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전쟁같은 10월

이건 마치, 전쟁같다. 비교적 만족스런 9월에 비해서, 10월은 최악의 한달이다. 사실 9월을 마치면서 자신감이 생겼었다. 이렇게만 하면 되겠단 생각을 했다. 야심차게 새로운 프로젝트도 마음 먹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암담하다 못해 참담하다. 일적으로 모든 면에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일정이 더 생기는 바람에 사상 최대로 일을 많이 하긴 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정 반대로 나의 만족도는 최악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일을 핑계로 중요한 문제를 뒤로 미루는 내 모습에 더 실망스럽다. 성찰도 거의 10일 정도를 하지 않았다. 이젠 이미 지난 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나는 지금 1년 동안 쌓아온 탑이 쓰러질 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대로 습관대로 나 자신을 놔버린다면 지금까지 쌓았던 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건 아주 쉽겠단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기로 하자. 부끄럽고도 부끄럽지만, 이 자리에서 지금 이 현실을 인정하고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스리자. 사실 그것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게 없기도 하다. 내가 여기서 배운 것은 무엇일까? 첫째. 나는 일이 아무리 잘 되고, 혹은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 사실 이번 10월은 강의를 35번 정도 할 정도로 바쁜 달이긴 했다. 하지만 그건 전혀 나에게 위안을 주지 못한다. 나의 만족도는 그것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저 하루를 내가 충만히 보내는 것이 내가 만족하는 유일한 척도다. 둘째. 내 안에는 탁월해지고자 갈망하는 나도 있지만, 자신을 속이고, 합리화하고, 계속 나태하지고 싶은 나도 있다. 이 둘 모두를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나서 익숙한 자아를 벗어나서 좀 더 새로운 자아를 탐색하고 싶단 열망이 있다. 기존의 궤도를 이탈해야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 나는 생각보다 의지력 탱크가 약하다. 어떤 무언가에 쉽게 중독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티비를 틀어놓으면 거기에 빠져서 한참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우선 그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훨씬 더 취약하다는 것을. 그래야 자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시작하자. 한번에 하나씩만 하자. 이러한 것을 극복하기 위해 이번에 읽는 ‘의지력의 재발견’이 좋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11월 6일
일하고 일하고

오늘은 업무에 완전 충실했던 하루다. 사실 일이 너무 많이 몰려있었다. 특히 결과보고서 작성과 기획서 작성을 해야 했고, 강의 준비도 많았다. 최근에 무너진 나의 자기조절력을 다시 일으키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고, 이번에는 정말 하기로 한 일을 하기로 했다. 망원역 스벅에서 꿈쩍도 안 하고 앉아서 일했다. 개인적 만족도? 그나마 최근 들어선 꽤 높은 편이다. 한번 마음 먹고 하면 나도 잘 하는데 말이지. 거기까지 가는데 꽤 걸린다. 다시 몸을 만들자. 매일 꾸준히 하는 힘. 그것이 쌓였을 때 진짜 탁월함을 발휘하는 법이니.  


11월 7일 - 8일
비오는 주말

주말 내내 비오고 추웠다. 보통은 비가 오면 짜증이 나기도 하는데, 이번 비는 반가웠다. 지금 전국적으로 가뭄이 심하다고 한다. 그게 다 지도자를 잘못 뽑은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ㅋㅋ 어쨌든 이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에 도움을 주니 고마울 수 밖에 좀 더 멀리 내다보면 이런 질문이 필요할 듯 하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전 지구적 물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라는 것. 나는 이번 주말에 정말 오랜만에 집에 있었다. 주말에 집에 있었던 것은 8월 방학 때 말고는 없었던 것 같다. 지난 2달 넘는 시간동안 주말도 없이 일했다. 11월, 12월에 생각보다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무리해서 일정을 잡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보니 11월도 어느 정도 일이 있어서 다행이긴 하다. 이젠 나와 우리 가족을 좀 더 잘 챙길 수 있을 시간이 참 감사하게 여겨진다. 목요일 밤과 금요일 밤은 사실 힘들었다. 왜냐? 재원이 수면 교육을 시키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의 애착을 소중히 생각하는 우리 부부는 사실 수면 교육을 가급적 미뤄왔다. 중간에 한번 시도하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힘들어하는 재원이를 보면서 그냥 일단 품고 가자고 결정을 했고, 아내도 아직은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부쩍 재원이가 자주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아내도 너무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병원에서는 이제 밤중 수유를 하지 말라고 하고, 습관적으로 깨는 것이 재원이에게도 안 좋고.. 암튼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안 먹이고 재우고자 애썼다. 첫날과 둘째날은 정말 난리가 나더라. 거의 2시간 정도를 씨름했던거 같다. 하지만 3일째가 되자 잠잠해지기 시작했고, 이젠 어느 정도 정착이 된 느낌이다. 정말 감사하다. 주말에는 거의 재원이와 함께 보낸 시간이었다. 토요일 밤, 일요일 오후에 아내가 나에게 업무하라고 시간을 줘서, 급한일은 할 수 있었고 말이다. 그렇게 주말을 보냈다. 

11월 9일
참 신기하다

참 신기한 것이, 정말 강의가 없어지면 또 들어온다. 사실 11월과 12월을 걱정했었다. 10월까지 강의가 빡빡하게 있었지만, 11월초에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게다가 예상치 못하게 칠보초 강의도 예산 문제 때문에 10월까지 마무리하게 되었다. 물론 어떻게 해서든 되겠지란 생각은 있었지만, 그 과정이 어떻게 풀릴지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곳들에서 또 어떻게 어떻게 강의 요청이 들어오더라. ㅎㅎ 대학교 창업 강의와 선생님들 연수, 그리고 기업가 정신 교육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프리랜서의 삶은 참 신기한 일이다. 일을 예상할 수도 없고, 또 계획대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10월에 35개의 강의로 정점을 찍는가 싶었는데 11월에도 27개 정도 강의가 생겼다. 하지만 나의 특징이 하나 있다. 나는 하나의 강의에 매이고 싶지 않다. 어쩌면 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에 온 몸으로 저항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나는 계속 새로운 걸 하고 싶다. 특히 요즘에는 인문학 교육, 철학 수업을 재미있게 만들고 싶단 생각을 많이 한다. 내년에 조금씩 시도해서 내후년 쯤에는 나라는 사람을 대표할 수 있는 수업들을 디자인해보고 싶다. 그러면 뭔가 또 다른 단계로 넘어가게 되지 않을까. 일단, 요즘은 매사에 감사한 날들이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감사하다. 


11월 10일 
마이크 이야기 

매주 화요일은 바쁘다. 오전에는 성남에서, 오후에는 용마중에서, 저녁에는 불광에서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지가 벌써 5주가 지났다. 강의 하나하나 할 때마다 힘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올해 초에 구입한 마이크 덕분에 목은 좀 덜 아프다. 사실 작년에 수업을 할 때가 진짜 힘들었다. 아이들이 뭐 하느라 내 말을 듣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소리를 질러야 했고, 내 목은 힘들었다. 이왕 말이 나온김에, 마이크를 쓰면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을 한번 적어보자. 세상의 일은 모두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니까. 좋은 점은 우선, 목이 덜 아프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강의를 해도 그리 힘들이지 않을 수 있단 점이다. 그게 너무 큰 장점이다. 이 때문에 다른 단점들은 작게 느껴질 정도로.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첫 번째는 무개다. 너무 무겁다. ㅜㅠ 나는 아직 차가 없어서 짐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데, 그게 힘들다. 두 번째로는 ‘주의력’이다. 내 느낌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말로 하는 게 아이들은 더 집중해 준다. 마이크를 쓰면 어딘가 모르게 떨어져있단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냥 내 목소리로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사실 베스트라는 것. 그게 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한다는 것. 그건 사실이란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는 ‘발성을 고리쳐는 노력’이다. 마이크가 없을 때는 목이 아프니 어떻게 해서든 발성을 고쳐서 목을 보호해야 겠단 생각을 했다. 호흡을 실어보기도 하고.. 하지만 마이크를 쓰면서는 그런 노력이 사라졌다. 역시 사람은 고생을 해야 정신을 차리는 것 같단 말이지 ㅋㅋ 


11월 11일 
갑작스런 데이트

오늘은 오전 수업만 있는 날이었다. 원래는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그런 일들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아내의 갑작스런 제안. 맛있는거 먹고, 장보고, 안과도 가야 하고 우리가 지금 할 일이 많다는 것! 생각해보면 9월부터 지금까지 거의 평일을 일하는데 소모했다. 프리랜서의 가장 좋은 점은 바로 평일에도 주말처럼 보낼 수 있단 점인데 나는 그것을 거의 활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미안하기도 했고, 또 이번 주 토요일도 계속 일해야 했기에 아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상경중 수업을 마치고, 망원에서 아내와 만났다. 오랜만에 아웃백에 갔다. 할인 쿠폰이 생기면 가끔 가는 곳이다. 예전엔 참 많았는데 이젠 장소를 수소문해서 가야 한다. 가면 그래도 맛나게 먹는다. 공간이 넓어서 아가랑 같이 가기에도 괜찮은 곳이다. 신촌에서 밥을 먹고, 현대 백화점에 가서 이유식 재료를 샀다. 신촌에 도로를 축소하고 나니 훨씬 분위기가 밝아졌더라. 장을 보고 홍대까지 걸어갔다. 재원이가 자는 바람에 버스를 탈 수 없어서 걸어갔는데, 걷는게 좋긴했지만 우린 녹초가 되었다. 홍대에서 수유실가서 맘마도 먹이고, 아내는 계속 못 가고 있던 안과도 갔다. 내가 없으면 혼자선 병원도 잘 갈 수 없다. 육아란 그런 것. 이후 합정까지 또 걸어갔다. 참 많이도 걷는 날이다. 스벅에 가서 잠깐 쉬었다가 홈플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왔다. 집에선 남은 청소와 설거지, 이유식 만들기, 재원이 재우기까지.. 오늘을 가족과 쉬는 날로 생각했음에도 일하는 것 보다 더 빡세다는 ㅋㅋ 


11월 12일 
일 폭탄

지금 시간 8시 22분. 오늘 하루를 선언한다. 오늘은 잡다한 것은 없는, 순수한 하루다. 사실 내가 보내고 싶은 하루는 하루 종일 책보고, 생각하고, 글쓰는 그런 하루를 원한다. 하지만 그런 하루는 그러한 조건이 충족될 때 가능하다. 마치 옛날 도시에 병사, 농부, 귀족, 예술가들이 산다고 해보자. 귀족이나 예술가들이 뭔가 만족스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은 병사가 그 도시를 지켜주기 때문이며, 농부가 일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4가지 역할을 모두 해내야 한다. 외부로 부터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해선 일을 해야 하고, 그것이 내 삶의 일부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나는 다른 자아의 삶도 필요하다. 오늘 열심히 일한 대가는 바로 다음 주, 나에게 꿀맛같은 휴식을 선물할 것이다. 우선 시작은 좋다. 음악도 좋고, 날씨도 적당하다. 마우스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미친 짓을 하긴 했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자. 밖으로 보는 풍광이 참 좋다. 이제 가을인가보다. 자, 멋진 하루를 시작하자!

11월 13일
당산서중 자소서 캠프 

합정에서 pxd미팅이 있었다. 영일 형님의 고뇌가 그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오후에는 당산서중 자소서 캠프가 있었다. 특성화고 아이들이었는데, 확실히 느낀 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어느 정도 문장을 쓸 수 있는 아이와 아닌 아이로 구분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바로 ‘책을 읽느냐’고 구분되는 것 같다. 누군가는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낫다고 말하는 분도 계신데, 나는 아니라고 본다. 글자를 읽을 수 있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라. 문장을 읽고,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으로 따진다면 꽤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너무 빨리 영상 미디어에 익숙해져서 더 그런것 같기도 하다. 글로 무언가를 읽을 기회는 많지만, 되려 그 풍족함 속에서 긍정적 자극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성을 느낀다. 모르는 단어가 많을 수록 더 책을 보긴 어려워지는 법이니. 자소서 캠프는 잘 끝났다. 그래도 꽤 많은 아이들에 어느 정도 감을 잡고 돌아간 듯 하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직접 써보는 것이 좋은데, 중간 중간 내가 뭔가 해결해 줬다는 느낌도 있어서 그런건 반성할 점이란 생각이 든다. 


11월 14-15일 
바쁘게 흘러갔던 주말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보냈다. 우선 토요일, 오전에는 서일대 창업 강의를 갔다. 지난 주에는 교수님의 강력한 파워로 많은 인원이 모였다고 하는데 이번 주엔 자발적으로 모였는지 너무나 적은 인원이 모였다.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사업계획서에 대해서 의미있는 교육을 할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슬픈건 어떤 시간을 보냈음에도 그 시간이 의미없게 느껴질 때다. 어떤 배움이 있거나, 새롭게 깨달은 내용만 있어도 그렇게 슬프진 않더라. 오후엔 삼성 크리에이티브 멤버십 멘토링을 갔다 집으로 왔다. 꽉찬 하루였다. 일요일도 바빴다. 오전에 집안일을 하고, 정인이와 예비 남편을 만났고, 저녁엔 장모님 댁에 가서 저녁을 함께 먹었다. 형님과 아주버님도 오셨는데 아주버님은 이제 배가 꽤 내려왔더라. 너무 빨리 나오진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그러고 보니 우리 누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새로운 생명을 기다리는 것이 참 기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그렇다.  


