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8 ~ 10.08  (총 8박 10일)

호주 가족 여행 마지막 기록


8 10일간의 호주 가족 여행이 10월 8일에 끝났다.

여행이 끝난건 10월 초인데, 글을 마무리하는 건 10월 말이다. 


생각해 보니 신혼 여행보다 , 그런 가족 여행이었다.

황금 연휴 덕분이지만, 여행 기간도 딱 적당했

그리 짧지도, 그렇다고 너무 길지도 않았다. 


무엇이 가장 좋았던 것일까? 

3가지 정도로 정리해 보도록 하자.



1. 가족과의 시간


사실 별거 아닌 일로 생각할 수 있는 일인데, 나에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 있다.

여행을 마치고 귀국 자카르타 공항에서 머무를 때의 일이다.

재원이랑 아내는 자고 있었고, 나는 휴대폰으로 영화를 보고 있었다.

엄마는 잠시 누워 계시다가 잠이 오지 않는다면서 옆으로 와서 앉아 계셨다.


한참을 앉아 계시다가 문득 휴대폰을 꺼내서 메모창을 여시더라그러더니 '자카르타 공항'이라고 써내려갔다

호기심이 생긴 나는 몸을 일으켜 앞선 메모를 슬적 봤다. 그곳에는 블루마운틴, 12사도 그간 우리가 머물렀던 장소들이 깨알처럼 쓰여있었다


동안 살아오면서 엄마가 뭔가를 기록하는  별로 본적 없었기에, 호기심이 생겨서 물었다. 쓴거냐고.

엄마는 이제 나이가 드니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나중에 까먹을까봐 남긴다고 말했다.

… 그랬구나. 엄마가 지금 행복한 순간을 붙잡고 싶어하는 구나 싶었다. 가슴 한켠이 아득했다. 


나도 엄마도 젊은 시절에 많은 추억을 만들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그래도 더 늦지않게 이런 추억 만들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가 교차했다.

재원이를 키우면서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더 짠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부모님이 나를 키울 때 어떤 느낌 이었을까, 다 큰 나를 보는 느낌이 어떨까.

늦었다고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우리 가족의 메모장을 많이 채우고 싶다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 

행복하고 의미있는 시간으로 가득 가득 말이다.



2. 외국 생활


이번 여행을 기점으로 삶에 가지 옵션을 열어두고 싶어졌다. 바로 '외국에서의 '이다.

9년 전에 워킹 홀리데이 할 때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지금은 세상을 더 넓게 살아보고 싶어졌다.

다양한 외국인들과 섞여 가면서 소통도 하고 싶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생각보단 잘 할 수 있겠단 약간의 자신감도 생겼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나는 사실 나 자신에 대한 '이상한 믿음' 가지 있었다.

나란 사람은 외국어를 익히는데 소질이 없다는 '비합리적인 신념'.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지만 꽤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아마도 중학교 시절, 성문 영어를 비롯한 문법 위주의 영어에 질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땐 그렇게 공부하는 영어가 정말 싫었다.


이번 여행에 얻게 된 가장 큰 수확은 그 믿음이 '거짓이라는 것이다.

내가 영어에 소질이 없다는 건 사실이 아니었다. 물론 유창하진 않지만, 생각보다 잘 해내는 내 모습이 기특할 때도 많았다.  

영어를 못한다는 믿음은 그저 게으른 나를 속이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었다.

되려, 나는 외국어를 배우는데 필요한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고, 낯선 사람들과의 교류도 즐긴다. 


단 한 가지 나에게 없었던 것은 꾸준함’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영어’를 못했던 것이 아니라 ‘꾸준함’이 없었던 것 뿐이었다.

고작 그것이 내 발목을 잡고 있었다는 사실이 억울하기도 하지만, 뭐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외국어를 공부하고, 변화하는 걸 주저하지 않으려 한다.

누가 아는가, 10년 뒤에는 외국에서 더 즐겁게 살아가고 있을지. :) 



3. 추억과 기록 


아내와 내가 10년 전에 왔던 곳을 다시 오는 것, 그 자체가 의미있었다. 

그 당시에 가지 못했던 곳을 갔고, 또 오고 싶었던 곳을 방문했다. 

(돈이 없어서 한이 맺혔던 달링하버에서의 저녁 식사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그 과정에서 나도 아내도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꽤 즐거워했다.

그땐 정말 가진 것도, 실력도, 뭣도 없었지만,

뭐든 될 수 있었고 자유롭고 가벼웠다.


지금은 하나의 직업과 가정이 있고, 재원이도 있다.

어깨는 무겁지만, 더 깊은 행복이 따른다. 


이번 여행은 그때보다 더 순간 순간을 기록하고 남기고자 애썼다.

당시에는 그런 시절이 영원할 줄 알았지만, 훌쩍 10년이 지나버렸다.

이젠 억지로 붙잡지 않으면 쉽게 사라진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좀 더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시간을 기록하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남겼다. 그리고 이렇게 글도 쓰고 있다. 

이 기록과 생각들이 10년 뒤, 20년 뒤에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궁금하다. 


즐겁고 의미있었던, 우리 가족에게 앞으로도 소중한 기억이 될 그런 가족 여행이었다. 

여행 중간 중간 찍은 흑백 사진들을 공유하며, 이번 여행의 후기를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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