고 역시 든 생각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피해서 돌고 돌아도, 결국 다시 만나게 되어있다는 것.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과 관련된 경험을 쌓고, 공부를 한다면 언젠가는 그 빛을 발할거라는 것.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어쨌거나 저쨌거나 교육이란 필드로 들어와서 몸을 비벼대는 것이니까. 그 결과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나의 기쁨을 따르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하다. 어쨌든 삶은 살아질테니.


6월 20일
비오는 토요일, 카페에서

오늘은 토요일이지만, 아내가 일하라고 시간을 줬다. 요즘 일이 좀 밀렸다. 수업 준비하고, 수업하고, 공부도 하고 그러다 보면 ‘기획서’를 작성할 시간이 항상 부족하더라. 2개 정도 써야 하는데 쓰질 못 하고 있어서, 오늘은 아침부터 카페로 갔다. 아내의 배려가 고마웠다. 합정 근처의 카페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랬더니 밖으론 비가 추적추적 오기 시작했다. 타이밍 좋게 들어왔던 것이지. 카페에서 밖으로 비 오는 걸 쳐다볼 때 (밖의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참 기분 좋을 때가 있다. 오늘도 그랬다. 사람 구경도 하고, 비도 보고, 밀린 일도 하고. 비가 와서 좋았던 이유는 더 있다. 바로 가뭄 때문이다. 요즘 산천이 물이 부족해서 난리란다. 우리나라도 물부족 국가가 된지 오래라고 하던데, 그에 대한 인식은 나를 포함해 아직 멀어보인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 사대강 사업을 벌렸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그 효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처참하다. 물 부족과 관련해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해 보인다. 내가 관심있게 봤던 프로젝트는 ‘빗물’을 활용하는 것이었는데, 요즘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다. 각 빌라나 아파트 위에 모두 빗물을 받는 통을 만들고, 그 빗물로 어느 정도 생활용수를 이용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그것을 법으로 규정해서 만들면 초기 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론 이득일텐데. 암튼 그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던 하루다. 


6월 21일
프로듀사의 날

프로듀사의 날이었다. 아내와 내가 요즘에 함께 보는 거의 유일한 프로다. 아, 삼시세끼와 복면가왕도 즐겨 보는 편이지만, 드라마를 함께 본 기억은 거의 유일하다. 원채 티비를 잘 안 보는 편이긴 했지만, 금요일 밤은 편히 쉬자는 주의여서 보게 되었다. 오전에 청소를 마치고 오후부터 지난 11편과 12편을 이어서 봤다. 그냥 말로는 ‘봤다’라고 하니 편하게 봤다고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런 건 아니다. 아직 돌도 안 된 아가랑 무언가를 한다는 건 언제나 상상 이상의 노동력과 수고를 요한다. 사실상 드라마 반, 재원이 반 봤다고 보면 된다. 하도 침을 흘려대서 침 닦아주고, 조금 보채면 안아주고, 토닥토닥 거려주고. 그러면서 주말을 보내면 언제나 시간은 쏟살갔다. 프로듀사는 재미있었다. 12편이었나. 송해 할아버지가 나와서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35년을 했지만, 나도 이렇게 오래할 줄 몰랐다고. 그저 좋아서 한회 한회 하다보니 여기까지 온 거라고. 맞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가야한다. 그저 한번 한번 좋아서 하면 된다. 그래서 그 순간 순간의 즐거움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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