10월 19일
소연쌤과의 심톡 미팅

오늘 저녁엔 심톡과 관련해서 미팅을 했다. 소연쌤이 이번 달 호스트인데, 나만 그런가?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나에게 인상깊었던 메시지 몇 개만 정리해보자. 결국 무의식은 내가 더 자기다워 질 수 있도록 신호를 준다는 것.  / 중요한 것은 꿈이나 무의식을 해석하기 위해선 스스로 멘탈이 이미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결국 꿈은 지금의 나와 연결을 할 수 있을 때 의미를 가진다./ 35세까지의 삶은 엄마와 아빠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대신 살게 되고, 그 이후의 삶은 진정 자신의 삶이라 볼 수 있다. / 태극권을 해보는 것은 좋다. 다만 치열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되려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심마니스쿨은 내년에 각자가 가진 무기를 들어야 한다. 커리큘럼을 짜고, 사람들을 모으면서 자신이 가진 씨앗을 뿌려야 한다. / 학습조직은 아직 이르다. 다양하게 실험해보면 좋다. 다만, 서두르지 말고, 자신이 바로 섰을 떄 해야 한다. 


10월 20일
하나 느낀 것

오늘 내가 하나 느낀 것이 있다. 나의 경우, 나 자신의 일상이 부끄러우면 뭐든 뒤로 미루려고 한다. 사실 이번 달 중반에 영 만족스럽지 못하다. 한 동안 (특히 9월에) 자기조절력이 잘 발휘되고 있다고 느꼈는데 이번 달은 무너졌다. 역시 하나의 틈만 보여도 모든 틈이 붕괴되는게 인간인가 보다. 참 나약하다. 문제는 그렇게 일상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 내가 성찰을 의식적으로 게을리 한다는 것이다. 분명 아예 시간이 없어서 성찰을 못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간이 없단 핑계로 성찰 일지를 쓰는게 밀리더라. 올해 들어선 가장 많이 밀려서 쓴 것 같다. 게다가 이번 달 초에 야심차게 시작했던 친밀함 프로젝트는 이미 중단 된 상태다. 총체적으로 깨어있지 못하다. 그러니 바로 서지도 못한다. 리더는 커녕 나 자신의 리더도 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마음만 바쁘다. 돌아가야 한다.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온전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다. 기억하자. 첫 번째 리츄얼로 습관적으로 스마트폰 보는 걸 다스리자. 그게 참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 그 시간에 차라리 호흡을 자각하자. 


10월 21일
시스템 사고 수업 종료

이번 학기에 기존 디자인 씽킹이나 토론 수업 이외에 새롭게 시작한 수업이 있다. 바로 '시스템 사고' 수업이다. 개인적으로 오래 전부터 시스템 다이내믹스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에 감사하게도 인연이 닿아서 <게임과 함께하는 MIT창의력 수업>이란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미국 학교에서 실제로 수업하는 청소년용 '시스템 사고' 교육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한국에 도입하는 것이기에, 실수도 많았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그래도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첫 번째 학교에서 8차시 수업이 끝났다. 아이들의 개인 작업에 대한 결과물과 소감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어서, 몇 가지 생각을 남기고 싶어서 글을 쓴다. 

1. 시스템 사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메타인지’능력이다. 다양한 요소가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관계성를 알아내고자 노력하는 시스템 사고의 방법론은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물어서서 들여다보는 것. 하지만 역설적으로 아이들이 접하는 대부분의 미디어와 컨텐츠는 이러한 메타인지 능력을 길러주지 못한다. 사실 수업을 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게임을 시키면 시끌벅적 하면서 좋아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해보자고 하는 순간, 금방 싫증을 내거나 어려워하는 모습을 잘 볼 수 있었다. 한 걸음 물러서는 힘, 끈덕지게 생각하는 힘. 그러한 사유가 청소년기부터 잘 형성되어야 하겠단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니콜라스 카가 예언한 바대로, 우리나라는 정말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길러내는 공장이 될 듯하다. 

2. 시스템 사고가 낳는 훌륭한 기대 효과가 있다. 바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게 하는 힘이다. 무언가가 지속가능해 지기 위해선 어떤 원인이 필요한가. 단시간에는 효과를 발휘하는 방법이 장기적으로는 왜 부작용을 낳는가? 그에 대한 비교적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시스템 사고다. 앞부분에 강화 루프와 밸런스 루프 그리고 특히 6차시에 ‘벌목 게임’을 통해서 <시간 지연 효과>를 다루는데, 이러한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고 나면, 아이들에게도 조금은 멀리 보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주로 스마트폰이나 게임 중독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인과지도를 그려보게 했는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중독에 빠지고, 그것이 자신의 삶을 망가뜨린다는 것을 인지하는데는 도움을 줬을거라 본다. (물론 인지와 실천은 다른 이야기이겠지만)

3.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시스템 사고의 본질은 ‘피드백 루프’이다.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자신의 행동을 고쳐나가고자 하는 사람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의 차이가 바로 그 ‘피드백 루프’의 여부에 있다. 나 자신을 알아가고, 더욱 발전하고자 하는 사람의 특징은 ‘피드백’을 흡수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기에. 사실 '피드백 루프’는 곧 ‘성찰’이다. 내가 수업 내내 강조해서 했던 말이 이것이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경험에 대해서 생각할 때 배운다.’라는 말. 나 역시 올해 들어서 이러한 ‘성찰’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고 있기에 매일 일기를 쓰고 있고, 개인 블로그 이름도 <성찰노트>라고 바꿨다. 나는 이러한 성찰 습관이 결국 메타인지 능력을 기르고, 나아가 지속가능성을 생각하게 하는 힘이라고 본다. (물론 하나의 성찰 노트와 더불어 하나의 실천 노트도 필요하다. 성찰과 실천은 함께 나아가야 하기에) 아이들에게 그 점이 와 닿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수업했던 것 같다.  

어제 마무리한 동양중학교에서 그 정신없는 수업 시간에도 가장 열심히 해준 학생이 있다. 그 친구가 적어준 소감이 고맙기도 하고, 인상적이어서 옮겨본다. 아직 중학교 1학년임에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거의 모두 소화한 놀라운 친구였다. 그대로 옮겨본다.

“저는 배운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세상 어디에나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드백, 이러한 것은 정말 평소에도 많이 들었던 것이다. 즉, 인과관계를 통해 자기 자신을 알아가서 시험을 보고 자기가 틀린 것을 오답노트를 통해 알아가서 더욱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 이 두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재미있게 배운 것 같아서 보람차고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 관계는 정말 중요하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인과관계, 즉 피드백이랑 비슷해 자기 자신을 알아가서 더욱 큰 발전을 해나갈 수 있는 것. 정말 여기는 인과관계를 정말 잘 배운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것을 알아가게 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선생님.” 

10월 22일
연금술사

오늘은 정읍 왔다갔다 하면서 독서축제 한 날이다. 이제 칠보도 2번 수업 남았다. 메이즈 게임을 했고, 아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자 애썼는데, 그게 남았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들 즐거워한 것은 틀림없다. 다른 것도 좋지만 버스에서 보내는 나만의 3시간이 참 좋았는데, 이게 끝이라니 아쉽다. 오늘은 특히 연금술사 리뷰를 주로 썼는데, 파울로 코엘료의 메시지를 정리하면서 오늘 리뷰는 마무리하고 싶다. 그는 말한다. 삶은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그 사실은 이미 예정되어 있다고. 하지만 우린 서둘러서도 안 된다고. 누군가에게 의지해서도 안 된다고. 직접 해야 한다고. 용기야 말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가혹한 시험을 이겨내야, 자아의 신화를 이룰 수 있다고. 그리고 그걸 해낼 수 있는 힘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설사 보물을 발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 꿈을 이루어내는 과정이 이미 우리에게 충분한 보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파울로 코엘료는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자아의 신화를 살 수 있다고. 나도 살고 있으니 당신도 살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듣고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그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이다. 나도 그러하고 싶다. 

10월 23일
창업 캠프

오늘은 동부 인재개발원에서 진행하는 창업 캠프에 다녀왔다. 오늘 수업이 의미있었던 것은 수업 내용도 괜찮았지만, 오랜만에 했던 운전 때문이다. 교육장이 우리 집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왠만하면 대중 교통으로 이용하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여기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행히 누나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길래 누나에게 SOS를 쳤다. 하지만 임신해서 몸이 무거운 누나 역시 장거리로 이동하는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던 와중, 누나가 아이디어를 냈다. 내가 차를 갖고 가면 안 되겠냐는. 다행히 길은 그리 어려운 길이 아니었기에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일 보험도 들었다. 정말 오랜만의 운전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것이 2011년이니 4년이나 지났다. 그 당시 회사에서 일을 할 때는 나름대로 자주 몰았었다. 그때 경험이 잊혀지진 않았을까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단 괜찮았다. 아마 내 뒤에 있는 차들은 다소 답답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뭐 어쩔 수 없다. 나는 살아야 하니 ㅎㅎ. 그렇게 운전을 하고, 수업을 하고, 다시 집으로 오니 하루가 다 갔다. 이번 달은 정말 수업이 많다. 32개의 수업에 추가가 된 일정이 3개다. 거의 35개의 일정을 소화하는 한달이다. 이제 거의 끝나간다. 11월과 12월은 좀 더 나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자. 

10월 24-25일
실밥스쿨 첫 번째 시간

이번 주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정이 있다. 오전에는 장위동에서. 오후에는 실밥스쿨 진행 때문에 이동했다. 이번 성찰은 아이들의 리뷰로 대신하고자 한다. 아이들이 순수했고, 그 한명 한명이 정말 보물처럼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내가 더 감사했다. “내가 무엇때문에 이 방황을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의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고,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과거를 떠올릴 수 있어서 정말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00이가 중요한 경기에서 실수를 한 것. 00이가 부모님께 대든 것. 모두 내가 겪었고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공감되었다. 같은 운동선수끼리 비슷하게 느낀 게 많은 것 같다.” “워크숍을 하고 공감되는 점이 많아졌다. 앞으로 이런 걸 많이 해서 고민을 해결했으면 좋겠다.” “평소에는 이렇게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고 항상 핸드폰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운동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공감이 되고 배운게 많았다. 주제를 운동으로 하니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웠다.” “목표에 너무 깊게 빠지지 말자. 세상에는 야구보다 중요한 재밌는 것들이 많다.”

10월 26일
심톡 - 무의식으로의 여행 

오늘은 저녁에 심톡이 있었다. 2014년에 9번, 올해 7번째니 다 합치면 벌써 16번째 만남이다. 처음에는 분명 긴장했던 시간이었던 거 같은데 이제는 우리집 안방마냥 편안한 공간과 시간이다. 이번 주제는 ‘꿈과 무의식’인데 소연쌤이 진행해 주셨다. 나와도 나름 긴 인연을 자랑하는 분이시다. ㅎㅎㅎ 사람은 처음에는 5명, 시간이 좀 지나서 운영쌤이 합류해서 6명이었는데, 뭐 밀도있게 진행하기에는 나름 적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까지 해본 심톡 중에선 인원이 가장 최소 규모다. 이것도 진행하는 사람의 의도와 사람수가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간다는 느낌도 있다. 참 신기하다. 여러 이야기는 차치하고, 내 꿈을 분석한 것만 적어보기로 한다. 이번에 꾼 내 꿈은 정말 괴기했다. 나는 집단으로 전쟁 중이었고, 그 무기는 나무젓가락이었다. 그걸로 상대의 이빨을 공격하는 것이 그 전쟁이었다. 그런데 내가 노리는 그 사람은 겉보기에 약해보였는데 실은 엄청난 예언가였던 것이다. 그가 나에게 예언했다. 우리 팀 중에 한 여자가 엄청난 시련을 겪을 것이라고. 그렇지만 그 때 수호천사가 나타나 도와줄 것이며, 그녀는 한층 성장해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나눴고, 이런 저런 해석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은 해석은 2개다. 첫 번째로는, 젓가락과 이빨은 결국 입의 기능이라는 것. 먹고 말하는 것. 내가 싸우고 있다는 것은 먹고 살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 힘든 여정이 있지만 수호천사로 인해 해쳐나갈 수 있다는 건, 우리 아내와 아기 덕분이라는 것. ㅋㅋ 또 다른 것으론, 내가 나 스스로 억압하거나 미워하는 부분, 예를 들면 이기심. 그것을 넘어가는 것이 나에게 있어선, 지혜로운 자가 되는 첫 번째 길이라는 것. 요즘 하고 있는 이슈이기도 했기 때문에 많이 공감되었다. 오늘 느낀게, 이렇게 소규모로 하니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단 생각도 있다. 앞으로의 심톡이 기대되기도 하고. 암튼 오늘 짱. 

10월 27일
결혼 기념일

오늘은 결혼 기념일이다. 그리고 아이폰 6S를 사는 날이기도 하다. 나름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많은 날이었다. 오전에 pxd 송영일 형님과 강수연쌤과 미팅을 해서 11월 진로 교사 대상 교육을 기획했다. 지금은 말할 수 없지만, 상당히 중요한 이슈도 있었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후에 꽃과 편지를 사서 기념일을 준비했고, 아이폰을 사러 갔다. 3년만에 바꾸는 아이폰이라 왠지 설레기도 했다. 다른 무엇보다 이번 아이폰 색깔은 너무 마음에 든다. 역시 남자는 블랙. 그리곤 청년허브에 갔다. 저녁에 강의가 있는 김에, 가서 일도 하고, 저녁엔 수업도 했다. 정신없었던 하루들. 


10월 12일
월요일 아침

음. 오늘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는데. 그만 시작을 망쳐버렸다. 운동까진 좋았는데 그 다음에 그냥 놀아버렸어. 아침의 1시간은 오후의 3시간 정도의 효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할 일이 아직 많이 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 오케 인정하자. 하지만 어떻해야 앞으로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해야 겠다. 일단 유투브 즐겨찾기를 지우자. 그게 상당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음악을 듣거나 찾고 싶은 영상을 찾을 땐 좋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 일단 이번 주 존재방식을 선언하자. 이번 주, 나는 온전함의 존재로 있는다. 하기로 한 일을 하는 것. 그것이다. 

10월 13일 
성남에서 불광으로 

지난 주 수요일이었나, 노원에서 시흥으로 3번의 강의와 함께 가로지른 적이 있었다. 참 신기하게도, 이번 주 수요일은 분당에서 불광으로 3번의 강의와 함께 이동한 날이었다. 북동에서 남서로, 남동에서 북서로. 이번 달은 참 종횡무진이다.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 나는 일말의 불만도 없다. 나는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니 다르더라. 특히 용마중에서 수업을 마치고 마지막 불광으로 이동할 때는 정말 비몽사몽이었다. 너무 피곤했다. 다행히 도착 후 시작한 ‘커뮤니티 디자이너 양성 과정’은 나의 에너지 회복에 큰 힘이 되었다. 나에게 외향성과 내향성이 모두 있음을 확인하게 되는 계기다. 나는 혼자 있어도 충전되지만,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도 그렇다. 특히 이번 저녁에는 가급적 나의 성향에 맞춰서 진행되었는데, 구성원 한명 한명의 목소리를 다 들어가면서 수업을 진행했는데, 반응도 좋았고, 나도 좋았다. 이런 따뜻한 분위기가 나는 참 좋다. 집에 오자마자 뻗어버리긴 했지만, 즐거운 하루였다. 

10월 14일 
시스템 씽킹 교육

이제 슬슬 시스템 씽킹 교육이 끝나간다. 나는 상경중과 동양중 두 군대에서 하고 있는데, 이제 1-2번 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학기에 처음 시작했던 수업이라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큰 사고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하면서 개인적으론 많이 배운다. 특히 순환관계나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을 할 때는 엄청 신나서 한다. 아이들이 재미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과목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에겐 스트레스일지도 모르겠다. 국영수도 아니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아이들은 정말 잘 따라온다. 칭찬해 주어 마땅한 아이들도 많고, 물론 속썩이는 아이들도 많다. 그래도 밉지는 않다. 이거 모른다고 인생이 어떻게 되는 건 아니니깐. 오늘은 피드백 루프에 대해서 이런 저런 설명을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나 역시 인식된 것이 많다. 결론만 말하면, 인생이 피드백 루프라는 것. 무언가를 하면 (원인) 결과가 있고 (결과) 그 결과에 따라서 내 행동을 수정하고, 발전시키는 것 (피드백) 그것이 인생의 지혜란 생각을 했다. 


10월 15일
칠보초 수업 회고 

오늘은 완전 노는 시간이었다. 물론 3학년들과 4학년은 조금 다른 과정으로 진행했지만, 특히 5,6학년은 완전 ‘놀이수업’의 절정이었다. 나윤이의 공이 컸다. 런닝맨 게임을 디자인해서 왔는데 정말 모두가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신나게 놀았다. 이렇게 매일 수업하면 얼마나 좋을까. ㅋㅋㅋ담주에 공개할 아이들이 만든 액션 영화도 기대된다. 


10월 16일 
디자인씽킹 수업 준비 

오늘은 전체적으로 커뮤니티 디자이너 양성과정을 성찰하고, 다음 차시 준비를 했던 날이다. 지현쌤과 주로 작업을 했는데, 서로가 가진 DT에 대한 관점을 나누는게 참 재미있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 협업할 때 나의 강점이 더 잘 발휘되는 것 같기도 하다. 혼자서 일하는 것도 좋고, 같이 일하는 것도 괜찮다. 나이가 들면서 그렇게 관계에서 자유로워 진것이 가장 감사한 일이다. 이번 과정도 기대가 만땅이다. 쿄쿄. 

10월 17일, 18일
SCM 마을 만들기 

오늘 삼성 크리에이티브 멤버십 3번째 수업이 있는 날이다. 지난 2학기에는 각자의 미래를 그려보았다면, 이번 학기에는 우리 모두가 함께 모여사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 미션이다. 앞서서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마을이 어떤 모습일지, 그 특징을 발표해보는 시간이었는데 꽤 인상깊었던 장면들이 있었다. 몇몇 아이들의 머릿 속에 ‘공동체’에 대한 그림이 있는 것이 아닌가. 특히 유현이의 경우에, ‘우리 마을에선 돈을 거지고 거래하는 것을 피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만든 마을의 컨셉은 중앙에 거대한 ‘공유 창고’가 있고, 각자 일한 결과를 그 공간에 내고, 다른 필요한 물건을 가져가는 컨셉이 나왔다. 맑스가 이 수업을 봤다면 얼마나 기쁠까. ㅋㅋ 다시 말하면 능력에 따라 벌고, 필요에 따라 쓰는 모델이 나온 것이다. 물론 모두가 100% 동의한 것이 아닐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의미있었다. 마을 이름으로 나온 건 바로 ‘비빔밥’이다. 그걸 조금 수정하니 ‘미밈마을’이 나왔다. 이 모든 컨셉을 정하고 나서 만들어낸 시나리오도 수준급이었다. 역시 아이들을 믿고 기다리니 결과가 나오더라. 약간 중간에 ‘개입을 할까 말까’ 고민을 했었는데, 조금 기다려주니 금방 알아서 자정을 해나가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즐거운 수업이었다. 

일요일 있었던 일을 짧게 적자면, 주로 청소하고, 집안일 하고, 저녁에 장모님 댁에 가서 맛있는 걸 먹는 그런 소소한 일상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적는다면 바로 ‘게임’이다. 오랜만에 생긴 소중한 여유 시간을 그저 게임하느라 다 써버린 나다. 못났다. 참.  


10월 1일
두 번의 감동

오늘은 오전이 유난히 인상깊은 날이다. 일찍부터 미팅이 있어서 일찍 나온 아침이었다. 매일 보던 정류장이고 매일 타던 버스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느낌이 달랐다. 대구에 다녀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것인지, 어둑어둑한 날씨 때문인지, 조금씩 떨어지는 낙엽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버스를 타고 노래를 선곡했다. 왠지 오늘 아침에 어울릴 것 같은 곡, 황혼을 틀고 이어폰을 귀에 꼽는 순간, 살짝 전률했다. 지금의 이 공간, 이 시간, 그리고 노래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그 느낌. 그걸 포착하자 기분이 갑자기 차분해졌다. 노래를 온전히 들었다. 그저 좋았다. 미팅 장소는 종각 투썸이었다. 맨 윗층에 가면 야외 테라스가 있는데, 나는 거기 앉아서 읽던 책을 마저 읽기로 했다. 어둑한 날씨는 더욱 그 정도가 심해지고 이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드문 일이었다. 빗 속에서 책을 읽는 건. 빨간 파라솔이 나를 지켜주고, 그 속에서 책을 읽는 경험은 색달랐고 그 맛은 깊었다. 그 순간을 붙잡고 싶을 만큼. 

10월 2일 
아내와 함께 한 금요일

오래 전 부터 약속했던, 아내와 함께 하기로 한 시간이다. 벌써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육아를 하다 보면 이런 일이 아주 많아진다. 분명 가족과 (특히 재원이와)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나지 않는 놀라운 경험. 육아가 주는 놀라운 망각의 힘이다. 분명한 건, 이날 나와 아내는 합정에 다녀왔다. 그리곤, 뭐 했더라. 흠. 그날 적지 않았더니 벌써 이런 부작용이. 원래 홍대에 나가기로 했는데, 급 피로해진 아내 때문에 합정에서 멈췄던 기억만 나는구나. 에헤라디야. 

10월 3일-4일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토요일은 일정이 있어서 일찍 나갔다가 늦게 들어왔다. 일요일은 언제나 그렇듯, 대항해의 시대가 아닌 대청소의 시대. 먼지를 훔치고, 청소기를 돌리고, 그 와중에 재원이를 보고, 창문틀도 닦고. 이리저리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2-3시간이 훌쩍 지난다. 사실 오늘은 지난 번 외출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멀리 나가자고 마음을 먹었었다. 처음 목표는 이케아였다. 하지만 청소를 하면서 점점 빠지는 기운들. 결국 이케아를 가긴 무리일 것 같단 결론을 내렸고, 해서 간 곳은 명동이다. 아내는 유난히 명동을 좋아한다. 명동 그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나는 엄청난 중국 관광객들에게 치이는 것이 두렵긴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멀리 나가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막상 도착해서 본 명동은 사실상 ‘홍콩’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예전에 아내와 홍콩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생각이 자꾸 났다. 중추절은 맞은 요우커의 위엄은 대단했다. 그렇게 사람 반, 물건 반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미국을 따라한 이벤트가 있었다.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해서 국가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아마 그 영향인지, 사람들이 더 많아진 듯 하다. 예전의 나 같았음 별 생각이 없었을 것 같다. 그냥 ‘아 물건 싸게 파는구나. 뭐라도 사 볼까?’ 정도의 생각만 했을 테지.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요즘 이런 저런 철학책을 뒤적거려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이 현상이 너무나 비판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다. ‘소비’를 권장하는 세상이라니. 어느새 이 세상의 경제 원리는 자원을 많이 가공하고, 물건을 만들고, 사용하고, 서둘러서 버리고,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야 ‘경제’가 발달하는 것으로 되어버렸다. 다시 말해서 오래 쓰는, 튼튼한 물건을 만들면 경제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소비가 경제 생활의 중추라니. 그렇게 해서 경제 성장률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니. 생산과잉과 소비과잉, 그러한 모든 ‘과잉’이 미덕이 되어버린 이 사회가 이젠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적절하게 생산하고, 오래쓰는 삶은 그리 권장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왠지 슬프게 다가온다. 뭐 그렇다고 내가 당장 뭘 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건 아니지만, 좀 더 다르게 생각해보고 싶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더 만나고 싶다. 그건 분명하다. 이번 쇼핑에서 느낀 교훈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10월 5일 
시간의 효율

시간은 공평하지 않다. 굉장히 효율이 높은 시간대도 있고, 그렇지 않은 시간대도 있다. 아마 이는 사람마다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음악하는 사람들은 주로 밤에 작업한다고 하는데, 그들에겐 아마 그 시간이 가장 생산적인 때가 아닐까? 그리고 대부분의 일반인, 직장인들은 9시에서 6시 사이에 근무한다. 그렇다고 그 시간이 가장 생산적인 것을 아닐 테지만, 어쩔 수 없다. 다들 그 시간에 일하니, 나도 해야 한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인식되길, 낮 시간은 일을 하는 시간이다. 특히 오전에 회의를 진행하고, 그 회의 결과를 토대로 오후에는 각자의 업무를 진행하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내가 왜 이렇게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쓰느냐고? 왜냐면 시간을 망쳤기 때문이다. 무슨 시간을? 오후 업무 시간을 말이다. 나에게 있어 시간은 매우 불규칙적이다. 강의를 하는 중간 중간 시간이 나에겐 업무 시간이다. 따로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한다. 특히 자투리 시간이 많기 때문에 잘 쓰면 보물같고, 잘못 쓰면 인생 금방 나락으로 떨어진다. 오늘 나에겐 2시부터 4시까지 자투리 시간이 있었다. 남들에겐 가장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황금 오후 시간이다. 하지만 오늘 나는 그렇지 못했다. 왠지 어수선했던 것 같다. 난 희안하게 내가 하고 싶은 걸 충분히 하고나서 일을 하면 잘 되는 편인데, 그렇지 못하고 바로 일을 할 때는 잘 되지 않더라. 게다가 나에게 오후 시간은 정말 지루한 시간이다. 이 시간에 차라리 강의를 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일은 정말 효율이 낫다. 차라리 책이나 읽을 껄. 하는 생각을 이제는 한다. 내가 잘 쓰는 시간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다음에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하기에. 성찰을 하는 이유는 나의 부족함을 알고, 다음에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오늘 망쳤으니 다음에는 더 제대로 만들자. 오전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자. 


10월 6일 
초서를 하는 이유

초서(옮겨적기)를 하게 되면 좋은 점이 하나 있다. 첫 번째.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그 패턴을 보게 된다. 내가 줄을 그은 곳을 다시 읽으며, 하나하나 정성들여 옮겨적다 보면 ‘아, 나는 이런 문구에, 이런 의미에 반응하는구나.' 그걸 알게 된다. 두 번째. 나중에 다시 찾을 수 있다. 나중에 내가 책을 쓸 때, 결국 모든 사례들은 나의 초서에서 나온다. 다른 사람의 열매는 나의 씨앗이 된다. 마지막, 내 책을 누가 읽어줄 때 이렇게 읽었음 좋겠다. 하나하나 나에게 공감했던 것에 줄을 치고, 옮겨적는 과정은, 사실 내가 저자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다. 나도 이런 성의를 들여서 내 책을 읽는 독자를 만나고 싶기에. 나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값어치 있는 것을 값어치 있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그만큼 가치있는 글을 쓰고 싶단 갈망도 여전하다. 

10월 7일
세계를 담은 스쿨 성과발표회

오전은 마들역 상경중에서 시작했다. 시스템 사고 강의를 마치고 허겁지겁 노들역 동양중으로 갔다. 동양중은 정말 산 위에 있는 학교다. 처음 갔을 때 엄청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수업을 마친 시간은 4시 10분. 아직 일정이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은 시흥의 ABC행복학습타운으로 이동했다. 오늘은 바로 ‘세계를 담은 스쿨’ 성과발표회를 여는 날이었으므로. 갔더니 엄청 나게 준비를 하셨더라. 학생들 사진 하나하나를 다 코팅하고, 자르고.. 이렇게 디테일한 것에서 감동을 준다는 걸 세삼 느꼈다. 성과 발표회는 잘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 문자를 이렇게 보냈다. 다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오늘 참석함으로써 프로젝트를 완주하신 분들, 그리고 개인 일정으로 완주하지는 못 했지만 마음으로라도 함께 해준 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가 탔던 롤러코스터는 이제 내리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펼쳐질 여러분의 가능성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각자 자신의 삶에서 더 멋지게, 더 행복하게 잘 살아갑시다. (씨익) 워낙에 좁아진 세상이라, 언제든 어디서든 다음에 또 만나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담에 만나면 또 웃으며 인사해요. 앞으로 여러분의 건승을 빕니다. 다시 한번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하트뿅)"

10월 8일
칠보초 짧은 회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3주. 사실상 다음 주 1주 남았다. 그때, 퍼실리테이션을 해야 겠다. 우선, 3학년 수업. 이번 시간에 우진이랑 성민이 했지만, 한명 한명과 시간을 보내볼까. 각자의 강점과 단점을 인지하는 것. 그 활동을 해보자. 수업 시간에 기억남는 것은 마지막 시간에. 4학년은 좀 더 다르다. 차별받는 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퍼실리테이션을 해보자. 크로스 더 라인을 해볼까. 아니면, 무엇을 할까. 고민이 된다. 세아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하고 싶다. 5-6학년은 뭐 이번에 나온 기획을 그대로 해보면 된다. 아이들이 마음먹고 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다. 마지막 2번은 그대로 하면  되고. 아. 함께 할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짧아지니 아쉽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정해진 일정을 바꿀 수 없으니 바꿀 수 있는 걸 바꾸자. 바로 나의 마음! 언제나 나의 신조를 염두하자.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그 교훈은 언제나 나에게 큰 위안을 준다. 

10월 10일
딥스

아침에 딥스를 읽으면서 캠프를 진행하러 가는 길이다. 아침에 밥이 얼마 없길래 그냥 안 먹고 나왔다. 아내는 배고플 때 민감해진다. 사실 지난 번에 일어났는데 나 때문에 밥이 없다고 한번 혼난 이후에 좀 신경이 쓰이기도 하다. 지하철에서 통하를 하는데 아내가 왜 밥을 안 먹었냐고 한다. 나는 지난 번에 혼나서 그랬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때 살짝 울컥했다. 아 내 안에 있는 어린 자아는 그 말에 상처 받았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우리 안에 다양한 자아를 품고 있다. 성숙한 자아에서 외롭고 어린 자아까지. 각각의 자아는 자신의 역할을 맡아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고. 딥스를 보면서 그런 관점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이것일 것이다. 있는 그대로 알아주는 것.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게 하는 것. 그렇구나 상처 받았었구나. 그랬구나. 라고 말해주는 것.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9월 21일
책 읽기 - 한번 더 옮기기

현대인들에겐 책 볼 시간이 없다. 그건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책 볼 시간이 도저히 없다. 내가 유일하게 책을 마음놓고 볼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지하철'뿐이다. 지하철 이외의 장소에서 책을 본 기억은 나름 안정적인 회사생활을 하던 시기뿐이다. 2012년을 기점으론, 앉아서 책을 읽은 적은 손에 꼽는다. 앉으면 보통 필사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강의를 준비하는 일을 할 수 밖에 없기에. 먹고 살아야 하니까. 책을 읽기 위해 나는 하나의 전략을 세웠다. 일단 강의장소가 멀면 멀수록 보통은 주저하지만, 난 마다하지 않는다. (되려 속으론 반긴다.) 비효율적인 동선을 많이 만들수록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나기에. 작년엔 그 정도가 심해서 매주 오산, 일산, 남양주, 시흥, 성남을 왔다 갔다 했던 적도 있다. 올해 들어서 다소 나아졌지만, 그래도 이동시간이 만만찮은 곳들이 여전히 많다. 그렇게 시간을 확보했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강의 준비는 끝이 없는 거라서, 이동 내내 강의 준비를 하면 책을 볼 순 없게 된다. 그래서 '시간적 여유'에 이어 두번째 조건, '정신적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 나는 이동 중엔 내가 강의 하러 간다는 사실을 잊으려 노력한다. 강의 준비 시간과 책 보는 시간은 철저히 구분하려 애쓴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영원히 책을 읽을 수 없기에. 마지막, 사실 이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오늘 발터 벤야민에 대한 책을 읽으며 강의하러 가는 길이었다. 책을 읽으며 그 기쁨이 참으로 커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장주가 나비의 꿈을 꾸고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를 알지 못하였다고 하지. 탁월한 비유다. 그 문구를 나에게 가지고 오면 이렇게 된다. 나는 먹고 살기 위해 책을 보는 것일까, 책을 보기 위해 먹고 사는 것일까. 문득,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과 반대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그러게. 어느새 성큼 다가온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9월 22일
중간 점검

9월의 2/3가 지났다. 중간 점검을 해보자. 탁월한 삶을 위한 훈련은 필연적이기에. 그리고 그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에. 기꺼이 받아들이려 한다. 3월부터 하나의 실험을 했다. 매일 성찰일지 적기. 물론 밀릴 때가 대부분이다. 3-4일 정도 밀리기도 하니까. 하지만 일주일 이상 밀리진 않았다. 그리고 하루도 빼먹지 않고 적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건 내가 나 자신에게 칭찬해 줄 부분이다. 그래서, 작년 내 삶의 만족도를 6-7점 정도라고 한다면, 올해는 8-8.5점은 된다. 꽤 높은 점수의 상승의 절반은 재원이가, 절반은 성찰이 책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끝인가? 아니다. 아직 멀었다. 그 하나의 새로운 실험이 시작되었다. 9월부터 시작된 실험은 바로 ’Self-control’ 프로젝트. 매일 하나의 할 일을 정하고, 그것을 하는 것. 아주 단순하다. 하지만 지속하기에 그리 쉽지도 않다. 매일 무언가를 인식하는 것 그 자체가 꽤 어려운 일임을 고백한다. 실제로 처음 며칠은 생각도 나지 않더라. 하지만 어느새 거짓말처럼 21일 정도가 지났다. 누군가 그랬다. 습관을 형성하는 시간이 21일이라고. 꽤나 설득력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젠 알아서 매일 할 일을 기록하고, 체크하고 있다. 그래. 올해는 나를 대상으로 이런 저런 실험을 하자. 그리고 내년엔 그 실험 결과를 공유하고, 함께 나아가자.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가자고 하는 것은 기만이지만, 내가 갔던 길을 가자고 하는 것은 초대이자, 배려기에. 그렇게 함께 훈련해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다 같이 걸어들어가 보고 싶다. 9월 지금까지 나의 만족도는 8.5점이다. 남은 1.5점은 단순하다. (솔직히 9점 이상이 되긴 어려울 듯 하지만) 남은 기간도 온전하게 이 프로젝트에 헌신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좋다. 


9월 23일 
열정에 대하여 

오늘은 오전 수업을 마치고, 연이은 미팅이 있는 날. 앞서서 김희태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과의 인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나는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공부를 한참 할 때였다. 아마 10월이었나 mysc에서 주관하는 소셜 이노베이터 캠프가 열렸다. 다른 것보다 기대가 된 것은 체험형 워크샵과 OST를 직접해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1박 2일이란 일정에도 불구하고, 신청했다. 결과적으론 만족스런 경험이었다. 그 과정에서 옆에 앉아서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는 인연으로 만났었다. 왜냐? 당시 선생님께서 협동조합 보드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하셨기 때문에. 그때 한참 보드게임에도 관심이 많던 나는, 이후 몇번 회사를 찾아서 이야기도 했고,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 보기도 했다. 작년 이맘때쯤, 교육 하나 같이 하자고 의견도 모았지만 결국 그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근 1년만에 다시 만나서 대화하는 거라, 근황을 주로 나누었다. 이번 만남에서 특히 인상깊은 것은 바로 ‘역사’에 대한 선생님의 열정이었다. 신나게 설명하시는 모습을 보며, ‘아, 이분은 정말 좋아하는거 하시는 구나’를 알 수 있었다. 이런 저런 곳에 역사 탐방을 다니시며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듣고, 공부도 하시는 모습이 나에게 좋은 자극도 되었다. 또한, 대동법 시행과 관련한 비석을 설명할 때는 정말 기존에 ‘의미없었던 비석’이 나에게 ‘새로운 의미’가 되어 출현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역사가의 본질이 그런 것이 아닐까. 선생님의 열정에 감탄을 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어서 만난 선생님은 최승표 선생님. '우리 아이는 야구선수'란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이다. 사실 인연이 된지는 꽤 오래 거슬러 올라간다. 미내사에서 부터 이어져오니 ㅋㅋ 암튼 선생님도 앞서 처럼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계시다. 우리 나라에 좋은 운동 문화가 퍼졌음하는 바람이 나에게도 전해져 온다. 나 역시 이에 감화되어서 이번에 워크샵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고 말이다. 암튼 이런 분들의 열정을 접하면, ‘열정’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열정이란, 정말 ‘삶’에 '숨’을 불어넣는 것이 아닐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니 말이다. 그 보상을 바라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 의미있게 생각하는 것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바치는 것, 그렇게 삶을 살아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열정이 아닐까. 


9월 24일 
칠보초 수업 성찰

칠보초 감사 수업이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 시간은 감사편지를 읽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이번 1년은 나름의 주제를 바탕으로 주제별 수업을 진행해오고 있는데, 이번 감사수업에서 그건 가장 잘 지켜진 것 같다. 도입은 이야기로, 전개는 자신들의 실제 사례로, 절정은 역할극이나 프로젝트로. 마무리는 나눔이나 표현으로. 그렇게 하나의 주제를 탐색해보는 활동을 의도했었는데, 이번에 그나마 잘 된 것 같다. 그렇게 하반기 수업도 하나씩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잘 따라와주는, 그래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보이는 아이들이 감사하다. 


9월 25일 
지현쌤과의 대화

꼴라주 프로그램 때문에 서둘러 미팅을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미팅을 하면서 느끼는 건, 재미있는 과정이 될 것 같다는 기대다. 역시 다양성이 충분히 확보되고, 그 특징이 잘 발현되는 분위기가 연출될 때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건 기정사실인듯. 미팅을 마치고 지현쌤과 남아서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 지현쌤은 나와 애니어그램 성향은 다르지만, MBTI적 성향은 비슷하다. 나보다 외부에 비교적 많이 열려있으신 편이지만, 그래도 내부와 외부의 균형이 잘 맞는 편이다. 사람을 보는 눈이나 관심사도 비슷한 편이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성향도 비슷하다. 그래서 대화를 하다 보면 재미있는 점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이런 저런 주제로 대화했는데, 마무리할 때쯤 정리가 된 것이 있다. 퍼실리테이션과 디자인씽킹과 시스템씽킹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다. ㅋㅋ 일단 도입은 퍼실리테이션이다. 왜냐? 참가자들에게 ‘힘’을 되찾게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발언와 아이디어이 반영된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필수다. 그것이 없으면 공동 창조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힘을 되찾게 하고, 그 힘을 사용하게 하는 것은 역시 ‘디자인씽킹’이다. 디자인씽킹의 ‘행동 중심 모델’은 굉장히 뛰어나다. 공감을 중심으로 한 행동, 그리고 지속적 피드백. 그렇게 참가자들은 자신의 힘을 자각한다. 마지막은 시스템씽킹이다. 자신이 발휘한 힘에 대한 영향력을 추적하는 것은 역시 ‘시스템씽킹적 관점’이 최고다. 원인과 결과를 추적하고, 결과가 원인에게 다시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그 피드백을 고려하는 것. 그렇게 해서 큰 그림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것. 그렇게 되면 전체 과정은 하나의 조각으로 완성된다. 끝없는 이 그림을 맞추는 것은 각자가 일상에서 돌아가서 해야 할 몫으로 남고 말이다. 역시 함께 아이디어를 합치고 나누는 것은 즐거운 과정이었다. 


9월 26일 - 29일 
추석 연휴 리뷰

이번 추석 연휴를 간단히 리뷰한다. 첫날, KTX를 타고 대구로 이동했다. 평소 나는 돈이 아까워서, 그리고 기차에서 책을 읽고자 주로 ‘무궁화호’를 이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엔 재원이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게다가 빈 자리가 없어서 특실을 끊었다. 비싸서 그렇지 진짜 빠르긴 하더라. 1시간 40분만에 대구에 도착했다. 평소 왠만한 수업 다니는 거리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달떡’을 사러 간 것이다. 달고 떡볶이는 정말 맛있고 싸다. 2000원치만 사면 2-3명이 배부르다. 게다가 맛있다. 나는 매년 2번 대구를 가고, 매번 도착하자마자 사 먹는다. 올해는 아버지가 이벤트를 준비했더라. 재원이의 방문을 축하하는 대자보가 뙇! 진짜 웃겼다. ㅋㅋㅋ 손주가 이쁘긴 이쁜가보다. 한참을 웃고 제사음식도 먹고 놀았다. 저녁에는 아버지랑 같이 두류공원도 산책했다. 

ㅋㅋㅋ 대박 ㅋㅋㅋ


다음 날, 아침일찍 차례를 지냈다. 사실 지난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아내도 나도 재원이도. 왜냐? 그놈의 모기! 재원이도 팔과 다리에 10방 정도를 물렸고, 나도 그랬다. 한 녀석이 그런거 같은데, 암튼 엄청 힘들었다. 비몽사몽으로 차례를 지내고, 사촌동생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오후엔 성묘를 갔다가 할머니 요양원도 들렸다. 할머니는 이제 정말 치매가 심해지셨더라. 우리들이 가서 인사를 해도, 엄마가 먹을 것을 드려도, 그저 ‘감사합니다’만 반복하셨다. 처음보는 사람처럼 우리를 바라봤다. 나는 사실 할머니를 통해서 키워졌기 때문에 할머니랑 각별한데, 마음이 너무나 아렸다. 평소에 편히 눈감으시는 것을 얼마나 꿈꾸셨는데.. 매번 편하게 눈감게 해달라고 애원하셨는데, 지금은 편안해 지셨으려나 모르겠다. 암튼 남은 기간 동안 할머니가 진심으로 평안하시길 기도한다. 정말 그러하시길.. 에효. 암튼 저녁에는 다들 힘들어서 뻗었다. 다음 날, 오전에 아파트 주위에 산책을 다녀온 것 이외에는 별 일이 없었다. 재원이 보느라 다들 정신없었다. 오후에 외출을 했다. 요즘 뜬다는 ‘김광석 거리’에 방문했다. 정말 예쁘더라. 그림과 음악이 어울려진 거리였고, 그에 맞춰서 갖가지 상업적 시설(;;)도 들어오고 있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나는 ‘예술의 힘’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서울로 치면 연남동이나 통의동을 걷는 기분? 예술이 자리를 잡으면 사람들이 들어오고, 그 사람들을 따라서 돈이 들어오는 모습에 더불어 볼 수 있었고 말이다. 백화점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왔다. 마지막 날은 오전에 떡볶이를 먹고, 오후에 KTX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이번 추석 연휴를 정리하자면. (혼자일 때보다) 정신적, 시간적 여유는 많이 없어졌지만, 그 덕분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광경들을 새롭게 목격할 수 있었던, 그런 의미있는 명절 연휴라고 정리하고 싶다.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에서



9월 14일
미치겠네

오늘 밤, 3시에 모기 소리에 깼다. 그 엥엥 거리는 소리는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게다가 우리 부부가 더 신경을 곤두설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재원이 때문이다. 모기들이 아기를 좋아한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 나도 민감하고 아내도 그렇다. 얼마 전에 형님께 받은 전기 모기채가 있어서 그걸로 잡으려고 일어났다. 그런데 왠일, 파박 파박 소리가 요란한데 비해서, 생각보다 잡히지 않는 것이다. 전기가 약한걸까, 아니면 내가 요령이 없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모기가 특수 체질인건가.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더 미칠 지경이다. 그렇게 한 시간을 보냈다. 잡은거 같아서 누우면 또 엥엥 거리고. 다시 모기채를 휘두르기를 반복했다. 잠은 이미 달아나버리고, 배는 고프고, 감기 초기라 코는 막혀서 숨은 쉬기 어렵고, 재원이는 울고. 아, 정말 최악의 새벽을 보냈다. 결국 잠을 이루지 못하고 5시 반에 나왔고, 나와서도 모기 때문에 시달리다가 잠을 포기하고 이 글을 쓴다. 이렇게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정말 밤 모기는 싫다. 왠만한 상황은 다 웃으면서 넘어가는 나지만, 모기는 아니야. 엥엥 소리가 너무 싫다. 흑흑. ㅠㅜㅠㅜ


9월 15일
기억이 없다. 

이 날은 성찰일지를 못 쓴지 너무 오래 지났다. 그래서 기억도, 성찰도 없다. 시간은 중요하다. 기억은 시간을 담보로 하기에. 하지만 실은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다시 말해, 시간이 중요한게 아니다. 기록이 시간 위에 있다. 기록은 자신의 삶을 복기하려는 자연스런 의지에서 비롯된다. 어떤 아마추어 바둑 선수는 바둑을 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바둑을 두지만, 프로를 꿈꾸는 누군가는 바둑을 두고 바로 이어서 두지 않는다. 그는 복기를 한다. 내가 어디서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판단을 했는지, 복기하는 과정이 없인 프로가 될 수 없다. 너무 멀어져서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복기하자. 


9월 16일
다툼이 있던 날

저녁에 아내와 살짝 다투었다. 계기는 나의 감기 때문이다. 아내는 전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위협을 항상 걱정해하고, 불안해하는 성격이다. 나는 그 반대다. 되려 신경도 쓰지 않고, 닥치더라도 별로 불안해하지 않는다. 장단점이 있다 아내는 불안해하기 때문에 안정을 갈구하고, 실제로 미리미리 대비한다. 미리미리 예방하고, 건강검진도 꾸준히 받는다. 하지만 자신의 계획을 벗어날 정도의 사건이 닥치면 잘 대처하지 못한다.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에,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다. 나는 그런 스트레스는 없다. 그리고 상황이 닥치면 거기 맞춰서 유기적으로 잘 대처하고자 한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는 것은 없다. 그래서 일어나지 않을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미리 대처하면 충분히 커지지 않게 막을 일도 있기에. 울 아가가 있으니 이제 아내의 예민은 더 날카로워졌다. 그 덕에 한판의 썰전이 벌어졌다. 서로가 가진 성향에 대한 옹호를 펼쳤다. 내 주장의 핵심은, ‘모든 일을 다 미리 막을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아기가 나 때문에 감가에 옮았다고 하더라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 아내가 평소 걱정과 죄책감이 많은 편이라 나는 이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대화를 마치고, 다음 날이 되자. 곧 후회가 밀려왔다. 왜 그런 방식으로, 논쟁적으로 이 말을 했어야 했을까? 좀 더 현명하게 나의 의도를 전하는 길도 많았을 텐데, 나는 그리 지혜롭지 못했다. 되려 아내의 마음만 상하게 한 것 같아서 후회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재원이는 감기에 걸리고 말았고, 밤새 잠을 뒤척였고 말이다. 아이고. 이게 무슨 꼴이람. 


9월 17일
칠보초 다녀오는 길 

햐얕게 불태운 날이다. 오전에는 기존에 처리하지 못했던 잡일들과 친밀함 독서축제, 그리고 강의 준비까지
오후에는 수업, 저녁에는 독서축제 마무리.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독서. 후회가 남아있지 않은 하루다. 


9월 18일 
자소서 캠프

오늘 용마중학교 자기소개서 캠프가 있었다. 자소서 완성을 위해 '스스로 자원한' 학생들 23명이 모인,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매번 느끼지만, '원해서 모인' 아이들과 하면 분위기는 좋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최지은 코치님과 함께 진행한 수업이었는데 코치님이 주로 글의 표현을, 나는 아이들의 글감을 위주로 코칭했다. 앞부분, 간단한 강의와 문답을 마치고 1:1 코칭이 이어졌다. 한명 한명 아이들이 나에게 와서 묻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 그런 하소연을 듣다보니 나의 대학교 4학년 시절이 떠올랐다. 평생을 글과 상관없이, 게다가 특별한 경험도 없이 평탄하게 살아온 내가, 어찌 자소서를 쓸 수 있었을까. 빈 종이를 보며 좌절하던 내가 떠올랐다. 영혼없이 쓰는 자소서가 왜 그리도 원망스러운지. 그리고 자책도 많이 했다. 지금까지 뭐하고 살았기에 자소서에 쓸 말이 이리도 없냐고 말이다. 이미 엎퍼버린 물, 뒤늦은 후회였지만. 그런 장면이 잠시 지나가던 찰나, 한 아이가 대화 중 울기 시작한다. 휴지를 건내주거 잠시 기다렸다. 천천히 물었다. 지금 어떤 감정이 올라왔냐고. 그 아이는 답답하다고 했다. 지금 아무 것도 쓸 수 없는 자신이 답답하다고. 이게 어찌 그 아이의 잘못일까. 어쩌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질문하지 않는 우리 어른들의 잘못인 것을.

코칭이 끝날 때쯤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아이들에게 말했다. 아니, 실은 어린시절의 나에게 던지는 미련같은 조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말했다. 우리 모두 앞으로 자소서는 계속 부딪치게 될 거라고. 고등학교, 대학교, 취업.. 어쩌면 끝도 없을 거라고. 그때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얼마나 힘드냐고.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건 언제든 써낼 수 있는 '근육'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딱 두 가지만 해보자고 했다. 첫 번째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저 하는 것'이다. 그것이 너무 무거울 필요는 없다. 그저 가볍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마음 가는 대로 표현하고 행동하기.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좋아하는' 것을 하기. 그렇게 가볍게. 두 번째는 '그 경험을 기록하고, 느낌을 쓰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성찰이다. 우린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대해서 생각해볼 때 배운다는 말을 전하며, 아무리 많은 경험을 하더라도 그걸 잘 갈무리 하지 않으면, 성찰하고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천천히 세밀하게 나의 경험을 살피는 것은 중요하기에. 이 두 가지 활동은 어쩌면 자기인식의 필수 키워드가 아닐까. 행동하고, 성찰하고. 그러한 성찰을 통해 자신을 바로잡고 새로운 행동을 거듭하는 것. 그 선순환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그 두 가지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행동이 성찰보다 부족하면 공허해지고, 성찰이 행동보다 부족하면 맹목적이 되기에. 이 각박하고, 여유가 없는 요즘 시절에 얼마나 이 한가로운 이야기가 귓가로 들어갔을까 싶지만은, 그래도 그렇게 말하고 나니 내 기분은 한결 나아졌다. 그리고 몇몇 아이들이 끄덕거리며 뭔가를 적어나가는 모습도 나에겐 고마웠다. 그렇게 오늘 경험을 갈무리하며 집에 가는 길이다. 


9월 19일 - 20일 
주말 보내기

이번 금요일에 재원이가 감기에 걸렸다. 그와 동시에 우리 부부의 잠도 반으로 줄어든 날들이었다. 완전히 비몽사몽하게 보낼 수 밖에 없는 나날들. ㅠㅜ 그 와중에 토요일에 경험했던 워크샵은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즐거운 질문들도 있었고 (현재 고군분투하거나, 도전 과제로 느끼는 것들은? 지난 한 달간, 학교에서 당신을 놀라게 한 것은? 체인지메이킹 성공스토리나 그 동안 배운점은?) 아쇼카 펠로우인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의 송인수 대표님과 세상을 품은 아이들의 명성진 대표님의 특강도 있었다. 기억에 남는 몇몇 문장이 있다. 우선 송인수 대표님. "언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은 그 이후에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꼰대가 된다.” “모든 것을 잃어가면서까지 지키려는 가치가 있는 사람은 ‘변화를 만드는 힘’을 확보하게 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상황에 맞춰 문제를 줄이기 때문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참여의 정도가 문제의 해결 여부를 결정한다.” 명성진 대표님의 강연도 의미있었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을 때, 말을 꺼내면 안 된다.” “좋은 아저씨의 삶과 체인지메이커의 삶은 다르다.” “어떤 문제든 ‘통’으로 인식되면 무력감을 느낀다. 큰 과제를 다 썰어서, 작은 과제 만큼은 반드시 처리하자.” 앎과 삶을 일치시키려 노력하시는 두 분의 태도에 일단 감동했고, 영감받았다. 나 역시 저런 큰 존재가 되고 싶단 생각을 다시금 했고. 그렇게 토요일을 보냈다. 일요일에는 재원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인상깊게 남아있다. 한 20분 정도를 둘이 깔깔대면서 놀았던거 같다. 요즘 재원이의 웃는 모습이 왜 이렇게 아른거리는지. 꼬부기처럼 좋아하고, 꺄르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게 참 감사하다. 앞으로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웃으면서 즐겁게 놀았으면. 다만, 재원이랑 재미있게 놀기 위해선 나도 몸관리를 잘 해야 할 것 같다. 이젠 정말 체력이 실력이다.  



9월 7일
자유란, 억압이 아니다. 통제다. 

할 수 없으면서, 그걸 안 한다고 말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그것은 되려 억압이다. 신포도와 여우에서 여우가 그런 우를 범한다. 사실은 먹고 싶으면서 ‘저건 맛 없어’라고 말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억압이다. 여우는 ‘욕구’에 억압당한 것이다. 만약, 자기 눈 앞에 포도를 발견했을 때 여우가 앞서 말한 것처럼 절제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안 하는 것 그것이 자유다. 그 차이는 중요하다. 대부분 우리의 삶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으로 나뉘고, 거기서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으로 한번 더 나뉘기 때문이다.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자기 통제력이자 자유란 힘을 발휘하는 능력이다. 사실상 자유는 통제의 뒷면이다. 자유란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무언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 않아야, 나의 ‘진짜 욕망’에 이끌려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자유이다. 


9월 8일 - 9일
수업의 연속 

화요일과 수요일, 정말 정신없는 나날이었다. 화요일 오전에는 검단초 토론수업 (3학년 애기들 수업인데, 참 즐겁다. 3학년만 해도 아직 순수함이 많이 남아있어서 좋다.) 오후에는 시흥으로 건너갔다. 세계를 담은 스쿨 마지막 수업. 이제 결과발표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임에도 프로젝트 진척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다. 난 이럴 때일수록 랜드마크 생각이 많이 난다. 가장 공감되는 메시지도 거기서 많이 들었고. 여기서도 많이 말했다. 관객과 선수의 차이도 말하고, 결국 내가 이 상황의 원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각자의 양심을 건드려서 스스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길 꿈꾼다. 물론 나에게 부족한 건 형식이겠지만. 사업 자체 취지는 좋은데 발표회라는 성격이 다소 부담스러울 듯 하다. 수요일 오전에는 상경중 매머드 수업. 오후에는 동양중 수업. 둘 다 매머드 게임을 진행했는데, 지금까지의 게임 중에선 가장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도 재미있었고. 다만 중학생들의 순수함을 이젠 볼 수 없어서 너무 아쉽다. 다들 끌고 가려면 내 힘이 너무 많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이렇게 내내 수업하니 나도 힘이 든다. ㅠㅜ 


9월 10일
칠보초 수업리뷰

오늘 3학년 수업. 감사 숙제를 내줬는데, 생각보다 다들 해와서 기뻤다. 게다가 선생님이 따로 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기들끼리 해낼 수 있었던 점도 놀라웠다. 그 중에서도 꾸준하게 한건 성준이였고, 가장 잘 했지만, 나머지도 잘 했다. 이쁜 것들. 건이가 은서를 챙겨주는 모습도 변화된 모습이었다. 원래 그렇게 착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봐온 모습으론 좀 아쉬웠기 때문에. 강영우 선생님 이야기는 여전히 파워풀하다. 아이들이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야기는 힘이 세다. 4학년 수업. 성재는 보면 볼 수록 신기하다. 엄청나게 연채동물처럼 의자를 가만히 두질 못하는데, 솔직히 내버려두고 싶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는 점은 분명히 있다. 안타깝다. 3학년들과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주로 했고, 숙제를 주었다. 다음 주에 해올지가 관건. 5-6학년은 원래 상황극 발표가 있었지만, 해내지 못했다. 잠시 당황했지만, 지금 이순간 가장 적합한건 게임일 것 같아서. 급히 다른 걸로 준비했다. 우선 숙제를 다들 안 했기에 한번 더 써보게 했고, 이후 직업 난파선 게임과 가치관 경매 게임을 했다. 경매 게임은 역시 인기가 많다. 4학년 선생님께서 1달 뒤에 발표회가 있다고 하시는데, 그걸 대비해서 한번 준비해도 좋을 것 같다. 다음 주 까진 감사 수업을 마치고, 그 다음부터는 놀이 디자인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9월 11일
보라초 임원수련회

오늘은 재미있는 날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 달 (8월)이다. 독서토론 교사연수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선생님들께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꽤 재미있게, 몰입도 있게 진행이 되었었다.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런 수업이었고. 수업이 끝나고 한 선생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다음 기회에 한번 모시고 싶다고. 그런 연결이 종종 있는 편이라 알겠다고 했는데, 그때 인연으로 오늘의 수업이 만들어졌다. 꽤 빠르게 진행된 것이다. 선생님이 학교가 너무 멀다고 하셔서, 걱정했었는데 마침 그곳은 우리 누나가 사는 곳 근방이더라. 그래서 도랑치고 가재잡는 작전을 짰다. 아내도 오랜만에 밖에 나갈겸, 같이 나가서 나는 수업하고, 아내랑 누나랑 만나서 놀기로. 그렇게 아침부터 서둘러서 재원이 이유식도 챙기고, 나도 수업 준비하고, 청소도 일찍 마쳤다. 오후 리더십 수업은 성공적이었다. 아이들도 지난 번 임원 수업은 너무 지루했었는데 비해, 이번 수업은 재미있다고 좋아했다. 나도 아이들이 잘 따라와 준 덕분에 별 어려움 없었고. 수업을 마치고 판교 현대백화점으로 갔다. 아내랑 재원이, 그리고 누나랑 함께 저녁을 먹으로 갔다. 함께 맛있는 짜장과 탕수육을 먹고 집으로 왔다. 이런 기회는 참 반갑다. 수업도 하고, 놀기도 하고. 앞으로 재원이가 더 크면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9월 12-13일
SCM + 연남동 산책

토요일 오전에 오랜만에 연신내 공부방 사람들과 만나서 교류했다. 2009년에 정말 암울하던 시절을 함께 공유했던 분들이라 왠지 정겹더라. 앞으로도 종종 만나서 일상도 나누고, 재능도 합쳐보기로 했다. 그리고 오후엔, 삼성크리에이티브멤버십 유스반 2기 3학기 첫 수업을 하러 갔다. 이 친구들도 이제 1년이 넘었다. 꽤나 정이 든 친구들인데 이제 마지막 학기라 그런지 기분이 남달랐다. 개인의 욕구에서 시작해서 이번 학기는 하나의 마을을 만들게 되는데, 첫 스타트가 괜찮았다. 특히 하나의 직업을 좌표에 표시하고, 그 기준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꽤나 인상깊었다. 지난 1년보다 훨씬 더 밀도 높은 상호작용을 이루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 일요일은 나와 재원이의 시간. 아내는 그림을 그리러 3시간 정도 자리를 비우고, 나와 재원이만 함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지난 주, 간식을 먹이기가 너무 어려웠지만 이번 주에 배 퓨레는 다행히 잘 먹어주었다. 오후엔 아내랑 재원이랑 함께 연남동 산책을 갔다. 경의선 숲길에 사람들이 아주 많았고, 그 자유로운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저녁에는 형님이랑 아주버님도 오시고, 이모님이랑 함께 흥부골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래저래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역시 연남동 산책이 아닐까.  


9월 1일
싸우는 인문학

오늘 왔다 갔다 하면서 본 책은 싸우는 인문학. 본 이유는 간단하다. 가볍게 보고 싶었을 뿐이다. 여러 저자에 의해서 쓰어진 책이기 때문에 일관적인 논리의 흐름은 아니었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중간 중간 통찰을 주는 내용도 많았고, 인문학이란 분야에서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그런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오전에 초딩 3학년들과 수업을 하면서 마음이 참 따뜻했다면, 오후에 중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는 다소 무거웠다. 물론 아이들은 잘 해주었지만, 아이들이 왜 이렇게 생기가 사라졌을까. 그런 안타까움이 든건 사실이었다. 무엇 때문에 나이를 먹을 수록 아이들이 이렇게 바뀌는 것일까? 인문학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연결시켜 본다면, 지금 우리의 사회, 특히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을 더 해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무엇이 아이들로부터 그리고 우리들로부터, 삶과 교육을 이렇게 분리시켰을까? 그 생명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인문주의자들에게 ‘인문학’이란, ‘신학’이 아닌 그 무언가였다. ... 어찌됐던 고대 그리스 로마의 작가들은 ‘이교도’였고, 이교도의 글을 연구하고 읽고 흠모하고 애호하는 행위는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이었다. 모든 고대 문헌 연구자들, 인문주의자들이 다 이단으로 몰렸거나 고초를 겪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묻혀져 있었던 ‘새로운 옛 사람’을 복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즉 자신들이 기독교적인 세계 속에서 ‘신학이 아닌 그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말이다.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보자. 한국에서 ‘인문학’은 지금 여기의 지배적인 사고방식 및 세계관과 자신을 차별화하고 있는가? 돈을 벌고, 성공하고, 출세하라는 자본주의적 계시 앞에서, 묵묵히 다른 텍스트를 읽어나가며 ‘새로운 옛 사람’을 찾아내는 인문학은 어디에 있는가?”  

9월 2일
왼손이 하는 일

한 동안 신경 쓰였던 것이 있다. 집에 들어갈 때마다 스트레스 받았다. 우리 집 앞에 놓여진, 차츰 쌓여가는 쓰레기가 바로 그것이다. 깨끗했던 곳이었는데, 개념없는 몇몇이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쓰레기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고 되려 그 세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심지어는 먹나 남은 음식들, 피자, 치킨, 심지어는 음식물 쓰레기도 놓여지기 시작했다. 기분 좋게 들어가려는 내 계획은 언제나 쓰레기와 함께 무산되었다. 누군가는 치워야 함에도, 아무도 치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굳이 뭐하러 그러겠는가. 나도 한동안은 지켜보기만 했다. 누가 치우겠지하는 안일한 믿음도 있었다. 하지만 정체 불명의 쓰레기가 쌓여가는 것을 보며 나는 포기했다. 언제나 그렇더라. 변화는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변화는 오로지 내가 만드는 것. 오늘 수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5시 반이었다. 5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를 들고 비닐 장갑을 끼고 쓰레기 더미로 향했다. 그 악취나는 쓰레기들을 손으로 주워서 버리는 것은 정말 유쾌한 일만은 아니었다. 게다가 엄청난 수의 벌레들과 함께라면 더더욱 그렇다. 손에 잡히는 촉감도 물컹한게 너무 이상했다. 한 동안 치웠더니 50리터짜리 봉지가 가득차기 시작했다. 정말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치웠다. 헌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쓰레기를 치우는 동안, 나는 내 마음을 봤다. 무슨 마음일까? 우리 동네 사람들이 날 바줬으면 하는 마음을 본 것이다. 생색을 내고 싶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는 생색을 내고 싶었고, 또한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양심을 가책을 느껴서 다신 쓰레기가 모이지 않았음 하고 바랬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지나가지 않았고, 나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돌아보니 부끄러웠다. 이이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의로움은 이해타산 없이 행하는 정신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해타산을 한다면 그것은 잇속의 마음으로써, 그는 도둑이나 다름없다. 선행을 하더라도 거기에 공명을 얻으려는 마음이 끼어 있으면 그것 또한 잇속의 마음이다. 군자는 그것을 도둑보다 더한 심보로 여긴다” 사람들이 이러한 내 모습을 봐줬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 때문에 나는 결국 ‘선행’을 했지만, ‘선행’을 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이 작은 일에도 이런 ‘인정에의 욕구’가 사라지지 않는데, 하물며 큰 일이면 어떻게 될까. 내 마음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이렇게 부끄럽게 하나 더 배운다. 

9월 3일
감사 수업

오늘은 칠보초 수업 날이다. 3학년 수업은 무겁게 시작했다. 특히 지난 번 수업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혼을 좀 냈는데, 숙제에 대한 중요성은 꼭 주고 싶었다. 다음 시간까지 감사한 것을 써 오지 못하면 어떻게 피드백 해야 할까. 벌써부터 고민이다. 4학년 수업은 드디어 끝났다. 지난 학기 프레젠테이션 수업이 이제서야 끝난 것이다. 워낙 수업 시간이 짧기도 하고, 아이들의 진도가 생각보다 늦긴 했지만 그래도 모두 발표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꽤 큰 기쁨이다. 그래도 처음으로 4학년들이 서로를 도와가면서 미션을 수행한 느낌이라. 뿌듯함이 오늘은 더 크다. 5-6학년 수업은 감사 수업을 이어갔다. 이지선님의 이야기도 보여주고, 각자의 사례를 통해 ABC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작년 깨알감사를 했던 일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기쁘다. 세상 어떤 것도 쓸모 없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내가 마음 먹은 대로 자유자제로 수업할 수 있다는 상황도 너무 감사하고 말이다. 뒷 부분에는 감사 상황극을 준비해서 하기로 했는데, 어찌 나올지 기대 중이다. 21일 동안 감사 일지 쓰는 것도 나도 함께 해야 겠다. 오늘 감사한 것 3가지를 써보자. 1. 무사히 수업 잘 마칠 수 있음에 감사. 2. 옥수수를 1000원에 사먹을 수 있음에 감사 3.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음에 감사. 모든 것에 감사하다. 

9월 4일
처음 가 보는 광교

아침부터 서둘렀다. 8시에 광교 스타벅스에서 인디언 계모임이 있었다. 아침에 서둘러 갔더니 되려 일찍 도착했다. 뭔가 신도시가 세워지는 느낌이었는데, 아침 일찍 돌아다니면서 책도 보고. 기분이 좋았다.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면 뭔가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 또 그걸 가지고 글로 풀어내는 경험을 몇 번 했다. 그리고 신기한 경험 하나 더 있다.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어디서 많이 본 분이 왔다갔다 하시는거 아닌가. 알고 보니 김성우 코치님이셨다. 작년 여름에 동양미래대학에서 강의 때문에 한번 뵙고 처음 보는 것. 광교에서 이렇게 만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신기하고 반가웠다. 이런 저런 근황을 주고 받았다. 스타벅스에서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책을 읽었고, 아까 대화 나누며 나왔던 키워드인 ‘억압’에 대한 글감을 떠올랐고, 아이폰에 이런 저런 글들을 끼적끼적 거렸다. 글을 쓰는 것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쓰고 싶어서 써지면 참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진 그런 편인데, 앞으론 또 모르지 뭐. 

9월 5-6일
녹차를 먹은 주말

내가 너무 멍청하다는 것을 깨달은 주말이다. 우선 토요일. 음. 뭐했지? 갑자기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분명 집에 있었는데, 뭐했지. 일단 아침에 한강을 나갔다. 아가를 안고 한강을 걸었고, 비가와서 금방 들어왔다. 그리곤 집에 와서 뭐했더라. 재원이랑 논건 기억나지만, 잘 모르겠다. 육아를 하면서 주부들은 흔히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다고 하는데 나도 그런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 기억났다. 오후엔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 먹으러 시장에 갔다. 그렇게 산책하고 왔구나. 저녁엔 SCM 학기 프로그램 미팅이 있어서 압구정으로 갔다. 여기서 나의 실수가 나온다. 음료를 시켰고, 난 커피는 먹기 싫어서 녹차 블랜디드 아이스(?)를 먹었는데, 먹으면서도 참 녹차가 진하구나란 생각을 했다. 거의 10시 50분이 되어서 미팅을 마쳤고, 나는 집으로 왔다. 잘 준비를 해서 침대에 누웠는데, 일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잠이 오질 않는 것이다. 분명 엄청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은 오지 않았다. 이 느낌을 느낀 경험이 과거에 딱 1번 있다. 그건 바로 진한 커피를 마셨을 때! 이번엔 녹차였던 것이다. 평소 커피를 잘 안 마시던 나라, 카페인에 엄청 민감한 것 같다.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3시가 되었다. 눈은 엄청 감기는데 뇌는 잠을 자지 못하는 상황. 화가 났다. 아무리 잠을 청해도 오지 않아서 결국 일어났다. 감사한 점이 있다면, ‘저녁에 커피나 녹차를 먹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꼈다는 점’ 그리고 ‘다음 날이 월요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어난 나는 내 방으로 향했다. 그리곤 책을 좀 보다가 어제 끄적거렸던 글을 완성시키고자 했다. 2-3시간 정도에 걸쳐서 손을 봤고, 결국 블로그에 포스팅까지 할 수 있었다. 얻은 것이 있다면 글이고, 잃은 것이 있다면 건강이다. ㅎㅎ 일요일은 그렇게 비몽사몽으로 보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8월 24일 
디자인씽킹과 인문학 

‘보다 나은’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자본주의적 태도는 진보를 재화와 축적을 위한 ‘기술’ 개발과 발전의 측면으로 이해한다. 그것들은 모두 ‘새로움’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1939년 개요>의 결론에서 벤야민은 블랑키를 빌려 판타스마고리아의 진보란 사실상 ‘반복되는 새로움’, 즉 이미 있었던 것의 진부한 반복이 기술의 힘으로 화장을 고치고 등장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즉 진보의 이미지는 역사 자체의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반복’을 ‘새로움’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판타스마고리아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이며, 사람들은 그 속에서 ‘집단의 꿈’을 꾸고 있는 셈이다. 

요즘 읽는 책 <세계와 역사의 몽타주,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에 나오는 문단이다. 이 글을 읽으며, 하나의 성찰거리가 생겼다. 하버트 사이먼에 의하면, 디자인이란, 기존의 상황을 ‘더 바람직한’ 상황으로 개선시키기 위한 일련의 행동을 고안하는 것이다. 나는 이 개념을 ‘디자인 씽킹’과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다. 결국 디자인 씽킹이란, 단순한 미학적 디자인이 아니라 ‘더 바람직한 혹은 더 나은’것을 상상하고, 실현시키는 능력을 말하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탄생한다. 앞서 벤야민의 맥락과도 일치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더 바람직한 것'인가? 무엇이 ‘보다 나은 것’인가? 만약, 무언가가 더 나은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이뤄내야 하는가? 거기선 수단이 중요한가? 목적이 중요한가? 그리고 그 목적에는 수만가지 방향성이 내재되어 있는가? 우리는 우리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가? 엄청난 논쟁거리가 이 하나의 단어 <더 바람직한>에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보다 나은’ ‘바람직한’ 이란 단어에 대해서 그리 오랫동안 성찰하게 하지 않는다. 그저 기술적 진보를 ‘새로움’이란 이름으로 포장해서 앞으로 달려나갈 뿐이다. 기술적 진보는 진짜 진보다 아니다. 벤야민의 말처럼 그것은 그저 ‘집단의 꿈’일 뿐이다.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디자인 씽킹을 다루는 사람은 그렇기 때문이라도 "인문적 가치"에 대해서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고. 인문학을 공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이다. 나아 갈 방향에 대해서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디자인 씽킹은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끈다. 왜냐면, 너무나 효과적인 방법론이고 파워풀하기 때문이다. 방향만 좋다면 최적의 효율성을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되려 위험하게 쓰일 수 있는 것이 좋은 ‘도구’의 특징이 아닌가? 이처럼 모든 것의 양면성은 고려되어야 한다. 디자인씽킹도 마찬가지다. 같은 칼을 가지고 도둑이 될 수도, 집밥 백선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인 ‘인간 중심’인지, 무엇이 ‘지속가능한 발전’인지. 그에 대한 탐구와 토론, 그리고 성찰이 우선될 때, 디자인 씽킹의 가치는 더 크게 빛을 발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디자인씽킹과 함께 ‘인문학과 철학’을 요즘들어 계속 공부하고자 하고, 다루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성찰과 행동은 둘이 아니다. 그들은 사실상 하나이고, 하나일 때 그들은 각자로써 온전히 존재할 수 있다. 


8월 25일
들뢰즈 강의

오늘 오전에 일을 해야 할 시점에, 일이 하기 싫었다. 그래서 이정우 교수님의 들뢰즈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받아적고, 내 생각도 굴려보는데 그게.. 그게 너무 행복했다.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들뢰즈에 대해서 오랜 기간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것도 기뻤고, 어제 벤야민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느꼈던 것들이 들뢰즈로 이어지면서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론 들뢰즈가 말한 노마니즘을 삶에서 최대한으로 구현한 사람이 벤야민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만약, 오전을 이렇게 보내고 오후에도 이 정도로 보냈다면 후회했을 것 같은데, 오늘은 그래도 후회하진 않는다. 왜냐? 오후엔 해야 할 일을 잘 마무리 했기 때문이다. ㅋㅋ 좋은 하루다. 아, 맞다. 블로그에 계속 방문자가 많다. 우연이겠지만, 어디 선가 퍼져나간 듯 하다. 그리고 이제 조금 알겠다. 핵심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 서두를 필요도, 조급해 할 필요도 없다. 원래 길을 잘못 든 사람이 조급해하는 법이니까.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 꾸준히 자기가 가야 할 길을 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다. 유명해지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존재’가 되느냐. 그것이 진짜 중요하다. 


8월 26일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불운

오늘은 나에게 인상깊은 하루다.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불운을 한번에 맞이한 느낌? 물론 아주 작은 불운들이 연속으로 온 것이기에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큰 불운이었다면, 버티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 상경중으로 시스템사고 교육을 하러 갔다. 첫 번째 불운은 자초한 것이다. 시간을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중간부터 늦지 않을까 불안해하기 시작했고, 결국 여유있게 도착하지 못했다. 두 번째 불운에는 절반의 책임이 있다. 오늘 진행하기로 한 교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꼼꼼하게 확인했다면 괜찮았을 텐데 ㅠㅜ 그래도 임기응변에 약한 편은 아니라, 일단 A4용지로 진행하기로 했다. 급한 불은 꺼야 하기에. (그리고 노트북과 관련한 약간의 문제도 있었지만 일단 패스) 강의를 무사히 마치고, 2번째 강의 장소인 동양중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세 번째 불운이 오는데, 이게 컸다. 원래 네이버 지도 상으론 아무 문제 없는 길이었다. 나름 여유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반포에서 지하철을 내려 버스를 탔는데, 한참을 가던 길에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알고 보니 버스가 지금 논현을 지나는 것이 아닌가! 가야 할 방향과 정반대로 가고 있음을 알고 약간의 패닉이 왔다. 신논현역에서 급히 내려서 달려갔다. 생각보다 버스 정류장에서 지하철까지 거리가 멀어서 또 한번 좌절. 뛰어갔더니 때맞춰 일반 열차는 지나가고 말았고, 급행 열차만 날 기다리고 있었다. 불운의 연속이다. 머리는 미친듯 돌아갔다. 상황이 안 좋지만, 일단 노량진으로 가서 택시를 타고 가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을 가다듬으며 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일찍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려울 것 같다고. 급한 마음에 지하철을 내려서 택시를 잡았다. 마지막 불운이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이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교로 가려고 커브를 도는데, 하필이면 상도 터널로 접어드는 방향으로 타버린 것이다. 택시 기사님도 당황하시고, 나도 망했다는 생각이 퍼뜩 지나갔다. 이렇게 하다간 수업도 못하겠다는 불안감에, 일단 내렸다. 동양중까진 약 600미터. 그것도 대부분은 오르막이다. 미친듯 산을 올라갔다. 엄청난 감정이 밀려오면서 욕두문자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아마 최근에 했던 분노 중에선 가장 높은 수준의 분노였을 것이다. 미리 확인하지 못한 내 탓도 있고, 한번도 문제 없었던 네이버 지도의 문제도 있고, 하필이면 상도 터널로 들어간 불운도 있다. 누굴 탓하리오. 시련은 멘탈을 강하게 만든다고 했던가. 올라가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생각해보면 다행이기도 하다. 적어도 수업에 늦진 않았으니. 그렇게 땀을 뻘뻘흘리며 수업에 들어갔고, 선생님께선 높이 올라오느라 수고하셨어요. 라고 하신다. 이런 사례가 종종 있나보다 했다. 그리곤 수업을 진행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렬한 하루였다. 


8월 27일
아쉬운 귀가길

오늘 아쉽다. 굉장히 잘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시간만 보낸 셈이다. 역시 계획을 하고, 하기로 한 것을 하는 것이 나같은 인식형에게 꼭 필요한 자세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 지난 주에는 글이라고 썼는데, 차라리 영화라도 볼껄이란 생각을 한다. 중간에 차라리 40분 정도 잠들어 버린 것이 더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음에는 어떻게 쓸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글쓰기’다. 지금까지 이 시간을 가장 잘 썼다고 생각되는 건 역시 글쓰기다. 글쓰는 것 이외에는 블로깅도 괜찮다. 어쨌든 뭐라도 하자. 이렇게 보내는건 아니다. 정말로. 


8월 28일
영화 베테랑

몇 만년 만에 영화를 봤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가 ‘위플래쉬’다. 그것도 너무 보고 싶어서 오전에 조조로 봤던 것. 작년까지는 아내랑 함께 영화관을 자주 갔지만, 올해 들어서 울 똥강아지가 태어나고 나선 영화관은 우리에게 먼 일이 되었다. 나야 일정을 조율해서 보려면 볼 수 있지만, 미안해서 그렇게 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이번엔 아내가 아량이 베풀어주었기에 가능했지만. ㅎㅎ 영화를 보고나서 일하러 커피숍에 들어왔다. 호탕하고 재미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기도 해서, 한번 글로 옮겨보려고 한다. 인상이 남아있을 때.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생각난 책은 ‘슬라보예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란 책이다. 굉장히 큰 담론을 던지는 책이다. 그것은 바로 말 그대로 ‘폭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것. 폭력이라고 하면 우린 무엇이 떠오를까? 대부분은 물리적 폭력을 떠오른다.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보는, 그런 폭력 말이다. 그것은 중요하다. 있어선 안 되는 일임에도 분명하고. 하지만 지젝은 그러한 폭력은 하나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 외에 ‘상징적 폭력’ 그리고 ‘구조적 폭력’이 있음을 잊지 말라고 경고한다. 언제나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깊고, 무서운 것이다. 상징적 폭력은 쉽게 말하면, 언어 폭력을 말한다. 사이버 세계에서 벌어지는 댓글이 그 좋은 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구조적 폭력이다. 이것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특히 사회 전반에 걸쳐 만성적으로 작용하기에 무섭다. 베테랑에서 유아인 역할이 그 좋은 예다. 굉장히 깔끔하게 모든 것을 처리하는 돈의 힘. 영화에선 통쾌하게 유아인을 고발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사람들 역시 (눈에 보이는) 물리적 폭력을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적 폭력보다 더 위험하게 여기기도 하고. 진짜 문제는 그것이 아닌데 말이다. 요즘 들어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서 참 많은 생각이 든다. 맑스를 비롯한 다양한 사상가들을 읽으며 내 생각을 가다듬어야 겠다. 


8월 29-30일
주말엔 산책을 

토요일엔 와우 수업을 했다. 하루 종일 했고, 그에 대한 후기도 썼다. 여기선 공유하지 않는 걸로. 일요일의 절반은 집안일, 절반은 산책이었다. 우선 아침부터 3시까진 종일 집안일을 했다. 재원이와 함께 하기 때문에 끝이 없다. 저거 끝나면 다른 게 또 시작된다. 게다가 빨래는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것. 월요일에 아내가 주로 돌린다. 집안일은 끝도 없더라. 오후엔 먼 곳으로 갈까 생각했다. 하지만 날씨가 생각보다 더웠다. 아내도 피곤해했고, 마침 나가려고 했을 때 재원이가 맘마를 먹다가 잠에 들었다. 나도 깜빡 잠들었다. 1시간 정도. 일어나니 4시였다. 먼 곳으로 가긴 그래서 상암으로 산책이나 가기로 했다. 우리가 자주 걷는 코스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으로 갔다가 홈플도 갔다가 한강으로 걸어오는 길이 참 좋다. 여러가지 수준의 행복이 있겠지만, 나는 걷는 행복이 아주 높은 곳에 있을거라 예상한다. 시원한 바람을 따라서 그저 걷는 것.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것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라면 더욱 그럴 것이고. 그렇게 우린 저녁이 되어서 집에 들어왔다. 매주 주말은 이렇게 보내고 싶단 생각을 할 정도로 좋은 산책이었다. 




8월 17일
3번의 대화

오늘 3번의 대화가 있었다. 2번은 연남동에서 마지막은 이수역에서. 그 대화에 대한 리뷰를 하고자 한다. 첫 번째 대화. 현섭형과의 대화 이슈는 정말 다양했다. 둘 다 워낙에 이런 저런거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ㅎㅎㅎ 인상깊게 들었던 것은 유여북스에 대한 경험. 거의 한달에 100만원에 가까운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것. 그것을 차곡차곡 쌓아나갔다는 것. 어찌 보면 무에서 유를 만든 것인데, 그러한 성과를 위한 필연적 수고들 (주말이면 전국을 누비며 중고책을 구입하러 가는, 1년 도서 구입비만 1000만원에 이르는, 등등)을 잘 인지하고 있다는 점도 멋졌다. 요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많아서 그런 저런 이야기들,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 아이들 가르치는 노하우도 배웠다. 인상 깊었던 문장으론, ‘취향이 곧 실력이다.’라는 것. 결국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 물건을 사거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거기에 맞춰서 자신의 실력이나 성품도 따라간다는 것. 쌈마이 취향은 결국 쌈마이가 되는 것이다. 인상 깊었던 질문으론, “당신의 올해 질문은 무엇인가?” 그리고 “당신은 어떤 플레이어인가?” 두 번째 대화. 박영준 코치님과 올만에 대화 나눴다. 주로 지난 번 아쇼카에서 진행했던 “체인지메이커 워크샵”에 대한 리뷰를 진행해 주셨는데, 재미있게 들었다. 주요 질문은 두개라고 하는데, ‘왜?” 그리고 “느낌은 어때?”란 질문이었다. 느낌을 물어보는 것이 왜 중요한가? 그 이유는, ‘행동’을 해야 느낌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머리와 가슴’이 연결될 수 없다. 행동하고 경험해야 우린 그 느낌을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고, 그때서야 변화가 시작된다. 머리에서 행동으로 그리고 가슴으로 이어지는 관계에 대해서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시스템씽킹과 층위에 대한 이야기. 피터센거의 유 프로세스 등.. 박영준 코치님과의 대화도 즐거웠다. 내가 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잘 집어주신다.  마지막 대화는 정선이와 해리, 그리고 최지은 코치님이다. 각자의 근황도 나누고, 특히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 ‘친밀함’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이번 달 심톡 회의도 했고, 어떻게 진행할지도 결정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한달에 한두번이라도 이렇게 편안하게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하면 얼마나 좋을까. 란 생각을 했다. 


8월 18일
잡무처리하는 날

오늘은 지금까지 미뤄왔던 일들을 처리하는 날이다. 오전에 재원이 병원에 갔다가 왔고, 망원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쭉 적어봤더니, 7-8가지 정도가 나오더라. 아주 큰 일들은 아닌데 모이니 꽤 스트레스가 되었었다. 목표를 세우고 하나하나 이루는 것! 인식형에게 아주 중요한 훈련법이다. 나 역시 하나씩 체크하기로 했다. 가장 오랫동안 미뤄온 일이 있었는데, 그것부터 했다. 네이버 블로그를 정리하는 일이다. 꽤나 긴 글을 주절주절 거리는 내 모습을 보면서 하나 느낀 점도 있다. 나란 사람은 참 말하길 좋아하는구나. 그냥 결론만 말하면 될 것을 앞뒤 상황 써가면서 주절 주절 거리고 있다. 누가 본다고 말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이렇게 누구라도 한명이라도 본다면, 그 글은 의미있다고. 나는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꼭 많을 필욘 없다고 보니까. 심톡 공지하는 것도 꽤 시간을 쓰는 일이었다. 그리고 조금 밀린 성찰 일지도 다시 쓰고, 현섭형을 통해 중고책도 몇권 구입했다. 우리 빌라 관리자로서 공지사항도 썼다. 그 시간 동안 하지 못했던 일도 있다. 책을 좀 초서하기로 했고, 역사 수업도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그것도 못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미뤘던 일은 어느 정도 해결한 편이다. 공부를 제대로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 


8월 19일
중간 점검

사실상 중간 점검이 아니다. 벌써 20일이 지났으니, 2/3 점검이지. 요즘 들어서, '탁월한 삶에 대한 필연적 수고’라는 키워드가 계속 내 머리를 맴돈다. 무슨 말이냐면, 탁월한 삶은 의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오롯한 선택이자, 그 선택에 대한 책임 또한 나의 몫이라는 것. 그 누구도 나에게 탁월한 삶을 살라고 하지 않았지만, 그저 내가 원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누군가에게, 상황에게 탓을 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다시 질문해보자. 그렇담, 나는 탁월한 삶을 위해 필연적 수고를 감내하고 있는가? 어쩌면 탁월한 삶은 원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훈련을 하고 있지 않은게 아닌가? 반성이 아니라 마음을 고쳐먹는 ‘회심’이 더 중요한데, 왠지 나는 반성만 하고 있단 느낌도 든다. 잠깐 8월 31일로 건너가보자. 그리곤 뒤를 돌아보자. 너는 이번 달을 어떤 한달로 만들고 싶었으며, 실제로 어떤 달로 만들었는가? 나는 시스템씽킹 공부와 역사 공부에 빠지는 한달을 만들고 싶었다. 좀 더 추가하자면, 나의 내적 욕망에 충실한 시간으로 채우고 싶었다. 현재로썬 절반의 성공이다. 지난 달에 비해선 덜 쫓기듯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이리저리 좌충우돌 하고 있는 내 모습도 본다. 자유 시간이 생겼음에도 ‘정말 자유롭게 쓰는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들이나, 습관적으로 하는 관습에 휘둘리는 내 모습을 말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주 수욜부턴 정말로 수업이 가득하다. 최소 2달은 정신이 없다. 남은 며칠동안 활활 후회없는 나날을 만들자. 


8월 20일
칠보초 수업

오랜만에, 정읍에 내려갔다. 아이들을 보니 반가웠다. 방학 때 어떤 아이는 도서관에 갇혀서 책을 억지로 보기도 했고, 어떤 아이는 부모님이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아서 하루 종일 그저 놀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아이들은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로 놀러다니기도 했다. 아이들의 대화를 듣는데, 참 재미있었다. 3학년들과 4학년들은 시간이 짧다. 2학기에서 일단 이렇게 분리해서 진행할 예정인데, 일주일에 1시간이라 많이 아쉽기도 하다. ‘혼자 왔습니다.’란 게임을 했다. 그리고, 방학 때 있었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다. 3학년들은 방학 사이에 목소리가 더 커진 것 같다. 소리를 왜 이렇게 지르는지. 그 에너지가 가끔 감당이 안 된다.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들은 그 에너지가 다 어디 갔는지. 아쉽기도 하다. 5-6학년들과의 수업은, 좀 더 게임이 많았다. 원래 계획과 다르게 ‘마피아 게임’까지 하게 되었다. 나는 아이들의 심리나 누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지 관찰하려고 게임에 동의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의 논리성이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다음에는 ‘더 지니어스 게임’을 참고해서, 더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하고 싶단 생각을 했다.  


8월 21일
관희와의 대화

오늘은 성공회대에 놀러갔다. 정희가 준비한 협동조합 컨퍼런스에 놀러 간 것인데, 개인적으로 협동조합에 관심도 많은 편이고, 또 말로만 듣던 성공회대를 한번쯤 놀러가고 싶기도 해서 간 것이다. 가서 의외의 수확이 있었는데, 관희를 만나서 오랜만에 딥토크를 했다는 점이다. 요즘 생각하는 것들, 살아가는 것들 나누면서 서로 즐거워했다. 역시 깊은 대화는 1:1로 해야 제맛이다.  실은 컨퍼런스 자체보단 관희와의 대화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는 ㅋㅋ 후반부엔 다양한 협동조합 활동을 하는 청년들을 모아서 토크쇼를 진행했었는데, 꽤 인상깊은 청년이 한명 있었다. '협동조합 성북신나'를 이끌어가는 친구였는데, 그들 중에선 가장 가벼워 보여서 좋았다. 본인도 대안학교를 나왔다고 했는데. 그것 때문이지 어쨌든 이렇게 저렇게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우리 재원이가 저렇게 자라주면 참 좋겠단 아빠 같은 생각도 했다. 하하하. 재원이를 비롯해 모든 아기들과 청소년들이 자기 답게 살아주었음 좋겠단 이야기다. 나부터 그렇게 살아가야 할 것이고. 


8월 22-23일
주말이었다. 

토요일엔 오후에 글로벌 HR에서 디자인씽킹 강의가 있었다. 지금까지 했던 모든 강의 중에 가장 사람이 적었다. ㅋㅋ 그 대신 얻는 것도 있었다. 바로 ‘밀도’다. 사람이 적으면 ‘다양성’은 손해볼 수 밖에 없지만 ‘밀도’를 얻는다. 게다가 다들 관심이 있어서 참가한 것이라, 수업 내용을 엄청나게 잘 받아들이셨다. 놀랄만큼. 역시 교육은 ‘강사’와 ‘참가자’가 서로 ‘원해야’ 최고라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저녁엔 형님과 아주버님이 놀러오셔서 고기 구워먹으면서 놀았다. 흥부골은 역시 진리다. 엄청 맛나게 먹었다는. 일요일은 아침에 가족 산책을 갔다. 한강변으로 걸어가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놀았는데, 한강 산책도 역시 진리다. 오후에는 아내는 피곤한지 잠이 들었고, 나는 방에 들어가서 이런 저런 일도 했다. 3시반부터 시작한 청소를 비롯한 집안일은 6시 반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무사히 집안일을 끝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겠지? ㅎㅎ 아 맞다. 하나 빠뜨릴 뻔 했다. 내가 금요일과 토요일에 걸쳐서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렸는데, 그게 조회수가 꽤 높아서 놀라기도 했다. 어디선가 퍼져나간거 같은데 원래 30명 정도 들어오던 블로그에 토요일은 1700명 가까이, 일요일은 1400명이 들어왔다. 이게 무슨 일이가 좀 놀라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그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거. ㅋㅋ 


  1. 용화영 2015.08.24 22:23

    혹시 TED 중독에 관한 글의 조회수가 많이 늘었나요?^^
    우연히 아는 사람 페이스북에 정욱님 글이 공유가되서 반갑기도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ㅎㅎ

    • 네 안녕하세용 오랜만이어요 :)
      제가 지금 좀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인데요, 조회수는 모르겠고 블로그 방문자가 갑자기 늘었어요. 어젠 5000명 넘더라구요 ㅎㄷㄷㄷ 전 일시적이라고 보는데, 아마도 그 글이 페북으로 공유되고 있는 것 같아요. 신기한 일이어요 ㅎㅎㅎ

  2. 슈밍아빠 2015.08.25 08:52 신고

    저도 형님과 대화기회를 다시금 가지고 싶네요^^ 좋은글 잘 읽고 있습니다

    • ㅎㅎㅎㅎ 잘 지내고 있지? 나도 네 블로그 링크에 추가해야 되겠다. 열심히 사는 것 같아서 보기가 좋구만 :) 서울에 올라옴 연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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